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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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2024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궈놓는 책, 새벽3시까지 술 마시다 쩔었어도 집 들어오자마자 다시 펴본 책, 너무 재밌는 책. 책 좋아하는 문학가가 작정하고 쓰니 이렇게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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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4-06-24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제일 나쁜 책 한 권 아는데(금서로 많이 지정되었고, 책 제목을 보면 ‘이거 정말 위험한 책’이라고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그 책이 <나쁜 책>에 나오지 않았어요. ^^

얄라알라 2024-06-24 09:12   좋아요 0 | URL
cyrus님 반가우세요. 월요일 잘 시작하셨는지요?

제게 큰 숙제를 주셨는데요. 궁금해서 들썩들썩 ㅎㅎㅎ

잠자냥 2024-06-24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얄 님도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다 쩔기도 해요??? +_+?

2024-06-24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24-07-13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이 무척 해박하고 깊습니다. 책읽기와 책을 모두 좋아하는 진심과 내공이 느껴지더라구요.ㅎㅎ
 


책 보러 찾은 도서관, 입구로 안 들어가고 샛길로 샜습니다. 나날이 산이 좋아지니 나이를 감추기 어려워지네요^^ 심호흡 몇 번만 하고 내려오려던 게 자꾸 발이 앞으로 나아가서 전망대까지 올랐습니다. 놀랍게도 전망대에서 알록달록 추상화를 보았어요. 멀리서 보고 정말 설치 미술인 줄 알았죠.


그러나 가까이에서 보니 그것은, 나물 말림(?)이었습니다. 누군가 공짜 햇볕이 아깝다는 듯 돗자리와 나물을 산 안쪽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것입니다. 아마 그 "누군가"는 나물을 직접 캤을 테고, 애정을 담아 다듬고 씻은 후 산 전망대까지 들고 왔겠지요. 부지런한 누군가의 "채집인 본능"에 미소를 짓습니다.


알록달록 돗자리를 보니 갑자기 수년 전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긴급 안내 방송의 이유가 웃겼는데요.


아파트 단지 내 돗자리 펴놓고 나물 말리시는 분 치우시라,

아파트 경관을 저해한다...


당시 그 방송 듣는데 웃기더라고요. 나물 돗자리 하나 펴놨다고 아파트 평판(?), 집값(?) 떨어질세라 재깍 안내 방송하다니 한가하시네..... 그 후로 가끔 가을이면 고춧가루용 고추를 말리는 돗자리를 보았어요.

길고 긴 인류 진화사,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온 우리가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채집인 본능의 기를 못 펴고 삽니다. 산 등성이 전망대에 돗자리를 깔고 나물 말리시는 그 "누군가"의 채집인 본능에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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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6-07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날씨가 건조하고 햇볕이 뜨거워서 잘 마를 것 같은데요.
요즘엔 나물을 캐기도 쉽지 않겠지만, 말릴 공간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가을에는 옥상이나 주차장에서 고추 말리는 분들도 계셨는데,
매운 공기가 들어온다고 입주민과 다투는 것을 본 적 있거든요.
나물 말리는 것이 아파트의 경관을 저해하는 건 생각을 못했네요.
날씨가 6월이 되면서 여름처럼 더워졌습니다.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4-06-07 21:26   좋아요 1 | URL
자장면 먹고 배달 그릇 1층에 내어 놨다고도 안내방송 하시더라고요...아파트 경관 해친다고^^;;;

다양한 민원이 있나봐요

서니데이님께서도 더운 날씨, 비올 주말 건강히 자알 보내시어요

transient-guest 2024-06-1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미친 시대같아요. 80년대, 90년대까지도 안 그랬던 같은데요. 저 어릴 때 같은 동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영종도 (그땐 배타고 들어가던 시골)에 가서 고추 잔뜩 구해다가 옥상, 주차장, 길 이런데 사방에 펼쳐놓고 말려서 방앗간에서 고춧가로 만들어오고 그랬어요. 온 동네가 다 그랬는데 이젠 정말 정이 없는 것을 넘어 정 떨어지는 세상이네요. 사진이지만 그렇게 뭔가 펼쳐놓고 말리는 풍경이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랫만에 보이는 것 같네요

레삭매냐 2024-06-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강진에 가는데 고속도로
에 돗자리를 펴고 그렇게 말리시
는 걸 본 기억이 납니다.

그 땐 그랬죠, 다들.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감각을 못 견디는 나는 번번이 수영강습에서 낙오되었고 낚싯배 타서도 선실에 콕 박혀 있었다. 겁쟁이다.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 노인은 용감하다. 조각배 하나에 의지해 먼바다로 나가, 배 보다 더 큰 물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가난한 그는 빈 손이다. 망망대해에서 고독을 달래줄 라디오는커녕 물고기에 뿌릴 소금조차 없다. 원양어업에서 으레 동원할 든든한 장비도 없다. 달랑 몸뚱어리뿐이다. 그나마 노화하여 말도 제대로 안 듣는 몸. 그런데 몸이야 말로 일당백이다. 예를 들어 노인의 목소리는 망망대해에서 외로움을 달래줄, 건전지 안 먹는 독백 라디오가 된다. 노인의 억센 손과 강건한 어깨는 물고기와 맞서게 해줄 무기다. '아! 몸 그 자체가 도구, 존재 자체가 어부이구나!' 여기에 생각에 미치자 그제야 왜 소년이 산티아고 노인을 "최고의 어부"라며 존경하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물고기 잘 잡는 어부들이야 많겠죠. 훌륭한 어부도 더러는 있고요. 하지만 진짜 어부는 할아버지뿐이에요.



세상은 노인이 84일째 물고기를 잡지 못하자 측은지심을 넘어 무시한다. 소년의 부모님은 노인에게 불운이 붙었다며 아예 노인의 배에 타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도 소년은 노인에게서 "최고의 어부"를 본다. 소년은 "최고"에 걸맞은 예우를 할뿐더러 "최고"에게서 배우고 싶어 한다. 노인은 남들 눈에 덕지덕지 녹이 낀 작살 같을 자신의 존재를 유일하게 인정해 주는 소년이 고마워서라도 거대한 물고기와 끝까지 싸웠다. 노인 역시 '내가 죽느냐, 물고기 네가 죽느냐'의 상황에서 물고기를 인정해준다. 심지어 '형제자매'라고 부른다.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을 때마다 헤밍웨이가 숨겨 놓은 문장의 빙하 밑으로 파내려가게 된다. 곱씹는다. 왜 소년에게 노인은 '최고의 어부'인지, 소년의 눈에만 '최고'인지, 만약 그렇다면 노인은 그런 한평생에 만족하고 세상을 뜰 수 있을지? "최고의 어부"란 무엇인지? 나는 "최고"인 노인에게서 무엇을 배웠는지?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전폭 지지해주는 것만큼 잠재력을 끌어올리게 하는 당근이 있는지...[노인과 바다]는 얇은 철학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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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5-30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의 깔끔한 문장도 좋고, 말씀하신대로 숨겨놓은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탁월함도 있어, 저도 좋아해요.
그의 생과는 별개로^^;;;;

얄라알라 2024-05-31 07:45   좋아요 1 | URL
우연히 검색하다 본 어떤 전기에서는 헤밍웨이가 총 들고 있느 사진을 표지에 썼더라고요...고작 저는 인터뷰집 1권 읽었는데 좀 더 알아보고 싶어지네요^^;

햇살과함께 2024-05-31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10대 때는 알지 못했는데 다시 읽으며 저 문장들이, 노인이 물고기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레삭매냐 2024-06-1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의
책이야말로 고전이 가진 매력
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읽어 보고 싶네요,
<노인과 바다>.
 
사랑이 훅! 창비아동문고 295
진형민 지음, 최민호 그림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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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6학년 때 고백한 번 못하고 끙끙 가슴에 품었던 첫사랑 기억 꺼내어 쓴 소설이라 20년전 느낌도 있어요^^ 농구 좋아하고 땀 번들거리는 종수 캐릭터가 혹시 작가님 첫사랑 닮은 사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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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동안 [노인과 바다]를 세 가지 버전(각각 백정욱, 이정서, 박상은 번역가 버전)으로 접했다. 내친김에 [헤밍웨이의 말: 은둔 시절의 마지막 인터뷰]까지 읽었고 박균호 작가의 [세계문학 필독서 50]을 펼쳐서 작품해설도 살펴봤다. 한 마디로 엄청난 재발견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작이라고 어른들이 하도 권하시길래 10대 때 읽었다. 대학 입시 영어 시험도 대비할 겸 원서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철부지 나는 줄거리만 따라가며 '이렇게 밍밍한 책이 도대체 왜 유명하지?,' 책 추천해준 어른들에게 속은 느낌이었다.


아둔함은 독이다. 교만함은 독자의 눈을 가린다. 청소년기 나는 빨대 꽂아 음료 마시듯 [노인과 바다] 줄거리만 쪽쪽 빨고는 진짜 중요한 양분은 싹 내 버린 셈이다. 단순한 줄거리 이면에는 헤아리기 벅찬 인생의 지혜와 생각거리가 담겨 있었는데도 말이다. 어렸던 나의 경솔과 오만을 속죄하듯 이번에는 [노인과 바다]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읽었다.




"빙산 원칙"에 따라 작품을 쓴다는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의 단순한 줄거리라는 빙산 아래, 자신이 경험한 인생의 폭과 밀도를 꾹꾹 눌러 감춰두었다. 80여일 동안 빈 배로 돌아오던 노인이 사투를 벌여서 인생 최고의 물고기를 낚는다. 몸길이가 5.5미터에 이르는 물고기(청새치로 추정)를 실을 공간이 없어 쪽배에 매단다. 그 와중에 프리라이더 상어 떼에게 물고기 살점을 다 뜯겨 뭍에 닿았을 즈음, 물고기는 뼈대와 꼬리, 머리통만 남아 한때 정녕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노인은 물고기와 목숨을 걸고 했던 사투로 기력을 다 써서 깊은 잠에 빠진다. 사자 꿈을 꾸면서......



Jackiemora01,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나는 엉뚱하게도 노인의 소박한 식사법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 일단 노인은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고, 음식이 제 몸으로 들어간 후 어떻게 작용할지를 상상하고 외부의 생명과 자신의 연결성을 이해하며 먹이를 음미한다. 노인의 식사법에는 과도함,즉 과식과 낭비가 없다. 반면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인은 혀끝의 자극과 쾌락, 소비를 통한 과시, 습관적 먹기를 하며 음식을 사유하지 못한다. 

노인은 자신이 잡은 5.5미터짜리(자신의 배보다 몇 뼘 더 큰) 청새치라면 어른 한 명이 겨우내내 식량 삼을 수 있다 가늠하면서도 이걸 먹을 자격 갖춘 인간이 흔히 없다는 것도 안다. 비록 둘(물고기 혹은 노인)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인지라 물고기에게 작살을 꽂았지만 노인은 물고기를 형제의 마음으로 대하고 존중한다. 자연에서 음식을 취하며 생존하고 자신을 살게 해주는 그 존재에 감사하는 노인이야말로 어부이자 철학자가 아닌가, 나는 감탄했다.


그 외에도 뼛 속까지 어부인 노인이 바다를 여성형 명사라면서 바다 및 바다 생물체에 보이는 태도, 몸 속 장기가 밖으로 녹아 나올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의지, 라디오 하나 없이 가난한 어부로서 망망대해에서 혼잣말하는 노인의 외로움, 피붙이도 아닌데 망망대해 위에서 의리와 신뢰 관계로 다져진 노인과 소년의 우정, 노쇠해가는 몸을 살살 달래고 어르며 노화를 수용하는 노인의 태도 등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읽을수록 좋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작가로서 출세하지 못했더라면 어부로서 이름을 날렸을 거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믿게 되었다. 



Look Magazine, Photographer (1953)/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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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5-18 0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키트와 보양탕 ㅋㅋㅋ 적절한 표현입니다 해마다 다시 먹어줘야죠~

얄라알라 2024-05-18 02:37   좋아요 1 | URL
ㅎ네네^^ 그리고 이왕이면 몇 글자라도 보양탕 몸보신 기록을 해주는 게 좋은데
저는 자꾸만 적는 걸 귀찮아하네요.

2024-05-16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18 0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