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 - 인구에 대한 가장 정확한 예측과 대안이 담긴 미래보고서
제임스 량 지음, 최성옥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농한 사업가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연출 때문이었을까? 은하계 인구의 절반을 날려버린 후, 농부 차림에 평화로운 몸짓을 보이는 타노스가 "악역"인지 잠시 헷갈렸다. 타노스의 대선배 멜서스는 1798년 익명으로 출간한 "인구론"에서 인구증가를 디스토피아의 전조로 파악했다. 반면, 중국의 학자이자 온라인 여행사 CEO인 제임스 량은 저서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에서 "인구구조와 경제에 관한 멜서스의 이론을 산업화 경제 이전 시기나 최빈개도국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 (50쪽)고 단언한다. 대신, 그는 경제적 인구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는데 '높은 출산율, 플러스 인구 성장률의 인구구조'야말로 성공적 혁신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먼저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의 저자 제임스 량부터 알아보자. 불과 15세의 나이에 중국 푸단 대학(Fudan University)에 입학했고, 18세에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에 입학하여 20세에 '컴퓨터 공학'으로 대학원 과정을 모두 이수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가 중국에서 1999년 "씨트립"을 공동 창업했고 현재에도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한다. 42세에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북경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약력부터 소개하는 이유는, 그가 거의 400여 쪽에 이르는 저서에서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분석에 오롯이 한 챕터를 할애하며 제시한 정책이 그의 이런 인생 경험과 유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는 2026년부터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한국이 채택할 수 있는 최우선 정책으로 "공교육 12년에서 10년으로 단축"을 꼽고 있다. 세계 최우수의 인적자원을 가진 한국이 대학 입학을 위한 입시학원과 다름없는 중고등교육에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젊은이들이 보다 일찍 사회생활 시작하여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는 조언이다.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을 읽다보면, 저자가 사회문제들을 인공위성처럼 높은 데서 내려다 보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동시에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친구의 아들이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권 외국인 학생이 전학오면서 4등으로 내려갔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친구에게는 어짜피 세계무대에서 경쟁상대이며 외국인유학생 덕분에 학교명성이 높아졌다는 식으로 생각을 물꼬를 돌려준다. 큰 틀에서 인구문제를 파악하는 제임스 량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강압적으로 진행했던 "출산억제정책"으로 손상된 인구구조 때문에 21세기 후반까지 선전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중국, 미국, 인도가 미래 혁신선도국이 될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30년"으로 봐야 옳다고 하는 동시에, 기업가정신의 쇠퇴로 인해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국?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혁신과 기업가정신의 측면에서는 선두이지만, 곧 초저출산으로 인해 (손 쓰지 않으면) 쇠퇴를 맞게 된다는 예측이다. 이 책의 부제가 "인구에 대한 가장 정확한 예측과 대안이 담긴 미래보고서"인데, 읽으면서 본인이 몇 번이나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는지 녹화해보면 어떨지 싶다. 분석과 제시한 대안에 격하게 공감하며 읽게 될 터이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9-09-1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제목과 부제에 ‘정확한’이라는 표현이 있으면 저는 의심하거나 거릅니다.. ^^;;

2019-09-17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닥터 페미니스트 여자의 몸을 말하다
문현주 지음 / 서유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50쪽의 에세이 모음을 마무리하며 문현주 작가는 추천사를 써준 조한혜정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한 자신이 "닥터페미니스트(drfeminist)"라는 온라인 닉네임으로 활동했으며, 심지어 한의원 이름조차 '자궁(womb)'을 뜻하는 "움 한의원(홈페이지:http://www.wombclinic.com) "으로 지었음을 밝힌다. 추정하건대 페미니스트 계간지 "IF"에 개원 소식을 알렸을 때가 30대였다면, 페미니즘이 활자로 터져 나오던 그 시기에 페미니즘을 공부했던 분인 듯하다. 


흥미롭게도 문현주 한의사는 2012년 영국 더럼(Durham University)에서 의료인류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의 진료실로 복귀한 2014년 이후 계속 여성의 재생산 건강 증진을 위해 애써오고 있다. 한의학의 지식과 인류학적 관점의 융합이라니 실로 관심 두지 않을 수가 없다. 


두 딸, 예린과 채린에게 엄마가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에세이 중간중간 여성 건강을 위한 현명한 충고도 삽입했다. 이 책은 특히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유용한 정보가 많을 듯 하다. 서문에서도 명백히 밝혔다. "21세기 의학이 지향하는 'gender-specific medicine(성 차이를 고려한 의학)'과 맥을 같이한다"(9쪽)고. 


진화의학의 관점을 취한 문현주 저자는, 소위 '불임'이라는 질병에 색다른 해석을 소개해준다.


"임신이 잘 안 되는 난임, 특히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원인불명 난임'이라면 아픈 것도 아니고 질병도 아닙니다. 오히려 진화학적 측면에서는 '적응'이지요. (118쪽)...(중략)...우리 사회는 여성의 생식에 얼마나 우호적인 환경인지, 임신과 출산과 양육에 사회적 지원은 충분한지 돌아봐야 합니다. 의학적 치료와 개인의 노력은 생식에 불리한 환경의 일부만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회적 환경을 진단하고 바꿔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1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