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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이상한 나라의 그레이스 (총4권/완결)
달항아리 / 카멜 / 2024년 5월
평점 :
책을 읽다 보면, 어, 이 작품 다른 작품이랑 연작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주로 이런 때에요.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데 작가가 “독자라면 당연히 알겠지” 하는 순간, 혹은 캐릭터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데 “이 캐릭터는 이런 캐릭터인 거 아시죠?” 라고 작품을 통해 전하는 순간 독자는 아…이 작품 연작인 거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연작이라고 해서 어색하다면, 시리즈라는 단어로 바꿔도 좋겠죠. 브리저튼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상호유기적으로 동작하고 또 어스시 전기의 캐릭터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동작하듯이 어떤 작품의 캐릭터들도 그렇게 상호 유기적으로 동작할 수 있습니다.
이 책도 그래요. 그런데 왜 별 1점을 (사실 0점을 주고 싶습니다만, 알라딘의 최저점이 이러네요.) 주느냐 하면…연작 표기가 없어요. 캐릭터들은 상호유기적으로 동작하는데 정작 안내에는 이 작품이 연작이라는 표기가 없습니다. 고객 센터에 문의했더니 “전작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세계관을 공유하기는 하는데, 연작은 아니라 연작 표기는 해줄 수 없다” 고 하네요…네?
앞서 서술했듯 연작이 연작임을 알게 하는 장치 중 하나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작중 캐릭터 혹은 세계관의 미흡함입니다. 이 세계관 당연히 설명되었지, 하고 전작 내용을 최근 작에서 이어가는 등의 일이 일어나는 거죠. 세계관을 전부 알고 본다면야 즐겁겠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독자에게는 “이게 뭐야?” 라는 감상을 주기 마련입니다. 저한테는 유폴히 작가의 <옷장 속 윌리엄> 이 그랬고, 스캠퍼 작가의 <수국의 공작님 ~> 이 그랬고 또 전후치 작가의 <시한부 공주님 ~ > 이 그랬어요. (이들 작품도 다 티가 났습니다.)
살 생각이 없었는데 까보고 나니 이전 작품을 읽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문장이 있고 이 건에 대해 밝혀주지 않는 건 저한테는 몹시 짜증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식의 장치가 조금도 즐겁지 않은데 독자인 제게 밝혀주지 않는 작가와 소통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실망스럽습니다. 출판사의 문제인지, 혹은 작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같은 캐릭터를 공유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작품 소개에 “연작 표기를 넣어달라” 는 문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작의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한다는 것을 밝히는 게 문제가 되나요? 독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된다고 밝혔으니 출판사와 작가로서도 문제가 되는 이유를 밝혀주었으면 하는데, 사실 세상에는 알리지 않고 연작을 쓰는 작가보다 알리고 연작을 쓰는 작가가 훨씬 많으니 제 알 바는 아니긴 합니다.
다시는 이 작가의 책도, 이 출판사의 책도 사지 않을 것 같아요. 연작은 아니지만 세계관을 공유하고 한 작품의 조연이 다음 작품의 주연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저 같은 사람이 있을까 해 리뷰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