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라고는 (+ 마라톤이라는 희미한 추억을 뒤로 한 채) 걷기만 하는 나의 입에 담을 단어는 아닌 듯한데, 소위 "테니스 엘보우"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테니스 라켓은커녕 파리채 한 번 휘두른 적 없이 팔꿈치를 귀하게 모셔 주었건만, 웬 통증이 이리 지독한가? 샤브샤브 야채 가위질과 양치질할 때 비명이 절로 나오더라. 외투에 팔을 넣을 때도 비명을 삼킨다. 아픈 이유가 궁금해서 기억을 뒤져봤자, 가끔 4~5시간씩 소파에 널브러져 핸드폰과 노느라 팔목과 팔꿈치를 지지대 삼은 정도? 그런데도 '테니스 엘보우' 통증이라니, 매우 부끄럽다. 엄살 부려서 더 부끄러운데, 매일 물리치료 받고 약 처방도 한 달 치나 받았다.
문제는,
커피 머그잔도 왼손으로 받들어 양손으로 드는 처지에, 이 많은 책들을 한 번에 들고 왔다는 것이다. 처음엔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만 빌릴 계획으로 도서관을 찾았다. 그러나....언제나 그랬듯이, 새 책 앞에 선 나는 황홀한 기대감에 팔꿈치 통증 따위는 홀딱 잊었다. 대출가능 최대치로 꽉꽉 채워 빌리고는 흐뭇해서 비실비실 웃음이 나오는 걸 숨기며 도서관에서 걸어 나왔다. 지금 이 녀석들은 내 집 서가에 자리잡았는데, 막상 앉혀놓고 보니 이 녀석들을 들고 온 사람, 참 우악스럽게 힘자랑 했지 싶다. 한 팔로 들고 올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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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치, 뭐랄까, 제 자식이기 때문에 20킬로가 넘는 어린이도 번쩍 안아올릴 수 있는 엄마의 괴력에 비유할까? 팔꿈치가 그렇게 아팠는데도 번쩍 이 녀석들을 업어 온 나는 뭔가... 안 읽은 새로운 책들을 보면 가슴이 설레고, 더 잘 살고 싶은 욕심이 올라오는 나는 뭔가... 물리치료나 받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