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육아 - 웃겨 죽거나 죽도록 웃기거나, 엄마들의 폭풍성장 코믹육아느와르
서현정 지음 / 한빛라이프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투 육아





1.jpg



육아서를 신성한 경전 모시듯 아끼며 탐독하던 초보시절은 지났다. 한동안 육아서의 엄숙주의와 '좋은 엄마 이데올로기'에 질려서 '빠이빠이'하고 있었는데 다시 궁금해졌다. 요새는 제목마저도 불량끼 풍기는 '전투육아' '불량 육아' 가 뜨는 모양이니..... 육아서의 이단아(?) 두 권이 왜 장안이 화제인지 궁금해서 일부러 나란히 읽었다.

*

각각의 목소리와 엄마로서의 내공에도 차이가 나지만(<전투육아>의 서현정은 삼심대 중반의 엄마내공 3단이라면 <불량육아>의 김선미는 엄마내공 주부짠밥 9단의 40대), 두 권의 공통점을 꼽아보자. 두 육아서 모두  '나 이만큼 엄마노릇 잘 하거든,' 내지는 '좋은 엄마라면 자고로 요 정도는 해야지'하는 훈계나 과시를 과감히 접었다. 대신 '낮버밤반(낮에는 버럭하고 밤에는 반성함)'의 맨 얼굴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엄마 노릇 재밌고 숭고하다고 거짓말 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엄마노릇 이렇게 힘든 것인지 왜 미리 안 말해줬냐고 엄살을 떨면 떨었지. 특히 <불량육아>의 김선미는 소위 파워블러거들의 육아 포스팅이나 육아산업체의 현란한 광고와 육아전문가들의 충고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있게 '책육아'하라고 입술이 닳도록 주장한다. 상업주의에 육아가 쩌들어가는 데 반기를 들고 한 방 날리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2.jpg
 
 
전투육아블로그를 운영하며 <전투육아>를 펴낸 서현정은 김선미에 비해 좀 더 엄살이 귀엽고, 아티스틱하다. 김선미는 딸 하은이를 어엿한 작은 숙녀로 키워냈지만 서현정은 아직 유모차 밀고, 이유식레서피 꿰차던 시절에서 멀리 가지 못했다. 책 본문에 올렸던 부적이나 서방님 캐리커처들을 그린 솜씨로 미루어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서현정은 미대 출신이다.  제목은 과격하게 <전투육아>라지만, 육아의 고단함을 4차원 수준의 농담으로 희화화 시켜낸 재주가 대단하다. 예를 들어, 위 사진 속 부족은 서현정표, "입맛이 돌지어다!" "계속 자" 부적은 킥킥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낮버밤반' 엄마의 애환이 떠올라서 마음 짠하게도 한다.
 

3.jpg
 
전투육아블로그를 운영한다지만, 서현정은 무척이나 애교 넘치는 캐릭터같다. 무뚝뚝하고 표정 변화 없는 남편을 참 사랑스럽게도 캐리커쳐 해놓았다. 그는 쌈직한 코렐 유리그릇을 두고 "우리 집 그릇은 샤넬이니까 안 깨져"라고 말하는 엉뚱함을 보이기도 했단다.  이 친절해씨는 더운 여름날 자상하게도 아내에게 "날도 더운데 스시룩 같은 거 입으면 어때?"라며 코디네이터를 자처하기도 했다. (see-through look을 sushi look이라 한 것이다!!!). <전투육아>를 읽다보면 아내 서현정의 남편 친절해씨를 향한 애정을 진하게 느낀다. 두 남매 키우느라 바쁜 와중에도 남편의 어록, 남편의 표정 변화까지 순간순간 잡아내고 기록할 만큼 사랑하나보다.
 
4.jpg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트렌드 코리아> 소비트렌드 전망 팀에서는 2015년의 키워드에 "일상의 자랑질"을 넣었는데, 과연 스마트폰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많은 육아 블로그들이 성행할 수 있을까. 아이가 넘어져도, 울어도, 아이 밥을 차려놓고도, 아이가 까마귀 발이 되어 놀고 있을 때도 폰을 들이민다. 찰칵찰칵. 가공하지 않은 채 실시간으로 올리는 사진들이 오히려 어설퍼서 공감과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의 전투육아 지휘관 서현정도 어지간히 바삐 스마트폰 누르며 아이들 따라다녔나보다. 결코 연출해낼 수 없는 코믹하고도 사랑스러운 사진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5.jpg
 


 <전투육아>는 단순히 음쓰(음식물쓰레기) 버리러 간다는 핑계로 별다방에서 숨돌리고 오는 이땅의 젊은 엄마들을 위로하기 위한 책일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엄마'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은 성장일기와도 같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춘천가는 기차를 타던 뒤태는 간데 없고, 꽁지머리에 쌈직한 옷을 입고 키즈까페 내 꼬마기차에 탄 아줌마의 모습, "그건 내가 아니야!"하며 부인하는 대신, 인정하면서 커나간다. 그래 나 애 딸린 엄마다!


 

6.jpg
 
 동시에 각성시킨다. 일어나라, 전국의 전투육아부대 동지들이여! 일어나라! 긴 가방끈, 화려한 스펙, 다 집어 던지고 육아에 올인하고 있는 전국의 엄마들이여,  움추러들지 마라! 그대들은 애키우다가 사회 예비군, 변방의 지위로 몰렸지만 가장 원초적인 차원의 애국을 실천중이니 진정한 숨은 영웅이다! 서현정은 암묵적으로 그런 응원의 메세지를 <전투육아>에서 던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육아서에서 딱 하나의 명언을 꼽아보라면 이것, "차는 어린이집 보내고 마셔야 꿀맛이죠." 겪어보면 안다!


 


32 (1).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