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정갑수 외 지음 / 열린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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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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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을 받은 책이라 일부러 찾아 읽었다.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맘충'이라는 듣기 거북한 신조어가 있다. 소위 '제 새끼, 제 가족'만 아는 이기주의를 비꼬는 말이라지만 듣기 거북하다. 만약 '엄마들'의 공통적 속성이 '제 새끼'를 챙기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기주의의 발로로 볼 수 있지만, 보다 더 큰 공통체를 위한 희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에서도 모성의 그런 확장적 힘을 본다.  여러 저자의 글모음인 이 책 역시, 일본인 주부의 글로 시작한다. 교토에 살던 평범한 아이 엄마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본 국민으로서 어떻게 겪었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한국의 엄마들에게도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촉구하는 글이다. 여타 책에서도 여러번 읽은 이야기이지만 3*11 사고 직후 NHK에서는 사고 이전의 멀쩡한 원전 녹화 동영상만 계속 내보냄으로써, 국민을 안심 혹은 기만하는 전략을 썼다. 순진한 사람들은 이미 방사성 물질이 사방으로 퍼져가는 대도 "현 단계에서 걱정 없다"는 어용학자나 원전 마피아의 설명에 안심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여야 했는데. 단지 '나'만을 위함이 아니라, 그 피해를 오롯이 안고 살아갈 아이들과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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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중적 상식이 되었지만, 방사능 취약성은 남자보다 여자, 어른보다 아이가 총 20배 더 취약하다. 아이들을 기필코 지켜내야할 이유이다. 게다가 장기 어떤 기관보다도 생식기가 취약하다. 다시 말해 방사능 재앙은 일류 존립의 위협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맞서 싸울 적이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너무 거대하다고 무서워서 넋 놓고 앉아있을 수 만은 없다. 차일드 세이브 전 대표였던 엄마는 외친다. "아이들의 미래를 태우지 말자!"고. 다행히 미래를 내다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선언을 해주신다. 혼자 힘으로 거대한 원전 마피아들과 싸울 수 없다.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에너지에 대해, 성장에 대해, 미래에 대해 재고하고, 생태 발자국을 적게 남기는 삶을 공동체 차원에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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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강원도에서 새벽차 타고 왔어요"라는 문장을 본다. 실제 그렇다. 누가 떠밀어서도 아니고, 출석도장 꼭 찍어야만 해서가 아니라 정말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발로 움직여 행동한다. 노후 핵발전소 가동 중지를 외치는 모임에 참석하고, 국회의원실에 연락해서 핵발전소 안전성을 이슈화 촉구한다. 자기 밥상만 지키는 게 아니라, 학교 급식, 군대 급식까지 염려해준다. 실제 행동한다. "맘충"이라 하겠는가?
나는 이 분들을 존경한다. 작은 힘이라지만, 절실함이 행동이 될 때 얼마나 힘찬 발걸음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니까.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라는 책은 결국, 너 엄마니까 너희 식구 지키는 게 네 몫이야가 아닌, 엄마의 마음으로 더 큰 공동체를 지키자는 큰 메시지를 주고 있다. 좋다. 많이 많이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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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박근혜 정부에서 '미세 먼지' 대신 '부유먼지'라는 기상천외한 naming을 제안했다던 기사를 읽고 조소를 실컷 보내주었다. 이름의 정치학보다 더 사람을 미혹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숫자의 정치학'이다. 기준치 미만이니까 안전하다, 아무 걱정마라는 말을 쉽게 믿어서는 안된다. 한살림에서는 기준치를 8로 잡았는데 국가 기준이 300이라면, 특히 영유아 식품의 경우 국가에서 정한 세슘 기준치가 100이라면, 세슘이 78 검출된 영유아 식품은 기준치 미만이라 안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게 일반 국민일 것이다. 기준치의 숫자 놀음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혹은 숫자 놀음을 더 못하게 예의주시하고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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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피폭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한다. 모르면 guinea pig되니까.  "남용"은 문제이다. 모르고 기꺼이 피폭 당하니 더 문제이다. 2017년에 내가 의료장비로 인해 피폭된 방사선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는데, 기록이 필요하다. 요구해야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과도한 의료화 경향에 경종도 울려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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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헐리우드 가쉽 기사에서 임신한 드류 베리모어가 임신 기간 내내 craving해서 자주 먹은 음식이 바로 대구를 주재료로 한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오호라....통재라.....그 세슘이 고스란히 태아에게 전달, 축적될텐데.'라고 대신 걱정해준 적이 있다. 적어도 대구, 병태, 고등어는 알고도 먹을만큼 둔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제 입에 들어갈 것을 제 스스로 다 결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은 아이들의 급식 식판이나 집밥 식탁에서 매일 고등어와 명태, 황태를 올리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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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익중 선생님께서 방사능 공포증 때문에 "먹을 것이 도통 없다."고 한탄하고 강박증에 걸린 엄마들에게 권하는 현명한 방식이니 참고할 수 있다. 선택은 다시 한번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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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부엌 -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김미수 지음 / 콤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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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부엌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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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과 "빠이~~~!" 하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지만, 다음 순간 플라스틱 변기에 앉아있는 자신을 보고 선언 철회했더라 하는 농담같은 고백을 읽은 적이 있다. 수세식 변기만큼이나  "빠이~~~!"하기 어려운 현대인의 필수품이 냉장고 아닐까? 텃밭에서 방금 따온 신선한 야채로 요리해 먹는 일이 없는 현대인들 대부분에게 냉장고는 든든한 적금이다. 게을러도, 요리를 포기해도 배 고프지 않게 해줄, 그 냉장고를 포기했다고? 게다가 냉장고 없는 자급자족 라이프를 부부 동의하게 합심해서 살고 있다고? 보통 부부라면, 냉장고가 없어지면 매일 외식하거나 다툴텐데? 도대체 어떤 경지에 이른 부부이길래? 헬렌 니어링같은 부부 정말 있어? 하는 호기심이 책 제목만 보아도 스물스물 올라온다.

제목, <생태부엌: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한국인 아내 김미수와 독일인 남편 다니엘이 그 '어느 부부'이다.   2001년 독일에서 처음 만났다는 그 둘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삶의 동반자일 것이다. 물론 부부가 냉장고 없이 살기에 처음부터 저항없이 매끄럽게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제안했고 아내는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냉장고 없는 삶'에 서서히 적응한 아내에게 냉장고는 '자리만 차지하는 천덕꾸러기(30)'로 전락했다니 이 부부가 얼마나 자급자족하는 생태 부엌 만들기에 성공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짐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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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부엌>은 요리책, 소박하지만 심지가 굳은 아낙의 일기, 생태적 삶을 촉구하는 성명서……. 어떻게든 읽힐 수 있겠다. 그만큼 저자 김미수가 격을 따지거나 정형성에 꽉 매인 사람이 아니라,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일지도. 이렇게 내공이 높으면서 잘난 척 한 번 하지않고, 가르쳐 들려 하거나 비교하면서 생태적 삶을 이야기하는 젊은 사람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신선했다. 이런 보물같은 부부를 발굴해낸 방송 작가나, 출판사 관계자의 발빠름도 신기했지만, 이런 보물같은 사람들이 큰 내공만큼이나 깊은 존재감을 발산하며 목소리를 내준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절로 존경심이 이는 만큼, 기꺼이 그들의 목소리와 발자국을 따라가고 싶다. 

B U T 

애당초 시도도 못하겠다. 김미수와 다니엘 부부 만큼으로는. 이들은 철저한 비건(Vegan)이면서, 세수물도 아끼고 뒷일처리한 물도 아껴서 퇴비로 쓸 정도로 환경 사랑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단순히 제 몸 아끼고 제 가족 건강하려 '자연을 닮은 삶'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브랜드로서의 유기농을 소비하며 우월감을 갖는 부류와도 전혀 다르다. 흙을 사랑하고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존중하다보니 삶의 태도가 자연히 부엌으로 연결된 부부이다. 환경 운동가 사티쉬 쿠마르의 말을 빌어, "소박한 삶, 생태적인 삶을 살려면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는 김미수 부부의 식탁은 싱그럽다. 야생초와 활련화처럼 식용 가능한 꽃, 통곡물의 식감이 살아 있는 식탁이다.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오감이 충족되는 듯 하다. 저자는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다른 삶을 꿈꾸는 누군가의 마음에 작게라도 울림을 주기를. 야생초의 쓰임처럼 미처 발견치 못하고 숨어 있는 우리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우리의 의식이 좀 더 깨이고 성장해 우리 몸도 마음도 이 지구도 좀 더 맑고 깨끗해지기를 (247)" 바라는 마음으로 <생태부엌>을 썼다고 했다. 가벼운 요리책으로 생각하고 집어 들었다가, <생태부엌>에서 얻은 감동과 충격이 너무 커서 소화시키려면 조금 걸리겠다. 김미수와 다니엘 부부처럼 의식이 깨일려면, 당장 무심코 플라스틱 용기에 '테이크 아웃 take out'하는 커피도 삼가고, 하루 10분씩은 족히 할 샤워부터 줄여야 할 것. 갈 길이 멀다. 갈 길을 보게라도 해준 김미수, 다니엘 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멀리 한국에서 독일까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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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장남매 캐릭터 밥상 - 매끼 기다려지는
전혜원 지음 / 라이스트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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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장남매 캐릭터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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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하니 아이들 소풍철이 다가오나봅니다.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소풍도시락 정보를 교환합니다. "아침 8시에 문 여는 김밥집이 어디더라." "단체 맞춤 도시락 5인 모집" 등등. 여차하면 만능 검색엔진 네이버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맞춤 김밥이건 고급 맞춤 도시락이건, 엄마의 사랑이 손끝으로 전해져 만들어진 도시락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엄마표 도시락, 엄마표 밥상.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먹거리겠지요? 여기 "엄마의 정성 앞에 '안 먹는 아이'란 없다!"는 신념으로 도시락 세계에 입문한 엄마가 있습니다. 소박하게 시작했더랬습니다. 입이 짧아 편식하는 아이 때문에 밥상 앞에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던 전혜원 주부는 캐릭터 요리에 입문했습니다. "혹시 이렇게 해주면 우리 아이도 잘 먹지 않을까?"하는 엄마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팔로워 4만을 거느린 화제의 인스타그래머에 책까지 펴내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매끼 기다려지는 도쿄 장남매 캐릭터 밥상>입니다. 왜 도쿄나고요? 전혜원 주부는 15년째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전 표지만 보고는 일본책일거라 속단했어요. 실제 소개하는 음식도 일본 요리에서 많이 쓰는 재료뿐 아니라 벚꽃이나 라락쿠마처럼 일본에서 인기있는 캐릭터를 소재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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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끼 기다려지는 도쿄 장남매 캐릭터 밥상>에 소개된 60여개의 레서피 중에서도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대표 요리를 꼽자면 바로 "벚꽃놀이 도시락." 연핑크 밥에 라락쿠마 인형이 웃고 있는 벚꽃 도시락, 예뻐서 차마 어떻게 먹을까요? 그런데 맛있어 보입니다. 분홍 밥의 비밀은 비트였답니다. 비트물을 들이면 밥 색이 이렇게 오묘하게 예쁜 분홍색이 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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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꼭 따라해봐야겠다 싶었던 달걀지단꽃이었어요. 달걀지단에 일정 간격으로 칼집을 넣은 다음 접어서 돌돌 말아준 후, 이쑤시개로 아래쪽을 찔러 고정하면 예쁜 노란 꽃이 된다네요.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보이지만 다가오는 소풍 도시락 미션에 꼭 이 기술(?)을 활용해보아야겠어요. '달걀지단꽃'이라니, 소풍 그 자체보다 더 기억에 남는 소풍도시락으로 만들어줄 최고의 요리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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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끼 기다려지는 도쿄 장남매 캐릭터 밥상>에는 도시락 레서피가 소개된 게 아니랍니다. 60개의 레서피를 '간단 캐릭터 요리,' '예쁜 캐릭터 요리,' '스페셜 캐릭터 요리,' '간식'의 네 파트로 나누어 소개해요. '간단 캐릭터 요리에서는 말그대로  쉽고 간단한 레시피 위주의 요리를 소개합니다. 주로 김, ̖게 저민 햄이나 스팸, 계란 등을  활용해서 음식에 귀여운 캐릭터 모양을 새겨 넣는 것이지요. 김과 치즈만으로도 주토피아 동물 캐릭터들의 다양한 표정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기술(?)입니다.  예쁜 캐릭터 요리에서는 아이들이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 못할 창의적이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선보입니다. 당근과 계란 프라이로 니모(Nimo) 캐릭터를, 파스타 면을 꼬아서 라푼젤(Rapuzel)의 풍성한 금발 머리를, 달걀말리로 스폰지밥을, 토마토케찹으로 붉은 기운을 준 라이스로는 화가난 앵그리 버드를 뚝딱 만들어낸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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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이도 요리는 스페셜 캐릭터 요리에서 집중 소개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에는 산타글로스 모닝빵을, 밸런타인데이에는 채소 샐러드 뷔페와 하트빵을 준비해 볼 수 있겠네요. 불꽃놀이 도시락이니 살짝 부담되지요? 다행히 전혜원 주부가 상세하게 재료와 재료 다루는 법, 레서피를 소개하고 있으니 엄마의 사랑으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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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만들어 주세요. 와, 요것도 해주세요."하느라 바쁘게 <매끼 기다려지는 도쿄 장남매 캐릭터 밥상>를 뒤적거리는 꼬마에게 아주 솔직하게 말합니다. "매끼는 무리다! 한 달에 한 번!" 일단 시작이 반이라고 벚꽃 소풍 도시락부터 따라해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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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베트남 - 생생한 베트남 길거리 음식 문화 탐험기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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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베트남>, 2015년에 메모해가며 읽은 이후 15개월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첫 리딩에서 호기심 때문에 페이지를 빨리 넘기며 읽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여유있게. 두 번째 읽다보니 내용보다는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들었다. 원제가 , 즉 먹거리와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책인데 좀 비주얼 자료를 영리하게 배치했던들 독자들이 훨씬 즐거워졌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블로거이자 저자인 그레이엄 홀리데이 (Graham Holliday)가 운영하는 블로그"누들파이" http://www.noodlepie.com/에 놀러가보면, 책 제목에 나오는 베트남의 노상 포장마차 사진은 물론 한국의 뒷골목 맛집 등 다양한 사진 자료가 쏟아지는 데 말이다. 하노이와 사이공의 길거리 음식은 "갔노라, 먹어 보았노라"하지 않고 활자화된 상상력으로만은 음미하기 어려워서 하는 아쉬운 트집잡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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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엄 홀리데이 (Graham Holliday)은 운 좋은 작가이다. 애초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거나, 음식 전문 블로거를 꿈꾸지 않았다. 1995년 정리해고를 당한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새벽에 식당에서 접시를 닦는 일을 하다가 '대안'을 찾고자 일자리 클럽에 가입했다. 그 곳에서 추천한 직업은 영어 교사. 영국에서는 젊은 실업자일뿐이어도 90년대의 한국이나 베트남에서라면 말이 달라진다. 영어 사대주의에 걸려 '원어민 선생님' 구하기에 혈안이 된 이 나라들에가면 대접이 달라질 테니. 교사로서의 경험이 제로인데도 단지 "영어를 모국어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두둑한 월급 봉투에 대접이 달라지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그가 처음에 찾는 나라는 "바람결에서 김치 냄새가 묻어나는 (44쪽),"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두 까만 머리를 한 (45쪽)" 한국이었다. 한국 익산에서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자칭 "영어를 뱉어내는 기계 (24쪽)"였기에 "이리 여자 중학교 영어부에 있는 세 명의 중년 (한국) 어머니들에게 부사 관련 질문, 시제 설명, 스펠링 체크를 제일 잘해줄 수 있는 최적의 자리에 설치 (24쪽)되는 영광 아닌 수모를 겪었다고 <맛있는 베트남> 초반에 기술한다. 그가 다음에 선택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었다. 여기에서도 영어를 구사하는 푸른 눈의 외국인은 대접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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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 본업은 영어 교사였지만, 부업으로 베트남 길거리 음식, 아니 베트남 현지인이 즐기는 "진짜 음식"을 탐험하기로 작정한다.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베트남 길거리 음식, 'food safari'가 시작된 것이다. 비만 인구가 많은 영국인의 눈에 베트남 국민들은 "언제나 먹을 것을 준비했고, 뭔가를 요리했고, 요리 재료를 구입했고, 무엇을 요리할지 얘기했고, 직접 요리한 걸 먹었고, 다른 사람들이 요리한 걸 먹기도 했고, 자기들이 요리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얘기 (133쪽)"하면서도 "국민들의 허리 라인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강한 인상을 받은, 베트남 국민의 "음식에 대한 전국가적인 집착 (133쪽)"에 자신도 빠져보기로 한다.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부탁해서, 진짜 뒷골목의 진짜 베트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달라고 한다. 때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 쏘다니며 그런 음식을 찾는다. 제목과 영문판 표지에 등장하는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도 그렇게해서 앉은 것이다. 롱다리의 덩치 좋은 서양인이, 몸집 작은 베트남 현지인들이 주로 앉는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현지인의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등받이 없는 낮고 작은 의자가 주는 물리적 불편감에 더해, '혼자 외국인'인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의 부담감도 컸을 텐데 그는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찾는 "진짜 베트남"을 느끼는 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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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장식되어 나오는 호텔 뷔페 음식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식을 맛보고 그를 통해 그 문화를 엿보고 싶은 사람은 <맛있는 베트남>을 읽으며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용기와 도전정신을 배워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맛있는 베트남>에 이어, 2017년에 출간하려는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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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디톡스 - 15년간 동의보감 연구로 밝혀낸 자연 해독의 비밀
방성혜 지음 / 리더스북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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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디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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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디톡스> 표지가 상큼하다. "동의보감"이 주는 생경함과 부담감을 상쇄해줄만큼.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디톡스'며 '애드톡스'라는 단어와 '동의보감'이 조합되다니,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빙고! 예상대로 저자이자 동의보감 전문 한의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방성혜는 이 책을 두고 "디톡스의 홈 버전 (home version)," 즉 보급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문가용 "닥터 버전 (doctor version)"은 한의원을 방문하여 전문가와 상의하라는 설명을 곁들여서. 다시말해, <동의보감 디톡스>는 동의보감이나 어려운 용어에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편히 읽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처방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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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방성혜의 약력이 참 흥미로운대, 남들 다 부러워할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아이를 둘이나 낳고 늦깍이로 한의대에 입학했다한다. 그것도 한의대 서열 1위의 경희대학교! 이후 동의보감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을 썼다. 그의 세 번째 책인 <동의보감 디톡스>는 비단 다이어트를 갈망하는 이 뿐 아니라, "습관을 바꾸고 싶은, 나아가 운명을 바꾸고 싶은"이들을 위해 썼다고 한다. 읽다보면 저자의 시아버지나 저자의 남편, 혹은 한의대 지인과 한의원의 고객들의 에피소드가 수십개는 등장하기에 신뢰도 가고 읽는 잔재미도 쏠쏠하다.  
*
저자는 <동의보감>의 내용을 빌어, 빼내어야할 3종 독소 덩어리를 "담음, 어혈, 식적"이라고 소개핸다. 식사 때도 아닌데 배에서 꿀렁꿀렁 소리가 나거나, 계속 가래가 올라오거나 아무리 비싼 화장품을 발라도 얼굴에 기미며 여드름이 올라오는 자들은 이 독소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래 표는 '식적'의 증상들이다. <동의보감>이 저술되던 시기에는 이 3종 독소가 가장 무서웠다면, 여기에 더해 화학약품과 공해독 공세를 받는 현대인들의 몸은 견뎌날 재간이 없다. 그래서 암에 걸리고, 그래서 원인 모를 몸의 부정적 증세가 올라오는 것이다. <동의보감 디톡스> 2장의 제목처럼 "오장육부를 꺼내어 박박 씻을 수는 없을까?" 없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소식과 절식. 나쁜 음식을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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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으로는 사람마다 맞춤형 해독을 해야겠지만 <동의보감 디톡스>는 홈 버전인 만큼 일반적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자신에게 맞는 해독 쥬스(생강차, 귤차, 도라지차, 연잎차 등)과 운동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

 

해독 1단계는 준비기: 식습관 바꾸기: 절식, 자연식(현미밥 & 채소)만 먹기, 커피와 밀가루 음식 끊기.

 

2단계 청소기: 정화주스 이용하기, 절식.

 

3단계 회복기 : 자연식으로 건강한 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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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는 333으로 시도해보아도 좋지만, 효과는 777에 비할 수 없다. 777은 무려 3주를 소식, 절식하며 해독차를 마셔야하는 관계로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이들이 사실상 엄격히 지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동의보감 디톡스'의 효과? 저자 방성혜의 남편이 몸소 보여준다. 하루 담배 한 갑에 커피 10잔을 마시는 습관을 가졌던 저자의 남편이 디톡스를 하고 나더니 담배에서 풀냄새가 난다며 확 담배 피우는 양을 줄였다고 한다. 미각이 돌아와서 예전에는 짠 줄 모르고 맛있게 먹었던 김치찌개가 짜게 느껴진다거나 자연식의 맛을 음미하게 된다. 물론 살이 빠지고 피부가 좋아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고보니 10대부터 20대까지 참 단식을 자주했는데, 한 동안 아예 시도조차 못하고 책으로만 "단식, 소식"을 접하고 있다. 3월, 집안만 대청소할 게 아니라 내 몸 청소로 333, 딱 9일만 디톡스 해봐야 겠다. 디톡스 일지는 3월 중 올리기로 스스로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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