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에서 대기표 받고 기다려 봤다. 하지만 대기시간이 30분을 넘긴다면, 차라리 메뉴를 바꾸겠지? 지난 주말, 먹어 보겠노라고 대기줄에 섰다. 2시간을 족히 넘겨 기다렸으니 인생기록 남김 셈. 욕망으로 굴비줄 꿰어져 대기하는 이들과 동질감까지 느꼈다. 허송 시간이 몹시 아까워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를 펼쳤다. 현장 대기줄에서 1/3은 읽었고, 나머지는 어제 오후를 꼬박 써서 읽었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의 저자는 명지대학교 정회옥 교수(정치외교학과 /
hoiokj@mju.ac.kr)이다. '혐오와 차별의 정치학’ 등 담당하는 전공교과목과 JTBC〈차이나는 클라스> “아시안 차별의 이면은?” 강의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이 책은, 미국 사회내 아시아인 차별의 현재와 역사성을 다양한 예를 들어 풀어 쓴 대중서이다.
“Three Graces” (1882)
1부는 역사적으로 각종 재난 _ 전염병 창궐, 경제 위기,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왜 미국 내 아시아인이 쉽게 희생양이 되었는지를 사례를 곁들여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에 선페스트 돌던 1900년에나 120년 후인 2020년에나 전염병 유행 시 누가 '병의 발원지'에 살고 '더러운 존재'라는 오명을 쓰던가? 시차는 있지만, 우리는 '희생양 만들기'에서 비슷한 패턴을 볼 수 있다.
2장에서는 '오리엔탈리즘'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에드워드 사이드 뿐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기중심성까지 언급한다. 그 본연의 성향이 종교, 과학, 법 등을 등에 업고 공고해지면 "인종주의"가 된다. 중요한 것은, "인종은 인종주의의 자식이지 그 아버지가 아니" (Coates 2016)는 점이다. 차별의 현실을 정당화하기 위해 발명해낸 개념이 '인종'이라는 의미이다.
The New Far East (1899
3장에서 정회옥 교수는 인종주의의 여러 갈래를 소개한다. 독자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할 "내재적, 외재적, 제도적" 인종주의에 더해 "문화적," 나아가 "상징적 인종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인종주의의 의미를 이런 식으로 확장해서 적용한다면 한국이야말로 상징적, 문화적 인종주의가 강력한 자기장을 뿜는 사회일 지 모른다. 최근 읽은 [깻잎 투쟁기]가 한국인 특유의 인종주의라 할 "colorism"이나 "GDP차별(박민영의 용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한다.
제도적 인종주의의 예: school-to-prison pipeline
4장부터 저자는 본격, 왜 하필 아시아인이 혐오와 차별의 대상으로 구성되어왔나란 질문을 역사적 사례를 들어 답한다. 핵심은 미국 내 아시아인이 "더러워서 피했던 존재에서 두려운 존재"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동시에 아시아인 중 일부 국적 계보는 '모범적 소수 model minority' 프레임에 갇힌다. 이 프레임은 흑인과 대립을 유도함으로써, 여타의 사회적 문제들을 교묘하게 인종갈등 프레임으로 방향전환 하기에 교묘하고 악랄하다. 미국의 아시아계 이민자들 혹은 아시아인들이 "Not your model minority"를 외치며 시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model, model" 추켜 올려도 눈가리고 아웅일 뿐, 현실에서는 '대나무 천장 bamboo ceiling'에 머리부딪힐 뿐이라는 자각과 함께.
6장에서는 인종 뿐 아니라 젠더, 즉 아시아계 여성이 왜 하필 더 취약한지의 문제를 파고 든다. 미국내 묻지마 아시안 혐오 범죄의 희생양 중 2/3가 여성이라는 통계 결과도 있다. 저자는 교차성 개념을 끌어와 이를 계층, 젠더, 인종 등 여러 층위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9년 로버트 캘리 교수의 한국인 부인이 세 아이를 돌보는 아시아계 보모 취급 당했던 에피소드가 이 책에도 등장한다.
단순히 문화적 스테레오타입때문만이 아니다. 미국내 아시아계 여성의 낮은 지위는....미국 아시아계 이민자의 역사에서는 여성은 주변부 중에서도 더 주변부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했는데, '총각 사회'를 예를 들 수 있다. 초창기 미국으로 건너온 중국 이민자는 남:여 성비가 무려 15:1 수준으로 극심하게 차이 나자 여성 대상 인신매매를 하는 중국계 범죄 조직이 있었다고 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한국 사회내 교묘한 인종주의에 대한 언급이 많아진다. 코로나 시대 1차 재난지원금에서 누가 배제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이야기풀기의 좋은 시작점이다. 이 글을 쓰다 클릭한 헐리웃 가쉽 기사를 읽으니, 유명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가 쿠바 출신 배우 아나 디 아르마스를 보고 "쿠바에서 막 온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