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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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 이 책 덕분에 니체를 좀 더 잘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

니체와 나의 처음이자 유일한 만남은 [도덕의 계보학]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은 책이었다. 그때 니체에 대한 나의 인상은 거칠게 말하면 '기독교에 욕을 퍼붓는 망치 든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런 인상을 몇 년 동안 가지고 살다가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에서 본 니체는 내가 생각했던 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책에서 봤던 다소 소심하고 수줍었던 그의 모습이 머리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을 읽으면서 철학사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니체 본연의 모습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나에게 '차라투스트라'는 곧 '니체'로 읽혔다.

부끄럽게도 원전이든, 번역이든 니체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지 않고, 이것의 해설서로 나온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로 먼저 향하게 되었다. 니체 읽기를 시도했던 [도덕의 계보학]에서 나는 이미 쓴맛을 보았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그의 책에서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얻어내기 어려워하는 심리적 부담감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선생님이 필요했다.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은 셈으로 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설서가 굉장히 친절했다. 이 책에는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작품 해설이 담겨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자체가 4부로 구성된 책이기에 이 해설서도 작품 해설에서 4부의 구성 형식을 지닌다.

제1부에서는 차라투스트라가 산속에서 10년 동안의 명상을 마치고 깨달은 바를 산 밑의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러 가는 이야기를 닮고 있다. 그가 깨달은 것은 바로 '신은 죽었다'는 것.

'신이 죽었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신 자체도 관념적인 것이지만, 여기서 죽음은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다. 니체가 죽었다고 규정한 신도 물론 그리스도교의 신(종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넓게는 니체 자신에게 가상으로 이해되는 저편의 세계, 플라톤 이래로 이어져왔던 전통적인 형이상학, 초월적 이념, 도덕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라는 인물을 통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왔던 전통 전체를 전복시키고자 했던 것 같다.

특히 그리스도교가 니체에게서 비판받은 이유는 그것이 허무주의를 양산해내기 때문인듯하다. 우리가 사는 여기 '이 세계'는 사멸할, 일시적인 삶이요, 죽어서야 이르게 되는,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저기 위 하늘세계'에서의 삶이 참된 것이라고 설파하는 그리스도교는 결국 인간이 지금 땅에 발 닿아있는 '현재의 삶'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의 현재 삶을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가) 생명을 설교해온 것인데, 그런 설교를 조롱이라도 하듯 대놓고 죽음을 설교해온 자들이 있다. 모든 것이 고통스럽고 헛되어 무의미하다는 비관에서 죽음을 동경해온 염세주의자와 허무주의자가 그런 자들이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망상에서 비롯되었지만 죽음을 새로운 삶의 관문으로 가르쳐온 배후 세계론자들도 죽음의 설교자라는 점에서 하나다.

p.137

신의 죽음은 곧 인간을 꽁꽁 묶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고 그 위에서 군림했던 초월적 세계의 죽음을 의미할진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표현으로서 '니체가 망치로 그것(형이상학적 관념)을 때려 부셨다'하든, '차라투스트라가 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하든, 이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부정하고 다 부숴버린 이 상황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개념이다.

인간이 달라져야 한다. 초월적 망상과 도덕적 이상으로 얼룩진 과거를 딛고 일어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야 한다. 그릇된 과거에 '아니다'를, 쇄신할 미래를 향해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되어야 한다. 이는 자연 속에서 정직하고 순진무구한 삶을 사는가 하면 자신의 삶을 통해 힘에의 의지를 구현하는 사람, 영원한 회귀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거듭나기를 반복하는 인간이 바로 위버멘쉬, 위를 향해 자신을 극복해가는 인간이다.

p.36

제3부에서는 세계를 '알파'와 '오메가'라고 하는 직선적 시간의 흐름으로 본 그리스도교 세계관과 달리, 그것을 '영원회귀'로 보는 니체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니체가 세계를 '영원회귀'하는 것으로 인식했던 것은 "우주 공간은 유한하고 시간은 무한하며, 그런 공간에서 운동은 영원한 순환운동일 수밖에 없다"(p.304)고 보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온다. 존재의 바퀴는 영원히 돌고 돈다. 모든 것은 죽고, 모든 것은 다시 소생한다. 존재의 해는 영원히 흐른다. (...) 영원이라는 오솔길은 굽어있다(p.384, 재인용)

영원히 회귀하는 세계에서는 삶도 영원히 반복된다. 사멸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죽은 뒤에도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 볼 일이다. 영원히 반복해서 존재한다면 처음에는 환영하겠지만, 같은 삶을 끝없이 반복하다 보면 극단의 권태에 빠지게 되고 끝내 깊은 허무감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단순한 반복이 있을 뿐, 새로운 것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p.304

삶에서의 생(生)과 위버멘쉬, 자신의 삶을 저 스스로 세우려는 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설파해온 그였지만, '영원회귀'는 차라투스트라 스스로도 아직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목이 조여오는 것 같은, 끙끙 앓고 있던 그 무엇이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무한히 반복되는 삶을 어떻게 이겨낼까.

그에게 고무된 짐승들이 그에게 권했다. 말은 이제 그만하고 다시 한번 꿀벌과 비둘기들이 노닐고 새들이 노래하는, 장미꽃 만발한 바깥세상으로 나가 새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노래는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징후다. 그러니 새로운 노래로 자신의 영혼을 치유하라는 권고이자, 영원회귀를 가르치는 첫 번째 스승으로서 주어진 막중한 운명을 이겨내고 그 자신의 몰락을 끝내라는 권고였다. 앞으로는 영원회귀가 차라투스트라가 부를 새로운 노래가 될 것이다.

p.385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일종의 '철학적 소설' 내지는 '철학적 산문'으로 생각해도 될까. 어쨌든 이 해설서만 놓고 보자면 그리 어렵지 않은, 니체의 철학이 담긴 하나의 재미난 이야기였다. 막연히 어렵게만 생각했던 두려움을 털어낼 수 있었던 시간였다.

니체의 생애를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상황에서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를 읽는 동안 니체의 그 강인한 철학 사상과 더불어 실제 그의 성격, 그가 병마와 싸워야 했던 고통스러웠을 시간의 모습들이 오버랩되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2,3부의 저조했던 판매 부수, 출판을 맡아줄 곳이 없어 자비로 4부 40부를 인쇄해 친구들에게 나눠줬다는 니체, 살아생전 실제로 자신의 철학을 인정받지도 못했고, 그러한 업적에 빛나는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책을 보며 몇 시간씩 울기도 했다는 니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상에서도 끊임없이 집필을 놓지 않았다는 니체의 삶에서 나는 차라투스트라가 전하고자 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삶을 긍정하자'라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무한히 흐르는 영원회귀 속, 생성이 만들어내는 우연과 차이에 시선을 두고 귀 기울일 줄 아는 삶. 동굴 안 영원회귀가 주는 그 중압감 속 저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동굴 바깥으로 나가 꿀벌, 비둘기, 장미꽃과 노닐며 자신의 영혼을 치유한 차라투스트라처럼,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모습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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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다이어리북 366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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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사마천 다이어리북 366]

- 명구에 그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 날마다 허투루 살수 없다 -

굳이 사마천이 아닌 그 기능 때문이라도 내년을 준비하는 이 다이어리를 받아든 순간 기분이 좋았다. 진짜 가죽인지 인조인지는 몰라도 가죽 특유의 냄새와 함께 고급스러운 그립감이 이 다이어리를 좀 특별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내년에 사용할 다이어리를 미리 준비해놓았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었다. 다이어리를 넘겨보면서 무엇을 어떤 식으로 기록할지를 한참을 고민했다.

처음 만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말을 걸어보는 것처럼 다이어리긴 다이어리인데 좀 특별해 보이는 이것이 과연 어떤 다이어리인지 이리저리 넘겨보았다. 처음에 볼 때는 쓰는 부분이 많다 해서 기능적 측면인 공간만 봤는데, 두 번째 다시 보고 세 번째 다시 보면서 보면 볼수록 나는 그 사이 사마천 그리고 그의 저서[사기]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사마천과 [사기]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읽어본 적도 없을뿐더러 학교 다닐 때 고작 교과서에서 잠깐 본 정도가 다일듯싶다. '역사서'라는 정도가 내가 [사기]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 전부일 것 같다.

1년치를 책처럼 사용하는 다이어리는 시중에 많다. 또한 소설이나 고전에서 따온 좋은 명구를 페이지마다 실어놓은 다이어리도 있다. 그래서 사실 새로울 것이란 게 없는 다이어리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의 특별함은 아무래도 사마천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마천 다이어리북 366]의 맨 처음 페이지에서 이 다이어리를 출판하게 된 배경에서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나는 이 글에서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음력(태초력)을 사마천이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다이어리의 편저자 김영수 선생님은 사마천의 이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사마천 사기 달력인 이 다이어리북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태초력을 만든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태초력을 만든 사마천,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이 책에 실린 그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사마천은 평생을 역사기록에 헌신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못다 이룬 역사서 편찬 일을 이어받아 끝내는 완성하고 저세상에 간 사람이었다. 그가 '완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룬 업적이 더욱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겪은 고난과 고통에 있다.

한나라 무제 때 역사서를 편찬하는 일에 종사하며 태사령으로 활동하던 사마천은 47세때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게 된다. 이른바 '이릉변호사건' 혹은 '이릉의 화'사건이다. 내용인즉 이러했다. 이릉이라는 장수가 공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흉노와의 전쟁에서 지고 말았다. 한간에는 이릉이 흉노에게 항복해 포로로 잡혀가 그곳에서 흉노 병력을 훈련시키며 잘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릉의 패배를 두고 여러 조정 대신들이 이릉에 대해 비방과 비방을 더해 한 무제 앞에서 씹기 시작했다. 한무제가 이릉에 대해 사마천의 의견을 묻자, 사마천은 개인적 친분도 없었던 이릉이었는데도 그의 과거 공을 언급하며 이릉을 변호했다(사마천의 이러한 태도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사사로움에 치우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중립적이고 객관적 시선을 견지하려 했던 그의 정신과 자세가 아닐까 한다). 또한 흉노족에게 패배한 것은 작전상의 실수였을 거라는 식의 의견도 덧붙였는데, 이 의견이 한무제의 처남을 '저격'한 것으로 오해를 사게 되었다. (작전은 한무제의 처남인 이광리가 짠 것?)

한무제는 자신이 사랑하는 와이프의 오빠인 처남을 건드린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화가 나 사마천에게 사형을 내렸다. 그 당시 사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였다고 하는데, 하나는 돈 50만전을 내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궁형이었다.(나는 여태 '궁형'을 궁둥이를 치는 태형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수중에 돈도 없고 도와줄 이 아무도 없었던 사마천은 스스로 궁형을 선택해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다. 추측건대, 아니 감히 추측할 수도 없을 그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고, 비참하면서까지 살아남고자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그가 '살면서 끝내 이루고자 했던 것'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역사서 편찬, [사기]의 완성. 오늘날 우리가 손에 쥔 이 책은 사마천의 피를 토하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나는 다이어리북속의 이 이야기를 읽고 난 후 애초에 이 책에 대해 가졌던 자세와 태도, 기분이 달라졌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의 물질로서 고급진 다이어리가 생겨서 좋아하는 마음이 가득했었다면, 사마천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 후에는 마음이 숙연해졌다. 날짜마다 실려있는 명언과 명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 무엇을 기록하고 어떻게 사용할지는 개인의 자유지만, 적어도 장난식의 낙서와 같은 끄적거림보다는 사마천의 인생이 보여주는 그의 정신처럼 목표의식을 갖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그런 기록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몰랐던 사마천, 이제 [사기]가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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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고전 60권 - ‘책알못’들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 수업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민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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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고전 60권]

- 지식과 삶의 지혜를 동시에 -

'압축 고전 60권'이라 해서 고전소설 60여 가지의 줄거리를 요약정리해놓은 책인 줄 알았다. 이 책을 잘 만났다 싶은 건 고전소설이 아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속독이 불가능한, 저자의 말대로 '독파 불가능한' 사상서 60권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전의 부류에 있는 사상서에 목말라하는 독자 중 한 명인 나에게 부담 없는 분량으로 묶인 [압축 고전 60권]은 언제, 어디서나 고전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우선, 손에 잡히는 이 한 권에 60권을 담았다고 하는 사실이 놀랍다. 60권의 사상서들은 저자의 의도에 따라 편의적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고전을 굳이 쓰인 시대순으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언제 고전을 찾는가. 전공적 지식이 필요해 특정 고전을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인이라면 지금 내가 처한 삶과 관련하여 고전을 찾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일반 독자들을 배려해 고전 60권을 삶과 관련된 친숙한 카테고리로 이름 지어 묶어놓았다.

고대/예지 편, 사고/이성 편, 인생/고뇌 편, 정치/사회 편, 경제/생활 편, 심리/언어 편, 사상/현대 편, 일본 편(저자가 일본인이기에 따로 마련된 부분인 것 같다)

이 60가지 고전의 바다 중 어디로 먼저 향하고 싶은가. 한 부분을 선정해 이 책의 구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고전의 첫 페이지마다 ☆☆☆☆☆로 책의 난이도를 표시해놓은 센스가 눈에 띈다. 이것은 고전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정도의 표시가 아닌, 읽는 독자로 하여금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한 일종의 고전에 대한 정보라 할 수 있다. 책의 난이도 표기와 더불어 '이 책의 배경'과 고전의 저자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해놓았다.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이라는 고전을 가지고 저자가 이 책에서 어떻게 귀결시키는지 한번 살펴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서 연구하는 것은 모든 것의 '존재', 즉 존재의 보편적 개념이다. 그는 존재의 형식을 10가지로 분류한다.(이것을 '존재의 범주'라 한다.)

이 사람은 소크라테스다(실체), 토끼는 하얗다(질), 무게는 200g이다(양), 나의 부모(관계), 선반에 놓여있다(장소), 어제 보았다.(시간), 서 있다(상태), 책을 갖고 있다(소유), 달리다(능동), 파괴당하다(수동)

가령, '소크라테스'는 개별사물이자 실체에 해당한다. 실체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존재 형식이다. 누가 소크라테스를 쪼갤 수 있는가?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실체지만, 이러한 실체는 다양한 성질을 지닐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서있다, 소크라테스가 앉아있다'등.

'서 있다', '앉아있다'와 같이 여러 가지 범주를 나타내는 술어를 통해 실체의 다양한 성질을 나타낼 수 있다. 앉아있든, 서있든, 누워있든 '소크라테스'는 그 자체 변함이 없다 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두고 '실체는 동일성을 유지한다'라고 본다.

"세계는 질료가 형상을 실현하고 가능성이 현실성으로 옮겨가는 일련의 원운동을 따라 생장한다"(p.27)

실체 = 존재하는 개별 사물은 '형상'과 '질료'로 구성되어 있다. 형상은 '목적'을 결정하는 요인이고, 질료는 형상에 따라 한정되거나 형상을 취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동전'과 '조각상'은 '동'이라는 같은 질료(재료)로 만들어졌지만, 그것들의 형상(형태)은 서로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형상은 또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다.

이처럼 형상과 질료로 이루어져 있는 모든 개별 사물에는 그 안에 '목적'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형상 자체는 목적을 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우리가 하는 행위에도 모두 목적이 있다. 산책은 건강을 위해, 건강은 일하기 위해, 일은 월급을 받기 위해, 월급은 가족을 돌보기 위해........" (p.28) 이러한 '목적'에 대한 물음은 무한히 수행될 수 없다(무한 소급은 결국 회의주의에 이르기 마련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목적의 끝에 궁극적 목적이 되는 존재, 즉 '부동의 (원)동자(Unmoved Mover)'를 설정해놓았다. 이것이 세계를 움직인다고 보았던 것이다.

개별 사물로서 다른 만물들이 형상과 질료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이 '부동의 (원)동자'는 질료 없는 오직 순수한 형상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다른 만물을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하지만, 그 자신은 변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 존재라 하여 '부동의 (원)동자'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으로부터 지금의 삶의 지점과 만나는 어떤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저자 토마스 아키나리는 '고전이 나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부분을 통해 앞서 소개한 고전을 우리의 삶에 접목시킨다.

"현실을 구성하는 요소를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일이 하나로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매사에 '상황이 어떠한가?'가 아니라 '그 목적은 뭘까?'하고 질문을 던지면 실마리가 보인다."

p.29

저자 토마스 아키나리가 우리에게 고전을 이끄는 방식은 이러했다. [압축 고전 60권]은 어떤 특정 고전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쉽고, 임팩트 있게 전한다. 설명에 관련된 재미난 그림도 뒤따른다. 그리고 소개된 고전 중에 기억해 둘 만한 개념을 가지고 그것을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해서 생각해 보면 좋을지를 권한다. 고전이 '읽는 현재'와 연결되는 지점을 체험하게 한다. 이 작은 한 권의 책에서 여러 사상가들의 무한한 세계를 경험하고, 나의 '현재'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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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표현 사전 - 모든 영어 숙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앤드루 톰슨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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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표현사전]

- 숙어, 이제 외우지 마세요, 그냥 읽기만 하세요 -

옛날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옛날이야기는 재미있어 귀에 쏙쏙 박혀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기억에 남고, 이건 전혀 다른 얘기지만 어떤 긴 숙어들은 정말이지 머리에 밀어 넣어도 들어가질 않는다. 머릿속에 좀처럼 넣기 힘든 숙어를 이야기로 재밌게 버무려 낸 것이 바로 이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이다.

단어를 문맥을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그 쓰임을 한결 더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숙어도 그것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통해 접하면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우리의 뇌는 단어와 같은 단편적 정보보다는 인과관계가 있고 맥락이 있는 스토리에 강하기 때문이다.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은 영어권 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400가지의 표현을 담아 그 표현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 즉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우선, 책 한 권 전체를 후다닥 넘겨보니 예전에 학교에서 배운 숙어들도 눈에 보였다. 그러나 그 표현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지는 배운 바 없다. 그저 겸손하게 열심히 죽어라 쓰면서 외웠을 뿐... (우리 다시는 그러지 말자)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에서 400가지의 표현은 다시 14개의 범주로 나누어 소개된다. 그중엔 바다 세계, 동물, 자연과 같은 그야말로 자연환경과 관계된 것도 있고, 표현이 탄생하게 된 그 당시의 문화와 사회를 반영하는 노동, 교역, 돈, 정치, 음식에 관한 표현들, 인물, 성서 시대, 군대 등 다양한 범주 속에서 유래된 표현들을 만나볼 수 있다.

In the bag

해석하는데 딱히 어려울 것 없어 보이는 이 길지 않은 숙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방 안에' 말고도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성공이나 당선 등이) 확실한'이다. 매번 이것을 '가방 안에'라고만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 표현이 유래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표현에 관해 여러 기원설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설은 영국 의회와 관련해서이다. 영국 하원 의원의 연설 좌석 뒤에는 벨벳으로 만든 가방이 걸려있었다고 한다. 하원 의원 앞으로 상정된 진정서 중에 성공적으로 처리된 것은 그 벨벳 가방 안에 넣었다고 하니, In the bag은 후에 '성공이 확실시되는 상황'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은 In the bag에 관련된 유래를 풀어놓고, 페이지 하단에서 그 표현이 쓰인 예문을 제시해 준다. 즉, 이 표현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With only ten minutes to go,

the lead was twenty-five points so the game was in the bag.

경기가 끝날 시간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두팀이 25점을 앞서고 있어 승리가 확실했다.

우리는 그동안 단어와 표현, 그것이 지닌 의미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암기만 줄곧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영어를 말하는 데 기원까지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어일수록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 되었다. 각 표현마다 부담되지 않는 양의 재미난 이야기, 그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되는 영어권 나라의 시대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 굳이 외우려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새 저절로 암기되어 있는 표현, [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은 이 세 가지를 읽는 사람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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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 2 - 근대와 현대 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 2
김상훈 지음 / 성림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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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 2 - 근대와 현대]

- 어른과 청소년 모두를 위한, 쉽고 친절한 세계사 -

2권에서는 제국주의 침략과 국민국가 건설운동, 세계대전과 사회변동, 현대 세계의 전개와 과제라는 큰 틀에서 학습이 이루어진다.

Q. 미국이 독립했을 때 당시 영토의 모습은 오늘날 미국의 영토와 같은 모양이었을까?

나는 고등학교 때 이과였기 때문에 어찌 보면 내 인생의 모든 세계사는 중학교 때 다 배운 것 같다. 한 가지 기억에 분명한 것은 미국에 대해서 배울 때, 영국에서 박해를 받은 청교도들이 건너가 세운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 거기까지였고 그리고 그 이후로는 미국에 대해서 상세히 배운 일이 없었다. 성인이 되어 미국사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따로 책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에는 미국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 기회가 드물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미국의 영토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그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의 영토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그날부터 오늘날의 영토와 같은 모습이었을 거라는 나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때 미국은 동부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13개 주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갈색 부분이 독립 당시의 초창기 미국 영토의 모습이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표기 옆에 연도도 나와있다. 그 후에 미국은 프랑스, 에스파냐, 멕시코, 러시아로부터 여러 지역을 사들이는 동시에 오리건과 텍사스 지역을 병합하기에 이른다.(*병합과 매입 순서는 아래 사진에서 연도 참고)

요즘 중학교 교과서에는 어떻게 실려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리적 성격의 이 내용을 책에서 그저 줄글로만 읽었다면 사실 무척 재미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빨리 읽고 넘겼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관심이 있었어도 다른 미국 역사 지도책을 찾아보는 수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말 쉽게 읽으면서 관련 그림으로 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사 밖을 벗어날 수 있는 인간 누가 있으랴. 세계사는 곧 우리 인류 모두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과거에서 지혜를 찾는 것은 고전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가령,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서 기록된 노예제도 폐지에 대한 역사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또 과거의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학업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세계사를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다.

이 두 권의 책 제목은 '중학 세계사'라 이름 붙여졌지만, 이것은 이 책의 독자를 중학생으로 엄격하게 한정 짓기 위한 것이 아니다. 중학생은 자신들에게 급한 학업을 수월하게 이끌어나가는데 안성맞춤이다. 또한 내가 성인의 입장에서 읽어본바, 이처럼 쉽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내용에 충실한 세계사 책을 여태껏 만나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유익했다. 다시 중학생으로 돌아간 듯, 저자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저자만의 유려한 스토리텔링, 알찬 시각자료에 이끌려 세계사를 하나의 소설처럼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굉장한 수고가 깃든 작품이다. 각권의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저자는 시중에 나와있는 9종의 교과서 모두를 분석하고 정리하였다고 한다. 특히 이 9종의 교과서가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이중 적어도 5종 이상의 교과서에 실린 내용도 이 [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 1,2]에 담겨있으니 세계사 교과서의 보완 교재로 삼을만하다. 또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사에 등장하는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주는데 이를 각주 처리하지 않고, 진행하는 스토리텔링에 담아서 전달한다는 것이다.

세계사에 아이, 어른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쉽고, 친절하고, 재미있는 세계사가 최고의 세계사가 아닐까 한다. 아이, 성인할 것 없이 '나'에게서 세계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확장시키는 데는 쉬운 세계사 만한 것이 없다. 집안에 한 권쯤 두고 여러 세대가 볼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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