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아르코문예회관을 찾기 전 서둘러 『세계를 누비는 춤 예술가들』을 뒤적거렸다. 오늘 감상할 작품의 안무가 '허성임' 이름을 얼핏 본 듯 해서. 읽고 보니, 핵심 문구가 이거였다. "입시 7개월 남겨놓고 무용 시작해서, 당당히 무용과 합격!" 놀라워라!!!!! 유치원 때부터 토슈즈 수십 켤레 갈아신으며 밑빠진 독 물붓기 입시를 준비해온 다른 지망생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줄 이력이다. 인터뷰를 읽다보니, 허성임은 어려서부터 끼가 많았나보다. 춤을 추고 싶었는데, 살구빛 스타킹에 레오타드가 아닌, 수영복에 일반 스타킹을 신고 대회에 나가는 바람에 좌절했다는 에피소드. 



유럽에서 그녀는 '대체불가'의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랑받는 무용수라하던데, 9월 22일 그녀가 안무한 "W.A.Y_we are you"를 보니 과연 그러했다. 처음엔 2명의 무용수가 나른하게 움직이다가 이후 그녀가 다른 1명의 무용수와 함께 무대에 합류하는데 일단 그녀가 무대에 오르고 나자, 다른 이들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에너지가 압도적이었다. 특히 이번 작품에 출연한, 안무가 최진한의 움직임은 허성임과 대비해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쇠해 보여 안타까웠다. 



"W.A.Y_we are you"는 만 16세, 그러니까 고등학생부터 관람가능한 연령으로 제한을 두었지만 40분 내내 어느 부분에서 초중딩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작품인지 이해하지는 못했다. 성소수자나 젠더에 대한 고정 관념을 흔드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나, 잘 모르겠어서 춤과 표현력에 집중했는데, 다시 말하지만 허성임과 같이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라면 단단히 긴장해야겠더라. 그녀 밖에, 그녀의 춤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빠져들게 한다. 탁월한 퍼포머(performer)라 하더니, 그 말에 100% 수긍. 


2019 아르코 파트너 권령은 안무가는 이번에 열일 하셨다. 과장 보태서, 장담하건대, 아마 9월 22일 아르코 예술극장 찾은 관람객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허탈감 느낀 이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안무를 통해 전하려는 춤의 본질과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와닿았고, 그녀가 발탁한 4인의 무용수들 기량 역시 빼어났다.

"신성한, 우아한" 아르코 무대에서 관광버스 신바람 불어넣어주던 그 유명한 '이박사'님 육성 추임새를 들을 줄이야! 객석에는 무용계 인사들, 비평가들, 소위 전공자들, 다들 한 무용하시는 분들 계셨는데, 권령은 안무가가 던지는 도발적 질문 "이 아르코 예술극장 무대에 어떤 춤이 올라온 거죠?"에 마음 편한 이 있었을까? 무척 영리하고도 매력적인 예술가이다. 권령은. 앞으로 그녀 이름이 오르는 작품이라면 고삐 뚫린 소처럼 따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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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9-2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과 무용은 젠더 고정관념을 흔들 수 있는 예술양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춤과 무용이 음악, 미술에 비해 덜 주목받는 편이라서(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지 춤과 무용을 여성주의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연구와 담론이 많이 알려지지 않는 것 같아요.

2019-09-26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초동 명소 맞죠? 예술의 전당, 야외음악분수 운영시간 맞춰서 방문했습니다. 까페 "모차르트" 야외 테이블에는 빈자리가 없어 보이네요. 따뜻한 밀크 티 마시며, 클래식 선율에 귀가 호강하고 시원한 분수 물방울에 피부가 살아나는 공감각의 경험을 제공하는 자리이니만큼 인기인가봅니다.


한가람 미술관으로 걸을음 옮깁니다. 1층에서는 베르나르 뷔페전, 2층에서는 그리스보물전, 3층까지 올라가야 "내셔널 지오그래픽 오디세이"전시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층층 매표소마다, 입구마다 길게 늘어선 관람객 행렬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하겠더라고요.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들릴 때마다, 우리 국민들의 높은 문화적 욕구를 느낍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시회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야지를 번복하다가, 올 겨울 처음으로 "Photo Ark"전 다녀왔고 팬이 되었지요. 전시도 훌륭했지만, 도슨트분의 자연사랑의 태도도 인상깊었고, 사진으로나마 인간과 동물, 세계의 교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이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시회는 부제가 "대자연의 서사시( Odyssey)"인만큼, "대"자연을 경이롭게 담아내고 있네요. 도슨트는 평일에만 운영하기에, 아쉽지만 오디오 가이드에 기대어 전시장을 돌았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아카데미 소속 30여명의 사진작가분이 도슨트 서비스를 제공한다하니, 저는 평일에 여유있게 다시 방문할 생각입니다.



약 2시간 정도면 여유롭게 다 돌아볼 수 있는 전시장은 총 5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있었어요.메시지는 일관됩니다. 대자연과 생명의 신비 앞에서 인간이여, 겸허하라. 교만하지 말고 감사할지어니!

저는 그렇게 보았습니다.

Zone1: Pale Blue Dot

Zone2: Great Steps

Zone3: Open Eyes

Zone4: Heart to Heart

Zone5: One Strange Rock


감동적이었지요. 저작권도 보호해야하니 전시회장에서 찍어온 사진을 마구 올릴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깊었던 사진 몇 장 남겨야겠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Sci-Fi영화 팬인 저로서도, 이렇게 이국적, 아니 지구외적으로 보이는 장면의 주인공들이 올챙이일줄 몰랐거든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라는 속담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겠지요? 올챙이가 장엄한 무브먼트를 보이는군요.



코끼리가 헤엄을 친다해서, '와우~~!'하다가 깨알 글씨 설명들을 읽고 유추해보니 인간의 필요, 특히 식민지 산림 혹은 습지 자원 수탈을 염두에 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코끼리들이 강제로 수영을 배우기도 했군요. 약탈한 자원을 날라 줄 도구로서 코끼리를 길들여, 물이 있는 환경에서도 200% 울궈먹기 위해서요.


플라스틱의 역습에 대한 뉴스며 자료가 연일 등장하기에 웬만한 사진에 놀라지 않을 분들도, 이 작은 플랑크톤의 몸체 안에 연두빛으로 빛나는 미세 플라스틱을 보면 몸서리를 치실 듯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코뿔소는 곧 멸종할 듯 합니다. 마지막 수컷이 죽었기 때문에 두 마리 남은 암컷으로는 대를 이을 수가 없지요. "내셔널지오그래픽 오딧세이"전시회에서는 일관된 메시지로, '인류는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며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이자 자각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호랑이의 위엄과 토끼의 격렬함. 야행성 토끼들이 눈오는 밤 뭘하나 싶었는데, 사진작가는 두 마리 토끼가 싸우는 장면을 기다렸다 찍었다하는군요. 몸집이 크거나 작거나, 어린이 동화속에서 동물의 '왕'이거나 조연이거나 상관없이 생명체는 모두 그 특유의 존엄한 아우라를 보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인 138명 스카이다이버의 낙하사진. 실은 우리가 거꾸로 보고 있답니다. 스카이다이버의 머리는 모두 땅을 향하고 있거든요. 세계 신기록 갱신을 위해 무려 15회나 이렇게 단체 낙하를 했다니, 집념에도 놀랍지만 이 프로젝트를 위한 비용이 어디서 나왔을지도 궁금해지네요. 중력을 거스르며 의지의 힘으로 동심원을 그릴 수 있는 인간의 힘, 그 힘으로 이 대자연을 그동안 훼한 방향의 역방향으로 나아갈 실천을 해야겠습니다.





꼬마야 꼬마야 어디가니?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는 티벳의 동자승 사진을,작가는 6컷 연속 동작으로 이어서 재현해냈습니다. 아이의 마음 속에 들어가보고 싶습니다. 어딜 그렇게 바삐 가니?



설명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극락조를 본 인간은,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체와 같은 지구를 빌어 쓰고 있다는 생각에 겸허해진다는 의미의 문구가 사진 옆에 적혀 있었습니다. 실로 그랬습니다. 



마지막 zone에는 "스페이스 헬멧" 체험관과 영상물 상영관이 있습니다만, 주말이라 1시간 줄을 서서도 바로 앞 사람까지만 체험하였기에 허탕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평일에 재방문해야할 이유 한가지 더 추가합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은 인류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팜플랫 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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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즈음해서 보았던 어린이 연극인데 광복절 기념하여 3일동안 다시 무대에 올리나봅니다.

연극을 통해 항일의 역사를 아이들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고, 연극 후에는 (탐방 신청자에 한하여) 배우분들이 직접 역사탐방을 1시간 정도의 코스로 안내해주십니다. 기념품으로 태극기가 그려진 귀한 에코백을 주시는데,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단 3일만 공연하니 많은 분들이 모르고 지나치실까 아쉬워서 정보 공유해봅니다.

정동 극장 자체도 역사적 건축물이자 공간이지만 인근에 아이들과 방문할 곳들이 많으니 유익한 하루 계획하시는 데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모두 비오는 광복절 의미깊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장소:정동 1928 아트센터

○기간: 2019.08.15~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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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현대무용가 김보람과 대한민국 대표 발레리노 김용걸의 "Bolero"에 온통 사심을 두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사람 굼벵이 만드는 일요일 오후 5시, '심히 아니올시다'의 편두통까지 겹쳤건만 "Bolero"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면야 본전은 건지는 셈이기에 "서강대메리홀" 왕복 여행을 한다.

이 공연장은 뭐랄까, 공연장으로서는 70점짜리. 암전 되니 EXIT 형광 안내판 전혀 눈에 안 들어오지, 비상시 대피로에 대한 안내가 공연 직전에 없으니 공연 내내 불안했다. 관객들이 몸을 뒤척일 때마다 오래된 의자 삐거덕 소리가 추임새처럼 생생히 울려 퍼지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잡음의 투덜거림에도 불구, 공연 레퍼토리가 기대 이상이었고 출연 무용수들의 에너지와 관객의 열띤 호응은 최고였으므로, "서강대메리홀" '어쩌고저쩌고'는 여기까지.



한국 대표하는 간판 발레리노였다가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 현재 한예종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인 김용걸의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듯 이번 "김용걸 댄스시어터 창단 9주년 기념 공연"에는 쟁쟁한 무용수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발레단의 안세원, 부르노 국립 발레단 드미솔리스트 윤별, 헝가리 국립발레단 드미솔리스트 이유림,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종신당원 강호현, 폴란드 국립발레단 정재은,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이동탁, 그중에서도 내 눈에 콕 박힌 멋진 별은 최원준(Choi, Wonjune). 2014 프랑스 그라스 국제발레콩쿠르 1위, 2015년 뉴욕 발렌티나 코즐로바 국제발레콩쿠르 1위, 그리고 현재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오페라 발레단 소속https://www.opera.wroclaw.pl/1/balet.php 이라 한다.

https://www.opera.wroclaw.pl


그는 김용걸 안무의 모던발레 "의식 Conscience"와 2019년 신작 "Silence Wasn't Empty?"에 출연했는데, 우울한 듯 내성적인 듯 무용수의 개성이 전해지는 몰입의 춤어휘가 참 인상적이었다.

2010년부터 안무를 해왔다는 김용걸은

루돌프 누레예프

지리 킬리안

피나 바우쉬

윌리엄 포사이드


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한다.

"의식 Conscience"은 확실히 지리 킬리안 스타일! 착착 감기고 돌고 채우고 빠지는 이인무!

유니버셜 발레단 시니어 솔리스트 손유희와 호흡을 맞춘 "산책 (Une Promenade)"는 무용수이자 무대 위 비주얼 카리스마 뿜어대는 김용걸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작품. 발랄하면서도 귀엽고 연극적인 안무도 너무도 잘 소화해내는 김용걸의 또 다른 재능을 엿보았다.

2014년 세월호의 아픈 비극을 기억하고 사라진 아이들을 추모하는 작품 "빛, 침묵 그리고..."는 짧고도 강렬한 안세원의 춤도 압권이었지만 이희상 카운터테너의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 도대체 이렇게 사람 홀리는 미성이라니, 무용 공연인데 춤이 안 보일 만큼 소리의 에너지가 어마했다.


Silence Wasn't Empty?(2019, 김용걸 안무)

와! 장담하건대 김용걸 안무가는 곡에서 먼저 영감을 얻어서, 이 30분짜리 안무를 하였으리라! 그 정도로 기계음에 가까운 인공의 소음과 음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주는 기괴한 곡이었다. 그런데, 공연 팸플릿과 웹 페이지 어디에서도 이 안무작의 음악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아쉽다. 곡으로 이미 점수 반은 따고 들어간 경기! 김용걸이 추구하는 춤 어휘, 발레 스타일을 엿보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앞으로 더 다듬어지거나 축약(?) 해서 소품처럼 많이 무대 위에 올려질 것 같은 예감!




Bolero"

 

김보람 안무가, 김용걸 안무가 2인 동시 출연이라 하기에 예측했다. 양복으로 시작하여, 점점 탈의하리라. 오호! 13분짜리 안무의 클라이맥스에 오르며 '예측 맞았구려!'의 쾌감. 두 쟁쟁한 춤꾼은 처음에는 댄스배틀의 점잖은 출연자로 등장해서 막판에는 땀이 번들거리는 상체를 드러낸다.

현대무용가로서 요즘 최고 주가의 김보람 특유의 껄렁껄렁한 야수성에 유머감각, 안무가로서 한껏 스타일이 유연해진 김용걸의 예능감 연기와 춤! 이미 여러 번 "Bolero" 무대(예술의 전당, LG아트센터)에 올랐던 그들이라 서로의 스타일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댄스배틀을 벌이리라 짐작했는데 역시나! 최고수끼리의 만남은 이런 시너지를 내는구나! 이번 정기공연을 보면서 느꼈는데 무용수로서의 김용걸은 물찬제비, 민첩하고 깃털같이 가벼운 풋워크가 타의 추종 불허.


김보람이야 요새 워낙 핫해서 곧 열리는 창무국제무용제에서도, 31일 용인포은아트센터 무대에도 오른다. 김용걸 안무작에 출연한다.



김용걸 댄스씨어터 창단 9주년 축하드립니다. 멋진 정기공연무대 선사해주신 안무가와 무용수 전원의 투혼에 감사 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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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의 "시간의 나이"를 통해서 국립무용단을 재발견했다고 할까요? 한국 전통춤 무용수가 소화하는 현대무용 안무는 색다른 맛이 있더군요. "넥스트 스텝 Next Step"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감이 왔습니다. 국립무용단이 변신하고 있구나. 말 그대로, next wave/generation, 국립무용단의 젊은 버전 미래형 무대를 보여주려나 싶었는데, 그렇습니다.



. "넥스트 스텝 Next Step Ⅱ"의 공연장,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을 찾았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극장인데, 묘하게도 올 때마다 비가 내리네요. 이번 공연의 두 안무가, 박기량과 황태인의 전신이 담긴 야외홍보물이 비 오는 저녁 하늘빛과 잘 어울립니다.



사진: 국립무용단

황태인 안무가의 "무무"는 "한 편의 그림처럼 그려낸 한국무용 고유의 움직임"이라더니, 정말 그랬습니다. 검은 의상, 푸르른 무대 조명, 심플한 무대 디자인, 현의 소리, 오직 네 명의 무용수(김미애, 조용진, 조승열, 황태인)이 '헉' 소리 절로 나올 기량의 춤으로 채워갑니다. 15분 내내 진지하고,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정중동, 점선면, 무용수들의 부드러운 손 움직임으로 얼마나 큰 에너지가 전해지는지, 한국춤의 본질을 안무가가 깊이 고민했구나 감동받았습니다.

https://youtu.be/O9CD9E35ruQ


상대적으로 "쁘랭땅 printemps"은 공연 시간이 깁니다. 무려 30분. 그런데 조명, 무대 의상과 소품, 음악 등을 어찌나 골고루 썼는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박기량 안무가는 "여성들만의" 봄을 그리고 싶었을까요? 여성 무용수들만 등장하는데, 아마존 여전사가 절로 연상됩다. 남자는 가라. 우리끼리 쾌락, 우리끼리 놀고, 탈출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심지어 재생산으로 사회 존속시킬 수 있다! 너무 멀리 간 해석인가요? 아무튼 오늘 이 공연 관객 중에 축제(특히 페미니스트의) 기획자가 있다면 "Printemps"섭외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했습니다.




황태인 안무가가 안전하게 다져지고 고르게 평편한 길을 간다면, 박기량 안무가는 일부러 울퉁불퉁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외발자전거 같다는 인상을 주네요. 적어도 제게는 몽탈보의 "시간의 나이"보다 훨씬 "Primtemps"이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었어요. 앞으로, 박기량 안무가가 만든 작품이라면 앞뒤 재지 않고 티켓 예매할 듯합니다. 




공연 보고 나온 후에 "next step"문구가 더 확 와닿네요. 국립 무용단이 이렇게까지 참신하게 우리 춤에 새 옷을 입힐 수 있구나.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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