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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어린이 한국사 첫발 6
청동말굽 지음, 조예정 그림 / 조선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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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몇 해전 초등학교 6학년과 이야기 나누다가, '숭늉'과 '정자'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보았다는 반응에 어이없어했던 기억이 있다. '어이없음'에는 두 가지 정당화 근거가 작동했을 텐데, 첫째는 '숭늉'이나 '정자'는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 아이콘이라는 생각. 두 번째 작동한 생각은 '한국인이라면 어떻게 정자를 모르지?'하는 "사람=문화=정체성"의 사고.

그런데 막상 <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를 읽고 나니, 그 6학년 아이나 내가 별반 다를 바 없으리만큼 '정자'에 대해 앎이 얕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정자를 '문화를 나누고 자연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공간이자 교육의 장소'로 보고 14채의 오래된 정자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자야말로 조상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라 한다.

 

 

 

 

어린이 책 기획팀이자 자매인 '청동말굽'은 정자를 1인칭 주어 삼는 시점을 취해 글을 전개한다. 무생물이자 건축물인 정자에 역사의 산 증인이자 그 자체가 역사성으로서 목소리를 부여한 것. 이 1인칭 주인공 시점 덕분에 독자는 정자에 한층 친밀감을 느끼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정자가 전해주는 한국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저자들은 또한 17개의 정자를 우선 실사 사진으로 보여준 후,  관련한 역사의 에피소드들을 전개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특히 흡수력이 좋을 쉬운 문체로 쓰여진데다가 재미있다보니,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저자들 역시 글을 사랑하는 자매여서였을까? 남성, 그중에서도 지배층 중심으로 기술되기 쉬운 역사서에 신분의 한계를 딛고 재능을 펴보려 고전분투한 여성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바로 몰락한 양반가의 서녀로 태어났던 금원과 그녀의 친구들. 금원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였고 글을 사랑하였으나 신분과 성별의 벽 앞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장을 하여 한달간 금강산을 자유여행하고 왔을 정도로 담대하고 남달랐다. 이후 김덕희의 소실로 살았지만 그 와중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삼호정시단'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시단을 조직하여 글을 짓는다. 그녀는 현재 용산구에 위치한 삼호정에서 경춘, 운초, 죽서, 경산의 네 친구와 함께 시를 주고받으며 예술을 즐겼다 한다.  삼호정은 소실되어 터만 남아 있다.

 

이 외에도 저자들은  <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의 제4장 소제목 자체를 "혼란의 시대를 함께 한 정자"로 지으며, 열강 사이에서 휘둘리다가 결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게 된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에 집중한다. 일국의 국모를 감히 '여우사냥'이라는 명목으로 파렴치하게 시해하고 시체까지 훼손해버린 일본의 만행을 경복궁의 '향원정'의 시점에서 서술한다. "나는 왕비가 살해되고, 왕이 떠나간 궁궐에 남아 기울어져 가는 조선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했답니다....(중략)......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분이 지켜 주세요."라는 당부와 함께. 불끈 주먹이 쥐어진다.

 

 

 

정자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에서 받은 감동을 노자 삼아 소개된 17개의 정자를 찾아 둘러볼 수 있도록, 정자분포도나 길찾기 지도 한장쯤 부록으로 실려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정자가 조선의 건축사에서 어떤 시기에 주로 지어졌고, 건축학적으로 어떤 양식들을 특징 삼는지, 어떤 신분과 성별의 사람들이 주로 향유했으며, 왜 현재 서울에 집중해 남아 있는지 등을 설명해주는 부록 페이지가 있었다면 초등학생 독자들이 정자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것 같다.

"머리말"에서 오기를 발견했습니다.

"몸과 마을을 수양해 깨달음을"은 "몸과 마음을 수양해"로 고쳐야 하겠습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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