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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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야 해' 신호로 받아들였다. 꼭 '트라우마'라 할만한 강력하게 지속되는 "불행"이 아니더라도, 언어적 폭력이나 우울한 감정에 몸으로 바로 반응해본 누구라도 궁금해봤을 질문이다. 400쪽이 넘는 이 책을 읽으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부제의 답을 얻으리라 기대했다. 물론, 저자 Dr. 네이딘 버크 헤리스Nadine Burke Harris가 이끌어준 덕분에 그 답 근처에 가보았다. 저자가, 얼핏 뻔해 보이는 위 질문을 뽑아내기 까지 얼마나 집요하게 탐색하고 애썼는지도 알게 되었다. 동시에 나는 캘리포니아 공중보건국장(Surgeon General)이자 소아과의사인 저자에게 반했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의 참고문헌 마지막장까지 꼼꼼히 다 읽고 난 후, 그녀의 인터뷰 동영상을 샅샅이 훑어냈을 정도로 반했다. (이 분, 한마디로 강골 엄친아! 어려서부터 오로지 의사를 꿈꿔왔다던 소신파. TED강연에서의 카리스마틱한 몸짓 언어, 그리고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억양과 톤을 달리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동물적 예민함도 대단한 듯 하다.)


https://www.ted.com/talks/nadine_burke_harris_how_childhood_trauma_affects_health_across_a_lifetime?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Christopher Michel / CC BY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나딘 버크 해리스 박사는 UC버클리에서는 생물학, UC Davis에서는 의학, 다시 하버드에서 공중보건학을 공부했다. 이런 학문적 이력은 책 제목에도 반영되었다.원제 [The Deepest Well]은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유명한 "우물"에서 따왔다. 하지만, 독자 시선 끌기에 능숙한 한국의 출판사는 제목을 보다 직설적([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으로 옮겨놨다.

원제 [The Deepest Well]에서 "well"이 1854년 영국 런던에서 John Snow가 콜레라 차단을 위해 손잡이를 제거하자고 제안했던 그 우물인지 예측할 독자가 얼마나 될까?(궁금한 분께는 [감염 도시]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자 네이딘 버크 해리스 박사는 존 스노가 공동 우물의 펌프 손잡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조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같은 우물물을 마신 100명 중 98명이 설사를 한다면, 계속 항생제 처방을 하는 대신 잠시 멈추고 '이 우물에 대체 뭐가 있는거지?'를 질문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44쪽) 좀 풀어 말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아동기에 부정적 경험을 하면 몸과 마음 모두 상처를 입는 데다가, 그 경험이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되는데도 왜 이를 적극적으로 예방, 치료하지 않는 걸까? 박사가 소아과 전문의로 있었던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는 유독 ADHD 아이가 많았는데, 이를 단순히 레탈린 등 약물 처방만 하고 방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래서 박사는 거진 10년의 세월을 투자하여 '부정적 아동기 경험'을 검사하는 프로토콜을 만들었고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이제 치열하게 쏟아부은 거진 10년의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듯, '부정적 아동기 경험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를 토대로 한 그녀의 주장을 지지를 크게 받고 있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는 네 아들의 엄마이자 캘리포니아 주를 위해 일하는 고위공무원 그리고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 2세대로인 저자의 삶이 녹아 있는데다가 적절한 시점마다 공중보건, 심리학, 의학, 뇌과학, 사회복지 등 여러 분야의 연구 성과들을 독자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준다. 400페이지의 글을 단문 몇개로 요약해본다.


18세 이전에 불행(단순히 물질적 빈곤으로 인한 불행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 등 포괄적 의미에서)을 겪은 이들의 기대수명이 짧고 더 건강하지 못한 것은 그저 사회불평등 개선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의학적 개입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대중이 오해하는 것처럼, 피부색이 검거나 갈색이면서 가난한 그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쉬쉬하며 외면할 뿐, 많은 어른들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린시절 부정적 경험이 성인기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데이터로, 즉 과학적으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이를 바로 잡을 것인가?인데..... 저자는 그 중 하나로서 ACE선별검사를 통한 '빠른 진단'을 제안한다. 혹자는 이런 접근법을 사회 주변인들을 두 번 낙인찍는 것이라거나, 고통의 의료화라며 맹비난하지만 저자는 이미 이 문제는 생물/문화(사회), 문제있는 그들/괜찮은 나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문제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안고(있을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면서도 저자는 정작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문제를 조망하고 있지 않나 싶었다. 한 마디로, 저자 자신의 경험이나 왜 이 분야에 헌신하게 되었는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겐 도움이 필요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397쪽부터가 반전이다. 저자의 강렬한 개인사가 등장한다. 저자 스스로 자신이 "타인과 내면에 주파수를 잘 맞추는 자신만의 작은 초능력(404쪽)"을 가지고 있다 했는데, 나도 저자와 내면의 주파수를 맞췄는지 책 읽다 울었다. '이분은 그런 이유로 이토록 헌신할 수 있는 거였구나. 공중보건에서의 문헌들을 읽다가 종종 마주치는 극도의 소명의식 가진 의사들, 그 공통점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장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친다.

"나는 모든 동네의 모든 우물들을 조사하고, 그 우물들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다는 사실뿐 아니라 더욱 중요한 사실, 바로 그 우물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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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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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적었다면, 힘들어졌겠다. 통화량도, 카톡량도, 대화량도, 활동 반경과 에너지소모량도 꾸준히 줄고 있지만 책 덕분에 평정심을 유지한다. 오늘도 친구 여럿, 데려왔다.





그 중에서 6월부터 리딩리스트에 올렸던 [코로나 사피엔스]부터 대뜸 집었다. "Q&A 인터뷰 모음집" 인지 몰랐다. 유발 하라리 명성 덕에 많이 팔렸을 [초예측]을 읽던 때의 당혹감도 올라왔다. 그보다 훨씬 충실한 짜임이다. CBC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진행자가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여섯 분과 대화했다. 대화는 ㄱ, ㄴ 순서가 아니라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순서로 수록했다. 실은, 여섯 분의 좋은 말씀 중에 나 역시 최재천 교수의 말씀이 가장 뚜렷이 머릿 속에 남았다. 대담자 모두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진 못할테고, 어쨌거나 이전과 다른 삶이 예정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HOW"를 이야기한다.




최재천 교수는, 인간 때문에 감염병의 창궐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질 것이기에 당장 화학백신(코로나19백신 등)을 내놓아도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한다. 바이러스는 인간과 공존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에 퇴치나 박멸이 아닌, 질서를 잡아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바로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을 통해서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현재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행동백신에 해당하고,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삶은 생태백신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학명 그대로 현명한 호모 사피엔스로 미래를 이어나갈 수 있다.


켐브리지 대학교 장하준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1929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도 예측한다. 따라서 과감히 돈을 풀어야 하는데, 금융이 아닌 사람(생명, 공공, 복지)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영업자 보호,"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예를 들어, key worker=essential employee의 경제기여도에 대한 재고)," "돌봄 경제care economy를 통한 연대 강화,"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살리는 경제"로의 근본적 개혁을 주장한다.


칼폴라니사회경제 연구소장으로 잘 알려진 홍기빈은 코로나 19가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생태위기), 산업의 지구화"라는 자본주의 문명의 네 기둥을 모두 흔들어 놓았다고 진단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인류에게는 "만들어 나가고 싶은 미래를 향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결단을 위해 홍기빈 소장이 제안하는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방역 시스템 갖추기

2. 고용보장제 (최저임금)

3, 소비주의 반성. 삶의 자세에 대한 근본적 성찰.

이 원칙을 기반으로 "인간과 이웃과 자연이 함꼐 지복을 누리는 좋은 삶,"(125쪽)을 상상해볼 수 있다.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결단할 수 있다.


정관용은 최재붕 교수를 "진화 인류학자"로 소개하던데...(???)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진화론이나 심리학을 접합하여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을 내었다( 나, '포노 사피엔스' 아니라 '꼰대 사피엔스'인가 조바심을 느끼게 했던 책이다) E-sport 등을 규제하자는 이들을 최재붕 교수가 달갑지 않게 본다.). 최재붕 교수는 "디지털 문명"은 이미 정해진 미래이기 때문에 뉴 노멀을 만들고 기성세대도 새로운 디지털 문명에 적응해나가야한다고 제언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애써 만들지 않으면 없어지기만 할 뿐 저절로 만들어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93쪽)


독일에서 유학했고, 독일유럽연구센터의 소장인 김누리 교수는 좀 색다른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 19가, 특히 "전세계에서 미국화가 가장 심한 한국"(136쪽)이 미국을 무조건 추종하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그 동안 낮춰보던 "우리"를 재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야수자본주의(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즐겨 사용하는 말로서 자본주의를 자유롭게 놓아두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가 된다는 뜻)"의 치명적 결함에 눈뜨고 프레임을 전환해야한다고 본다. 한마디로 현재의 자본주의를 폐기 혹은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 홍기빈 소장, 장하준 교수의 주장과 큰 맥을 같이 한다.


심리학자 김경일은 코로나19가 행복의 척도를 바꿀 것이라고 예견한다. 인용해본다.

"want에서 like로 행복의 척도가 바꾸니다. 코로나 19 사태를 낳은 지금의 문명은 사회가 주입한 경쟁, 비교의 원트를 기반으로 한다. 원트에는 만족감이 없고 무한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원트를 정당화하고 제도화한 문명은 원트를 더 갖기 위해 찌르고 파괴했다..."

나르시시즘적 도취에 빠져있던 호모 사피엔스가 아이러니하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를 통해 자신들을 열일 제껴놓고 성찰하게 된다. 그래야 코로나 사피엔스로 끝나지 않고,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학명답게 지혜로운 사피엔스로 생존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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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바이러스의 습격 -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우리는 새로운 감염병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이슈 리포트 1
김우주 지음 / 반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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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코로나19 이전, 메르스 사태 때부터 대중에게 친숙해진 이름이다. 김우주. 그는 2015년 메르스 대응 국무총리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2020년 코로나 사태를 맞아 일반 대중에게 내놓은 가벼운 문고판 안내서이다. 프롤로그에서 김우주 교수는 왜 감염외과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터닝포인트로서의 군대생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한마디로 바이러스의 위험성, 무서움을 목격했기 때문이란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앞서 말했듯, 감염병에 무지한 대중을 주 타겟 삼은 만큼 얇고, 전달하는 정보도 간결하다. 1장에서는 공중보건 분야에서 등장하는 용어들- 사례정의(감염병이 유행할 때 감시, 대응, 관리 대상을 규정하는 것), 슈퍼 전파사건, 의사환자, 지역사회 전파-을 설명한다. 김우주 교수가 실로 메르스 사태 때 전염병 관리를 중앙에 선 위치였기에 내부자니까 알 수 있는 정보도 이 책에 담고 있다. 바로 2014년 메르스 사태 때, 대응지침에서 사례정의가 잘못되어 방역망에 큰 구멍이 난 사례이다.


"감염자와 2m이내 또는(or) 같은 방에 머무른 경우"로 WHO와 CDC가 분류하고 있으나, 대한민국 방역당국은 이를 크게 오독했다. "밀접 접촉자는 환자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으로. 이런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밀접접촉자를 놓쳐 메르스 초기 방역망에 큰 구멍이 숭숭 뚫렸다. or를 and로 해석한 사례정의를 전국에 배포하고 따르게했다니? 도대체 누가 이런 기초적이면서 중대한 실수를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바로 잡지 않았을까? 누가 책임졌을까? 



2장에서는 아마도 [바이러스의 습격]을 읽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내용, '코로나로부터 날 지키는 법'을 집중 설명한다. 개개인의 면역 증강법뿐 아니라, 진답 면역으로서의 '군집 면역(herd community)'까지 개념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21세기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원인과 그 특징 등을 설명한다. 흥미로운 점은 김우주 교수는 화난수상시장처럼 wet market을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지목하지만, 실제 화난수산시상이 발원지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코로나 Q&A는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아주는 정보에 할애하는데, 나도 '코호트 격리 cohort isolation'의 의미를 덕분에 제대로 배웠으니 옮겨본다. "2~3명 이상의 같은 전염병 환자를 함께 격리하는 것(151)"이 사전적 정의이기에, 광주 21세기 병원에서의 격리를 '코호트 격리'로 표현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날이 서다 못해 서슬이 퍼런 비판의 목소리는 [코로나 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문제는 계급이다"라는 글에서는 대구시 소재 신천지 교회 신자 집단 거주 아파트를 집단 격리 시킨 조치를 맹 비난한다. 140명 중 46명이 확진을 받았다고 아파트 전체를 집단 격리 시킨 것은 대구시가 저소득 노동자로서 이 아파트 청년들을 홀대하는 증거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노동자 연대의 기자인 장호종이 쓴 글이다)

사실, '코호트 격리'의 의미조차 잘 모를 정도로 공중보건, 방역에 대한 지식이 없기에 장호종의 주장이 타당한지 잘 모르겠지만 귀기울여 본다.



[바이러스의 습격] 덕분에 확실하게 배운 두 가지 용어가 있다. 아래에 인용한다.

WHO는 슈퍼전파자라는 용어 대신 '슈퍼전파 사건 super spreading events'라는 용어를 권장한다. 환자 개인에게 슈퍼 전파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표현인데다가, 슈퍼전파가 발생한 외부적인 환경과 상황을 살피지 못하게 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메르스 사태 때 슈퍼 전파자로 낙인찍힌 분들 중에는 지금도 여전히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분도 있다. 환자가 의도적으로 전파를 한 것이 아니라면 슈퍼감염자(전파자)라는 명칭은 피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습격] 34쪽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미국의 군병영에서 시작되었다. 1차 대전 때 미국 군인이 대서양을 건너 프랑스에 상륙했다. 이와 동시에 유럽 전역에서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당시 스페인은...전시 상황이 아닌 까닭에 언론 통제도 없었다. 정작 독감이 유행한 미국과 프랑스 등은 언론통제 떄문에 보도가 되지 않아 자국민은 내막을 몰랐다. 스페인만 독감 보도가 여과없이 흘러나간 덕분에, 1918년의 패ㅔㄴ데믹 인플루엔자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마뜩찮은 이름이 붙어 버렸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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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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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 American Center / CC BY 2.0



말콤 글레드웰 (Malcome Gladwell 1963~). 유명 작가란 건 알았어도, 그의 책 두 권은 몇 년간 서가에 꽂힌 그대로였다. 결국 최신간인 [타인의 해석(원제: Talking to Strangers]으로 그 유명한 말콤 글레드웰의 글 스타일을 처음 접했다.



두꺼워서 부담스러웠는데, 워낙 편집이 넉넉하고(김영사 출판사는 여백 많이두는 편집으로 두껍게 찍어내는 걸 선호하는 듯...유발 하라리의 3부작도 그렇고...) 각주 페이지도 길어서, 실제 읽다보면 200여쪽 분량이다. 가뿐히 꿀꺽. 아! '꿀꺽할' 가벼운 책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을 무려 3년 동안 준비하면서 많은 인터뷰를 수행하고 엄청난 관련 자료를 소화했다고 한다.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떄"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차에서 내리시오"라는 실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2015년 산드라 블랜드 사건(The Sandra Bland Case) 말이다. 요즘처럼 "Black Lives Matter"의 구호가 미전역에서 울려퍼지는 시기에 다시 들으면 자칫 'bad cop'대 '흑인 여성'이 대립각 세운 이야기로 소비되기 쉽겠다. 말콤 글래드웰은 집요하리 만치 그 이면을 파고 든다. 어쩌자고 경찰인 앤니시아는 깜빡이등 켜지 않고 차선 변경을 했다고 산드라 블랜드의 차를 멈춰 세웠으며, 어쩌자고 산드라 블랜드는 그 억울함과 분통터짐에 대한 반응으로써 구치소 안에서의 극단적 선택을 취하게 된 것인지.... 말콤 글래드웰은 앤니시아가 블랜드를 체포하는 동영상을 수십번이나 반복해 보았다고 한다. 굉장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결국 작은 삐걱거림이 극단적 결과로 커진 이 사건의 기저에는, 모르는 타인에 대한 신호 포착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로 인해 잘못된 판단에 빠지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준다.


결국 [타인의 해석]은 우리의 속단, 편견이 실은 타인을 오판하게 할 위험을 키우기에, 타인을 해석할 전략을 다시 짜자는 주장으로 이해했다.

1부, 2부에서는 미국에서 활약했던 피델 카스트로가 파견한 쿠바의 이중간첩들, 그리고 히틀러와 대면하면서도 오판한 외교관들 이야기를 통해, 진실기본값 이론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의외로 폴 에크먼의 권위에 도전하며, 투명성 가정의 실패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폴 에크먼, 그는 FBI니 CIS에서도 높이 모시는 표정연구의 대가이다. 하지만 말콤 글레드웰은 표정은 내면을 감출 수 없다는 투명성이 신화라는 증거를 여럿 제시한다.

4부에서는 911이후 무려 4년간의 심문 끝에 자백을 한 테러리스트 KSM이 선진신문기법으로 자백은 했으나, 과연 그 이야기가 진실인가하는 날카로운 의심을 던지다.

결국 5부에서는 샌드라 블랜드 사례로 돌아온다. 마치 나쁜 일은 하나로 오는 게 아니라 몰려온다는 뉘앙스로 이해했는데,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데는 조건(상황)의 결합이 필요하다. 샌드라 블랜드 역시 당사자들의 성격적 특징이나 화법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 차원의 조건에서부터 여러 상황들의 결합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타인의 해석]만 읽어봐서는 아직 내가 말콤 글레드웰의 팬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작은 하나의 사건을 꼬투리 삼아 큰 이야기로 발전시켜내는 그의 생각의 흐름, 자료 전개하는 법 등에서 배운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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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ús Gorriti, CC BY-SA 2.0 



스티븐 존슨. 코로나 19시대, 전염병 대처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소환되어 바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코로나 창궐 훨씬 이전인 2006년에 대중 강연으로 19세기 런던을 휩쓸었던 콜레라 사태를 분석했다. 사실 저자에 대해 깜깜한 상태로 그가 2006년에 쓴 [감염도시(원제: The Ghost Map)]을 읽으며 내공 면에서 그보다 윗 연배의 작가를 상상했는데, 놀랐다. 38세에 썼다. 그는 불혹 전에 이미 필력 하나로 온라인 오프라인의 유명인사이자 어마한 팬을 거느리고 있었다. 52세인 현재에도 여전히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학자도, 사학자도 아닌 그가 19세기 중반 런던에 창궐했던 콜레라에 대해 이처럼 밀도 높고도 적확한 정보를 담아낼 힘은 무엇인가?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는데, 책 말미 "감사의 글"에서 친절히 알려준다.

이 책을 쓰던 중에 나는 거의 20년간의 내 발자취가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한 준비였음을 깨달았다. 계기는 전염병에 대한 문화적 대응을 주제로 대학 논문을 쓰기로 한 것이었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빅토리아 시대 도시 소설에 관심을 가졌다.

[감염도시] 300쪽

덕분에 [감염도시]의 독자는 단순히 콜레라라는 감염병이 런던 사람들을 어떻게 숙주 삼았는가 뿐 아니라, 19세기 중반 런던이라는 도시의 환경과 삶에 대해 구체적 상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1854년 런던에는 "분뇨수거," "개똥 수거," "(동물 사체에서) 뼈 수거"를 전문으로 하는 고소득 3D직업이 있었음을 [감염도시]를 통해 배웠다. 또한 이 시기 런던에서도 역시, 빈민과 부유층을 공간적으로 격리, 접촉 통로를 최소화하려는 거리설계가 작동했음을 배웠다.저자는, 소위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불결한 거리와 상류층이 사는 방역거리가 구별되는 사회적 지형이 1854년 콜레라 발발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역병은 타락하고 누추한 자들에게만 옮고 고작 몇 블록 거리라도 점잖은 사람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36쪽)기에 전염병에 대해 가난한 자를 비난할 근거가 되어 주었다.

John Snow/ CC0



이를 뒤엎은 것이 바로 존 스노의 유령의 지도(ghost map)이다. 저자 스티븐 존슨은 존 소 스노 박사가 이룬 "진정한 혁신은 다이아그램을 낳은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수집한 조사 그 자체"(232쪽)이라고 극찬한다. 스노는 명망 있던 의사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콜레라가 창궐한 브로드 가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수백 명과 인터뷰를 수행한다. 콜레라가 수인성 질환임을 입증하기 위해, 브로드 가의 펌프와 다른 수원의 펌프를 쓰는 공장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한다. 그렇게해서 탄생한 지도가 바로 그 유명한 "유령지도"이며, 이는 19세기 중반 유행했던 독기이론에서 수인성 이론으로 우세의 손바닥을 뒤집게 해주었다.





"Map of a late Colera outbreak in London" (1866) / UNESCO/ CC0



즉 존 스노 박사 덕분에 전염병이 숙주가 되는 사람들(주로 가난한 사람들)의 불결한 위생상태나 관리부실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19세기 런던 콜레라의 경우, 공공식수 관리 문제) 때문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게 된다.

코로나 19 사태에서, 존 스노의 혁신적 방법과 헌신을 따라서 틈새를 고민해보고 싶다. 방역의 틈새를 만들어내는 문화적 관습이나 신념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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