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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인 이야기 -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평점 :
중세는 닫혀있던 시공간이 아니었다. 스웨덴 스톡홀름 서쪽 헬괴섬이란 곳에서는 6세기에 인도 북부에서 만들어진 작은 불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바이킹의 이동과 그 흔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암흑과도 같았을 중세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서는 파괴 말고도 교류와 혁신이 관찰되기도 한다. 약탈자적 이미지가 강한 바이킹이지만, 이들의 행동은 꽤나 복합적이다. 러시아 땅으로 동진, 더 남쪽으로 내려가 비잔티움까지 들어가고, 그곳에서 교역활동을 하기도 했다.
중세 유럽은 발전과 위기의 연속선상에서 존재한 시대였다. 그러한 발전과 위기는 두 축의 경쟁과 대립 속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교회와 세속적인 통치집단의 경쟁,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이었다. 스페인에 가면 같은 한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남쪽 지방(코르도바, 그라나다 등)에서는 이슬람 건축물을, 북쪽에서는 기독교 건축물(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볼 수 있다.
위에서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이라 적었지만, 이들은 어찌 보면 공존하기도 한 셈이었다. 코르도바의 모스크-대성당은 이슬람 사원이었지만, 기독교인들의 레콩키스타이후 성모승천 성당으로 변모했다. 두 문명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건축물로 손꼽힌다.
삭막할 것 같은 중세 시대에 사랑 노래가 발전하고 유행했다는 점은 약간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중세의 오묘함은 나만의 감상이 아니었다. 왕과 왕비, 수도사와 기사, 시인과 예술가 등 다양한 계층을 이루는 중세에 사람들은 권력을 위해 서로 싸우고 전쟁하면서도 신성함을 추구하고 사랑 이야기를 했다. 신성함과 공존하는 세속. 이러한 오묘함은 비단 시대적 분위기에서뿐만 아니라 중세인의 삶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두나라의 왕비이자, 두 국왕의 어머니, 여전사였던 알리에노르, 아들들과 분란에 싸여 비참한 최후를 맞는 헨리 2세, 지극한 신앙심으로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 생을 마감한 루이 9세 등. 그시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중세라는 시대를 느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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