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사람의 품격과 취향을 덧씌워 상상할 나이에 들어선 것도 같다. 핏줄 팔딱거렸던 시절, 거리에서 번쩍이는 간판과 로고만 보았다면 이젠 공간을 드나들던 사람들을 상상한다.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을 십수 번 찾으면서, 나는 이곳을 스치거나 머물렀던 배우, 김민기 대표, 관객, 스텝, 또 그 누군가......를 상상한다. 또 안다. 내가 이 극장을 다시 찾으리라는 것을. '학전블루,' 이 공간, 극단 나아가 여기 속한 사람들을 열렬히 응원하리라는 것을.



연극, "고추장 떡볶이" 보고 온 소감이 이야기하려는 데 '주저리주저리'가 길었다. 학전 어린이 무대의 대표작, 벌써 몇 번째인가? 세 번째 본다. 어린이 연극이라는데 어른이 주책이지 왜 보고 또 보느냐고? 게다가 120분짜리 작품이라는데? 아직 못 본 분들 하시는 말씀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재미있다. 메시지 정말 좋다. 믿고 보는 학전 블루, 역시 엄지 척! 어린이 연극이라지만, 객석에는 혼자 앉은 어른, 어른끼리 온 관객들도 꽤 있다.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고추장 떡볶이" 배우와 스텝, 김민기 대표, '학전블루'를 응원하는 팬들일 거다. 유료회원에 가입하면 혜택도 많고, 무엇보다 그 팬심 잘 키워나갈 수 있다. 2년마다 회원 갱신해야 하지만(현재 나는 유료회원 기간이 끝나서 재가입 이벤트 날짜를 기다리는 일인이다)......



고추장 떡볶이는 12살이다. 12년째 살아 있다. 2008년에는 대한민국연극대상 아동청소년 연극상을 수상했고, 제 17회 어린이연극상 우수작품상과 연기상을 더했다. 10살짜리 비호와 유치원생 동생 비룡이가 엄마 없이 집을 보면서, 떡볶이를 만든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그 안에 아이들이 키워야할 좋은 가치들을 다 담고 있다. 어린이의 자립 능력, 자존감의 의미, 가족의 소중함 등 좋은 메시지를 120분 안에 노래와 연기로 너무나 재미있게 풀어냈

다. 꼬마 관객 입장에서는 치약 까지 짜넣어 휘저을 뻔한 떡볶이가 과연 완성될까? 궁금할테고.


비호와 비룡이 역은 해를 바꿔 "고추장 떡볶이" 무대 올릴 때마다 바뀌는 것 같은데, 나는 2016년 박철완 배우의 연기를 여전히 기억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천방지축 귀여운 유치원생, 그러나 다 하고 싶고 잘 하고 싶고 어엿한 한 명으로 대접받고 싶은 그 귀여운 마음을 참 잘 표현해냈다. 2019년 출연진 역시, 학전에서 배출하는 배우들인 만큼 엄지척. 120분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할 즈음이면 관객들이 주제곡을 절로 따라부르게 된다. 제목이 "아이들도 뭐든지" 인데, 몇 번 부르고 나면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건강한 자존감이 높아진다. 노래가 넘 좋으면, CD 구매하면 된다.


"고추장 떡볶이" 다 끝나고 박수칠 때 꼬마가 몇 시냐고 묻는다. 2시간이 지났다니, 꼬마답게 놀라며 "30분 지난 줄 알았으니, 엄청 재밌는 거 맞네"하며 혼잣말 한다. 재미있는 걸 하면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꼬마인지라. 다만, 1시 공연 끝나고서는 '아딸' 떡볶이를 먹을 수 없어서 4시 공연을 더 탐내했다.

요렇게 떡볶이를 먹기 좋게 담아, 공연 끝나고 극장 나오는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서비스는 토요일 4시 공연과 그 외 공연들. 혹 예매하실 때는 떡볶이 시식을 염두하시라.




포토존에 사람들 몰리기 전에 찰칵. 어린이무대인만큼 좁아도 깔끔하고 안전하게 꾸며놓았다.


공연 티케팅하며 할인 받는 방법이 다양하다. 문화가 있는 날은 왠지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은데, 설연휴 가족할인 받아 대학로 나들이겸 동선 짜봐도 좋겠다. 어린이를 둔 가족이라면 근처에 과학관, 마로니에 공원, 박물관 등이 있으니 하루 코스 설 연휴 즐기기에 딱일듯.


가상현실의 재미와 자극이 현실 세계의 생동감과 온기를 못 이긴다. 아니, 못 이겼으면 좋겠다. 긴긴 겨울 방학, 아이들이 폰 끄고 가뿐하게 일어나서 대학로 학전블루, "고추장 떡볶이" 보러 나왔으면 좋겠다. 클릭클릭, 영화 예매해서 대형 스크린에 4DX의 감각 자극 받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생동감과 온기에 비하랴. 놓치면 또 내년, 혹은 그 후년까지 기다려야할지 모르니 2019년 공연하는 김에 꼭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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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로그인?" 영화 다 보고 나오니, 이제서야 홍보 포스터의 문구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1월 3일" 개봉했군요. 저는 1월 10일에 보았으니, 개봉 후 일주일 차에 극장 찾은 셈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졸업했거나 기말 시험 끝난 중 고등학교 학생 단체 관람객이 가장 많더군요. 혹은 방학 맞은 유치원 꼬마들과 엄마의 조합도요.

 

관객 입장을 유도하는 "1월 3일 로그인문구야 말로 "주먹왕 랠프2"의 분위기를 잘 전해주는 듯 합니다. 1편에서는 게임 프로그램의 캐릭터들을 주인공 삼아, 게임랜드 안의 모험을 환상적으로 그렸다면 2편에서는 광활한 인터넷의 세계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유동하는 무수한 캐릭터들을 살려냈습니다. 정말이지, 상상력이 대단합니다. 누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니랠까봐, 디즈니의 지적재산들인 캐릭터들이 무료 찬조 출연도 무더기로 합니다. 공주들이 버글버글!

 

 

가상현실, 정보의 바다, 시공간을 초월해 교차하고 흐르고 차단되는 정보의 흐름을 어떻게 이런 멋진 상상력으로 풀어냈는지 감탄하며 보았지요. 성인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대사들도 많고, 만화 속에서 또 게임을 하는 액자형 구조로 관객들은 마치 자신이 게임 플레이어가 된 듯한 스릴도 느낄 수 있어요. 흥행몰이 할 만 하더라고요.

 

알고리즘도 의인화했어요. 스웩 넘치는 여성 캐릭터로.

인터넷 접속 처음 한, 랠프가 GOOGLE 빌딩을 보고, '고글이 엄청 많이 있나보다'하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기업 로고와 주요 용어들이 당장 10년 후에는 어떻게 다른 의미로 이해될까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요.

요새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심각하게 읽고 있는지라 『주먹왕 랠프2』를 정말 재미있게 봤으면서도, 미래에의 불안이라는 현을 건드려서 진동이 계속 남았어요. 계속 진동하니 불편하네요.

 

 

1. 랠프와 바넬로피의 관계

'우정, 단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랠프가 '바넬로피'에게 보이는 소유욕, 집착이 불편하던 차에 영화 속에서도 이를 콕 집어 괴물로 형상화시켰더라고요. 영화 속에서는 '바넬로피'의 눈물 어린 호소에 괴물로 형상화된 그 비틀어진 의식(개인이건 집단의 것이건 혹은 어떤 흐름이건)의 막힌 매듭히 풀리는 것으로 해결되지만 현실 혹은 미래에 비슷한 상황에서 개인의 눈물어린 호소는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겠지요. 일단 인간의 마음구조를 반영한 프로그램 스위치가 작동하면, 개인 차원에서의 바로잡음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괴멸이죠........

 

 

2.과도한 새로운 재미 추구는 현실 도피의 다른 모습

영화 속, 바넬로피는 반복되는 일상을 지긋지긋해하면서 모험하고파 안달입니다. 일상의 평온함에서 안정을 취하는 친구 랠프를 마음 속으로 무시하기도 하지요. 대놓고는 아니지만. 인간 아이라면 분명 미성년일 바넬로피는 인터넷 세계 게임 중에서도 'Slaughter Race'라는 폭력과 광기와 죽음이 범벅된 위험 집합체에 자석에 끌리듯 끌립니다. 그리고 마치 그 세계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인양 선언하고 핑크캔디, 핑크 팽크 하던 sugar rush라는 유아기를 스스로 끝냅니다. 랠프는 그런 바넬로피의 결정을 존중해서 빠이빠이 손을 흔들어주고요. 바넬로피가 새로운 경험을 찾고, 자극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모습을 어린 아이들이 보면 모험으로 착각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과연 모험일까? 극단의 재미와 스릴만을 찾는, 반복되거나 예측가능한 일들을 '일상'이라 폄하하고 탈출하려는 모습은 '현실도피'와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요?

 

3. 무력한 인간들, 혹은 connected

"주먹왕 랠프2"에 현실세계의 인간이 몇 명이나 등장하나 복기해봅니다. 우선, 오락실 주인 할아버지, 게임 중독자 10대 2명, 그리고 게임에 열중한 나머지 게임기의 조종간을 망가뜨렸던 소녀와 그 동생 등. 등장하는 모든 인간이 온라인 접속이건 게임 접속이건 연결된 상태입니다.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인간들 외 어떤 인간이 이 만화에 등장했는지 다시 짚어봐도 안 떠오릅니다.

 

이런 저런 무서운 생각들은 요새 읽는 책 때문에 드는 것이겠죠? 뭐, 영화야. 디즈니가 만들었는데요 뭘, 최고로 잘 만들었죠? 디즈니는 10년 후에도, 15년 후에도 계속 있을 로고 아닙니까? 잘 만든 영화에 후추 치는 이야기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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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지만 자신 신고, 고백합니다! 키스 해링, 예술계의 악동으로 유명한 그의 이름을 Kiss Haring으로 스펠하는 줄 알았네요. 하물며, 그가 어떤 외모의 아티스트인지 어찌 알았겠어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그의 작품이 성황리에 전시 중이라기에 궁금해서 웹서핑하다가 방금 알았어요. 키스 해링은 Keith Haring이라고 적고, 그는 딱 봐도 자유로운 기질의 예술가처럼 옷 입고 헤어스타일 꾸민다는 것을요. '예술의 폐쇄성'에 회의적이었던지라,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예술'을 부수고 거리로, 사람들에게로 가져왔다는 그 행적과 어울리는 이미지의 외모입니다.


사진출처: ticket.interpark.com



이왕 무식을 고백한 김에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저는 "키스 해링 탄생 60주년 기념 전시"라기에 그가 여전히 활동 중인 아티스트일 거라고 추측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미 20세기 말 타계했네요. 그러니 이 무식을 보충하고 실제 키스 해링의 아이콘을 비롯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서라도 꼭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다녀와야겠습니다! 3월 17일까지라지만 이왕이면 1월 중, 평일 관람객 적을 타이밍을 노려서! 키스 해링과 친해지고 오기!



사진출처: ticket.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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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세상에 나온 이후 전 세계 너무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어린 왕자 Little Prince." 그 숱한 이들이 공유할지라도 왠지 내게만 특별한, 하나뿐인 그 이름, 어린 왕자. "어린왕자"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겼건, 미술 작품의 소재 삼었건 어린왕자는 도도할 만큼 원형의 모습을 간직합니다. 적어도 어떤 이에게는.



압구정 K현대미술관에서, 야심 차게 미디어아트를 통로 삼아 "어린왕자"에게 다가가는 길을 열었다고 하네요. 이미 많은 관람객들이 인스타그램에 화려하고 예쁜 사진들을 올렸기에, 가보기 전부터 머릿속에 그림은 그려집니다. 어떤 분위기의 전시일지. 초대권 2장에 더해, 네이버로 1장 더 예매하여 방문했습니다. 20% 할인 혜택을 받았습니다.


입장은 폐장 1시간 전인 오후 6시까지 가능합니다. 건물 1층, 엘레베이터에 이르는 짧은 동선에서도 "나의 어린 왕자에게" 전시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5층 버튼을 누릅니다. 5층에서 시작해서, 4층에서 관람이 끝나는 구조라고 합니다.



5층 전시에 소개된 미디어 아트 작품들은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팸플렛에 써 있네요. 프랑스 출신 케빈 브레이(Kevin Bray), 마찬가지로 프랑스 Pierre Pauze, 중국 Yuehao Jiang, 한국 한상임, 정운식, 구지은, 콜롬비아 Carlos Gomez, 영국 AJ Lass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 "인생샷 건져왔어요," "인생샷 찍으로 고~!" 식 블로그 리뷰를 이미 읽은지라 짐작은 했지만, 전시회장 들어서자마자 의자며 전시장 바닥에 십수벌 굴러다니는 패당과 코트에 깜짝 놀랐습니다. '관람객들이 벗어 놓은 것일까. 아니면 이 자체가 설치미술일까?'하는 어리석은 궁금증이 3~4분은 계속 피어오를만큼 벗어놓은 잠바들은 마치 허물벗은 뱀껍질같이 놓여 있었지요. 이내, 궁금증은 "외투를 치워주세요. 바닥에 두시면 안 됩니다!"라고 고음으로 안내하는 "K현대미술관"측 직원 덕분에 해소되었지만요. 그렇다면 왜 관람객들은 죄다 외투를 바닥 혹은 의자 위에 놓아두고 가뿐한 몸으로 관람을 하는가?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그것입니다. 사진! 인생샷!

저 역시,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사진은 찍고 가야지'의 마음으로 담느라 바빴습니다. 작품 설명은 읽는다고 빼놓지 않고 열심히 읽었는데, 아무래도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언어가 어려워서 기억에는 남지 않네요. "Shadow of Chandelier"의 작품 설명은 아래 사진에 맡기겠습니다.




5층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풍선껌 오브제를 선택한 구지은의 작품입니다. 씹고 버린 볼품없이 제각각인 분홍색 풍선껌을 모아 샹들리에를 만들었더니 멀리서 보면 꽤 화려합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씹다버린 껌들의 집합인데 말이죠. 작가는 이를 '과대자기(Grandiose Self)'라는 정신분석용어로 설명합니다. 보톡스, 필러로 부풀어 팽팽한 뺨처럼 부푸는 과시적 자기애 말입니다.




"나의 어린 왕자에게" 전시에 왔다면, 이 스팟에서는 꼭 사진을 찍어가나 봅니다. 기다리다가 다른 이들이 계속 사진 찍으러 교대해 "어린왕자" 옆을 채우기에 저는 정작 사진 못찍고 지나쳤습니다. 정운식 작가 작품이었습니다.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금속판을 겹겹 쌓아 입체적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어린왕자, 여우, 선인장 등을 만들어 세웠습니다.


마찬가지로, 꼭 사진 찍고 지나가야 하는 4대 Spot(4군데에서 사진 다 찍어 인스타에 올리면 goods받아가는 이벤트 진행중인지라, 다들 여기서 찍으시네요) 중 하나로, Yaloo의 네온 존(neon zone)도 놓칠 수 없겠네요.


이제 4층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가기 전에 다들 이 대형 벽화 앞에서 샷 찍으시더군요. 어린왕자가 금발이었던가? 달을 바라보는 어린왕자의 뒷모습에 갑자기 엉뚱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4층에서는 어린왕자의 행성 여행 루트를 따라가도록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김재욱이 만든 환상적 공간에서 그림자 놀이를 하다보면, 잠시 시계가 멈춘 기분이 듭니다. "혼자 부유하며 자기 자신을 되짚어 볼" 수 있게 유도하는 공간이랍니다.



큰 실수를 했군요. 전시회 안내 팸플릿을 받고도, 군중심리에 이끌려서 전시 동선을 따르지 않고 "Rose room"으로 직행했습니다. 전시장에서 나와서 보니 Adem Elahel, Golgotha, Raphael, 홍유영의 작품을 아예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Rose room에서 참 오래도 머물렀다지요. 왜 이 영하, 한파 날씨에 외투를 5층에 벗어 놓고 관람하는지 알겠습니다. 인생샷 때문이지요. 이 리뷰에 계속 등장하네요. 그 단어, 인생샷!


Moon Room도 인기였어요. 계속 기다려도 차례가 쉽게 안 나서, 다른 관람객 실루엣이 등장하지 않도록 Rose Room과 반씩 걸쳐서 한 장 찍었습니다. 이런 느낌입니다.



윤여준은 백남준처럼 브라운관을 이용해서 "어린왕자"의 보아뱀 이미지를 펼쳐보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Simpson도 나오고, 프랑스 친구 Baba Papa네 가족과, Tin tin(땡땡? 팅팅?틴틴?), 플레이보이 모델이 보아뱀 모자 속에서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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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12-31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엔 공연도 전시도 많아서 좋겠어요. SF엔 고갱전시회가 한창이고 3월이면 모네가 온다고 하니 둘 다 꼭 가볼 생각입니다.

얄라알라 2019-01-01 08:34   좋아요 0 | URL
고갱과 모네라니!
전 미디어아트 전시보다는 고전적 작품들 옛 스타일 전시에서 더 감흥이 큰지라 듣기만 해도 멋지네요^^ SF 날씨는 어떤가요?^^

transient-guest 2019-01-01 10:36   좋아요 0 | URL
영도 위의 날씨지만 춥습니다 저도 솔직히 모던아트는 잘 이해하지 못해서 고전이 더 좋습니다

AgalmA 2019-01-02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즈들 너무 탐나네요♥0♥
얄라알라북사랑님 공연전시 글 특히 즐겁게 보고 있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즐기시겠지요^^?
저는 점점 움직이기 귀찮아서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데 님의 이런 점 존경스럽습니다/

2019-01-02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tzhak(2017) -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이차크 펄만 (Itzhak Perlman 1945~)," 그가 세기적 거장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사실을 모를 이 없겠죠? 저 역시 '클래식 문외한'일지라도 그의 연주를 일부러 찾아 듣곤 합니다. 2017년 내한 공연 당시, 한국의 팬들이 어찌나 뜨거운 후기를 올렸던지, 뒤늦게 Live 공연을 놓친 아쉬움도 느껴봅니다. 마침 그를 주인공 삼은 영화가 올겨울 한국에서도 개봉한다기에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는 수입배급사 측에서 제공하는 홍보의 글 (http://naver.me/FwVe7pfS에서  취할 수 있을 테니, 저는 문외한으로서의 날 감정을 적어보겠습니다.   


"Itzhak(2017)"은 "2017년 뉴욕국제다큐영화제 공식경쟁초청 / 2018년 팜스프링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 2018년 아틀란타유대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이미 인정받았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Marvel 영화처럼 현란한 화면이나, 기승전결이 명쾌한 구조의 영화에 익숙한 이라면 다소 80분이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현재의 이차크 펄만과 그의 아내 토비 펄만의 일상을 중심으로, 주로 대화를 통해 관객들이 펄만의 과거를 상상케 하고 미래에 포부에 믿음을 갖게 합니다. 
이차크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로 귀 호강하리라는 예상은 영화관 찾기 전부터 했으나, 영화는 의외성의 의아함도 안겨주었습니다. 
첫째, 펄만에 버금가도록 그의 아내 '토비 펄만'의 목소리가 크게 전해집니다.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차크 펄만이야 이미 이런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지 않았다해도 이미 전 세계적 유명인사이기에, 마치 이 영화가 '토비 펄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을까 하는 짓궂은 상상도 했을 정도입니다. 80분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은 '토비 펄만'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문화자본조차 변별되는 부모를 둔 뉴요커 출신에 음악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욕심이 대단했으나 욕심만큼 성공하지 못했음을, 대신 그녀는 천재(이차크 펄만)을 알아보고 천재를 남편 삼은 후 그의 연주에 여전히 감탄하면서도 매서운 비판을 가하는 매니저를 자청함을 알게 됩니다. 플러스, '토비 펄만'은 자신이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는지, 사랑과 존중이 결합한 결혼이야말로 최고"임을 설교합니다 (반면에, 영화 속에서 이차크 펄만은 적어도 명시적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이나 고마움, 존경을 말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나아가 토비 펄만은 남편과 새로운 후학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자신이 결국은 어린 시절 꿈을 연주가로서가 아니라 교육자로 더 크게 이루고 있음을 뿌듯해합니다. 때론 이차크 펄만의 목소리를 가져가듯 대리인처럼 이야기해대는 그녀의 모습이 당당해서 아름다운 동시에, 영화 제작 이면의 의도를 궁금하게 만들만큼 큰 비중으로 계속 등장하네요. 


 둘째, 이 영화가 이차크 펄만의 천재성을 관객과 이미 공유한 바탕 위에서 전개된다면 그 천재성이란 레이어 위에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신념'을 탑 데코레이션으로 올렸음이 의외였습니다. 현재는 미국인 자녀를 5명이나 두었고,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직접 찬사를 듣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이지만, 펄만의 뿌리가 이스라엘이고 유대인임을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에게 각인시킵니다. 예를 들어, 이차크는 나치즘 신봉자가 바이올린 안에 몰래 상징기호를 새겨놓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더니, 바이올린의 현을 아예 다시는 연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격분합니다. 물론 그가 연주하는 그 유명한 쉰들러의 리스트도 소개되지요. 극장 객석에서 소름을 경험했을 정도로 애절한 연주였습니다. 이차크 펄만의 정신성이 현을 울리고, 사람들을 울리네요.  

영화 속 등장하는 젊은 이차크의 눈망울은 유난히 따뜻하고 맑습니다. 몸집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순하디순한 사슴 눈망울인데, 소리의 세계를 남다르게 감별하고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예술가의 행복함을 담고 있네요. 1945년생이니 이미 73세인 펄만의 눈빛에서 여전히 생기 넘치는 환희가 보이니 참 신기하네요. 아, 물론 낙천적 기질에서 나오는 장난기도 담겨있고요. 제아무리 화려한 스펙을 갖췄더라도 "자신이 진정하고픈 일, 잘하는 일"에 확신 없이 끌려다니는 인생을 사는 어른들을 많던데,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졌고, 무엇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아는 펄만이 부럽습니다, 자신의 장애(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인한 불편한 다리)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낮춰보는 데 대해 펄만이 "재능이 있다면 써야지(Use it), 테니스 선수가 될 건 아니잖아."  라고 소신을 밝히는 데 속이 후련하더군요. 최근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시 뮤지션(musician)을 천직삼으리라는 소명의식을 보이던데, 천재들에게는 역시 남다른 데가 있군요! 



"Itzhak(2017)"를 명동 CGV 시네라이브러리에서 감상했습니다. 아트영화하우스라던데요?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고서는 개봉관 찾기도 어렵고 관객에게 소개되기 어려운 현실, 이 영화는 12월 20일 개봉된다던데 과연 몇개의 상영관에서 얼마나 오래 상영될까요? 걱정 되는 마음에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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