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 농장]을 수 차례 읽었다면서 조지 오웰 본명도 기억 못했다. 하지만, 한사코 '에릭 아서 블레어'라고 호명하시는 이웃님 덕분에 본명을 각인했다. 에릭 블레어는 작품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생애사)로도 많이 언급되던데, 그래픽 노블 전기라면 쉽게 접근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책 구하기 어려웠다. 무려 "조지 오웰 70주기 기념"으로 실력파 만화 작가들이 협업한 작품이었으나 공공 도서관의 벽이 높았다. 도서관 측에서는 "단지" 그래픽 노블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지 오웰] 구입 신청을 반려했다. 그나마 검색해낸 책은 서가에서 실종되어 '분실(=도난)처리' 되었음을 통보받았다. 어제서야 우여곡절 끝에 [조지오웰]을 만났다. 오래 탐해왔던 만큼 읽는 즐거움이 컸다.



조지 오웰 70주기 기념 그래픽 노블은 일단 판형이 크다. 양장 표지와 내지 모두 고급스럽다. 무엇보다,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그림체와 적절히 배치하여 하이라이팅 효과를 극대화한 채색 기법, 그리고 조지 오웰이 직접 쓴 문장은 타이프 활자체 처리해서 작가의 목소리와 변별시킨 점 등, 세세한 전략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예를 들어, 대표작 [동물 농장] 초판본 표지는 본문에서도 아래와 같은 이미지로 실렸다.




삶과 밀착된 현장형 저널리스트로서 조지 오웰의 인생에서 각성의 계기가 된 순간들 역시, 강렬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독자에게 각인된다. 



대영제국 (식민지 파견)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인도에서 태어난 에릭 블레어는, SF 좋아하고 공부 잘하는 소년이었다. 덕분에 상류층 자제들을 위한 이튼 스쿨에서 수학했다. 그래픽 노블에서는 그의 이튼 스쿨 시절을 상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하급 중산층에 속했던 에릭 블레어가 계급 문제를 피부로 느낀 계기는 피에르 브루디에와 마찬가지였을지 모르겠다. 졸업 후, 그는 다른 이튼 졸업생들처럼 옥스퍼드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았다. 영국 식민지 버마의 경찰이 되었다. 조지 오웰이 그 경험을 이렇게 적었다. "그 시절, 나는 제국주의 자체가 악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제국주의 경찰이라는 더러운 직업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빨리 그만둘수록 더 좋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35) 실제 에릭 블레어는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를 간직한 채 경찰 일을 그만두었고, 이 경험을 토대로 [버마 시절]을 집필했다. 또, 런던 하층민과 어울리는 밑바닥 생활을 소재로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을 썼다. 이튼 학교 시절 습득한 상류층 악센트를 가진 그는 호텔에서 접시도 닦고 노숙인에게나 배급하는 식사도 한다. 그 생활이 계속 가진 않았고, 다섯 살 때 이미 본인이 작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는 에릭 블레어는 작가로 살게 된다.


내가 에릭 블레어, 즉 조지 오웰스러움에 매혹당한 장면이 바로 아래 장면이다. 파시스트들의 참호가 지척 거리에 있는데, 목숨을 걸고 강물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이(lice)를 떨궈내기 위한 무모한 행동이었는데 다행히 무사했다. 하지만, 워낙 장신(190cm 이상)이었던 에릭 블레어는 참호 엄폐물 밖으로 드러낸 목을 노리는 총알은 피하지 못 했다. 총알이 그의 목을 관통했으나 살아남았다. 이후로도 그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이차 세계대전 당시 잠시 펜을 놓고 입대를 자원하기도 했다. 



여러 면에서 매혹적인 인물이다. 조지 오웰이 왜 그렇게 계속 인용되고 추앙받는지 짐작하게 해준 고마운 그래픽 노블 [조지 오웰] 덕분에 서가에 모셔두었던 [1984]을 꺼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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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19 1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알라님 흥미롭습니다.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조지오웰이 어떨까 올려주신 그림들을 보니 더 구미가 당깁니다^^ 도서관에 없을듯한데ㅠㅠ 암튼 구해봐야겠어요!ㅎㅎㅎ

얄라알라 2022-10-19 13:13   좋아요 4 | URL
돼지 두 마리로 페이지 두 쪽을 꽉 채운 일러스트레이션도 있고요
여러 의미에서 잘 만든 그래픽노블이라고 생각해요. 거리의 화가님께서는 수월하게 구하시기를 바랍니다^^

독서괭 2022-10-19 1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작년에 사서 읽었어요. 재밌었어요! 얄라님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얄라알라 2022-10-19 13:12   좋아요 4 | URL
서가비우기만 아니었어도, 이 책은 소장 가치 높음 분류인데 말이죠.
독서괭님은 소장하셨군요^^ 부러워요

파이버 2022-10-19 1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큰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왕크고 왕무거움‘이란 리뷰가 있네요ㅎㅎㅎ 저는 조지 오웰 본명도 얄라알라님 덕분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림과 내용 모두 좋은 멋진 책이군요~

얄라알라 2022-10-19 23:38   좋아요 2 | URL
ㅋㅋㅋ‘왕 무거움‘ ㅋㅋ
모든 [동물 농장] 출판서들이 얇고 가볍다 보니, 저도 실은 책이 이렇게 무거울 줄 몰랐어요

그렇다고 DK 세상의~~시리즈만큼 무겁지는 않아요^^ ㅋㅋ댓글 다시한번 ㅋㅋ웃고 갑니다. 감사드려요 파이버님

미미 2022-10-19 15: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아직 그래픽 노블에 편견을 가진 분들이 있나 봅니다.
저희 집 근처에 있는지 검색해봐야겠어요. *^^*

얄라알라 2022-10-19 23:37   좋아요 2 | URL
예, 미미님, 저도 그 점이 많이, 아쉬워요.
공공도서관에 책 신청할 땐, 때론 제가 소장하는 책이라도 너무 좋아서 다른 불특정 다수 독자분들 보시도록 신청하기도 하는데
그래픽노블은 거의 항상 반려를 각오합니다^^;;

혹시 책 구하신다면 반나절 안에 읽으실 거예요^^ 그래픽노블을 사랑하는 이유

고양이라디오 2022-10-19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픽 노블 좋죠^^b <조지 오웰> 읽어보고 싶네요.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어요ㅎ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얄라알라 2022-10-19 23:35   좋아요 2 | URL
DUNE 그래픽 노블 2권 나왔더라고요^^ DUNE하면 고양이라디오님 바로 생각나요 ㅎ

고양이라디오 2022-10-21 12:12   좋아요 0 | URL
듄도 그래픽 노블이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듄도 보고싶네요^^

<조지 오웰>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ㅎ

얄라알라 2022-10-21 12:54   좋아요 1 | URL
벌써 읽으셨어요? 요새 정말 많이 읽고 많이 쓰신다더니, 고양이라디오님 실천력 놀랍습니다!

그래픽 노블 <DUNE>은 활자 크기가, 심 하 게, 작습니다. 눈 아플 각오를 하고 읽었습니다.

2편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는데 드뎌 나온 거예요^^

프레이야 2022-10-20 0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지 오웰 깊이 파기 시작하시는건가요. ^^
그래픽노블이 나와 있었군요.
얄라 님이 자세히 장점을 열거해 주시니 구미가 당깁니다. 도서관에서는 반려했군요. 선입견이 있나 봅니다.

얄라알라 2022-10-20 23:46   좋아요 1 | URL
나름의 이유가 있어 정책적으로 그래픽노블은 안 들이나보다 이해하면서도
너무 좋은 책들이 단지 장르상의 이유로, 도서관에 못 들어오니 아쉬워요^^:; 실은 여러번 지역 도서관에 전화해서 문제제기를 했던 차입니다^^;;;;;

mini74 2022-10-20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님덕에 알고갑니다. 에릭 아서 불레어 ㅎㅎ 저희 동네 도서관도 그래픽노블에 인색해요 ㅠㅠ 삽화도 내용도 이렇게 훌륭한데 말이지요

얄라알라 2022-10-20 23:45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그래픽노블 장르는 알라딘 서재 들락이며 발견하게 된지라~저야말로 많은 다른 플친님들 덕분입니다.
mini74님 오늘은 ‘다락방 ~‘ 몇 장까지 진도 나가셨어요?^^

전 [포르노 랜드] 옆에 두고 다른 책 읽고 있어요...다락방은 꿈도 못꿈이고요
 


아멜리 노통브의  [앙테크리스타] (2003)를 개정판(2022년)으로 다시 읽었다. 옮긴이의 추천글도, 출판사도 같은데 표지와 책 가격이(8000원에서 12500원으로) 바뀌었다. 앙테크리스타의 '되바라짐, 앙큼함, 영악함'을 전달하기에는 차라리 예전 표지, 그러니까 저자 아멜리 노통브의 얼굴 표지가 더 나은 선택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옮긴이 백선희가 주목했듯,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에는 "악의에 찬 적과 박해받는 희생자(178)"이 끈질기게 등장한다. [앙테크리스타]에서는 흥미롭게도, 가해자(적)의 이름을 희생자인 주인공이 뒤틀어 명명한다.  크리스타에서 "앙테크리스타Antechrista: 종말 직전에 나타나 흑세무민한다는 사이비 그리스도 앙테크리스트와 유사한 이름)"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Ante"가 누구의 이름에 더 어울리는지 헷갈린다. '악의'와 '악인'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의문이 생긴다. 마침, M/ 스콧 펙의 [거짓의 사람들: 인간 악의 치료에 대한 희망 보고서]를 읽는 중이니 답에 가까워질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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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7 14: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멜리 노통브가 별로 안맞아서 안 읽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전 표지가 훨씬 낫다는 얄라님 말에 동의합니다. ^^

얄라알라 2022-10-18 12:41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안 맞는다˝는 게 어떤 의미이신지 감히 상상해봅니다.
저도 어렸을 땐, 못되고 당돌하고 되바라진 캐릭터 등장하면 참 신선해보였는데....왜 한결같이 작가는 그렇게 갈까, 백선희 옮긴이처럼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파이버 2022-10-17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옛날표지가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지금 표지 일러스트 옛날 2000년대 초반 느낌나요....

얄라알라 2022-10-18 12:42   좋아요 2 | URL
파이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친구 중 손편지 쓰면 꼭 저런 그림체 느낌으로 사람 그려 보내주던 친구 생각났어요^^

미미 2022-10-19 15: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멜리 노통브 세 권정도 읽었어요. 반갑네요^^
그녀의 소설속에‘악의에 찬 적과 희생자의 등장‘읽어본 바로 맞는것 같습니다.ㅎㅎ

고양이라디오 2022-10-19 18:37   좋아요 1 | URL
저도 세 권 정도 읽은 거 같아요ㅎ

얄라알라 2022-10-20 00:03   좋아요 2 | URL
저도 덕분에 아멜리 노통브 작품 얼마나 읽었나 세어보는데 못 새겠어요^^;;;
시간차를 두고 섭렵해왔는데 10권 이상 읽은 것 같습니다^^

앙테크리스티나도 몇 페이지쯤 넘기니까 기억이 나더라고요....흑

프레이야 2022-10-20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살인자의 기억법 나올 때 제목을 왜 비슷하게 지을까 좀 그랬어요. ㅎ 살인자의 건강법이랑 오래전 몇 권 읽었는데 얄라님 짱 많이 읽으셨네요. 옛날 표지가 좋아요 저도. 앙큼 이미지 ^^
 


유투브 안 보던 시절이라, "밀라논나" 유명인이신줄 몰랐습니다. 우연히 한 영상에서 스치듯 이 분이 움직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발레리나처럼 우아하셨어요. 걷는 자세와 활기 뿜는 몸 느낌, 흰 머리카락 색깔로 미루어 연세가 상당하실 텐데 경쾌함이 감출 수 없이 뿜어나오는 구나! 

한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 분이 MZ세대가 열광하는 멘토, 바로 그 "밀라논나"라는 걸. 이분은 [86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52년생 장명숙"을 계속 떠올렸다 하실 만큼, 경직된 한국 사회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많은 걸 이겨내셨는데요. 겸손하시네요. 낮음을 지향하시지만 그 역시 드러내지 않으시기에, 절로 자세가 꼿꼿하고 기상이 드높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분을 글로나마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책 읽다 행복해서 몇 번 웃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님 가풍이 겸손과 베품이신가봅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선을 많이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생긴다.)"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셨다는 밀라논나는, 항상 나누며 살고 계시네요.


* * "하상 위턱은 무겁게, 아래턱은 가볍게" 말실수를 줄이려며 입을 쉽게 열지 말라는 밀라논나 할머님의 지혜이십니다.

* * * 책 읽다가 소리내서 웃게 만든 밀라논나님 에피소드.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밀라논나에게 한국 문화를 궁금해하며 '왜 한국 여자분들은 백을 직접 안 들고 다니나요? 남자들 에티켓인가요? 기사도인가요? 멋진 고가의 백도 들고 다니지 못할 체력이면 외출이 어렵지 않느냐?"고 물으셨다는 에피소드.

* * * * "나는 시간 빈곤자가 아닌 시간 관리자다. 시간을 알뜰하게 써서 내 삶을 풍요롭게 채워가려 하는 내 시간의 주인공."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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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26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텔레비젼에서 이 분 몇 번 봤는데 시대를 뛰어넘는 생각과 멋진 모습 생각납니다 ~ 이 분 책 내셨군요 ~

얄라알라 2022-09-27 16:42   좋아요 2 | URL
저 역시 이 분에 대한 다른 인적 정보 전혀 모르고
책으로 처음 접했다면
나이를 가늠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열려 있는 분이시죠^^

stella.K 2022-09-26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무슨 선전에 나오시던데. 무슨 선전인지 모르겠는데 쟁쟁한 모델들 사이에서 당당하시더군요. 그 특유의 백발도 더 이상 늙음의 상징이 될 수 없는. 멋진 분이어요. 닮고 싶은. 그렇게 늙을 수 있을까요?ㅋ

얄라알라 2022-09-27 16:43   좋아요 3 | URL
[헤어질 결심]의 서래, 자세가 꼿꼿한 서래,
이 분 역시 자세가 참 꼿꼿하셔서 멋지세요^^ stella. K님 말씀하신 선전이 무엇일까 찾아볼게요 ㅎ

책읽는나무 2022-09-26 2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제 이 책의 표지 인물이 누구신지 알겠습니다^^
그동안은 누군지 몰랐었는데 대화의 희열 토크쇼에 나오신 걸 보고 정말 멋진 여성이구나!! 느꼈습니다.
인기!!! 이유가 있죠~^^

얄라알라 2022-09-27 16:44   좋아요 3 | URL
프로그램 명칭이 ˝희열 토크˝라면 대화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인가요?
맞아요. 이 책 하도 대출 인기가 높아서 이제서야 봤네요.
 




동네에서 플로깅 함께 하자는 모집안을 만들다 보니, 제가 스펠링도 모르더라고요. flogging이라 쓸 뻔 했어요. "plogging"은 스웨덴어 "Ploka up"와 결합된 신조어라는데요.  우리말 가미된, "줍깅"으로 쓸 걸 그랬나봅니다. 



황금 주말 오전, 도심는 하천 주변에서 '줍깅'을 했습니다(전 말그대로 jogging하며 줍기도 했어요). 불과 한 시간 만에 20L, 10L 종량제 봉투들이 가득 찼습니다. 지나가던 자전거 라이더, 산책 나오신 장년의 부부께도 인사를 들었네요. "좋은 일 하십니다. 수고하세요"라고^^

*

최초의 목표는, 

불특정 지역 주민 누구나 같이 쓰레기 주우며 환경에 관한 대화 나누기였으나...

이상적 목표였습니다.

실제, 당일 불특정 즉흥 참가자는 아무도 없었어요. 

* * 

아무튼, 60분 동안 쓰레기를 줍다보니 절로 '쓰레기학 garbology' 생각이 나더군요.

독특한 쓰레기 구성이었어요. 

  • NO1.은 담배꽁초.
  •  
  • 그 외 담뱃곽과 술병, 일회용 커피 용기가 많습니다. 일종의 중독성 물질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고물가 시대 산책로 벤취에서 술마시가 유행인지 의자 주변에서 빈 술병과 안주 쓰레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골뱅이에 김치 볶음까지, 제가 주었습니다^^;;; 흑흑흑.
  • 시대상을 나타내주는 물질로는 단연 일회용 마스크. 마스크는 땅바닥에 얌전히 누워있지 않더라고요. 주로 덤불 얇은 가지에 흉물스럽게 매달려 있어요.
  • 애완견 배변 처리 봉투를 산책로 덤불 속에 숨겨 놓는 분들, 왜 그러십니까? 다시 버릴 거면, 왜 비닐에 담았습니까? 남 시선 의식해서 그 자리에서는 처리하고, 몇 걸음 더 가 사람 없는 데서 비닐 째, 휙 던져버립니까?
  • 태풍과 폭우가 지나갔음을 알게 해주는 물질은 스치로폼입니다.  택배 박스의 잔해가 엄청 나군요. 자잘하게 부숴진채로 땅 위에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의외의 쓰레기는 바로, 사탕 포장재였습니다. 굉장히 의아했어요. 사탕 낱개 포장재가 왜 이리 많은지...장거리 이동하는 자전거 라이더 분들이 에너지원으로 드시는 걸까요? 어린이들이 헨젤과 그레텔처럼 사탕 껍질 쓰레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버려 지나온 자취를 남기진 않았을 테고요? 




아마추어 쓰레기 고고학 흉내를 내어 봤습니다.
다음 번에도 줍깅 후기 올릴게요^^ 
같이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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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6 0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훌륭한 얄라님
저 이런거 실천 잘 못해서 항상 죄책감 느껴요. 그냥 버리는거라도 하지말자 이정도.... ㅠㅠ
아 그리고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은 또 왜 그걸 항상 어디다 숨겨놔요. 치우기 힘들게.... 부끄러운 마음은 알겠는데 그러면 버리지 말든가 말이죠.

얄라알라 2022-09-26 11:23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좁은 틈에 끼워 박아 쓰레기 처리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 심리가 궁금했어요. 틈새 찾아서 탄탄하게 끼워 놓고 가려면 시간 걸리실 텐데,
왜 버리면서 정성을 들일까?

거리의화가 2022-09-26 0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담배꽁초는 예상했고 요즘은 마스크가 단연 많을 것 같아요!ㅠㅠ 오늘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 강제 아니긴 한데 사람들 여전히 눈치보는지라 반 이상은 쓰고 다니더라구요. 플로깅 계속 실천하시는 알라님 멋지세요!!!

얄라알라 2022-09-26 11:24   좋아요 2 | URL
마스크는 항상 많은데
얼마전 집중 호우 탓인지
추석 연휴 뒤라서인지, 스티로폼 박스 조각이 많아서 불편했어요. 줍기에 불편한 소재더라고요..조각조각 나서

거리의 화가님 감사드립니다

호우 2022-09-26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지만 실천은 쉽지 않은데 얄라님, 정말 멋지세요. 강아지 배변 봉투를 덤불에 숨기고 간다는 건 좀 씁쓸하네요.

얄라알라 2022-09-26 11:24   좋아요 2 | URL
호우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니 소심하고 부끄러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갑자기 이 포스팅을 전체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 거창한 거 아니어도 일상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레삭매냐 2022-09-26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지십니다, 얄라알라님!

얼마 전에 너튜브에서 다이버
분들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
온갖 해양 쓰레기들을 줍줍하
는 걸 봤습니다.

자신들의 취미생활도 즐기고
또 선행도 베푸는 모습이 멋
지더라구요.

주말에 수원 호매실 수변공
원에 갔었는데, 천변에 깨진
병조각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왜 그렇게 쓰레기들을 버려
대는지 모르겠어요.

얄랴알라님의 ‘줍깅‘을 격렬
하게 응원합니다.

저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쪼끔 들었습니다 ^^

얄라알라 2022-09-26 11:22   좋아요 2 | URL
사실,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한데요....
자랑하려고 하는 일도 아닌데, ˝수고하십니다˝ 인사 들으면 부끄러워지고요.

근데, 결국 제 기분이 좋아지니 저를 위한 행동입니다.
아무나 줍는구나....그냥 맘만 있으면 종량제 봉투 하나 들고, 주울 수 있겠구나...다른 분들께도 용기드리고 싶어서^^;;

응원 아주 감사드립니다!!^^ 계속 할게요 저 ㅎ

책읽는나무 2022-09-26 1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담배꽁초랑 일회용 테이크 아웃 플라스틱 용기 진짜 많죠???
어느 곳을 가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ㅜㅜ
전 기후 위기에 민감한 친구가 있어요. 친구는 결국 공부 심하게 하더니 아이들에게 강의도 나가기도 하면서 환경 활동에도 열심히!! 4주 만보 걷기 이벤트도 계획해서 봄 가을에 꼭 올리더니 결국 작년께는 만보 걷고 줍킹 쓰레기 봉지 한 가득 인증샷도 올려야 상품 준다고 이벤트를 확장시켰더군요.
전 덕분에 작년에 줍킹을 첨 알았습니다.
두 어 달 정도 혼자서 또는 동네 언니랑 산책하면서 줍킹 했었는데 쓰레기 봉투가 나중에는 가득 차서 하나가지고는 안되겠더라는!!!
전에 살던 아파트 주변엔 정말 쓰레기 많았어요. 공원도 그랬었고..ㅜㅜ
덕분에 어르신들께 칭찬 좀 들었구요.
어떤 할아버지는 지나다가 아가씨들이 좋은 일들 한다고 하셔서 얼굴 드니깐 엉? 아가씨가 아녔네?...쩜쩜쩜....마스크 써도 나이 든 건 표시 나나봐?? 둘이서 속닥속닥ㅜㅜ
근데 자꾸 사람들이 쳐다 보고 그래서 부끄러워 줍킹 그만뒀더니 음...결국 멈췄어요.
얄라님 글 읽으니 까먹고 있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암튼 얄라님 좋은 일 하십니다.
저도 절로 칭찬하게 됩니다^^
자극 좀 주세요ㅋㅋ

얄라알라 2022-09-26 13:58   좋아요 2 | URL
그게....무관심은 좀 아쉬운데, 막상 지나시던 분들이 ˝좋은 일 하시네요. 일욜에...˝ 이런 식으로 말 걸어주시면 또 부끄럽더라고요^^

책읽는나무님께서 말씀하신 친구분도 대단하십니다!!! 방금 ˝밀라논나˝의 에세이를 다 읽었는데
이분이야말로 쓰레기 최소지향의 삶을 살고 계시네요. 버리지 않아도 되는 삶을 고민하고 움직여야할텐데, 반성됩니다.

책읽는 나무님께서도 줍깅해오셨다니 든든합니다. 같이 올려요^^ 우리

mini74 2022-09-26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님 👍저도 사실 똘망이 데리고 산책하다보면 너무너무 화가나요. 그대로 내버려두면 같이 욕 먹을거 같아서 누구네집 개땡땡인지도 모르는거 가끔 처리하면서 ㅠㅠㅠ 실천하는 알라님 고맙습니다 *^^*
 




경험상, 좋은 "청소(=미니멀 비우기)" 책은, 읽자마자 집안 살림을 마구마구 내버리게 하는 책이었다. 

경험상, 좋은 영어 교재는, 읽으면서 바로 실행하고 싶게 만든다. [매일 책읽는 영어교육이 고3까지 간다]이 그랬다. 읽으면서 내내 소리내어 영어그림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실행했다!!



16년차 고등학교 영어 교사(+주 전공은 고3을 비롯한 고등학교 담임)인 저자 양은아는 "어쩌다 보니 영어책 읽기 전도사"이다. 본문 소제목 ˝어쩌다 보니 영어책 읽기 전도사˝가 이 책 핵심을 보여줍니다. 1) 어려서부터 영어책을 읽어대라. 이왕이면 소리내어 읽어라. 2) 엄마표 영어에서 중요한 건, 엄마 영어 발음 유창성이 아니라 절대적 영어 노출시간이다. 3)국어책도 중요하다. 영어는 교과목이 아니라, 언어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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