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녀의 일기
옥타브 미르보 지음, 이재형 옮김 / 책세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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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그놈의 관음증이 나를 이 소설에 이끌었다. 책 뒤 편의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하녀가 온다"는 문구는 계급 사회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당당함의 뉘앙스를 풍겼다. 내가 기대한 바는,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 서 있는 하녀가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과 인간의 이중성을 냉소적으로 풍자하는 것이었고, 나 역시 그 정도 거리에서 관찰하고 비웃어 줄 심산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척하는 하녀가 온다"고 하는 편이 맞을 듯하다.

 

그리고

당당하고 도도하며 그들의 주인을 마음껏 평가하는 셀레스틴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사치스러운 생활과 주변의 악덕에, 우리의 여주인들 자신과 그들이 자극하는 욕망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남자들이 우리를 사랑할 때 그들은 우리 속에 존재하는 여주인들의 작은 부분과 여주인들이 갖고 있는 신비의 많은 부분을 사랑하는 것이다. - 20p

 

그녀는 인간의 가치로써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하녀일 뿐이다. 그녀는 부속물이다. 그녀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그녀는 쓸모 있는 동안에만 머무를 수 있다. 그녀는 모시는 주인을 통해 상류 사회를 공유하는 척 한다. 

 

 

1.

 

오! 인간 존재들의 외관만 보고 표면적인 형태에만 현옥되는 사람들은 사교계가, '상류 사회'가 더럽고 썩었다는 것을 짐작도 하지 못한다. 나는 부르주아 사회와 귀족 사회에서 오랫동안 생활했지만, 그들의 사랑에 사랑을 위대하고 성스럽게 만드는 것들인 고결한 감정, 열렬한 애정, 이상적인 고통과 희생과 동정심이 수반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 163p

 

주인들은 처음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서로를 감시하지만 서서히 화장을 지우고 베일을 벗으면서, 자기들 주위에서 서성이고 귀 기울이면서 자기들의 결함과 마음의 혹, 자기네 삶의 은밀한 상처 등, 점잖은 사람들의 꽤 큰 뇌가 야비함과 비열한 꿈으로 인해 간직하기 된 모든 것을 기록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결전의 날에 그것들을 무시무시한 무기로 만들어 휘두르기를 기다리면서 이 같은 고백들을 그러모아 정리하고 기억 속에 분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직업이 제공하는 크고 강렬한 즐거움 중의 하나이며, 우리가 겪은 모욕에 대한 가장 값진 복수다. - 37p

 

내가 하녀로 일하면서 좋아하는 것은 오직 여주인들의 옷을 입히거나 벗기고, 머리를 손질해주는 일 뿐이다. 나는 잠옷과 장신구, 리본을 갖고 노는 걸 좋아하고, 속옷과 모자, 레이스, 모피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좋아한다. 또 목욕을 마친 여주인들의 몸을 닦아주고, 그들의 몸에 분을 뿌려주고, 부석으로 그들의 발을 매끄럽게 문질러주고, 그들의 가슴에 향수를 뿌려주고, 그들의 머리칼을 탈색해주고, 그들의 슬리퍼 끝에서 틀어 올린 머리 끝까지 그들을 샅샅이 알고, 홀라당 벌거벗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기 좋아한다. - 56p 

 

이처럼 그녀는 자신이 자신의 주인들 우위에 서있는 것처럼 내려다보고 이런 저런 비평을 하지만, 이면에 숨어있는 동경이 은밀하게 나타난다. 그들을 더럽고 썩었다고 하면서도 주위를 맴돌고 아름다운 물건에 손을 뻗는다. 부르주아가 입었을 법한 비단 속옷을 시골 하녀들에게 으시대며 자신은 하녀 중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위치는 하녀다.

 

이솝 우화의 여우처럼 저건 신 포도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2.

 

그처럼 그녀는 완전히 하녀로써 순종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한 개체로써 스스로 서지도 못한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구부정한 자세로 환경에 맞추어 굽신대면서 다른 얼굴로 투덜거린다. 자신이 우습게 여기는 나리와 마님들의 위선을 그대로 따라한다.

 

누가 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만 얘기해줘도, 나를 다른 사람들의 밖에 있는 사람으로, 삶의 바깥쪽에 있는 사람으로, 개와 앵무새 중간에 있는 뭔가로 간주하지만 않아도 나는 즉시 감동한다. - 179p

 

 

그녀를 보면서 나는 현대 사회의 수많은 제 2의 셀레스틴을 떠올린다. 어떤 면에서 그녀는 계급 사회가 분명 존재하던 그 시대의 하녀들보다는 계급 사회가 불분명하지만 암묵적으로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남녀를 상관없이) 수많은 노동자, 고용된 사람들과 유사하다. 나는 분명, 내가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라고 여기고 굉장한 자존심을 세우지만, 가끔은 (권력, 재력, 명예 어떤 형태라도)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 생각없이 조아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마 나를 대통령 앞에 세운다면, 뒤에서 열심히 비판을 하면서도 앞에서는 한 마디 못하고 넙죽 인사할 것이 틀림없다고 쓴 웃음을 짓는다. 그런 면에서 셀레스틴의 모습이 그다지 편안하지 않다.

 

 

3.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정말 모순적이게도, 그런 분명한 기회가 오면 걷어차 버린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한 귀족 청년의 죽음을 방관하고, 그 집을 나온다. 자기가 평소에 바라던 은퇴한 브루조아의 가정부이자 애인 자리 역시 거절한다.

 

그건 나의 야망이었다. 나는 내게 푹 빠진 노인을 이용해 빛나는 미래를 얻는 것을 수없이 생각했었고, 이제 내가 꿈꾸던 천국이 내 앞에서 미소 지으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행복이 설명할 길 없는 인생의 아이러니에 의해, 나로서는 도통 이유를 알 수 없는 터무니없는 모순에 의해 드디어 내게 주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단호히 거부했다. "늙은 난봉꾼, 오, 싫어요! 나는 늙었든 젊었든 남자는 무조건 싫어요." - 449p

 

 

"내가 폴라-뒤랑 부인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그녀에게 모욕을 주고 싶은 유치한 마음, 너무나 건방지고 오만한 그녀가 내 앞에서 매춘을 알선했다가 창피를 당하는 걸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했다(451p)" 라는 그녀의 독백처럼, 그녀는 모처럼 상류 사회로부터 주어진 좋은 기회(대우)를 거부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상류 사회로부터 억압받고 무시당한 자신의 울분을 갑작스레 분출한다. 이는 너희에게서 아무 것도 받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적인 항변이고 최소한의 자존심이지만, 그 댓가는 꽤나 혹독하다. 그녀는 계속 상류 사회 언저리를 맴돌고,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어리석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안타까왔다. 하지만, 과연 그녀가 어리석은 걸까, 적당히 받으며 맞추고 사는 내가 어리석은 걸까.

 

 

4.

  

다음 문구를 접하면서 위선덩어리로 느껴져서 거북했던, 어떤 의미로는 내 자신의 투영처럼 보여서 더욱 불편했던 셀레스틴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들을 비웃는 형태로만 반항하고 항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솔직했고 마음에 솔직했으나, 기본적인 생활 수급에 타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주인인 적이 없었던 삶을 모른척 하고 부인하고 억압했으나, 그 타협의 한계는 6개월이었다.

 

내게 일어나는 일은 과연 다 내 탓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단 한번도 주인인 적이 없었던 운명은 내 삶 전부를 무겁게 짓눌렀고, 내가 같은 집에 6개월 이상 머무르는 걸 원하지 않았다. 주인이 나를 해고하지 않으면 내가 더 이상 혐오감을 참을 수 없어서 떠났다. 이상하고 슬프다. 나는 항상 '다른 곳에 있기 위해' 안달했고, '이 가공의 다른 곳'에 있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희망을 근거 없는 시정과 먼 곳에 대한 환상으로 포장해 품고 살았다. - 224p

 

 

5.

 

나는 내가 뭘 찾으러 왔는지도 모른다. 또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하인은 정상적인 존재가 아니고, 사회적인 존재도 아니다. 하인은 서로 맞춰질 수도 없고 포개질 수도 없는 잡다한 토막들과 조각들로 만들어진 누군가다. 하인은 그보다 더 나쁜 그 무엇, 인간과 괴물의 잡종이다. 그는 서민 출신이지만, 그 계급에서 빠져나왔다. 또 그는 부르주아들 속에서 살고 부르주아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르주아는 아니다. 그는 자기가 버린 서민들의 그 관대한 피와 소박한 힘을 잃어버렸다. 또한 그는 부르주아지로부터는 수치스러운 방탕함을 얻어냈으나 그것을 만족시킬 수단을 획득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비열한 감정, 비겁한 두려움, 범죄적 취향. 이 점잖은 부르주아 사회를 통과하는 가운데 그의 영혼이 완전히 더러워지며, 이 썩어가는 시궁창에서 올라오는 치명적인 악취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 그는 정신의 안전은 물론 심지어 자아의 형태 자체까지 영원히 잃어버린다. - 226p

 

 

1900년에 출간된 옥타보 미르보의 하인에 대한 묘사는 2016년 한국 사회에서 상위 1%로 올라가고자 기웃대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만나는 청소년마다 꾸는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고 "부자가 되기 위한"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며 "성공=돈"으로 정의되는 우리 사회에서, 시간이 갈수록 빈과 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계급이 뚜렷하게 세습되는 우리 사회에서, 어쩌면 나는 정신의 안전은 물론이고 자아의 형태까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울과 같은 신경증 뿐만 아니라 조현병의 초기 증상인 정신증까지 빈번하게 만나게 되면서, 사회 적응의 스트레스와 좌절, 갈등에서 자기 보호를 하기 위해 움츠리는 단계가 우울이고, 그로 모자라 마음이 영원히 부셔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자기 보호 수단의 적극적인 다음 단계가 망상이나 환청, 환시, 관계 단절 임을 수긍한다. 그래서 앞으로 또 다른 형태로 이용당하겠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셀레스틴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용당하는, 때로는 적극적인 형태로 다른 사람을 이용할 수도 있는 엔딩을 지지한다.

 

책의 엔딩에서 셀레스틴은 새로운 시작을 한다.

그 시점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기도 하다. 하나의 시대가 가고 하나의 시대가 온다. 그리고 그때는 하인과 주인의 역할과 위치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혼란과 변혁의 시대이니. 셀레스틴은 이제 주인이 되었을까, 되었다면 어떤 형태의 주인이 되었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한편으로는 보고 자란 상류 사회가 그런 모습이니 얼마나 다를까 의문스럽기도 하고.

 

- 내가 쓴 마지막 문장을 보고 스스로 내뱉은 염세적인 말투에 당황했다. 누가 힘이 있는 자가 되든 사회는 똑같을 거라는 잠재 의식이 은연 중에 노출되었고, 이런 생각의 확장은 힘을 지닌 자가 힘을 놓지 못하게 하고 힘을 못 가진 자가 힘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쟁 사회의 가속화로 연결된다. 가장 좋은 해결점은, 주인이든 하녀이든 단지 역할일 뿐, 인간이 가진 고유 가치와는 관련없다는 생각을 하며 서로를 대하는 것일 텐데, 내가 지쳤나 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리뷰를 쓰는 오늘도 부정적인 기분이 나를 지배한다. 아님, 작가 옥타브 미르보의 시선이 전염된 것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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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6-27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 글 말미를 `세상에 인권이 있을까`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난 직후

마녀고양이 님의 서재에서 `그녀는 인간으로써의 가치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읽고 갑니다.

마녀고양이 2016-06-27 13:36   좋아요 1 | URL
이런, 오늘 날씨 탓일까요? ^^

제 가장 밑에 덧붙인 글을 보였다면, 마립간님이 더욱 흥미있어 하셨을 것 같네요. ㅎㅎ

마립간 2016-06-27 13:49   좋아요 1 | URL
마지막 문장을 읽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내뱉은 염세적인 말투에 당황하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 비관주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Brexit와 같은 염세적인 제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회 현상을 보고 당황하고 있습니다.

누가 힘이 있는 자가 되든 사회는 똑같을 거라는 잠재 의식이 은연 중에 노출되었고, 이런 생각의 확장은 힘을 지닌 자가 힘을 놓지 못하게 하고 힘을 못 가진 자가 힘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쟁 사회의 가속화로 연결된다. ; 이 문장은 제가 사회를 보는 관점을 잘 서술했네요.


마녀고양이 2016-06-27 14:22   좋아요 1 | URL
제가 지난 번에 지도받는 교수님께 분석을 받는데 은연 중에 유사한 말투가 나왔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저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선생님은 권위자를 믿지 않는군요? 좋은 일을 하거나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균형있게 볼 필요가 있어요.˝ 라고 하시더군요.

이후 권위자에 대한 부정적인 제 인식이 어디부터 기인하고 있는지
많이 고민했었답니다.

마립간 2016-06-27 15:26   좋아요 1 | URL
혹시 어디서 기인했는지 아시되면 (또는 아신다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균형 ; 이 균형이라는 것이 논리에서만 나오지 않고, 직관에서도 나온다는 것은 제게 가장 불리한 세상 여건이겠죠.

마녀고양이 2016-06-27 20:13   좋아요 0 | URL
일차적으로는 감성적이지만 욱하는 기질의 아버지입니다. 기분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았고 이런 잠재된 긴장이 성장 과정을 내내 지배했습니다. 또한 산후우울증이 있었던 어머니와 갑작스럽게 대두된 경제적 문제도 한몫 했죠. 영유아기의 제게 있어 ˝세상은 안전한 곳이 아니다˝ 라는 메시지가 강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지금도

스트레스나 피로,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는 그때의 사고와 정서가 툭 튀어나옵니다. 그렇지 않다는 균형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세상에는 좋은 분도 많고, 안전할 때도 많으며, 어른이 된 제 눈에 비친 아버지는 그렇게 위험한 분이 아닙니다. 그저 감정 기복이 있던, 매력적이기도 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소심하기도 한 아버지입니다. ^^

몸살 약을 먹고 한잠 자고 났더니 지금은 훨씬 긍정적인 상태입니다. ㅎㅎ

마립간 2016-06-28 07:47   좋아요 0 | URL
제 아버지는 정신지체도 있지만, 조울증(? 제 판단에) 발작 증상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경제적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가정 형편은 기복 없이 꾸준하게 어려웠구요. ; 이 정도가 마녀고양이 님과의 공통점이 되겠군요.

차이점은 ; 마녀고양이 님은 아버님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의지가 엿보이는데, 저는 제 아버지가 그저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끼지만, 어떤 의지나 노력이 있지 않네요.

감당을 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저의 대응이 나올 수 있지만, 평소에 신독을 통해 용기를 갖춰 감당하는 범위를 확장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균형점을 잡기보다 주지주의를 강화하는 현상으로 나오겠지요.

마녀고양이 2016-06-28 19:33   좋아요 0 | URL
지난 번 글에서 아버님께서 마립간님을 아껴주셨다는 언급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나요? 아버님께서는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애를 쓰셨겠네요.

균형점, 부친께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기 어려우셨겠지만, 다른 무엇을 주시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보아 온 마립간님의 아버님이시니까요. 물론 독립적으로 성장한 분들은 세상을 현실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다소 냉소적이거나 염세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서로 돕고, 나은 타협을 하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도 인류에게는 분명 있다고 전 생각해요. 마립간님은 따님의 좋은 아버지구요. ㅎㅎ

2016-06-29 0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9 0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0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화소도중
미야기 아야코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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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의 문이 열린다. 창녀가 병으로 죽어도, 그 죽은 여자를 생각하며 우는 사람이 있어도, 어김없이 유곽은 문을 열고 꽃을 판다. 그리고 죽은 창녀의 방에는 언제나 다른 여자가 살고, 향이 다 타서 없어지듯 기억도 풍화되어 어딘가로 사라진다. 어차피 창녀란 어디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없어져도 대신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 325p

 

영화 "벚꽃 물든 게이샤"로 영화화도 되었던 소설 "화소도중"은 '아름답게 차려입은 유녀가 꽃이 핀 밤거리를 거니는 모습"이라는 제목과 표지에서 보여지듯이 작은 규모의 유곽에서 살아가는 유녀들의 삶을 그려낸다. 이들은 예술가인 게이샤나 최고 대우를 받는 유녀인 오이란보다 한 단계 아래의 유녀들이다. 그들에게는 남자를 선택할 권리가 없으나, 작은 자신들의 방을 지니고 있었고 가무나 성적 기술과 관련된 훈련도 받는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사랑"이 금지되어 있다.

 

보통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으로 팔려졌고, 하녀일을 하거나 언니 유녀의 보조 역할을 하다가, 적당한 가격에 첫날 밤을 치루고, 자신의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남자를 접대하는 일을 한다. 그들에게는 여성의 성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물리적 역할이 강제되지만, 여성의 고유 역할인 임신, 육아, 사랑이 강제적으로 금지된, 절대 선택할 수 없는 모순을 지닌다. 처음에는 일부 남자들에 의해 강제로 시작되었지만, 살기 위한 방편으로 점점 일부 여자들에 의해 유지되면서 사회 시스템으로 정착된다. 즉, 금기는 점점 강화되고 외부 세상과의 벽은 두텁고 날카로와진다. 돌아갈 방법이 없다, 자살하거나 병(사고)으로 죽거나 죽기 살기로 도망가거나 그냥 받아들이는 외에는. 그래서 유녀들은 유곽에 불을 지른다.

 

그 안에는 슬픔이 있다,

마음대로 사랑할 수 없는 슬픔,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하는 슬픔.

 

꿈꾸는 게 허락된 것은 남자뿐이야. 여자는 남자의 꿈에 나타날 뿐이지.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이야. - 350p

 

꿈을 보여주기 위해 살아왔으면서 어느새 자신이 꿈을 꾸고 있었으니 웃긴 일이다. - 356p

 

금지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인간의 가치란 그런 것이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금지된 장소에서 금지된 꿈을 꿀 때 허망한 나비의 날개짓이 될 수 있으나,

그런 허망함을 알면서도 날개짓을 멈출 수 없는 면이 인간의, 아니 생명체의 고귀함이다.

 

소설에서 나는 애달픔을 읽는다.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겹친다.

 

추신.

소설은 19금. 무척 야하다. 그러나 야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성 매매의 흐름에서 마음과 몸이 분리되는 직업인 유녀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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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읽자마자 가슴이 찡해지는군요. 성을 매매한다는 것, 사랑이 상품이 된다는 것, 인격이 한낱 거래와 교환 가치에 의해 매겨진다는 것, 그리고 죽어도 유곽의 유녀는 다른 유녀들에 의해 대체되고 유곽은 애도의 기간도 없이 영업을 계속해야 되는 슬픈 세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네요. 한마디로 슬픕니다. ㅠㅠ

마녀고양이 2016-02-26 11:09   좋아요 1 | URL
사람이 상품이 되는 상황은 참으로 많은 것 같아요.
귀한 줄 모르지요. ㅠㅠ

서니데이 2016-02-22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 , 오늘 대보름입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이 책 영화로도 나왔을거예요.^^)

마녀고양이 2016-02-26 11:10   좋아요 1 | URL
ㅇㅇ, 첫 구절에 쓴 ˝벚꽃 물든 게이샤˝ 라는 영화로 나왔더라구요.

서니데이님, 금요일예요, 답글이 늦었어요.
즐거운 주말되세요~

실비 2016-02-23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읽으면서 위안부할머니들분이 생각나네요.
먹먹해지는 기분이네요.
슬픈현실이네요 ㅠㅠ
아그래도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_+

마녀고양이 2016-02-26 11:11   좋아요 0 | URL
실비님, 너무 오랜만이예요, 와락~
잘 지내시죠?

슬픈 일이 많은 요즘이예요. 인간사가 다 그런 걸까요? ㅠㅠ

그래도, 실비님께 좋은 일이 엄청 생기는 주말이면 좋겠네요.
 
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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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엄청난 식도락가였거든. 이 가게는 수프가 맛있으니 수프만 먹고, 다음 가게는 샐러드가 맛있으니 샐러드만 먹고, 다음 가게는 샐러드가 맛있으니 샐러드만 먹고, 그다음에는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는 식이었지. 그리고 디저트는 또 다른 가게에서 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었어.

 

애인은 아버지의 추억을 얘기할 때, 얼굴에는 언제나 온화한 봄 바다 같은 표정이 번진다. - 33p

 

이른바 특훈이 시작된 것은 내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물론 어렴풋한 기억밖에 없다. 어쩌면 그 무렵 엄마의 병이 재발했다는 사실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자기 일은 뭐든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엄마는 세탁기 돌리는 법과 화장실 청소법을 맹렬한 기세로 가르쳐주었다. (..중략..) 냄비에 1인당 한 그릇씩 물을 붓는다. 엄마는 내가 "치지직" 하고 물 튀는 소리를 무서워하지 않도록 그때만큼은 손을 잡고 냄비 앞에 같이 서 있어 주었다. 일련의 작업을 익히는 데 일 년 정도 걸렸을까. 유치원 졸업반이 되었을 무렵에 나는 간신히 혼자 된장국을 끓일 수 있게 됐다. - 72p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사랑은 따뜻하다.

속을 채운다는 점에서 음식과 사랑은 비슷하다. 마음의 평화, 뱃 속의 평화, Inner Peace.

 

홀로 몸살 났을 때는 참 서글프니, 따뜻한 무언가를 드세요. 날이 서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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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2-1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와 같은 아버지 이미지로 남기를 기대하며.^^

마녀고양이 2016-02-12 13:10   좋아요 0 | URL
멋진 아버지예요. 저는
자신의 세계를 가진 아버지가 제일 멋져 보입니다.
 
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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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Le premier jour du reste de ma vie",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my life",

"남은 생의 첫날".

 

우리는 늘 남은 생의 첫 날을 살아간다. 가끔 생각하기를, 어린 시절의 내가 현재의 나를 바라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싶었다. 그런데 주인공 마리 역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린 시절의 하고 싶었던 일이 많았던 그 소녀는 마흔살이 된 자신을 보면 자랑스러워할 지에 대해서.

 

 

1.

 

인생과 마술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어릴 적에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에 경탄하며 공연을 감상한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놀라움과 경탄이 의혹에 자리를 내어 주고, 그때부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면, 무대 뒤의 베일이 벗겨진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화려하고 신비롭게만 보이던 무대 뒤가 사실은 매우 복잡하며, 생각만큼 아름다운 것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때로 실망감을 안겨 주기도 하는 추한 것들로도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그래도 삶은 계속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공연이 시작될 때마다 매번 삶의 무대 위로 뛰어든다.  - 212p

 

이 소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20년간 모범적인 주부 역할을 하던 마리가 두 딸의 격려 하에 마흔살 생일을 맞은 남편에게 엿(?) 먹이는 생일 카드를 남기고 가출하여 백일간의 세계일주 크루즈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객선의 이름도 "고독 속의 세계일주" 라니, 참으로 혹하다. 레오, 당신이 지루하지 않은 삶을 원했고 여기 당신이 원하던 것이 있어. 나는 떠나. 생일 축하해! 라는 문구를 봤을 때, 왜 내가 통쾌했을까. 아마

 

나를 괴롭히는 무엇을 뒤로 하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일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어서 아닐까.

꼭 남편이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의 무거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책임에서.

 

 

2.

 

색도 향기도 없이 지나간 날들이여 안녕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

단 한 번의 눈빛을 위해 십 년을 바치고

성과 궁전을 낯선 기차역과 바꾸리라

 

소설의 곳곳에서 인용된 Jean Jacques Goldman 노래에 호기심이 들어서 찾아 듣는 중이다. 익숙한 Comme Toi (당신처럼)라는 곡이 흐른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이뻤겠다 싶은 소설이다. 세계 일주 크루즈 여행인만큼 풍부하게 음식과 노래와 풍광이 넘쳐 흐른다, 자아 찾기와 함께.

 

그러나 이 책에 별점 다섯개를 주지 못 한 이유는

등장 인물들의 자아 찾기가 결국 짝짓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읽은 "고슴도치의 우아함" 역시 지나치게 그럴 듯 하고 도를 찾으러 가는 인생 여행의 우아함을 강조한 나머지, 도리어 깊이감이 떨어진다 싶었는데 "남은 생의 첫날" 역시 가벼운 자아 찾기 정도의 느낌으로 읽으면 되겠다. 모두 해피 엔딩에 자기 삶에 걸맞는 반려자를 만나는, 지극히 헐리우드 또는 한국의 방송 3사 드라마 같은 느낌에서 다소 심심하지만- 기분은 유쾌해지는 소설이다.

 

 

3.

 

그럼에도 단순한 100자 평으로 남기지 않은 이유는 제목과 첫 장에 인용된 Jean Jacques Goldman의 가사 문구, 그리고 모두 다 이렇게 살아, 풍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것들과의 작별, 다시는 인생을 놓치고 싶지 않아, 시계를 보며 삶이 끝나길 기다리는 사람들, 혼자가 되기 위해 떠난 여행, 자기만의 방, 오래된 빵을 내려놓네, 가슴 속에 살고 있는 나비, 괄호를 닫다와 같은 소제목이 아주 이쁘게 다가오기 때문이었고,

 

불태워버린 "더 이상 그립지 않은 것들의 목록"을 적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립지 않은 것들, 그래서 습관화되었으나 과감히 떠나거나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얼마 전 페이퍼에 옮겨적었던, 지금까지 가진 것들로 인해 내가 새로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는 문구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누군가의 명령에 기계처럼 움직여야 했던 시간, 웃고 싶지 않았으나 웃어야만 했던 회식의 상사 앞자리,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달성해야 했던 목표, 사랑하지 않으면서 혼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붙잡았던 사람들, 실은 모르면서 아는척하고 싶었던 순간, 무시당할까 계속 누군가와 비교한 시간들,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

 

그립지 않아,

보상을 얻기 위해 희생했던 순간들, 그립지 않아.

나로서 있지 못하던 시간들, 그립지 않아.

 

 

4.

 

마리는 크루즈 여행을 괄호를 열고, 괄호를 닫는다고 표현한다. 글을 쓰면서 행간에 잠시 보충하듯이, 또는 다른 이야기를 슬쩍 넣고 싶듯이, 우리의 삶에 괄호를 넣는다면 참으로 좋겠다. 인생이라는 큰 줄거리를 이끌고 나가는데, 살짝 벗어난 샛길의 에피소드는 한가로운 여유와 같다. (때론 정도에서 벗어나자? 그래도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이 정도-. ^^)

 

내가 아래의 노래 가사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며 책장을 닫는다.

저렇게 주어진 생을 살아간다면, 참으로 서글플테니. 한없이 기다리며 수동적으로 주어진 것에.

 

그녀는 세상이 변하기를 기다리네

시간이 변하기를

이 이상한 세상이 사라지기를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고만 있네

 

그녀는 거대한 바퀴가 회전하길 기다리네

시간의 바늘이 돌아가기를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고

은 식기를 닦으며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네

 

- 219~2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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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2-01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훌쩍 떠나는 건 멋있지만, 서로 대화 없이 생일 카드로 알리는 건 좀 마음에 안 드네요. 뭐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겠지만요.

자아 찾기는 꼭 일상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언제나 일상에서 훌쩍 떠나는 건 누구나 원하는 꿈같은 일이겠죠.

마녀고양이 2016-02-01 14:39   좋아요 1 | URL
생각해보면, 주인공 마리가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자고 한 장면은 없는 것 같네요. 자신이 얼마나 참고 살았고 남편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만 나왔던 것 같아요. 감은빛님은 좀 더 직접적으로 갈등의 해소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신거죠?

제가 그런 측면을 간과한 것을 보니,
저 역시 부정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갈등을 봉합하고 타협하는 과정이 역시나 약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떠난다, 꿈 같은 일이죠... ^^
이 책이 마음 깊이 다가오지 않은 이유는 지나치게 낭만적이었다는 점이예요.

[그장소] 2016-02-01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ㅡ마리 ㅡ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이 참 다양하단
생각을 했어요.
마론인형을 생각하게도 하고 ,수동형의!!
수채물감으로 그린 예쁜 소녀 이미지의 꿈 많은 여자 ㅡ
일것도 같고 ㅡ
어떤 면에선 ㅡ주술적인 느낌도 들고 ...
독특하고 기이한 괄호 (열고 ) 닫는 여행기 ㅡ
잘 읽고 가요!^^
좋은 저녁되세요!^^

마녀고양이 2016-02-01 19:52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께서 저보다 심상을 더 잘 그려주셨어요.
페미니즘을 표방하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더 여자 속에 갇혀있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어요. 책 소개에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나 바그다드 카페를 비교하지만 흠- 글쎄요. 하지만 참신하고 유쾌한 면도 많았으니까, 다소 가라앉은 토요일 저녁용으로는 어느 정도 만족합니다~ ^^

추워요, 추워. 단디 입고 다니세요!

[그장소] 2016-02-01 19:59   좋아요 0 | URL
제가 개그적 요소를 좋아는 해도 무턱대고
낭만적인 ㅡ쪽은 또 ...그닥 , 선호하진 않아서..
로맨스를 안믿는 타락 (?!)한 사람인지라...
차라리 의리를 ...믿지..ㅎㅎㅎㅎㅎ
바그다드 카페 ㅡ다시 봐도 괜찮을 듯 한~^^
고맙습니다 ㅡ
유쾌한 내용이 있어서 그래도 다행 ~

마녀고양이 2016-02-02 08:44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의 닉네임만 본다면
굉장히 낭만적으로 들린단 말이예요, 물론 지난 번에 닉네임 탄생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의 추억같은 닉네임으로 느껴져요. 큭큭,

그런데 그 추억이 로맨스가 아닌 의리였군요.
우리 앞으로의 시간동안 의리를 한 번 세워볼까요?
저도 고맙습니다 --

[그장소] 2016-02-02 13:38   좋아요 0 | URL
ㅎㅎㅎ이 닉넴이 사실 소설 제목이잖아요
배신 당하고 버림 받고 ㅡ외로운 사람이 마지막에 찾아 가는 그런 곳 요..
결국 그리 되버리고 마는 곳 이요.
다 ㅡ받아주고 , 싫어도 좋아도 그런 위치.
자리 , 사람이 그런 것도 같아서 ...

차라리 ㅡ누군가 와의 추억 같은 비린 기억이나
되면 ㅋㅋㅋ시비 걸어 오는 것 , 까짓 거..할텐데 그쵸?!^^ 앞으로 만들죠 .뭐 .. (응?)
의리로 ...보성댁 오는거 아냐..!^^;;;
식혜들고 ~~ㅎㅎㅎ으~~~리!!^^

마녀고양이 2016-02-02 19:58   좋아요 1 | URL
아우, 시원한 식혜가 땅기는 저녁입니다~
 
바나나 빛 행복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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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리뷰의 "별을 클릭해주세요"의 노란 별들은 소설 "바나나 빛 행복"에 나오는 노랑 앵무를 닮았다. 물론 소설이니까 내 머리 속의 상상일 뿐이지만, 리본, 또는 바나나, 스에히로, 스보, 다시 리본으로 불린 노랑 앵무새는 꼭 저렇게 살짝 형광빛을 띤 환한 행복일 것 같다.

 

노랑 앵무새의 수명은 평균 20년, 길게는 50년도 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새는 여러 주인을 만나게 되고, 그 나름의 사연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다. 주인은 노랑 앵무새의 이름을 지을 때 자신의 인생을 투영하고, 그리하여 노랑 앵무새는 그 사람의 삶에 동참한다. 책을 통해 만난 노랑 앵무새의 이름을 나보고 지으라고 한다면, "노오란 희망" 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녀석은,

 

살짝 어깨에 앉아서 자그마하게 속삭일 뿐이지만 우리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준다.

또는 살아온 삶을 정리하고 마감할 용기를 준다. 다른 생으로 건너갈 용기를 준다.

 

 

1.

 

글을 쓰다보니, 문득,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란색 풍선이 생각나고, 세월호의 노란색 리본이 생각난다.

여전히 노란 리본은 우리 집 현관 문에 붙어있다.

 

 

2.

 

노랑 앵무새 리본은 태어나면서 버려진 알이었다. 그 알을 발견한 할머니인 스미레짱은 자신의 백발 머리칼을 둥지 삼아 알을 품고 일정 온도와 습도를 맞추어주고 어미새가 해야할 일들을 해주면서 알을 부화시킨다. 6개월간 스미레짱과 손녀 히바리와 함께 지닌 앵무새 리본은 하늘로 날아가버리면서, 두 사람은 힘을 잃어버리는 듯 하다. 하지만

 

리본이 보물이었던 게 아니다.

스미레짱과 둘이서 알을 품었던 날들과 아직 눈을 뜨지 못한 리본에게 모이를 먹여 주었던 것, 리본과 스미레짱과 셋이서 함께 보낸 시간의 전부가 내게는 보물이었다. 그러니까 보물이 사라진 건 아니다. 보물은 내내 이 가슴에 남아 있다.

리본에게 자란 훌륭한 날개는 신이 넓은 하늘을 누비라고 준 선물이다. 리본은 하늘을 날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니까 그것이 진짜 모습이다. - 92p

 

라는 히바리의 독백은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비가 내리면 비를 맞으면 되고, 바람이 불면 그대로 바람을 맞으면 돼. 히바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거야. 그렇지만 말이지. 스미레짱은 거기서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내 눈동자를 그윽하게 바라보다가 계속했다. 히바리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는 히바리밖에 몰라. - 327p

 

딸기찹쌀떡에서 딸기가 썩어버린 것처럼 자신도 썩어버렸다고 느끼는 히바리에게 다시 날아온 리본은 눈 앞에서 사라졌다 하여, 각자 다른 길을 걷는다고 하여 관계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일깨운다. 그것은 내 마음 안에 있다. 그리고 어느 길로 걸어가고 싶은지에 대한 해답은 나 밖에 결정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다른 이의 길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3.

 

소설 "바나나 빛 행복"은 소소한 소설이다. 실은

내 취향에 절대적으로 맞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처럼 추운 겨울 날에 노오란 희망이 그립다.

 

우리 집 뒷 베란다의 세탁기가 얼었다. 혹시 얼었을까 싶어서 슬쩍 불리기부터 시작하고 작동이 된다 싶어서 세탁을 돌렸는데, 물 빠지는 호스가 얼었는지 세탁부터 요지부동이다. 덕분에 오늘 세탁기에서 세제로 불려진 세탁물을 화장실로 옮기어 신랑과 번갈아 발로 밟고 헹구고 짜내고 널었더니 마음 한 켠 짐이 사라진 듯이 개운하다. 세탁기 안에 불리느라 흥건한 물도 바가지로 퍼내야만 했다. 그런데 세탁물도 그렇고, 퍼내어 베란다 바닥에 뿌려진 물도 그렇고, 살짝 얼어 있다. 정말 추운 날씨이다. 영하 18도, 엄동설한이다. 이 추운 날,

 

여전히 국회 앞에서 일 인 시위를 하는 분들도 있고,

어제는 노동법에 항의하는 집회도 있었다. 길거리에 꽁꽁 싸매고 앉아있는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보면 마음이 시렵다. 파지 줍는 할머니에게 3만원을 쥐어 주고 들어가시라고, 이 추운 날 큰일 나세요 라고 했는데 들어가셨을지 염려스럽다. 그래서 오늘 이 소설이 마음에 더욱 다가온 듯하다.

 

흰머리 둥지, 체온계, 톡톡이, 전란, 위 아래 표시를 했던 동그라미와 세모 표시,

파우더 푸드, 주사기, 체중계, 새장, 그리고 따스한 보살핌과 날려 보낼 수 있는 용기,

리본을 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필요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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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1-2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세먼지 있는 날보단 추운 날이 더 낫다고 한 적이 있는데 취소합니다.
이렇게 춥다가는 동사의 위험이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가난한 이들이 추울 것을 생각하면
(제가 더운 걸 싫어하더라도) 차라리 여름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파가 끝나기를...


마녀고양이 2016-01-24 14:25   좋아요 0 | URL
저두 남편에게 여름이 낫겠다 라고 한숨 쉬었는데,
남편 왈, 여름 되면 생각이 또 바뀔 걸... 이라고 하더군요. 진실인지라
뭐라 말도 못하고 웃었어요.

그래도 추워도 추워도 너무 추워요. ㅠㅠ
어제 저녁에 퇴근 길에 코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세실 2016-01-2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착한 마고님...
파지 줍는 할머니가 젤 안쓰러운데 저는 그런 생각은 못했네요.
우리 집도 베란다에 세탁기 있는데 빨래 돌리지 못하겠어요. 내일은 풀리려나...

마녀고양이 2016-01-24 16:01   좋아요 0 | URL
언니, 거기도 춥나요?
아우.... 진짜 추워요, 추워.

오늘 보고서를 잔뜩 써야 하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고 있어요.
겨울은 사람을 잔뜩 움츠러듷게 만드네요. 화요일에는 풀린다던데~

책읽는나무 2016-01-2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베란다 배관이 언다고 세탁기를 돌리지 못하도록 한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게 추운 날씨에요
제가 읽은 장석주 작가의 책에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언급이 되었는데 이렇게 추운 날도 집회를 하시는지? 걱정스럽던데 다른 일로도 집회나 시위는 계속 전진중이군요
파지 줍는 할머님들도ㅜㅜ
저는 일요일 어쩌고 운운하다가 마고님 글에 고개 숙여집니다
얼른 날씨가 풀려서 모든 일들도 잘 풀렸으면 싶네요^^

마녀고양이 2016-01-24 16:03   좋아요 0 | URL
너무 추운 날씨예요.
책나무님 동네는 어떤가요? 워싱턴에 사는 제 친구는 전기는 안 끊기면 좋겠다고 카톡에 올렸더군요. ㅠㅠ. 참으로 이상한 날씨인지라, 정말 따뜻해지고 모든 일들을 잘 풀리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