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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치유의 비밀 - 안드레아스 모리츠의
안드레아스 모리츠 지음, 정진근 옮김 / 에디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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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마지막 사흘을 '음식 끊으며' 보냈던 것은, 꼭 필요한 양분과 군더더기(행위로서의 습관성 군것질이나 의식적 물 마시기, 물질로서의 과잉 음식, 향료)를 변별해내고 싶어서였다. 사흘까지는 당혹스러울 만큼, 외부로부터의 양분 없이도 몸이 보채지 않았다. '결국 먹거나 읽어 대는 행위도 채워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나' 하며 급 자기반성 모드를 타려던 차, 나흘째, 슬슬 반응이 올라왔다. 손이 무척 차가워졌고 머리가 멍했다. 1월 1일,  숭늉에 이어 캐슈넛부터 냉큼 먹었다. 


 "차가운(식히는) / 뜨거운(덥히는)" 음식 범주화를 이야기하는 책마다 중국 전통의학의 "음/양"과 아유르베다 의학을 나란히 언급하던데,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에 대해 자료를 찾아본 적이 없다. 마침 [건강과 치유의 비밀]의 저자인 안드레아스 모리스(Andreas Moritz) 가 이 분야 전문가라는 소개글을 보고 950여 쪽의 두꺼운 책에 도전했다. 


평소 잘 하지도 않는 필사까지 해가며 읽었다. 저자인 안드레아스 모리스의 건강관과 인생관을 잘 보여주는 문장을 꼽아보자면 



piqsels.com/CC0


"어둠은 우리가 제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어둠을 창조하는 것은 사라진 빛이다. 

어두운 방 안에 양초를 켜면 어둠은 그 즉시 사라진다. 


우리가 불행해진 것을 질병 탓으로 돌리고, 그것을 적으로 취급하는 것이야 말로 현대인들의 건강에 위기를 가져온 근본 원인이다 (19)."



이런 문장을 보니 어쩌면 생각의 동심원을 이 책에서 찾을지 모르겠다 싶어서, 더욱 집중해 읽었다. 1/2 능선 넘어 500쪽쯤 오자, 35년 이상 철저한 비건으로 살았고 자연의 치유력을 주장하는 저자는 과연 어떤 생김, 어떤 음성으로 이야기할까 궁금해졌다. 그러나, 강의 동영상을 찾는데 최신 자료가 없다? 오호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자 안드레아스 모리스(Andreas Moritz)는 58세의 나이로 이미 2012년에 타계하였다. 구글 검색해 보니, 그가 제시한 건강법을 추종해온 팬들에게 그의 죽음이 얼마나 충격이었으면 음모론을 실은 게시글들이 뜬다. (책 원제가 "Timeless Secrets of Health and Rejuvenation"이다!) 사람들은 100세까지 건강할(건강해야만 할) 것 같던 그가 돌연 사망했으니 죽음의 원인을 무척 궁금해하지만,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이후, 500쪽부터 950쪽 까지는 필사 전혀 없이 빠르게 읽어 나갔다. 솔직히, 읽을 의욕조차 꺾였다. 왜 출판사 측에서는 책날개를 꽉꽉 채운 저자 소개란에서 1954~2012년이라는 정보는 빼놓았을까? 



며칠 지나 생각하니, "건강법"을 전파(설득? 포교?)하는 저자라 해서 "timeless secret"을 100세 장수로 증명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암은 병이 아니다. 암 치료를 일부러 할 필요 없다"라고 꾸준히 주장해온 이가 설령 암 진단을 받았더라도(안드레아스 모리스 사인이 암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가 기술한 내용에서 신뢰를 완전 거두겠다면 가혹한 반응이다. [건강과 치유의 비밀] 500여 쪽 이후 속독했던 가벼움이 부끄럽다.  



 [건강과 치유의 비밀]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1월 1일 맞아 다시 읽는데, 흥미롭다. 

전자는 심신일여 건강철학을 이야기 하는데, (비록 출처를 밝히지 않은) 각종 생의학 연구 결과와 수치들을 권위 구축을 위해 동원한다. 후자는 한자의 형성 원리나 단어 뜻풀이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다가, 도교, 불교, 유교, 다양한 종교 전통의 세계관까지 끌어온다. 꼭지점은 비슷한 지점에서 만나는 데, 권위 구축을 위해 끌어온 자료와 사유의 폭 면에서 다른 지점이 보여 흥미로웠다. 2021년 상반기, 여유가 된다면 아르유베다 의학에 좀 더 들어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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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2 0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가방 2021-01-24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자의 죽음을 알고....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100세까지는 아니더라도, 58세는 너무 짧은 삶인 것 같아서...

하지만 안드레아스 모리츠의 따뜻한 신념과 철학은 존중하고 싶습니다.
이 두꺼운 책을 ‘필사(!)‘까지 하면 읽으셨다니.... 대단하십니다.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 뚝딱뚝딱 누리책 22
라파엘 프리에 지음, 줄리앙 마르티니에르 그림, 이하나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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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책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은 세일즈 포인트가 5000점을 넘어 서며 잘 팔린다. 편집자의 팬심 가득한 추천의 글 덕분일까? 주르륵 이어 보면 A4 1장 분량도 안 될 줄거리인데, 이 책이 잘 팔리는 이유가 있겠지? 고단한 회사 생활로 생활인의 입내가 풍겨나는 독자 리뷰가 많은 것도 이 책을 누가, 왜 사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블레즈씨처럼 매일 아침 출근 전 면도하며 거울을 들여다 보았어도, 정작 자신을 응시해 본 적 없던 어른들이 '블레즈씨'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할 것 같다. 



작가 되기를 꿈꾸며 30여년 간 꾸준히 글을 써왔다는 라파엘 프리에(Raphaële Frier)의 글 이상으로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은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블레즈씨 식탁에 올려진 벌꿀, 욕조 다리의 곰발 장식, 블레즈씨 집의 초록 인테리어, 침실의 곰 인형. 


과연 편집자의 말처럼, 그림 속 숨어 있는 암시 찾으며 읽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블레즈 씨가 과연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는지, 블레즈 씨 주변의 화초 상태가 어떠한지는 꼭 찾아봐야하는 장면.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가 어른 독자에게 주는 하나의 조언이자 경고는, 몸의 증상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블레즈씨는 엄청난 변화가 분명 몸으로 일어나고 있는 데도, 신경 쓸 여력도 없다는 듯 "괜찮아 질거야"를 되뇌이며 여전히 출근한다.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지 않는다. 변화는 쓰나미처럼 갑자기 밀려오지 않는다. 누적, 소리없는 누적이 일으키며, 분명 변화의 신호를 보내온다. 어떤 형식의 신호일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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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9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레즈씨에게 과연 무슨일이,,,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졸음이 쏟아지고(전화를 받기 힘들정도로)

이거이거 점점 궁금해지는데요.

scott 2020-12-3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2021년 새해 복주머니 하나 놓고 가여 ㅋㅋ

\-----/
/~~~~~\ 2021년
| 福마뉘ㅣ
\______/

얄라알라 2020-12-31 10:44   좋아요 1 | URL
scott님^^ 매번 먼저 주시고 가시네요
21년에는 코로나 싸악 몰아내져서 물리적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cott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작 12시간 지났네요. 굶은지. 고백하자면 따뜻한 우엉차는 2리터쯤 준비해 두었고, 민트캔디는 아예 봉지를 텄습니다. 2020년의 남은 사흘을 "굶으며, 비우며" 지내기로 결심했는데, 왠지 캔디 봉지가 곧 텅 빌 것 같습니다. 습관적 클릭질, 습관적 카톡질처럼 관성적으로 입에 뭔가를 밀어넣는 현대인의 조바심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겠군요.


2019년 12월 중국발 코로나 뉴스 이후, 12개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아침에 눈뜨면 코로나 세계지도를 뒤지고 확진자 현황을 체크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실로 많은 이에게 2020년은 뚜렷하게 다르게 기억될 한 해겠지요. 2020년 상반기를 사나흘에 한 번씩 현관문을 열 정도로 책상받이로 지내면서 자연스러운 수면 리듬, 호흡이 엉크러졌음을 느낍니다. 책을 수십 권씩 쌓아놓고 조바심 내다 보니, 꿈에서도 늘 과제 안 낸 껄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자기처방 내리기를 29, 30, 31일 굶으며 말도 가급적 삼가기로 합니다. 어떤 경험이 될 지, 기대됩니다. 



 



   


 

이른 시간에 걸으니, 설악산에 등산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2m 거리두기 산행을 했습니다. 오색코스는 산행이라기보다, 산책코스여서 2020년 집콕 생활로 다리 근육 약해진 분들에게 좋겠더군요. (제 이야기군요) "선녀탕"의 초록 물에 낙엽이 동동 떠 있습니다. 요즘 꼬마들은 "선녀"니 "옥황상제"라면, 피시식 웃어버릴 것 같습니다. 하늘 이야기보다 더 짜릿한 가상 세계의 캐릭터들 이름 외우기도 바쁠테니까요. 

  





딱히 뭔가를 하고 싶지 않고, 쉬고만 싶네요. 마음 가는대로, 남은 사흘 책 읽으며 2020년을 정리하려 합니다. 책 욕심은 식욕만큼이나 비우기 힘듭니다. (어제부터 900쪽 넘는 [건강과 치유의 비밀]을 거의 다 읽어갑니다)

알라디너 여러분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하거나, 혹은 하고 싶지 않아서 쉬면서 2020년 다들 잘 보내시기를!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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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9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설마 단식 시작하시고 산행 하신건가요?
오로지 우엉차로만 디톡스 하시려고
겨울에 단식은 각별히 주의 하셔야 해요

2020-12-30 0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로파일러를 동경했어도, 표정 그대로 다 드러내는 캐릭터인만큼 주제를 안다. 


산 아래 섰는데, 이 아늑하고 따사로운, 빨려드는 느낌이 뭐지? 올려다 보면서 '아! 아름다워!' 탄성을 밖으로 꺼냈다. 홀린 듯 혼자서 올라 간다. 준비 안 된 복장이라 신발 속으로 눈이 들어오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발이 자꾸 위로 옮겨진다. 


산 이름을 유심히 살피지 않았는데, 이 산은 딱 이름 그대로이다.





오늘 하루도, 그리고 연일 코로나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

추운 날 아프고 걱정 많은 분들을 생각하며 이 산의 곡선을 나눕니다. 당장은 가시처럼 솟아 있어 아프고 힘들지만, 능선을 이룰 그런 날들이 되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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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0-12-20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안 보여요 ㅠㅠ

2020-12-20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이버 2020-12-20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명한 겨울하늘과 완만한 능선이 아름답습니다˃_˂
 

블로거 페크님, [피은경의 톡톡 칼럼] 작가에게 독자로서 선물을 드립니다. 사진 속 통통한 초승달 찾으셨다면,  그 달 사진이 춤 추기, 책 읽기 그리고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작가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알라딘 서재 마을에 입주한 지, 여러 해가 지나 1870개의 리뷰를 올렸다지만 지인 혹은 한 두 다리 건너 연결되는 작가의 글에는 리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묘하게 부담스러웠습니다. [피은경의 톡톡 칼럼] 저자도 온택트 이웃인지라 리뷰는 접으려다가, 답례 인사 전합니다. 


피은경은 "생활칼럼"을 씁니다. 저자는 [피은경의 톡톡 칼럼]을 펴내며, (생활칼럼 쓰기에) "도전해 보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하여 생활칼럼이 하나의 장르로서 인기를 누리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7쪽)"고 출간 목적을 밝힙니다. 정작 저는 논술 연습하던 수험생 시절 이후로는 칼럼과 친하지 않아서, 녹색창에 또 구글에 검색해봅니다. "생활칼럼은 ~~ 이다"는 정의를 찾기는 어렵네요. 그래서 [피은경의 톡톡 칼럼] 목차를 1부부터 5부까지 고스란히 옮겨 봅니다. 연애, 결혼, 우정, 인간관계, 독서와 글쓰기, 행복과 인생, 사회와 문화 이렇게 다섯 챕터 구성입니다. 


4,900원 택시 요금에 5,000원권 지폐 내밀고 100원을 받을까 말까의 고민, 이전 미용실 솜씨 지적하고 깎아내리려는 미용사에 대한 불신감, 블루베리 과즙 박스를 들고 가는 자신에게 '요즘 가짜가 많던데요'라고 말을 건네는 이웃에 대한 불쾌감 등등.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경험했는지 인지하기도 어려운 지극한 일상성에서 의미를 끌어내어, 저자의 독서경험과 인생론을 버무려 골격을 갖춘 덕담으로 뽑아낸 글들. 


이런 "생활칼럼"을 쓰려면, 지극히 자기성찰하고 되묻고 해석하려는 태도가 몸에 배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피은경의 톡톡 칼럼]에 수록된 글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배려' 그리고 역지사지함으로써 위치 재점검하기의 겸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독자들이 모두 '생활칼럼'을 쓰지 않더라도, 삶의 스치는 순간에서 계속 질문을 뽑아낼 수 있는 성찰은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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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2-20 0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이대로 책을 쓰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진도요.
역광에서는 셔터 스피드를 많이 느추고 (기억이 가물 가물합니다), 조리개도 평소 보다 좀 닫았던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얼굴이 까맣게 나와서요.
근데, 역광 같은데, 책이 인위적으로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게 묘하게 느낌 있게 나왔네요 ^^ 경계도요~

페크pek0501 2020-12-20 1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책보다 더 훌륭한 리뷰인 것 같습니다.
정치 칼럼이 정치와 관련한 칼럼이라면, 생활 칼럼은 생활과 관련한 칼럼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중앙일보의 문화부장과 논설위원까지 지낸 홍은희 선생이 펴낸 <삶의 시간들>이란 생활칼럼집이 2007년에 나왔어요. 그 맥을 잇고 싶었어요.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경험했는지 인지하기도 어려운 지극한 일상성에서 의미를 끌어내어, 저자의 독서경험과 인생론을 버무려 골격을 갖춘 덕담으로 뽑아낸 글들.˝ - 이런 글은 아무나 쓰지 못할 글 같고, 과찬인 듯싶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등달 찾았습니다. ㅋㅋ 감사히 받겠습니다.

2020-12-20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0-12-20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이리뷰를 ‘다음달 당선작‘으로 뽑아야 합니다 ^ㅎ^

초딩 2020-12-20 13:41   좋아요 2 | URL
머치 라이크!!!!

2020-12-24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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