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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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에 제대로 된 제목으로 사서님께 부탁드렸는데, 

먼저 [희망의 밥상]이라 했다. 곧 [생명의 밥상]으로 정정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종말의 밥상]이다. 인간 삶 근간인 "밥상"을 "종말"과 연결짓기 싫었던 마음이 작동했던 걸까?



 [종말의 밥상]은 이 분야 전문가인 박중곤이 썼다. 사실, 연중 읽는 책의 1/2은 건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며 서가에도 온통 건강 책들인지라 웬만한 신간은 그다지 참신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종말의 밥상]에 설득당하며 읽은 이유는 저자가 반 평생을 이 분야에 헌신해온 현장의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저자 박중곤은  "바른건강연구소http://www.cosmoshealth.co.kr/?act=main"를 공동운영하기 전에는 농민신문에서 축산전문기자로, [전원생활] 편집장으로  활동 해왔다. 30여년간의 기자생활동안 전국의 농축수산물 생산현장을 탐사한 횟수가 무려 1200여회라니 존경스럽다. 직접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탐사하면서 발전시킨 문제의식은 몇 박스 분량의 참고문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힘을 글에 실어준다.


[종말의 밥상]이 2020년에 출간된 만큼,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확산, 대유행의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인간의 식습관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다만 코로나의 주적으로 "박쥐" 니 "천갑산"을 타겟삼는 근시안이 아니라, 환경오염, 인간의 교만, 바벨탑, 사탄이 된 설탕, 중성화된 '내시 소'와 중성화되어가는 인간들 총체적인 면에서 접근한다. 그 외에도 이 분의 세계관을 짐하게 해주는 강렬한 문구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저자는 상당한 경지에 이른 자연주의자로 보인다. 육식의 가혹함에 대비시켜 채식의 생명공존 가능성을 높이 산다. (아마 저자는 분명 강연장에서 "Vegetarian"인지 질문 많이 받을 듯 하다. 이토록 혹독하게 공장식 축산의 가혹함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분명 육류에 입을 대기 어려울 것 같다). 대부분의 건강지침서에서 유기농 채소와 현미를 언급하는데 이 책의 차별점이라면 시종일관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스러운 '제철음식'이라는 것은 단지 철마다 나는 음식만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세 당하지 않아 야생의 성 호르몬 넘쳐나고 자연교배하게 되는 소, 돼지, 닭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당도만 극도로 끌어올리지 않은 과일 본연의 신맛 등 오미를 이야기한다. 또한, 껍질째 먹는 양파, 뿌리째 먹는 시금치를 이야기한다. 


사실 나는 현미 좋은 건 알아도 하루 전에 현미 불려놓는 그 작은 수고조차 귀찮아서 백미를 주로 구매한다. 저자 박중곤의 음식관으로 보자면 "먹고도 손해보는 느낌 나는 밥"을 매일 먹는 셈이다. 게다가 여름이면 내가 최애 간식삼는 "오이맛고추"를 저자는 "매운 맛이 본분인 고추의 특성을 저버리고 허우대 멀쩡한 마마보이같은 수상한 농산물"(21쪽)라고 길게 설명한다. 청양고추보다는 오이맛고추에 절로 뻗어지는 내 손을 머쓱하게 만드는 표현이다. 그 외 음식을 두고 "마마보이"라 하는 표현은 본문에서 두 번이나 등장한다. 가공식품과 계절성을 파기한 음식 먹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라떼는 말이야"식 권고로 들릴 수도 있겠다. 


저자 박중곤을 형사에 비유하자면 강력계 형사쯤 될 것 같다. 먹는 데 있어서 양보나 타협 없고 확고한 대의와 신념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신념을 주장만 하면 듣는 사람 버거울 텐데 박중곤은 여기에 더해 굉장히 실질적이고 구체적 대책도 제안한다. 요약해서 옮겨본다. 


1. 동물복지와 식물복지를 실천하고 제도화한다. 

2. 인구수를 줄인다. 

3. 동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다. 

4. "얼굴 있는 농수산물"(213쪽)을 확보한다.

5. 식품안전지수(FSI)를 개발, 실용화한다. 

6. 통곡식을 권고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부, NGO, UN, WFP, WHO까지 모두 나서서 총력적으로 통곡식을 확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책으로 8월 첫날을 시작하게 해준 박중곤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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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가 - 모두의 요가
이숙인.한진영 지음 / 나는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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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절판임을 확인하고

재판 인쇄를 출판사측에 사심 가득 요청하며 리뷰썼습니다. 




이동하며 읽으려고 일부러 부피 작은 책을 빌렸는데, [공공요가] 12월 31일 고른 책으로는 참 괜찮았어요. 

저자 두 분- 이숙인, 한진영-의 사람됨됨이가 종이를 뚫고 독자에게 따뜻한 손바닥을 내밀지 뭡니까? 잡아봐, 온기 서로 나눠보자.  

이책은 1:1 대응식 요가 동작 코칭을 담은 책이라기 보다는 세상 사는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었어요. 

"공공" 을 더한 "요가" [공공요가]라는 책 제목에 이들의 지향이 담겨 있지요. 


서문을 같이 읽어보실래요? 


시장이며 지하상가에서 자주 만나던 상인들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몸이 많이 붓는다등이 아파 잠을 못 자겠다자주 숨이 차고 두통이 심하다'며 일상의 순간순간이 힘겹다 토로하지만 해결책이라고는 하루 열 잔도 모자란 '커피믹스'가 전부라고 합니다


정작 요가는 요가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들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절실한 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들의 노동에 붙어 다니는 통증이라도 좀 덜어줄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게 되었죠...(중략)...요가는 본디 태생이 '나눔을 통한 서로의 성장'입니다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전승되어 이어진 것이 '요가'라고 배웠습니다이제 그 이름이 본래 뜻을 되찾고 새로이 거듭나는 의미로 '공공요가'를 제안해 봅니다. (본문 8-15쪽 발췌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마음, 말

이런 분들을 글로나마 만나면

일상에 활력이 생깁니다. 


[공공요가] 절판이라니, 어서 2쇄 인쇄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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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4
박태균 지음 / 동아엠앤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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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호르몬, 어떻게 할까?]는 애초에 10대 청소년을 주요 독자로 상정하고 기획된 책인듯 하다. 동아엠앤비의 "10대가 꼭 읽어야 할 과학교양" 시리즈 세 번째 신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완독하고 나니, 이 분야(식품공학, 공중보건 등) 전문가일지라도 최근 연구 동향 샅샅이 챙기지 못한 게으른 학자라면 지적 태만에 부끄러워질만큼 최신 연구성과가 가득한 전문적 책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저자 박태균은 서울대학교에서 공중보건학 박사학위 취득 후 학계뿐 아니라 국민보건증진을 위해 광폭행보를 벌여왔다. 그 화려한 약력만으로도 책 날개 면이 묵직하게 꽉 차오른다. "대통령 표장, 식품과학회 언론상, 식품산업공헌 언론인 대상, 올해의 의과학 기자상" 등 수상기록만도 일일이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기여를 한 전문가 답게 박태균 저자가 [환경 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에서 풀어서 소개해주는 국내외 관련 연구성과와 저작이 리스트만해도 어마할 듯 하다. 아쉽게도 출판사 측에서 출처와 참고문헌을 생략하였기에 더 찾아보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밑줄 긋고 메모하며 암기하며 읽어야 할 교과서적 환경입문서인 [환경 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에서 가장 와닿는 한 페이지를 꼽으라면 108쪽이다. 파라벤에 대해 저자는 이런 견해를 밝힌다. 

파라벤 프리 제품의 제조 회사는 '천연(natural)이어서 안전하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천연=안전'이란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페녹시에탄올응 방푸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아 파라벤과 비슷한 효과를 얻기 위해선 3~4배 이상의 양을 사용해야 한다. 독성도 파라벤의 2배 이상이다. 

한때 방부제를 대표하던 포름알데하리드를 수십 년에 걸쳐 대체한 것이 파라벤이다. 현재 개발 중인 파라벤 대체물질이 파라벤보다 더 안전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 본문, 108쪽)




비단 파라벤뿐이겠는가? 아름다운 형광빛으로 인해 부유층의 식기에 쓰였던 라돈이며, 미국이 극비리에 진행한 DDT개발 사업으로 얻어낸 DDT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얼마나 유용한 신물질이었는가? 눌러붙지 않는다는 광고문구에 현혹된 주부들과 방열과 방수 기능을 장착했다는 아웃도어에 열광한 산악인들은 얼마나 많이 PFC(과불화화합물)이 함유된 제품을 구입했는가? 21세기 전세계의 골치덩이로 등장한 플라스틱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신의 물질'에서 품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화이트 엘레펀트'가 되어 버린 신물질들!


저자는 이미 대중에게 만연한 환경호르몬에 대한 공포심에 근거없는 불을 지피는 대신,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구성과들을 토대로 정말 두려워해야할 지점이 무엇인지, 환경호르몬으로부터 나와 가족, 지구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라고해서 다 "나쁜 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구입을 피해야할 플라스틱이 있는 것이지, 현대사회에서 플라스틱 없는 삶은 불가능하기에 현명하게 알고 판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요새는 대한민국 초딩들도 다 아는 '비스페놀A'의 위협에서 조금이나마 자신을 지키려면 용기뿐 아니라, 영수증 및 순번대기표 하다못해 도서관 대출반납확인영수증도 피하라는 실질적인 조언도 해준다. 따라서 [환경 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는 교양서적이라는 이름으로 10대에게만 읽기 권유할 것이 아니라, 어른들 특히 학교 선생님(영양사 선생님 포함), 학부모,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수장 이하 직원 모두가 꼼꼼히 정독하였으면 좋겠다. 10대의 의식과 행동이 바뀌어 plastic-free사회를 심정적으로 추구할 수는 있겠지만, 초중고등학교에 어떤 급식을 제공할지 어떤 공공제품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소위 위정자라는 분들의 몫 아닌가? 자꾸 어린 아이들에게 "환경교육" 필히 수강하라는 압박주기보다, 어른들 먼저 공부하고 현실적 정책이나 삶의 면면에서 변화의 물꼬를 틀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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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배신 - 우리는 언제부터 단짠단짠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유진규 지음 / 바틀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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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마감까지 100분밖에 안 남았다. 쌓아놓을 책들을 뽑아 놓고 가장 위에 있던 『맛의 배신』. 쉽게 넘길 흥미위주의 교양서일거라 생각하고 집었다가, 100분을 거의 꽉 채워 다 읽었다. 

EBS 다큐멘터리 [맛의 배신] PD 유진규가 썼다. 먹기 문제(+혁명을 촉구하는 뉘앙스의)를 다룬 책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주장에 힘이 실리려면 체험기가 수반되는 데 이 경우 유진규 저자가 1인 기니아 피그 실험을 꾸준히 해온 결과를 보여준다. 저자는 어린 시절 마른 체형이다가, 어느 사이 음식 중독에 빠졌다고 한다. 한 마디로 배가 불러도 숟가락을 놓지 못하고, 계속 냉장고 문을 열어대는 사람. 콕 집어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정서적 허기가 위를 채우는 행위로 연결된 듯 하다. 유진규 저자는 넘처흐르는 뱃살을 제거하고다 '당'을 피하는 식단을 실천했었다고 한다. 실패는 예견된 일. 어찌 사회 생활, 그것도 방송계에서 일하면서 "sugar"넘쳐나는 회식 자리며 까페의 카라멜 마키아토를 피할 수 있으랴. 그리하여 2차로 도전한 과제는 가급적 인공향이 적은, 즉 자연에 가까운 음식 먹기 실천.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문헌조사를 오랜 시간 면밀히 했을 듯 하다. 왠만한 학술서에 버금가는 다양한 분야(의학, 생물학, 여성학, 심리학, 고고학 등등)에서의 음식연구 최근 성과를 본문 구석구석에 배치하고 상세히 소개해준다. 덕분에 많은 공부를 하였는데, 저자가 진화생물학을 특화해서 따로 챕터로 다루지 않았으나 그의 주장은 이런 듯 하다. 


인공향이 인류의 영양지혜를 교란시켜서, 가짜 음식, 가짜 영양소에 속는 식사에 중독되게 한다. 벗어나려면 가짜 향, 가짜 맛을 진짜 맛과 구별해야 한다! 


심지어는 양과 염소조차도 '수크램'이라는 향미증진제가 섞인 사료라면 '환장'을 한다는 소위 웃픈 연구결과. 인간은 양과 염소보다도 일찍이 오염된 미뢰를 가졌는데, 얼마나 더 심각할까! 


[더 찾아볼 자료]

*『Wild Health: Lessons in Natural Wellness from the Animal Kingdom』(2009): 갈매기 머리를 뜯어 먹는 양들, why?

* biocultural approach to human taste: 이차화합물에 끌리는 이유?

* 1932년 Clara Davis의 그 유명한 연구 "The Self-Selection of Diets by young children" 

* Supernatural Stimuli from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 Blue Zone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PNG보고서, Robert McCarrison(1961)히말라야 산악지대 고립부족 건강보고서 - 암이 없다! 고구마만 먹어도 당뇨가 없어! 

*  Ditte Johanssen 팀의 영수증 비교 연구: wine 애호가와 beer애호가의 cart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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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10-0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술을 덜 마시니까 단맛에 빠졌어요. 하리보 젤리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나요. 하리보 젤리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ㅎㅎㅎ 단 맛을 많이 안 먹으려고 참는 중이에요.. ^^;;

2019-10-01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감 선언 - 더 나은 인간 더 좋은 사회를 위한
피터 바잘게트 지음, 박여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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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요새 가장 궁금한 두 가지. "왜 자꾸 '수렵채집 사회에서 배우자!'는 건데?"와 "왜 다들 '공감(empathy),' '공감력'하며 야단인데?" 각기 다른 방향의 질문으로 보이지만 큰 지도 위에서는 얽혀있다고 본다. 각설하고, "공감"을 검색어로 온라인 서점을 뒤져본다. 2000여 개 콘텐츠가 뜬다.



나는 '공감'이 적어도 한국 사회 출판계에서는 2010년대에서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공감 선언(원제: The Empathy Instinct)』의 저자인 피터 바젤게트는 (아마도 저자가 속한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 등 구미 사회에서) 이 단어의 사용이 이미 1940년대 급증했다고 본다.

'공감'이라는 용어는 1962년 대중심리학 용어인 '의지력'을 능가했고, 1980년대 '자기통제'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도 훌쩍 뛰어넘었다. (...) 공감 본능은 진정으로 대중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보다 나은 시민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감 본능을 잘 이용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미래, 30년 후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제는 공감의 과학이 정책을 주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공감 선언』 338쪽

위 인용문이 저자의 집필 의도, 지향점, 『공감 선언』의 기여 가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피터 바잘게트는 이 책을 단순히 학술적 차원에서 '공감'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고자 쓴 것도, 실현 가능성 희박하거나 미래형 제안으로서의 주장을 던지려고 쓰지 않았다. "Sir"라는 기사 작위가 말해주듯, 영국 왕실이 인정하는 인사로서의 그 엄청난 (정계, 학계, 재계, 방송계 등) 인맥과 실제 관련 기관들의 수장으로서의 실무 경험에 기반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을 한다!


피터 바젤게트는 40년 넘게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방송 프로듀서이며 영국 ITV 회장이다. 2013년부터는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와 '영국 홀로코스트 추모 재단(UK Holocaust Memorial Foundation)' 회장직을 겸하며 '공감 본능'을 연구하고, '공감력 있는 시민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안하고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예를 들어, 4장에서는 디지털 디스토피아 시대의 공감 문제, 5장에서는 교도소, 6장에서는 의료기관, 7장에서는 부족주의, 인종주의를 '공감력'으로 극복한 실사례와 방법론을 소개해준다.



9장의 "공감헌장"이 이 책의 클라이맥스인데, 열 개의 강령 중 특히나 "문화예술"의 힘에 주목한 점이 인상깊다.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예술과 대중문화 장려"하라는 이 강령은 어쩌면 가장 즉각적으로 시도가능하고 효과도 빠를 듯 하다.

이 책에서 우리는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 예술을 집과 학교, 의과대학, 용양소, 교도소, 갈등 지역 등에 배치하는 것이 대단히 효과적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방법임을 살펴봤다. (...) 하지만 오늘날 학교에서 예술 관련 교육은 교양 과목 정도에 인색하게 배치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실수다. 모든 아이에게서 창의적인 불꽃이 튀어야 하며, 불꽃은 아이들과 아이들을 이어줘야 한다.

『공감선언』 347쪽

인간의 공감본능과 내집단 편향성은 동시에 타집단의 배제, 밀어내기 더 극단적으로는 적대적 폭력을 낳기도 한다. 홀로코스트, 르완다 대학살, 불편한 목록은 길게 늘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원래 그래'로 모른 척 해야겠는가? 피터 바젤게트는 "No"라며 긍정의 미래를 말한다. 비단 '공감'을 연구하는 학자뿐 아니라, 교육계, 문화예술계, 정치계에 몸담고 있는 대한민국 어르신들 꼭 『공감 선언』을 읽었으면 한다. 한국형 공감력 증진 프로그램을 구체화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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