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유는 ‘의사이고, 자신 앞에 환자가 있고 그래서 그들을 치료하는것 뿐입니다.‘ 이것이 리유가 무덤덤한 ‘투쟁‘을 이어나가는 이유입니다. 이와 같은 리유의 대답은 무엇인가 거창하고 숭고한 대답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궁색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리유에게 이것은 "이미 창조되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거부하며 투쟁함으로써 진리의 길을 걸어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페스트라는 재앙이 왔다고 해서 두려움에 떨면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어떻게든 거부하며 투쟁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투쟁"은 이미 창조된 세계를 거부하는 일입니다. "끝없는 패배"를 의미하는 페스트 앞에서 투쟁하는 인간, 리유는 패배에 아랑곳하지 않고 싸움의 격전지로 들어가 전투를 치릅니다. 그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고, 리유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타루 또한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건대의 일원이 되어 리유를 도와 환자를 돌보는 등 자신이 맡은 책무에 최선을 다합니다. 이렇게 카뮈는 《페스트》에서 ‘투쟁‘의 의미를 숙고합니다. 여기서 그가 보여주는 ‘투쟁‘은 그 결과를 예상하지 않는 담대한 싸움이며 포기하지 않는 싸움입니다. 차분하지만 힘이 있는 ‘투쟁‘입니다. 카뮈는 그것을 ‘성실성‘이라고 표현합니다.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139~140쪽)

카뮈는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페스트는 병균을 지닌 누군가의 입김으로부터 내가 전염될 수 있고 나는 그 병균을 누군가에게 간단한 입김을 불어 옮길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그러므로 페스트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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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남김없이 자신의 전부를 소진"하라고 카뮈는 주문합니다. 실패할 줄 알면서도, 남김없이 다 태워버리는 삶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도하고 쟁취해서 만들어 가지는 삶입니다.

"진실은 신비롭고 달아나기 쉬운 것이어서 늘 새로이 쟁취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자유는 위험하고 우리를 열광케 하는 것만큼이나 체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목표를 향해서 힘겹게, 그렇지만 꿋꿋하게 걸어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먼 길을 가다가 도중에 쓰러질지 모른다는 사실을 미리부터 단단히 새겨두고서 말입니다."
(알베르 카뮈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스웨덴 연설, 1957년 12월 10일)(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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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김없이 소진하라

카뮈는 ‘ 부조리의 인간‘만이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부조리의 인간‘은 거부는 해도 포기는 하지 않는 인간입니다. 그는 깨달은 자, 자각한 자, 반항하는 자입니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자입니다.(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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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죽음의 반대편, 즉 삶에서 진리를 찾고자 합니다. 그는일단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라는 것을 수용합니다. 부정하지않아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이 세계의 전면적 진실입니다. 인간은 그 누구도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무(無)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먼저 "인생의 진실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먼저 자각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놓치면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살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에 살만한 가치를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여기서 삶은 그 자체로서 중요해집니다. 그러기에 카뮈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인생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떠한 삶의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대한 진지한 답을 구해보자고 하는 것입니다.(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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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사고만큼 예술에 이바지하는 것은 없다. 마치 백색을 이해하자면 흑색이필요하듯이 이 별것 아닌 부정적 사고의 겸허한 방식도 위대한 작품의 이해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부질없이‘ 작업하고 창조하는 것, 진흙으로 조각품을 만드는 것, 자신의 창조에 미래가 없음을 아는 것, 자신이 만든 작품이 하루사이에 부서져버리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근본적으로는 수세기에 걸친 장구한미래를 위하여 건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아무 중요성도 없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 그것은 바로 부조리의 사고가 가능케 해주는 어려운 예지(智)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정하고 또 한편으로는 찬양하는 이 두 가지 사명을 동시에 실천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조리한 창조자에게 열려진 길이다. 그는 공허를 자신의 색채로 물들여야 한다."
- 알베르 카뮈(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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