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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페미니스트 여자의 몸을 말하다
문현주 지음 / 서유재 / 2016년 11월
평점 :
250쪽의 에세이 모음을 마무리하며 문현주 작가는 추천사를 써준 조한혜정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한 자신이 "닥터페미니스트(drfeminist)"라는 온라인 닉네임으로 활동했으며, 심지어 한의원 이름조차 '자궁(womb)'을 뜻하는 "움 한의원(홈페이지:http://www.wombclinic.com) "으로 지었음을 밝힌다. 추정하건대 페미니스트 계간지 "IF"에 개원 소식을 알렸을 때가 30대였다면, 페미니즘이 활자로 터져 나오던 그 시기에 페미니즘을 공부했던 분인 듯하다.
흥미롭게도 문현주 한의사는 2012년 영국 더럼(Durham University)에서 의료인류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의 진료실로 복귀한 2014년 이후 계속 여성의 재생산 건강 증진을 위해 애써오고 있다. 한의학의 지식과 인류학적 관점의 융합이라니 실로 관심 두지 않을 수가 없다.
두 딸, 예린과 채린에게 엄마가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에세이 중간중간 여성 건강을 위한 현명한 충고도 삽입했다. 이 책은 특히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유용한 정보가 많을 듯 하다. 서문에서도 명백히 밝혔다. "21세기 의학이 지향하는 'gender-specific medicine(성 차이를 고려한 의학)'과 맥을 같이한다"(9쪽)고.
진화의학의 관점을 취한 문현주 저자는, 소위 '불임'이라는 질병에 색다른 해석을 소개해준다.
"임신이 잘 안 되는 난임, 특히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원인불명 난임'이라면 아픈 것도 아니고 질병도 아닙니다. 오히려 진화학적 측면에서는 '적응'이지요. (118쪽)...(중략)...우리 사회는 여성의 생식에 얼마나 우호적인 환경인지, 임신과 출산과 양육에 사회적 지원은 충분한지 돌아봐야 합니다. 의학적 치료와 개인의 노력은 생식에 불리한 환경의 일부만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회적 환경을 진단하고 바꿔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1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