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스포일러 있습니다) 

 

0. 

눈이 소복히 쌓인 언덕 위에
구름같은 꽃송이를 듬성듬성 피운 한그루 나무가 서 있다.
살랑 부는 바람결에 꽃분홍보다 더 화사한 흰 꽃잎은 흩날리고
조금 조금 작아지더니 한 점에서 無가 된다. 

이런 느낌의 영화였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1. 

건방지게 실존 치료 운운하며
죽음과 상실, 이별에 직면해야 한다고 페이퍼를 쓴지 만 이틀도 지나지 않아 

나는 영화를 보며 두시간 내내 눈물 짓다 못 해, 물티슈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처리하기 바쁘다. 

문득 내게 있어 죽을듯이 아팠던 마지막 상실은
십여년 전이었고, 그동안 나름 행복하고 평온한 나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앞으로 가슴 시리다 못 해 통곡하게 될 상실을 바라볼 나이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2. 

치매 걸린 노인을 서로 모시라고 등 떠미는 며느리에게서,
장례식 장에서 '호상' 운운하는 아들 친구의 모습에서,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아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나이 들어 즐겁게 돌아가셨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며 어느 누구에게도 잘 죽었다고 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알겠다.  



 

3. 

"다시 태어나도 나랑 함께 살거지.." 라고 묻는 남편에게
"어떻게 그래, 받기만 하고 준 건 없는데, 어떻게 다시 산다고 하겠어.." 라고 답하는 치매 아내. 

영화는 "쓸모는 없고 그렇다고 버리기는 그런 낡은 택시"를 통하여  
늙었다고 더욱이 치매 걸렸다고 구박하며
처리해야 할 사물 및 통계로 치부해버리는 현대 사회에 대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고 무엇인가 할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며
또한 사랑스럽고 따스함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
치매 걸린 조순이 할머니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런 할머니의 얼굴을 보듬는 장군봉 할아버지의 마디진 손이 얼마나 멋지던지. 



 

4. 

알콩달콩하게 시종일관 웃음을 던져주던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 

인생에 있어 쓰라림만 안고 온 송씨 할머니에게
황혼녁의 자그마한 즐거움을 선사하려고 노력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노년의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지
조금 느리고 조금 깊을 뿐... 10초마다 사랑한다는 고백과 키스,
그리고 100일도 못 채운 이별이 상징하는 청춘의 이기적인 사랑에 비하여 
진실로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가 묻어나는 노년의 사랑은 가슴을 풍요롭게 울려준다.   



 

5. 

원작자인 강풀님과 
추창민 감독님 (데뷔작 마파도 너무 잼났는데..),
주연을 맡은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선생님께 진정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없는 잿빛이 아닌 연노랑의 소소한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다가올 상실을 바라보며 <현재>와 <지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어 
더욱 사랑하며 따뜻하게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심이 감사하다.
 

또한
이제는 나이듦이 두렵지 않아졌다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다.  


 

6. 

우리는
깜깜한 골목길 굽어진 모퉁이에 누군가 켜 준
감빛 가로등이 있기에 삶을 살 수 있는게 아닐까. 

 

7. 

울다 웃으면 XXX에 털난다는데,
두시간을 내내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한 난,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극심한 멀미와 두통에 시달리고 진통제를 먹고 드러누웠다.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게 하는
그러나 오랜만에 보는 진정 따스하고 가슴 뭉클한 영화였다.
많은 분들이 꼭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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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1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고양이 2011-03-12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중 '우리 아름다운 시간은'.
루시드 폴 곡.
너무 아름다운 곡이라 함께 올립니다.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1-03-1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 이거 보셨군요.
전 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울컥울컥 했더랬어요.
이순재와 송재호의 연기에 웃다가 울다가..ㅎㅎ
루시드폴의 음악이 그 동화 같은 밤풍경과 잘 맞았어요.
상실의 그때를 맞을 준비... 이뿐할매가 만석씨를 어떻게 보내요?,라고 말하며
이별을 통고하던 그 장면이 전 젤 인상깊었어요.
먼여행을 함께 떠나는 노부부의 꼭잡은 손도요.

마녀고양이 2011-03-12 14:34   좋아요 0 | URL
저는 첨부터 보고 싶었는데,,
어제 더이상 미루면 놓칠듯 하여 혼자 홀랑 날아갔어요.
처음 시작할 때며, 엔딩이며 노래 너무 좋던걸요.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다시 생각해도 가슴 뭉클해요.

후애(厚愛) 2011-03-1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인터넷으로 봤어요.^^
보면서 웃고 울고 그랬답니다.
만화책을 구매할까 생각중이에요.

마녀고양이 2011-03-12 14:35   좋아요 0 | URL
아, 후애님 봤어요?
다행이다..... 또 한국 아니라서 못 보시고 서운하면 어쩌나 했더니.
영화 너무 이쁘죠? 맘은 좀 나아졌나요?
나두 만화책 끌리더라구요.

후애(厚愛) 2011-03-13 05:32   좋아요 0 | URL
영화를 본 게 아니라 만화였어요.
만화책 구매하고 싶어요~ ㅋㅋ
무심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1-03-13 10:21   좋아요 0 | URL
한국 dvd가 맞질 않죠, 거기는?
이 영화 보면 후애님 참 좋아하겠지만,
한편 생각하면 너무 울어서 두통올지 몰라요. ㅠ

나 하루종일 고생했거든요, 하두 울어서.

hnine 2011-03-12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게 폴 아저씨 노래였군요.
난 이 영화 보고서 마음이 참...착잡했어요.
나이든다는 것, 늙는다는 것, 죽음에 가까와온다는 것에 대해 내가 아직 정리가 안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온 셈이지요.
영화 보기 전엔 친정 부모님께도 보시라고 권해드릴까 생각했었는데 제가 보고나니 오히려 못보시게 하고 싶더라고요.
연기들을 참 잘하지요? 그들의 연기 자체도 감동이었어요. 지난 일요일 낮에 답답한 마음을 부둥켜 안고 있으려니 제풀에 지쳐 뛰쳐나가 보고온 영화였답니다. ^^

마녀고양이 2011-03-13 10:23   좋아요 0 | URL
저여, 첨 부분 보고는 친정 어머니께 보여드릴까 했는데
갈수록 안 되겠다 싶더라구요. 직접 보시겠다고 하시면 모를까
제 입장에서 보여드리기는 너무 가슴 아팠어요.

베테랑의 연기인지라, 너무 감동적이고 탄탄하더군요. 슬쩍 표정 하나로
어쩜 모든 것을 다 보여주실 수 있는지... 너무 멋졌고 존경스러웠어요.

언니가 가까이 사시면 좋겠다, 영화 취향이 일부 비슷할거 같은데..
같이 보고 수다떨면 좋겠어요. ㅎㅎ

잘잘라 2011-03-12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장면 장면, 만화 느낌 그대로 살아나네요. ^ ^
단행본으로 사서 봤더랬는데, 어쨌더라..
기억이 가물 가물..
따뜻했던 그 느낌은 남아있어요. ^ ^

마녀고양이 2011-03-13 10:23   좋아요 0 | URL
포핀스님, 이것도 영화 강추....... 진짜 강추.
저는 만화를 못 봤어요. 그런데 볼 엄두가 나질 않아요. ㅠㅠ

따스하고 이쁘담서요. 그런데 또 내내 울까봐 무서워요. 아하하.

마노아 2011-03-13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없는 잿빛이 아닌 연노랑의 소소한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 이 표현이 유독 마음에 닿아요.
포스터를 예쁘게 배치했어요. 퀼트 솜씨가 반영된 걸까요? 감각적이에요.^^

마녀고양이 2011-03-13 10:25   좋아요 0 | URL
진짜루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30 넘어갈 때는 청춘이 다했구나 싶어 한탄했지만
40 넘어갈 때는 정말 내가 나이들었구나 싶어 슬프거든요.
그런데 주위 분들이 50 넘어갈 때는 더 하다 하시네요.

하지만... 늙는다는거, 달콤할 수도 있겠다 사랑스러울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해요, 이젠.

Mephistopheles 2011-03-13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마님과 외출했을 때 손을 꼭 잡고 정답게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노부부를 봤다죠.
그냥 계속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마님이 말씀하시길. '우리도 저렇게만 늙었으면 좋겠다.'
라더군요.

마녀고양이 2011-03-13 10:25   좋아요 0 | URL
지금도 손 안 잡는뎅, 우리 부부는..........
진짜 그렇게 부부끼리 곱게 늙어서 여행 가고 싶어요.
멀리 천천히 여행 가고 싶고 가까이 자주 여행 가고 싶어요.

2011-03-13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5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3-1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에 아이들이 정상 수업하게 되어 무슨 영화 볼까 했는데 이 영화 봐야겠어요.^^

마녀고양이 2011-03-15 15:13   좋아요 0 | URL
ㅇㅇ, 너무 좋은 영화예요, 강추~

순오기 2011-03-15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부모님들이 보여드리기 보단 장성한 자식들이 봐야 할 영화지요.
내 부모를 어떻게 모시는게 진정한 효인지 생각케 하는 뭉클한 영화~
우리도 늙어 저런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케 하는 영화~ 나도 많이 울었어요.ㅜㅜ

마녀고양이 2011-03-15 15: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언니두 우셨죠?
그 영화는 정말 진한 감동 그 자체던걸요... ㅠ

blanca 2011-03-1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 저도 이 영화 꼭 보고 싶어지네요. 아이가 이제는 다행히 안 울어요. 정말 지난 주는 너무 힘들었어요. 아이도 너무 아팠고. 좋은 영화 소개해 주셔서 고마워요.

마녀고양이 2011-03-15 23:57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꼭 보세요...
글구 티슈나 손수건 지참은 필수입니다.

분홍공주님이 한바탕 아팠군요? 아마 올해 내내 잔병치례를 할 가능성이 있죠.
건강하게 잘 다니면 좋겠는데......... 첨에는 힘들어요.
그래도 이제 울지 않는다니 다행이예요. 화이팅!

양철나무꾼 2011-03-16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꼭 봐야한단 말이죠.
찜해 놓은 영화가 이젠 여섯편째예요~^^

마녀고양이 2011-03-16 11:31   좋아요 0 | URL
이 영화가 일순위예요.
내가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좋더라구~
날 믿어봐요.
 

 


0. 

나는 그리스 신들과 영국 요정들 사이에서 자랐다. 

어릴 적 접한 한반도 토종 신은
삼한과 가야를 세운 난생(卵生) 건국 영웅와 장화 홍련 전으로 대표삼을 수 있는 처녀 귀신,
선녀와 나무꾼에서 유추 가능한 하늘 나라, 토끼와 거북이에 슬쩍 등장하는 용왕 정도였고, 

그것은
웅대하고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서양 신에 비할 바가 되지 못 했다.  

 

1. 

남의 것인 서양 신을 동경하며 자란 소녀가

문화적 절름발이로 성장한 것은,
자신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은,
태어난 나라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항상 허전한 구멍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남의 나라 철학, 신화, 예술, 과학, 의학, 심리, 책을 우러러 올려다보고
그것에 대해 열심히 읽고 보고 듣고 배워왔지만,
날이 갈수록 갈증이 심해진다. 

그리고 이제사 내 것의 소중함을 깨달아간다.
우리 신화에 대한 나의 목마름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2. 

융은 개인 무의식 뿐만 아니라 집단 무의식을 강조한다.
태어난 곳의 문화, 역사, 전통, 신화 등이 뼛 속 어딘가에 '원형'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이 태어난 곳, 즉 고향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설령 잊고 있다 해도 내 깊숙이 어딘가 숨어있다가
자신도 모르는 어느 시점에 꿈틀대는 힘을 느끼고 깜짝 놀라게 된다. 

조현설 님의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 한구절을 보자. 


 신화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종교의 윤리가 아니다. 신화는 본질적으로 윤리 이전의 문제, 혹은 윤리 너머에 있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한다. 윤리적 인간 뒤에 숨겨진 원초적 충동, 바로 그것이다.  -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 243p
 



 

 

 

 

3. 

신화란 무엇일까. 

신화는 일상적인 인간 생활과 거리가 멀지만 그 기반이 되는 신이나 초인들의 특정한 사건·조건·행위를 설명한다. 이러한 특수한 사건들은 역사 시대와는 전혀 다른 시점의 상황을 다루며, 주로 우주 창조나 선사시대 초기를 배경으로 삼는다. 신화는 인간의 행동이나 제도, 우주적 상황에 관한 원형들을 제시해주고, 자연·인간·사회·삶에 관한 여러 측면의 기원과 원인들을 설명해준다. 
- 브리테니커 백과 사전 발췌 

뿌리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
아주 옛날 먼먼 세상까지 이어진 나의 이야기. 선조 이야기.
어찌 알고 싶지 않을까. 

  



 

4. 


시조 신화는 한 씨족 공동체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신화다. 신화는 흔히 기원을 이야기 하지 않는가. 우주 만물의 기원, 인류의 기원, 사물의 기원 등등. 시조 신화 역시 이런 뜻에서 기원 신화, 혹은 창조 신화의 일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 286p 

 

한반도의 태초 세상은 어땠을까. 

학교에서부터 배웠던 환인과 웅녀와 단군 이야기 하나.

단군 신화를 통해서 우리가 곰을 숭배하는 샤머니즘을 가졌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에 의하면 사할린의 니브히 족이나 훗카이도의 아이누 족, 동북 흥안령 일대의 에벤키 족도 곰을 시조로 모신다 한다. 이로서 우리 민족의 연결성을 또한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웅녀가 아이만 낳고 신화에서 사라져 버린 점을 통해서 모계 사회에서 부계 사회로 옮겨간 사실 또한 알 수 있다. 

다른 창조 신화도 있다. 미륵님 이야기. 마음에 착착 감기는 노래 가락.
민속학자 손진태 선생이 1923년 '김쌍돌이'라는 함경도 무녀에게 채록한 <창세가> 일부. 




 새앙쥐를 잡아다가 석문 삼치 때려내어
 물의 근본 불의 근본 아느냐? 
 쥐 말이, "나를 무슨 공을 씌워 주겠습니까?"
 미륵님 말이, "너는 천하의 뒤주를 차지하라."
 한즉 쥐 말이, "금덩산 들어가서 한짝은 차돌이요
 한짝은 시우쇠요 툭툭 치니 불이 났소.
 소하산 들어가니 삼취 솔솔 나와 물의 근본." 

  
 
 
 

 옛날 옛 시절에 미륵님이 한짝 손에 은쟁반 들고
 한짝 손에 금쟁반 들고 하늘에 축사하니
 하늘에서 벌레가 떨어져 금쟁반에도 다섯이요
 은쟁반에도 다섯이라
 그 벌레 자라나서 금벌레는 사나이 되고
 은벌레는 계집으로 마련하고
 은벌레 금벌레 자라와서 부부로 마련하여
 세상 사람이 낳았어라 

- 살아있는 우리 신화, 신동흔, 22 ~ 23p 



또한
제주도 신화 <천지왕본풀이>에서 들을 수 있는,
천지왕이 땅에 내려와 백주할멈의 딸 총명 아기와 하룻밤 연을 맺고
낳은 아이들의 이야기 '대별왕 소별왕' 신화도 흥미롭다. 



"너희들이 내 자식이라면 증명해 보여라."
활과 화살을 받아든 형제는 말없이 물러나와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
그들이 향한 곳은 이 땅의 동쪽 끝, 동해 바다였다.
검푸르던 바닷물이 점차 불그스름해지더니 수레바퀴 같은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하늘과 바다가 피처럼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그 해가 바다에서 떠올라 중천으로 갈 무렵 또 하나의 태양이 떠올랐다. 대별은 활시위에 화살을 재더니 눈을 부릅뜨고 태양을 겨누었다. 그의 활을 떠난 화살은 넓은 하늘을 너울너울 가로질러 태양의 한복판을 꿰뚫었다. 순간 태양은 수만 개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져 흩뿌려졌다. 동쪽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 살아있는 우리 신화, 신동흔, 31p 

 


5. 

유독 끌리는 이야기가 있다.


사계절이 함께 모여있다는 신비의 성채 '원천강'과
가지각색의 신비한 꽃이 가득 피어있다는 '서천꽃밭

- 살아있는 우리 신화, 신동흔, 112p 

 

중간계의 이야기다. 중간계에 대한 설명을 조현설 님은 다음처럼 설명한다. 


통합 이전의 주변적 상태에서는 일상의 리듬이 정지되고 비일상적 혼돈이 참례자를 감싼다. 의례적 공간이 신비와 금기에 휩싸이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유화가 유폐되었던 금와왕의 밀실이나 알이 버려진 짐승들의 공간, 심청이 인당수를 통해 들어간 용궁, 심지어는 대학의 세속화된 사발식 현장도 그런 공간이다. 신화의 다양한 중간계 역시 이 같은 통과 의례적 공간이다.  

중간계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우리 신화의 공간은 '저승'이다.

-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 166p  

 

그러면 다시 <살아있는 우리 신화>의 원천강과 서천꽃밭에 대한 묘사를 보자.
그곳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무릉도원, 라퓨타, 실낙원, 이어도와 같은 장소이다.
오직 선택받은 자만이 볼 수 있는 곳이기에, 나에게 영원한 그리움을 떠넘긴다.  



부모님은 오늘이에게 원천강을 구경시켜 주었다.
높은 담장이 둘러쳐진 곳에 문이 네 개 나 있는데, 첫번째 문을 열고보니 봄바람이 따스하게 부는 속에 진달래 개나리 매화꽃 연산홍 갖은 봄꽃이 피어 있었다. 두번째 문을 열고 보니 뜨거운 햇살 속에 보리와 밀 같은 곡식과 채소가 무성했다. 세번째 문을 열고 보니 너른 들판에 누런 벼가 황금빛으로 물결쳤다. 네번째 문을 열고보니 찬 바람이 부는 가운데 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이 세상 사계절은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 119p 

원수를 갚은 한락동이는 청대밭으로 향했다. 어머니 시신이 뼈만 앙상하게 흩어져 있는데 원한이 사무쳐서인지 이마에 동백나무가 자라 있고 가슴께는 오동나무가 서 있었다. 한락동이는 한참을 통곡하다 서천꽃밭 꽃을 꺼내 어머니 시신에 뿌리기 시작했다. 뼈오를 꽃을 뿌리니 뼈들이 절그럭거리며 서로 맞붙었다. 살오를꽃을 뿌리니 살이 뽀얗게 피어올랐다. 피오를꽃을 뿌리니 몸에 발그레 피가 돌았다. 숨트일꽃을 뿌리니 맥박이 둥둥 뛰기 시작했다. 때죽나무 회초리로 몸을 세번 때리니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 135p

 

 

6. 

우리 신화에는 곰, 호랑이, 용, 알, 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또한 당금애기, 바리 공주, 강림도령, 감은장애기, 자청비 등 어여쁜 신화도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 신화는
몇 천년 계속된 중국의 지배 및 숭배, 일본 치하로 끊겨버린 역사 35년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스나 북유럽 신화 같은 웅대하고 체계적인 면모도 부실하고
우리 신화만이 가지는 독특함을 내세우기도 어렵다. 더우기
전해지는 전승 자체가 엄청나게 소실된 상태이다. 

'1만 8000명이나 되었다는 제주도의 신, 500여 편이 넘게 조사되어 있는 제주의 신화(우리 신화의 수수께끼, 205p)' 라는 사실만 봐도, 우리 본토의 신화가 얼마나 유실되었을까 안타깝다.   



7. 

조현설 님의 <우리 신화 수수께끼>는
우리 나라, 인근 나라, 서양까지 망라된 신화의 근접성 및 연관성을 보여준다.
또한 신화를 통하여 기원 전의 한반도 역사를 유추하는 면에서 매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 신화 자체를 알고 싶다면
신동흔 님의 <살아있는 우리 신화>를 추천한다. 열두 마당으로 나누어
한반도 신화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나온 고혜경 님의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는
아직 초반부를 읽는 도중이라 크게 소개하지 않았지만,
제주도의 설문대할망을 중심으로 창조 신화와 해석, 세계 신화와의 연계성, 집단 심리적 측면까지 고찰한다. 



설문대할망은 키가 너무 커놓으니 옷을 제대로 입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속옷 한 벌만 만들어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했다. 속옷 한 벌을 만드는데는 명주 백통이 든다. 제주 백성들이 있는 힘을 다하여 명주를 모았으나 99통 밖에 안 되었다. 그래서 속옷은 만들지 못 했고, 할망은 다리를 조금 놓아가다가 중단하여버렸다. 그 자취가 조천면 조천리, 선촌리 등의 앞바다에 있다 한다. 바다로 흘러 뻗어간 여가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 42p 

한번은 설문대할망이 수수범벅을 먹고 설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할망의 설사가 제주의 360개 오름이 되었다.  - 64p,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8.
 

요즘 코알라가 버스를 타면 (멀미를 방지하기 위하여) 쉴새없이 조잘거린다.
대부분 북유럽 신화의 신들 이야기다. 

반성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 만화책만 사 준 잘못이다.
나 자신의 뿌리를 찾지 못 해 허공에 떠있는 기분으로 몇십년을 살고서도
딸아이에게 반복하려 한다.  

(카드 결제일이 지나는) 15일 이후 
코알라를 위해 장바구니에 다음의 책들을 넣어 놓는다. 

 

 

 


(소별왕 대별왕, 바리공주, 자청비, 오늘이, 강림도령 / 한겨레 아이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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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3-0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화 공부 많이 하셨네요.
신화를 읽어야 할 이유는 자꾸 커져가는데, 그냥 책처럼 읽으면 되는게 아니라 의미와 상징을 생각해가며, 분석해가며 읽어야 한다는 선입관때문에 부담이 가서 더 읽기를 미루고 있는 것 같아요.
신동흔님의 홈페이지도 가보셨어요?

마녀고양이 2011-03-04 17:01   좋아요 0 | URL
아, 홈페이지가 있나봐요?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감사드려요.
공부라기 보다는 그냥 재미나게 읽었어요. 제가 분석을 할 능력도 없구요. ^^

언니가 해주시면, 열심히 읽을래요.. 네?

순오기 2011-03-05 08:54   좋아요 0 | URL
신동흔님은 나보다 세 살 어리지만, 나랑 같은 고향에서 등잔불 밝히고 살았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반가웠다던...^^

마녀고양이 2011-03-05 14:31   좋아요 0 | URL
어, 같은 고향이셔요?
반가우셨겠어요... 관계라는게 잼나더라구요.
저는 드라마 드림하이가 내내 일산에서 찍어서
TV 장면마다 아는 장소라, 너무 반가운거예요. 호호.

cyrus 2011-03-0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만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 위주로 자녀들에게 알려주는 부모들이 많이 있을텐데
마고님의 독서 덕분에 코알라도 한국 신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거 같아요,
그런데 코알라가 북유럽 신화도 알고 있다니,, 모전여전인데요 ^^

마녀고양이 2011-03-05 14:32   좋아요 0 | URL
저번에 살아있는 우리 신화를 읽으면서
처음 듣는 이름이 많아서 갈피를 못 잡겠더니
이번에 우리신화의 수수께끼 읽으면서는 지난 책 찾아서
저도 다시 읽고, 코알라에게도 한구절씩 읽어주었어요. ㅎㅎ

북유럽 신화 아는 아이들 많을걸요,, 교육 만화로 나와있거든요. ^^

herenow 2011-03-05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그리스 신들과 영국 요정들 사이에서 자랐다"
크아~ '마녀고양이 신화'의 시작... (두두둥~)

...그리고 수많은 ??을 물리친 마녀고양이는 팬더와 결혼하여 코알라를 낳았다. ㅋㅋ

코알라는 복 받은 아이라니까요. (어느새 별명을 편하게 사용중인 무례한 서재 이웃 ^^;)
신화는 무의식의 원형이라지만, 우리 민족의 신화는 말씀 그대로 너무 소실되고 하찮게 여겨져서 다 큰 어른들도 처음 듣는 생소한 내용이 많으니... 미국에서 '한국학' 배워온 서양 사람들이 한국 문화며 민속에 대해 더 잘 아는 경우도 보았으니까요.

<신과 함께> 읽을 때 마녀고양이님 추천 받고 알라딘 중고책에서 <살아있는 우리 신화> 찜해 놓았는데, 주말에 사려고 방금 확인해보니 어느새 팔리고 없네요. ㅠ.ㅠ

거기다 라퓨타... 왜 이리 반갑습니까. 엔딩곡이 귓가에 아른거려 댓글에 막 링크하려다
우리 신화를 이야기하는 이 페이퍼 분위기랑 달라서 추천만 꾹 누르고 갑니다. ^ ^;

마녀고양이 2011-03-05 14:35   좋아요 0 | URL
저여, 요즘 제 아이디로 고민 많잖아요.
마녀고양이라는 이름이 몇년간 꼭 맘에 들었는데,
요즘은 좀 더 토종 냄새 나는 것으로 바꾸고 싶은 맘이...
그런데 호칭이란게 그리 함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구. ^^

제 생각에도 나라 밖에 있는 분들이 나라 안에 있는 분들보다
크게 우리 민족에 대해서 보고 알게 되는가봐요...
그만큼 소실되고 연구도 안 되어 있는 듯 하여 안타깝지요.

라퓨타 좋아하세요? 저는여, 그 엔딩 곡만 들으면 눈물부터 나거든요.
넘넘 반가와요........
(저두 노래 올리려고 했는데 어울리는 곡을 못 찾겠더군요.
그런 점도 좀 속상했다눈...)

세실 2011-03-0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 설문대 할망 설화 재미있죠.
요즘 아이들은 그리스로마신화로 인해 서양 신화는 꽤고 있는데, 님도 역시 신세대시군요. (자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구요^*^)
지금부터 우리 신화 알아가면 훌륭한거죠~~
가끔 드는 생각인데 님은 참 애국자십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5 14:36   좋아요 0 | URL
언니는 알고 계셨군요.... 설문대할망.
저는 잘 몰랐어요. 이번 책에서 처음 접했거든요. ㅠㅠ
넵, 지금부터 읽어보면 되져, 감사 쪽!

그리구여, 애국자가 아니구... 진짜루 요즘 불편해여, 남의 것에 찌드는 제가.

순오기 2011-03-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우리 것을 잘 모르고 컷다는 사실엔 공교욱의 잘못도 있지요.
우린 것은 다 낮고 안 좋은 것으로 교육했으니...참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죠.
그렇게 길들여져 사회에 나오고 부모가 되고...우리 다같이 반성해야지요.ㅜㅜ
그래도 의식 있는 출판인들이 우리 것을 알게 하려고 애쓰는 걸 보면 고맙지요.

마녀고양이 2011-03-05 14:39   좋아요 0 | URL
저는 진짜 공교육에 분개하는게요...
살아가면서 중요한게 수학, 영어, 과학인건지 어이가 없어요.
정말 중요한 것은 사회, 국사, 철학이 아닐까요.
그리고 기들이기에 사용되는 윤리(도덕) 과목도 마찬가지구요. ㅠㅠ

책들이 다 한겨레 출판사 거잖아요. 전, 너무 감사해요~

잘잘라 2011-03-0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신화도 반갑고, 신간이 아니라서 더 반갑고 그래요^^
원천강과 서천꽃밭, 어딘가 있을것만 같아서, 찾아 나서고 싶구요. 불끈~ ^^

마녀고양이 2011-03-05 14:40   좋아요 0 | URL
저는 신간 원래 빨리 못 읽어요.. ㅎㅎ
구매도 느리고, 읽는건 더 느려요.. 다른 책에 치여서.
거기다 그때마다 관심있는 분야에 손이 가서. ㅠㅠ

저는 서천꽃밭은 정말 가보고 싶더라구요... 이상향같죠?

양철나무꾼 2011-03-0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릴적 잠자리에서 할머니에게 듣던 옛날 얘기들이 떠올라요.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처럼,
지금의 제 감수성의 근간에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날 얘기들이 자리해요.


"나는 그리스 신들과 영국 요정들 사이에서 자랐다."
님, 쫌 멋진 듯~
나 신화의 여주인공이랑 친구인거임?ㅋ,ㅋ,ㅋ~.

마녀고양이 2011-03-05 14:42   좋아요 0 | URL
오오, 옛날 얘기해주실 할머니와 함께 사셨군요?
울 친할머니두 정말 이야기 잘 하셨는데, 서울, 대구 따로 사셔서. ^^
우리 할머니 세대만 해도 이야기하시는 재능을 타고 나셨을까요?
제가 할머니 되면 못 할거 같은데.

아하하, 그럼 난 잊혀진 신화의 주인공? 으아.. 멋진걸.

아이리시스 2011-03-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니~~~~~~~~~~~임. 메리 주말!^^
영국 요정은 뭐예요? 저는 어린시절 소공녀와 마리 앙투와네트의 비극이 젤 떠올라요.

이거 보니까 우리 것에 대해 굉장히 모르고 있구나, 우리 것도 재밌는데!!
단군신화는 그거 좋아요, 태왕사신기, 큭큭큭. 배용준이 환웅으로 변장한 첫 회.
저는 우리 게 지루하고 고루하다 싶을 때 그 장면을 떠올리곤 했어요, 심지어 구석기 시대 유물을 외워야 할 때도. 그러니까 지루하고 관심없는 곳으로 끌어줄 누군가가 있기만 하면 어떤 것도 재밌어지는 거예요. 마고님 페이퍼처럼.^^

마녀고양이 2011-03-05 14:44   좋아요 0 | URL
레프리콘이나, 앨리스에 나오는 독 이야기, 네잎클로버와 난장이들 머 이런거요!

그져, 우리 신화가 굉장히 생소하더라구요...
단군 신화는여, 머랄까 유교적이거나 중국 숭배가 강한(?) 냄새가 나요.
그래서 저는 대별왕, 소별왕이 제일 좋아요.
미륵님의 창세가도 좋지만, 거기서는 불교 냄새가 나거든요. ㅎㅎ

근데 나 태왕사신기 못 봤어요. 회사 다닐 때 했거든요. 아까와라.

노이에자이트 2011-03-05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성서 속의 이야기에서 전혀 웅대함이나 아름다움을 못찾겠더라구요.잔인하고 엽기적이라는 느낌이었지요.근친상간에 살인 복수 등등...무슨 신이 이래? 하는 느낌.그게 더 인간적이기도 하지만요.그래도 가장 부러운 건 유럽인들은 그리스 로마신화라는 공통의 정신문명이 있다는 겁니다.아시아는 그게 없죠.신화도 나라마다 국수주의 잣대로 해석하고...

마녀고양이 2011-03-05 20:04   좋아요 0 | URL
하긴 그래요..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 자체보다는
서양 사람들의 해석과 예술화 시키는 면들이 더 부럽죠.

아시아는 그게 없나요? 신화학을 조금 더 깊이있게 보고 싶은 맘이 들어요.
항상 그렇듯이...... 욕심만 잔뜩 나네요!
노이에님, 즐거운 일요일 되셔염.

노이에자이트 2011-03-05 20:23   좋아요 0 | URL
마녀 고양이 님도 즐거운 휴일 보내십시오.

Mephistopheles 2011-03-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괘 오래전에 관람했던 고구려 고분벽화에 새겨진 '삼족오' 만큼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마녀고양이 2011-03-07 09:24   좋아요 0 | URL
저도 발 세개인 까마귀 그림 좋아합니다.
독특하고 이뻐서요. ^^

감은빛 2011-03-1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신화에 대한 추천도서!
좋아요! 꼭 찾아서 읽어볼거예요. ^^

마녀고양이 2011-03-12 13:51   좋아요 0 | URL
넵, 감사드려요!
 
블랙 스완 - Black Sw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0. 

혼자 영화 보러 간 것을 다행이라 여긴다.... 

피날레의
휘몰아치듯 턴 하는 강렬한 흑조를 보는 순간 부터
순백이기에 슬플 수 밖에 없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해낸 백조를 볼 때까지
나는 내내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중앙 칸에 앉았던 사람들이
생생한 폭력적 묘사에 너무 잔인하다고 또는 적나라한 성적 묘사에 너무 당혹스럽다고
중얼거리며 일어날 때도, 나는 맨 손등으로 넘쳐나는 눈물을 쓱쓱 닦고 있었다.  

누구와 함께 본 영화라면, 꽤나 무안했으리라.  

 

 

(블랙 스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나탈리 포트만 주연)

 

1. 

내면에 백조만을 가진 이의 아름다움은
텅비고 미완성의 백치미와 같다. 순진하기는 하지만, 진실되지 않다.
그것은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그것은 어린 아이와 같은 환상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보여주는
니나의 방 안에 있는 폭신한 인형들, 항상 곁에 있는 엄마, 하얀 레오타드처럼.  

프리마돈나인 베스의 대기실에 슬쩍 들어가 의자에 앉아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나 역시 꿈꾸었던,
성공한 이들에 대한 순수한 동경을 보는 듯 하여 눈물이 핑 돈다.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줄 알았던 그 시절.



 

 

2. 

그녀는 날아 오르고 싶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다.
날개가 돋아야 할 니나의 어깨죽지는 항상 가렵고 상채기로 얼룩져 있으며,
딸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엄마는 등을 긁지 못 하도록 강제로 손톱을 깍아버린다.  

초반부의 흔들리는 영상, 약간 몽롱한 카메라 포커스에서 그녀의 내면이 그대로 보인다.
나도 함께 흔들거린다.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흑조를 가지고 있다.
회피하고 외면하려 해도, 일생에 한번은 흑조를 직면해야 한다. 

안전한 알 껍질을 깨고 나와
일그러지고 추악한 외부 세상을 마주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고 충격을 겪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 세상이다. 제대로 독립하고 무엇인가 자신으로서 성취하기 위해서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과정이다.    

 



 

3. 

감독은 니나의 일탈된 성적 충동, 피학적 장면, 잔혹한 환상을 통해서
혹독하고도 단단한 알 껍질 두께를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발레 '백조의 호수'와 함께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진다. 

뼛속 깊이 흑조를 인식하고 수용할 때
제대로 백조가 되어 다음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다. 종종 그렇듯이
내재된 흑조를 외면하고 무시할 때, 결국 우리는 알 속에서 도태되고 스러질 수 밖에 없다. 

나는 하얀 색은 너무나 쉽게 더렵혀질 수 있기에, 슬픔의 색이라 생각한다.
검은 색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한다면, 어떤 하얀 색이 진정한 하얀 색인지 알 수 있을까.
하얀 색을 하얀 색으로 지킬 수 있을 때, 모든 것은 완성될 수 있다. 

그래서
니나가 마력적인 흑조에 이어서 진정한 순백의 백조를 춤출 때
펑펑 울 수 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니까. 너무나 빛나는 세계니까.   

 



 

4. 

블랙 스완을 보면서,
나탈리 포트만에게 매료되었다. 

영화 내의 발레 장면을 대역없이 해냈고, 이를 위해
10개월간 다섯 시간씩 발레 연습을 했다 한다.
그녀의 춤은, 연기로 다져진 그녀의 감성과 함께 황홀하기 그지 없다. 

원래 좋아하는 여배우다. 레옹의 마틸다 역으로부터
스타워즈 1,2,3, 천일의 스캔들, 브이 포 벤데타,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까지 항상 좋았다. 

그러나
영화마다 완벽하게 변신하는 그녀와 가장 어울리는 역할은 클로저앨리스가 아니었을까. 
모든 것을 내주지만, 실은 모든 것을 고히 간직하는.
아낌없이 최선을 다 하지만,
여기까지 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서슴없이 다른 세상 문을 열고 나가버릴 수 있는. 

 

5.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테지만
나는 오랜만에 무아지경에 빠져 집까지 오게 만드는 영화를 만났다. 

깨진 거울 한조각을 피와 함께 움켜쥐고 잔혹한 춤을 추는 흑조의 광기가 없다면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으랴. 회화든, 음악이든, 춤이든, 과학이든, 역사든, IT든,
특정 분야의 천재성이란 사람을 미치도록 만드는 흑조의 날개짓이 아닐른지.

어떤 이는 흑조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어떤 이는 흑조에게 잡아 먹히고,
어떤 이는 흑조를 보자마자 도망간다.

나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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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1-03-0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서 보는 리뷰에 의하면, 아주 강렬하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영화인가봐요.
전 극장에서 예고편만 봤는데...마지막 흑조의 모습으로 화면을 향해 달려오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섬뜩했어요.

마녀고양이 2011-03-02 17:05   좋아요 0 | URL
진짜 강렬하고 눈을 뗄 수 없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구역질이 나도록 싫다고도 하더군요.
머랄까, 사람을 너무 자극하는데다,
건들고 싶지 않은 구석을 자꾸 찔러요, 영화가.

아이리시스 2011-03-0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레가 후천적으로도 되는 예술이군요, 멋지다, 나탈리 포트만. 여기 벵상 카셀은 무슨 역할로 나오는데요? 혼자 보는 <블랙스완>이라니, 마고님도 멋지긴 마찬가지예요. 울었어요, 에잇. 카리스마에 어울리지 않아요, 아하하하하. 그냥 우아한 예술영화인 줄 알았다가 스릴러인 걸 보고 놀랐잖아요. 추천!^^

마녀고양이 2011-03-02 18:45   좋아요 0 | URL
어, 이거 스릴러 아니예요, 아이리시스님.
예술 영화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아니면 자아 찾기, 또는 성장 영화.
다만 섬뜩해요, 장면 장면이.

벵상 카셀은 발레단의 리더지요. 상당히 카리스마 있어요. 그런데
충격적인건, 베스라는 조역인데.. 나중에 보니 위노나 라이더 더군요.
진짜 놀랐어요, 못 알아 봤거든요. 나이 앞에서 장사 없는건가요, 71년생인데.

아이리시스 2011-03-03 14:16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스릴러가 아니라는 건 알아요.^^
위노나 라이더가 나오는군요, 못알아볼 정도라면 배우가 자기관리를 안해서인거죠, 예쁜데 볼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좋은 의미로가 아니라.

저는 이번에 아카데미 대상받은 영화에도 관심 있어요. 제목이 뭐더라~

마녀고양이 2011-03-03 14:59   좋아요 0 | URL
그거 아직 개봉하지 않았잖아요...
킹스 머던데,, 머더라~ 아하하.

울보 2011-03-02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 이 영화보고 여배우참 대단하다라고 하던데,,정말 발레리나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이 영화에 대해 아이에게 열심히 설명하던데,,,

마녀고양이 2011-03-02 21:32   좋아요 0 | URL
진짜 대단해요. 나탈리 포트만이 그리 이쁘다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이 영화에서는 빛나더라구요...

잘잘라 2011-03-02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 스완, 챙겨봐야겠군요.
나탈리 포트만, 목이 아름다워요. 길구요.
목이 긴데 하나도 슬프지는 않고,
어떤 의지가 느껴지는듯..

영화는 기다렸다가 이런 느낌 희미해졌을때 볼래요. ^^;

마녀고양이 2011-03-02 21:33   좋아요 0 | URL
미학을 즐기시니, 아마 이 영화의 섬뜩하지만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실 듯.
나탈리 포트만... 많이 슬퍼보여여, 이 영화에서는.
물론 의지도 느껴지지요.

영화관에서 보시면 좋겠어요~ ^^

blanca 2011-03-02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 리뷰 읽으니 완전 기대되어요. 무서워도 참아 볼래요. 이 정도로 매혹적인 영화라면. 저도 나탈리 포트만이 좋아요. 예전에 그 어린 것이(지금은 안 어리지만^^;;) 채식주의자라고 동물들의 고통에 대해서 인터뷰한 기사를 보고 참 놀랐었거든요. 임신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요즘 모습도 참 보기 좋구요. 다음 주에는 이 영화를 볼 수 있기를^^

마녀고양이 2011-03-02 21:34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잔인한 거랑 무서운 거 못 보지 않아요?
영화는 너무 매혹적이었는데.....
아하, 나탈리 포트만이 지금 임신 중이예요? 몰랐어요...
찾아봐야지, 참 단단하고 멋진 여자예요, 그죠?

2011-03-02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1-03-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읽지도 않고 주르륵 내려버렸어요. 오늘 보겠어요~!!!!
보고나서 이 글을 읽겠어요.

마녀고양이 2011-03-03 11:32   좋아요 0 | URL
따라님, 잔혹한 영화 잘 봐여?
영 못 보게 생겼던데.. 하기사 간호사니까~

저절로 2011-03-03 12:09   좋아요 0 | URL
하기사 간호사니까?

차라리 팔다리 뎅강뎅강 잘리는 거 보는게 낫지
어줍잖게 손톱밑 살갖 벗겨지고 비실비실 피 새는 거,
그거 못 봐요..한마디로 <우리도 무서버~!!>

마녀고양이 2011-03-03 12: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런.
저번에 에파타님의 40자평 보고도 이런 실수를?
용서해주세요, 에파타님, 따라님~~~

제 특기인 뽀뽀 날립니다, 쪼옥~ 쪽~ 쪽~ 쪽~ 부비부비.

따라쟁이 2011-03-03 12:15   좋아요 0 | URL
팔다리 잘려나가는것도, 손톱및 살갗벗겨지는것도.. 사양이에요.
완전 무서워요. ㅠㅠ

대신 해부학 슬라이더 이백장 정도 보고도 내장탕은 먹을 수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1-03-03 14:59   좋아요 0 | URL
흐미,,,,,, 내장탕. ㅠㅠ
그럼 영화 보고도 충분히 가능할 듯.
하기사 나두 선지국 빼곤 자~알 먹으니까요. 흐흐.

herenow 2011-03-0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운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는... ^ ^; )
훈데르트바서전도 가보고 싶고, 블랙스완도 보고 싶고~
날씨는 쌀쌀해도 봄 기운은 살랑살랑~~

마녀고양이 2011-03-03 15:00   좋아요 0 | URL
보고 싶다고만 하시다가, 기회 다 놓치시겠어요.
3월인데..... 봄 이죠 봄.
저희 집 베란다의 선인장에서 꽃대가 올라왔거든요. 봄 맞죠?

순오기 2011-03-0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이거 보고 왔어요~ 보면서 심리학 공부하는 마고님이 보면 다른 평이 나오겠다 생각했어요. 나탈리 포트만...대단해요!!
강수진 발 사진을 봤기 때문에 그녀의 발이 너무 고와서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생각도 하고...^^

마녀고양이 2011-03-03 16:24   좋아요 0 | URL
오기 언니, 영화 괜찮지 않나요?
머랄까, 잔혹한 동화 같달까... 매력있는 영화였어요.
아, 진짜 발레리나 발은 형편없이 굳은 살 투성이겠죠.
그럴거 같아요. 발레 보러 가고 시퍼요, 한번도 못 봤어요. ㅠ

양철나무꾼 2011-03-04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여러분들 서재에서 봤는데 완전 무서울 것 같아요.
난 무서운 영화 보면 가위 눌리는데~ㅠ.ㅠ
무서운 책은 잘 보는 데, 영상적 각인은 오래가요~
상상력이 풍부한건가, 부족한건가?
암튼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서 침만 발라논 영화가 적어도 세편이에요~^^

마녀고양이 2011-03-04 08:32   좋아요 0 | URL
이 영화를 무섭다고 해야 하나...?
매혹적이고 잔혹한 한편의 동화 같아요, 진짜.
그리고 잔인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간다면
아마 볼만할 거예요. 놓치기는 좀 아까운 듯.

그 침 발라놓은 영화들, 꼭 보세요~ ^^
나두 서너개 되는뎅. 아하하.

oren 2011-03-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 나탈리 포트만에 대한 (임신한 모습의 사진이 실린) 기사만 듬성듬성 읽었는데, 마고님의 훌륭한 영화평을 접하고 나니 '영화'로도 꼭 만나보고 싶어지는군요. 리뷰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 달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 영화를 꼭 보라는 문자를 누구한테서 받았다면서 영화예약하라는 분부(?)를 받고, 일산CGV로 곧바로 예약 완료~)

마녀고양이 2011-03-04 17:03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어머 이심전심이셨네요. 그럼 오늘 저녁에 보시는건가요?

제가 아는 분도 보시고 나서 참 괜찮다고 하셨어요.
즐거운 관람과, 맛난 저녁 시간 되셔요.

oren 2011-03-05 16:24   좋아요 0 | URL
어젯밤 영화 보고 나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더군요.
오늘 다시 마고님의 리뷰를 읽어 보니, 아무나 쉽게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하고도 훌륭한 리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특히 주인공인 '니나'에 대한 '내밀한 심리 묘사' 부분이 아주 뛰어난 것 같아요.
다시 한번 님의 리뷰를 추천합니다.ㅎㅎ

마녀고양이 2011-03-05 20:03   좋아요 0 | URL
어머, 오렌님의 칭찬을 듣고 나니
모든 일에 자신감과 함께 힘이 나는데요!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랑 똑같이 정신을 못 차리셨다니, 너무 기뻐요... ^^

2011-03-0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탈리 포트만에 대한 설명 표현이 맘에 듭니다.
"모든 것을 내주지만, 실은 모든 것을 고히 간직하는. / 아낌없이 최선을 다 하지만, / 여기까지 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서슴없이 다른 세상 문을 열고 나가버릴 수 있는."
그리고 이 영화에서 나탈리는 정말 예뻤어요. (오늘 저녁에 봤어요.)

마녀고양이 2011-03-05 14:29   좋아요 0 | URL
아, 보셨어요?
나탈리 포트만 너무 멋지죠! 그 영화는 정말
나탈리 포트만을 위한 영화 같아요. 거기서 사랑까지 얻고
곧 아이도 낳을 예정이라니... 참 기쁘답니다.
 

1. 시작은 일차적 본능, 즉 먹기 욕구였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베르사이유 특별전" 티켓 4매를 친구가 주었다.
우리집에서 전시회를 보러 가기 위해서는
집(마을 버스) - 대화역(지하철) - 남부터미널 이라는 긴 여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고픈 마음을 억제하고 있었는데, 공짜표라니......... 반드시 가야하고 말고. 

이렇게 긴 여행에 맛난 음식은 당연히 동반해야 할 평생의 친구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눈독 들인 "요요마의 키친"을 들린다. 
밖에서 언뜻 보면 악기점 같지만, 유명한 수제 햄버거 집이다.
말이 필요없다.... 보시라, 마녀고양이와 코알라가 얼마나 행복했을지.  

(코알라 핸펀으로 찍은 사진, 다소 흐릿해요. 머시룸 수제 버거 8,000원)

 

2. 예쁜 전시회네, 좋아..  

부지런히 걸어서 예술의 전당에 도착한다.
"베르사이유 특별전"은 화사함과 우아함, 부의 극치를 보여주는 초상화들의 집합소였다. 

하얗고 포동하고 발그레한 얼굴들이
부유하고 당당해 보인다. 섬세하게 표현된 레이스나 꽃무늬, 곱슬거리는 가발 머리, 왕관..
동화에서 듣던 왕과 왕비, 왕자, 공주들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루이 14세부터 루이 16세까지 이어지는 피의 흐름,
오스트리아나 폴란드, 스페인 등의 왕족과 이루어지는 혼인. 

전시회는 묵직한 금빛과 화려한 분홍색, 그리고 피 같은 붉은색으로 나풀거린다.
그리고 그것은 루이 16세에 일어난 민중 봉기의 단두대로 막을 내린다.
아름답고 기품 있고 당당해 보이지만
실은 무능력하고 사치스러웠던 특권층들의 말로를 상상하자니,
부드러운 미소나 힘찬 눈매로 아름다왔던 초상화들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슬퍼 보인다. 

추신.
어린이 도슨트의 설명이 재미있다, 미리 시간 맞추어 가면 좋을 듯. 

추신2.
코알라가 자신도 쌍카풀 수술하고 저 시대에 태어났으면 포동한 미인이었을거라고 한탄을..

 

3. 일시에 영혼을 빼앗겨버린...  

먼 거리의 예술의 전당에 오니,
무리해서라도 "훈데르트바서 한국전"을 봐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탄다.
이미 전시회 하나를 본지라, 다리가 무척 아프지만.  

어두운 통로를 지나 벽에 걸린 거대한 벽걸이 작품을 보자마자
영롱한 색채와 몽롱한 구성에 나는 멍해지고 만다. 꿈처럼 흘러 넘치는 이미지이다. 

 

 

먼저 들어온 것은 생명력 넘치는 색채감이었다.
살아나는 지구, 무한한 에너지처럼 느껴지는, 초록과 빨강과 노랑과 파랑의 역동적인 빛의 파장.
주관적으로 느낄 수 있을 뿐 결코 만질 수도 도달할 수도 없는 빛의 환상 앞에서
영혼 깊이 흔들림을 느낀다, 가슴 속 무언가가 둥둥 공명을 울린다.

그리고 제목을 본다.
<나무 세입자들은 잠들지 않는다> <떠있는 창문> <서방 세계> <똥냄새>..
아, 훈데르트바서의 가장 소중한 욕망은 자연과의 끊임없는 조화, 일상의 실존 속에서 매 순간 행동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원칙과 완전한 합치라는 도록의 글에 고개를 끄덕인다.  


(달빛 속의 훈데르트바서하우스 그림) 


그가 그린 그림을 실제 건축으로 적용시킨 작품 및 사진, 축소된 공작물이 인상깊었다.
위의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역시 아래의 아파트로 구현되었다.  

 (실제 구현한 아파트 사진)

 

빈에 있는 지역 난방 발전소를 도시의 명소로 바꾸어놓은 작업이 있다.
그는 도시 오염을 상징하는 쓰레기 소각장이나 발전소의 외형을 자연 친화적, 상징적으로
변경하면서 실제 유독가스 정화가 같이 진행되기 바랐고,
현재 슈피텔라우 발전소가 방출하는 다이옥신의 양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칙칙한 회색으로 온 땅덩이를 휘감는 우리나라와 얼마나 다른지.


(슈피텔라우 발전소 돔 사진) 

 

회화, 건축 뿐 아니라 시계 및 우표 디자인도 했었던 훈데르트바서의 말을 들어보자. 


"우표는 그 운명을 경험해야만 한다... 진정한 우표는 보내는 사람이 뒷면에 풀을 핥을 때 그 혀를 느껴야 한다... 우표는 우체통 안의 어둠을 경험해야 한다. 우표는 그 위에 찍히는 소인을 견뎌야만 한다. 우표는 편지를 받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우체부의 손길을 느껴야만 한다. 아직 보내지 않은 편지에 붙어있는 우표는 진정한 우표가 아니다. 정말로 삶을 산 우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중한 예술 작품이 멀리서 온 선물처럼 모든 이에게 다가간다. 우표는 문화, 아름다움, 인간의 창조성을 증언해야만 한다."  - 훈데르트바서(2010 서울) 소도록, 70번, 마로니에 북스 

  

 (디자인한 우표)

 

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코알라와 함께 구매한 소도록을 들쳐 보다가 나체 시위 정면 사진이 그대로 실려 있어서 무척 당황했다. 그는 보헤미안처럼 느껴진다.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의 1981년 "잘못된 예술" 이라는 연설을 통해, 논란의 최고조에 휩싸인다. 


현대 미술은 실존적인 형식주의 수준에서 삶에 점점 접근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영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 현대 미술은 지속적인 시각적 공격을 통하여 그 추함을 드러낸다. 추함에 의한 시각 공해는 영혼을 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 그렇기에 아름다움의 존재적 조건에 대한 공격 시도는 그를 격분하게 했다. 그는 염세적이고 파괴적인 전위주의 예술가들이 생태주의라고 하는 패셔너블한 새 주제에 의도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크게 분노하였다.  - 훈데르트바서(2010 서울) 소도록, 83번, 마로니에 북스

   

나는 이에 강력하게 동감한다.
그의 작품 세계를 동경하게 된 이유는,
추함과 파괴를 아름다움과 희망으로 보여준다는 점 이기에. 물론
염세적이거나 파괴적인 관점으로 추함을 그대로 들여다보고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란 환한 하늘을 바라보아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둠에서 헤매기 시작한다면, 한도 끝도 없는 미로 속에 갇힐 뿐이다. 

(The Big Way) 

훈데르트바서의 미로(나선)는 
한치 앞도 알 수 없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절망감과 함께 처음과 끝을 보여준다.


"이 그림을 그릴 때 전통적 아이들 놀이인 나선 놀이를 생각했다. 바깥 나선에서 뛰기 시작해 중심 나선까지 한발로 실수 없이 뛰어가면 이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틀리면 다시 시작 해야 한다. 이 게임처럼 빠르게 나아가고, 다시 돌아 가야 하는 인생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이 그림은 담고 있다."  - 훈데르트바서, http://cafe.daum.net/amorecuador 참조 

 

 
(행복한 망자의 정원 그림) 



"이 가든은 나선 움직임이 특징적이며, 이것들은 중심축 향해 돌아간다. 이것은 죽음의 가든이다. 공동묘지인 것이다. 많은 나선들은 무덤이거나 묘비라 할 수 있다. 그것들이 우리를 죽음으로 끄는가? 땅에 있는 창문에서 그들은 우리를 올려다 보고 있다.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 이 가든에는 입구가 없다. 위 또는 아래도 담장으로 닫혀져 있다."
- http://cafe.daum.net/amorecuador 참조
 

 
 

(제일 마음에 들었던 달스랜드 운하, 테피스트리 작품, 1984)
 

추신.
베르사이유 특별전을 보고 이미 지쳐있던 우리는
찬찬히 훈데르트바서 한국전을 볼만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전시회에는 의자 하나 없는지! 거기다 설명 문구의 글자는 왜 그리 작은지!  

결국 피곤에 절은 우리는, 성에 찰만큼 즐길 수 없었다, 지금도 내내 마음에 남아 아쉽다. 

추신2. 

 (구매한 책갈피, 개당 3000원)

 


4.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집으로 돌아오니 스트로폴 택배 박스가 놓여있다. 

지난번 감은빛님 서재에서 보자마자 냉큼 신청한 '언니네 텃밭' 제철 꾸러미이다.
한달에 10만원을 입금하면 내가 속한 농촌 공동체에서 일주일에 한번 꾸러미를 보내주는데,
처음으로 받는 꾸러미이다. 아아, 내용물을 푸는 느낌이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느낌이랄까.   

 



 

여러가지 식재료와 함께,
A4 용지 크기의 종이 한 장이 나온다. 


"횡성 텃밭 두부와 순두부, 당무골 토종 닭알, 나생이 배추 겉절이, 매실 무말랭이 무침, 동치미, 상추와 쑷갓, 느타리 버섯 조금, 강냉이 뻥.. 이렇게 준비했어요. 

겨우내 저장을 잘 해두었던 나생이 배추를 겉절이 해 보았어요. 새 김치가 슬슬 생각날 시기이지요?
박영심 매실청 담갔던 걸 건져서 무말랭이와 고추잎 나물을 함께 무치셨네요.
저번에 보내드렸던 동치미를 다시 헐어서 생수만 타서 가미하지 않고 그대로 보냅니다. 조금 짜거든 생수를 타서 얼음 동동 띄워드시면 더욱 아삭거립니다. 국물에 국수 말아드셔도 시원하구요.
오랜만에 쌈싸드리사고 상추와 쑥갓을 농협을 통해 구해왔어요.
쫀득거리는 느타리 신품종이예요. 마을에 느타리 재배하시는 분께 부탁했지요.
여름에 따서 모아둔 강냉이를 모아서 뻥을 했어요." 

 

두부에 살짝 양념만 뿌려 먹는데 너무 맛있다.
어묵국도 함께 넣은 싱싱한 무우 덕분에 국물 맛이 시원하다.
현재 내내 강냉이를 아작거리는 중이다. 

다음주에 또 온단 말이지. 아 좋아. 

언니네 텃밭 사이트 : http://we-tutbat.org 

 

5.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하늘을 동동... 

한번 빼앗긴 마음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질릴 때까지 충분하게 즐기지 못 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집에 오자마자 훈데르트바서의 도록을 샅샅히 읽는다.
그리고도 갈증 해소가 되지 않아, 30,000원짜리 큰 도록을 주문해야겠다고 결심하는데
훈데르트바서 평일 성인 입장권 한장을 함께 준단다............... 와. 

그리고 지난번 본 샤갈 전도 아쉽다. 이것도 책으로 사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마르크 샤갈, 빈센트 반 고흐, 살바도르 달리, 안토니 가우디, 에드바르드 뭉크, 파울 클레,
히에로니무스 보스까지 평소 알고 싶었던 마로니에 북스의 책을 홀랑 주문해 버렸다.  

M.C.에셔의 책(다빈치 출판)도 갖고 싶으나 품절 상태라 내침김에 재입고 예약 신청도 한다.  



 

 


3월 3일에 책이 도착하면,
다음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늦어도 월요일에 다시 한번 남부터미널로 날아가야겠다,
이번에는 혼자서.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애정이 바닥날 때까지 흠뻑 보고 오리라. 

나는 정말이지, 이럴 때 보면 꽤나 정열적인 여자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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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까스로
    from 제발 제발 2011-02-25 21:59 
    훈데르트바서 한국 전시회http://www.hundertwasserkorea.kr/시작할 때는, 전시 기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렇게..예정대로라면 진작에 공사 끝났을텐데, 그랬으면 홀가분하게 전시회 가 볼텐데! 에잇...ㅜㅜ잊고 있었는데 마침 마녀고양이님이 염장 페이퍼로 친절하게 알람을 울려주시는구먼요!ㅋㅋ공사 늦어져서 주말마다 현장 나갑니다. 이번주에 우리 이뿐 조카 생일이기두 해서 어떻게든 서울 가려고 했는데.. 꽝 됐습니다.진행 상황을
 
 
아이리시스 2011-02-2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마고님은 정열적인 여자예요, 하하하하하하.
베르사유전엔 뭐가 있었어요? 저 베르사유궁전 갔을 때 거기에도 볼 게 없던데 어릴 때 꿈꿨던 것과 달리 실망이었어요, 레이스달린 오래된 침대, 샹들리에 이런 거나 잔뜩있지 뭐예요.
그림의 떡처럼.

훈데르트바서는 몰랐던 사람인데(이름만 들어본듯) 아파트그림 좋아요. 아파트가 별처럼 쏟아질 것 같은 느낌만 빼구요. 혼자 미술관에 가실 거예요? 제가 가까이 살고 삶이 좀 안정되면 우리 같이 다녀요, 꼬옥!

마녀고양이 2011-02-25 15:26   좋아요 0 | URL
거기는 그래도 침대라도 있었군요? 여기는 초상화만 잔뜩...
저는 옷이랑 보석, 그릇, 장식 소품도 조금 기대했는뎅. ㅠㅠ

훈데르트바서는 저도 첨이예요. 제가 공대 출신인지라 마니~ 무식하거든요.
아이리시스님 대체 어디 사시는데요? 언제쯤 될라나? 원래
미술관이나 영화관을 혼자 잘 다녀요. 특히 느낌 팍 오는 녀석들은 특히.
그러나 아이리시스님과 다녀도 무척 즐거울거 같아요!

따라쟁이 2011-02-2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언니네 텃밭은. 좋군요. 편지 한장에 더 따뜻해 지는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우리집 텃밭>을 이용하죠. 우리 어머님이 열심히 가꾸신 ㅎㅎㅎㅎ

미술관에 다녀오셨다가 마음을 빼앗기셨다면.. 제 경우는 생각보다 여운이 길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2-26 11:11   좋아요 0 | URL
언니네 텃밭 강추하고 싶지만
따라님네는 자체 수급 가능하니 패스......... ^^

미술관에 마음을 뺏긴 것이 사람한테 마음 뺏긴 것보다 훨 나아요.
훨씬 행복하고 자긍심도 살려주고 마음도 아프지 않구~

Mephistopheles 2011-02-2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이렇게 기복이 심한 페이퍼는 참 보기 드뭅니다..
식탑으로 시작했다...예술혼으로 화르륵 올라갔다. 다시 식자재로 회귀했다가..다시 한번 화르륵....

마녀고양이 2011-02-26 11:12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제가 원래 롤러코스터 파 잖아요.
그러시는 메피님은 댓글과 페이퍼의 뉘앙스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 아세요? ㅋ

herenow 2011-02-2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고양이님은 행복한 여인!
일산에서도 보러 오시는데 (공짜표의 위력? ㅋㅋ)
마을버스 타도 갈 수 있는 저곳을 끝나기 전엔 가보리라 다짐하며... ㅠ.ㅠ

마녀고양이 2011-02-26 11:13   좋아요 0 | URL
넹넹, 공짜표의 위력이었는데,
거기서 (돈내고 본) 훈데트르바서에게 홀랑 갔으니 행운의 표이기도 해요.
그 근처시군요? 아유, 그럼 꼭 보러 가셔요.... 강추.
앞으로 보름 남았어요..

잘잘라 2011-02-25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렴요, 정열적인 마녀고양이님~^^

훈데르트바서!! 제가 보기엔 건축가(또는 화가)라는 타이틀은 당치 않아요. 그는 마술사예요. 스케일 엄청 큰 마술사~~~~ ^^

마녀고양이 2011-02-26 11:13   좋아요 0 | URL
마저여, 마저........ 마술사예요.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1-02-25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 페이퍼는 정말 열정 그 자체인걸요.
삶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뚝뚝 묻어나요.
저도 예술의 전당...가야겠어요. 저도 시간이 꽤 남았을거라 생각하고
지난번 서울 여행때도 미뤘었는데 말예요.
도록도 사셨군요...아...저도 혼자 가야하는데!!!! 과연 가능할라나!!!! ㅎㅎ

마녀고양이 2011-02-26 11:14   좋아요 0 | URL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음, 언제 가시려구요? 시간을 둘이 맞추기가 쉽지 않겠죠? ㅠㅠ

cyrus 2011-02-2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정열적인 여자. '정여' 마고님 ^^
마고님 전시회 후기 보면서 3월달 내에 샤갈 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고님 특유의 정열이 묻어나있는 글을 읽고나니
조금이나마 뭔가 기분이 UP된 힘을 얻는거 같아요.
앞으로도 정열적인 글과 사진들 그리고 기분이 좋게 만드는 음악들
자주 올려주세요.^^

마녀고양이 2011-02-26 11:15   좋아요 0 | URL
3월달 내 샤갈전? 으으, 샤갈전은 3월 6일이면 마감이랍니다.
그리고 좀 멀더라도 훈데르트바서 전도 강추하고파요.
이번에는 버스 타지 그래요? 남부터미널 역은 고속터미널 역 근처인데..
훈데르트바서 전은 3월 16일까지 해염~

순오기 2011-02-27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부럽고 탐나는 일 뿐이군요~~~~~ 지방댁의 비애!ㅜㅜ
내가 오랜만에 들렀기에 마고님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으로 접수해요.^^

마녀고양이 2011-02-27 12:00   좋아요 0 | URL
언니두 잘 지내시죠?
광주가 어째서 지방이예요? 저는 광주 비엔날레 가보는게 꿈인걸요.
오늘 비가 와요.... 다음주는 쌀쌀할거 같아요.
즐거운 일 가득 하셔요.

세실 2011-02-2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름밖에 안남았어요? 이런....가기 힘들겠당.
수제 햄버거에서 눈을 뗄수 없어욧.

오늘 모든 커텐을 빨아 다시 널어 놓았더니 좋아요. 아 개운해라. 비오는날 웬 청승 ㅋㅋ

마녀고양이 2011-02-28 10:40   좋아요 0 | URL
겨울 내내 했으니, 이제 봄과 함께 사라지다 랍니다. ^^
언니, 한번 예술의 전당에 오시면, 자녀분들과 수제 햄버거 드셔보세요.

저두 오늘 빨래 중 이랍니다. 그런데 여전히 날이 흐리네요.

2011-02-27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미술책 주문 많이 하셨군요! 마고님은 늘 뿌리를 뽑으시는 거 같아요. 훈데르트 바서 전시도 저렇게 좋은 인용과 함께 잘 소개해 주시고요... (우표에 대한 글, 마고님이 굵은 글씨로 인용한 글이 참으로 좋네요.) 그의 그림, 그의 생각, 그의 실천 모두 멋지군요.
코알라는 정말 행복한 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2-28 10:41   좋아요 0 | URL
이렇게 안 하면 결국 안 하니까,
생각날 때 약간 무리하는 편이예요.
그러다보니 항상 하고픈 일, 밀린 일이 잔뜩이고
그게 사람을 다시 재촉하는 악순환도... ^^ 그래서
구매하긴 하되, 조금 천천히 가자 라고 생각한답니다.....

훈데르트바서, 너무 멋져요. (그런데 너무 독특해요.)

양철나무꾼 2011-02-28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진짜 부러워요.
그 자그마한 체구 어디에서 공부할 에너지로 부족해서 이런 에너지가 넘쳐난데요?

저도 시댁에서 다 가져다 먹어요,
근데 저 A4편지는 부럽네요.
저 뻥과자도~^^

마녀고양이 2011-02-28 10:42   좋아요 0 | URL
어머, 자기만 할까? 이제 숨 좀 돌릴 시간 되었나요?

나무꾼님두 시댁에서 가져오시는군요.
그것도 좋지만, 농촌 연계인데다 보물 상자 받는 기분이라
사실은 그게 좋아서.. 헤헤.

꽃도둑 2011-02-2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데르트바서 그림전시회 정말 탐납니다..
저는 어제 4시간짜리 영화 <루드비히>를 보고 왔는데 대관식을 하는 장면이 완전 저런
색이었죠.. 빨주노초파남보! 다 들어 가있네요..ㅎㅎ

작년 5월인가 일산 갔었죠. 호수공원 하늘 거리는 수양버들 그늘 아래에 앉아서 딴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마고님 좋은 데 사시네요.^^

마녀고양이 2011-02-28 14:07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어디서 하나요? 일산 CGV는 안 해염~ ㅠㅠ
일산 영화관은여, 돈 되지 않을듯한 영화는 홀랑 패스랍니다.

호수공원 참 좋아해요. 그런데 그 옆에 메가박스랑 현대백화점이 생긴 후에
좀 북적거려요. 곧 있으면 차이나타운도 들어선다던데.. 음....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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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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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통한 진지한 소통은 알라딘이 처음이다. 

그래서 시작 몇달 간은
글에 표현된 모습(느낌) 자체가 글쓴이 자체 라고 생각했었다. 서재의
멋진 글들이 실시간 채팅이나 뉴스 댓글과 유사한 맥락을 가지리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은 약간의 착각이라 할 수 있다. 
글은 말보다 걸러내기 쉽고 위장하기 쉽고 왜곡하기 쉽다는 점을 몰랐다.
나 자신도 그러면서 타인이 그러지 않으리라는 순진한 생각은 이기주의적 발상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글의 행간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살짝 느껴지기 시작한다.
글쓴이의 성격이나 고민, 관심사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책을 읽는데도 도움이 된다. 고전이든 신간이든 간에 저자의 의도와 그 너머가 궁금하다.

이로 인해 (그다지 글 재주는 없지만) 약간씩 읽는 맛, 쓰는 맛 - 글 맛을 배우고 있는 중 이다.
글쓰기 생각쓰기를 집어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1. 

글 읽기와 글 쓰기는 세상 살이와 유사한 맥락 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글을 쓴다는 것은, 현실 세상에 대응하는 태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불필요한 단어, 반복적인 문장, 과시적인 장식, 무의미한 전문 용어 때문에
숨이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 19p 


이 글을 현실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싶다. 

"살다보면 불필요한 말, 반복적인 행동, 과시적인 태도, 무의미하게 번드르한 꾸밈 때문에
숨이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라고.  

그것은 타인보다 나에게 더욱 적용되는 문구이다. 타인의 숨 막히는 행동은 무시하면 되지만, 자신의 숨 막히는 행동은 스스로에 대한 환멸과 그로 인한 좌절, 불안을 야기한다.   

 

 

2. 

좀 더 생각해본다. 


글 쓰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걸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또 자기가 쓴 글을 읽어 보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말을 했나?   - 24p
  


그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내가 그 삶을 살기 위하여 제대로 행동하고 있는가?


글을 애써 꾸미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보면 자신 만의 것을 잃고 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독자들이 금방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독자들은 진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33p
 


바로 그거야,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진실함을 가진 채 당당하게 살아나가는 거. 


미국의 실업계는 쉬운 말을 편안하게 사용하는 곳이 아니다. 글 한 줄 한 줄에 허영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지위가 높건 낮건 관리자들은 문체가 단순하면 생각이 단순하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사실 단순한 문체는 고된 노력과 사고의 결과다. 문체가 엉망인 글을 쓴 사람은 자기 생각을 제대로 가다듬지 못 할 정도로 생각이 뒤죽박죽이거나 오만하거나 게으른 사람이다.  - 156p 


삶이든 글이든,
내 자신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가치관과 신념, 목표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뒤죽박죽 엉망으로 살고 엉망으로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항상 생각해왔던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오고 흘러 나가는 언행은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인 단순한 자아로 가능하지 않을까.

 

3. 

기껏해야 사소한 일상의 투덜거림이고, 책에 대한 느낌 정도이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즐겁다. 


글은 무엇보다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쓰는 것이다.   - 38p 

써야 할 주제의 범위를 넓혀서 그것이 여러분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보자. 자신의 삶을 거기에 가미하자. 여러분이 쓰기 전까지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아니다.  - 221p 

글쓰기는 강력한 탐구 수단이며, 자신의 일생과 화해하는 기쁨을 준다. 또 상실, 슬픔, 병, 중독, 실의, 실패 등 살아오면서 겪었던 커다란 좌절을 되짚어보면서 이해와 위안을 발견할 수도 있다. - 260p

  

글은 말과 생각만으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지점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는 글귀들은 길고 긴 개미굴처럼 미지의 세계로 내 손을 끌어간다.

또한 글 표현은 일종의 객체(object)화라 할 수 있다.
환상과 터무니없는 불안, 슬픔, 타인에 대한 원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한다.
눈 앞에 잡을 수 있는 무엇으로 나타나면서 부정할 수 없도록 만들고,
신념에 따를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한번 다짐하게 만든다.

그리고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마음 속 갈등이나 불안이 정화된다는 사실은 이미 심리학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다.


회고록 가운데 우리가 진짜 기억하는 것은 사랑과 용서로 쓴 책들이다. 이들이 그리는 어린 시절은 고통에 차 있지만, 그들은 성인 시절 못지않게 유년 시절의 자아에 대해 엄격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희생자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잘못을 저지른다. 그리고 우리는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원한을 버리고 살아왔다.'  글들에게 회고록을 쓰는 일은 곧 치유의 행위였다. 

자신의 인간됨과 자신의 인생을 거쳐 간 사람들의 인간됨 사이에 정직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여러분이 그들에게 상처를 받았거나 상처를 주었더라도 독자는 여러분의 여행에 동행할 것이다.  - 264 ~ 265p    


하지만 글의 객체화는 자신의 우울이나 잘못 흐르는 생각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저자인 윌리엄 진서가 말하는 정직한 소통을 잊지 말자.

 

4. 

솔직하게 고백할 한가지. 

얼마 전 다른 알라디너와 속닥 말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나 출판사 및 서적 관련된 직업을 가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능력이 모자라서)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사실 역시 다행이다. 

알라딘 서재질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출판계나 전문 글 쓰는 사람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게 아니더라도
전문 서평가나 아니면 참여 서평가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너무나 좋아하는 책이나 글쓰기가 돈과 연결이 되면 괴로움이 될 수도 있을 뿐더러
자유롭게 담아둔 말을 내뱉는 즐거움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작가들이 완성된 글에 집착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글의 형식과 목소리와 내용을 정하기 위해 미리 내려야 하는 모든 결정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략) .. 코치는 이겨야 돈을 받고, 교사는 학생들을 최고의 대학에 보내야 인정을 받는다. 그보다 덜 매력적인 성취, 예를 들어 배움, 지혜, 성장, 자신감, 실패의 극복 따위는 성적을 매길 수 없으므로 그만큼 존중받지 못 한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돈이 최고의 성적표이다. 직업 작가들이 글쓰기 관련 행사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제 글을 팔 수 있을까요?" 이다. 내가 유일하게 답하지 않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 227p
 


독자에게 친절할 필요는 있지만, 독자나 편집자 만을 의식한 글을 쓴다면 슬플듯 하다.
글쓰기가 허무하고 감옥과 같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 문구를 다시 한번 삶과 글쓰기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들은 학창 시절 괴물과도 같았던 마감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해방감을 주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긴장을 풀었고, 원하는 곳에 다다르는 다양한 방법을 즐겁게 모색했다. 성공적인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실패할 권리도 마찬가지로 해방감을 주었다.  - 232p

 

이는 내가 알라딘 서평단을 부러워하면서도 도전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책 읽기와 글 쓰기가 시간에 쫓기는 의무로 전락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쓸 수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유일하게 지속되는 나의 사랑인만큼,
자유롭게 손 가는대로 책을 즐기고 느끼고 싶다. 그리고 그 감성 그대로 배출하고 싶다. 

(하지만 멋지게 서평단을 수행하는 분들을 보면, 일견 존경스러운 맘이 든다. ^^)

 

5. 

책은 '글 쓰기는 생각 쓰기' 라는 추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개념과 함께
글 쓰기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팁을 제공한다. 

글의 유형에 따른 유의점을 다루고,
파트 24에서는 글 쓰기의 세세한 권고를 다시 한번 정리해준다. 

가령 


명료함과 활력에서 능동태와 수동태의 차이는 삶과 죽음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수동태 문장은 독자의 에너지를 빼앗아 버린다.  - 302p 

치장으로만 존재하는 형용사는 필자에게는 방종이요 독자에게는 부담이다.  - 305p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말할 때 쓰는 자잘한 수식어들, 이를테면 a bit(조금), a little(약간).. (중략) .. 등은 가지치기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수식어는 글의 문체와 설득력을 희석시킨다.
주저하는 인상을 주는 자잘한 수식어로 글을 답답하게 만들지 말자.
좋은 글은 간결하고 분명하다.  - 306p 

글을 쓰다 긴 문장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 한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그 문장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바라기 때문이다. 이때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긴 문장을 두 개나 세 개로 나누는 것이다.  - 307p 

유머는 절제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 308p 

막다른 골목에 처한다면, 골치 아픈 부분을 보면서 이렇게 자문해보자. "이게 다 필요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부분은 내내 불필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을 그토록 힘들게 한 것이다. 그 부분을 빼버린 다음, 문제가 있던 문장이 생명력을 되찾아 정상적으로 숨을 쉬는지 살펴보자. 그것이 가장 빠른 치유책이며, 대개 가장 좋은 방법이다.  - 317p 



과 같은 팁을 읽다 보면,
나는 저자인 윌리엄 진서의 통찰력과 유머에 속수무책 빠져들게 되고
존경심마저 품게 되어버린다.   

간결하고 분명한 글은 읽는 이를 위함이 아니라,
쓰고 있는 자신을 위해 필요하다. 글이 엉클어지면 나도 엉클어진다. 삶도 함께 엉클어진다.

 

6. 

마지막으로
윌리엄 진서가 예제로서 실제 연재했던 글을 실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한구절 옮겨본다. 


틸북투에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래로 된 도로였다. 순간 나는 모래가 흙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을의 도로는 원래 흙길에서 시작해 주민이 늘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포장도로가 된다. 하지만 모래는 패배를 뜻한다. 도로가 모래로 된 도시는 세상 끝에 있는 도시다. 
- 237p
 

언젠가 단순하고도 신기루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글을 써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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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2-2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다가 반납일을 너무 초과했길래 그냥 내고 말았는데...
글쓰기란, 단순히 그냥 글을 쓰는 행위가 전부가 아니라는걸 저도 새록새록 느껴요.

마녀고양이 2011-02-25 15:20   좋아요 0 | URL
예전에 그저 스처 지나갔던 것들을
글쓰기를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배우고, 찾아보고 그러게 되었어요.
방금도 훈데르트바서를 열심히 찾아보면서 너무 좋았어요.

이래서 리뷰를 쓰라고 어른들이 그랬나봐요.

cyrus 2011-02-2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속에 인용된 구절들을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사실 저도 이번에 평가단 처음으로 활동
하면서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활동 시작했을 때는 공짜로 책을 받을 수 있다는
마음에 좋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나니깐 정작 읽고 싶은 책을 못 읽게 되더군요.
어떤 책은 제 수준보다 높은 것도 있어서 읽는데도 힘들었구요,,
이번 기수가 예전보다 편했다고 하지만 예전에 활동하셨던 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2-25 15:20   좋아요 0 | URL
쉽지 않을거 같아요. 특히
사이러스님 택하신 분야는 결코 쉽지 않겠던데요.
그리고 펭귄에서 하는 책도 니체라니.... 으아, 저는 벼르기만 하는 책.

사이러스님 너무 멋져요. ^^

잘잘라 2011-02-2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로가 모래로 된 도시는 세상 끝에 있는 도시다.' 정말 멋진 문장이예요.

저도 <글쓰기 생각쓰기> 좋아해요. 마고님이 리뷰를 멋지게 써주시고 별도 다섯개를 주셔서 기뻐요.^^

마녀고양이 2011-02-25 15:22   좋아요 0 | URL
그쳐, 저 문장 너무 좋죠. 딱 보는 순간 필이 파파팍.
포핀스님이랑 나랑 비슷한 부분 많다니까, 같이 공순이라서 그럴까요?
하지만 건축과 공순이는 솔직하게 예술이라고, 우리 진짜 공순공돌이들은
다른 세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확실히 감성적이던걸?

꽃도둑 2011-02-2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고님, 요약하신 내용을 보니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어요 마구마구~~
한가지만 빼고 다 공감합니다. 저는 책은 열심히 읽지만 리뷰는 사실 써지질 않아서 신간평가단이 저한테는 아주 강한(?) 자극제라고나 할까요? 저 같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ㅡ.ㅡ
사실 저도 리뷰, 페이퍼 열심히 올리고 소통하시는 분들 보면 부럽고 신기해합니다.
마고님이 지켜내고자 하는 그 마음에 자유의 날개가 있듯이 저도 그 날개 다는 게 꿈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2-25 15:2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꽃도둑님.

그럼요, 평가단은 제 성격에 따른 의견인걸요... (제가 좀 지랄맞아요. ^^)
저는 신간 평가단 하시는 분들이 멋지고 대단하시다 생각해요.
거기다 글두 너무 좋구요.

앞으로 종종 뵙겠습니다, 저두 서재에 놀러갈게염~

따라쟁이 2011-02-2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쓴다는건 매혹적인것 같아요. 처음엔 그냥 쓰고 싶고, 쓰다보면 잘 쓰고 싶고, 잘쓰다보면 재밌게 쓰고 싶고.. 그러면서 나도 즐겁고 싶고.ㅎㅎㅎ

마녀고양님은 모두 하실 수 있을꺼에욧

마녀고양이 2011-02-25 15:27   좋아요 0 | URL
따라님은 글 진짜 감성적이게 쓰잖아요.
읽다 보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젖어가던데... 참 부러워요, 항상.

그래도 요즘은 힘든가 봐, 예전만큼 글이 튀지 않는거 보면.
자자..... 따라님두 잘 할 수 있을거예요, 우리 아자!

herenow 2011-02-2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된 구절이나 마녀고양이님의 고민, 다른 분들의 댓글들을 읽으면서
글쓰기 생각쓰기에 대해 많이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군요...
글솜씨가 좋거나 이름 높은 분일수록 이런 문제를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셨다는
사실을 조지 오웰의 글이나 요즘 서평단 책으로 읽고 있는 <리영희 평전>을 보면서도
새삼스레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글은 요모양 요꼴이죠. ㅠ.ㅠ;)
언젠가 거품이 빠지고 영양가 있는 글을 좀 쓸 수 있으려나요?
그 전에 생각과 느낌, 의도부터 잘 살피고 성숙시켜 나가야겠죠..
자기 수양으로써의 글쓰기 생각쓰기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글,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2-25 15:28   좋아요 0 | URL
히어나우님이 반성하시면, 저는 어쩌라구여... 아하하.
아, 저두 <리영희 평전> 읽으려고 맘먹는 중인데, 언제가 될른지.
아무래도 억지로라도 책을 읽기 위해서 평가단 도전 해볼까요? ㅠㅠ

칭찬 감사드려요.

아이리시스 2011-02-2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좀 고루하게 생겼는데 리뷰가 더 좋을 것 같아욧.
글쓰기 책 이것말고도 좀 추천해주세요, 저도 좀 배워야 해요.
아 요즘 너무 쓰기 싫어요, 쓰고 싶은데 쓰기 싫어요.
마고님 서재랑 여기저기 들락날락 거리며 위안삼고 있는 중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2-25 15:2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표지는 그런데, 책 내용이 상당히 괜찮아요.
난 스티븐 킹의 글쓰기보다 이 책이 더 좋던데요? 그리고
조지 오웰의 책도 좋대요.

아이리시스님 요즘 바빠서 글 안 쓰는거 아녔어요?
난 자신에게 약속하기를, 쓸 내용이 넘쳐날 때만 글을 쓰자고 맘 먹었는데
요 며칠 하고픈 말이 넘쳐나네..... 아주 알라딘 도배를 하게 생겼어요. ㅎㅎ

2011-02-25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5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1-02-2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전에도 잠시 말했지만 참 좋지요.
글쓰기와 살아가기를 동일 맥락으로 이해한 부분 공감해요.
글쓰기에서 드러나는 습관, 사소한 버릇, 자주 쓰는 단어를 비롯해
문체 등을 보면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측면이 있지요.
물론 글은 위장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에요.
언젠간 드러나게 마련이죠, 자신이.

마녀고양이 2011-02-26 11:18   좋아요 0 | URL
네, 언니가 저번에 말씀하신거 기억해요. ^^
그렇더라구요. 글 자체의 내용 보다는 드러나는 습관, 맥락, 버릇...
이런 면에서 많이 나타나더군요. 그리고 선택하는 단어의 분위기 역시.

2011-02-25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6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