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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 

순전히, 제목 때문에 집어 온 그림책!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림책은 아이들용이라 생각했던 어른을 겸손해지게 만드는 책! 

4-50쪽 분량인데, 500쪽 회고록 읽은 듯 꽉찬 감동. 

도대체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누구?

 

다비드 칼리 David Cali.

어째 발음이 입에 붙는다 싶었더니, 오호! 애정해 온 그림책들, 이 분 작품이구나! 

[어쩌다 여왕님]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 [나는 기다립니다]만 읽었는데, 다비드 칼리에게는 활자로 채운 자녀들이 더 있다. 그들이 30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25개국에서 활약 중이라니, 대단하다!  
















[달려!]의 주인공, "레이"는 화난 표정이다. 항상 화 터뜨리기 직전 표정! 별명도 'No touch Ray'일 만큼 주먹을 화끈하게 날린다. 가난한 한부모 가정의 둘째라는 사실이 못마땅한데, 엄마의 성화 때문에 백인 학교에 다닌다. 레이 혼자 피부색이 검다. 백인 친구들은 레이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하지만 "양으로 태어나지 않은" 레이이기에 '눈에는 눈'으로 맞선다. 늘 주먹을 날린다. 긴장된 어깨, 경직된 눈썹, 그리고 양미간의 주름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특별한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그 분은 레이를 벌 주는 대신, 달리게 하신다. 이렇게 타이르면서. 




"달리기는 넘치는 에너지를 장 정리해 준단다. 아마 네가 싸움을 하지 않게 해 줄 거다."


"난 모든 사람이 달린다면 전쟁도 사라질 거라고 확신해."








레이는 교장 선생님께서 이끌어주신 대로, 달리며 호흡을 정돈했고 에너지를 집중했다. 양미간의 주름이 녹았다. 다른 삶을 사는 어른이 되었다. 레이는. 다비드 칼리는 어른, 교장 선생님이 된 레이가 또 다른 어린 자신을 도우려 손 내미는 장면으로 글을 정리한다. 




 

 

 [특권], [헝거]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의 저자 모두, 피부색이 진하다. 인종주의가 주제인 책들은 아니지만, 읽어 나가며 피부색이 그녀들의 삶 특히 학교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이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부모를 두었기 때문에 겹차별을 받을 처지는 아니었다(고 나는 읽었다). 부유한 집 딸로서 부유한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림책의 주인공 레이는 달랐다. 학교 운동장에 피부가 까만 초등학생은 자기 뿐이었다고 말한다. 백인 친구들이 허락도 받지 않고 레이 얼굴을 문지르기도 했다. 손가락에 검댕이 묻어나는지를 확인하려고. 

비록 상상 속 인물이더라도, 겹차별을 달리기의 호흡으로 이겨낸 레이에게 겹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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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1-08 0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일치라니. 저 초딩 아들이랑 읽을라고 잔뜩 빌려왔어요. 울아들은 북사랑님이 올리지 않은 #내안에 공룡이 있어요 젤 좋아하네요^^ 다비드 칼리는 친구 추천이었는데, 어른이 더 좋아할 동화 같아요.^^

얄라알라 2021-01-08 11:57   좋아요 0 | URL
그림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책들이 이제보니 다비드 칼리 작품들이었다는 걸 어제에서야 알았다니요^^ #내 안의 공룡 요것도 찾아봐야겠네요^^

하나 2021-01-08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기는 넘치는 에너지를 잘 정리해 준단다.” 아...역시 달리기 뿐인 것이에요 ㅋㅋㅋ

얄라알라 2021-01-08 11:56   좋아요 1 | URL
하나 님! 글쵸글쵸? 달리기며 숨 뱉을 때 안 좋았던 생각들도 다 뱉어 사라지고, 뭔가 탁 트이는 느낌! ^^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시리즈 2020년에 출간된 5권을 읽은 , 4, 3, 2권에 이어 드디어 1권까지 읽었다. 1 초판연도는 1996년이다. 아주 우연히 손맛 깊은 맛집을 만나 재방문을 거듭하며, 메뉴를 고루 맛보는 경험이라 할까? 우연히  저자 김영길의 글을 접하고, 품성에 호감을, 건강관에 호기심을 느껴서 만에 저서를 모조리 읽었으니. 최신간 2020년판부터 1 1996년판까지 내 맘대로 순서로 저자를 따라다니는 경험, 유익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5, 2, 4, 3, 1권을 각 권에 문체나 태도에서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치유  사례로 저자가 소개하는 인물들이 각 권에서 종종 겹치는데어느 편에서는 대중적 의학 드라마 캐릭터처럼 드라마틱하게 묘사되어느 경우 옆 동네 주민 이야기처럼 잔잔하다(편집자가 달라진 걸까,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1권 수록 사진 자료: 겨울 계곡 낚시


1996년 초판인 1권의 경우저자가 강원도 방태산에 들어가서 한약방 개원한 초창기 에피소드와 강원도 오지 화전민 마을 사진이 많다.  내용도 "나는 화타다!"라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자의 조심스러움과 포부, 뭐랄까, (훗날 우뚝 서기 위한 초석 다지기로서그러모으는 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2020년(저자가 1946년 생이니, 70대에 쓴) 발행된 5권부터 읽었기 때문에 변화를 더 크게 느낀지도 모르겠다. 5 읽으며 느꼈던 명료한 건강관과 누적된 임상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보다는, 1권에서는 '  쓰고   성찰하며 내려놓는 느낌을 받았다. 확신이 덜한 목소리가 오히려 솔직하고 겸손하게 느껴져,  역시 좋다나는 이런 사람이 좋고이런 작가가 좋다.  저자는 평생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왔고 역시 책으로나마  분께 귀한 지혜를 얻는다.

 

저가 김영길 선생님이 생각하는 명의의 요건치료의 목적을 드러내는 문장들이 있어 옮겨본다.

 

O (심한 부정맥으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가 내심 생각했던) " 노인을 진맥하고   느낀 점을 첨언하고자 한다  나는  노인처럼 일을 많이 하고 병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기氣를 가진 사람을 진맥하는 것은 어쩌면 사기 詐欺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297)."

종합건강검진을 통해 숫자와 전문진단명을 통해 자기 몸을 들여다보는 도시인들과 달리, 나이 일흔 혹은 여든까지 눈뜨면 일하고 산 오르내리는 분들을 저자는 책에서 많이 언급한다. 그런 분들 이웃으로 오래 강원도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말기 암" 진단을 받았어도, 암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없기에 되레 담담하고 평상시처럼 살아가다가 자가치유되는 (일부) 화전민을 보면서, 저자는 '자신이 건강하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이들에게 굳이 진단명 들이대고 진맥으로 평하는 과정이 필요할까 자문한다. 나는 이 문단이 굉장히, 와닿았다. 


O "건강을 유지시키는 방법은 다름 아닌  氣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210)."


O "무엇보다  자신부터 '열린 '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열린 ' 환자에게 낫는다는 희망을 주고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겠다는 신념과 정성을 다할  있는 능력을 준다...내가 오전에만 환자를 보고 오후에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간에 산행과 반욕법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까닭은 항상 '열린 ' 가지고 있기 위함이다(161)."



화타 김영길 선생이 강원도 방태산을 떠나 일산에 한의원을 운영하신다는 데, 검색해도 자료를 못찾겠다.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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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1-05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예전에 읽고 저희 부모님을 닥달했던 기억이. 걸으라고. ㅎㅎㅎ 일산에 계시군요!! 제 부모님이 일산에 사셨는데 이젠 과거네요. 😓

2021-01-05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0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5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1-05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북사랑님 건강도 더불어 챙기셨겠어요. 화타께 얻은 지혜 나누어 주어 고마워요. 열린 기. 는 열린 귀이기도 하겠네요. 알라님 글과 사진에서 기 가 느껴졌다면, 뻥 이겠죠. ㅋ 새해도 건강한 삶 이어가세요^^

2021-01-06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1-03-24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산 저 사는 곳이랑 가깝네요.
걸어야 산다...명심하겠습니다

얄라알라 2021-03-24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리즈 책에서 참 많이 깨친 것 같아요. 코로나로 두문불출, 책만 보는 하루하루를 살았더니 균형 깨진 걸 느끼겠더라고요. 오늘도 11000보 쯤 걸었더니, 기분좋게 노곤합니다. coolcat님께서 혹시라도 먼저 화타선생님 한의원에 가보시게 되면 살짝 알려주세요^^

coolcat329 2021-03-24 22:23   좋아요 1 | URL
저는 하루 5000보쯤 걷는데 늘 부족하다 생각했어요. 만보는 걸어야지 했는데 다시 맘을 잡아봅니다.
 


시도 쓰시고 인품이 고매하신 교수님께서 수업 중 노여움을 선명히 드러낸 장면을 딱 한 번 보았다. 기억에 박혀 있다. 어느 학생이 "나는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에 홀로 서고 싶다" 뉘앙스의 에세이 과제를 냈다는 데 격렬하게 분노하셨는데 실로 교수님은 전쟁의 아픔을 사시는 세대이셨다. 


  2020년에 읽었던 [체르노빌]에서도 저자는 지구가 멸망하고 혼자 서 있는 상상을 종종 해왔다면서 체르노빌 참사 현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의 느낌을 전한다. 비록 이 책 자체는 우호적으로 읽었지만, 지구에서 적어도 호모 사피엔스들이 싹쓸이 당한 뒤 홀로 서 있는 모습을 절대 절대 상상조차 싫다. 


코로나가 기승이라지만, 그래도 한강이건 서해 해변로건 (거리두기를 한)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마스크를 쓴 채 한강로를 조깅하고, 마스크를 쓴 채 롱보드를 타고, 서로 널찌감치 거리를 두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풍경이 채워지고 아름답다. 결단코, 사람들이 사라진 세계는 상상조차 싫다.





바람이 매서워지면서, 바다를 끼고 소나무 숲을 이룬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걷고 싶어서 해변을 찾았고, 불가사리 너희들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하지 않고 친하라고 나란히 겹쳐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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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구매, 3주를 기다렸나봅니다. 드디어 다음 주에는 만날 수 있겠죠?상품평 보며 기대에 들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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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03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카추카!3주 기다릴정도면 지금 기다리고 있는이들이 많다는것!

얄라알라 2021-01-03 23:46   좋아요 1 | URL
저는 2020년에는 받을 줄 알았거든요^^ 물량이 딸려서 중국 공장에서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메일을 보내주시더라고요. 대박친 구즈인가봐요^^

초딩 2021-01-03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앗 이거 대박인데요!!!

2021-01-06 0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사회학자의 어떤 처음 -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대학 강의
박길성 지음 / 나남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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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록으로서 코로나 다이어리를 기획했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엮으면 책이 되고, 이차 가공하면 귀한 자료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분들의 다이어리 출간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으나, 우연히 고려대학교 박길성 교수의 코로나 다이어리를 찾았다. 나남출판사에서 [한 사회학자의 어떤 처음]이라는 제목으로 다듬었다. 여기서 "처음"은 대학 강단에서 제자를 길러낸 30여 년 만에 처음 겪는, 비대면 강의를 말한다. 박길성 교수가 2020년 1학기 개설된 <사회학적 상상력>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모아낸 책이다. 3월 2일부터 6월 22일까지 수업일인 월요일과 수요일마다 차곡차곡 채운 글들을 모았다.

학생에게뿐 아니라 교수자에게도 코로나는 특별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일종의 즉흥 연회같이 참여자가 일으키는 교감의 파동을 타고 진행되던 강의가, 밋밋한 일방통행 비대면 퍼포먼스로 전환되었으니. [한 사회학자의 어떤 처음]은 코로나 시대 대학 강의가 어떻게 이뤄지고 변화해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뿐더러,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일상에서 의미를 건져내는 재미를 알려준다. 무엇보다,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써야 남는다. 휘발되지 않게 묶어두어야 한다. 꾸준한 것도 중요한 데, 무엇을 타겟 삼을까?

2021년 1월 2일. 기록의 대상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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