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페이지 세계사 365 - 세상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되는 세상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심용환 지음 / 빅피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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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1페이지 세계사 365]

- 1페이지 세계사 365 사용설명서 -

철학사, 음악사, 미술사에 관한 책이나 혹은 어떤 특정 인물에 관한 책을 보다 보면은 나의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아쉬울 때가 있다. 세계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좀 풍부했더라면 어떤 특정한 책을 좀 더 재미있게 보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다. 서양의 중세를 들여다보는데 이 시기에 중국은 또 어떤 왕조체제였는지가 궁금할 때가 있다. 단일한 세계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방대해진 이것은 마치 하나의 커다란 망(Web)을 보는 것 같다.

이렇게 거대한 세계사를 정복한다는 말은 조금 허황 대고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라는 물음을 생각하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개 세계사에 관한 책은 두꺼운 사이즈를 자랑하지 않던가. 세계사만 쳐다보고 있을 시간도 없거니와 내 인내심이 그 두께를 이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1페이지 세계사 365]와 같이 기획된 책이 궁금했다. 이런 책 한 권 정도는 소지하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사'는 역사에 있어서 가장 상위개념이 아닐까 한다. 거기에는 '동양사', '서양사'는 물론이고, '예술사'도 포함될 수 있다. 주제를 세분화해 보면 인물도 세계사에 포함될 것이고, 문명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의 하위 부류들이 세계사로 묶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동양사나 서양사 등 어떤 한쪽 史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가지 하위 역사들을 고루 안배해 그에 해당하는 유용한 지식을 실어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1페이지씩, 365개의 교양 지식을 읽으며 인문학의 세계를 확장해보세요.

MON 동양사 동양의 기원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

TUE 인물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인상적 삶을 산 인물

WED 서양사 서양의 기원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

THU 예술사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남긴 예술적 성취

FRI 문명사 인류가 꽃피운 문명의 눈부신 서사

SAT 빅 히스토리 빅뱅부터 미래까지 거의 모든 것들의 역사

SUN 도시사, 기술사 인류 발전에 혁신적 영향을 준 도시, 기술 변화

p.4

목차를 보면 DAY1부터 DAY365까지 그 양이 정말 방대하다. 목차가 총 3페이지에 이른다. 평소에 궁금해했던 키워드가 보이는 것이 마치 읽기도 전에 지식을 소유? 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철학사에서 보았던 철학자의 이름들도 보이고, 나라나 이데올로기, 고대인의 화장술, 피아노, 신사복과 같은 기술이나 물건에 대한 깨알 역사도 접할 수 있다. 목차의 사진은 맨 앞부분만 실었다.

책을 넘겨보면서 이 책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선 이 책은 그 제목이 [1페이지 세계사 365]인 만큼 출퇴근길에 혹은 짬이 날 때 5분 정도 할애해 가볍게 읽으면서 세계사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해놓았다. 세계사를 따로 깊게 공부할 시간이 없는 사람은 이 구성대로 깔끔하게 가볍게 하루 한 장씩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1년의 독서가 쌓이면 세계사 어느 부분에 대해 어디서 무슨 말을 보거나 들었을 때 지식과 지식이 서로 연결되어 통하는 '이해'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하루 한 장 읽으면 그 무엇보다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혹은 깊게 공부해 보고자 하는 사람은 관심 있는 영역의 입문서로 특정 페이지를 발췌식으로 찾아가며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내가 '일본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본사에 관한 책을 바로 읽기보다는 이 책에 실려있는 'DAY134'를 비롯해 일본의 역사에 해당하는 부분을 먼저 찾아보면 대략적인 뼈대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책의 맨 뒤에 실린,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참고한 <참고 자료>목록은 관심 있는 분야를 좀 더 심화시키기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세계사를 각 잡고 공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당장 너튜브만 틀어도 세계사에 대한 내용은 즐비하고, 인터넷 검색만 해도 그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대에 중요한 건 '우리의 관심과 의지'에 관한 문제인 것 같다. 그 무엇이든 손쉽게 얻을 순 있어도 '어떤 식으로' 관심을 지속시켜 나갈 것인지, 계속 들여다봐야겠다는 결심을 세울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고, 그 비결을 찾는 것 또한 본인의 노력에서 비롯될 것이다. 뭐든 쉽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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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인천 트레킹 가이드 - 천천히 한 걸음씩 반나절이면 충분한 도심 속 걷기 여행
진우석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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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서울경기인천 트레킹 가이드]

- 서울, 경기, 인천 구석구석 걸으며 힐링합니다 -

"가이드"책을 한 번도 사본적이 없는데,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가이드 책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걷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꽤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책이어서 서평을 신청하게 됐다.

이 책은 참으로 두껍다. 서울, 경기, 인천이 그 트레킹의 범위라 내용이 방대하고, 책을 펼쳐보니 가장 좋았던 것은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점들을 상세히 알려주는 "준비편", 계절마다 가보기 좋은 곳을 소개하는 "계절편", 일몰, 일출, 산성, 역사 문화, 둘레길, 숲길, 섬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트레킹 장소를 소개하고 있는 "테마편"으로 나누어진 구성이었다. 입맛에 맞게, 기분에 따라 골라 장소를 선택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해당 사진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떠나기도 전에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간접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직 트레킹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 글을 쓰는 날짜를 기준으로 7월에 진입하였으므로 "여름"에 방문하면 좋을 곳 중 하나를 골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여름에 트레킹 하기 좋은 곳으로 실려있는 첫 번째 장소는 "서울안양 관악산계곡삼성천계곡"이다. 서울과 안양은 행정구역 상 다른 곳이지만, 산과 계곡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관악산과 삼성산, 관악산계곡과 삼성천계곡이라는 용어가 붙어서 실려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코스는

서울대학교 정문 옆에 있는 관악 유원지에서 출발해

관악산과 삼성산이 연결되는 무너미고개를 넘어

서울대 관악수목원 후문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후문을 통과하면 안양예술공원이 나온다.

책에 실린 "코스 지도"는 트레킹을 떠나기 전 어떤 루트를 거치게 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관악산은 전형적인 화산이다. 서울, 과천, 안양 등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불꽃처럼 펼쳐진 웅장한 산세를 볼 수 있다. 주릉, 팔봉 능선, 육봉 능선 등 관악산이 거느린 산줄기는 예외 없이 바위가 발달해 어느 등산로를 택하든 험한 암릉을 만난다. 하지만 예상외로 시원한 계곡이 흐르는 부드러운 길을 숨기고 있는데, 그곳이 무너미고개다. 험준한 관악산이 무너미고개를 품은 모습은 마치 무뚝뚝한 사내가 애틋한 순정을 가슴 고이 간직한 것처럼 느껴진다.

p.98

물소리가 크게 나는 곳에서 계곡으로 들어간다. 화강암 바위들이 흩어진 수려한 계곡이 나타난다. 너른 암반에 앉아 여유롭게 막걸리를 마시는 늙수그레한 아저씨에게 말을 붙어봤다. 안양에 사는데 가끔 이곳을 찾아 쉬었다가 간다고 한다. 계곡 풍광 빼어난 이곳이 아저씨의 아지트였다. 그의 아지트에서 등산화를 풀고 발을 담갔다.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p.100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 후문을 통과하면 울창한 단풍나무 터널이 반긴다. 가을철 단풍 풍광이 기대된다. 수목원은 길가의 나무에 이름을 붙여놨다. 버즘나무, 느릅나무, 처진올벚나무, 황벽나무, 갈참나무... 만나는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다 보면 수목원 정문을 만난다. 정문을 통과하면 안양예술공원이 나온다. 계곡 주변에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p.102

사실, 이번 주에 이 코스를 트레킹 하려고 계획하였으나 토요일인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해 다음으로 미루었다. 평일 출근을 위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주말에 어디를 가보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이제 이 책을 옆에 두었으니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다니며 걸으면서 머리도 비우고, 건강도 챙기고, 사계절을 진하게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방에 김밥과 오이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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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인천 트레킹 가이드 - 천천히 한 걸음씩 반나절이면 충분한 도심 속 걷기 여행
진우석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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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연쌤의 파란펜 - 세계적 문호들의 문장론 & 이낙연의 글쓰기
박상주 지음 / 예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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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연쌤의 파란펜]

- 글쓰기는 자유다, 다만 선택받는 글은 따로 있다 -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글쓰기에 대해 배울 때 왜 그렇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나 싶다. 국어시간에 왜 그렇게 따분해하고 졸거나 영수와 밀회를 했는지 싶다. 이제 글쓰기에 약간 재미가 들었다고 생각이 들 무렵 과거 그 시간들이 후회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에 일기라도 많이 써볼 걸 그랬다.

나름의 꾸준한 독서를 시작하면서 새로이 감지되는 현상이 하나 있다면 바로 특정 장르의 책에 대해서 설레거나 흥분되거나 기대되거나 하는 등의 책에 대한 감정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자크 데리다가 저자는 곧 '문지기'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책의 맨 앞표지는 커다란 성문 혹은 대문이 될 것이고, 나는 문 앞에 서서 잠시 그 안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어떤 설렘의 감정에 휩싸이는 것 같다.

'낙연'이라는 글씨가 크게 되어 있어서 이낙연의 글쓰기 세계만 생각했었다. 서문 읽기가 반을 넘어가면서 글에 아리스토텔레스, 볼테르, 유협, 박지원과 이오덕 등 이른바 글쓰기에 있어 대문호의 이름들이 거론되자, 약간의 회의감이 들었다. 이낙연은 이낙연이고, 그들은 그들인데, '이낙연의 글쓰기를 그들과 엮는다?' '이낙연=대문호?'라고 하는 본문을 읽기도 전에 생겨버린 편견과도 같은 문장과 공식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비교적 지근거리에서 '이낙연'이라는 사람을 경험한 저자와 '이낙연'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독자로서의 나 사이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감정의 간극이 존재함을 알았다. 책의 서문을 읽고 나서 그랬다. 이 간극은 이 책, 특히 각 챕터 마지막 부분마다 실려있는 '이낙연 연설 수정본'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나는 어떤 특정 인물을 찬양하거나 신격화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 사람에 대한 한치 건너 소문이나 매스미디어 영상으로 인해 그 사람에게 매몰되는 것을 항상 주의하려고 한다. 정치인의 경우 더욱 이에 해당한다. 나의 이런 성향과 앞서 서문을 읽고 난 뒤 들었던 약간의 회의감이 '이낙연의 연설 수정본'을 더 꼼꼼히 살펴보도록 했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구조로 되어있는데 각각의 하위 목차까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부 글의 마음

1. 글은 왜 쓰는가

2. 마음에 글씨를 심어라

3. 아이의 마음으로 써라

4. '마음의 탁본'을 떠라

2부 글의 뼈대

1. 기승전결이 답이다

2.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3. 칙칙폭폭 열차처럼

4. 모듈러 공법으로 쓰기

3부 글의 꾸밈

1. 백색의 글쓰기

2. 화장하지 않은 글이 더 예쁘다

3. 서사를 담아라

4. 유머를 활용하라

4부 글과 삶

1. 삶이 곧 글이다

2. 틀을 깨되 틀을 지켜라

3. 모든 초고는 허접쓰레기이다

4.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5. SNS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

목차의 제목만으로도 각각의 챕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이게 매력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원구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각각의 챕터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과 그 근거로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호와 그들의 글쓰기를 필요에 따라 언급, 소개하고 마지막 부분에는 앞에서 설명한 부분의 '실제'에 해당하는 '이낙연 연설팀의 초안'과 '이낙연이 연설을 직접 수정한 수정본'을 실어놓았다. 하나의 챕터는 각 소제목에 따르는 '이론'과 '실제'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이론'에 해당하는 앞부분에서는 글쓰기에 대한 좋은 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씨앗은 생명을 품고, 글씨는 생각을 품는다(p.27)"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글씨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바로 해동해 꺼내 먹는 인스턴트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 구절은 나에게 묵직하게 다가왔다.

'마음의 그림'과 '마음의 소리'를 문장으로 담아내는 방법을 얘기하는 데 있어 저자가 언급한 '마음의 탁본'에 대한 글귀도 인상적이었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어찌 그릴 것인가. 마음의 그림과 마음의 소리를 문장으로 담아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건 비문을 탁본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비문을 탁본할 때는 우선 비석의 표면을 깨끗하게 닦는다. 표면에 골고루 먹을 칠한다. 그 위에 하얀 종이를 덮어 구석구석 문지른다. 가만가만 떼어낸다.

마음의 탁본도 비슷하다. 우선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글제를 마음에 담는다. 고요히 사색을 한다. 우후죽순처럼 여러 생각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돋아나는 생각들을 하나씩 종이에 옮겨 적는다. 작은 자투리라도 버리지 말고 일단 옮겨 담아라.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듯 이젠 옮겨 놓은 여러 생각의 조각들을 엮기만 하면 된다.

p.63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소개된 여러 대문호의 말과 글이라기보다는 '이낙연의 글과 글쓰기'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책의 기획의 시작은 '이낙연식 글과 글쓰기'가 먼저였고, 이런 이낙연의 문장론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대문호의 말과 글에서 찾은 것이다. 이낙연의 글들은 위에 제시된 목차, 그러니까 글이 글 다워지기 위한 그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실제 '이낙연의 글'에 대해서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낙연의 수정본을 보여주는 부분에는 대개 그에 앞서 연설팀의 초안이 위치한다. 같은 소재를 두고 전개한 글의 특징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낙연의 수정본 두 가지를 꼽으라면 '스웨덴 의료지원단 참전 기념사''2019 고졸 인재 일자리 콘서트 개막식 축사'를 들 수 있겠다. 이들 글은 기본적으로 위에서 말한 글이 글 다운 특징을 다 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각각 '서사'를 부각시키고, '진실함'을 담은 글의 모습을 느낄 수가 있다.

'스웨덴 의료지원단 참전 기념사'는 그 멀리서 6.25전쟁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던 스웨덴의 의료지원단 참전 69주년을 기념하고자 작성된 글이었다. 연설팀의 초안에 실린 '대한 제국 시절 황실에 놓인 최초의 전화기 - 스웨덴 에릭슨 제품'에 대한 언급은 처음부터 좀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낙연의 글을 살펴보고자 했던 내 눈에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스웨덴에 대한 감사와 스웨덴을 높이고자 한 그 저의는 알겠으나 연설의 시대적 배경이 6.25인 만큼 그로부터 시대적 거리가 있는 대한 제국 시절 얘기를 꺼낸다는 것이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화기가 스웨덴 제품이라서 전화기 하나 때문에 대한 제국을 소환하고 전체 글의 주제가 흐려진다? 연설팀이 이낙연에게 지적받은 재미있는 일화 중 하나였다.

연설팀은 연설문의 내용을 역사적 사실들로 나열해놓았다. 대한제국 소환과 별개로 이낙연은 초안에 좀 지루한 감을 느꼈는지 기념식에 혹시 그 당시 참전하셨던 스웨덴 의료지원단 당사자가 계실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린다. 생존해계시는 분들이 얼마 되지도 않고 다들 연로하셔서 참석하지 못하신다는 답을 받았다. 내가 보기에도 듣는 당사자가 그 자리에 있으면 글이 좀 더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의료지원단 참전 당사자가 아무도 자리하지 않는 기념사, 주인공이 없는 자리에서 이낙연은 기념사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이낙연은 그 글에서 연설팀의 편년체를 걷아내고, 거기에 하나의 '서사'를 담아냈다. 표기된 연도를 따라 나열해놓은 한국과 관련된 스웨덴의 역사적 사실들로 채워진 연설팀의 초안을 보고 이어 이낙연의 수정본을 봤는데...

아쉽게도, 한국전쟁 당시에 활동하신 스웨덴 의료지원단의 영웅들은 아무도 여기에 오지 못하셨습니다. 지원단 1,120명 가운데 50여 명만 생존해 계시지만, 그분들도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으십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분들 가운데 폴란드 프리드 씨는 지금도 집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대한민국의 평화와 발전을 기원하신다고 합니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셔스틴 요나손 씨는 모든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면서 그 일부를 한국과의 협력에 쓰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의료지원요원들의 한국을 향한 사랑과 헌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쟁 기간 동안 스웨덴 의료지원단은 위대한 일을 하셨습니다. 충수염을 앓던 세 살 아기는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폐결핵으로 사경을 헤매던 열여섯 살 소녀는 살아났습니다. 다리 골수염을 치료받은 소년은 배구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병원에서 심부름하던 소년은 외과의사가 됐습니다.

p.199

199페이지에서 200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소름과 전율이 느껴졌다.

그분들이 여기에 오셨습니다. 스웨덴의 은인들은 오지 못하셨지만, 도움을 받고 성장한 한국민들은 여기에 모였습니다. 그런 한국민 여러분은 스웨덴 의료진의 인간애를 증명하십니다. 여러분은 한국과 스웨덴을 사랑으로 잇는 교량이십니다.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p.200

'2019 고졸 인재 일자리 콘서트 개막식 축사'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려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바야흐로 세상은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과 고령화 등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에 고졸 인재들은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정부는 폭넓게 지원하고, 기업은 일자리를 늘려 달라'는 요지를 담은 글이다.

연설팀의 초안은 이랬다.

청년 여러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직업세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도전과 혁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남보다 먼저 취업을 결정하신 여러분은 그러한 변화에 한발 앞서 동승하고 계신 겁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를 보면 통신 분야와 전문 기술, 서비스, 전자 장비 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납니다. 이처럼 미래산업으로 꼽히는 대부분의 직업이 여러분이 배운 교육과정과 연관이 깊습니다.

p.226-227

내가 만약 고졸로서 그 자리에 참석해 이런 얘기를 듣고 있었다면 나는 '언제 끝나지?'하는 마음으로 5분마다 시계를 들여다보거나 몰래 회장을 빠져나가거나 했을 것이다. 갑자기 그 옛날 학교 조회시간이 떠올랐다.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이어질 때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집안의 장남으로서 형제가 많기도 하고 당시 어려웠던 형편에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동생도 있었기에 이낙연은 청년들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알았던 것 같다. 아니,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질 줄 알았던 것 같다. 만약 기념행사에 자리한 그 청년들이 내 동생이라면? 그렇게 장황하고 담론 섞인 거대한 말들을 해줄 것이며, 했다손치더라도 그러한 말들이 그들의 귀와 마음에 들어갈 것인가? 이낙연은 이런 마음으로 기념사를 수정했던 것 같다.

청년 여러분께서 어느 경우에도 포기하지 마시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그러시면 여러분께 반드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정책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씀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배가 제일 안정적일 때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입니다. 그러나 배는 정박하려고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배는 항해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입니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 편할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인생은 아닙니다. 배가 바다로 나가야 하는 것처럼 청춘도 길로 나서야 합니다.

p.228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말과 글에 대한 철학을 소개받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지만, 연설의 초안과 수정본을 차근차근 비교해보면서 이낙연식 글쓰기에 나타난 그 특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한 사람의 마음과 그가 지닌 철학, 삶에 대한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에 따라 글에서 글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글은 단순히 문자의 조합과 모음을 넘어서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임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책에서 발췌한 각각의 예시는 특히나 이낙연식의 서사적 글쓰기와 진솔하고 참된 마음으로 하는 글쓰기라는, 어떤 글쓰기의 일부로서의 그 특징들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결국 그런 방법들을 통해 이낙연 그가 자신의 글에 녹여내려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이낙연'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글을 통해서 읽어낼 수 있다. '항상 겸손하고,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말과 글을 하는 사람, 이낙연'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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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연쌤의 파란펜 - 세계적 문호들의 문장론 & 이낙연의 글쓰기
박상주 지음 / 예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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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는 자유다, 다만 선택받는 글은 따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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