미드나잇 라이브러리 (1주년 스페셜 에디션)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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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읽은 책 1권
나는 지금 괜찮은가?
나의 정신 상태는 건강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어떤 의욕도, 어떤 희망도 없다.
모든 게 후회고 불만이다.
나의 현재가, 나 자신이 싫다.
나도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
죽고 싶다는 살고 싶다의 다른 말 같다.
정말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뜻 아닐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자살을 실행에 옮긴 노라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삶을 경험해보면서 삶에 대한 진정한 욕구를 깨닫고 다시 살아나가는 환상 동화같은 소설이다.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삶은 이전과 동일하나 노라의 삶에 대한 태도만은 더 이상 이전과 동일하지 않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사소한 태도 하나가 실은 삶을 변화시킨다는 자기계발서 같은 이야기는 20대 초 우울과 불안장애로 자살하려던 순간, 가족의 도움으로 다시 살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삶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그런데 나아질 것 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제일 절망적인 건 나 자신이다.
노라처럼 극단적인 자살을 시도하진 않지만 천천히 공들여 나의 시간, 나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 태어났으니 살아내야 한다.
노라처럼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지금의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좋은 소설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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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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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렵다.
개념도 어렵고 분명 우리말인데 해석이 되질 않는다.
동양과 서양의 철학이 다르고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도 많아 읽어야 할 책도 많다.
철학서를 읽어보고 싶은데 늘 생각만 있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리좀’은 출발하지도, 끝에 이르지도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중간에 있으며, 사물들 사이에 있는 ‘사이’ 존재이고 간주곡이다. ‘나무’는 친자 관계filiation를 이루지만 ‘리좀’은 결연 관계alliance를 이루며, 오직 결연 관계일 뿐이다. 나무는 ‘……이 존재한다être’라는 동사를 부과하지만, 리좀은 ‘……와et ……와et ……’라는 접속사를 조직으로 갖는다. 이 접속사 안에는 ‘……이 존재한다’라는 동사에 충격을 주고 뿌리를 뽑을 수 있는 힘이 충분하게 들어 있다.
-『천 개의 고원: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énie』

그러나 현실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모르는 단어는 하나도 없지만 해석이 안되는 영문을 보는 기분이다.
철학을 입문하려는 초보자에게는 제대로 된 선생님이 필요하다.
눈높이에 맞게 개념부터 친절히 설명해주고 쉬운 예시로 이해를 도와주고 수준별로 어떤 책을 읽어야하는지,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외국인이므로 어떤 번역서를 골라야하는지 안내가 필요하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그런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동양과 서양 철학을 두루 논하며, 철학자의 언어를 보통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해석해주고, 철학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갈래도 나누어주고, 제대로 번역된 철학서와 입문자를 위한 해설서도 추천해준다.

저자는 모든 인문 정신의 핵심이 솔직함과 정직함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책에서 참다운 인문정신, 그리고 그 솔직한 목소리를 모으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는 나 자신의 삶과 내면과 관련된 것들이고, 두 번째는 나와 타자의 관계와 관련된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나와 타자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 혹은 환경과 관련된 것들이다.˝

철학을 오래 공부해 온 저자를 믿고 그가 안내하는 여러 갈래길 중 마음이 이끄는 길로 걸어가 보기로 한다.

여행을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아마도 그는 자기 자신을 짊어지고 갔다 온 모양일세."  
-몽테뉴, 『수상록Essais』

- 에필로그 : 독서라는 여행을 위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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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나, 너, 우리를 위한 철학






















더 읽어볼 책들

앙리 베르그송, 정연복 옮김, 『웃음』(세계사, 2002)
앙리 베르그손, 황수영 옮김, 『창조적 진화』(아카넷, 2005) 류종영, 『웃음의 미학』(유로서적, 2005)

현대 프랑스 철학의 아버지 베르그송의 주저는 『창조적 진화』다. 방대한 책이라고 두려워하지 말고 천천히 읽으면 생물학적 사유를 토대로 한 새로운 형이상학의 가능성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베르그송의 개성과 속내를 더 알고 싶은 사람은 정연복이 번역한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유동적인 것과 고정된 것, 생명과 무생물의 구분에 근거한 웃음에 대한 베르그송의 통찰은 흥미진진하다. 웃음이 가진 철학적 혹은 인문학적 의미를 개관하고 싶은 독자들은 류종영의 책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발터 벤야민, 최성만 옮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역사 외』(길, 2007)
발터 벤야민, 조형준 옮김, 『일방통행로』(새물결, 2007) 김상환 외, 『매체의 철학』(나남, 1998)

현대 미학은 매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매체의 미학과 숭고라는 감정을 중시하는 숭고의 미학으로 양분된다. 매체의 미학을 연 사람이 바로 벤야민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벤야민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길출판사에서 최성만의 주도로 벤야민 선집이 나오고 있다. 현대적 도시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을 인상적으로 포착한 『일방통행로』를 읽은 독자들은 벤야민이 데리다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문필가라는 찬사를 듣는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매체가 가진 철학적 의미를 더 파고들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김상환 등이 지은 연구서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유정완 외 옮김, 『포스트모던의 조건』(민음사, 1992)
사이먼 말파스, 윤동구 옮김,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포스트모더니즘을 구하라』(앨피, 2008)

칸트에 따르면 숭고란 기존의 관념이나 습관으로 포착되지 않는 압도적인 사건이나 광경에 직면했을 때 발생하는 미적인 감정이다. 태풍으로 뒤집어질 것 같은 바다를 보았거나, 아니면 깎아지른 암벽에 직면할 때 드는 감정이라고 하겠다. 리오타르는 숭고라는 미적 감정을 토대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제반 현상을 분석하려고 했던 현대 철학자다. ‘포스트모던’이란 개념을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포스트모던’은 바로 ‘숭고’의 느낌을 주는 사회적 변화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리오타르에 대한 해설서로는 사이먼 말파스의 간결한 책이 유용할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베르너 좀바르트, 이상률 옮김, 『사치와 자본주의』(문예출판사, 1997)
강신주, 『상처받지 않을 권리』(프로네시스, 2009)  

좀바르트는 베버의 위상에 가려서 우리에게 별로 부각되지 못한 비운의 사회학자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발달이 생산 차원이 아니라 소비 차원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소비의 사회』를 썼던 보드리야르의 논의를 선취하는 대목이다. 내가 쓴 책은 자본주의의 전략을 집어등集魚燈이란 개념으로 포착하려고 했다. 오징어를 잡기 위해서 켜놓은 등처럼 자본주의는 우리의 욕망을 부추기면서 성장한다는 취지다. 독자들은 내 책을 통해 소비에의 욕망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조르주 바타이유, 조한경 옮김, 『저주의 몫』(문학동네, 2000) 조르주 바타이유, 조한경 옮김, 『에로티즘의 역사』(민음사, 1998)
유기환, 『조르주 바타이유』(살림, 2006)

바타유는 에로티즘이 동물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차원의 문제임을 해명한 프랑스 철학자다.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는 통찰에 근거해서, 인간의 에로티즘은 금지된 성적 대상에 대한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당연히 역사적 시기마다 에로티즘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금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에로티즘의 역사』는 바로 역사성과 에로티즘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에로티즘에 대한 통찰을 ‘일반경제’ 차원에까지 확장해서 다룬 책이 『저주의 몫』이다. 축적보다는 낭비가 체계를 유지하는 데 관건이 된다는 이 책의 주장은 매우 중요하다. 바타유의 복잡한 사상을 개략적으로 알아보려면, 유기환의 연구서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기 드보르, 이경숙 옮김, 『스펙타클의 사회』(현실문화연구, 1996)
라울 바네겜, 주형일 옮김, 『일상생활의 혁명』(이후, 2006)

기 드보르는 현대 소비 사회를 ‘스펙터클의 사회’라고 명명한다. 대중문화 비판이나 대의민주주의 비판에서 기 드보르의 통찰은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스타가 되어버린 현실을 비관하여 권총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할 정도로 기 드보르는 철저했던 사상가였다. 바네겜Raoul Vaneigem은 기 드보르와 함께 상황주의 운동을 이끌었다. 바네겜의 책은 자신이 처한 상황, 즉 일상생활에서 혁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매우 감동적인 문체로 피력하고 있다. 기 드보르의 글이 추상적인 주장이 많다면, 바네겜의 글은 친절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먼저 바네겜의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왕충, 이주행 옮김, 『논형』(소나무, 1996)
임옥균, 『왕충: 한대 유학을 비판한 유학자』(성균대학교출판부, 2005)

중국 철학사에서 왕충은 이단적인 철학자로 분류된다. 그는 천명天命이나 본성[性]처럼 결정론적 뉘앙스를 가진 모든 형이상학적 사유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유학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시절 『중용中庸』에 등장하는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그러니까 ‘천명이 바로 본성이다’라는 주장 자체를 부정한 것만으로 그는 이단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비범한 경험주의 정신, 그리고 운명론에 대한 철저한 비판 정신을 견지했다. 이주행의 책은 왕충의 주저를 번역한 것이다. 아쉽게도 일부분만 번역되어 있고, 시중에서도 구하기 힘든 책이 되어버렸다. 왕충 사상의 전반적인 윤곽을 이해하려면 임옥균의 책을 보면 된다.

더 읽어볼 책들

시마다 겐지, 김석근 옮김, 『주자학과 양명학』(까치, 1993) 양국영, 김형찬 옮김, 『양명학』(예문서원, 1994)

현재 동양학 연구자에게 양명학은 주자학에 비해 지엽적인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조선 시대를 지배했던 주자학의 영향력은 현대 연구자들도 가만히 두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양명학에 속한 학자들의 글이 번역된 경우는 거의 없다. 반대로 전통적으로 주자학보다는 양명학을 더 중시했던 일본에서는 양명학과 관련된 많은 번역서와 연구서들이 출간되어 있다. 그 중 우리말로 번역된 책들 중 시마다 겐지의 책이 압권이다. 특히 주자학과 양명학의 철학정신을 거시적 안목에서 비교하는 시마다 겐지의 안목이 부럽기만 하다. 중국 학자로는 양국영이 지은 책도 많은 도움을 준다.

더 읽어볼 책들

노자, 김학주 옮김, 『노자』(을유문화사, 2000)
강신주, 『장자 & 노자: 도에 딴지걸기』(김영사, 2006)

『도덕경』은 81개의 철학적 운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이 책에 대한 해석은 해석자의 수만큼 많다. 최초의 해석자들 중 대표적인 두 사람, 즉 한비자와 왕필은 노자의 철학에서 제국 통치의 정치철학을 읽어냈다. 최근 노자 철학은 생태철학적 통찰력의 보고로, 혹은 문명 비판서로 독해되는 경향이 강하다. 내가 쓴 책은 한비자나 왕필의 입장에 한 표를 던졌다. 엄밀한 고전학을 추구하는 김학주의 번역서를 넘겨보면서, 독자들은 『도덕경』이 강력한 정치철학서인지 아니면 반문명적 생태철학서인지 직접 가늠해보기 바란다.

더 읽어볼 책들

묵자, 김학주 옮김, 『묵자』(상·하)(명문당, 2003)
김학주, 『묵자, 그 생애·사상과 묵가』(명문당, 2002) 문익환·기세춘·홍근수, 『예수와 묵자』(바이북스, 2009)

묵자는 갈등과 대립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사랑에 있다고 역설했던 숭고한 이상주의자다. 사랑이야말로 ‘적과 동지’라는 대립을 무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확신했다. 중요한 것은 묵자와 그를 따르던 묵가 학파는 말뿐만 아니라 몸소 자신들의 이상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김학주의 번역서와 연구서는 묵자와 묵가 학파의 이상과 실천에 대한 전모를 우리에게 객관적으로 가르쳐준다. 문익환과 기세춘, 홍근수의 책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정신과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묵자의 정신이 어느 측면에서 유사하고 어느 측면에서 다른지를 논의한 흥미로운 책이다. 묵자 사상의 현재성을 음미해보려는 독자들에게 많은 지적 자극을 줄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시몬 베유, 윤진 옮김, 『중력과 은총』(이제이북스, 2008) 앙느 레느, 황세연 옮김, 『시몬느 베이유, 철학교실』(중원문화, 2006)

시몬 베유는 젊은 시절 노회한 트로츠키Leon Trotskii를 곤궁에 몰아넣었던 대화로 유명한 프랑스의 여류 철학자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그녀는 가난한 이웃, 노동자들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우고 떠난 우리 시대의 성녀이기도 하다. 그녀는 노동자가 시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다. 이런 그녀의 고뇌와 신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중력과 은총』이다. 시몬 베유의 사유 중 정치철학적인 전망을 보고자 한다면, 앙느 레느Anne Reynaud의 책을 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은 베유를 존경했던 제자 앙느 레느의 수업 노트이기도 하다. 베유의 솔직한 속내, 그리고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

더 읽어볼 책들

알랭 바디우, 이종영 옮김, 『윤리학: 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동문선, 2001)
알랭 바디우, 서용순 옮김, 『철학을 위한 선언』(길, 2010) 제이슨 바커, 염인수 옮김,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이후, 2009)

타자와의 소통, 그리고 차이의 긍정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윤리적 명제가 된 시대에, 바디우는 이런 논의가 기본적으로 서양 국가들의 시선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이런 비판 정신에 입각한 『윤리학』에서 그는 새로운 윤리학을 정초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주체는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건과 진리에 대한 충실성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그의 주장은 매력적이다. 들뢰즈 이후 가장 주목받는 프랑스 철학자인 바디우 사상의 전모를 이해하려면 『철학을 위한 선언』을 일독할 필요가 있다. 바디우가 난해하다고 느껴진다면 제이슨 바커의 해설서가 도움을 줄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G. W. F. 헤겔, 임석진 옮김, 『법철학』(한길사, 2008) 이득재, 『가족주의는 야만이다』(소나무, 2001)

연애와 결혼, 나아가 가족에 대한 우리 시대의 통념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바로 헤겔의 『법철학』이다. 결혼과 가족 제도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헤겔을 극복해야만 하고, 반대로 그것을 긍정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헤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연애의 불확실성을 결혼과 가족을 통해서 미봉하려는 헤겔의 논의는 이 책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득재는 들뢰즈를 통해 가족 제도를 야만이라고 규정하면서 헤겔을 철저하게 비판한다. 들뢰즈만큼 헤겔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철학자도 없기 때문이다.

더 읽어볼 책들

질 들뢰즈, 김재인 옮김, 『천개의 고원』(새물결, 2001)
존 라이크만, 김재인 옮김, 『들뢰즈 커넥션』(현실문화연구, 2005)  

생성이란 새로운 결합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던 들뢰즈는 20세기의 최고의 형이상학자다. 심지어 푸코는 21세기가 들뢰즈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창조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라면, 생성은 유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마주침과 연결이 없다면 생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정신을 기초로 집필된 책이 『천 개의 고원』이다. 들뢰즈 본인이 자신의 주저라고 공언한 책이기도 하다. 라이크만의 연구서는 들뢰즈 철학의 핵심이 새로운 연결에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연구서 제목으로 ‘연결’을 의미하는 커넥션connection이란 단어를 쓴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더 읽어볼 책들

요한 호이징하, 김윤수 옮김, 『호모 루덴스』(까치, 2003) 노명우,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사계절출판사, 2011)

자본주의 발달 이후 사람들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규정한다. 노동은 수단과 목적이 분리된 활동이다. 노동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 안정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이며, 직장 생활은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하위징아는 이런 통념을 일거에 날려버린다. 인간은 노동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무엇보다도 먼저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라고 주장한 것이다. 노동이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기도 하다면, 직장 생활은 놀이의 장일 수 있다. 노명우의 해설서는 하위징아의 통찰을 더 확장해서 놀이가 가진 폭발적인 힘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더 읽어볼 책들

자크 랑시에르, 양창렬 옮김,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길, 2008)
홍태영 외, 『현대정치철학의 모험』(난장, 2010)

촛불집회를 철학적으로 살펴보고 싶은 사람은 랑시에르에 주목해야 한다. 한때 알튀세르와 함께 프랑스 마르크스주의를 주도했던 그는 이제 알튀세르를 뛰어넘는 중요한 정치철학자가 되었다. 대의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아나키스트적인 면모를 보인다. 현재 우리의 정치가 ‘치안’일 뿐이지 결코 온전한 의미에서의 ‘정치’가 아니라는 그의 통찰은 두고두고 음미할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 랑시에르를 포함한 현대 정치 철학의 쟁점에 대해서는 홍태영 등이 쓴 책이 유용할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박재희 옮김, 『독일이데올로기 Ⅰ』(청년사, 2007)
가라타니 고진, 김경원 옮김,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이산, 1999)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절, 영국은 경제학, 프랑스는 정치학, 그리고 독일은 철학이 주도적인 학문이었다. 마르크스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오가며, 독일 철학을 경제학과 정치학적 시선으로 비판했고, 영국 경제학을 정치학과 철학적 시선으로 비판했으며, 프랑스 정치학을 경제학과 철학적 시선으로 비판했다. 『독일이데올로기』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면에만 갇혀 있던 독일 지성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마르크스 사유의 현재성에 주목하고 싶은 독자들은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마르크스가 결코 죽은 개가 아니라, 아직도 포효하고 있는 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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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나와 너의 사이


























더 읽어볼 책들

임마누엘 칸트, 백종현 옮김, 『실천이성비판』(아카넷, 2009) 가라타니 고진, 송태욱 옮김, 『윤리 21』(사회평론, 2001)  

칸트의 3대 비판서, 즉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은 최근 백종현에 의해 다시 번역되었다. 칸트의 글은 무척 어렵다. 그것은 그가 당시 지식인의 공용어였던 라틴어를 포기하고 독일어로 철학책을 썼기 때문이다. 일상 언어를 학술 언어로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난해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백종현의 엄밀한 번역을 통해 난해한 칸트의 사유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는 자유와 윤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실천이성비판』의 현재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더 읽어볼 책들

엠마누엘 레비나스, 강영안 옮김, 『시간과 타자』(문예출판사, 1996)
강영안, 『타인의 얼굴』(문학과지성사, 2005)

현대 철학의 키워드는 타자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차이보다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타자’이다. 타자를 경험했을 때에만 차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레비나스의 철학이 중요하다. 그만큼 타자와 그에 대한 경험을 숙고했던 철학자도 없을 것이다. "타자는 나의 미래이다"라는 도전적인 주장을 전개한 『시간과 타자』는 그의 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이다. 이 책 후반부에 번역자인 강영안이 붙인 소개의 글은 레비나스 철학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더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강영안이 쓴 『타인의 얼굴』을 읽어보라.

더 읽어볼 책들

장 폴 사르트르, 정소정 옮김, 『존재와 무』(동서문화사, 2009) 변광배, 『존재와 무』(살림, 2005)

『존재와 무』는 보부아르와의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사르트르의 주저다. 제목을 보면 난해한 철학책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기면 첫인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섬세하고 구체적이었던 사르트르의 정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사랑, 나아가 기존의 철학자들이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육체적 관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이 그득하다. 탁월한 문학자이기도 한 사르트르의 문체를 제대로 살린 번역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었다면, 변광배의 안내서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더 읽어볼 책들

신정근,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사계절출판사, 2009) 강신주, 『공자 & 맹자: 유학의 변신은 무죄』(김영사, 2006) │
신정근의 『논어』해석은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한문투가 아닌 우리말로 말끔하게 번역하려는 저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논어』의 각 조목마다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밝히려는 저자의 자세에서 학자적 성실성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내가 쓴 책은 공자와 맹자로 대표되는 유학 사상의 핵심을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공자와 맹자뿐만 아니라 주자와 정약용까지 포괄해서 유학 사상의 공통된 토대와 다양한 변주를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더 읽어볼 책들

정약용, 이지형 옮김, 『다산 맹자요의』(현대실학사, 1994)
임부연, 『정약용 & 최한기: 실학에 길을 묻다』(김영사, 2007) │
한학에 정통한 이지형의 가장 큰 매력은 그가 우리말에도 능통하다는 점이다. 한문은 잘 해석하지만 우리말에 서툰 번역자가 많은 현실에서 이지형은 소중한 번역자라고 할 수 있다. 정약용, 나아가 실학의 전반적인 경향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임부연의 해설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정약용으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던 공력을 토대로 저자는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가독성도 높은 책을 쓰는 데 성공했다.

더 읽어볼 책들

한나 아렌트, 김선욱 옮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길사, 2006)
엘리자베스 영 브륄, 홍원표 옮김, 『한나 아렌트 전기』(인간사랑, 2007)

아렌트는 나치의 잔혹함을 온몸으로 겪었던 유대계 여성 철학자다. 전체주의의 발생을 숙고함으로써 인류의 역사에 다시는 전체주의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그녀의 필생의 과제였다. 그녀의 지적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무사유가 전체주의 발생의 기원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 다음 그녀의 작업이 인간의 사유에 대한 연구였다는 것은 어쩌다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저술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에도 정열적이었던 그녀의 삶이 궁금한 독자들은 영 브륄의 방대한 아렌트 평전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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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강영계 옮김, 『에티카』(서광사, 2007)
프랑수아 모로, 류종렬 옮김, 『스피노자』(다른세상, 2008) 스피노자의 정신, 성귀수 옮김, 『세 명의 사기꾼』(생각의나무, 2005)

스피노자는 가장 중요한 서양 철학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일종의 초월론을 피력했다면, 그는 내재주의 철학 체계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초월론이 인간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나 가치를 긍정한다면, 내재주의는 이런 초월적인 것들을 부정하면서 현실의 인간으로 되돌아오려는 사유 경향이다. 스피노자의 저작이 어렵다면, 프랑수아 모로의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적절한 해설과 함께 스피노자의 원문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스피노자의 내재주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성귀수가 번역한 『세 명의 사기꾼』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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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데리다, 남수인 옮김, 『환대에 대하여』(동문선, 2004) 김상환, 『해체론 시대의 철학』(문학과지성사, 1998)

데리다는 초월론의 불가능성을 다각도로 주장했던 철학자다. 초월론의 불가능성을 논증하려는 그의 전략은 흔히 해체론이라 불린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기존 사유를 해체한 이유가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초월론이 전제하는 체계를 해체한 뒤, 그가 삶의 다양한 지평에서 인간의 자유로운 실천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해체한 건물의 파편 위에서 새로운 인문적 사회를 꿈꾸었던 것이다. 남수인이 번역한 데리다의 책은 이를 잘 보여준다. 데리다가 기존 형이상학적 사유 전통을 어떻게 해체하는지를 이해하려면, 김상환의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데리다만큼 아름다운 문체가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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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효, 『근사록집해』(1·2·3)(전통문화연구회, 2004) 백민정,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사계절출판사, 2007) │
주자의 그늘에 가려서 사람들은 정호라는 철학자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하고 있다. 그는 단순한 규범주의자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비범한 통찰을 던진 철학자였다.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이 결국 고통에 대한 공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정호는 세계에 궁극적인 평화가 가능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수양해야 하는지를 해명하고 있다. 정호의 책이 번역된 것이 없어서 아쉽지만, 주자가 편집한 『근사록집해』에 실려 있는 그의 글을 읽어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하자. 백민정의 글은 기존에 나온 유학 사상에 대한 해설서들 중 단연 발군이다. 정호를 포함한 유학자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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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W. 라이프니츠, 배선복 옮김, 『모나드론 외』(책세상, 2007) 배선복, 『라이프니츠의 삶과 철학세계』(철학과현실사, 2007) │
라이프니츠는 우리에게 전개될 모든 사건과 관계들이 이미 우리 내면에 갖추어져 있다는 이론, 즉 ‘예정조화설’로 유명한 철학자다. 우발적인 마주침을 강조했던 스피노자와는 달리 그의 사유는 기본적으로 결정론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동시에 미세지각과 관련된 흥미로운 통찰을 전해주기도 한다. 배선복의 번역서는 라이프니츠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며,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개의 글도 싣고 있다. 라이프니츠의 삶과 사유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독자들은 배선복의 해설서도 일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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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스 이리가라이, 박정오 옮김, 『나, 너, 우리: 차이의 문화를 위하여』(동문선, 1998)
한국문학연구회,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한길사, 2000) │
페미니즘은 보통 여성의 억압된 권리를 회복하려는 사유 경향이라고 이해된다. 이리가라이는 단순한 페미니즘을 넘어선다. 그녀는 여성의 가치를 옹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명이 여성적 감수성에 기초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녀에 따르면 동일성에 집착하는 남성적 문명이 갈등과 폭력을 낳는다면, 차이를 긍정하는 여성적 문명은 공존과 화해를 가능하게 한다. 박정오가 번역한 책은 이런 그녀의 속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으로는 한국문학연구회에서 펴낸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여성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통해 페미니즘의 정신과 그 가능성을 점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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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김학주 옮김, 『장자』(연암서가, 2010)
강신주,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그린비, 2007) │
『장자』와 관련된 번역서는 시중에 넘쳐 난다. 그렇지만 김학주의 번역은 2,000여 년 전 장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번역하려는 노작이다. 해석된 장자 번역이 아니라 거칠지만 장자 본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쓴 책은 장자가 타자와 차이를 긍정하며, 그를 통해 자유로운 공동체를 꿈꾸었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장자가 라이프니츠,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라캉, 들뢰즈, 낭시 등 서양 사유 전통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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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희,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별기』(일지사, 1991)
은정희, 『은정희 교수의 대승기신론 강의』(예문서원, 2008) │
원효와 그의 사상에 대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는 은정희다. 일지사에서 출간된 첫 번째 책은 원효의 주저, 『대승기신론소·별기』에 대한 엄밀한 번역서다. 기존의 번역과 자신의 번역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분명히 밝히면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그녀의 번역서는 원효의 주저에 대한 기존의 모든 번역서를 총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 독자들은 예문서원에서 출간된 그녀의 두 번째 책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승기신론소·별기』에 나오는 중요한 원문을 발췌해서 평이하게 번역한 뒤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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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 이운구 옮김, 『한비자』(1·2)(한길사, 2002)
윤찬원, 『한비자』(살림, 2005)

많은 사람들은 한비자가 군주를 위한 정치철학을 피력했던 반인문주의자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는 민중들의 삶을 고뇌했던 인문주의자였다. 그는 단지 전쟁과 살육으로부터 민중들을 구원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가 강력한 국가 건설과 그에 의한 무력통일이란 대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는 이상주의자의 길보다는 현실주의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운구의 책은 한비자의 사유가 기록되어 있는 『한비자』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번역서다. 『한비자』의 방대함에 질린 독자들은 윤찬원의 책을 통해 요령 있게 한비자의 사상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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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옮김, 『소피스트적 논박』(한길사, 2007)
J. L. 아크릴, 한석환 옮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서광사, 1992)

꿩 대신 닭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석론 전서』 대신, 그의 논리학의 전모를 나름대로 보여주고 있는 책으로 김재홍이 번역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정확한 번역을 자랑하는 김재홍의 장기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책이다. 딱딱한 논리학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지를 알고 놀라게 될 것이다. 플라톤과 함께 서양 철학의 역사를 열었던 아리스토텔레스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 아크릴의 책을 보면 된다. 번역도 매우 잘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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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에서 발췌

솔직함과 정직함은 내가 만난 시인을 포함한 모든 인문정신의 핵심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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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장희창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민음사, 2004)
질 들뢰즈, 박찬국 옮김, 『들뢰즈의 니체』(철학과현실사, 2007) 고병권,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그린비, 2003)

현대 철학의 중심에는 생성의 철학자 니체의 숨결이 아로새겨져 있다. 많은 저작을 남겼지만 니체의 주저는 뭐니 뭐니 해도 1883년에서 1885년까지 집필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일 것이다. 유명세에 걸맞게 국내에서도 다양한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지만, 장희창의 번역본이 독자들이 휴대하면서 읽기에 편할 것이다. 박찬국의 번역서는 현대 철학자 들뢰즈가 니체를 읽고서 만든 선집이다. 니체의 방대한 글들에 들어가기 전에, 숙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병권의 연구서는 니체를 처음으로 접한 사람들에게 니체의 매력과 현재성을 박진감 넘치게 전달하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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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라캉, 맹정현·이수련 옮김,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개념』(새물결, 2008)
브루스 핑크, 맹정현 옮김, 『라캉과 정신의학』(민음사, 2002)

라캉이 스스로 편집한 방대한 선집 『에크리』는 언제 번역될 수 있을까? 곧 나온다는 소문만 무성한 지 이미 오래다. 『에크리』는 그가 수십 년에 걸쳐 진행했던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모아 엮은 책이다. 다행스럽게도 11번째 세미나를 정리한 책이 2008년에 맹정현과 이수련에 의해 번역, 출간되었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최고의 안내서는 브루스 핑크의 책이다. 아쉬운 것은 번역서 제목이다. 라캉은 인간의 정신을 의학적으로 다루는 과학주의 전통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서의 제목은 원서 제목을 그대로 옮긴 ‘라캉 정신분석학에 대한 임상적 접근’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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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테토스, 김재홍 옮김, 『엥케이리디온: 도덕에 관한 작은 책』(까치, 2002)
앤소니 A. 롱, 이경직 옮김, 『헬레니즘의 철학』(서광사, 2000) │
에픽테토스는 헬레니즘 시대를 에피쿠로스 학파와 더불어 양분했던 스토아 학파의 대표 사상가다. 고대 서양 문헌에 대한 김재홍의 번역은 엄밀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재홍의 번역서를 통해 독자들은 안심하고 에픽테토스의 사유 세계에 들어가도 좋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면 삶의 방법에 대한 많은 유익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경직이 번역한 책은 최고의 헬레니즘 철학 권위자가 쓴 연구서다. 에픽테토스와 함께 스토아 학파를 대표했던 키케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의 사상도 공부해보려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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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김혜경 옮김, 『분서』(1·2)(한길사, 2004)
이지, 김혜경 옮김, 『속분서』(한길사, 2007)
신용철, 『이탁오 평전』(지식산업사, 2006)

김혜경의 번역서는 저주받은 유학자, 혹은 저주받기를 원했던 유학자 이지의 주저 두 권을 번역한 것이다. 유학, 불교, 그리고 노장 사상을 가로지르며 전개되는 이지의 드라마틱한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책들이라고 하겠다. 『분서』 시리즈와 함께 이지의 대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장서藏書』도 하루 속히 번역되기를 기대한다. 그의 흥미진진한 역사철학은 독자들에게 많은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 신용철의 평전은 이지의 삶과 사유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할 것이다. 이 책은 중국의 평전을 번역한 기존 평전보다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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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본, 『임제어록』(한국선문화연구원, 2004)
이기영, 『임제록 강의』(상·하)(한국불교연구원, 1999)

불교 사상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 특히 임제를 포함한 선사들의 사자후를 직접 접하고 싶은 독자들은 정성본의 번역서와 연구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성본은 중국 선불교의 사상과 역사에 정통한 학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난해한 조목 하나하나에 대한 그의 간결하지만 함축적인 설명은 임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더 자세한 해설이 필요한 독자는 이기영의 강의록을 읽어둘 필요가 있다. 난해하지 않게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서술한 이기영은 많은 학자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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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동 외, 『스승 이통과의 만남의 대화: 연평답문』(이학사, 2006)
쓰치다 겐지로, 성현창 옮김, 『북송 도학사』(예문서원, 2006)

조선조 오백 년을 지배했던 주자학을 이해하고 싶다면, 주자가 사숙했던 노학자 이통의 속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통은 북송 시대 유학의 전통을 온몸으로 체득하여 이를 주자에게 전했으며, 주자는 이를 통해 남송의 유학을 체계화했다. 성광동 외 4인의 책은 이통과 주자 사이에 오고간 가르침과 배움을 담고 있는 『연평답문』을 초역하고 해설한 책이다. 쓰치다 겐지로의 책은 흔히 신유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사유 전통을 만들었던 북송 시대 유학 사상사를 다루고 있는 중요한 연구서다.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평이한 책이 없어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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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보살, 김성철 옮김, 『중론』(경서원, 1993)
김성철,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불교시대사, 2004)

불교 사상은 사실 용수보살, 즉 나가르주나에 의해 이론적으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불교 사상사에서 나가르주나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매우 중요하다. 종교가 아니라 철학으로서 불교에 접하려고 하는 독자들이 나가르주나를 우회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성철의 번역서는 대장경大藏經 판본에 들어 있는 『중론』을 번역한 책이다. 『중론』에 전개되어 있는 나가르주나의 사상은 인류 최고의 논쟁가라는 평가에 걸맞게 이해하기 쉽지 않다. 『중론』을 읽다가 길을 잃은 독자들에게 김성철의 연구서는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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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본, 『돈황본 육조단경』(한국선문화연구원, 2003)
스즈키 다이세츠, 『선이란 무엇인가?』(이론과실천, 2006) │
『육조단경』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혜능이 육조가 될 때까지의 에피소드가 들어 있는 부분이고, 후반부는 육조의 자리에 오른 혜능이 대중들에게 가르침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기존 판본들에서는 혜능이 육조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의 과정이 지나치게 신비화되어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돈황에서 『육조단경』의 새로운 판본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돈황본에는 신성화되기 이전의 혜능의 면면을 알려주는 자료가 실려 있다. 정성본은 이 돈황본을 저본으로 해서 『육조단경』을 새롭게 번역한다. 혜능의 선불교 사상이 낯선 독자들은 스즈키 다이세츠의 개론서를 읽어둘 필요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선불교 일반이 공유하고 있는 사상적 특징이 분명해질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성찰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비록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것이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인문정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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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희 외, 『새로 쓰는 동학: 사상과 경전』(집문당, 2003)
김용휘, 『우리 학문으로서의 동학』(책세상, 2007)

1970년대 민주화운동을 담당했던 세대 가운데 그 누가 동학에 무관심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동학이 시대를 넘어서는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학 운동은 서학, 즉 기독교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종교를 고민했던 흔적이다. 현세의 삶을 부정하는 초월적 종교와 달리 동학은 현세의 삶을 긍정하는 내재적 종교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최동희 등의 책은 동학의 핵심 텍스트들을 번역하고 해석한 책이다. 유학, 불교, 노장 사상의 핵심을 두루 아울러 동학으로 체계화하려고 했던 최제우와 최시형의 각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소장 연구자 김용휘의 책은 동학이 21세기에도 유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야심만만한 시도이다.

우리의 동일성identity을 규정하는 제일의 원리가 습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미 습관이 된 것, 지금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 그리고 나중에 습관으로 획득하게 될 것, 이것이 바로 삶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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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라베쏭, 최화 옮김, 『습관에 대하여』(누멘, 2010) 황수영,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그린비, 2006)

현대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철학을 가능하게 했던 철학자들 중 한 명이 바로 베르그송이다. 그렇지만 라베송에 대한 숙고가 없었다면, 베르그송은 자신의 고유한 철학을 만들 수 있었을까? 라베송이 들뢰즈의 저서에 빈번히 등장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습관은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 사이를 매개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습관만큼 우리 삶의 구체성을 포착할 수 있는 개념도 드물 것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라베송의 주저를 번역한 최화에게 고마워할 일이다. 베르그송 연구서인 황수영의 책을 읽다 보면, 라베송의 주저를 읽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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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하이데거, 이기상 옮김, 『존재와 시간』(까치, 1998) 이기상 외, 『존재와 시간 용어 해설』(까치, 1998)
이수정, 『하이데거: 그의 물음들을 묻는다』(생각의나무, 2010) │
『존재와 시간』은 자신의 스승 후설을 실망하게 만든 하이데거의 주저다. 의식에 주어진 것만을 다루려는 스승과는 달리 하이데거는 의식에 주어지지 않는 것을 다루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기상의 번역서는 하이데거의 이 책을 독일 원전의 뉘앙스를 살리면서 충실히 번역한 노작이다. 하이데거 연구자들의 좌장 역할을 하는 이기상은 난해한 이 책의 용어 해설집을 함께 펴냈다. 소장 연구자인 이수정의 책은『존재와 시간』 이외에 하이데거 사유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의 철학적 물음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평이하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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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눌, 김탄허 엮음, 『보조법어』(교림, 2002)
길희성, 『지눌의 선사상』(소나무, 2006)

보조국사 지눌은 이론과 실천 사이의 관계를 깊이 숙고했다. 이론적으로 명료하지 않으면 실천도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눌의 근본적인 입장이었다. 당시 고려 불교계는 ‘불립문자不立文字’를 기치로 이론적 작업을 등한시했다. 『보조법어』는 이런 불교계의 폐단에 대한 지눌의 우려와 대안을 담은 저작이다. 강의만큼이나 유려한 탄허 스님의 번역 솜씨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겠다. 길희성의 연구서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힘들 수 있지만, 지눌의 사상에 대한 체계적인 해설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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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마투라나·프란시스코 바렐라, 최호영 옮김, 『앎의 나무』(갈무리, 2007)
움베르토 마투라나·베른하르트 푀르크젠, 서창현 옮김, 『있음에서 함으로: 베른하르트 푀르크젠과의 대담』(갈무리, 2006)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유전자 중심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생물학자가 마투라나와 그의 제자 바렐라Francisco Varela일 것이다. 서양 철학의 인식론이 주로 카메라나 컴퓨터와 같은 기계를 모델로 전개되고 있지만, 마투라나를 통해서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기초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앎의 나무』에서 전개된 생물학적 인식론, 즉 구성주의가 어떤 철학적 함축을 갖는지를 알아보고 싶다면, 마투라나와 푀르크젠 사이의 대담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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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영철 옮김, 『철학적 탐구』(책세상, 2006)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영철 옮김, 『문화와 가치』(책세상, 2006)
레이 몽크, 김병화 옮김, 『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웅진지식하우스, 2007)

『철학적 탐구』는 후기 비트겐슈타인을 대표하는 저작이다. 이 책은 언어와 관련된 통찰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는 난해하거나 지루할 수도 있다. 반면 『문화와 가치』는 언어뿐만 아니라 삶, 정서, 문화, 가치 등등에 대해 비트겐슈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비트겐슈타인의 다양한 저서들 중 저자 본인이 직접 쓴 자신의 사상에 대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레이 몽크는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사상을 드라마틱하게 추적한 것으로 유명한 연구자다. 그의 얇은 연구서 한 권으로 우리는 비트겐슈타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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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우재호 옮김, 『맹자』(을유문화사, 2007)
이혜경,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그린비, 2008)

맹자 당시에 공자의 사상은 유행에 뒤떨어진 낡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맹자는 이미 죽은 개 취급을 받고 있던 공자의 사상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하려고 했던 최고의 논객이다. 당연히 그는 동시대 군주와 사상가들과 논전을 불사했다.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유학 경전이 바로 『맹자』다. 우재호의 번역은 변론가 맹자의 속내를 정확하게 전해준다. 이혜경의 책은 진정한 보수주의의 길을 걸어가고자 했던 맹자의 사상을 우리 현실에 맞게 재해석한 연구서다. 맹자의 현재성을 음미해보려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책이다.

더 읽어볼 책들

에피쿠로스, 오유석 옮김, 『쾌락』(문학과지성사, 1998)
장 살렘, 양창렬 옮김, 『쾌락의 윤리로서의 유물론』(난장, 2009)

에피쿠로스 학파는 개인의 쾌락을 지고한 가치로 긍정했다. 기독교의 금욕주의가 강하게 지배했던 서양에서 에피쿠로스의 저술은 탄압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의 저술은 그다지 많이 전해지지 않는다. 오유석은 에피쿠로스가 남긴 저술을 모아서 번역했다. 얇지만 그의 저술 대부분이 번역된 책이다. 장 살렘의 연구서는 쾌락주의를 기초하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원자론을 다각도로 해명하고 있다. 특히 에피쿠로스의 뒤를 이어 에피쿠로스 학파의 사상을 문학적으로 집대성했던 루크레티우스와 관련된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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