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묘한 날씨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7
로런 레드니스 지음, 김소정 옮김 / 푸른지식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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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그래픽 북 ‘아주, 기묘한 날씨’

[서평] <아주, 기묘한 날씨>(로런 레드니스, 푸른지식, 2017.5)


묘지에 허리케인이 닥쳐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바로 버몬트 주 로체스터에 있는 우드론 묘지에 말이다. 2011년 8월 말, 카리브 해의 넓은 지역에 허리케인 아이린(Irene)이 생성되면서 비바람이 몰아쳤다. 이 때문에 묘지의 시신들이 떠내려가고 망자들이 지표면으로 올라왔다. 날씨는 이처럼 죽은 사람을 다시 한 번 괴롭힐 정도로 무섭다.


책 표지. @ 푸른지식


마녀사냥과 동성애 비난은 이상한 날씨 탓?


최근 번역 출간된 <아주, 기묘한 날씨>(로런 레드니스, 푸른지식)는 날씨가 어떻게 정치, 역사, 종교, 과학 등과 연결되는지 독특한 시각과 그림으로 전개한다. 요새 날씨가 기묘해서 몸이 축축 쳐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지친다. 왜 여름은 겨울이나 봄이 아닌 여름의 특징을 나타내는 날씨로 향해가고 있을까. 태양 빛이 뜨겁게 내리쬐고, 습한 대기 상태만이 여름의 부분이며 날씨일까. 우리는 삶의 어느 부분까지 날씨의 침범을 받고 있을까. 카오스에서 시작되어 추위, 비, 안개, 바람, 열, 하늘, 통치, 전쟁, 수익, 즐거움, 일기예보까지. 우주에서 대기권으로 그리고 인간의 삶에서 인간의 내면까지 날씨가 관여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


2011년 12월 11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 바람이 강해지고 파도가 높아지는 날이 며칠 이어지면서 한파가 찾아왔다. 이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하늘이 보내준 분이라며 더욱 칭송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기상 현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이처럼 날씨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마법이 있다.


책의 8장, 9장, 10장은 ‘통치’, ‘전쟁’, ‘수익’을 다룬다. 이 장들은 날씨와 인간이 어떻게 엮이는지 생각할 거리를 제시한다. 1588년 영국 해군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무찔렀을 때 조수와 바람이 승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때 펠리페 2세는 인간을 물리치라고 무적함대를 보낸 거지, 신이 보내신 바람과 파도에 맞서라고 한 게 아니라며 날씨에 경이로움을 드러냈다고 한다. 날씨의 신성은 종교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데 기독교 창세기를 보면 야훼가 손수 하늘에서 유황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퍼부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신이 날씨를 통해 분노를 표현한 것이다.


날씨가 신성화된 이후 사람들은 날씨가 격할 때면 신이 분노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시작한다. 분노를 누그러뜨리려면 그에 맞는 희생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점차 커지게 되었다. 1300년부터 몇 세기 동안 지구의 기온은 급격하게 하강한 소빙하기가 있었다. 유럽에서 강설량이 증가하고 우박을 동반한 폭풍이 내리고 가물고 홍수가 나며 기온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혹독한 겨울이 이어졌다. 이 시기인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100만 명에 달하는 여자가 마녀라는 탈을 쓰고 잡혀 죽음을 당했다. 대부분 가난한 여인이거나 과부였다.


아주 이상한 날씨가 나타날 때면 누군가를 마녀로 희생시켰던 제도는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21세기가 되었음에도 사람들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희생양을 찾는다. 게이와 레즈비언이 주된 표적이다. 예를 들면, 2012년에 미국에 허리케인 샌디가 상륙했을 때 사람들은 동성애 때문이라며 동성애들을 비난했었다. 시골에 살거나 교육을 많이 받지 않은 사람들만이 ‘마녀’와 같은 날씨 희생양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홍수나 가뭄 때문에 농작물 수확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날씨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싶어 했다. 이러한 심리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이기에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조차 누군가를 ‘마녀’라며 탓하게 된다.


하늘을 나타내는 일러스트. 책 안에서.


서술과 사례가 혼합된 다큐멘터리 그래픽 북


사례들이 중심이 되는 와중에 어느 순간 설명으로 들어가는데 이론을 읽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사하라사막의 모래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가로질러 플로리다에 도착하는 과정에 대한 사람의 심리를 묘사하다가 “바람은 지표면과 나란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공기의 운동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지표면을 불균등하게 가열하는 태양열과 지구의 자전운동 때문에 지구의 대기는 위도에 따라 크게 무역풍대와 편서풍대와 극동풍대로 나뉜다. 지구를 두르고 있는 이 세 가지 바람 띠 때문에 지역하다 다른 기후가 생기고 제트기가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여 풍부한 내용으로 잘 발산시켰다.


하지만 책은 인터뷰 체와 설명, 묘사, 과학적 내용이 혼합되어 자칫 집중이 어려울 수 있었다. 한 편의 다큐 같긴 해도 일러스트만으로 일관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엔 조금 어지럽긴 하다. 특히 각 장의 일러스트들이 내용 전체와 관련되었거나 사건을 설명해주는 그림들은 아니다. 심지어 ‘하늘’ 장에서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구름의 빛깔, 모양, 색 등을 오직 삽화로만 나타내어 장들에 일관성이 없기도 했다.


한편, <아주, 기묘한 날씨>는 날씨와 관련한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왕세자빈은 스피어 곶에서 안개 때문에 길을 잃어 등대를 찾아 다녀야 했다. 또한 안개로 인해 선박의 충돌이 발생했다. 증기선 아틱(Arctic) 호와 프랑스의 철제 스크루 추진선인 SS베스타(SS Vesta) 호는 자욱한 바다 안개로 서로 보지 못해 부딪혔고 수많은 사망자를 냈다.


3장 ‘비’에선 미국항공우주국이 생명체 탐사를 위해 외계 행성을 알아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화성의 특징 가운데 물, 그리고 물과 관련된 비까지 내용을 확대해 나갔다. 화성과 같이 극한 환경은 바위만 있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 마치 지구의 아타카마사막 중심부와 같다. ‘비’에 대한 일반적인 지구과학적 이론들이 난무할 거라는 생각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은 서술이었다.


날씨를 아는 것이 국력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상한 날씨가 진짜 사람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 수 있다. 사람의 활동으로 지구는 기온 상승, 기상 이변, 화재,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생물 종의 멸종 같은 극단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마녀 사냥’을 하는 새로운 부류가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빈곤을 부추기고 환경을 파괴한다. 특히 허약한 정부의 기반을 더 약하게 한다. 이때 테러 활동과 폭력 행위가 평소보다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날씨는 동물과 하늘과 바다 모두에서 변화를 일으킨다. 어쩌면 날씨를 변화시키는 두려운 신은 인간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의식하지 못한 채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날씨를 변화시켰다면 이제는 직접 날씨를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2025년이 되면 미국은 안개를 흩트리는 레이저, 번개를 막을 수 있는 비행기, 구름 씨를 뿌릴 수 있는 무인비행기 같이 날씨를 활용할 기술들을 성공적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한다.


더 심각한 건 날씨가 전쟁에 활용되는 것이다. 날씨를 조정해 적군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전에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전투 공간이 확대 되어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비중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적군 비행기가 방어하는 특정 목표 지점에 폭풍우를 발생시켜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인공 강우를 일으킬 경우 적군의 통신망을 물에 잠기게 하여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제 날씨는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는 현상이자 도구이다. 책은 이론으로만 배웠던 날씨와 그에 따른 현상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무의식적으로 어떤 사건을 만들어 왔고, 어떻게 역사를 바꾸고 인생을 바꾸었는지 설명한다. 장마다 글자 간격이나 줄 간격이 두어 번 바뀔 정도로 혼란스러운 전개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작가가 의도하여 카오스 같은 날씨를 책으로 표현하는 것이란 생각도 들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창의적인 구상이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독자가 책을 덮는 순간 기온을 달리 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나.


어쩌면 정치나 역사, 종교나 과학보다 날씨가 우위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만큼 날씨가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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