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랴 쓰랴 바쁜 6월, [셰임 머신]이 달콤한 후식처럼 유혹적이어서 메인 메뉴를 밀쳐 두고 먼저 손이간다. 100자평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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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 하버드대 수학 PhD로서 학계와 월스트리트에서 이름을 날렸던 데이터 과학자가 직업 칼럼니스트 이상 글도 잘 쓰다니, 이 다재다능함은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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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시 오닐(Cathy O'neil)의 [대량살상 수학무기 Weapons of Math Destruction](2016)은 무려 80주나 amazon 베스트셀러에 머물렀을 정도로 영향력과 인기가 컸다. 6년 만에 나온 [셰임 머신 The Shame Machine: Who Profits in the New Age of Humiliation] 역시 저자의 직진형 사회비판과 솔직한 자기성찰, 데이터 전문가로서의 해박함과 필력을 감추지 않는다.

GRuban,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서문 읽다가 덮고, 저자가 얼마나 뚱뚱한지 궁금해서 구글 검색하기도 처음이었다. 왜냐하면 서문에서 저자는 거의 평생 따라다닌 비만 수치심(shame)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기 때문이다. 고학력자인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학 박사이신 부모님과 최상류층에게만 허락된 뉴욕 부촌에 살아왔지만, 캐시 오닐은 비만 수치심에 사로잡혀 살아왔다. 낮은자존감과 자살충동도 경험했다. 하지만, 그녀는 문제의 본질을 심층 분석하는 수학자답게 개인적 경험에서 나아가, 오늘날 수치심이 혐오를 조장함으로써, 사회를 계급화하고 데이터 산업의 몸집을 불려주는 먹이로 활용된다는 통찰력을 보인다.


Shame machine

수치심은 돈이 된다


[세임 머신] 1부에서 저자는 비만, 약물(마약) 중독, 빈곤, 그리고 외모를 빌미로 수치심을 유발하고, 그 수치심에 혐오와 비하의 의미를 더함으로써 이익을 내온 산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에서 마약중독 재활사업은 350억 달러 규모로 성황이다. 그녀는 사회가 유도하는 각종 '질병-비만, 중독, 악취증, 히키코모리 등등'과 그 질병에 찍는 '낙인'은 어떤 이익집단에는 돈벌이가 되는 현실에 차갑게 분노한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혐오를 조장하고 확산한다


[셰임 머신]이 흥미로운 이유는, 여타 '뚱뚱함의 고해성사'나 '비만인의 before & after'를 보여주는 여타의 책처럼 수치심을 개인적 차원의 정서 상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이터 과학자로서 캐시 오닐은, 인간 심리와 본성을 간파한 알고리즘이 혐오를 조장하고 확산시킴으로써 수치심을 사회통제 도구로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수치심 네트워크는 우리를 부지런히 끌어들인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사회구조에 균열을 내고, 그때마다 잠깐씩 고양되는 기분을 느끼며 옹졸한 권력감이나 분노, 복수심 같은 감정에 중독된다. 우리는 나한테 관심을 주는 듯한 소규모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과도한 감정에 몰입하지만, 그 감정을 기계적으로 자극하는 허술한 시스템은 눈치채지 못한다. 그 시스템은 바로 영속적으로 굴러가는 수치심 머신이다. (154쪽)



무기로서의 수치심

Punch Up!


달랑 300여 쪽의 책 한 건이지만, 내가 활자로 느낀 캐시 오닐이라는 인물은 세 아들의 엄마이자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상식, 지식 전문가로서의 소명의식, 호불호가 명확하고 감추지 않는 황소의 뚝심, 꺾이더라도 굴하지 않는 저항정신을 지닌 멋진 사람이다. [셰임 머신]의 1부와 2부에서는, 대중이 잘 모르던 수치심 산업이 눅눅한 지하의 곰팡이처럼 현대사회의 공동체와 사람들의 정신을 좀 먹고 있음을 경각시키는 데 주력한다. 비판과 각성하라는 촉구만으로 끝내지 않는다. 3부에 와서는 그 수치심 자체가 사람들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역발상으로 보여준다. 즉, 수치심 기계가 사회를 계급화하고 정서를 조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쳐왔다면 (punch down), 역으로 그 수치심을 활용해 정의를 복구하는 무기 삼을 수 있다고 독자들을 고무시킨다! 간디의 비폭력 저항 운동, 나이지리아의 촛불 집회, 2020년대 Me T00 운동 등 구체적인 실례와 함께.

더 살만한 세상을 위해

수치심 머신을 해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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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23-06-12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알라님 책소개 감사합니다.
수치심의 비즈니스화 꼭 읽어봐야겠네요~^^

얄라알라 2023-06-13 09:24   좋아요 0 | URL
Conan님 오랜만이십니다^^

저는, 알고리즘이니 빅데이터니 하는 걸 전혀 모르지만, 이 책은 그쪽의 전문지식 없이도 무척 흥미롭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저자의 넓은 시야 덕에 많이 배웠답니다.

Conan님께서도 나중에 후기 올려주시면 보러 갈게요^^

초란공 2023-06-12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분 신간이 나왔나 보네요~!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먹고 사는 기득권 세력들이 결코 달가워하지 않을 인물일 듯 합니다. ^^ 그래도 업계 전문가로서 내막을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알려주는 인물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얄라알라 2023-06-13 09:26   좋아요 0 | URL
네네, 맞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특히 Punch Up 파트에서, 저자의 과감성에 존경의 맘이 들면서도 놀랐어요

심지어 본인이 오래 살아온 뉴욕 상류층 동네 사람의 실명을 거론하면서까지 논의를 촉발하는데
뒷감당에 대한 부분....소심한 저는 걱정이 되는데, 이분은 강하시더라고요. 자기 주장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고...


배경에서 나온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하며 읽었답니다. ˝다행˝이라는 초란공님 말씀에는 절대 공감하고요^^

좋은 하루 시작하시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6-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량살상 수학무기> 재밌게 읽었는데 신간이 나왔나보네요. 재밌을 거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6-13 10:13   좋아요 1 | URL
<대량살상..>은 책으로는 아직 못봤는데, 저자가 워낙 강연을 많이 해서 자료가 많더라고요.

고양이라디오님! 저는 <셰임 머신>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다른 책들 읽을 거 많은데, 우선순위 무시하고 이 책부터 읽었을 만큼요 ㅎ

고양이라디오님, 항상 느끼지만 진짜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시고 또 좋아하시니 저도 책 친구로서 묻어가니 좋습니다요!

<종의 기원>이후, 저희는 ㅋㅋㅋ함께 읽기 이야기도 안 꺼내고 있는 상황이네요. ^^

고양이라디오 2023-06-13 17:23   좋아요 1 | URL
<종의 기원> 읽어야 되는데... 올해도 못 읽겠네요ㅠㅠ

저도 주말에 <셰임 머신>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요ㅎ

제가 보기엔 얄라님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으신듯요ㅎ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들도 많이 읽으시고요ㅎㅎ

함께 읽기... <종의 기원>의 벽에 막힌 걸까요ㅠㅠㅋ?

페크pek0501 2023-06-13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 주는 점, 간디의 비폭력 저항 운동, 나이지리아의 촛불 집회, 2020년대 Me T00 운동 등 구체적인 실례와 함께˝~~ 흥미롭네요.
셰임 머신, 에 관한 글이 요즘 많이 올라오네요. 검색 들어갑니다.^^

얄라알라 2023-06-13 11:5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미국인이다 보니, 미국 사회 자잘한 예시도 자세하게 알려줘서 저는 도움을 받았어요^^

4월에 나온 책 같은데 요새도 글이 많이 올라오나 보네요^^ 좋습니다

페크님의 리뷰를 기다리는 것으로^^

유수 2023-06-13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셜 딜레마 다큐에서 이분 인터뷰 재밌게 봤는데 책 찾아 볼 생각을 못했네요. 얄라알라님 페이퍼에 올려주신 저자 사진 덕분에 연결됐어요!! 궁금한 책이었는데 수치심을 역으로 활용한다는 게 특히 흥미로워요. 읽어봐야겠어요. 소개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6-13 12:54   좋아요 1 | URL
딜레마 다큐? 제목이 소셜 딜레마인가봐요
저야말로 유수님 덕분에 새로운 탐구거리를 가져갑니다

Punch Up, Punch Down의 느낌을 제가 이 부족한 페이퍼에서 살리지 못했는데
역으로 수치심이 약자의 무기, 혹은 대중의 펀치 업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저항의 가능성을 저자가 실례를 들어 보여주었어요. ....흠.. 제가 책이 넘 재밌어서 비판하지 않고 술술 읽었는데
다시 읽는다면 그 ˝Punch Up˝에 대해서도 고민할 지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작 책은 반납했는데 마지막 3부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유수님 덕분에 드네요

han22598 2023-06-18 0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쉐임 머쉰이라...진짜 현대 소비문화를 표현하는 적절한 단어인 것 같아요.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아뒀어요...감사합니다. 리뷰해주셔서!!!

얄라알라 2023-06-25 15: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han님, 셰임머신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셨다니, 반갑습니다.
저는 수학자인 저자가 사회비평을 쉬운 언어, 설득력 큰 예시로 해주니 참신하고도 이 책이 참 재미있었어요.

han님 혹시 리뷰올리셨으려나, 놀러가봐야겠네요^^
 
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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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소신파 뇌섹 수학자( UC 버클리 & 하버드), 캐시 오닐! 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6월 첫주 병렬독서 포기. [셰임 머신]이 블랙홀이었다. 동시다발 읽던 책들 다 덮고, 이 책부터 읽음. 비만인으로서 수치 경험을, 사회차원의 수치심 산업과 연결시켜 풀어내는 해박한 지식과 폭 넓은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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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6-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병렬독서를 포기하게 하는 블랙홀! 기대가 됩니다^^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레이션이 이미 책의 주제와 어조를 암시하는 [Civilized to Death]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예상 그대로, 저자 크리스토퍼 라이언 Christopher  Ryan 은 본인 역시 문명의 혜택에 젖어 있음은 인정하지만, 현대인이 옛 조상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진보 서사(the progress narrative)를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저자가 인생경험이 풍부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심리학 박사인 만큼, 독자의 흥미를 끄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가는데요.

[Civilized to Death] 서문에는 1960년대 아프리카 !Kung 사람들을 연구했던 인류학자 Richard Lee가 민족지에서 소개했던 대사("열매가 지천에 널려 있는데 힘들게 농사짓고 그럴 필요가 뭐가 있어?")도 배치했습니다. 찰스 다윈의 비글호 여행기에서 강제로 동행당하고 개종당했으나 끝내 문명의 넝마를 벗어던진 원주민들의 실화도 언급합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 “The Arrow of Disease”와 유사한 어조일지라, 앞으로 전개될 내용도 예측이 되지만, 이야기꾼  크리스토퍼 라이언의 글솜씨가 워낙 좋으니 저는 Chapter 1 읽는 속도를 내게 될 듯합니다.


책 읽다가, PART1 의 마지막 문단에서 해석 어려운 문장을 만났습니다. "doggy-dog"과 "dog- eat- dog"이 뭐가 다른지 몰라서 생긴 문제일텐데요, 요 사이 친해지고 있는 Bing AI에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If we learn to tel the right story,

we may indeed find that our future can be more doggy-dog than dog-eat dog. 16


Bing AI가 몇 초만에 내 놓은 답변은 "Eggcorn"이라는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Eggcorn :a word or phrase that is used by mistake because it sounds similar to the original word or phrase.

 

"Doggy-dog""dog-eat- dog"은 발음이 무척 비슷하잖아요? 발음을 착각해서 실수로 쓴 표현이기 때문에, doggy-dog은 격식적인 표현에는 절대 쓰지 말라고 충고해줍니다 . 다른 예도 BING AI가 알려주었는데요.

 

(null)

moot point (아무 쓸데 없는 짓) 대신에 실수로  Mute point  를 쓴다든지,

hunger pangs  (배고픔으로 익한 극심한 통증) 대신에 실수로  Hunger pains  을 쓰지 말라고 합니다.

아참! 래퍼  Snoop Doggy Dogg이 생각나서 물어봤어요. eggcorn의 예시가 되는 이름이냐고. 아니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이름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창조한 것이기 때문이래요.


[Civilized to Death] 읽다가 잠시 딴 길로 새서, 영어 공부를 한 셈이네요. 그래도, doggy-dog에 대해 확실히 배웠으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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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이는 영문법 2 쓰이는 영문법 2
김수영(셀리) 지음, Thomas Selley 감수 / 길벗이지톡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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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쓰이는," 원어민이 실제 쓰는, 한국인 학습자가 구사해도 자연스러운 문법을 부부 영어 전문가가 친절하게 알려주는 문법책입니다. 저는 2권부터 접했는데, 1권 당장 구하러 고고씽! 효용 높은 실용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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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가 엘리자베스 문은 [잔류 인구 Ramant Population]에서 가방끈 짧은 할머니, '오필리어'를 통해 Ph.D 소지자들을 관찰한다. 이들이 문자와 데이터라는 상아탑에 갇힌 나머지 오감으로 흡수할 수 있는 삶의 충만함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관찰하고오필리어는 이들에게 경멸과 측은지심을 보낸다. 이런 관점은, 1940~6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교육받아 온 저자의 자기 반성일 수도 있다. 혹은 자폐증 아들을 키워 온 어머니로서, 정상성만 강조하는 제도권 교육이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어떻게 닫아버리는지에 대한 성토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 문은 오필리어의 입을 빌려서, 수평적이고 능동적인 배움이 얼마나 아름다운 과정인지를 독자에게 일깨워준다. "돈(학원비, 과외비, 등록금.... 촌지)"을 매개하지 않아도 잘만 굴러가는 수평적 배움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보여주는 문장을 [잔류인구]에서 옮겨본다.

아! 나 엘리자베스 문, 많이 좋아하나 봐.


 매개하지 않아도 잘만 굴러가는 수평적 배움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보여주는 문장을 [잔류인구]에서 옮겨본다.




오필리어는 자식들이 질문했을 때 화가 났던 모든 순간을, 괴동물의 선을 넘는 호기심에 화가 났던 모든 순간을 떠올렸다. 그런 식으로 자기 자신도 윽박지르며 살아 왔다. 배울 수 있었던 온갖 것을 배우지 못하게 막았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 아이들이 시간낭비를 하게 둘 순 없다고, 필요하 것만 가르치지 않으면 결코 규율을 익히지 못할 거라고. 그는 기억 속에서 환한 얼굴을, 반짝이는 눈을 봤다. 열의에 찬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또한 떠올렸다. 아이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 자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그토록 왕성하던 호기심과 열의가 소극적인 복종의 틀 속에 들어가버린 것을. 단념해야 했던 만큼 많이 혹은 적게 시무룩해져서.

[잔류인구] 368쪽



나 역시 오필리어처럼 괴동물(행성 원 거주 생명체들)이 충족될 줄 모르는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오필리어의 냉장고 성에를 가지고 놀 때 가벼운 짜증을 느꼈다. 비인간 종족이 인간의 배설과정을 궁금해 할때 "교육받은 짜증"을 느꼈다. 마치 교실에서 암묵적인 금기어와 금기행동을 어긴 학생에게 그러하듯. 오필리어가, 정확히 무엇을 아쉬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잔류인구] 덕분에 2023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부"의 협소한 의미와 가능성을 열어주는 "배움(터득함)"의 의미를 비교해 보게 된다. 닫혔다면, 다시 여는 노력이라도 해야겠다.




21c 대한민국에서 "공부"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학교, 기관, 학원, 수업료, 강사, 선생, 기출문제, 경쟁, 무한 반복, 효율성, 선생. 규율, 합격, 선행.

* * * 

오필리어가 비인간 생물체들을 통해 알게 된 '배움'의 키워드는? 호기심, 열어놓음, 주종이나 위계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이뤄짐. 스스로 자신의 선생님. 즉 (가르칠 대상이라는) 목적어가 필요하지 않음. 서로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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