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또롱 아래 선그믓 - 옛이야기 속 여성의 삶에서 페미니즘을 읽다
권도영.송영림 지음, 권봉교 그림 / 유씨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며느라기’에서 ‘알파 걸’로…당당한 여성되기

[서평] 『배또롱 아래 선그믓』(권도영, 송영림 저, 유씨북스, 2019. 11.30)


얼마 전 영국의 배우 키이라 나이틀 리가 자신의 딸들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여 여러 여성들의 공감을 얻은 적이 있다. 서양의 애니메이션과 같이 우리나라 설화는 성적인 측면에서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오늘날 남성의 무표정은 신뢰와 안정감 등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여성의 무표정은 화가 났거나 무뚝뚝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한다. 이를 보면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지언정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늘 미소를 강요해왔음을 알 수 있다. 『배또롱 아래 선그믓』은 이야기 속 여성들의 삶을 바라보고 작가 나름대로 분석한 책이다.


물론 이야기는 현실의 반영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일들 중 정말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일들 혹은 아주 재미나서 두고두고 말하고 싶은 것들 혹은 정말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에 대해서 기억하거나 이해하려 애쓰며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대인의 시각에서 함부로 재단할 일은 아니나 무엇에 초점을 두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같은 이야기 안에서도 굉장히 엄중한 삶의 진실들이 여러 층으로 발전되곤 한다.

여성 비하의 문장에 담긴 속뜻


책은 옛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 여성의 삶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혜안을 발견하고자 작가들은 바라고 있다. 구전되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마치 여자들이란 집에 손님이 오는 것을 막고, 풍수까지 거스르며 집안을 망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처럼 표현한다. 그러나 자세히 분석하며 다른 뜻이 있다.


‘안부인들은 손님이 하도 많이 찾아와 보통 힘이 든게 아니었다’와 ‘몇 해째 손님치레를 하던 맏며느리가 그만 역정이나서’라는 부분이 그렇다. 결국 집안이 망한 이유는 안부인들과 맏며느리의 탓이 아니라 그들의 힘든 노고와 심정을 알아주지 않은 시댁과 남편 탓이 더 크다.


고부 갈등과 그에 대한 편 가르기는 또 다른 여자들끼리의 갈등을 조장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어머니 역시 오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안의 희생물이며 그 안에서 길들여진 여성이라고 생각할 때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옛이야기 속 남성들은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여성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많다. 예로 부인을 홀로 두고 떠나면 반드시 외도할 것이라는 의심 등을 남편이나 시아버지나 시어머니는 하게 된다. 이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인데 말이다.


원해서 며느라기가 된 여성이 있을까


요즘 사회 곳곳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다. 맺혔던 마음들이 서럽게 ‘나도, 나도’ 하며 터져 나온 것이다. ‘나도 겪었다’고 외치는 그 소리는 대부분의 평범한 남성들은 어떠한 의미인지를 제대로 모를 것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맺힘과 풀림은 자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림으로서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안 될 때에는 맺힘이 있게 한 당사자가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도 안 될 때에는 제삼자의 적절한 힘이 필요하다. 아마 우리 옛이야기에서 흔히 등장하는 처녀 귀신의 한이 이렇게 해원의 길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책은 우리나라 구전 이야기와 서양 그림책을 비교하기도 했고, 아버지에 맞서는 여성, 남성에게 농락당하는 여성, 남자니까 이해하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여성의 이야기 등이 실렸다. 충격적인 내용은 ‘큰물이 졌을 때 아이와 시부모가 떠내려가는 것을 본 며느리가 시부모를 먼저 살린 이야기’였다. 이때 며느리는 ‘아이는 또 낳으면 된다.’고 말을 했다.


현대의 며느리들은 스스로 원해서 ‘며느라기’의 시기를 겪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이는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자신들도 모른 채 강제된 교육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부당한 비난이나 의무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그렇지 않을 것이고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나 시가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이야기가 그렇지 않다.


이제 여성들은 일부 남성들이 하는 부정적인 모습을 미러링하거나 분노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귀중한 존재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오늘이가 시간을 주재하는 신이 된 것처럼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는 더 의미 있는 오늘을 만들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 ‘알파 걸’로 불리는 신인류급 여성들이 등장한 것처럼, 공부뿐만 아니라 운동과 대인 관계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오히려 남성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할 정도의 슈퍼 파워를 가져보자. 그런 의미에서 책은 여성들에게 잠재적인 힘과 가능성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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