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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 어른의 생존 공부법 - AI 시대·100세 시대 새로운 삶의 방식
노구치 유키오 지음, 홍성민 옮김 / 공명 / 2021년 4월
평점 :
#자기계발 #독학어른의생존공부법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독학, 어른의 생존 공부법]
- 독학, 무엇인가를 스스로 한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것 -
얼마전 85세의 할머니가 고등학교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했다 소식을 뉴스로 전해들었다. 뭐, 난생처음 접하는 소식은 아니지만,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고령이라는 나이의 도전, 침침한 눈을 붙들고 책과 씨름하는 모습은 언제나 나에게, 일면식도 없는 그분에 대한 존경심과 배움에 대한 숭고함과 인생에 대한 어떤 영감을 일깨워준다. 내 명이 허락한다면, 내나이 85세때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독학'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독일어'다. '독학'과 '독일어'를 묶어 '독학의 추억'이라고 말하고 싶다. 교과과정이외에 '언제, 난생처음, 무엇을 스스로 공부해보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독일어공부라고 말한다. 내가 살았던 곳은 독일어는 고사하고 영어학원도 없는 곳이었기에 독학을 할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학원을 다닐 여건은 되지 않았고, 주변에 물어볼사람도 없어서 스스로 계획하고 찾아보고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차 쓰게될 논문에 원문을 인용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인 태도가 만들어졌다. 도서관에 가서 다른 언어학습서에 비해 얼마 되지도 않는 책을 다 꺼집어내어 도서관책상에 펼쳐놓고 목차를 훑어보고 난이도를 살폈다. 수첩에다가 책의 제목과 출판사를 적고 난이도를 정리해 표시해놓았다. 내가 앞으로 진행할 학습을 기준으로 난이도를 1부터 6까지 그렇게 6권을 추렸고, 집에와서 인터넷주문을 했다. 도서관책은 필기를 할수없기에 자유로운 학습을 위해서는 나만의 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8개월남짓 독일어공부를 했다. 22살때의 일이고,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전의 일이다.
그때와 비교해보자면, 독학의 환경은 더할나위없이 좋아졌고, 발전해있다. 그때는 인터넷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을때라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도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클릭한번으로 못찾아볼것이 없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나는 '독학'이라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독학, 어른의 생존 공부법]의 저자 노구치 유키오는 이제 독학은 필수라고 말한다. 지금을 일컫는 AI시대, 인간의 기대수명을 100세까지 바라보는 과거와는 엄청나게 달라진 이 시대에 독학은 필수이고, 그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은퇴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당신의 직업은 정년을 보장하는가, 정년이 보장된 삶 이후 그 기나긴 시간들은 어떻게 보낼것인가, 지금도 빠르게 흘러가는 이 시대, 앞으로 더욱 빠르게 변해갈 당신의 미래에 당신은 적응해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저자 노구치 유키오가 '독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바로 이러한 물음들 아래에 놓여있다. 그래서 이시대의 독학은 필수라는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독학'이라는 것이 굉장히 익숙하다. 호기심도 많고, 무엇인가를 깨닫는 과정속에 얻는 즐거움에 중독되어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과연 '독학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독학, 어른의 생존 공부법]은 첫장에서 혹시 '독학'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있을지 모를 사람들에게 '독학은 어려운것이 아니며, 일단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책에 쓰여진 내용은 아니지만, 가끔 내자신이 고민이 많을때 생각하게 되는, "Just do it",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독학을 시작했다면 혼자공부한다고 외로워할 필요가 없다. 역사속에는 독학의 선배님들이 계신다. 몇개국어를 섭렵한 슐리만, 활자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는 프랭클린, 괴테와 같은 문인들과 역사적으로 이름난 수학자, 과학자, 발명가들이 대부분 독학출신인 것이다. 지금보다 더 열악한 시대에 그들도 했으니, 지금의 나도 못할것 없다고 생각하면 독학에 한 발 내딛고자 할 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슐리만(독일의 고고학자)이라는 사람이 고고학을 연구하는데 있어서도,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학업을 중단하고 무역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외국어 능력은 필요했는데, 그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몇권의 책들을 통째로 암기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없이 혼자 공부한 그는 이런 방법으로 프랑스어를 6개월만에 끝낼수 있었고, 러시아상인에게 편지를 쓸수있는 정도의 러시아어 능력을 얻을수 있었다는 것이다.
독학을 하는데 있어서 혼자 공부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것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하는, 저 스스로에 대한 물음이다. 이 물음에는 반드시 나름의 답이 필요하고 그래야 다음계획으로 나아갈수 있다. 대상을 나타내는 '무엇'은 자신의 필요나 상황 혹은 취미에 근거해서 결정하면 된다. '어떻게'는 일종의 방법론으로서 자신만의 루트, 즉 커리큘럼을 짜면 되는 것이다. [독학, 어른의 생존 공부법] 제7장에서 독학의 대상과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독학으로 한평생 살아온 이력을 갖고 있다. 학생시절부터 이어온 독학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직장, 시험, 심지어 교직에 있으면서도 다양한 목적아래 이루어졌고, 성과도 있었다고 한다. 경제학, 파이낸스 이론, 가상화폐, 웹사이트제작 등.
대상과 방법을 설정하고 독학을 시작했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지속적으로 이어나갈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호기심이 많고, 배움을 좋아하는 천성이라면 굳이 지속에 대한 방법을 얘기하는 것은 불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음의 4가지 방법이 있다.
1) 확실한 목적을 갖는다.
2)강한 자극제를 갖는다.
3) 공부의 즐거움을 활용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부방법)
4) 시간을 확보한다.
이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영어공부를 위해 학원다니지말고, 독학하라는 것이다. 필자의 견해에 따르면, 즉 영어는 독학만으로도 습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배우는데 있어서 '학원이냐, 독학이냐'를 고민하게 되는데 어른의 영어공부, 생존에 기반한 영어공부는 비지니스등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학원에 다녀서는 그러한 전문적인 영어를 배울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학원에는 비지니스반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그런곳에서 전문용어, 가령, '세액공제'니, '누진과세', '절세'와 '탈세'와 같은 전문용어는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맨날 '기차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와 같이 일상적인 말만 배우지 말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전문성에 따라 영어공부를 독학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구글과 유튜브같은곳에서 관련 동영상을 찾아 원어로 강의를 들으며 전문용어를 익히고 듣기능력향상을 위해 귀를 뚫으라는 것이다. 영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모국어만큼이나 중요하니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아무튼 이와같은 방법과 더불어 앞선 독학자들이 행했던 문장을, 책을 통째로 암기하는 방식등을 활용해서 충분히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있을건 다 있고, 없는것이 없는 무한자료의 시대, 독학자에게 중요한 능력은 바로 검색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능력인 동시에, 독학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도구이자, 태도의 문제이다. 무엇인가 스스로 탐구하는과정에서는 모르는것과 부딪치게 마련이다. 모르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바르게 알때까지 잠시 멈추고 찾아봐야한다. 검색을 하는지, 안하는지...하는 이러한 태도에서 독학의 효율과 발전은 여러갈래로 나뉜다. 같은 시간을 독학해도 시간대비 얻는 결과물이 다른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또한 검색행위를 하지 않는다는것은 자신앞에 놓인 지식과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독학은 홀로, 스스로 배운다는 말인데, 이 단어에는 학습자의 자발성, 즉 능동적인 의식이 있음을 함의한다. 따라서 검색하지 않는 독학은, 궁금한 점을 찾아 보지 않는 독학은 깨어있지 않는 홀로 배움인 것이다.
무한자료의 시대는 한편으로는 근거없는, 걸러야 할 정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스스로 찾는 능력과 독학을 하는 과정에서 점차 쌓이게 되는 사고력,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판단력이 그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서 자료를 스스로 취하고 버리는, 결국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내는 능력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것은 우리시대 독학자들이 지녀야할 능력이기도 하다.
20년전 모두가 잠든 어느 고요한 크리스마스에 방 한 구석에서 책상에 앉아 독일어 책과 씨름하고 있었다. 어떤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해 생각에 잠기다가 잠시 베란다 창문으로 눈을 돌렸을때 까만 밤하늘에 하얀 눈이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독학은 나에게 활자와 마주하는 무아지경의 즐거움도 안겨주었지만, 그 이후 인생에서 무엇이든지 한번 해 보고자 하는,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신감을 나에게 선물해주었다. 독학의 힘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