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 -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는 지식교양서
보헤미안 지음 / 베프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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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성들의 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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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고를 때, 읽는 책을 평가할 때 손쉽게 기댈 수 있는 잣대가 있다. 바로 저자의 사회적 위세나 학력 자본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학력. 나 역시, 가방끈으로 대변되는 학벌이 부여하는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인정했나 보다. 여기 비록 변방에서이지만 뻔뻔해서 더 매력적인 목소리를 내는 저자가 있다. 필명은 보헤미안. 스스로 자신을 "지극히 평범한," "'대단'이라는 단어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고 규정하는 솔직한 대한민국 젊은이이다.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억압이나 권위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 하나를 무기 삼아 블로그(뻔지르 블로그 : http://shalacho.blog.me/ ) 에 글을 연재해 왔단다. 현학적인 말놀이로 지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지성인들에 반발하여 쉽고도 진실하게 써온 그의 글들은 월평균 15만 명이라는 놀라운 조회수를 자랑하게 되었다. 그 글들을 편집하여 낸 책이 바로 "뻔지르,"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이다.

요즘처럼 취직하고, 벌어 먹고살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자식도 낳아야 하는 숙제들이 포기하고 싶은 압박으로 다가오는 시대, 대한민국 사회의 총각인 저자는 언제 그리 시간을 내어 리서치를 하고 글을 쓸 수 있을까?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면서, 경제, 미디어, 시사, 사회, 역사 등 다방면에 걸친 주제로 글을 포스팅하려면 보통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 텐데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솔직히 이런 박학다식한 친구 하나 곁에 두면, 뉴스 며칠 안 봐도 든든하겠다 싶다. 하지만 곧, 저자가 "인문학 열풍? 헛똑똑이만 넘쳐 난다."라는 글에서 비판하는 게으른 지식의 승냥이로서의 속셈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하다. 내가 직접 "왜?"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료를 모으고, 해석하고, 고민하는 과정 없이 누군가가 대신 시사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서 이야기해주는 걸 먹이 삼는 승냥이 말이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뻔지르에서 던져주는 먹이를 숙성시켜 나만의 화두로 발전시키기로! 독자로서 최소한의 노력과 양심!

*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는 경제, 시사, 그리고 미디어에 비친 역사라는 총 3개 챕터로 구성된다. 개인적으로 경제 문제 해독력이 가장 취약한지라 1부 경제 파트를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부동산 투기로 대변되는 한국의 아파트 버블을 옛 유럽의 튤립 버블(튤립 한 송이가 1억 6천만 원을 호가하던 거품 전성시대가 있었단다)을 빌어와 강도 높게 비판한다.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고 거품을 일으키면 결국 생고생하는 것은 없는 사람들이라며 분개하기도 한다. 그는 또한 한국의 경제를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는 두 자본, 차이나 머니(China Money)와 일본계 자금을 경계한다. 차이나 머니야 당장 제주도의 성산일출봉에만 가도 가시적으로 드러나니 경계심갖게 되지만, 일본 사무라이 자금은 카멜레온처럼 위장한 듯 좀체 드러내지 않고 한국 경제에 침투해 들어온다. SBI 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OK저축은행이 일본계 자본이 침투한 것임을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를 읽으며 처음 알았다.

*

전반적으로 '뻔지르'의 저자는 비록 행동으로 나아가는 단계는 아니더라도, 약자의 목소리를 찾아 대변해주고 약자를 보호하고 싶고 사회 기득권을 비판하려는 의지로 충만한 듯하다. 그는 지나치게 편향성을 보이는 요즘 대한민국의 뉴스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음란물도 폭행물도 아닌 뉴스 (30쪽)"이라며 비판한다. '올해 수능만점자 이승민만 3명. 초대 대통령과 이름이 비슷해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조선일보더러는 "이딴 기사제목이나 뽑고 있는 언론이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이자 1등 언론이라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113쪽)이라며 직격탄을 퍼붓는다. 약자의 인권 문제를 향한 그의 관심은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어선다. 그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전쟁으로 희생될 무고한 사람들을 걱정하고, 알비노를 향한 근거없는 차별에 분노하고, 아프리카 사회에 실존하는 아기 공장을 고발한다.

동시에 그는 점점 인스턴트화, 기계화 상업화되어가는 사회 현실에도 불편감을 드러낸다. 미디어에 등장하여 건강 염려증을 조장하고 과잉 의료화를 부추기기도 하는 닥터테이너(doctortainer)더러는 명의가 아니라고 쓴소리 던지고, 연애전략을 판매하는 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에게도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낸다.

아무튼<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사회에도 권위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많이 내는 '뻔지르'의 보헤미안 같은 이들이 많아져서 만화경같은 다양성의 아름다움이 확산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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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 성의 기원을 밝히는 발칙한 진화 이야기
존 롱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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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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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의 길고 매끄러운 허리선을 연상시키는 표범의 유선형 몸체. 강렬한 핑크빛 띠지에는 "처음에는 낯을 붉히다가 이내 즐기게 될 것이다!"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게다가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라는 제목이라니! 제러드 다이어몬드(Jared Diamond)가 강력히 추천한 책이라니 당장  덥석 집어 읽고 싶어진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겠지만 고생물학계에서는 유명 스타인 존 롱 박사(John A. Long, 1957~) 가 2011년에 출간한 이 책의 원제는 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동물의 성을 탐색하는 제목에 웬 오리가 등장하냐고? 아르헨티나 오리 중에는 몸길이에 버금가는 38cm의 생식기를 가진 개체도 있다 한다. 그렇다고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가 영장류나 오리의 성생활에 관한 과학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이 책의 저자인 존 롱 박사는 인류니 포유류를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 고생대의 어류에 집중하여 그 누구도 선보일 수 없었던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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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Research Medal of the Royal Society of Victoria (Earth Sciences 분야)"를 수여받는 명예를 안았던 존 롱 박사는 자신의 과학적 발견과 업적을 동료 학자들만 알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쉬웠나 보다.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연구 주제-성의 진화사와 섹슈얼리티- 와 연구 과정에서의 뒷담화까지 소개하니 말이다.

*

이 책의 전반부(1-7장)에서는 주로 존 롱 박사가 실험실에서 '유레카(Eureka)'를 외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후반부(8-12장)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화석자료를 토대로 고생물의 생식기 구조 및 성행위에 대한 가설을 제시한다. 마지막에 해당하는 13장과 14장에서는 <정자전쟁(Sperm Wars)(1997)가 촉발한 논쟁을 중심으로 정자 간 경쟁이론과 진화발생생물학(약칭 evo-devo)에서의 성의 진화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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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롱 박사를 실험실 밖, 구글(google)에서까지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사실 그의 연구 업적 자체보다도 대중과 소통하는 그의 능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 그는 고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저술활동이나 강연을 통해 고생물학을 대중에게 흥미롭게 전달하는 전달자(key science communicator)로서도 뛰어나다.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역시 그의 이런 재능을 드러내주는 책으로서, 그는 무려 3억 8000만 년 만에 세상 나들이를 한 ‘틱토돈티드’의 화석에서 탯줄을 찾아낸다. 그와 동료의 과학적 상상력은 더욱 나아가 그는 틱토돈티드을 '모든 현생 어류의 어머니'라 하며 그 화석을 바탕으로 틱토돈티드의 성행위를 담은 영상물을 제작해서 영국 여왕 앞에서 상영하기에 이른다. 물론 그의 유레카적 발견은 이미 논문화되어 네이처(Nature) 지에 실렸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학자로서의 존롱은 솔직하게 연구비와 명예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 "연구가 자동차라면 연구비는 기름이다. 기름 없이 굴러가는 차는 없다. (67쪽)"며 논문발표전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다든지, 고생대동물의 성생활 에니메이션 제작이라는 센세이셔널한 퍼포먼스를 벌인다든지 하는 그는 차라리 솔직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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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롱은 고생대 물고기의 성생활에서 나아가, 독자들에게 친숙한 보노보 원숭이, 오리, 멍게, 상어, 펭귄, 개와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을 예로 들어 동물의 섹슈얼리티를 탐색한다.  짝짓기가 끝나면 자신의 생식기를 잘라버리는 따개비, 동성 펭귄을 사랑해서 동화책 주인공이 되기도 한 게이 펭귄 커플, 펠라티오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염소, 심지어는 '며느리도 알 수 없는' 공룡들의 성생활에 대한 가설을 소개하니 대중의 호기심이 자극받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그가 수억 년에 이르는 성의 진화사를 재구성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책 제목처럼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 남는다>가 아니었을까? 단, '섹시'라든지 '성적 즐거움' '유희로서의 성'이란 개념은 인간 중심적인 것으로서 고생물이나 여타 동물에게 무차별 적용하는 데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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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독자로서 이 책의 역자 양병찬에게 그 해박한 과학 지식과 매끄러운 번역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포항공대 바이오통신원으로 의학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는 그의 번역실력이 아니었더라면 은 한국의 독자들을 찾기 어려웠으리라. 전문 과학용어는 출판사 측에서 각주로 해설해 주어, 고생물학 문외한의 독자가 친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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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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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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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마음에 괴롭게 담아둔 풍경이 있었다. 서너 명의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종종 이동중이던 차에 맞은편에서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엄마와 마주쳤다. 사교언어의 폭풍이 지나고 "어디 가?"하는 의례적 질문을 받자, 유모차 끌던 엄마가 급 제안을 하더라. "저 아래 야채 가게 가는데......같이 안 갈래?"

*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둔기로 뒷통수를 맞은 듯 통증이 왔다. 오래가는 통증이다. 지금도 그 광경이 생각나니까.  다들 시간을 자본화(capitalize your time!)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사는데, 일견 소위 '유모차 부대'는 노동의무에서 면제된 듯 하다. '야채 가게 같이 가줄래?' 의 암묵의 메세지가 무례로 통하지 않을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듯 보인다. 사람들은 이들을 '유모차 부대'라고 부른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사회의 촘촘한 격자 그물 아래로 숨어 버린 인재들이다. 도대체 한국 사회처럼 대학 진학률 높은 사회에서 그 많던 고학력 여성들은 다 어디로 증발했을까? 그저 '아줌마 브런치 부대'니 '유모차 부대'라는 동질적인 집단 취급 받으며 사회적 삶의 수면 아래로 다 가라앉아버린 것일까? 통증이 다시 몰려 온다. 안타깝고 억울하고 아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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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대학 강단에서 교수직을 역임하다가 마음껏 읽고 쓰기 위해 개인 연구소에서 활동중인 김경집은 그런 '엄마'들에 주목했다. '주눅들고 움츠러 있지 말라고, 엄마들이 연대하면 그 파급력은 기막힐 거라고, 세상을 바꾸는 파도는 거대 담론이나 양복 부대의 정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그가 엄마들을 주 대상으로 펴낸 <엄마 인문학>을 읽었다. 엄밀히 이 책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좌(아마도 백화점 인문학 강좌?)를 활자한 것이다. 그래서 딱딱한 이론서라기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바깥 세상을 바라봐야 (p.214)"한다는 등,  입말의 정겨움이 살아 있는 강연집같다. 출판사 측에서 함께 보내준 미술관 전시 초대권과 볼펜 한 자루 역시 정감미 묻어난다. 이렇게 믿어주고 도닥여주는데 정말 불끈 주먹쥐고 일어나야할 것 같은 사명감마저 들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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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대한민국이 1997년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고, 2015년 현재 임계점을 한참 넘은 우리 사회, 특히 교육은 "망가질 대로 망가(p.6)"져 있다고 본다. "어느 시대던 임계점에 가면 리카도와 같은 인물이 나타납니다. 이런 사람을 찾아내서 격려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 (p.224)"인데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일관하다가는 감당하지 못할 부담으로 터지게 (p. 197)" 된다는 것이 저자의 위기의식이다. 나아가 그는 임계점을 넘은 지금이야말로 혁명의 최적기인데, 바로 그변화가 엄마들에서 시작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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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컷들의 피비린내 나는 혁명"과는 다른 엄마들의 조용한 혁명을 요청하며 그는 꽤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한 마디로 요약을 하건데, 그 동안 "엄마는 '읽히는' 존재를 넘어서 '읽는' 존재가 되어 (p. 292)"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김경집의 구체적 조언을 조금 더 소개해보자. 엄마들은 "골다공증만 걱정하지 말고, 내 삶의 뻥뻥 뚤린 구멍들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p. 271)" 생각하고, "'과학동아' 같은 아이들 잡지만 정기구독하지 말고 엄마들부터 문학잡지 정기구독해서 읽고 토론하라고 충고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집단을 동질화하여 살짝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는 것은 아닌가 삐딱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인문학자가 이토록 '대한민국 엄마들'의 잠재적 혁명력을 인정해주고 각성시키고 구체적 혁명법까지 인도하는가 싶어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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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때문에 꼭 엄마만 독자여야 한다는 강박을 던진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엄마 인문학>을 인문학 입문서로 음미할 수 있으리라. 저자는 인문학이 "단순히 문학, 역사, 철학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모든 분야를 망라한 학문 (p. 28)"이자, "인간의 문제를 되집어 보고 성찰하는 데 그치는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최고의 학문 (p.37)"이라며 그 가치를 강조한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6회 강좌 주제에 따라 "역사, 철학, 예술, 정치, 경제, 문학"의 렌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세상 읽기의 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엄마 인문학>. '내 아이, 내 자식'을 위해서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보다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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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 세계적 석학 마이클 만과의 권력대담
마이클 만 외 지음, 김희숙 옮김 / 생각의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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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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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집, 특히 사회과학 등 전문 분야에서의 최고전문가들간 대담집의 장점은 위압해오는 거대개념들을 일반인들에게도 조금 더 쉽게 전해준다는 점이다. 마이클 만(Michael Mann)의 2011년도 출판작이자 <사회적 권력의 원천들 (The Sources of Social Power)> 연작 시리즈의 세번째 볼륨인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원제: Power in the 21st Century)> 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독자에게 고마운 책이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마이클 만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이자 UCLA 교수이다. 대담은 마찬가지로 사회학과 교수(캐나다 McGill University)이자 저널리스트인 존 홀 (John Hall)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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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의 연작이 사회학계에서 신고전처럼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막스/베버적 (Marxian/Weberian)의 전통에서 변별되도록 권력을 네 가지 흐름에서 분석하기 때문이라 한다(참조). 그는 사회적  권력의 차원을 '이념적,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의 네 가지 차원에서 분석한다. 사실 제목만 보고 유추했던 바와 달리,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은 권력 개념 자체의 이론화에 주력하지 않는다. 대신, 권력의 지형도 변화를 역사의 맥락에서 해독하여 나아가 미래의 지구촌이 직면할 환경 재앙까지 예견하는, 스케일이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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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어용학자'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소신있고 솔직한 학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인 학자로서 그는 "미국의 미래"라는 소제목으로 아예 한 챕터를 할애할 만큼 미국에 주목한다. 비록 미국이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덫에 걸리 사회"라고 하면서도 미국이 리더 국가로서의 위상을 잃게 되려면 오래 걸리리라, 즉 상당기간 계속 미국은 제국으로서의 패권을 유지하리라 전망한다. 하지만 마이클 만은 압도적으로 군사적 우위에 있다고 전쟁을 일으키거나 후원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맹비난을 여러 차례한다(pp.56-7).  특히 "2003년 이라크 침공은 테러에 효과적 대응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테러리스트의 위협만 더 키운 재앙(pp.49-51)"으로 비난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체제를 전복할 수는 있지만 재건할 수 있는 이념적, 정치적 권력을 갖지 못했기(pp.53-55)" 때문이다. 게다가 '관중 - 스포츠 군사주의(spectator-sports militarism)"를 낳은 미국의 침공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마이클 만은 "미국의 법과 정치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수중에 있고 경제적 권력관계들이 정치 영역을 공공연하게 침범 (p.82)"하는데, 기득권을 가진 "엘리트들이 중요한 사안을 비공식적으로 결정(p.84)"해버린다며 대놓고 쓴소리를 한다.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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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은, "미국은 제국주의적 권력이 아니라 헤게모니를 통해서 인정받은 리더 국가 (p.66)"로서 강제적 물리력으로 많은 지역을 지배하는 대신 "부드러운 지정학'soft geopolitics' (110)으로 지배하는 제국의 성격을 띤다고 본다. <사라진 권력, 사라질 권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9장과 10장인데, 9장에서는 20세기가 전쟁이라는 도박으로 인한 우연성의 세기라면 21세기는 필연의 세기라는 해석이 돋보인다.  필연이라니 궁금해질 예비독자가 많을 텐데, 마이클 만은 21세기에는 "자본주의가 가진 예기치 못한 환경 파괴성의 위기(39)"에 필연적으로 처할 것이며, "환경주의가 토탈 이데올로기(total  ideology)"(224)로 작용하리라고 예견한다. 환경 문제는 분명 인류가 모두 직면한 재앙이나, 21세기에 부상한 신자유주의 때문에 재앙의 임계점(인류 최후의 순간)에 이를 지경이 되어야 환경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될지 모른다며 마이클 만은 현실적이면서도 두려운 전망을 한다. 그가 준비하는 다음 저서에서 이 문제를 본격 다루겠다니, 이왕이면 보다 강도 높게 '인류 최후의 순간'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피하도록 행동하라고 촉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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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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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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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미술관>의 저자 박현정은 "지극히 사적인, 그래서 누구에게는 오해에 불과한 하나의 이해들을"  "객관성과 보편성을 찾아주는 논문보다 스스로에게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체념 아래" 풀어 놓았다 아마, 학문 공동체의 승인을 받아내기 위한 논문형식의 글쓰기에 매달려오다 보니, 숨통을 트여줄 개성체의 글에 갈증을 느꼈으리라. "미술관에 혼자 간 적이 있습니까?"라는 출판사 홍보 문구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고독한 자유로움이 12편의 에세이에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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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얼마든 뷔페 차릴 수 있다는 듯, 박현정은 12편마다 다양한 문체로 각기 다른 풍미와 식감을 낸다. 기본 양념으로는, 오랜 세월 구도하듯 그림을 공부해온 미술사학자의 특유의 고독한 섬세함을 버무려 놓았지만......2012년부터 2013년까지 쓴 12편의 글에는 저자가 덕수궁미술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아예 하룻밤을 무단탐험했던 1999년의 기억이며, 대학원 시절 셋방 구하다가 '어수선하고 무질서함의 최고봉, 여자들의 방'을 보고 아찔해졌던 이야기,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곱게 차려 입으시고 미술학원으로 나서던 때의 애잔함도 담겨있다. 마치 일기인양, 편하게 쓴 웹로그인양, 세피아톤으로 쓰인 회상의 문체가 읽기에도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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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다 보면 "혼자 가는"은 물리적으로 '동행 없이 미술관을 찾았다'는 의미 외에도, 혼자만의 기억의 방을 더듬는다는 이중적 의미로 다가온다. 짐작하건대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성격의 저자는, 1700여 년 전에 만든 '닭 모양 토기'에서 어려서 키웠던 노란 병아리를 떠올린다. 아울러 자비 정신으로 그 병아리를 돌봐주신 불교신자 할머니도 추억한다. '불사의 약'을 만들겠다는 미션 임파서블의 포부를 밝히는 동생 앞에서 가족들이 어떻게 은밀한 공모자가 되었는지의 기억, 고문이 인간사의 '당연지사'임을 알고는 인간 잔혹성에 대한 분노가 놀라움으로 옮겨왔다는 고백 등, 다양한 추억과 정서가 <혼자 가는 미술관>의 서랍을 열 때마다 빼꼼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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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고리를 생략한 채 기억의 파편만 얼기 설기 엮어 놓았다면, <혼자 가는 미술관>에 이처럼 빨려 들지 못 했을 것이다. 사학, 그중에서도 미술사를 전공한 학자답게 그녀는 기억의 편린에 미술사적 해독력을 입혀 보기 좋게 내놓았다. 게다가 낮은 목소리,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시공을 초월하여 듣고 통역해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박현정의 이 산문집이 아니었던들, 서용선의 '단종 연작'에 대해서도 '사육신'에 대해서도 깊이 들어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장을  "온 세계 사람들이 우리가 겪은 일을 다 알았으면 좋겠어"라는 부제와 함께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보여준 점도 좋았다. 미술관 기행의 에세이가 독백이 아닌, 광장으로 나와서 소통을 호소하는 지점이기에.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인 <혼자 가는 미술관>을 읽으며 자신의 기억이 어디까지 거슬러 올러가고 흐르고 또 박현정의 기억과 조우하여 다른 물길을 트는지 경험해보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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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소장 작품들을 <혼자 가는 미술관>의 본문에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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