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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9
노튼 저스터 글, G. 브라이언 카라스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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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on Juster라는 인심 넉넉해 보이는 저명한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우연히 만난 "삐아제 구름동동시리즈"의 <안녕 빠이빠이 창문>을 통해서이다. 당시 아이는 5세였는데 집 책장에 꽂힌 숱한 동화책 중에서도, 유독 글자가 빼곡히 많은 이 긴 동화책을 어찌나 좋아했는지 자꾸 읽어달래서 의아해하면서도 기쁜 마음에 구름동동 시리즈 다른 책들까지 뭉텅 사들인 기억이 있다. 칼데콧 수상작인 이 책은 엄마아빠가 모두 직장에 나가서 부모님이 퇴근할 때까지 매일매일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시간을 갖는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께 진한 사랑을 받고, 또 자신도 뭉클할만큼의 애정을 느낌을 빠이빠이 창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문체도 아름답고 아이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을까 했는데, 1929년생 노턴 저스터 할아버지의 넉넉한 미소를 보니 알 것 같다. 바로 자신의 손주 사랑 마음을 담아 냈나 보다.




유치원에서 오자 마자 자전거 타고 밖으로 튀어 나가려는 아이에게 <친구를 사귀는 특별한 방법(원제:Neville)>을 보여주면서 "이거 <안녕 빠이 빠이 창문> 쓴 작가가 쓴 책이래. 네가 아마 좋아할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책 미끼'에 덥석 물렸다. 책 부터 읽어달랜다. 그런 다음 놀러 가겠다고.




그 좋아하는 자전거를 잠시 포기하고 책부터 보겠다는 아이가 기특해서 나도 바깥으로 일부러 따라 나섰다. 그리고는 정말 우렁차게 큰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아가는 엄마가 두손을 입에 모아 확성기처럼 만들어 크게 "네빌~! 네빌!"하니까 뭔가 재미있는 일인가 해서 까르르 웃는다. 아이에게도 같이 해보자 했다. "네~~빌". 한국 출판사의 임의로 다소 길게 의역된 이책의 원제는 주인공 소년의 이름을 따서 이다. 본문과 일러스트레이션에 네빌이라는 이름이 수십여 차례 등장한다.

책의 첫번 째 내지를 열어 보면 커다란 이삿짐 트럭과 자가용 한대가 밤 낮으로 황야를 달려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아주 먼곳을 달려 왔구나. 황량하고 쓸쓸하구나.'의 정서가 몇장의 그림에서 확 느껴지는데 책을 읽어보니, 아 네빌네 가족의 짐을 실은 이사짐 트럭이었네. 네빌은 얼마나 불안하고 쓸쓸하고 속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빌네 가족은 이사가 잦다. "Everythin is gonna be okay." 사교성 좋은 엄마 아빠는 잦은 이사에도 탄력적으로 적응 하면서, 아이에게도 "괜찮아 질거야"라고 타이른다. 하지만 잦은 이사로 친구를 사귈틈도 친구관계를 유지할 틈도 없는 아이에게 이삿짐 트럭은 몬스터 트럭이요. 이삿짐 박스는 걷어차내버리고 싶은 화풀이 대상이다. 브라이언 카터스 화가가 이삿짐을 걷어차는 아이의 심퉁부리는 마음을 잘 표현해 주었다.

아이는 할일도 없고 외로워서 혼자 새로 이사온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큰 소리로 외친다. "네빌."하고 말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또래 소년이 똑같이 큰 소리로 네빌하고 외쳐준다. 목소리를 합하면 더 커지니까...


어느덧 네빌 합창대에 똘똘한 소녀도 가세한다. 한꺼번에 "네! 빌!"하고 동시에 shouting하자고 제안하면서. 무슨 말인지 아이가 글로는 잘 이해를 못하기에 나도 아이와 함께 해보았다. 수신호를 주면 "네! 빌!"하고 동시에 크게 이름부르기. 네빌 follwer들이 어느덧 동네 한 모퉁이를 가득 메웠다. 모두들 "네빌 네빌 네빌" 외쳐대더니, 아이에게 와서 네빌에 관해 이것저것 묻는다.



네빌은 도대체 어떤 아이이기에 이렇게 특별한 존재일까? 동네 아이들의 네빌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새로 이사온 소년에 대한 호감도 증폭된다. " 난 네빌이 벌써 좋아졌어." "난 네빌의 친구가 맘에 쏙 들더라"

아이는 내일 다시 동네 아이들과 만날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까 외출할 때의 우울하게 질질 끄는 발걸음과 사뭇 다른 경쾌하게 콩콩 뛰다시피 하는 발걸음이다. 갑자기 식욕도 살아났는지 저녁밥도 잘 먹고 기분좋게 침대에 눕는다. goodnight키스를 해주러 들어온 엄마가 아이 이름을 부르는 순간, 독자는 '아하!"하며 빙그레 미소짓게 된다. 네빌은 아이가 두고 떠나온 친구가 아니라, 아이의 이름이었거든.

사실, 동화책 속에 화자에 해당하는 주인공 소년의 이름이 네빌이라는 것을 나보다도 아이가 먼저 발견했다. 엄마는 건성이었을까?
"엄마, 이상해. 얘도 네빌인 거 같은데."하는 아이의 지적에 '이야...그랬구나."하면서 작가가 설정한 이야기 장치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자기자신을 친구삼는 절대고독의 단계에 있었구나. 네빌은....그래도 이렇게 쉽게 친구를 사귈 수가 있네. 내일은 친구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더욱 가까워지겠지. 네빌은 동화속 먼 주인공이 아니라 왠지 내 아이의 이야기 같고 나의 이야기같고 우리네 이야기 같았다. 정말 아름다운 동화를 만나서, 가슴이 훈훈하다.

살짝 아쉬운 점은 천미나의 번역이다.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출신으로 동화 번역의 경력을 다져온 번역인인데 살짝 아쉬움이 있습니다. 제가 불편감을 느낀 문장은 주인공 네빌과 또래의 꼬마가 한 말 "누구나 온전히 처음일 때가 있잖아." 였는데....'온전히' '완전히'의 의미 구분은 차치하고, "온전히"라는 부사를 일상에서 또래친구들과의 대화에 구사하는 미취학생이 과연 한국에 몇 명이나 될까...다소 현실감과 동떨어진 번역이 동화책 읽기의 묘미를 살짝 떨어뜨렸음을 고백한다.



Norton Juster에 대해 궁금할 독자를 위해 인터뷰 기사 링크걸었습니다. 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아이들 책을 쓰는 그의 철학을 엿보기에 좋은 기사네요.

http://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books/features/the-curious-world-of-norton-juster-77686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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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산후조리 100일의 기적
SBS 스페셜 제작팀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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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산후조리원에서의 경험. 내 인생에 가장 극적인 문화충격의 경험을 꼽으라면 두말 않고 1순위에 올리고 싶을 정도로 산후조리원에서의 3주는 충격의 연속이자 '철없는 새댁에서 엄마'로의 내 정체성 전환의 시작이었다. 이후 미국 생활 중 유럽이나 남미, 아프리카나 미국출신 친구들이나 학생들에게 나의 산후조리 경험을 이야기 할 때면, "한국 사람들 고학력자도 많은데 그렇게 해(사실, 본의미는 그렇게 더러워? 그렇게 비위생적이야?) " 공통적 반응이었다. 1주일 동안 샤워와 샴푸를 금지당했던 나의 산후조리 경험이 그들에게는 경악의 대상이었나보다.


산후조리원이 막 자리잡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20여년이 지난 이제 산후조리는 마치 신혼여행처럼 출산후 반드시 거치는, 한국 내에서 하나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아 왔다. 모자보건 및 인구증식과 관련해 국가가 개입하고, 여러 이익세력들이 달려들어 상업화 의료화되었고 여성 스스로도 '평생의 건강'을 위해 적극 소비하려는 상품화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빠른 속도로 서구 생의학 모델을 흡수하고 몸과 건강에 대한 관념까지 생의학적 관점을 따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유독 산후조리의 영역에서만큼은 전통의 권위가 강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형 산부인과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후조리원에서조차 출산 당일 샤워는 권장되지 않으며, 주구장창 입원기간 내내 미역국이 매끼니 배식되고, 산후 회복을 돕는다는 가물치탕 팩이 후식으로 나오기도 한다.

산후조리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 전통의 지혜와 서구의학적 지식 간의 충돌의 중심에는 '산후풍'이라는 문화 풍토병 (culture-bound syndrome)이 있다. SBS special features로서 2부에 걸쳐 방송되었던 <산후조리의 비밀>에서도 산후풍은 핵심 단어 중 하나였다.

소위 말하는 산후조리를 둘러싼 상식 내지는 속설

3*7일 산후조리가 여성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하면 산후풍으로 평생 고생한다.

산후풍은 말그대로 뼈에 바람이 들고 몸이 시린 증상을 포함한다.

일부는 평생 건강에 대한 여성들의 염려증을 극대화하여 산후풍, 산후비만 등을 질병취급, 의료의 대상으로 포섭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산후풍은 없다.'라면서 소위 민간요법이나 전통적 방식의 산후조리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한다. 4계절 보온 냉방이 효율적으로 잘 되는 아파트 주거문화에서는 3*7일 동안 샤워를 가급적 삼가고, 먹거리가 풍부한 2000년대 한국에서는 굳이 몇 달 내내 미역국을 주구장창 끓여서 요오드 과다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SBS 다큐멘터리를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예담"출판사에서 낸 <산후조리 100일간의 기적>은 산후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이해를 집중 분석해서 속시원한 답을 내려주는데 주력한 듯 보인다.



 

2회 방송 분량을 단행본에서는 크게 5부로 편집 구성했는데, 제 1부에서는 산후조리의 중요성을 제 2부에서는 산후풍의 실체, 3부에서는 산후조리의 전통 수칙에 대한 분석 4부에서는 산후 100일의 수칙 소개, 5부에서는 산모가 행복한 맞춤형 산후조리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SBS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HD카메라로 담아낸 영상을 책장 사이사이에서 still cut 사진으로 싣거나, Q&A코너에서 산후조리에 관해 예비mom이나 실제 산모 등이 가장 궁금해 할 질문들을 전문가 (한의사 조응)의 답변으로 분석해주기, 외국의 저명한 학자들과의 산후조리 인터뷰 내용 등 책 읽는 독자를 배려한 다양한 구성과 편집이 눈에 뜨인다.




또한 단순히 관찰자의 입장이나 의학계 과학계의 입장에서 한국의 독특한 산후조리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산후풍을 겪었다, 겪고 있다'고 호소하는 여성들의 심층 사례 인터뷰도 싣고 동서양 산모들의 이야기를 교차로 전달하면서 산모는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임을 부각시키는 서술이 <산후조리 100일의 기적>의 특징이다.

 

편파되지 않은 중립적 입장에서 2000년대 한국 사회에서의 산후조리문화를 진단하고 현대 한국 여성들에게 적합한 산후조리법을 제안하려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제작팀(박기홍 기획)의 노력이 책을 읽으면서 전해졌다. 산후조리를 다룬 기존의 책들이 다소 작가의 견지에서 한 관점을 집중 다루었다면 예담에서 펴낸 이번 책은, 산후조리를 둘러싼 다양한 관행과 목소리를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에서 다루면서도 '과학적'으로 산후조리법을 제안한다. 그 '과학적' 접근 역시 산모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촉구하는 새로운 산후조리 문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어우러져 인간미가 넘친다. 출산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엄마와 아빠 뿐 아리나 산후조리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관계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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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전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2
송언 글, 한병호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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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의 '빛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첫 권이었던 <장화홍련전>......... 가벼운운 두께의 전래동화 몇 권은 읽혀보았지만 고전의 정석이라 할만한, 제법 글밥도 있는 <장화홍련전>....... 미취학생인 아이가 얼마나 소화해낼까 반신반의의 태도였다가 아이의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서 아이 독서취향을 어른 시각에서 미리 재단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던 것이 몇달 전이다. '빛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목록이 어서 길어지기를 기다리던 차에 이번에 두번째 책인 <전우치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움은 배가되었다.


 

"엄마 고전이 뭐야.?" "엄마 제목에 '전'이 두번이나 들어갔어. 앞의 글자랑 뒤에 글자랑 똑같잖아." "엄마, 이런 용 그림은 누가 그린 거야?" 아직 본격 책읽기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반가운 책을 안고는 질문공세이다. "전우치전" 4글자가 이름인 줄 알고 신기해하는 아이가 귀여워서, <홍길동전> <장화홍련전><전우치전>을 예로 들면서 '전'은 이야기를 뜻하는 옛말이라고 일러주었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엄마도 옛이야기의 '전'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없도록 앎이 짧다. 내 짧은 앎에 대한 부끄러움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더욱 커졌다. 송언 작가님의 탁월한 우리말 구사력과 탄탄한 문체에 반해서 그 부끄러움은 더욱 커졌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그 경쟁 치열한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작가분의 이력답게 황제펭귄의 <전우치전>은 문체가 아름답다. 예를 들어 부사 사용이 어찌나 적절하고도 맛깔나는지 아이에게 크게 복창시키라 하면서 구절구절 읽어주었다. "꺼이꺼이 울다." "닥닥 긁어모으다." "호락호락" "슬금슬금 눈치만 보더라.". 30여년이란 긴 세월을 동화책 일러스트레이션에 헌신해 온 한병호 작가님의 묵향나는 그림과 어우러져 글의 묘미가 입에 착착 감기게 다가 왔다. 아이는 "등골이 휘어지다." "눈이 시뻘게져서 제 욕심을 채우다." "오줌 줄쭐 싸도록 혼찌검을 내주다.' 등의 표현도 궁금해 했다.







아이가 가장 궁금해 한 부분은 '도사'의 개념이었다. 왜 굳이 '마법사'라고 안 부르고 '도사'라고 부르는 거냐는 집요한 질문에 서양의 witch, wizard 개념과 사뭇 다른 도교적 철학도 바탕이 된 도사 개념을 설명해 주느라 애를 먹었다. 인생 무상, 세상사에 재미가 없어서 미련이나 욕심도 없이 백두산으로 들어가 버린 전우치의 마지막 행적을 예로 들어 '도사'의 특별함을 설명해주었으나, 아이가 중학생은 되어야 그런 정서를 이해하겠지 하였다. 그래도 <전우치전>에서 탐관오리들을 벌하고 가난한 백성들의 편이 되어 애를쓰는 전우치의 의로움과 통 큰 씀씀이, 인자하나 악인에게는 강한 대인 됨됨이는 아이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이해했으리라. 책을 한번만 읽엇을 때는 임금님 앞에 무릎꿇고 포승줄에 묶여 있는 전우치가 "나쁜 놈이냐?"고 묻더니만, 여러번 <전우치전>을 다시 읽은 지금은 전우치 도사가 맘에 든다고 호들갑니다. 


<전우치전> 을 비롯 황제펭귄의 우리고전 시리즈를 적극 권장하고 앞으로의 출간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는, 집필진들 자체가 우리문학 고전에 탁월한 식견과 친숙함을 가진 분들인지라 책 각권의 문체마다 우리말의 묘미 우리 옛 어휘의 아름다움과 옛 사람들의 정서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점 외에도 아이가 '의로움' '충과 효' 등의 개념에 알게 모르게 친숙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권순긍 선생님이 해설를 짧게 써주셔서 전우치라는 이야기가 가진 시대적 맥락과 의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수 있다. 또한 1952년 범우사의 표지사진이 실려 있어서 고전 전우치를 읽는 감회를 새롭게 해준다.

. <전우치전>에서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아이의 읽기 흐름이 자주 끊어지자, 모르는 단어 먼저 익히고 읽자는 제안을 하였다. 아이는 신이 나서 노트 3페이지에 걸쳐서 모르는 단어들을 적어 내려갔다. 엄마역시 괴발새발이지만 엄마표 우리말 사전을 함께 만들어 보았다. "귀때기"와 "귀"의 어감 차이와 본문에서 하필 "귀때기"라는 비하하는 표현을 못된 벼슬아치들에게 쓴 이유 등을 이야기해주었더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끄덕. 이렇게 책읽으며 아이와 교감할 때가 나는 정말 행복하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도술이 진짜 있느냐?"는 아이의 천진함에도 행복하고...아이가 전우치처럼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하면서도, 의와 인륜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진정 기원한다. 황제펭귄의 빛나는 우리고전 시리즈 덕분에 아이에게 직접 설명해주지 않아도 책을 통해 절로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익힐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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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 임신출산 설명서 내몸 시리즈 5
마이클 로이젠.메멧 오즈 지음, 안기순 옮김, 신종철 감수 / 김영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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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 임신 출산 설명서 >
YOU: Having a Baby

The Owner's Manual to a Happy and Healthy Pregnancy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 " 다소 딱딱한 어감의 책제목이 가전제품 사용 메뉴얼을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무려 443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침대 맡에 놓고 하루밤에 편한 마음으로 읽어 버리기에는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손목에 와닿는 묵직한 느낌과는 달리 책장을 펴보니 공저자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의 필치는 무척이나 경쾌하고 일러스트레이션은 재치넘치다 못해 탄성을 자아낸다. 400여페이지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쒸익 다 읽어버렸다. 연실, "왜 2012년에 출간된거야? 2009년 영문판 초판 때 왜 못읽었지?" 즐거운 투덜거림을 뱉으며. 그 정도로 맘에 들었고, 내 몸과 생명탄생의 신비에 많은 앎을 주었고, 책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 책이다. 가까운 친구나 지인이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베넷저고리나 엽산 영양제보다 먼저 챙겨할 선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공저자 Michael F. Roizen & Mehmet Oz

건강서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번이라도 접해보았을 <내몸(YOU)> 시리즈의 한 권인 는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가 공동 집필하였다. 전자는 Real Age의 개념의 창지자이며 후자는 오프리 윈프라 쇼에도 종종 출연하며 대중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컬럼비아대학의 외과교수이다. <내몸임신출산설명서>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인 이들이 생명 탄생의 과학을 야심차게 대중에게 속속 설명해주는

"활자화된 산부인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은 남편은 24시간 대기 중인 산부인과 의사와 같다"는 출판사 측의 서평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몸의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기에 임신 출산기간 뿐 아니라 평소에도 임신이나 여성의 몸에 관한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인데, <내몸 신출산 설명서>는 기존의 많은 임신출산 안내서와 확실히 차별화 된다. 차별화된다면 어떻게냐고? How?를 설명해보라면 간단히 대답하겠다.

"꽤나 많은 임신출산관련서를 읽어왔지만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에서 마치 모두 처음 듣고 배우는 듯 하다."

 

 

 

 

 

 


이 책은 총 5부, 12장 구성이다. 440여 페이지에 담고 있는 정보의 방대함. 대중을 겨냥한 의학서이면서도 학술적으로도 신뢰할 높은 수준의 정보 등의 면에서,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예비mom과 예비 daddy외에도 인체의 신비에 관심이 많은 누구에게라도 적극 권하고 싶다.

 




대형 서점의 서가 한 편을 꽉 메울 만큼 임신 출산관련 서적의 인기는 높지만, 그 중에서 독자가 "진화론적 관점(perspective from the evolutionary medicine)에서의 입덧에 대한 설명"이나 "후생유전학"적 관점에서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설명을 접해볼 수 있는 책은 극소수라 하겠다. 나는 <내몸 임신 출산 설명서>가 바로 그 후생유전의 관점에서 생명탄생의 과학을 체계적으로 설명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열혈독자를 자청하고 싶다. 후생유전의 개념이 생소할 일반 독자들을 위해 저자들은 "인쇄소의 각인imprinting"(36 쪽)이나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 (47쪽) 등의 예를 들어준다. 또한 두 저자는 임신을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기반한 안무에 비유한다. 탱고를 추려면 두사람이 필요하기에 자궁을 뜻하는 단어 역시 uter-I가 아니라 uter-us라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더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파트는 '입덧'에 대한 진화론적 관점의 해석이었다. 오전에는 참을만하다가 밤으로 갈수록 문자그대로 "못견디게 괴로웠던" 입덧의 영단어가 morning sickness인데에 의아하다 못해 억울하기까지 했는데, 저자들 역시 95페이지에서 그 명칭의 오류를 지적한다. 통쾌하다. 또한 이들은 입덧이나 임산부 요통, 임산부들의 호흡가쁨 등의 신체 증상이 사실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태아를 보호, 태아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진화의학의 기존 가설을 소개한다. 절대동감한다. 온갖 chemicals의 극소량일지라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임신기의 내 몸, 지독하다 못해 피를 토해내게 한 입덧의 작동 기저이유가 바로 아가보호라는 생각을 나 역시 수만번 하며 참아내었었다.

 

 

 
진화의학이니 후생유전이니 하는 단어를 들먹이면, 왠지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가어려운 용어나 따분한 설명을 가득 싣고 있을 것 같이 착각하게 하지면 NO WAY! 정말 재미있고, 내 몸 내가 낳을 생명, 인간의 신비 이야기 이기에 설명 역시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임신 중 몸의 변화, 몸의 메카니즘 등을 시각화한 일러스트레이션은 특히나 압권이다. 튼살 크림은 임신 때마다 열심히 사용해 왔지만, 실제 임신 중 튼살 scratch mark가 어떤 원리로 생기는지는 이번에 <내몸임신출산 설명서>의 삽화를 보고 처음 알았다. 또한 임신 중 가능한 체위를 숟가락 두개로 표현한 삽화의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가 무심히 책장을 넘겨도 전혀 민망하지 않은 귀여운 배려이다.


 


그 외,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의 장점으로 효율적인 편집, 적재적소 다양한 정보를 다양한 형식으로 전달하는 시도의 참신성을 들고 싶다. 토막상식, YOU quiz, tips, 부록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임신중, 출산과 산후조리 기간에 궁금할 수 있는 의학정보를 콕콕 집어서 설명해주고 있으니, 예비 부부의 필수 교과서로 등극하지 않을 수 없겠다.


 전하고 있는 정보의 학술적 신뢰성 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실천가능한 실용성 또한 높다. 신생아 마사지법, 산전 산후 체조법, 아가를 포대기로 싸는 법 등이 상세한 그림으로 친절히 설명되어 있으니, 특히나 임신이 처음이기에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경외감에서 두려움이 경탄을 이기는 엄마들에게는 더욱 고마운 책이겠다.

 

 책을 다 읽고 복습 차원에서 KBS 다큐멘터리도 한 편 보았다. 책 내용에 홀딱 빠져서 짧은 시간의 폭풍 흡입독서였지만 얻어가는 것 역시 폭풍수준으로 많았기에 배가 부르다. 임신으로가 아닌 책사랑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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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 - 표현력 키우기, 정체성 찾기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6
최영란 글.그림 / 노란돼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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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

출판사 노란돼지에서 창작그림책 시리즈를 한권씩 한권씩 정성들여 기획하고 출간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저는 해외 유명작가의 그림에도 열광하지만, 한국의 멋지고 재능있는 작가분들이 그 작품세계를 보다 많은 독자에게 알리고 세계적 작가로 우뚝 설 기회가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는지라 노란돼지 창작그림책의 기획취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는 노란돼지 창작 시리즈의 제 16권에 해당합니다. 따끈따끈 신간이지요.

 

서양화를 전공하고 어린이 책에 오랫동안 그림그리는 일을 해오신 최영란 작가님이 직접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제 선입견일까 조심스러워지기는 하는데, 작가약력상 illerstration을 더 오래 해오신 분이셔서 그런지 <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에 글과 그림 평점을 따로 매기자면 저는 그림에는 별5개 따따블 , 글에는 별 4개 을 주고 싶네요. "표현력키우기, 정체성 찾기"에 중점을 두고 창작된 동화로서 동물 우화의 형식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힘이 탁월하고, 특히 그림은 최근 보았던 유명 해외작가의 대표작에 뒤지지않을 만큼 섬세하고도 독창적으로 잘 그려졌어요. 다만 글에 별이 인 제 평점의 이유는, 4-7세를 주 독자로 삼을 책인 만큼, 좀 군더더기를 제하고 짧게 문장 쳐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의 아쉬움이 남아서랍니다.

줄거리 구조는 매우 간단해요.

혼자살던 늑대가 농물친구들의 마을에 이사해 들어왔어요. 보름달만 뜨면 합창을 해대는 동물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흥도 나서 늑대가 노래를 불렀더니만 친구들이 일순간 고요해지더니 '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라 하네요. 실망하고 부끄러워진 늑대, 동물친구들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노래의 비결을 묻고 연습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을 아무리 따라해도 1% 부족한 무엇인가 때문에 동물친구들로부터의 노래 전수는 매번 실패로 끝납니다. 낙담해서 혼자 우는데, 그 소리를 듣고 예쁜 여자친구늑대가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왔네요. 그 둘의 하모니가 달밤 하늘에 울려퍼지고 늑대는 "늑대답게" 살고 "늑대답게" 노래하는 것이 가장 멋지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책을 한번 같이 읽었을 뿐인데 4세 딸아이는 벌써 '늑대야 울지말고 노래해"를 소리내어 외워버렸습니다. 엄마 흉내를 내며 운율까지 제법 넣어 외우는데 귀엽기 그지 없네요. 최영란 작가님이 창조한 늑대 character는 음흉하거나 무섭거나 한 기존의 늑대정형성을 탈피하여 어수룩하고 순진하면서도 노래에 열정을 가진 귀여운 캐릭터예요. 단지 본인은 노래라고 해도, 주변 동물 친구들은 '울음'이라고 단정지어 버리니 속상할 뿐이지요. 친구들의 평가, 즉 타인의 시선에 충격받은 늑대의 눈물겨운 노력은 한 마디로 늑대다움을 포기하고 타인의 잣대에 만족스러운 skill익히기에 집중되지요. 야옹이처럼 유연한 자세로 노래를 부르려 발레도 해보고, 싱스러운 소리로 노래하려 누렁소처럼 채식을 해보기도 하고, 얼룩말처럼 생생한 소리로 노래하려 숨차하면서도 트랙을 달리고 또 달립니다.

 

친구들에게 인정받을 수준의 노래를 익히려다 심지어는 무서운 드래곤까지 찾아가기도 했네요. 노래배우기는 커녕 걸음 나살려라 줄행랑을 치기는 했지만요. 이렇게 눈물에 젖은 빵을 먹다 먹다 결국은 "~~다움"의 도달불가능함에 엉엉 울어버리는데, 여기서 심오한 진리를 깨닫게 되지요. 타인의 "~~다움"을 모방하고 좇을 필요도 없이 자기 안에 이미 "늑대다움"이 있다는 것을, 늑대답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최선임을. 

저는 <늑대애, 울지말고 노래해>가 자기다움의 정체성 긍정하기, 자신을 자신있게 표현하기 등 유아동 보편에게 적합한 내용이면서도 특히나 한국의 아이들에게 더 의미를 지니는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쟁이 유난히도 심하고, 소위 난사람, 튀는 사람에 대한 질시가 심한 문화, 개성을 맘대로 표출하면 낙인찍히기 쉬운 단일성을 선호하는 문화에서 독특성을 가진 아이들은 위축되기 싶지요. 하지만 늑대가 결국 어떻게 "늑대다움"을 긍정하고 자시을 찾는지를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 노란돼지 창작 그림책 17권도 기대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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