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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은 무엇일까요? 나의 스토리, 특히 부모로서 내 스토리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자녀를 키울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아이를 통해서 반드시 복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런 복구 프로그램을 돌리는 대상이 바로 첫째아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와 첫째아이와의 관계가 복잡합니다. 첫째아이는 자녀가 아니라 '확장된 나'이기도 하죠. 이 아이는 내가 좌절한 데서 좌절하면 안 되고 내가 무시당한 데서 무시당하면 안 됩니다. 내가 결핍된 것을 이 아이는 채워줘야 합니다. - 32p, 엄마가 늘 여기 있을게, by 권경인

 

 

 

 

 

 

 

 

첫 장부터 한 문단 한 문단 읽어나갈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나는 어땠지 라고 묻게 하는 책은 참으로 심란하지만 값지다. 코알라에게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을까, 무엇을 강요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못 참는 감정은 억울함이지 라는 생각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그 억울함 뒤에는 늘 잘 하고 있어 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깊숙한 소망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 엄마가 늘 했던 "잘 했지만 더 해야 해."가 아닌 "이 작업을 참 잘 했네, 충분해." 라는 말을, "넌 더 잘할 능력이 있어, 최선을 다해야지." 가 아닌 "정말 많이 했구나, 그런 네가 자랑스럽네." 라는 말을. 그리고 엄마의 말들은 내 마음 속에 깊숙히 내면화 되어

 

나 역시 내 자신 뿐 아니라 딸인 코알라에게 비슷한 잣대를 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코알라는 종종 방어적이 된다, 이만하면 잘 했잖아! 라고 소리도 친다. 

 

최선이라, 꼭 그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이만하면 열심히 사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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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인류라는 종은 생각보다 빨리 멸종하리라고 내심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아마 지구를 지배했던 곤충이나 공룡, 다른 종들이 세대를 이어온 기간보다 훨씬 빨리 멸종할 것 같다.

 

특히

금요일 저녁에서 토요일 아침,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버리는 플라스틱, 비닐류를 보면 너무 죄스럽고 한숨이 나온다.

바쁜 일이 있다가 한가해질 무렵 집안을 발칵 뒤집어서 정리할 때도 유사한 생각을 한다.

 

인간은 어느 누구 때문도 아닌 본인들 때문에 멸종할 것이다. 아니면

그 전에 엄청나게 발전할 과학 기술을 가지고 다른 별에 확장하여 괴롭히러 가든지.

 

 

  뉴 필로소퍼 2018년 3호의 주제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 이다.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그런 의미를 찾기 위해서 몸부림 치는, 그 의미 부여가 없을 때의 공허감과 허무감을 매우 힘들어 하는 호모 사피엔스 종은 참으로 특이하다.

 

2호의 주제는 "상품화된 세계 속의 인간" 이다. 스스로 멸망의 길로 가면서 신나하는 우리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창간호의 주제는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 였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직업을 가진 나는, 좀 소진된 듯하다. 알라딘 서재의 소통도 크게 흥미가 없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저 책들을 읽은 것 같지만, 창간호를 구매하고서 아직도 읽어야지 싶은 마음에 거실 한쪽에 있다.

그런데 2호와 3호를 또 구매해야 할 것 같다. 참 이상하다. 진짜 궁금하고 읽고 싶은데, 요즘은 왜이리 책에 손이 안 갈까. 엄청나게 몰입하고 에너지를 다 쓰면 갑자기 확 질려하고 이후 다시 엄청나게 몰입하는 패턴인.... 나는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을 보면 늘 부러웠다. 이제는 그냥 내 기질이 그래, 하고 받아들인다, 크게 열등감 없이. 이제 슬슬 책을 읽을 시간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보라,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질을 하고 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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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뙤약볕 아래 높이 자란 풀들 사이에 화분 하나가 보인다.

원주인은 여기에 놓아두면 살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내에서 자라던 난에게는 무리한 요구다.

화단 안쪽에 있으니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얼마나 여기 있었던 걸까.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모양을 잡아주기 위한 끈을 보니 돌봄도 받던 녀석 같은데. 살아남은 두 촉을 남겨두고 깨끗하게 잘라낸 후 완전히 말라버린 뿌리를 버리고 마석을 채웠다. 영양제를 뿌리고 물에 담근다. 살아나기를.

 

 

이 산세베리아는 지난 토요일에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이다. 좋은 화분에 제법 싱싱하고 크게 자란 녀석들인지라 누군가 데려가겠지 생각했다. 우리집에는 더이상 자리도 없고.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새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수요일인 그제 밤에 데려와서 다듬고 분갈이 흙을 채우고 영양 알갱이도 올려주었다. 온통 먼지투성이라서 열심히 닦아내고. 친정에 사진을 찍어 보내어 가져가겠냐고 물으니, 이미 있는 하나로 충분하고 하신다. 결국 우리집의 산세베리아 화분은 세 개로 늘어났다. ㅎㅎ, 예쁘긴 하다.

 

 

이 주 전에는 다른 화단에서 정말 멋진 녹보수가 화분에 심긴 채 버려져서 시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한참 망설이다가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바구니 모양의 카트를 끌고 가는 도중에 우연히 왼쪽 다른 화단에서 뿌리채 뽑혀 나뒹굴고 있는 사진 속의 고무나무를 보았다. 에공. 결국 이 녀석도 카트에 담고 녹보수 화분도 카트에 담고 돌아왔다. 부랴부랴 집의 빈 화분에 있는 흙은 다 모아서 녀석을 심는데, 원주인 집에서 햇볕이 드는 한쪽 방향만 따라서 한참을 성장한데다 가지치기를 한 번도 안 했는지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운데다 너무 잎들이 무성하여 균형을 잡을 수 없다. 중간 이파리들을 솎아 주고 겨우겨우 지지대 세 개를 세우고 지탱하는데, 제법 매력이 있다. 이 주가 지난 지금 제일 윗 부분은 우리 집의 햇볕을 찾아서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새 이파리를 펼칠 준비를 한다.

 

 

 

이 아이들도 하나하나 주어와서 주어 온 화분과 새 흙에 심어주었더니 너무 잘 자란다.

참으로 이상한 일은 내가 직접 화원에서 구매한 녀석들보다 이렇게 주어 온 녀석들, 시들고 죽어가고 가지가 말라가던 녀석들이 우리 집에서 더 열심히 살아간다. 새로운 이파리가 나오고 쑥쑥 자라거나 꽃이 피면 마음이 행복하다. 정이 간다.

 

며칠 전에 참 기쁜 일이 있었다.

15년을 넘게 키우던 킹 벤자민이 지난 겨울 베란다의 한파에 얼었다. 어느 날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손 쓸 틈이 없었다. 그리고 봄이 되어도 이파리가 나지 않았고, 볼 때마다 슬프고 우울했다. 인터넷 정보를 찾아 보니 일 년 있다가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녀석도 있다 하길래 버리지 않고 볼 때마다 쓰다듬어 주었다. 옆 화분에 심었던 시계초와 나팔꽃 덩굴이 메마른 벤자민 가지를 타고 올라가며 꽃을 피운다. 그래서 몰랐다. 월요일에 보니, 벤자민 큰 줄기의 옆구리에 새 이파리들이 터져 나와 있는 것을. 그동안 녀석은 살아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얼어버린 가지 윗부분 대신 아직은 푸르른 빛이 남아있는 아랫 줄기 어딘가를 통해 나에게 오는 길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는 것을. 사랑스럽다. 정녕 사랑스럽다.

 

고맙다, 얘들아.

 

 

추신.

사람들도 그렇다고 믿는다. 모든 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고,

때로는 방향을 잘못 잡아서, 방법을 몰라서, 환경이 억울하여 방황하고 잘못도 저지르지만

그 연약해서 악한 면 안에는 강인하고 선한 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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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8-1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세베리아를 결국엔 데려오셨군요. 저렇게 멀쩡한 것을 버리는 사람에게도 이유가 있기를.. 어쨌든 우리 마고님은 진정 green thumb이시군요!! 언제 그 사랑의 비결을 알려주세요~~^^

마녀고양이 2018-08-11 15:2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버리는 분들은 또 나름의 사정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오늘 도착한 선인장 때문에 작은 화분을 주으려고 재활용 쓰레기장을 몽땅 돌았는데, 이번에는 버린 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제 투덜거림을 들었을까요? ^^

cyrus 2018-08-1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들이 마고님의 애정을 듬뿍 받아서 잘 자랐네요. ^^

마녀고양이 2018-08-11 15:21   좋아요 0 | URL
오오......... 맞아요. 제 애정이 듬뿍 들어가요. ㅎㅎ
 

한동안 어거지로 쑤셔 넣어야 할 지식이 너무 많아서 책이라면 꼴도 보기 싫었다. 이후 한 번 멀어진 책은 내게로 잘 다가오지 않았다. 그 이유 중에는 노안도 한 몫 했다. 원래 있던 난시에 노안까지 오니 책을 보면 머리가 아프고 집중이 어려우며 피곤한 날은 눈 앞이 부옇다. 알라딘에서 오래 알았던 언니가 이제는 노안으로 피곤하여 블러그 활동을 못 하겠다고 할 때는 그다지 와닿지 않고 서운함만 가득하더니, 이제 내 차례가 되니 도돌이표처럼 나도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사람이 그렇다. 타인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 줄 때,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라고 흘려듣다가 나중에 똑같은 일을 당하고 나서야 지혜를 나누어준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아무튼

 

책이나 알라딘 서재 글쓰기 대신 반려식물에 빠져 있는 중이다.

 

워낙 정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관심이 있을 때의 몰입력도 상당한 편이다. 덕분에 우리 집은 온실이나 화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엄청난 식물들이 여기저기 있다. 집에서 동물 키우기를 싫어하여 대신 반려식물을 반기던 옆지기는 이제 자리가 없다고, 그만하라고 하소연한다. 거기다

 

우연히 아파트 재활용품 쓰레기장에 버려진 식물을 보게 된 것이 더 큰 집착의 시작이었다.

버려진 식물을 냉큼, 매우 즐겁게 짚으로 가져와서 새 흙과 다른 동의 재활용품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화분에 심었다. 잘 자란다. 그렇게 한 번 눈을 뜨고 나니, 매주 버려진 식물이 보인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워낙 많아서 무책임하고 잔인하다고 했더니, 버려지는 반려식물은 더더욱 많다. 어느 집이 이사했다 싶으면 영락없이 버려진 식물들이나 나뒹구는 화분이 있다. 오늘은 뿌리채 뽑혀서 버려진 녹보수를 보았다. 대체 화분은 어디 간 건지, 녹보수 외에도 대란이나 이름 모를 다른 화초들도 뿌리가 뽑혀서 화단에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나뒹굴고 있다. 이렇게 버려진 식물들을 구제하다 보니 집안이 더욱 북적인다. 결국 1미터가 훨씬 넘는 녹보수는 데려오기를 포기했다, 누군가 데려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뒤로 물러난다.

 

스스로 너무 과하다 싶다. 버려진 모든 식물을 구할 수는 없다. 

이런 현실과의 타협 속에서 약간의 혼란과 갈등, 죄책감에 이어 슬픔이 살짝 어린다. 

함께 사는 삶,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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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8-0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사람들이 식물도 버리는 군요!!ㅠㅠ 제 친정엄마도 그러고보니 아파트 근처 지나가시다가 버려져 있는 식물 데려오시거나 아파트 정원에 심어주거나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마녀고양이 님이나 우리 엄마나 오지랖도 넓고 착한 사람들.
노안을 이제 경험하시는 군요!!! 저는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안 읽게 되었는데 또 어떻게 적응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해결해 줄거에요. 그런데 님은 난시까지 있으시다니 저보다 더 힘드시겠다. 화이팅!!

마녀고양이 2018-08-08 10:35   좋아요 0 | URL
저도 노안을 한 5년 전부터 경험하고 있는데, 요즘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언니는 저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노안과 함께 하셨는데 그렇고 공부도 하시고!

어제 며칠째 버려진 화분에 담긴 산세베리아를 모른 척하면서 흘끔흘끔 보는 중인데
내일도 가져가는 분이 없으면 아무래도 가져와야겠다 싶어요. ㅎㅎ
 

 

자기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뿐이다.

 

정체성에 대한 인정은 특정한 서사 내용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서사와 편집권에 대한 인정이다.

 

네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오늘은 레즈비언이라고 고백하고 내일은 그것을 부인해도 상관없다.

나는 너에 대해서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너 자신임을 인정한다.

 

- 215p, 사람, 장소, 환대 중에서, by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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