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는 책쓰기로 인생을 바꿨다 - "3년 만권 독서, 3년 60권 출간"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쓰기 특강
김병완 지음 / 북씽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책쓰기로 인생을 바꿨다


 

20161113_165931_resized.jpg

 

  3류 저질 정치에 상처 입은 국민은 배신감의 트라우마에 우울한데, 11월의 낙엽이 더해진다. 뭐 딱히 이룬 것도 없이, 한 줄 써보지도 못하고 일 년이 또 흘렀다. 허망한 마음은 소위 자기계발 서적에 손을 가게 한다. '어이, 거기 당신, 잘 버티고 있는 거야. 조금 더 힘내시게!' 식의 메세지에 눈길이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 <나는 책쓰기로 인생을 바꿨다>라는 제목과 '3년 60권 출간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쓰기 특강'이라는 부제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예비 독자는 어떤 성향의 사람일까? 김병완 작가는 이렇게 상상했다 한다.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가, "글을 쓰는 것이나 작가가 되는 것을 죽어도 좋을 만큼 좋아하는 독자들 (44쪽)"이라고. 그렇지 않고, 어쭙잖게 '교언영색'하는 글쓰기 기술이나 기웃거리거나, 작가 되기를 상상만 하는 게으른 몽상가라면 "책을 덮어라."며 과감하게 조언한다. 문체에서 느껴지지만 김병완 작가는 수식을 더하고, 신비주의의 베일을 겹겹 감아올리는 타입의 성품이 아닌 듯하다. 그는 '질박한 사투리 같은 작가 특유의 문체'를 고수하며, 그가 신념하는 글쓰기의 목표 역시 독자에게 지식을 전하려는 것이 아닌, "자신을 세상에 발가벗겨서 내놓는 일"이다. 따라서 작가는 정직하고 진실하게 써야 한다. 순진해서가 아니다. 전략이다. "지식은 이미 평준화되었고, 지식에 열광하던 시대가 지나갔 (95쪽)"기에, 사회가 희구하는 "감성과 창조성"이야말로 독자에게 더 잘 어필하기 때문이다.

20161113_165943_HDR_resized.jpg


 나는 <나는 책쓰기로 인생을 바꿨다>을 통해 김병완이라는 작가 이름을 처음 들었고, 그의 문장을 읽었다.  이미 꽤 유명할 이력이리라 짐작되는데, 그는 삼성전자에서 10년 이상 연구원으로 일해온 공대 출신의 회사원이었다. 거액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도서관에서 칩거하며 책과 만나는 행복과 고독을 누렸다. 3년간 만 권을 읽었다고 한다. 읽고 나니, 폭발적인 열정으로 쓰고 싶어서 "신들린 사람처럼" 써 내려 갔다 한다. 3년 동안 무려 60권. 책을 내고 나니,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오고 인간관계의 폭과 질이, 나아가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글쓰기로 '무엇을 얻어내려' 쓴 것이 아니라, 너무 좋아 미치겠어서 놀이하듯 쓰고 또 썼는데, 말 그대로 삶에도 큰 방향 전환이 왔다. 좋아서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그래서인지, 김병완 작가는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 메세지를 강조한다. 
 

20161114_125957_resized.jpg

*

한 마디로 김병완 작가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를 요약하자면, "즐기며 당장 써라"가 된다. 8, 90년대 한국 공교육 통해 배운 영어로 영어 회화할 때 가장 큰 장애는  "완벽한 영어 문장 구사하려는 욕심과 실수에의 두려움"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느 날, '짜잔'하면서 첫 작품을 내놓으면 사람들은 '열혈 독자'를 자청하고 대형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내어 주리라는 상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김병완 작가는 말한다. 미친 듯 읽어대고 정작 글 한 줄 쓰지 않거나, 온 우주 더러 도와달라고 간절히 염원한다고 작가가 되지 않는다. 써야 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모여 결국 글이 됨을 명심하고. '맞춤법, 문법, 명문장은 포기하라. 그보다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진정성 있는 콘텐츠와 열정이 중요하다'가 김병완 작가의 주요 메세지이다. 
 

20161115_104414_resized.jpg
 

김병완 작가에게 직접 코칭을 받고 싶은 독자를 위해 책 후면에 친절한 광고도 실어 주었다. 그가 운영하는 (주) 한국퀀텀리딩센터에서 진행하는 "김병완 칼리지"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20161115_104343_resized.jpg


김병완 작가가 본문에서 두 차례나 언급한 자신의 대표작이 바로 이 책이다. <나는 책쓰기로 인생을 바꿨다>의 본문 중, 관련 내용을 아래에 인용해본다.  오바마, 김대중과 그녀의 이름이 "글 잘쓰는 대통령"의 맥락에서 나란히 놓인 점은 참 의아스럽다.  
 
l9788993176827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최초로 미국의 대통령이 된 기록을 세웠다. 그가 책쓰기를 잘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중략)....김대중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비롯해서 각 분야에거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은 최소한 한두 권의 책을 출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144~145쪽)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쓴 책들이 시중에 150여 종이나 출간되었는 데, 필자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책을 한 권 썼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책들 중에서 필자가 쓴 책이 중국의 인민 출판사라는 최대의 출판사에서 유일하게 번역 출간되는 선택을 받기도 했다. 또 어떤 책들은 청와대에서 가장 많이 읽어 보는 책이 되어, 명사 특강에도 초청을 받게 되었다." (본문 16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 - 백인 사회의 뒷모습
지성수 지음 / 생각비행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드니 택시 기사 문화 관찰기
20160924_123111.jpg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 제목에 살짝 속아서 읽기 시작했지만, 한 밤중에 혼자 킬킬거렸을 만큼 재미 면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출판사 측에서는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인류학 단상"이라는 카피 문구를 뽑았는데 사실 "문화인류학"이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개인 편향의 속단을 많이 담고 있다.
저자 지성수의 출생 연도는 알 수 없으나, 한국에서 신학 대학을 나와 목사가 되었다가 다시 빈민 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생계 때문에 호주로 나와서 택시 기사로 15년간 일했다하니 장년, 혹은 노년층이 아닐까 짐작한다. 그의 아들은 호주 대학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한국의 강단에 서 있는 듯 하다. '문화 관찰기' 류의 글들이 '무슨무슨 학문' '무슨무슨 학자'의 이름을 빌어와 치장되었을 때는 점잖 빼서 재미가 없는데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는 저자가 자신의 편견, 인생관, 민족주의적 정서 등을 고스란히 드러내므로 솔직해서 참 재미있다. 멀리 호주 땅에 있어서 자유로운 것일까?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 된소리도 과감하게 날린다.
*
호주에서는 인도인, 중국인, 한국인이 주로 한다는 택시 드라이버일을 하며 저자는 차별도 많이 당해보고 산전수전 많이 겪었다. 시비가 붙거나, 택시비 떼먹힐 사건들이 종종 있어도 저자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나보다. 그렇다고 활자에만 파묻힌 것은 아니고, 자신의 택시에 오르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책에서 얻은 내용을 검증하거나 자기화했다.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를 읽다보면, 저자가 꽤 옛 세대분이라는 것을 느낄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 동포애, 민족애라 해야할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한국인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기본적으로 그의 정서 바닥에 깔려 있다. 동시에 근면과 정직, 성실 등 좀 더 이른 세대 어르신들께서 보이시는 건전한 가치를 온 몸으로 구현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참 존경스럽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부정함에 물들지 않고 비록 택시 운전이 고되지만 고고한 학처럼 정신적 연마를 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저자가 옛 세대분이라는 인상은 그가 굉장히 자주 쓰는 "백인, 흑인" "인종" 등의 표현에서 다시 한 번 받는다. 저자 지성수에 따르면, (손님으로) "태우는 인종에 따라 달리 대처하는 법을 몸에 익히게 된다. 인도인이 타면 기분 나쁜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야 하고, 중국인이 타면 무시를 당하는 것이 아니고 무시할 준비를 해야 하는 반면, 일본인이 타면 신경을 안 써도 된다...(중략)....길거리에 서 있는 동얀인은 먼 데서 한눈에 봐도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알아볼 수가 있다.....(중략)...중국 사람은 옷을 입느라 애를 많이 쓴 것 같은데도 어쩐지 보람이 없이 허무해 보이고, 일본인들은 자유롭게 제멋대로 옷을 몸에 걸쳤는데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다녀서인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옷을 잘 입으려고 밤잠 안 자고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37~39쪽)." 심지어 저자는 한국 남자들은 나이, 체형에 상관 없이 "똥폼"을 잡고 있어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는 호주에서 15년을 지냈어도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고 변방에서 관찰하는 지위에 있는 이민자가 한국인의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서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인종' '국적' 등의 범주에 따라 타자를 어떤 식으로 스테레오타이핑하는지를 보여주어 더 흥미롭다.
20160924_123129.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 네이처 가계부
달곰미디어 콘텐츠연구소 엮음 / 달곰미디어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7 네이처 가계부


 

20160923_152743.jpg

 

 누군가는 해돋이를 보며 새해를 다짐하겠지만, 가계부를 새로 구비해야 뭔가 새해를 제대로 맞이하는 느낌이 드는 이도 있다. 매년 가계부를 챙겨왔다. 고백하자면, 12개월 모두 만족스럽게 다 채운 가계부는 없었지만, 그래도 처음 가계부를 적을 때만큼은 신성한 기분마져든다. 단지 가계경영, 돈 절약의 의미가 아니라 내 삶에 필기체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작년에는 달곰 미디어 출판사의 <2016 가계부 부자 레서피>를 썼다.  '가정 생활관리 지침서'로서의  가정 경제의 흐름을 사전에 계획하고 능동적으로 관리하며, 재테크뿐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독자를 유도하는 가계부라했다. 가계부이자 재테크 선생님같은 인상을 주는 가계부였다면 <2017 네이처 가계부>는 소녀감성을 만족시켜주는 예쁜 다이어리같다. '아, 예쁘다! 잘 채워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앙증맞고 예쁜 일러스트레이션이 그 특징이다.

 

 

두툼한 양장본이라 손에 잡히는 묵직한 느낌이 좋다. 스마트폰으로 기록하는 가계 흐름은 자칫 사라지기 쉬운데, 이처럼 두툼한 책에 기록을 남긴다면 든든할 것 같다.  

 

20160923_152800.jpg

 

 


 


20160923_152903.jpg

"달곰미디어 콘텐츠연구소"는 기획자, 저자, 편집자, 그림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뜻 모아 함께 일하는 단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2017 네이처 가계부>는 페이지마다 디자인과 편집이 유난히 예쁘다. 각 달마다 계절과, 그 월령에 맞는 색감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입혀져 있어 가계부 쓰고픈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20160923_153016.jpg


 

20160923_153024.jpg


 
  <2017 네이처 가계부>는 '다이어리같은 가계부'를 지향하는지 일별, 주별, 월별로 예쁘게 섹션화되어있다. 우선 월별 계획부터 적어보고, 그 달 할 일 목록도 고민해서 잘 적어내려간다. 매일매일 가계부를 적고 매주 반성하고, 월별로 흐름을 읽다보면 돈 새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돈 쓰다보면 재미있기에 '막기는' 어렵긴 하지만.....

*

가계부 써서 부자되는 사람은 소수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성실함이라면 사실 무엇을 해도 잘 하겠지. 가계부는 일차적으로는 가계 관리와 기록을 목적으로 한 것이겠지만, 부차적으로는 한 사람의 성실도를 기록하는 장이기에, 2017년에는 손으로 흔적을 남기겠다는 성실의 각오를 새로해본다. <2017 네이처 가계부>와 함께!

20160923_152941.jpg


 


de.jpg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16-09-2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리더스다이제스트에서 여우관찰하는 영국 생물학자의 글을 읽고 나서 여우 이미지를 좋아하게 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가계부 이쁘네요~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1.jpg


 

 1996년의 기억 조각보 중에는 <새의 선물>이 있다. 불문학을 동경하던 어린 취향 때문인지 프랑스 작가의 소설만 열심히 찾아 읽던 시절, '책 사랑'으로 말하자면 머리 조아리고 모셔야 할 고수 친구가 소개해주었다.  <새의 선물>은 그 당시 막 유행하던(?) 알랭 드 보통이나 미셀 트루니에의 소설과 완전 다른 매력을 뿜고 있었다. 작정하고 두 달만에 써내린 소설이 이 정도? 와우! 이후로도 은희경의 소설을 종종 찾아 읽었지만 <새의 선물>이 워낙 압도적이라, 그 기억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주말, 본격적 두뇌회전을 위한 책을 읽기엔 한가해지고 싶어서 일부러 낭만이 뚝뚝 떨어지는 긴 제목의 소설을 골랐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작가 이름에 은희경이란 세글자가 없었더라면, 결코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읽게 될 책 제목은 아니었다. 뭔가 감상에 질질 늘어질 것 같은 분위기랄까?

*

새벽 1시까지 한 번에 다 읽었다. 재미있었다. 은희경의 사람보는, 세상 보는 눈이 보였다. 감히 추정하기엔 작가에게 미안해지는데, 은희경은 마음이 따뜻해서 국밥 막 퍼주는 스타일의 아줌마가 아니다. 차갑다. 사람을 대상으로서 관찰하지, 깊이 연민을 느끼거나 사랑하지는 않는다. 이지적이다. 냉정한 관찰자.

*

굳이 그런 성향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소설의 내용적인 측면보다도, 은희경이 세상을 관찰하고 사람을 대상화하는 방식에 끌렸다. 예를 들어, 한국 노인들의 성별에 따른 언어용법 차이을 묘사하고 비아냥 거리는 저 문장을 보아라. 삼할은 공감하면서도 그 기저의 냉소적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새의 선물>과 연장선에서..... 한국, 스페인, 아이슬란드, 공간을 옮겨다니면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낼 수 있음은 은희경이 글쓰기 작업 뿐 아니라 "사는 데" 정말 능동적이고 정열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녀가 어마한 양의 글을 써내려간다는 걸, 새벽 1시에 검색으로 다시 확인하고는 질투와 부러움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2.jpg


 

3.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Gratitude

 

20160919_092813.jpg

<고맙습니다>, 책을 덮고나서 책 표지 제목을 다시 한 번 본다. '고맙다!' 올리버 색스의 인생관과 인품을 이보다 더 간결히 압축하는 인사가 있을까? 사실 불량독자인 나는 그의 책을 딱 두 권 읽어보았을 뿐이다. 그래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심지어 경건한 기분에 사로잡혀서 '고맙습니다'라는 목소리가 에코처럼 따라붙는 듯 했다. <고맙습니다>의 옮긴이 김명남은 서가에 올리버 색스의 책만 모아 둔 공간이 있는데, "나는 아마 나란히 꽂힌 그의 책들 중에서도 이 작은 책을 가장 자주 떠올릴 것이다."라 한다. 옮긴이는 올리버 색스의 문장을 그대로 빌어와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면서' 이런 작가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던 우리의 시간이 '그 자체로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임을 늘낄 수 있다 (61쪽)"고 색스를 향한 무한 애정과 존경을 보내는데, 나 역시 <고맙습니다>를 읽고 나서 같은 문장이 머리 속에 가장 크게 남았다. "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29쪽)" 분명 죽음을 향해 서서히 육신이 쇠락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는데, 그는 죽음에의 두려움을 건강한 창조력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의 경우, 승화는 글로서 이뤄졌다. 그래서 우리 독자가 <고맙습니다>를 이렇게 애잔한 안타까움에 젖어 읽을 수 있는 것이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이렇게 아름다운 글들을 빚어내는데, 올리버 색스가 다만 6개월이라도 더 살았더라면 독자에게 어떤 글을 더 선물할 수 있었을까?

20160919_092910.jpg

<고맙습니다>를 읽으며, 올 상반기 굉장한 감동을 주었던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겹쳐 떠올렸다. 장 교수 역시 암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육신을 끌고 필사적으로 글을 썼다.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육신이 소멸된 이후로도 글로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주리라 기대했다. 그것이 20년이건 30년이건 내일이건, 자신의 유전자로서의 자식을 남기고 싶거나 글을 남기고 싶은 본능은 충족되어야 한다.

자기 과시가 아니라 나눔과 고마움의 되갚음으로서.

그래서 나는 색스의 인품에 다시금 감탄하고, 배우려 한다.

<고맙습니다>를 읽으며, 올 상반기 굉장한 감동을 주었던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겹쳐 떠올렸다. 장 교수 역시 암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육신을 끌고 필사적으로 글을 썼다.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육신이 소멸된 이후로도 글로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주리라 기대했다. 그것이 20년이건 30년이건 내일이건, 자신의 유전자로서의 자식을 남기고 싶거나 글을 남기고 싶은 본능은 충족되어야 한다.

자기 과시가 아니라 나눔과 고마움의 되갚음으로서.

그래서 나는 색스의 인품에 다시금 감탄하고, 배우려 한다.

 

20160919_092836.jpg


 

20160919_092847.jpg


 

20160919_092901.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