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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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회보라색 표지에 얇은 두께감. [뼈의 방]을 쉽게 보았다. 본문만 약 170여 쪽 분량의 에세이여서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읽으려 했다. 하지만 서문을 읽다 바로, 메모지를 꺼내고 노트북을 열였다. 서문에 "인간," "죽음," "(회복적)정의,'에 대한 저자의 소신 그리고  법의인류학자로서 저자 리옌첸의 "소명의식"이 집약되어 있다. 


[뼈의 방]은 색깔이 명확한 책이다. 삶의 시간 100년을 훨씬 뛰어 넘어 존재하는 물질적 기록(자서전)이자 개체를 넘어서는 자연의 신비를 환기시키는 뼈, 그 안에서 정의로움과 인간존중을 실현하고 싶은 젊은 학자의 뜨거움이 뿜어나오는 책이다. 


"법의인류학자들은 사람에 주목한다. 살아있는 사람이든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든 무고한 사람이든 전쟁 범죄자든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이든 상관없다. 우리는 그가 세상에 사는 동안 존엄한 대우를 받았느냐에 주목한다." (22)

"번호 대신 이름을 되찾아 주는 것은 죽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자 유족에 대한 존경이다...법의인류학자의 본문은 말할 없는 망자를 대신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24)
"나는 불공정한 대우나 핍박을 받아야 했던 상황을 마주하게  때마다 내가   있는 일은 무언지어떻게 해야 세상을 바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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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12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뽑으신 문장을 보니 좋은 책이군요.
제가 한때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었더랬어요. 인류학에 속하는 책을 읽고 나서 가진 생각이었어요.

얄라알라 2021-08-12 15:11   좋아요 1 | URL
법의인류학, 법의학 책들을 좋아해서 꾸준히 읽어 왔는데, [뼈의 방]은 유독 제 평소 생각과 공명하는 주장이나 생각이 많아서 속 후련해지며 읽은 책이랍니다. 페크님께 추천드리고 싶어요^^ 좋아하실 것 같네요.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 서른에야 진단받은 임상심리학자의 여성 ADHD 탐구기
신지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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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고치겠다는 건가? 너나 잘 살피세요." 

대학병원에서 "환자"의 ADHD 증상 감별해서 진단내리고 치료하는 임상심리학자 본인이 (알고보니) ADHD 범주에 속한다면?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의 저자 신지수가 그랬다. 그녀는 학창시절 교무실에 자주 불려 다녔다. 그녀가 제출한 반성문만으로 담임 선생님께서 두툼한 노트를 엮어낼 수준으로 자주 지적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신지수는 ADHD 진단을 받지도, 받아볼 생각도 못했다. 까불까불 산만한 사내아이의 얼굴을 한 ADHD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과잉행동"을 진단 기준으로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에 여성에게 유병율 높은 "조용한 ADHD"는 주목받지 못했다. 저자 역시 "조용한" 즉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부주의형 ADHD였기에 진단받아볼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단초삼아, 정신의학에서 여성이 얼마나 배제되어 왔는지 어떤 점에서 불합리한지를 에세이형 문장에 담아낸다. 



저자는 DSM의 ADHD 진단 기준이 "여상의 증상을 세밀하게 감별할 수 있는 문장을 기술하는 데 실패"(75)했기에 젠더 적합성gender appropriateness에서 이탈되었다고 본다. 실제 DSM 도구 타당성 검증단계에 동원된 연구 대상의 78.4%가 남성, 84%가 백인으로 편향되었는데, 이는 DSM이 다루는 정신장애에서의 젠더평향성을 드러낸다. 여성의 "조용한" ADHD는 기껏해야 기질의 문제로 축소되거나 우울장애, 양극성장애 등 다른 이름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한 마디로 제 이름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의 전반부는 저자가 ADHD 진단 받은 이후 맹렬하게 공부한 정신장애 진단에서의 젠더편향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그 극복방안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주를 이룬다. 신지수는 정신장애의 진단과 이해 과정에서 젠더 감수성 필요하며 과잉진단만큼이나 과소진단도 문제적이라는 시각을 보인다. 후반부는 저자가 실제 어떤 방법을 동원해 이 "장애"를 극복하고 있는가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다른 잠재적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임상심리학자로서 약물치료의 힘을 믿는 책의 부록으로 본인의 "약물-콘서타-일지(약물 복용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의 기록)"를 공개한다. 약물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은 인지행동치료로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 


저자는 성장과정에서 그리고 현재의 삶에서 "ADHD"라는 이름을 진작 만났더라면 덜 빼았겼을 삶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과소진단으로 인해 ADHD 환자되기에서 누락된 다른 여성의 억울함에도 항변해준다. 


의료문제의 개념화와 진단 과정에서 젠더 편향성 문제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나는 ADHD 라는 진단명 남용 자체를 껄끄럽게 느껴온지라 "과잉" "과소"에 대한 저자의 고민에는 반만 동의한다. 저자는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를 시작점 삼아, 이후로도 자신 외 다른 성인 여성과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채집하여 좋은 후속작을 펴내줄 책임감 있는 의사라는 게 내 촉이다(문제제기만 하지는 않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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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7-14 2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자기자신을 아는게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용! 해결책 안 내주시면 북사랑님께 크게 혼날 거 같은 분위기닷!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1-07-17 16:54   좋아요 1 | URL
^^ 앗? 그랬나요? 신지수 저자님 말씀도 잘 하시고, 호감형이시더라고요. 계속 문제 제기하며 이 분야에서 기여하시길 기대 + 팍팍 응원하며 썼어요.


파이버 2021-07-17 18: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저도 막연하게 ADHD하면 천둥벌거숭이 남자아이들을 떠올렸었네요 .. 북사랑님 말씀처럼 adhd라는 말이 너무 남용되고 있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막무가내로 혼만 냈던 옛날 부모님들보다 아동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는 지금이 약간 더 희망적으로 느껴져요. 신도시 같은 경우 아동 심리치료나 상담하는 곳도 부쩍 늘었더라구요. 약물치료에 대해 저도 긍정적이지는 않은데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해지네요

얄라알라 2021-07-18 17:19   좋아요 2 | URL
파이버님 질문에 대해, 제가 받은 인상을 말씀드리자면...신지수 작가는 진단 후 최적의 치료법(이 경우 투약)을 권고받으면 따르며, 그 효능을 추적관찰하는 데 능하신 것 같았어요.

˝천둥벌거숭이 남자아이들˝, 파이버님 콕 집어 단어 써주셨네요. 저도 ADHD하면 초등남자아이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던 것 같아요. 저자가 병원에서 ADHD 환자들 상담해주면서, 정작 본인의 여러 증상도 그 질병명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놀라고 안도했을까요?

2021-07-18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8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 삶이 바뀌는 신박한 정리
이지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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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500여 권 처분하면서 이별 리스트에 올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도 [공간의 위로]는 버릴 생각은 단 일초도 안 했다.원제가 더 멋진데, [SoulSpace]이다. 마음에 그리는 삶을 현실화하는 데 공간이 얼마나 마법적인 힘을 발휘하는가 설득하는 책이었다. 위로와 자극을 받았다. 하지만, 저자 소린 벨브스가 운영하는 'Xorin Homes' 홈페이지 https://xorinhomes.com/를 둘러보면알 수 있겠지만, 그는 상위 0.1% 금손들을 위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tvN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 시청자들도 비슷한 뉘앙스의 불편감을 후기에 담기도 한다. 정리정돈 귀찮아 할 뿐인 연예인들 집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신박한 정리"는 뉴스 외에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대단한 프로페셔널리즘을 순박한 미소로 겸손히 가려왔던 이지영이 책을 냈다.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라는. 한 두달을 기다려서 대출했다. 이 책은 여전히 도서관에 대출예약자가 6인씩 꽉 차있다. 삶을 변화시키는 공간의 정리를 애타게 바라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서문에서 이지영은 본인이 IMF를 겪으며 온 가족 뿔뿔히 헤어져 살다가 단칸방이라도 가족이 모여살았을 때의 기쁨을 이야기한다. 그저 가족이 함께 한다는 자체로 '집'이라는 공간이 사람에게 큰 행복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당신의 공간을 정리해드립니다]에는 18평에 여섯 명이 사는 의뢰인이 등장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3가족이 한 집으로 모여 살다보니 살림살이가 많고 어수선한 집이었다. 그 집의 막내따님이 이지영에게 '가진돈 100만원이 전부'라며 의뢰해왔을 때, 이지영은 12명의 직원과 하루를 꼬박 들여서 그 18평 집을 변화시켰다 한다. IMF 때 '이산가족'으로 살았던 기억이 의뢰인에게 투영되었을지 모르겠다. 

낮은 자세로 겸손한 이가 이지영 뿐인가? 신애라의 긍정 에너지는 의뢰인들을 전혀 기죽이지 않는다. 내가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 



[당신의 공간을 정리해드립니다]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게 담아가는 지적은, 아파트 한국 사회, 욕망도 비스무리해진 이 땅의 사람들, 평형과 아파트 브랜드로 구별되는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심지어 공간을 꾸미는 방식도 안타까울 만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지영은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우선시하여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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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22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북사랑님 그 화분 도착했나요 요롷게 작다니!
전 저 식물 사진상 산세베리아 종류로 보임~
천장에 닿을정도로 키움 ^ㅎ^

얄라알라 2021-02-22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희집이 저렇게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지 않아요 public domain사진이고요. 그 아라카야자는 매일매일 제 사랑을 받아서 정글을 꿈꾸고 있답니다. 제 키만해요^^
 
흥미진진 핵의 세계사 - 평화네트워크 욱쌤이 들려주는 20가지 핵무기 이야기
정욱식 지음, 소복이 그림 / 갈마바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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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lee2,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2020년 기준, 재적학생이 173명인 작은 규모의 대학원이 있다. 종로구에 위치한 북학대학원대학교University of North Korean Studie이다. [흥미진진 핵의 세계사]를 쓴 정욱진 저자 덕분에 처음 알게 된 학교이다. 이 대학원에서 군사안보를 전공한 저자는 "'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계사 주요장면을 분석하는 작업(6)"을 해왔다고 서문에서 밝힌다.그는 2018년 BTS 멤버가 입었던 광복을 환영하는 티셔츠를 일본이 문제 삼았던 사건 때문에, [흥미진진 핵의 세계사]를 쓰게 되었다 한다. 한국의 청소년이 마땅히 알아야할 핵 이야기를 "핵무기"를 중심으로 다뤘다. 



[반딧불의 묘](1988), 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상영해주었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았다. 뒷 줄에는 남자 대학생들이 주르르 앉아 있었는데,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집합적으로 소리를 삼켜 우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나보다 어른들도 저렇게 우는구나 하는 청소년 마음으로, 그 집합적 애도의 울음을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후에, 이 영화에 대해 알게되면서 그 울음소리는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U.S. Navy Public Affairs Resources Websit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

정욱식은 [흥미진진 핵의 세계사]에서 수차례 강조한다. 1945년 일본에 떨어진 핵폭탄에 피폭된 70만명 중에는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7만명 있었다고. 그 중 4만 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부상당한 3만 여명 중에서도 생존자는 2000명 정도 뿐이라고. 다시 말해,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제 2의 피폭 국가. 그러나 정작 한국 사람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60)." 한국 밖에서는 이 반도의 정전 상태가 얼마나 위험하게 인식되는지도 잘 모르기도 한다. 콜롬비아에서 유학온 친구가, 한국으로 공부하러 간다는 말에 일가친척까지 울면서 말렸다(전쟁 나면 어떻게 살래?)는 이야기를 전해주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또한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북한에 핵폭탄을 투여하지 못한 이유 중에는, 인종차별국가라는 윤리적 오명("왜 미국은 아시안에게만 원폭을 투하하는가?")을 쓸 부담을 피하기 위함도 있었다고 한다.베트남 전쟁에서 닉슨 미 대통령 역시 핵 단추를 누르고 싶은 충동을, '핵전쟁 국가'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도 눌렀으리라고 저자는 추정한다. 





 SAED 



아이러니하게도 초창기 반핵 운동은 핵물리학자들이 주도했다. 뉴질랜드는 2021년 현재, 코로나로부터도 비교적 청정국가인 동시에 핵청정 국가이기도 하다. 1987년에 비핵법을 재정했다. 비핵 지대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핵보유국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이엇던 국가와 반핵 단체들이 ICAN(핵무기폐기국제운동https://www.icanw.org/)을 추진중이다. 2017년에는 핵무기금지조약TPNW이 채택되어 핵무기의 궁극적 폐기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은 이 조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저자 정욱식은 "전쟁과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우공이산(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에 비유한다. 그래도 함께 힘 모아준다면 뚜벅뚜벅 그 길을 가겠다고 한다. 든든하다는 말로 부족하다. 같이 알고, 함께 움직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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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 인터뷰와 일러스트로 고전 쉽게 읽기 고전을 인터뷰하다 1
최유리 지음, 나인완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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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대학 입시를 위한 청소년 필독서 100, **대학교에서 선정한 고전 100선에서 빠지지 않는 책이다. 자식의 대입성공을 기원하며 이 책 샀던(읽는 행위와 별개로) 학부모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내게는, 한 보름 공들여 읽고 독후감 제출했다가, 선생님께 빨간 줄 벅벅 그어진 평가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는 책이다. 독서 공력이 그 때보다는 쌓였으니 지금 다시 읽는다면 "고전"의 진한 국화향을 맡을 수 있으련만, 쯧....서가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시원스쿨에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강의하고 있는 최유리 작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보다. 일본 유학 나가기 전에 [국화와 칼] 추천 받아 도전하기를 두 번, 번번히 끝까지 읽지 못한 채 손에서 놓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식견이 생기자 이 책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고 아쉬웠다고 한다. 일본 유학나가기 전에 읽었더라면 꽤 달랐을텐데 하고. 그래서 다른 유학 준비생, 주재원, 취업 준비생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썼다 한다. 



시간 여행을 하여 미국에서 루스 베네딕트를 인터뷰하는 설정을 만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게다가 미국인 인류학자 집단이 미국 사회를 위해 썼던 [국화와 칼] 중에서 한국인에게는 군더더기의 설명인 부분을 과감히 제하여 완행이 아닌 고속도로를 탄 속도로 지적인 맛보기 경험을 시켜준다고 한다. 





작가의 말을 믿고 읽어도 좋겠다.


 [국화와 칼] 원전 챕터 순서대로 배치한 최유리 버전에서는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일본인의 심리 구조와 그것이 사회 작동원리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간단 명료하게 보여준다. 재치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 덕분에 책 내용도 오래 기억 남을 듯 하다. 예를 들어, "적절한 자기 자리 찾고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사회에서 오지기( 상황과 상대에 맞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각도가 달라짐)라는 인사법은 하다못해 결제 서류 도장 찍을 때에도 드러난다. 직급이 낮은 직원의 도장일수록 허리를 숙인 각도로 찍혀 있음을 일러스트레이션이 잘 드러내준다. 



읽다보면, 몇 번 "아하" 모먼트를 맞을 수도 있다.  수년 전, 방한 일정이 촉박함이 분명한 생면부지의 일본 관료분들이 한사코 사양해도 지하주차장까지 찾아와서 상사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몇 초만에 자리를 떴던 기억이 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빚을 졌을 때 바로 해소해야한다는 마음의 작동이라고 생각하면 황당함이 좀 덜어진다. 이런 독자들의 에피소드를 수집해서 재판 찍으실 때, NG컷처럼 후반부에 배치하여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2021년 상반기 중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다시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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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2-0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원전에 있는 내용을 충실하게 잘 소개했다면, 굳이 원전을 안 읽어봐도 될 것 같아요. ^^

얄라알라 2021-02-02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전에 충실하기보다는 축약에 축약이지만^^ 가볍게 핵심을 잘 뽑아서 기억하기 쉽게해줘여

페크pek0501 2021-02-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래전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읽었어요. 을유문화사 것이었던 것 같아요. 읽는데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읽혀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일본과 우리는 많이 다른데 그래도 같은
동양권이라 비슷한데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 당시 베스트셀러였었죠.
핵심을 뽑은 책도 유익한 점이 있지요.

얄라알라 2021-02-03 12:01   좋아요 0 | URL
지금 찾아보니, 제 책도 을유문화서 옛 버전이네요.^^ 다시 읽고 리뷰 올리려고요^^

얄라알라 2021-02-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최유리 저자도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굳이 설명자세히 안해도 될법한 내용들은 빼고 정리한듯해요. 미국인에게는 무척 생소한 반응 사고법이 이미 한국인이겐 덜 생소할 수 있어서요^^

han22598 2021-02-0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책 사두고 책장어딘가에 있을텐데, 저는 이책을 올해는 읽을 수 있을까요?ㅎㅎ 오지기 도장법(?) 매우 신기하네요 ^^

얄라알라 2021-02-04 14:08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꺼내보고, 제가 완전 고3 수험서처럼 이 책에 메모 곳곳에 하며 꼼꼼 읽었더라고요. 근데 기억이.....안!!! 나! 요^^;;;; han님 저희 이거 다시 읽을까요? 저는 ˝어린이 양육법, 훈육법˝인가 그 챕터부터 다시 읽고 있어요^^

han22598 2021-02-05 05:42   좋아요 1 | URL
앗! 얄라님 이미 읽기 시작하신 것 같은데, 같이 읽기 좋아요 ^^ 저한테는 조금 어려울 것 같긴하지만 이번달에 이 책 읽어보겠습니다. (씐나씐나) 이렇게 묵혀진 책들이 빛을 보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