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또는 암묵적인 폭력 하에 억눌려 있던 사람은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아 남기 급급하여 자신의 분노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또는 자신이 분노해도 된다는 자체를, 억울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된다는 자체를, 누군가에게 호소해도 된다는 자체를 모를 수 있고 엄두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억눌려 있던 무엇을 표현한다는 행위는 정말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어서 자신을 공격하는 고양이를 물고 나도 죽어버려야지 라는 절심함이거나 표현해도 예전보다는 덜 두려운 상황이라는 약간의 안전감과 그로 인한 용기일 것이다.

 

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통과 의례처럼 겪는 과정이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에서 조심스럽게 자기 내면의 뚜껑 열기를 시도하고, 스스로도 몰랐던 억울함, 분노, 슬픔, 불안을 인식하면서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불편감을 예전처럼 모른 척 할 수 없게 되는 지점이 발생한다. 그런데 아직 적절한 대안이나 습관적인 사고 및 대처 패턴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때의 현실을 직면하는 과정이 심란하고 힘들다. 이 지점에서 상담을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는 청소년을 상담에 보냈더니 도리어 거칠어졌다고 항의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모른척 했던 또는 정말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직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부나 권력이라는 힘에 눌려서 모른척 했던 또는 정말 순종하는 것이 선인 줄 알았던 그동안의 사회가 서서히 변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억눌렀던 뚜껑을 열어 보니 이런 구린내 나는 오물 단지가 따로 없다. 그 모습을 보는 과정은 매우 괴롭고 우리 사회가 변하지 않는구나 라는 섣부른 실망과 좌절에 다시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오물을 치워 주세요! 이 오물이 나를 좀먹고 있어요!" 라고 외칠 수 있다는 자체가 사회적으로 건강해지는 과정의 어려운 걸음 같다. 그렇게 외쳐도 예전보다 덜 위험한 사회가 되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심리상담은 변화를 위한 기다림과 버텨주기의 연속이다. 새로운 대안적 대화법과 행동을 찾는다는 자체가 얼마나 어렵겠나. 예전에 해보지 않은 사고와 행동을 하려면 얼마나 두렵겠나. 그래서 우리 상담자들은 이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기다리고 버텨준다. 나는 사회 변화 역시 유사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사회적 변화 역시 기다림과 버텨주기가 필요하다. 또한 변화하려고 애쓰는 우리들에게 스스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만족시키려는 조급함은 포기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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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2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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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5: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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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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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4 0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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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는 내담자들을 다루는 데 지켜야 할 몇 가지 원리

 

  • 문제가 내담자에게 있는지 혹은 여러분에게 있는지 결정하라. 많은 경우에 여러분의 인내력 부족과 통제 욕구가 문제이며, 이것은 불필요한 어려움과 갈등을 일으킨다.
  • 저항의 목적과 기능 그리고 내담자의 방어를 존중하라. 내담자의 짜증 나게 하는, 혹은 조작하는 행위들이 한참 동안 그들의 삶에 잘 기여해 왔을 것이다. 여러분을 약 오르게 하고, 평정심을 잃게 만든다는 사실은 이 행위가 여러분과의 관계에서도 기능하고 있다는 증거다.
  • 치유할 수 없는 사람을 치료하려고 시도하지 마라. 여러분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치료의 성공에 대한 책임을 내담자와 나눌 필요가 있다.
  • 가능한 한 융통성을 유지하라. 환자들은 우리의 인내심을 반드시 테스트한다.
  •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갈 때, 내담자가 역기능적인 행위를 유지하도록 내버려 두라. 그들이 스스로 옳다고 여기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그들의 것이다. 변화하고자 하는 준비가 되면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의 일은 내담자들의 스케줄에 맞추어 그들이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다.

 

- 상담자가 된다는 것, by 제프리 A. 코틀러, 240~241p

 

 

생각해보면 위의 문구들에서 "내담자"를 "자녀"로 치환해도 충분히 타당하다.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갈 때, 자녀가 역기능적인 행위를 유지하도록 내버려 두라. 그들이 스스로 옳다고 여기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그들의 것이다. 변화하고자 하는 준비가 되면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부모인 우리의 일은 자녀들의 스케줄에 맞추어 그들이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다." 라는 문구는 특히 그렇다.

 

관찰, 이해, 공감, 가끔의 조언, 존중, 기다림, 버텨주기. 상담과 육아는 비슷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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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은 무엇일까요? 나의 스토리, 특히 부모로서 내 스토리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자녀를 키울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아이를 통해서 반드시 복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런 복구 프로그램을 돌리는 대상이 바로 첫째아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와 첫째아이와의 관계가 복잡합니다. 첫째아이는 자녀가 아니라 '확장된 나'이기도 하죠. 이 아이는 내가 좌절한 데서 좌절하면 안 되고 내가 무시당한 데서 무시당하면 안 됩니다. 내가 결핍된 것을 이 아이는 채워줘야 합니다. - 32p, 엄마가 늘 여기 있을게, by 권경인

 

 

 

 

 

 

 

 

첫 장부터 한 문단 한 문단 읽어나갈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나는 어땠지 라고 묻게 하는 책은 참으로 심란하지만 값지다. 코알라에게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을까, 무엇을 강요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못 참는 감정은 억울함이지 라는 생각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그 억울함 뒤에는 늘 잘 하고 있어 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깊숙한 소망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 엄마가 늘 했던 "잘 했지만 더 해야 해."가 아닌 "이 작업을 참 잘 했네, 충분해." 라는 말을, "넌 더 잘할 능력이 있어, 최선을 다해야지." 가 아닌 "정말 많이 했구나, 그런 네가 자랑스럽네." 라는 말을. 그리고 엄마의 말들은 내 마음 속에 깊숙히 내면화 되어

 

나 역시 내 자신 뿐 아니라 딸인 코알라에게 비슷한 잣대를 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코알라는 종종 방어적이 된다, 이만하면 잘 했잖아! 라고 소리도 친다. 

 

최선이라, 꼭 그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이만하면 열심히 사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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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인류라는 종은 생각보다 빨리 멸종하리라고 내심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아마 지구를 지배했던 곤충이나 공룡, 다른 종들이 세대를 이어온 기간보다 훨씬 빨리 멸종할 것 같다.

 

특히

금요일 저녁에서 토요일 아침,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버리는 플라스틱, 비닐류를 보면 너무 죄스럽고 한숨이 나온다.

바쁜 일이 있다가 한가해질 무렵 집안을 발칵 뒤집어서 정리할 때도 유사한 생각을 한다.

 

인간은 어느 누구 때문도 아닌 본인들 때문에 멸종할 것이다. 아니면

그 전에 엄청나게 발전할 과학 기술을 가지고 다른 별에 확장하여 괴롭히러 가든지.

 

 

  뉴 필로소퍼 2018년 3호의 주제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 이다.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그런 의미를 찾기 위해서 몸부림 치는, 그 의미 부여가 없을 때의 공허감과 허무감을 매우 힘들어 하는 호모 사피엔스 종은 참으로 특이하다.

 

2호의 주제는 "상품화된 세계 속의 인간" 이다. 스스로 멸망의 길로 가면서 신나하는 우리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창간호의 주제는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 였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직업을 가진 나는, 좀 소진된 듯하다. 알라딘 서재의 소통도 크게 흥미가 없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저 책들을 읽은 것 같지만, 창간호를 구매하고서 아직도 읽어야지 싶은 마음에 거실 한쪽에 있다.

그런데 2호와 3호를 또 구매해야 할 것 같다. 참 이상하다. 진짜 궁금하고 읽고 싶은데, 요즘은 왜이리 책에 손이 안 갈까. 엄청나게 몰입하고 에너지를 다 쓰면 갑자기 확 질려하고 이후 다시 엄청나게 몰입하는 패턴인.... 나는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을 보면 늘 부러웠다. 이제는 그냥 내 기질이 그래, 하고 받아들인다, 크게 열등감 없이. 이제 슬슬 책을 읽을 시간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보라,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질을 하고 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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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집에 현재 화원 수준으로 식물이 그득하다. 사실대로 말하면 식물과 책으로 그득하다.

 

1. 옆지기가 화초를 더 사면 이번에 나오는 보너스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 (새로 구매한 책은 잘 발견하지 못한다.)

 

2. 옆지기는 최근 부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고, 주말마다 집에 오기 힘들어서 금주는 안 온다고 한다.

 

3. 집에 있는 떡깔 고무나무가 죽어버렸는데, 다시 한 번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4. 이번 주말이 옆지기 모르게 화초를 구매할 수 있는 적기다.

 

5. 온라인으로 식물을 구매하다 보니 함께 배송 가능한 선인장이 정말 예뻐서 몇 개 추가해 버렸다.

 

6. 금요일 정오, 옆지기에게 문자를 넣었다, 오늘 오지 못하는 거지?

 

7. 옆지기 왈, 아니 가려고 하는데, 문자.

 

8. 멘붕.

 

9. 금요일 밤 12시에 도착한 옆지기에게 식물 주문과 내일 도착한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혼났다. 그러나

떡깔나무와 선인장을 결국 득템했고, 다시는 화초를 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너스도 이번에는 준다고 한다. 아하하.

 

추신.

내가 운동하러 간 사이에 택배가 도착하여 옆지기가 받았다. 그리고 옆지기가 산악자전거로 운동 간 사이에 나는 택배를 개봉하여 현재 있는 화분들 사이에 교묘하게 배치했다. 현재 옆지기는 떡깔나무 하나만 산 줄 알고 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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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8-1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묘하십니다. ㅎㅎㅎ저도 옆지기가 책을 더 살거면 책을 꽂아 둘 공간을 확보하라고 합니다ㅜㅜ 더 큰 집은 비싸...ㅂ니다ㅠㅠ

마녀고양이 2018-08-11 15:39   좋아요 0 | URL
책 꽂을 공간이 저도 부족하여, 딸아이의 베란다를 학구적인 분위기로 꾸미는 척 하면서 제 책의 일부를 옮겼답니다. ㅠㅠ. 자우림의 김윤아는 만화책이 4000권이라서 집을 늘렸다는데, 그럴 돈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