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술사 3 - 진실된 고백
오리가미 교야 지음, 유가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0.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경험을 배우고 이를 통하여 세상의 정답을 배울 수 있다고 기대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책이라는 대상을 통해 삶에서 자신, 타인, 그리고 세계에 대해 지녔던 감정과 사고들, 특히 대면하기 불편하거나 아직 중요한 문제로 걸려있는, 또는 삶에 있어 중요시 여기는 가치관을 투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내게 있어 전이의 중간 대상이다.

아기가 젖내 나는 이불이나 자기를 보호하는 토끼 인형을 중간 대상으로 삼아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용기를 내듯이 나도 책을 중간 대상으로 삼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으로 나아간다. 기억하는 한 내가 살아오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삶은 오직 한 번이기에 이 길은 늘 새롭고 두렵고 조심스럽고 신기하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예전에는 누군가가 제발 가야할 길의 정답을 알려주면 하는 소망이 절실할 정도로 잠재된 불안이 크고 스스로에 대해 믿지 못했다면, 이제는 내 느낌이 가장 중요하고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믿을 만큼 강해진 부분이 참으로 기쁘다.

 

 

1.

 

기억술사 시리즈는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담겨진 함의는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나는 동일한 이유로 SF, 판타지 물을 좋아한다.)

 

1권에서 흥미를 유발하고 2권에서 징검다리로 약간 지루했다면 3권은 제대로 된 맺음을 보여 주었고, 특히 3권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려주는 것 같은 예쁜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친구 사이란 어려워서 말이야. 어른이 되면 더욱 어려워지지. 일이나 인간 관계 같은 다양한 굴레가 늘어나면 단지 좋아해서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가 적어져. (39p)" 라는 문구를 읽으며, "단지 좋아서 있을 수 있는 관계" 라는 단어 하나 하나가 마음에 확 꽂힌다. 필요에 의해서, 편의에 의해서 맺는 관계가 아닌 만났을 때 단지 좋아서 시간을 소비하는 관계를 가진 사람은 참으로 소중한 것을 가졌다. 내 외로움 때문에, 왁자지껄한 인간 관계가 좋아서, 내가 인기 있는 느낌을 쫓아서가 아닌 단지 "그 사람"이 좋아서 갖는 관계가 얼마나 드문가. 특히 나처럼 예민하고 비판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사람에게는 더욱.

 

그리고 딸아이를 떠올렸다.

 

 

2.

 

기억술사는 지우고 싶은 기억만 깨끗하게 지워주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일을 신경 쓰고 있는 건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신경 쓰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시시한 실패의 기억. 어른이 된 지금이라면 별것 아니라고 웃어넘길 수 있지만 어렸기 때문에 고스란히 상처가 되어버린 사건. 자신의 마음 속에서만 일어난 일. 오로지 자신의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일이라면 자신만 그것을 잊어버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 67p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의 상당수는 빠르게 기억을 잊어버리는 방법을 찾고 싶어한다. 떠올리면 너무 괴로우니까. 너무 무서우니까. 너무 창피하니까. 너무 슬프니까. 너무 화가 나니까. 그래서 빠른 해결책을 찾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아마도, 그 사람과의 새로운 시작이다. 

 

 

3.

 

잊어버린 게 아니었어. 잊고 싶었을 뿐이야.

처음 만났을 때 실수한 것도, 심한 말을 해서 미움을 받은 것도,

전부 없던 일로 하고 싶어서. - 149p

 

실은 간단하다.

용기의 문제다.

 

간접적으로 빙빙 돌리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없던 것처럼 꾸미거나, 더 자신만만하게 보이거나, 무의식적으로 눌러버리거나, 상대가 좋아할 만한 행동만 하는 등의 수많은 방어적 대처 행동 대신 그저 속마음을 보여주면 된다, 정말 원하는 것을 말하면 된다. 가장 간단하고 가장 솔직한 방법, "미안했어, 사실은 너와 가깝게 지내고 싶었어." "너에게 이런 기대를 했고 서운했어." "실은 그 서운한 마음 안에는 정말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라는 고백하면 되는데, 나의 속살을 드러냈을 때 받을 상처가 너무나 두려워서 피하고 도망가고 대안을 모색한다. 그리고 기억술사에게 기억을 지워달라고 스스로 포기한다.

 

 

4.

 

진짜 자신의 모습을 다 드러내고도 받아들여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 기회조차 사라져버리는 거니까. - 252p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른다. 그리고

기억이야말로 나와 너의 관계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유일한 증거란다.

내가 가끔 꺼내어보는 과거의 사람들에 대한 기억, 지나갔지만 소중한, 지금의 나를 어떤 형태로든 이루고 있는 그것.

 


댓글(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05-1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소개 얼마전에 읽었는데 호러라는 말에 아직 읽지 못했지만, 소재가 괜찮은 것 같았어요.
마고님 좋은밤되세요.^^

마녀고양이 2017-09-23 17:0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너무 오랜만에 답글 달아서 죄송하네요.
잘 지내시나요? 페이퍼를 쓸 때는 봄이었는데 벌써 가을이네요.

2017-09-23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7-09-24 11:29   좋아요 1 | URL
이렇게 띄엄띄엄한데도 저를 떠올려주셔서 기뻐요.
서니데이님은 참 다정한 분이네요. ^^

cyrus 2017-05-15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는 라이트노벨스럽군요. ㅎㅎㅎ

오랜만에 뵙습니다. 코알라 양도 잘 지내죠? ^^

마녀고양이 2017-09-23 17:02   좋아요 0 | URL
글도 라이트노벨스러워요. ㅎㅎ
사이러스님, 진짜 오랜만에 뵙네요.
코알라는 현재 자신의 사춘기와 청소년기를 건너는 중이랍니다. ^^
사이러스님은 어떠신가요?

cyrus 2017-09-24 10:12   좋아요 0 | URL
저도 잘 살고 있습니다. 제 일상은 단순해요. 일하고, 책 읽고, 글 쓰기. 이게 전부예요. ^^

마녀고양이 2017-09-24 11:29   좋아요 0 | URL
단순한 삶이 가장 알차고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일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책 제목 같네요.
 

0.

 

크게 토정비결을 믿지는 않지만 몇 년째 년초에 꾸준히 뽑아보는 사이트가 한 군데 있는데, 올해 큰 운은 없으나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받을 수 있는 운세라고 한다. 즉, 굴러떨어지는 복은 없고 열심히 달리면 그만큼 건질 수 있는 한 해라고 하는데 재작년이나 작년처럼 기반을 다지고 있어서 크게 돌아오는 것은 없으나 꾸준히 노력이 필요한 해라는 운세보다는 훨씬 좋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더더욱 바쁘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그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해결하고자 고민하는 것까지는 기쁜 일이나 부부나 가족 간의 불화나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도 함께 하는지라, 누군가와의 소통보다는 홀로 있는 편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 나와 단 둘이 있을 시간도 현저히 부족한 날들이니, 알라딘 서재 활동의 동기 부여도 적다.

 

올 봄부터 블러그에 개재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으나

매번 그냥 지나쳤다.

 

 

1.

 

올해 우리집 화단은 더욱 풍성했다. 초봄부터 내가 나름 신경을 썼고, 녀석들도 교감을 이루었다. 

 

 

10년이 넘어가는 선인장들, 제멋대로 자라기 때문에 어디로 뻗어나갈지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겨울을 넘기고 봄이 되자 갑자기 죽죽 뻗어나간다. 특히 가운데 있는 녀석은 이 사진을 찍은 이후 10년 만에 꽃을 피웠다.

 

 

옮겨 심었는데 죽는 녀석도 있고 옮겨 심었는데 더욱 풍성하게 자라는 녀석도 있고.

15년 가까이 키웠던 야자 나무를 세 번째 화분갈이 했는데 어떤 점이 생육에 안 맞는지 노랗게 말라가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올해 실내에 있던 벤자민을 화단으로 옮겼는데 이 녀석은 물을 마음껏 뒤집어 쓰면서 매우 신이 나서 병충해도 없다. 저 녀석은 나와 15년 넘게 함께 한 녀석이고 처음 30cm 정도 크기였는데 이제는 2미터 가까이 된다. 딸아이가 작년 어버이날에 사다준 제라늄도 화분을 옮겨주고 더욱 풍성하다. 거의 일 년 내내 꽃을 보여주는, 딸아이 닮은 효녀이다.

 

 

 

 

요즘 유행인 물없이 자라는 식물들을 나도 올해 구매했다.

가끔 물을 뿌려주거나 살짝 물에 담그는 정도로 잘 자라고 공기 정화에도 좋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참 예쁘다! 실내가 화사해졌다!

 

 

작년에 수경재배를 시작한 녀석들인데, 앞에 보이는 페페가 이파리 서너 개에서 저렇게 풍성하게 자랐다.

너무 잘 자라서 떼어 다른 병으로 옮겨주는 중이다. 사랑스럽다.

 

 

짜잔! 오늘 블러그 글을 쓰도록 동기 부여를 한 녀석, 시계초이다.

5년 전인가 시계초 카페에서 어린 묘목을 분양받아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다가 올해 제대로 감아주고 영양제도 주었더니, 4월 경부터 봉오리를 여러 개 맺고 꽃을 피웠다. 시계초 꽃은 반나절 슬쩍 피웠다가 시들어버리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아침 저녁으로 눈을 부릅뜨고 관찰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미 진 봉오리 밖에 못 보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되니까. 올해 여러 송이를 피웠고, 특히 사진 찍힌 이 녀석은 사진 찍기 아주 적합한 위치에서 활짝 자신을 내보인다.

 

시계가 보이시나요?

 

 

2.

 

올해 봄의 "언니네 텃밭" 농촌공동체 꾸러미에서 역시 봄나물을 가지가지 보내주셨다. 꾸러미를 받은지 6-7년이 넘어가니 제법 봄나물 종류도 구분하고 요리하거나 샐러드로 소화도 많이 하게 된다. 올해도 잊지 않고 진달래 꽃과 찹쌀 가루를 보내주셨는데, 찹쌀 가루를 익반죽하여 맛나게 구워 먹었다. 몇 년 전에 내가 만든 진달래 화전 사진에 세실 언니가 이렇게 밖에 못 만들어요, 라는 농담 섞인 댓글을 적으셨는데 이제는 훨씬 잘 만들지만, 사진 찍을 정신도 없이 먹기 바빴다. 쑥과 맵쌀 가루를 보내주셔서 쑥 버무리도 해먹었는데, ㅠㅠ, 소금을 많이 쳐서 또 망했다. 그래도 맛나게 밥이랑 먹었다, 덜 짜라고.

 

 

3.

 

여전히 책을 구매하고 여기저기 쌓여 있다.

지난 번에 올린 사진보다 쌓인 책들의 아슬아슬함은 더 심각하고, 시간이 부족하여 읽는 책의 양은 참으로 적다.

 

그래도 요즘 좋은 책을 발견해서 기쁘게 읽고 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

알라딘 서점처럼 인터넷 서점의 단점은 역시 실물을 보고 살 수 없다는 점이고, 최신작 위주로 노출이 된다는 점이다. 딸아이와 오프라인 서점을 들렸다가 이 책이 손애 들어왔는데,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답하는 물리학의 대답이라는 표제 문구답게 물리학의 주요 주제를 가능하면 쉬운 언어로 옮겨 놓은 책이다. 물리학은 사람을 참으로 겸손하게 만든다. 또한 물리학의 주요 이론을 착안하고 검증한 천재들을 생각하면 더욱 옷깃을 여미게 되면서 너무 아둥바둥 살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위험한 과학책.

이 책 역시 마음에 든다. 독특하다. 실은 펼치기만 하고 읽기 전이다. 곧 읽을 예정이다.

 

 

 

 

기억술사 1-3.

솔직하게 그냥 그런 라이트 노벨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제목에 이끌렸다. 2권까지 읽은 상태인데, 1권보다 징검다리인 2권은 약간 가볍다. 그러나 3권을 기대할 만하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특히 심리적으로 힘들고 하나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인 경우, 최면술사를 만나서 특정 생각을 몰아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또는 특정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고도 한다. 기억술사는 원하는 사람의 기억을 지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하지만 기억이 지워진 나는 원래 나와 동일한 존재인가 라는 문제와 잊혀진 상대방의 아픔이나 공허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아픔은 그냥 신호일 뿐이야." - 138p, 기억술사 1권

 

모든 정서는 나에게 알려주는 무엇인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기에, 아픔은 신호라는 문구에 동의한다. 멈춰 서서 내 삶을 점검해보라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대비하라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너무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고, 아픔은 다양한 메시지의 변형된 형태일 뿐이다. 그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닐 수 있다. "... 그러면 또, 지워버리면 되죠. (265p)" 라고 간단히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도망다니며 살았던 삶의 너머에는 무엇이 남을까.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든다.

 

 

4.

 

선거하러 가야겠다.

 

5월 초 잠시의 휴가동안 집안과 냉장고 청소를 이틀 하고, 다음 이틀 동안은 에버랜드 가서 죽도록 고생하고, 그 다음 하루는 보고서를 쓰고, 이후 이틀을 또 일하고, 오늘은 선거를 한다. 그리고, 내일부터 또 열심히 달려야 하는 나날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건강 관리에 유념해야겠다. 아침 저녁으로 체조를 한다. ㅎㅎ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17-05-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고양이 님도 식물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식물을 꽤 좋아합니다. (알라딘에 반려식물이라는 제목으로 작년 가을에 글을 올렸습니다.) 공통점 또 하나를 찾았네요.^^

마녀고양이 2017-05-12 12:17   좋아요 0 | URL
네, 식물 좋아합니다.
마립간님도 식물 좋아하셨네요. 해당 글은 읽지 못해서 몰랐어요. ^^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남편이 비염도 있고 해서 동물은 어려우니...

식물이 자라는 모습에 꽤 행복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공통점을 발견한 사실도 상당히 즐겁네요.

2017-05-09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2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국헤밍웨이에서 나온 이야기 한국사 시리즈 43권입니다.

제게 어쩌다 이 책이 생겼고, 추측건데 09년 판이지만, 새 것처럼 깨끗합니다.

대상은 초2부터 중1까지라고 하네요.

 

제 딸은 고등학생인지라 저희 집에는 이 책이 필요없어서 새로운 주인을 찾습니다.

현재 절판된 시리즈이지만, 책 내용은 알차고 좋았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공짜로 드릴까도 생각해봤는데,

지난 번에 어떤 물품을 무료 나눔했더니 택배비가 무려 4,500원이나 들었는데도 고맙다는 문자 하나 없던 일도 있고, 필요하지 않으면서 공짜라고 무조건 가져가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번에는 교환 조건(책 선물 16,000원 정도, 찍어놓은 책 있습니다. ^^)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택비는 착불이고, 책이 너무 무거워서 두 박스로 나누어 보내려고 하는데 제 경험치로 예상할 때 10,000원 ~ 14,000원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즉, 책 값은 택배 포함 26,000원에서 30,000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원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비밀 댓글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날 되셔요.

 

마녀고양이 드림.

 

※ 좋은 주인을 찾게 되었습니다. 기분 좋네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03-06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7-03-07 13:43   좋아요 0 | URL
그치요, 저 정도라면 책 무게가 꽤 되어서 택배비가 비싸더라구요. ㅠㅠ
좋은 주인 만났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시지요? 오늘 너무 추워요, 따뜻하게 입고 다니셔요. ^^
 

0.

 

페이퍼를 자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레이나의 피아노 노트"를 샀다.

퀼팅이나 천조각으로 소품을 만들고 싶어서 "알짱 햇님의 행운 가득 소품 만들기"를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놨다.

먼먼 여행을 틈이 날 때마다 가겠다는 마음으로 "위태로운 정신과 의사의 행복한 산티아고 피신기"라는 부제의 책을 읽는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지금부터라도 색채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열망에 몸이 붕 뜬다.

 

나는 늘,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욕심도 많고,

초조하다.

 

 

1.

 

페이퍼를 쓰려면 최소 두 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은 투자하게 되는데

내게는 써야 할 보고서가 늘 산더미인데다 최근 들어 왼쪽 어깨와 왼쪽 팔에 힘이 없다. 왼쪽 코도 막힌 느낌으로 바로 누우면 내 코고는 소리에 내가 놀란다. 몸은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운동을 하라, 체력 관리를 하라, 살을 빼라.

 

그러니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어쩌면 생의 마지막까지 밀릴지도 모르겠다.

 

 

2.

 

몸의 신호를 믿는다.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하다면, 좌절했군요, 기대한 대로 잘 되지 않는군요 라고 내게 말하는 신호다. 이러한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장기간 계속 된다면, 지금 살아가는 방향이 내가 원했던 것과 많이 다른가 보네요, 점검해 보세요 라는 신호다.

 

불안하다면, 미래에 어떤 일들이 걱정되는군요, 미리 예측하고 계획하고 준비하세요, 라는 신호다. 그러나 유의점은 불안의 신호가 너무 과도한 경우, 불안에 압도되어 아무 것도 하기 어려운, 도리어 시도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공황 장애, 건강 염려증, 범불안 등으로 나타나는, 아무 것도 시도하기 어려운 증세들 역시 나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빨간 불을 삑삑거리며 외친다, 경계하세요, 당신은 소진 상태예요, 당신을 아껴주세요. 열심히 달리던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세이다. 또는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자신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사람에게도 나타나고, 달려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자신의 기준만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모습을 일체 회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날 때 내면에서 진실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진실로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증세 자체의 완화에 매달린다. 증세 자체에 집중하면, 정말 두려워하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차적 이득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상태 완화가 더디거나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3.

 

내 눈 앞에 커다란 괴물 그림자가 나타난다.

너무 두려워서 차마 뒤돌아 볼 수 없다.

정말정말 두렵다.

 

그런데 그 괴물은 사실, 쥐 한마리일 가능성도 많다.

직시하지 않는 현실은 그렇게 모호하고 거대한 불안으로 우리를 덮친다. 하지만

 

무서워하는 당신은 참으로 한심하네요 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어린 시절 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 생존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절부터 축적된 잠재 불안이나 강요되고 세뇌된 가치관으로부터 습득된 매우 자동적인 습관이므로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어떤 시절에는 그 두려움이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그럴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극복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더 나은 대안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제까지 살아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게 있어 그런 그림자는 어떤 형태일까,

생각한다.

 

 

4.

 

늘 달려야 할 것 같은 초조감,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미뤄놓으며 아쉬워하는 느낌,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에 떠다니는 내 마음,

 

나의 그림자다.

 

 

5.

 

반가운 책들을 많이 발견했다. 지난 번 페이퍼의 사진에도 올렸지만 여전히 못 읽은 책 무더기다. 그래도 차곡차곡 장바구니에 책들을 넣는다. 오늘 이 중의 몇 권은 주문할 것 같다. 마음을 동동 뜨게 만드는 책들이 있으니, 아마 참지 못할 걸.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의 알라딘 소개를 보고 심장이 이상할만큼 두근거린다.

섬세하고 다정한 파스텔톤의 색조가 훅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스페이스 오딧세이 완전판"은 무리해서라도 일단 소장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쉬운 책은 아니리라 예상되지만, SF의 팬으로서 해야 할 도리는 해야지 라는 마음, 그래야 완간한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할테니까.

 

 

 

 

 

 

 

다른 주문 도서는 확인한 후에 페이퍼에 올려야겠다. 열광하고 주문했다가 실망한 책도 꽤 된다.

그럴 때는 신용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6.

 

얼마 전에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읽었다.

읽는 내내 나도 추리와 SF 서적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을 열고 싶다는 공상에 잠겼다. 참으로 멋질 것 같다. 일산에 있는 알라딘 중고 서점 크기의 공간에 1층과 2층 모두 추리와 SF 서적으로 가득 채우고, 작가 별로 어디 있어요, 아, 몇 년 전에 절판된 그 책 말이죠? 여기 있네요,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그 책 구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면서 서점 대표와 손님들이 절대적 흥미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미스터리 서점-"은 뉴욕에 미스터리 소설계의 명 편집자인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실제하는 서점으로, 매년 크리스마스에 유명 미스터리 작가에서 의뢰한 단편 중 1993년부터 2009년까지의 작품을 수록한 책이다. 책 내용에는 반드시 미스터리 서점이 등장하고, 오토 펜즐러도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스터리 물이지만 다정한 책이었고, 편안했다.

 

(요즘 다정한 책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심리적으로 지쳐 있는 듯하다.) 

 

 

7.

 

마지막으로 "오늘의 마인드풀니스" 라는 카드에서 명상 문구를 소개하면서 페이퍼를 끝내려고 한다.

 

음 소거

 

마음이 어수선한할 때면 걱정이 끊임없이 종알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구형 라디오가 주파수를 맞추면서 불안이라는 잡음을 없애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치~익칙거리고 삐~익거리는 잡음을 생각하면서

마음속 다이얼을 돌려 고요한 채널에 주파수를 맞춥니다.

이 상태로 몇 분을 보냅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고요함을 즐겨보세요.

 

 

일어나서,

벽에 붙여놓은 15분 스트레칭을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한 후에

보고서를 쓰고 다음 일정을 소화해야겠다. 종알거리는 걱정 대신 고요한 나 자신과 함께.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7-02-14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는 좀 쉬어도 좋을거 같은데......
힘들땐 잠시 쉬어가요.
많은 시간 투자보다는 몰입도가 중요하더라구요.
동전 하나.....그림이 참 예뻐요.

마녀고양이 2017-02-17 10:52   좋아요 0 | URL
하루 쉬어서 해결되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ㅠㅠ
매일 스트레칭 하고 편안하게 해야 할 일들을 해야겠다고 맘 먹고 있어요.

그리고 언니 말씀대로 몰입도가 더 중요하지,,, 싶었어요.
작더라도 반짝 해보렵니다.

오늘 ˝동전-˝ 책 받았는데 정말 예뻐서 기분이 좋아요.
언니두 즐거운 주말되셔요.

cyrus 2017-02-14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 한 편 쓰려면 최소 두 시간 걸려요. 책 읽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글 쓰는 시간을 좀 더 줄여볼 생각입니다. 글 쓰는 방식을 바꿔보려고 해요. 읽을 책이 정말 많습니다..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7-02-17 10:53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글을 쓰면서 정말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저는 요즘 설렁설렁 쓰기 시작했어요. 가끔 아쉽기도 해요. 저도 완성된 글을 써보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읽을 책은 정말 많고... ^^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헤르메스 2017-02-16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추리와 SF 전문 서점 너무 좋아요. 여시게 되면 제가 가장 자주 찾는 단골이 되겠습니다^^
해외 미스터리계에서 저런 기획물 나올 때마다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어요. 얼마나 저변이 넓으면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기꺼이 의기투합해 작품집을 낼까 하고. 대학 다닐 때, 왜 우리나라엔 추리 동호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했던 안타까움이 이런 식으로 연장되어 여전히 나타나네요. 하하.

마녀고양이 2017-02-17 10:54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제가 여는 것보다 헤르메스님께서 여시는 편이 빠를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는 완전 단골이 되겠습니다. ^^

우리도 저변이 확대되고 있으니, 가능할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드라마 도깨비를 보면서, 이제는 신이라는 존재를 저렇게 방송에서 묘사해도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
 

0.

 

시간에 대한 작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입니다. 단지 살아 있다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그냥 걷기, 풀밭에 누워 구름 바라보기, 시냇물 감상하기, 소파나 침대에 파묻혀 탐정 소설을 읽으며 일요일 오후를 보내기..... 이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바쁘게 움직이던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게으름을 허락한다는 사실만이 시간의 통제를 받으면서 정신이 삶을 경직시키는 일 없이 시간의 상대성을 되찾고 그 흐름을 느끼도록 해줍니다. - 38p,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

 

 

1.

 

삼 일 간의 연휴,

첫 날은 일상적인 집 정리-즉, 빨래, 설거지, 물건 치우기와 무려 18개월만에 코알라를 미용실에 데려가서 내 머리 염색, 코알라 머리 커트 및 매직 퍼머, 한의원에서 코알라의 보약 짓기, 코알라와 오랜만의 외식을 했다. 두째 날은 친정 부모님이 꼬옥 내 생일과 남편 생일을 기념하여 식사를 하자고 하셔서, 실은 최근 내가 너무 바빠서 생일을 건너 뛰었기 때문에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 내내 열감기가 도져서 약 먹고 쿨쿨 자고 TV를 보았다. 오늘 셋째 날은 아침부터 쌓여 있던 갖가지 물건들, 옷과 책과 차 종류, 냉장고의 음식 등등을 정리하고 먼지를 훔치고, 알라딘에 중고 서적을 등록했다. 과감하게 일본 호러 장르물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후 세 시 반이다. 연휴가 끝나가는데,

 

밀린 보고서가 산적하다. 연휴만 보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던 보고서들인데, 하.나.도. 못 썼다.

 

지금 읽으려고 곁에 둔 도미니크 로로의 "작은 집을 예찬하다"가 아닌, 예전에 읽은 도미니크 로로의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가 눈에 뛴다. 손을 뻗어 꺼내니 이미 붙여놓은 빼곡한 책 태그들.

 

 

 

2.

 

* 시간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

 

- 한 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 몇 개월 전에 또는 며칠 전에 검강 검진, 치과 등 병원 진료 및 미용실 방문을 계획하기

-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하기

- 미리(한 주 또는 한 달) 목표를 정하기

- 확실한 리스트를 당일 소지하고 있기

- 일요일에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해 일은 토요일에 끝내기

- 휴가 때는 늦잠을 자기

- 느긋하게 목욕하기 (음악, 촛불, 향초 등을 함께 즐길 것)

- 아침에 진짜 커피를 만들고 토스트를 굽고 신문을 읽기

- 미리 식단을 짜기

- 해야 할 일들을 재분류하기(장보기, 편지 쓰기, 전화하기, 외출...)

- 웃기

- 자연을 바라보기

- 적은 양의 술을 천천히 음미하기

- 그냥 걷기

- 미루지 않고 행동하기

- 가능한 한 적은 물건을 소유하기

- 진정한 친구들과 시간 보내기

- 혼자 운동하기(걷기, 달리기, 요가하기)

-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을 배우기

 

- 39~40p,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

 

 

악토버라는 뮤지션의 "Romance" 라는 피아노 곡을 틀어놓고 새로 내린 네스카페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도미니크 로로"의 글귀를 옮겨 적는다. 해야 할 일들만 하는 것이 아닌, 생략해도 되지만 내게 여유를 주는 행위들을 요즘 너무 적게 한 것 같다고 살짝 반성한다. 크게 나무라지는 않는다, 열심히 달렸으니까. 글귀를 옮겨 적으며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시감, 이전에도 틀림없이 이 글을 알라딘 서재에 옮겨 적었다.

 

고전을 십 년만다 한 번씩 다시 읽으라는 조언에 동의한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기억력이 형편 없다면 일 년에 한 번씩 다시 읽어야 할 판이다. 경험만큼, 나이만큼, 책을 쓴 이의 마음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렇게 허겁지겁 책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결핍이다.

 

 

3.

 

*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상황 리스트

 

- 지나친 인맥

- 지나치게 많은 불필요한 물건들

- 지나치게 많은 선택 사항들

- 지나치게 많은 몸무게

- 지나치게 많은 방치

- 지나치게 많은 지키지 않은 약속들

- 지나치게 많은 망설임

- 지나치게 많은 집착

 

- 88p,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

 

모두 나와 관련된 문구처럼 느껴진다. 올해는 세실 언니의 말처럼 "심플하게" 살아보려고 목표를 세운다. 우선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는 식재료를 잘 활용하고 싶다. 그리고 건강검진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고 매일 스트레칭과 가끔은 유산소 운동, 그리고 몸무게 조절을 해서 가벼워지고 싶다. 그래서 구매하고 못 입는 옷들, 예전에 입었으나 옷장 안쪽에 처박혀 있는, 혹시나 해서 버리지 못하는 옷들을 입고 싶다. 집에 소장한 수많은 책들을 읽고, 짧게나마 독후감이나 태그를 남기고 싶다. 보고서를 밀리지 않고 쓸만한 여유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

 

억지로 숨을 들이셔서 여유를 만드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여유로운 숨을 쉴 수 있는, 그래서 내가 내 자신인 채로 있는 것이 허락되는 시간과 공간을 가지려 한다.

 

 

4.

 

평온 속에서, 나는 정원과 숲의 멋을 생각한다. 분명 인간 세상에 작별을 고할 수 있으리라. (도연명)

- 211p, 작은 집을 예찬하다.

 

최근 작은 히터를 샀는데 따스하다.

어떤 물건보다 나를 흡족하게 만들어 만족스럽다.

 

단.순.한. 한 잔의 차.

 

알라딘 서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열댓 권 장편의 주인공처럼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자주 슬펐다. 더 어릴 때는 언제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별한 사람의 정의는, 아마, 겉으로는 용감하고 정의롭고 세상을 구하거나 매우 현명하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또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을 상상했지만, 실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내적 소망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SF,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좋았었다. 아직도 가끔은

 

드라마 "도깨비"를 보면서 저렇게 아름다운 피조물이 되지 못함을 슬퍼할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에 나 자체로 충분해졌다. 예전에는 과거와 미래에 발을 담그고 살았다면, 이제는 현재의 단순함과 모호함과 흘러가는 시간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

 

 

5.

 

오랜 습관으로 나는 가끔 헉헉 숨을 몰아쉬며 달려댄다. 그래도

또다른 오랜 친구인 "우울감"이 나에게 "이 방향이 아니야" 라고 알려줄 때 귀를 기울이고 멈출 줄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고마워.

 

-----------------------------

S&M(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의 열번째 책(단품)을 주문했고, 집에 날아오는 택배에는 열 권을 담을 수 있는 시리즈 박스와 문장집이 함께 들어있었다. 기뻤다. 오늘 보니 열 권 시리즈가 99,000원으로 가격 인하 행사 중이고, 그동안 한 권씩 구매한 사람은 호구냐는 불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시리즈가 6권에서 멈춰 있는 아쉬움을 겪은 이후로 힘든 출판사 사정에도 일단 열 권을 낸다는 독자와의 약속을 지켜준 자체가 나는 고맙다. 앞선 페이퍼에서도 종종 언급했지만, 시리즈 물은 주인공들의 변화를 함께 하면서 같이 삶을 살아가는 친밀감을 갖게 하여 특별히 좋아한다.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진다. 나는 긴 인연을 존중한다.

 

S&M 시리즈에서 날카롭고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던 사이카와가 다소 둥글어지고 현명해지며 사람에게 다가서는 느낌이 기뻤고,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자신을 내보이던 모에가 그 사람을 통해서 자신만의 세상을 벗어나는 과정이 예쁘다. 또한 공대를 졸업하고 이후 심리학을 공부한 나는, 시스템과 관련된 용어 및 트릭과 심리학이 버물어진 스토리가 좋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다소 오타쿠적인 면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6.

 

Somewhere over the rainbow-

음악이 바뀌었다.

 

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했다. (페이퍼의 뜬금없는 이 종결 문구는 뭘까. ^^)

 

 

 

 

추신.

 

새해에는, 장기적으로든 단기적으로든, 심리의 극한에 내몰린, 내가 만나는 이들 중의 상당수와 관련하여,

인간의 강인함과 나약함을 정리하고 소화하여 담담하게 써내려 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

 

어린 시절의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폭력(육체적, 언어적, 성적) 및 방임(유기)을 겪은 사람들이

어떤 심리 흐름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적어 보고 싶다, 슬픔과 용기와 희망과 함께.

최선을 다하여 고통 속에서 싸우고 있는 그들 곁에서 기다리고 버텨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01-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저도 단순하고 심플해지고 싶어요. 마고님의 페이퍼를 통해서 하고 싶은 것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어요.
마고님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마녀고양이 2017-01-01 17:32   좋아요 1 | URL
우리 함께 단순하고 심플한 삶을 살아요. 안 그래도
타의로 충분히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보슬비 2017-01-0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 한해 많이 다짐하고 다짐하여 심플하게 살기로 노력해야겠어요.

마녀고양이 2017-01-02 17:31   좋아요 0 | URL
심플하게! 저도 다시 한번 다짐해요~ ^^

후애(厚愛) 2017-01-0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한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녀고양이 2017-01-02 17:32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 더욱 따스하고 예쁜 페이퍼 기대합니다. ^^

cyrus 2017-01-02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상황 리스트‘를 보면서 작년에 북플 때문에 심적으로 피곤했던 이유를 알았어요. 지나친 인맥, 지나치게 많은 집착. 이게 제일 큰 원인이었어요.

마녀고양이 2017-01-02 17:33   좋아요 0 | URL
그랬구나... 너무 많은 인맥으로 인해 힘들듯 하네요.
사이러스님의 서재에 가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방문하니까요. 이슈거리도 많고.

그런데 지나치게 많은 집착은 무엇에 대한 것이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여하튼, 이유를 알았다니 제 페이퍼가 도움된 것 같아서 기쁘네요. ^^

cyrus 2017-01-02 20:03   좋아요 0 | URL
글 한 편 잘 써야겠다는 집착, 북플이 더 나은 플랫폼으로 개선되길 바라는 집착. 뭐 이런 것들입니다.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7-01-02 21:10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셨구나~ 멋진 집착이네요.

양철나무꾼 2017-01-02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기다렸는데 앤 라이스가 나왔군.
축하하오~^^

마녀고양이 2017-01-02 21:10   좋아요 0 | URL
영 메시아 말고 또 나왔어?
실은 영 메시아가 나온 것도 몰라뜸, 지금 장바구니~ 쪼옥~

2017-01-06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1-2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녀고양이 2017-02-14 11:19   좋아요 1 | URL
답 늦었어요~
새해에는 무지무지 즐거운 일 가득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