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살림 탐구 - 홀가분한 일상을 위한 살림 노하우북
정이숙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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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목이 "삶을 살리는 살림." 간결한 문체로 17년 살림 지혜를 전하는 이 책의 처음과 끝은, 저자가 애정하는 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있다. 그 마음으로 비우고 정리하고 사랑 주는 살림을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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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관심이 컸던지라 간혹 읽었어도,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던 번역 관련 책들. 요즘은 이 책들이 피와 살이 되는 조언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김우열 번역가가 쓴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를 읽던 중, 우습고도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만났다. 다음과 같다.


한여름에 웬 파리 한 마리가 윙윙거리며 귀찮게 굴어서 슬슬 짜증이 나던 차, 녀석이 모니터에 떡 하니 앉아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클릭했죠. 그런데 녀석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겁니다. 혼자서 '이상하네 저 놈이 왜 가만이 있는 거야' 하다가 몇 초가 지난 후에야 손으로 쫓지 않고 마우스 화살표로 쫓아내려고 했다는 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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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데, 운전을 하다보면 차체가 자신의 손발의 연장(extension)으로 느껴진다고 했던 지인이 생각났다. 환상사지(phantom limbs)까진 아니지만, 파리 몰아내는 방법으로 얼마나 팬텀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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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3-09-04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에서는 extended recognition이라고 하죠. 연장/확장된 인지…. 의족 의수도 그렇고 자동차나 자전거나 배나 비행기도 그렇고. 작게는 연필이나 붓도 그렇고요.
이 책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을 묶어내서 한때 무료로 볼 수 있기도 했고 번역 공부 시작할 때 스터디한 거라 무지 반갑습니다. ㅎㅎ 거기다 김우열 선생님이 비건이셔서 저도 처음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반갑네요.

얄라알라 2023-09-05 00:06   좋아요 1 | URL
persona님, 반가우세요. 제가 많이 게을렀는지
persona님 들려주셔서 감사드려요.

[채식의 유혹] 번역하신 이유가, 김우열 번역가님 본인이 채식하셔서인가요?^^

persona님 번역 공부 본격하실 때, 어떤 책 도움 받으셨는지 혹 여쭈어봐도 될까요? 저도 지금 마구마구 담아 3권 찾았어요^^

얄라알라 2023-09-05 00:09   좋아요 1 | URL
˝extended recognition˝^^

요 단어를 썼으면 뜻 전달이 더 빠를 뻔 했어요^^ 감사합니다

2023-09-05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5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2023-09-05 12:53   좋아요 1 | URL
응원드립니다!^^

yamoo 2023-09-07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에피소드가 재밌네요..ㅋㅋ

그러나 저러나 <나도 번역한번 해볼까>라는 책도 있네여. 저런 생각을 갖고 번역에 뛰어드니 불량번역이 양산되는 듯합니다. 번역은 일종의 창작입니다. 우리나라는 창작으로 대접해 주지 않으니 불량 번역이 판을 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얄라알라 2023-09-08 00:17   좋아요 1 | URL
yamoo님께서는 누구보다 창작의 고통(?)과 환희를 잘 아실 터인지라 더욱 신뢰가 갑니다. 지금 ˝번역˝관련한 책만 5권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어렵고 지난한 과정인 듯 해요. 글 다루기를 진정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섵불리 손대기 어려운....
 

"나무"

나무는 영어에서 복수형으로도 단수형으로도 다 쓰이는 단어이지만, 내 맘 속에서는 항상 복수형 이미지다. 홀로 서 있는 나무조차도 뿌리로 연결된, 아바타적 나무. 오늘 짧은 시간에 나무를 "폭풍 흡입"했다. 고맙게도 내 취향과 욕구를 읽어준 이 덕분에 20분만 걷고도 '정상'이라 할만한 산에 후르륵 다녀왔다. "폭풍흡입"으로 놓친 맛도 있겠지만, 흠뻑 취했다. 다채로운 초록 빛과 뿌리의 강건함, 그리고 잎사귀의 섬세함에.



같은 오후, 이어서 만난 "나무" 형상. 설치 미술 작품.

평소 피하는 자극적 "형광연두"를 입혀 놓은 인공 모형들. 물끄러미 바라보는 데, 작품해설을 읽지 않았어도 작가의 의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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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9-04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비장이 예쁘네요
보라색 꽃 좋아해요

얄라알라 2023-09-04 14:1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제가 ‘엉컹퀴‘라고 안 올리기를 넘 잘했어요. 덕분에 ˝산비장˝이라는 독특한 꽃 이름 알아가네요. 저도 보라색 꽃, 보라색 필기구를 사랑합니다 ㅎ

페크pek0501 2023-09-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멋지군요. 흔히 찍을 수 없는 귀한 사진인 듯합니다.^^
 

말을 곱게 쓰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 못하지만, 그 사람이 썼던 특정 단어나 말의 내용을 잘 기억하는 편입니다. 제가 사람을 볼 때, 몸의 반듯함 이상으로 말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건 살면서 우연히 경험하는 에피소드로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에피소드 하나 겪었습니다. 소위 번개 모임으로, 굉장히 유쾌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미 2시간쯤 판이 벌어진 술판에 제가 끼어든 셈이었는데요, 참석자 중 한 분은 완전히 초면이었습니다. 앉아 계시는 태도와 표정의 온화함, 말투와 목소리, 체화된 예의바름 등등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  

그런데, 착석 후 2-3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말을 중요하게 여기는 제 안테나에 자꾸 걸리적 거리는 게 있었습니다.


"이 아줌마가 뭐라는 거야?" "이 아줌마 뭐래?"


그 (혼잣)말이 향하는 대상은, 사실 그 점잖은 분이 그날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습니다. 초면이 여성분들, 그리고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던 여성 직장 동료였죠. 이후 4시간 정도 이어진 술자리에서 "이 아줌마 뭐래는거야?" 이 말을 족히 열 번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습관적 추임새를 빼고는 그분 입 밖에서 나온 말들은 알코올 취기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기묘한 부조화가 더 강력하게 제 안테나게 들러붙었습니다. 그 말이 자꾸만 생각 나더라고요. 그랬더니 한 문장으로 해석 가능해졌습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나가서도 샌다."



감히 짐작하건대, 그분은 댁에서 아내에게 그 말, "이 아줌마가 뭐래는 거야?"를 습관적으로 써오셨을 것입니다. 술자리 에피소드 때문에 오는 저는, '항상 말을 곱게 쓰자'는, 도덕 교과서 같은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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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25 1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얄님.. 그분 집에서 어떻게 말씀하실지 안 봐도 훤하네요. 어우ㅠㅠ
저는 평소에 생각한게, 행동을 예쁘게 하는 사람은 꽤 자주 볼 수 있지만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게 보이는 것 같아요(저도 예쁘게 못합니다 ㅋㅋ). 그래서 말 예쁘게 하는 사람은 확 눈에 띄고요.
말 예쁘게 하는게 어렵긴 한 것 같습니다. 근데 예쁘게 못하면 못나게라도 하지 말자...

얄라알라 2023-08-27 17:46   좋아요 0 | URL
^^ 제 말씨도 점점 유투브화 되어 가는지라, 이런 글을 올리기 사실 ‘제 얼굴에 침뱉는....‘

제가 어렸을 때 많이 들으며 컸던 속담이 ‘집에서 새는 바가지....‘ 였는데 그 분을 보고 속담이 생각나서 썼네요.

저는 은오님처럼 컬러플하게, 생동감 넘치게 말 좀 해보고 싶어요. 진지 모드여서 fun하지가 못한지라, 은오님이 부럽사옵니다

감은빛 2023-08-25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얄라알라님처럼 저도 고운 말을 쓰는 사람이 좋습니다.
말이 거칠고 태도가 불량하게 느껴지면 딱 기분이 상합니다.
물론 좀 친해지면 적당히 농담처럼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태도를 보이려면 정말 어느 정도는 친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는 편입니다.

얄라알라 2023-08-27 17:47   좋아요 1 | URL
ㅎㅎ예전에 한국 사회에서 ˝아줌마˝라는 호칭(?) 함의 분석한 논문을 읽었던 생각이 납니다.

˝이 젊은이야. 이 어린이야....˝보다 ˝이 아줌마야.˝가 주는 파급효과가^^;;;

감은빛님, 닉넴부터가 매우 고운말같이 느껴져요
 
빨강 연필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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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연필은 과연 그 습득자에게 득일까? 독이 될까?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와, 실제 나의 간극을 더 벌려 놓을까? 아니면 지향하는 이상으로서 나를 이끌까? 속임수를 부려서라도 내 영향력을 키워준다는데 빨강 연필을 포기할 수 있을까? 민호는 연필을 태웠다! 심사위원들은 이를 높이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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