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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올해 산세베리아가 꽃망울을 맺었다.

이 아이와 함께 한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산세베리아도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다. 올 봄, 바쁜 와중에 새 흙을 보충해주고 비료를 뿌려주고 이 주에 한 번이라도 물을 주었더니 이렇게 보답한다.

 

 

 

워낙 꽃을 피우지 않는 아이라, 산세베리아의 꽃을 보면 복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올해 우리 집은 평온하다. 감사한 일이다.

 

 

1.

 

과감하게 금주 일을 다 빼버리고 열흘의 황금 휴가를 얻었다.

텅 빈 시간, 실은 할 일은 너무나 많지만, 그래도 텅 빈 착각이 드는 이 시간에 나는 신나게 소설을 읽는 중이다. 카린 지엔벨의 "마리오네트의 고백"을 읽고, 교고쿠 나쓰히코의 "도불의 연회" 상하권도 읽고, 미미 여사의 "괴수전"도 읽고, 모리 히로시의 "봉인재도"도 읽고 있다. 완전 장르 소설 만세다.

 

교고쿠 나쓰히코는 "우부메의 여름"을 읽고 장광설에 질려서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수 세월이 지나 어떠한 작가인지 까먹고 최신작을 홀랑 샀다가 다시 장광설에 질리면서도 묘한 매력에 다른 작품도 읽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어제 알라딘의 서평을 뒤적거리는데, 잘 아는 알라디너가 이 책의 장광설에 질려 다시는 안 읽는 사람이 많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글을 써서 내 얘기 같아 픽 웃었다. 장광설에 담겨진 인생의 깊이를 느껴봐야겠다고 마음이 흘러가고 있다.

 

지금 나는,

황금 휴가 동안 어느 시리즈 물을 해치울까 생각에 잠겨 있다. 한 번 들면 밤 새어 읽고 정신 못 차릴까 싶어서 미뤄두고 미뤄둔 시리즈 물들, 왕좌의 게임, 파운데이션, 십이국기, 은하영웅전설, 대략 넉넉하게 열 권은 되는 시리즈 물을 읽으면 휴가가 다 지날 터인데, 마음 잡고 못다한 공부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과감하게 핸드폰 게임과 TV 드라마를 끊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가도, 사람이 그렇게 살아서 뭣 하나 싶기도 하다. 인간은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 유희의 존재이기도 하지 않나. 유희를 통해서도 성장하지 않나.

 

 

 

 

 

 

 

 

 

 

2.

 

코알라가 고1이다.

학교 수행 평가로 만든 작품이 예뻐서 허락을 받아 알라딘 서재에 올린다.

 

제목 : 병 안의 소녀 (글, 그림 코알라)

 

 

 

어느 날, 기적적으로 병에는 문이 생겨났습니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소녀는 문을 열고 병 밖으로 나갔습니다.

 

 

 

소녀는 봄을 맞이했습니다.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봄. 새로운 생명이 한 아름 가득한 봄은,

병 밖의 세상에 막 나오기 시작한 소녀를 위한 것 같았습니다.  

 

 

 

또 걸어가,

소녀는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푸릇 푸릇 초록이 가득하며 활기찬 여름은,

이 세상이 즐거워지는 소녀의 마음과 같았습니다.

 

 

또또 걸어가,

소녀는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주황빛으로 쌀쌀해진 가을은, 소녀가 더워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해서 걸어가,

소녀는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하얗게 모두가 조용해진 겨울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위한 쉬는 시간과 같았습니다.

 

 

 

소녀는 이제 병 밖에 있습니다.

병 안의 세계를 나왔고, 소녀는 병 밖의 아름다운 세계를 알았습니다.

소녀는 이제 병 밖에 있습니다.

 

 

 

3.  

 

아직 미숙한 코알라의 작품에서 싱싱함과 활기와 고민을 읽는다. 그리고

성장하고 있는 딸아이를 느낀다. 자신을 보호하고자 병 안에만 숨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딸아이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서 병 밖의 세상을 만나기 바란다.

 

그리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4.

 

산세베리아가 일주일만에 만개했다.

 

 

 

산세베리아 꽃은 우아한 다크 초콜릿 향이다. 그윽한 난초 향도 닮았다. 아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향이 난다. 우리들처럼, 고유하고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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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7-2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의 작품이 훌륭하네요.

선인장류의 꽃은 매우 드물게 펴서 예전에 우리집의 선인장 꽃을 볼 때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6 12:21   좋아요 0 | URL
저희집 선인장도 어떤 녀석은 매년 꽃을 피우는데 어떤 녀석은 사왔던 첫 해만 보고 그 다음에 한 번도 못 봤어요. 제가 생육 조건을 못 맞춰주고 있는 것 같은데, 어렵더군요. 있는 그대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 늘 고민입니다. ^^

코알라는, 공부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열심히 성실하게 자율적으로 하는 예쁜 딸로 자랐네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성적보다 수행 평가 성적이 월등한 점이나 선생님들의 평가가 좋은 점을 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지금은 최상위가 아니지만, 여러모로 대기 만성할 거라고.. 그게 부모로서의 제 목표이기도 합니다.

waxing moon 2016-07-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산세베리아 꽃향기 매우 향기롭죠. ^^

마녀고양이 2016-07-26 12:55   좋아요 1 | URL
꽃향기를 맡아보셨군요, 참 독특한 향기예요..
꽃망울에 맺힌 꿀도 참 맛나구요. ^^

서니데이 2016-07-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그린 일러스트 예뻐요. 학교수행평가로 다양한 것을 하나봐요. 잘 보았습니다.^^

마고님 요즘 정말 더운데, 휴가에 마음에 드는 책도 읽고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

마녀고양이 2016-07-26 14:33   좋아요 1 | URL
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동화책 만들기 가정시간 수행 평가였답니다.
그런데 정작 코알라는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투덜대는군요.
제가 보기에도 딸바보라서 그런가, 예쁘기만 한데.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여름 되셔요~

자목련 2016-07-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세베리아 꽃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귀한 꽃이네요.
거기가 꽃보다 더 귀한 따님의 작품까지. 예쁘고 사랑스럽고 단단한 그림이라고 전해주세요^^*

마녀고양이 2016-07-27 11:08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봤어요. 기쁘더라구요.
그리고 코알라의 그림 칭찬, 꼭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blanca 2016-07-26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일 때의 코알라 모습 기억나는데 벌써 여고생이라니... 게다가 수행평가물은 정말 사랑스럽네요. 아, 정말이지 너무 덥네요. 즐거운 휴가 되시기를 ^^

마녀고양이 2016-07-27 11:0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은 벌써 아이 둘 엄마잖아요.... ㅎㅎㅎㅎㅎ
너무너무 더운데, 지금 비가 쏟아지는군요. 건강 챙기세요.

보슬비 2016-07-26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는 다 좋아요~
산세베리아 꽃도, 황금휴가도 무엇보다 코알라의 그림도~~~ 굿입니다용~~ ^^

마녀고양이 2016-07-27 11:09   좋아요 0 | URL
아유, 굿이라고 말씀해주시니 참 좋네요.
저는 칭찬을 낼름 받아 먹습니다. ㅋㅋ

cyrus 2016-07-2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 양이 벌서 고1이라니... 힝... ㅠㅠ 몇 년 전만 해도 중학생이었는데, 벌써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네요. ^^;;

마녀고양이 2016-07-27 11:09   좋아요 0 | URL
몇 년 전에는 초딩으로 여기 왔던 것 같은데... ㅋㅋ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사이러스님도 곧 30대가 되겠네요. 아!하!하!

cyrus 2016-07-27 16:33   좋아요 0 | URL
8월이 오면 제가 진짜 서른살이 됩니다... ㅠㅠ

2016-07-28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8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8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8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7-2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산세베리아의 꽃과 코알라양의 그림을 보다니~~
횡재로군요^^

마녀고양이 2016-07-27 11:09   좋아요 0 | URL
아유, 책읽는나무님의 댓글이 제겐 더 횡재네요~ ^^

2016-07-27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6-07-2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벌써 고1?
초등학생일 때, 언제 엄마를 덜 찾고 독립적이 되나, 우리 그런 댓글 주고받은 적 있었는데...
그땐 제가 중1이 되면 독립한다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ㅋ

따님이 마고 님을 닮아 재능 있네요. 앞으로도 기대하는 1인이라고 따님께 전해 주세요.
산세베리아와 함께 좋은 시간 가지시길... 흐뭇한 페이퍼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8 14:56   좋아요 0 | URL
넹, 고1.
내내 일하던 엄마로 인해, 한때 너무 엄마를 찾고 붙어있더니
어느 순간 떨어져서 자신의 공간을 주장하네요. 예뻐요.
언니 말씀이 딱 맞지 뭐예요. ^^

흐흐, 저는 그림 전혀 못 그려요. 하지만
기대한다고 하시니 너무 감사해요. 코알라에게 전하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7-2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내가 코알라를 아는게 자랑스러운 그런 그림이네.

코알라 보고싶다~^^

근데 코알라 단발머리야?
나도 단발로 커트할까?

마녀고양이 2016-07-28 16:27   좋아요 0 | URL
자랑스러워해주어 고마와.
코알라에게 물어보니 상당히 심란한 표정을 보여서 이해해 줘, 사춘기잖아.

코알라의 머리 길이는 등과 허리 사이까지 옵니다.
미장원 가기를 엄청 싫어해서, 1 년에 한 번쯤 가려나... ㅠㅠ
(나도 예쁜 옷 입고 꾸미는 딸네미를 갖고 싶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6-07-3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어머나....코알라 너무 사랑스러워요. 글도 그림도 생각도...!!!!
그리고 벌써 고1이라니...그러니까요. 우리 딸이 고2니까...우리 늙는건 생각 안하구요. 애들만 커가는 것 같네요. 딸은...참 예쁘죠?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딸이 있다는건 축복이예요^^
마고님...너무 더운데 잘 지내시죠? 저 자주 올게요~

마녀고양이 2016-07-31 13:02   좋아요 0 | URL
그죠... 아이들 참 잘 크죠.
그만큼 우리의 인연도 오래가는 것 같구요. ^^

아후, 정말 늙는 것 같아요. 이제는 살도 안 빠지고 그냥 나 몰라라, 나는 아줌마다, 싶어지고.... 코알라가 아가씨 티가 나면 그냥 헤벌레 좋을 때다 싶고..

현맘님, 요즘 정말 너무 너무 덥네요. 건강 챙기시고,
자주 온다는 말씀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기분 좋네요.

cyrus 2016-09-1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스트레스 조심하고,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그제 저녁,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딸 코알라가 "엄마가 이거 좋아할지 모르지만..." 이라며

주저주저 핸드폰을 내민다. "뭔데?" "인터넷 서명이야."

 

다시 보니, 필리버스터와 관련하여 "테러방지법" 반대 서명이다.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이 뭔지 알고 있는거야?"

"응, 국민들의 정보를 마음대로 뒤져볼 수 있는 거잖아." 란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관심 많다고.

 

우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질만큼 성장한 울 코알라,

기쁜 마음으로 서명했다.

 

오늘로 60시간 넘게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토론을 연장하고 있다. 다음 총선 출마 배제 명단에 들어간 의원이 최선을 다해 연설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퇴장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마음도 힘들텐데 저렇게 해주시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찡하다. 나라꼴이 여러 부분에서 흉흉한데, 한편으로는 따스한 마음으로 작은 희망을 본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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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2-26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저도 서명완료했어요~

마녀고양이 2016-02-26 15:30   좋아요 1 | URL
기억의집님도 하셨군요~ ^^
저렇게까지 해서 우리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참으로 심란한 맘도 듭니다. 에휴.

paviana 2016-02-26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알라양이 벌써 고등학생이 되는군요. ㅎㅎ
칭찬 많이 해주세요. 엄마한테도 서명 부탁하다니...
저도 서명 했어요.

마녀고양이 2016-02-26 16:13   좋아요 1 | URL
네, 파비아나님.
코알라가 벌써 고등학생이 된답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유치원생이었는데 말이죠.

말씀대로 칭찬 많이 해줄게요. 감사해요~~

2016-02-26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6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0.

 

새해 첫 날,

나는 또 청소년 전화 상담 순번에 걸려서 근무 중이다. 오늘 아침은 아주 고요하다. 다행이다. 새해 첫 날 아침부터 울면서 전화하는 이가 있다면 참으로 마음이 아팠을 듯 하다. 해결되지 못한 일들이 있더라도, 새해 첫 날 아침만큼은 다들 평온하고 고요하게, 푹 잠이 들어있다면 좋겠다... 라고 쓰는 순간 따르릉 전화가 울린다. 중학생 정도 목소리인데, 일시 쉼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집에서 나온 모양이다, 안쓰럽다. 역시나 새해 첫 날이라도 시계는 다른 날과 똑같이 굴러간다.

 

 

1.

 

코알라가 2학기 성적표를 가져왔다.

대충 B 이상은 맞았는데 수학이 유독 눈에 확 띄는 점수이다. 신랑은 수학을 아주 좋아하고, 나 역시 수학에 있어서 그렇게 나쁘진 않았는데 코알라는 수학에서는 아주 고전하는 중이다. 대신 특이하게도 논술형으로 나오는 주관식 점수는 상당히 뛰어나다. 또한 언어를 잘 해서 국어와 영어 성적이 좋고, 수행 평가도 성실하게 한다. 그럼에도 수학부터 눈에 들어왔던 내 자의식에 대해서 반성 중이다.

 

담임 선생님이 써주신 평가,

 

성실하고, 대인 친화력이 뛰어나다. 특히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친구를 감싸주면서 함께 다녔고,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도 받아들여지도록 도움을 주었다...

 

대략 이런 글인데 내 딸이지만 칭찬해주고 싶고 자부심이 생기며 뿌듯해진다. 그렇다해서 코알라가 모범생인 것만은 아니다. 올해 툭하면 욕과 비속어를 달고 다니고, 게임에 열광하며, 엄마에게 때때로 반항하고 시니컬한 말투로 톡 쏘아붙이며 비아냥대기도 하고, 엄마보다는 친구와 놀러나가기를 즐기고, 영화나 소설, 일상사의 슬픈 얘기를 들으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말 그대로 사춘기를 지나는 중이다. 지나치게 심한 욕을 하거나 화를 내뱉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면 나도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명확하게 나무라지만, 사소한 경우에는 성장의 과정으로써 "네 힘이 상당히 커졌구나" 하고 받아들여준다.

 

 

2.

 

중학교 학기 초부터 같이 다닌 코알라의 친구(A라고 하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심한 왕따 경험을 해서 그런지 위축되고 눈치보고 또래 아이에 비해서 적절한 상황 판단이 떨어지며 학업을 거의 따라오지 못 했었다. 솔직하게 코알라가 "이상해" 라고 고민을 호소할 때, 그 아이가 지적 장애가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반 친구들은 코알라에게 "A랑 왜 같이 다니냐, 놔두고 우리랑 놀자" 하고 압박을 했고, A를 은따시키면서 때론 쓰레기와 같은 욕설이 적힌 쪽지를 교묘하게 던지거나 이상한 행동을 시키는 등의 장난을 했다.

 

코알라도 상당히 고민을 했다. A와 짝을 지어서 수행 평가를 하게 되면 코알라 혼자 도맡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대화나 놀이가 통하고 재미있는 친구들과 놀고 싶어했다. 그러나 혼자 남게 될 A 곁에서 버텨주면서,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대신 화를 내주었다. 가끔 집에 와서 나에게 고민을 호소하면서 울기도 몇 번 울었다. 그때마다 나는 "충분히 힘들 것 같다, 엄마라면 너처럼 A 곁에 있지 못할거다, 많이 애썼다, 이제 네가 원하는대로 하라"고 했다.

 

5월 즈음, 익명으로 우리 반에서 좋은 일 하는 친구를 적었는데 몇 명의 아이들이 코알라가 A와 함께 있어 준다 라고 썼다고 담임 선생님이 전해주셨고, 그런 칭찬에 코알라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반 아이들의 변화가 시작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초등학교 때의 좋지 않은 경험으로 학교 수련회 밤마다 공황 장애 증상을 보였던 코알라는 2013년 학교 수련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는데, 혼자 참석하게 될 A를 걱정하면서 나름 친한 친구들에게 부탁한 모양이다. 시큰둥하던 다른 친구들이 수련회에서 A의 머리를 감겨 주는 등, 살뜰하게 돌봐주었다는 얘기를 이후에 A와 담임 선생님께 전해들었다. 1년 가까이 된 지금, 다른 아이들이 A를 크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왕따를 시키거나 골탕먹이는 일은 없다. 그냥 코알라와 A를 포함하여 같이 다닌다.

 

 

3.

 

또 다른 변화 하나는 A다.

극과 극 변화가 생겨서 갑자기 아주 괜찮은 아이가 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서 친구들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고, 성적도 향상되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으며, 위축된 모습도 다소 사라져서 코알라 곁으로 쉽게 다가온다. 지적 장애를 의심받을 정도로 미숙했던 A의 변화를 보면, 대인 관계가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싶어진다.

 

 

4.

 

또한 코알라 자신도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향상되었다.

이는 자존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5.

 

코알라 반 아이들 중에 독하고 모진 아이들이 없어서 이런 분위기가 가능하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우리 학교 문화의 "왕따"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학교 폭력은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지며 "방관자" 역시 잠재된 가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방관자는 함께 지켜주는 이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말 밉거나 싫어서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장난이나 가벼운 다툼으로 시작된 가해가 많다. 상대가 얼마나 상처를 입게 되고, 인생에 큰 영향을 받게 되는지 모르기에 시작된다. 이때, 이런 행동이 정당하지 않다는 도덕성과 책임감을 심어줄 또래나 어른이 곁에 있다면 아이들은 금방 변화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은 행동이 얼마나 큰 사건 사고로 넘어갈 수 있는지 크게 고려하지 못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다. 어른들은 당연히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머리로는 "도둑질 안 돼, 거짓말 안 돼, 왕따 안 돼" 라고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타인의 아픔을 진지하게 알아주기에는 아직 어리다. 적절한 판단을 하는 전두엽이 아직 성장 중이다.

 

부모가 아이의 아픔을 공감해주어야, 아이도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상담에서 "자기 조망"이 되는 사람만이 "타인 조망"도 가능한게 아니냐고 말하는 이치다. 본인이 심하게 아픈데, 타인의 아픔을 제대로 알아줄 수 있을까.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을 강요한다는 것은 역시 무리한 일이다.

 

원리 원칙도 중요하고 규율도 중요하고 지식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싸안아주고 지켜주고 곁에 있어주는 "따뜻함"이 아닌가 싶다.

 

 

6.

 

끝으로,

나는 참 괜찮은 딸을 두었다. 헤벌레.

이 페이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척하면서 결국 자식 자랑하는 딸바보 엄마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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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1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1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한시경 2014-01-0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자랑할만한 따님인데요,,, 딸이 너무 부러운 외동아들 엄마의 한숨소리 들리세요~^^

마녀고양이 2014-01-03 12:14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아들 있는 부모님들 부러워지고 있습니다.
키울 때는 어떨지 몰라도, 성장한 아들은 참으로 듬직하더라구요. ^^

세실 2014-01-0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딸바보 마고님. 엄마는 아이의 거울이래요~~~ 잘 키우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챙기면서 하시길요.
이제 공부는 끝난건가요? 박사 도전? ㅎㅎ

마녀고양이 2014-01-03 12:19   좋아요 0 | URL
아하하, 언니, 감사드려요.
언니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공부는... 이제 마지막 학기에 들어서고 논문을 넘어서야 한답니다.
어떡해요... 으앙,,, 글구 박사는요, 상담 심리학의 일부 학교는 자격증 1급을 가진 사람만 받는데 1급 따기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ㅋ, 산넘어 산이랄까요.

saint236 2014-01-0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새해 첫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일을...그래서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마녀고양이 2014-01-03 12:19   좋아요 0 | URL
세인트님도 그러셨군요. 고생하셨네요... 저도 가족들에게 미안한... ^^
새해에도 좋은 일 가득하시고 건강하셔요.

cyrus 2014-01-0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보기 좋은데요. 알라에 대한 마고님의 따뜻함이 느낄 수 있었어요. 남을 감싸 안을 줄 아는 마고님의 따뜻함을 본받고 싶군요. 지금처럼 올해도 그런 따뜻함이 오랫동안 이어져서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마녀고양이 2014-01-03 12:21   좋아요 0 | URL
제 따뜻함이 느껴지나요?
'알라'란 단어가, 아이란 의미 맞죠? 알라딘인가 하고 잠시 갸우뚱했답니다.

사이러스님, 올해 꼬옥 원하는 일 이루어지기를 바랄게요.

2014-01-02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3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3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4-01-0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사랑스러운 딸바보엄마! 올해에도 주욱~~^^

마녀고양이 2014-01-03 12:25   좋아요 0 | URL
히힛, 넹, 언니야도~ 쪼옥~

보슬비 2014-01-0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에 관한 책을 읽고, '두 친구 이야기'에서는 '코알라' 인형이 등장해서인지 더 정감이 가는 페이퍼네요. 사춘기라 힘들텐데, 남을 배려할줄 아는 마음을 가진 코알라를 보며 마녀고양이님의 성품과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부럽고 좋아요.

2014년에도 마녀고양이님과 코알라 모두 행복하고 사랑받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녀고양이 2014-01-03 12:27   좋아요 0 | URL
핸드폰으로 그 페이퍼 읽어서, 제가 댓글을 달지 못했어요.
친구란 참으로 소중한 것 같아요, 부모나 가족이 해줄 수 있는 것과는 또다른 힘을 지녔더라구요. 코알라는 배려도 하고, 승질도 낼 줄 아이라서 좋아요. 사실 승질내야할 때 승질을 내라고 하고 승질내면 칭찬하기도 해요.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보슬비님, 즐거운 일이 많은 2014년 되셔요.

paviana 2014-01-0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당연히 자랑하실만한 따님입니다.
이제 고등학교 들어가는데 여전히 중2병 말기를 보이는 아들내미를 둔 엄마는 부러울 따름입니다요. ㅎㅎ

마녀고양이 2014-01-03 12:28   좋아요 0 | URL
파비아나님, 오랜만이셔요... ^^
아들들은 갑자기 확 변하던걸요. 중학교 남자애들은 언제 어른되나, 아이 티를 벗나 싶은데 고등학교 2-3학년인 아이들은 어쩜 그리 갑자기 달라지는지 신기했어요. 그리고 그런 아들을 둔 엄마들이 부럽기도 했구요. 파비아나님은 멋진 애인이 있으신거네요~

꿈꾸는섬 2014-01-0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들어 훈훈하고 정겨운 코알라 얘기 들으니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4-01-03 12:29   좋아요 0 | URL
꿈섬님, 올해 즐거운 일 가득한 2014년 되세요.
현준이랑 현수도 잘 크구, 페이퍼 가끔 보면 멋지게 성장하는 것 같아서 그 어머니의 그 아이들이네 싶던걸요~ 쪼옥~

무스탕 2014-01-02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가 참 이쁘게 자라주고 있네요.
제 지인의 딸아이는 중학교 들어가서 심하게 사춘기를 앓더니 결국 중2 중간에 자퇴해서 검정고시 치루고 올해 고등학교에 가요.
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 참 안스러워요.
내 새끼도 그 시절을 보냈고 또 지금 한창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혼란이라지만 그건 어쩜 주변의 판단일지도 모르죠. 본인은 전혀 인식을 못하고... -_-;;)
이런 이쁜딸 자랑하셔 됩니다 ^^

마녀고양이 2014-01-03 12:31   좋아요 0 | URL
지인의 따님은 호된 사춘기를 치루고 있군요. 성인 시기의 좌절을 미리 겪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ㅠㅠ. 너무 상처받지 말고 예쁘게 아문다면, 좋은 자산이 될 수도 있을거라는 틀에 박힌 얘기를 하게 되네요.

그럼요, 저 역시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코알라도 많이 헤매지만 그것 역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자랑할 일 있을 때 많이 하려구요. 호호.

평온하고 건강한 2014년 되셔요.

icaru 2014-01-0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코알라가 대단한 일을 해낸 게 분명해요~
어쩜...으아~~
사춘기아이더러, 딴 자아를 데리고 다니는 아이라고하더라고요,, 완전 딴 사람이 된다고~
으악~저도 겪어낼 일이긴 합지요~

마녀고양이 2014-01-03 12:32   좋아요 0 | URL
이카루님, 평온하고 건강한 2014년 되세요.

아이들이 거의 빛의 속도로 변해가더라구요. 상담 센터에 방문하는 엄마들이 초5부터 아이들이 갑자기 내 자식 아닌거 같다고 호소들을 하시네요. 다행히 코알라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이카루님은 멋지게 겪어내실거예요!

순오기 2014-01-0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런 코알라가 이쁘게 잘 컸네요.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바람직하게 잘 가고 있는 거 같아요.
2014년에도 쭉쭉 뻗어가기를 응원합니다!!

마녀고양이 2014-01-09 11:02   좋아요 0 | URL
네, 언니... 이쁘게 잘 크는 것 같아요.
가끔 둘이 투닥거리고 싸우긴 하지만요.

언니도 2014년 건강하시고, 원하는 일 많이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여전히 바쁘실거죠? ㅋ

2014-01-06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9 1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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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4-01-0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 멋지네요. 저라면 그런 용기가 있었을까 싶어요.
코알라, 청소년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 같습니다!
현실에도 있다는게 참 감사하고 고맙네요. ^-^

마녀고양이 2014-01-09 11:05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2014년 건강하고 원하는 일 많이 이루셔요....

서로 조금만 신경쓰고 배려하면 많은 분란이 사라질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돼요.
다들 자기 상처가 아파서 그런 것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옆도 보고 뒤도 보고 하면 참으로 좋을텐데.... 코알라를 그리 칭찬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홍홍.

울보 2014-02-2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는 아주 잘 자라고 있네요,
저도 마녀고양이님처럼 내아이를 많이 믿고 기다려주고 힘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요즘 자꾸 아이에게 엄마가 짜증을 ㄴㅐ는것 같아 많이 반성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6 12:26   좋아요 0 | URL
2년만에 댓글 다네요.
울보님, 잘 지내시나요? 지난 페이퍼 읽고 염려되었는데.
울보님은 아주 좋은 엄마시고, 하나 밖에 없는 엄마시랍니다.

감은빛 2014-02-2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 멋지네요!
말이 쉽지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6-07-26 12:27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어쩌다가 2년 반만에 댓글의 답글을 달다니!
우리의 인연이 꽤나 오래 되었음을 확인합니다. ㅋㅋ
 

 

(달을 녹이네, by 좋아서하는밴드)

 

 

0.

 

일요일 아침,

식구들은 마음껏 늦잠을 즐긴다. 열 시가 된 현재에도 아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어제 저녁 9시부터 잠이 들어버린 나는, 8시에 잠이 깨어버린다.

 

고요한 집에서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를 하고 슈퍼에서 산 갈치 토막을 냉장고에서 꺼내어 씻고 굵은 소금을 뿌려서 쟁반에 받쳐놓고 현미와 백미를 반씩 섞은 쌀알 위에 매생이를 함께 앉힌다. 그래, 오늘 아침 반찬은 매생이 밥과 구운 갈치, 그리고 어제 아침 해놓은 비지된장찌개란다.

 

빨강 알라딘 컵에 어제 내려놓은 원두 커피를 한 컵 가득 따라서 전자렌지에 데운다. 이렇게 데운 커피는 밍밍하지만, 카페인 중독에 틀림없는 나에게는 약간의 위안이 된다. 올해 알라딘 컵은 특히 마음에 든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하고 톡톡하다. 겉과 속이 다른 색상과, 알라딘 마크 외에 군더더기 장식없는 깔끔함이 마음에 든다.

 

페이퍼를 쓰는 지금, 전기밥솥의 부글부글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1.

 

오늘 나는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가령 옆집에 사는 다운증후군 아이는 인간으로서

어떤 결격사유가 있는가

그날은 그해의 가장 추운 날이었다

겨울이었고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 보니

그 아이가 서 있었다

죽은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늘 집에 갇혀 지내는 아이가 어디서

직박구리를 발견했는지는 모른다

새는 이미 굳어 있었고 얼어 있었다

아이는 어눌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뜰에다 새를 묻어 달라고

자기 집에는 그럴 만한 장소가 없다고

 

그리고 아이는 떠났다 경직된

새와 나를 남겨두고 독백처럼

눈발이 날리고

아무리 작은 새라도 언 땅을

파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흰 서리가

땅속까지 파고들어 가 있었다

호미가 돌을 쳐도 불꽃이 일지 않았다

 

아이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다시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아이는 신발 한 짝을 내밀며 말했다

새가 춥지 않도록 그 안에 넣어서 묻어달라고

한쪽 신발만 신은 채로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하고서

새를 묻기도 전에 눈이 쌓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인가

무표정에 갇힌 격렬함

불완전함 속의 완전함

너무 오래 쓰고 있어서 진짜 얼굴이 되어 버린

가면

혹은, 날개가 아닌 팔이라서 날 수 없으나

껴안을 수 있음

 

- 직박구리의 죽음, by 류시화,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46~48p

 

 

2.

 

나의 코알라가 곧 중학생이 된다.

 

코알라는 더 이상 홀로 저녁집을 지키면서 무서워하지 않는다. 코알라는 혼자서 달걀 후라이를 해먹고, 지난번에는 달걀 말이도 성공했다. 코알라는 직접 토스터에 식빵을 넣고 달걀 후라이를 넣고 치즈를 녹여 토스트도 해먹을 수 있다. 며칠 전 배고프다면서 라면을 홀로 끓여먹겠다고 카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한번 해봐. 할 수 있어. 코알라는 우리 집에서 중간 크기의 제법 큰 냄비를 꺼내어 물을 가득 붓고 달랑 라면 하나를 끓였다. 엄마, 스프를 다 넣었는데 밀가루 맛만 나. 코알라의 카톡 문자에 나는 한바탕 웃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우리집에서 가장 작은 냄비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여기에 절반만 물을 부어 라고 말해주었다. 겁많던 코알라가 이제 친구와 둘이서 웨스턴 돔에 버스를 타고 간다. 나와 동행하지 않고, 또래 친구와 분식집도 가고 놀이 기구도 타고 작은 인형도 산다. 이제 코알라는 직접 머리를 감고 혼자 목욕을 하러 들어간다. 가끔 엄마인 나에게 머리를 말려달라고 어리광을 부리지만, 혼자 드라이로 머리를 말린다. 그리고.............

 

 

3.

 

코알라는 이제 월경을 시작했다.

지난해 10개월 전 쯤에 핏빛을 한번 비치더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인식 신고를 한다. 안 그래도 엄살이 심한 편인 아이가 하루종일 배 아프다고 카톡 문자질이다. 배를 부여잡고 내내 침대에서 대굴거리는 모습이, 혈흔이 새워나올까봐 조심스럽게 잠드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남자는 좋겠다......... 투덜,

남자는 군대 가야 하는데? 너도 군대가려고? 아니, 그냥 이게 낫겠어.

첫 날은 이렇게 말하더니 두째 날은 애지간히 배가 아팠던지 그냥 남자할래, 군대 다녀오면 되지, 한 달에 한 번씩 이렇게 귀찮고 아프고....... 싫어 라고 말한다.

 

코알라는 그렇게 아동기를 영영 떠나보내는 중이다.

나의 아기는 그렇게 영영 떠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나의 소녀가 나타난다.

 

 

4.

 

아가씨가 되어가는 나의 딸을 보면서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며칠 전 모임의 잡담이 생각난다.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까지 여자들이 모인 자리였는데, 30대 초반인 한 사람이 그날따라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창백했다. 남자들은 모르겠지만, 여자들에게 있어 생리통은 다들 공감할법한 주제이다. 나도 그래, 나는 이제 좀 덜해졌어, 아이 낳으면 좀 나아져, 나는 아이 낳으니까 더 심해지던데............. 등등등.

 

나는 4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생리 양이나 일자가 줄어들었어.

편하기는 한데, 내 여성성이 함께 줄어드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묘하더라.

내 여성으로써 인생은 이렇게 서서히 마감을 하는구나 이런 느낌이랄까.

 

문득,

10년 전쯤 남편 관계에 대해 투덜거리던 나를 보면서 이제 더 이상 월경을 하지 않아서 편하긴 하더라 라고 말씀하시던, 그러나 편하다는 내용과 걸맞지 않은 다소 침울한 표정의 친정 엄마가 생각났다.

 

 

5.

 

청소년이 된, 아가씨가 되어가는, 성인이 될 나의 딸에게.

 

류시화님 시처럼

사랑하니까 이해하는 사람으로, 그 마음 그대로 커주렴.

 

코알라 친구 중 한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했다. 학교 가족 조사 중에 담임 선생님이 큰 소리로 그 아이에게 '아버지 이름은?' 하고 물어보셔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없어요' 라고 대답했단다. 그리고 그 반 아이들, 그 옆반 아이들, 동네 아이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시로 놀림을 당했다. 심지어 코알라에게 '그 애는 아버지가 없대, 함께 놀지마...' 라고 하더란다. 나의 코알라는 '그게 어때서?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야.' 라고 당당하게 말했단다. 그러게, 그게 뭐 어때서, 코알라의 친구는 맑고 밝고 환하고 예의바르며 명민한 아이다. 코알라 친구 할머니는 엄격하고 규칙을 지키는 분이며, 코알라 친구 어머니는 능력있고 사리분별이 똑바른 분이다. 그런데, 단지 그 하나의 사실이, 뭐 어때서?

 

나의 코알라가 항상,

사회의 편협한 선입견에 휘말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바라보고 배려하면서

살아나갈 수 있기를, 그렇게 기원한다.

 

 

6.

 

그는 좋은 사람이다 신발 뒷굽이 닳아 있는 걸 보면

그는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거리를 걸을 때면 나무의 우듬지를 살피는 걸 보면

그는 가난한 사람이다 주머니에 기도밖에 들어 있지 않은 걸 보면

그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을 아는 사람이다 가끔 생의 남루를 바라보는 걸 보면

그는 밤을 견디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샤갈의 밤하늘을 염소를 안고 날아다니는 걸 보면

그는 이따금 적막을 들키는 사람이다 눈도 가난하게 내린 겨울 그가 걸어간 긴 발자국을 보면

그는 자주 참회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거절한 모든 것에 대해 아파하는 걸 보면

그는 나귀를 닮은 사람이다 자신의 고독 정도는 자신이 이겨내는 걸 보면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많은 흉터들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숙이 가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걸 보면

그는 홀로 돌밭에 씨앗을 뿌린 적 있는 사람이다 오월의 바람을 편애하고 외로울 때는 사월의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그는 동행을 잃은 사람이다 때로 소금 대신 눈물을 뿌려 뜨거운 국을 먹는 걸 보면

그는 고래도 놀랄 정도로 절망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삶이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걸 보면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그의 부재가 봄의 대지에서 맥박 치는 걸 보면

그는 타인의 둥지에서 살다 간 사람이다 그의 뒤에 그가 사랑했으나 소유하지 않은 것들만 남은 걸 보면

 

- 그는 좋은 사람이다, by 류시화,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84~85p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류시화, 문학의 숲,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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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3-01-1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견한 코알라, 중학생 되는 것도 초경도 축하해요.♥
딸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은 아빠의 입장보다 엄마의 입장에서가 더 짠할 거에요. 아니까, 그 시간들을 다 지나왔으니까ᆢ 엄마가 저나 달여우님을 볼 때도 그렇겠지요. 우리들 딸들은 우리보다 훨 행복
하게 삶을 주관해나가면 좋겠어요. 그거 이상 바랄게 있나요 뭐.

마녀고양이 2013-01-14 10:00   좋아요 0 | URL
네, 언니 감사드려요.
그쵸... 제 키에 육박하는 코알라를 볼 때마다 제 맘이 짠해요.
얼굴을 한동안 보게 되기도 하고, 아침에 갑자기 다른 눈높이에 깜짝 놀라고.

우리들의 딸들은 더욱 아름답고 용기있고 행복하고 자신다운 삶을 살기를!
그리고 우리도 남은 삶을 지난 시간보다 더욱 아름답고 용기있게 살아가기를!

쪼옥~~~~~

무스탕 2013-01-1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양이 참 바르게 자라주고 있군요.
중학생 되는것도 축하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고 있는것도 축하해요~ :)

마녀고양이 2013-01-14 10:11   좋아요 0 | URL
네, 축하 감사드려요.
건강하게 크는 것 같아서 기쁜데, 아직도 비만은 해결을 못해서 걱정이예요.
둘이 요가하자 하고는, 엄마가 더 게을러서 큰일이예요. ㅠ.

cyrus 2013-01-1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서재 들립니다. 코알라는 여전히 예쁘게 잘 자라고 있군요. 저는 작년부터 예전에 비해 온, 오프라인 통틀어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올해에는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달여우님은 올해도 학업 때문에 바쁘신가요? ^^

마녀고양이 2013-01-14 10:16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세요.... 저두 마찬가지구요.
방학이 되니 좀 짬이 나네요. 많은 사람을 만나셨군요.
저보다 훨 좋은 목표네요. 아직도 전, 나 자산을 사랑해야겠다는 목표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데... 올해는 더욱 바쁠것 같아요. 정신없죠... ^^

사이러스님도 그렇죠? 중요한 한해죠?
꼬옥 하고자 하는 일 성취되는 한 해이기를.

블루데이지 2013-01-1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쁜 중학생이 될 코알라양...축하해요! 저희 조카는 초등 5학년이 되는데 벌써 초경이 시작되었다면서 고모인 저한테 그때 그느낌을 묻더군요! 괜히 짠하고 언제 이렇게 컸나싶어 눈물났어요! 달여우님의 글을 읽으니 자꾸 뭉클뭉클합니다.뭐든 엄마닮아 똑부러지게 험한 세상 멋지게 살아갈 코알라에게 응원보내요!

마녀고양이 2013-01-14 10:18   좋아요 0 | URL
네에, 감사드려요.
초경을 하니까, 아이도 좀 불안하고 엄마도 좀 불안하고 그렇네요.
거기다 어른으로 가는 길목이란 느낌이 폭폭 다가오고요. 짠해요.....
여자 아이들은 눈으로 보이는 확실한 것들이 있어서 더욱 그런거 같아요.

응원 쪼옥~~~, 블루데이지님두.... 화이팅!

북극곰 2013-01-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뭐 어때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코알라가 멋집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말에 감동받고 있어요.
왠지 감동적인 페이퍼예요. :)

마녀고양이 2013-01-14 10:19   좋아요 0 | URL
그죠? 저 역시 그렇게 말하는 코알라에 대해서 대견함을 느낍니다.
타인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는 분별력에 대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거기다 북극곰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더욱 으쓱해지는걸요.....

감사드려요,, 평온한 한주되시길... 쪼옥~

Shining 2013-01-1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편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누가 봐도 불평등한걸 불평등하게 여기는 것이 공평한걸까, 불평등을 무시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공정한걸까 하는 거요(추상적으로 말하려니 전달이 잘 안되네요ㅠ). 나는 어떤 아이였고 어떤 어른인가 생각해보게 되네요. 달여우님은 멋진 딸을 두신 것 같아 괜히 대견하고 고맙고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3-01-21 21:20   좋아요 0 | URL
저는 편견을 '타자에 대한 배려' 또는 '타자의 수용, 이해'라는
측면으로 보고 싶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이니까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괜찮지만, 비아냥거리거나 빈정대거나 자신의 우월감을 표현하기 위하여 남을 짓밟거나 자신의 신념이 없이 다수의 행태를 따라하는 등의 태도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조금 더 생각이 필요한 문제인거 같아요.

제 딸아이를 멋지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쪼옥~~

페크(pek0501) 2013-01-1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엔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쓸데없는' 많은 편견이 있어요.
그걸 편견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우리들의 맑은 시각이 필요한 듯해요.
따님이 잘 크고 있군요. ^^
중학생 학부모가 된 것을 축하드려요. 이제 님이 아이로부터의 독립이 시작되는 걸로 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ㅋ

마녀고양이 2013-01-21 21:21   좋아요 0 | URL
아하하, 언니............ 그렇군요. 그래요.
제가 딸아이에게서 독립하는건데, 이게 왜 서글픈지 모르겠어요. 큭큭.
솔직하게 개운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만.

맑은 시각,
네, 저는 그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요.
자기 타당화를 위하여 교묘하게 왜곡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타인에게 상처입히거나 실례되는 행위인 줄 모르고 말이죠. ㅠㅠ.
그건 가슴 아픈 일이여요.

세실 2013-01-14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닮아 씩씩하게 잘 크고 있는 코알라가 대견합니다.
벌써 중학생이 되는군요^*^ 많이 뿌듯하죠?
코알라 생각할수록 매력있어~~~~
배려심 많고, 의젓하고^^

마녀고양이 2013-01-21 21:26   좋아요 0 | URL
팔불출이라고 하니만, 저의 코알라가 대견하죠? 아하하.
언니,,, 매력있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제가 사실 좋은 점만 써서 그럴지도 몰라요. 큭.

2013-01-21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2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13-01-1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는 정말 씩씩하네요 류는 아직도 징징거리고,
가끔은 엄마 때문은 아닌가 아주 많이 심각하게 고민도 하고,
코알라를 보고 있으면 저도 님처럼 아이를 사랑과 관심으로 잘 키워야 하는데 하고 반성하게 되요,
달여우님, 참 멋진 분이세요, 코알라도 너무 멋지고요,
저도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요즘 잘 안되네요,
코알라 이쁘게 잘 크는 모습을 보면 멋져요 코알라에게 축하한다 전해주세요,,

마녀고양이 2013-01-22 11:35   좋아요 0 | URL
한해 한해가 달라요...
나에게 징징거리는 딸의 모습이 소중해질 때가 있더라구요.
완전히 떨어져나가면, 정말 속상할거 같아요.
그리고 저 역시 울보님의 페이퍼를 보면서, 반성반성합니다... 큭큭.

제가 보기에는 당당한 엄마가 틀림없으시던데, 울보님 기준이 높으신거 아닐까요? ^^ 그보다 더 잘 하시면, 다른 엄마들 어쩌라구요. 류의 이쁜 모습도 멋지던걸요.... 축하 감사드려요~ 쪼옥~

2013-01-15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1-1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코알라도 숙녀의 대열에 진입했군요.^^
축하를 하면서도 짠한 마음...딸을 가진 이땅의 모든 엄마의 마음이겠지요.

마녀고양이 2013-01-22 12:02   좋아요 0 | URL
네, 기쁘면서도 짠한게 사실이예요.
그러면서도 빨리 키가 커야지 조바심도 나고... ^^
역시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게 틀림없는 듯 해요.

다크아이즈 2013-01-1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여우님 따님이 코알라군요. 어쩜 이리 이쁜 닉네임일꼬.
중학교 입학 축하드립니다. 현명한 님 코치 따라 씩씩하고 당당하게 청소년기를 헤쳐가길 바라요.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전 다 잊어버렸어요.
후회하는 건 제가 상담심리 이런 걸 모르고 아이를 키우는 바람에 스킨십도 부족하고, 테크닉이 부족했어요. 그때 달여우님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오늘 날이 많이 풀렸어요. 힘차게 원하는 곳, 가고 싶으신 곳에 발걸음하시길.^^*

마녀고양이 2013-01-22 12:05   좋아요 0 | URL
상담심리 공부하는 과정이 코알라와 관계에 도움이 되긴 하는데,
그게 정답만이 아니라서, 내내 시행착오 중이예요. ㅠㅠ.

팜 언니 자녀분들은 모두 성장하셨나봐요. 멋지게 성장하셨을거 같아요.
언니와 같은 좋은 어머니를 두었으니까요... 네,
코알라가 당당하게 청소년기를 헤쳐나가기를, 정말 바라고 있답니다.
중학교 간다고 하니까, 은근히 걱정이 되서... 아마도 요즘 엇나가는 아이들을 너무 많이 접한 탓인가봐요.... ㅠㅠ.

마지막 멘트, 너무 감사드려요~ 쪼옥~

같은하늘 2013-01-1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가 멋진 숙녀가 되어가고 있네요.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적응 잘하고 잘 지낼거예요.^^

마녀고양이 2013-01-22 12:05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은 절묘한 타이밍에만 나타나시는군요. 큭.
네, 중학교 가서도 잘 지냈으면 해요.
감사드려요. 잘 지내시죠? ^^

같은하늘 2013-01-22 18:47   좋아요 0 | URL
절묘한 타이밍? 그게 어떤 타이밍일까요?!?

마녀고양이 2013-01-22 20:52   좋아요 0 | URL
제게 격려해주실 타이밍에만~~ 호홍

2013-01-18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3-01-2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가 중학생이 되는군요. 축하드려요. 게다가 아가씨가 되어가고 있구요.
이젠 집에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게, 그래도 함께 할 날이 점점 줄어드니 코알라와 함께 많은 시간 보내시면 좋겠어요.^^

마녀고양이 2013-01-22 12:06   좋아요 0 | URL
가능하면 저는 같이 보내고 싶은데,
이제 코알라가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하기도 해요.
커간다는 증거겠죠. 자랑스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꿈섬님두 얼마 안 남았어요.. 큭큭.
 

0.

 

"하얀 손수건"을 듣는 중이다.

들을 때마다 가슴이 촉촉하게 젖는다, 트윈폴리오가 부를 때도 스윗소로우가 부를 때도.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 속엔
곱게 접어 함께 부친
하얀 손수건

고향을 떠나올 때 언덕에 홀로 서서
눈물로 흔들어 주던
하얀 손수건

그때의 눈물 자욱 사라져 버리고
흐르는 내 눈물이 그 위를 적시네

 

"두 장의 악보"를 의미하는 Twin Folio, "달콤한 슬픔"을 의미하는 Sweet Sorrow.

하얀 손수건은 그렇게 눈물처럼 노래처럼 팔락인다.

 

 

1.

 

새벽 네시다, 뒤척이는 새벽 네시 십분이다, 잠 못 이루는 새벽 네시 이십분이다.

가만히 시계가 똑딱이는 소리를 듣는다. 보름달처럼 희고도 고운 딸아이의 얼굴을 훔쳐보고 쌔근거리는 숨소리를 듣는다. 밤새도록 쿵쾅거리는 나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결국 잠을 포기하고 일어난다.

 

 

2.

 

딸아이를 지나치게 나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나날이다.

 

나는 친정 엄마처럼,

딸에게 1등이 되라고 바라지 않았다. 일류 대학에 가라고 바라지 않았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거나 학위를 따라고 바라지 않았으며 내세울만한 남편을 만나서 땅땅거리며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친정엄마처럼 자신이 못했던 것을 딸이 이루기를 바랐다............ 똑같이.

 

나는 딸에게,

훨훨 날아가도록 바랐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내어 재능을 꽃피우기를 바랐다. 세상의 모험에 돌진할 정도로 용감하기를 바랐다. 늘 행복해 하기를 바랐다.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와 달리 인간 관계를 어려워하지 않고 융통성이 있으며 사교적이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어릴 때부터 무리없이 친구들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아이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나처럼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친구에게 뺨을 맞고 왕따를 당한 트라우마를 평생 지니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아마도 나는, 딸아이가 나와 닮.지. 않.기.를. 바랬다.

 

 

3.

 

어제 딸아이는 같이 다니던 두 친구에게 절교를 당했다.

유치원 시절부터 워낙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혼자 놀기 좋아하고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도 그 부분을 워낙 어려워 하다가, 초등학교 6학년인 올해 삼총사로서 명랑하게 지내기에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모르는데, 어찌어찌하여 일이 그렇게 되었다.

 

몇 주동안 이상 조짐으로 아이가 속을 태우길래 괜찮다고 괜찮다고 했건만, 당장 내일 아침부터 혼자 등교해야 하고 혼자 하교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문자를 받자마자, 내가 숨이 가쁘고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자동적인 반응이다. 친구에게 한번 대들지도 못하고 "뚱뚱하면 다른 애들이 꺼려할지 모른다, 너 때문에 사소한 피해를 입은건 사실이야, 충고에 계속 소심하게 반응하면 너를 꺼려할거야, 너무 우리에게 의존하지 말고 다른 친구도 만나봐, 엄마에게 상의하지 말고 혼자서 해결해야지 어린애니" 등의 내가 봐도 꽤나 충격적인 문자를 그대로 삭히면서 내 품에서 며칠간 울더니, 오늘은 꽤나 의연하게 견디는 딸아이인데 내가 잠을 못 이루고 있다. 곁에서 굳건하게 버티는 일 외에는 해줄 것도 없는 엄마건만, 혼자 불안에 그마저도 못할까 조심스러워, 앞에서는 그냥 웃어주고 토닥이며,

 

"네가 잘못한 것은 없어, 1년 넘게 사귀고 배신한 친구들이 잘못한거야."

 

라고 말해주고, 한마디 친구 욕도 못하는 딸 대신 딸아이 친구 욕을 해준다.

못되먹었어, 비열하네, 끼리끼리 그러다니... 등등.

 

 

4.

 

나도 안다,

이것은 성장의 과정이며 딸아이가 겪어내야할 경험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그 시절 내가 얼마나 외로왔는지 힘들었는지 오버랩되면서 이렇게 좌불안석이다.

 

자식이 사춘기에 들어서서

방황하고 부모에게 덤비고 분리되고 미래를 모색하면

부모는 자신을 비추어보게 된다고 한다,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저녀석이 저럴까 하면서.

 

오늘 밤 내내,

융통성 떨어지고 예민하고 소심하고 인간 관계에 어쩔 줄 몰라하는 나의 유전자를 물려주고 유사하게 불안에 취약한 엄마 밑에서 키운 죄가 아닐까, 내내 미안해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적어도 딸아이는 나에게 얘기를 하니까, 힘든 모든 것을 얘기하고 내 품에 안겨 우니까, 당연히 혼자 감내하고 우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믿고 입을 다물었던 나보다 쉽지 않을까......... 그렇게 나를 위로한다. 내가 씩씩해야, 딸아이도 씩씩해질테니까. 세상이 모두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적어도 곁에는 항상 네 부모와 같은 누군가가 있다 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 테니까.

 

하늘에 별이 떨어진다,고

바다에 별이 떨어진다,고

울컥한 맘을 페이퍼에 쏟아내며 한갖 여유를 마음에 불어넣는다.

 

 

5.

 

힘내라, 딸,

엄마는 영원히 네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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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0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에게 힘든 시간이 왔군요.
어쩌지도 못하고 지켜만 봐야 하는 달여우님 심정은 또 어떨까요.

잘 이겨내라고 응원 보냅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돌아보면서 웃을 날이 오겠지요.

hnine 2012-10-10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으로부터 입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회복되는 것 같아요. 그게 부모나 가족등으로부터의 상처가 아니라면요. 그건 참 오래 가더군요. 회복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니 코알라는 괜찮아 질거예요. 부모 중의 제일 가는 부모는 기다려주는 부모라더군요. 코알라가 저 예쁜 웃음을 되찾을 때까지 지켜봐주고 응원해주실거잖아요 ^^
그런데 사진 속의 저기는 어디일까요? 잉카, 마야 문명을 떠올리게 하는...

마립간 2012-10-10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마립간도 그 시간을 잘? 지내왔듯이 코알라도 그 시간을 잘 보내니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을 겪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비로그인 2012-10-10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달여우님, 영원한 내 편이 있다는 걸 딸아이가 잘 느끼고 있을 거에요. 읽다가 마음이 북받쳤어요. 어쩌면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부디 잘 견뎌냈으면 좋겠네요. 오랜만에 뵈니 반가운데 그저 댓글로 응원을 보내는 일 밖에 못하네요.

페크(pek0501) 2012-10-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절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혼자가 되는 느낌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것에 익숙해지는 연습이라 여기시면 어떨까요.
"적어도 딸아이는 나에게 얘기를 하니까, 힘든 모든 것을 얘기하고 내 품에 안겨 우니까,"
-그래서 안심해도 될 듯해요. 혼자 끙끙 앓는 게 진짜 문제잖아요.

곧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님은 이곳에서 좋은 인간관계 맺으며 잘 하고 계십니다. 그런 님을 따님도 닮을 거예요. ^^

하늘바람 2012-10-1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코알라야
얼마나 마음이 아프니
저도 속상한데
님과 코알라는 얼마나 속상할까요
에잇 나쁜 것들
코알라 화이팅

북극곰 2012-10-1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속상하네요.속이 타고 맘 아프실 달여우님과 우리 코알라에게 응원을 보태요.

책가방 2012-10-1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딸아이는 나에게 얘기를 하니까, 힘든 모든 것을 얘기하고 내 품에 안겨 우니까)..코알라와 제 아이는 많이 다를 수도 있지만... 100% 모두 얘기한다고 믿지는 마세요. 시간이 좀 흐른 후에 지난 시간 엄마에게도 못했던, 많이 아팠지만 혼자 아파했던 얘기들을 웃으면서 풀어놓을 때..아~~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아픕니다.
홀수는 외로운 숫자랍니다. 그걸 일찍 터득한 제 아이는 지금도 자신을 포함해서 짝수로만 친구를 사귀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베풀더군요.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 자신이 해결해 나가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게 성숙해 가는 것이겠지만... 지켜보는 엄마의 눈에는 모든 것들의 그때 받은 상처의 부작용처럼 느껴져서 아직도 그때 그 아이들을 원망하고 있다는...ㅠㅠ

숲노래 2012-10-11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레 '부모와는 다르게' 살아요.
그러니, 굳이 걱정할 일이 없어요.
걱정하려 하니까 '걱정'이 참말 찾아올 뿐이에요.

아이들이 말하는 '절교'란 '어른 흉내'이니
그런 데에 마음 쓸 일은 없으리라 느껴요.
바보스러운 어른들 놀음놀이가 드러나는
텔레비전 연속극이나 연예방송을 보고
똑같이 따라하는 아이들인데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도록 잘 다스려 주면 되지요.

굳이 끼리끼리 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아요.
혼자서 조용히 걸어서 집과 학교를 다니다 보면
아이 스스로 새롭고 너른 세상을
잘 살펴보며 스스로 배우는 무엇인가 얻으리라 느껴요.

2012-10-1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2-10-11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왠지 코알라보다 달여우님을 더 응원해야 할것 같은데요 ^^

책읽는나무 2012-10-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춘기!
아이들의 교우관계가 참 걱정스러운 시기입니다.에혀~
아들과 딸을 키워보니 확실히 남자아이보다도 딸아이들의 교우관계가 참 복잡하고,신경쓰인다는 것을 저도 요즘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적엔 코알라가 어찌 견뎌낼까? 걱정스러운데,막상 사진의 얼굴 모습을 대하니 해맑고 밝아보여서 그런지 꿋꿋하게 잘 이겨낼 수 있을 것같아 보이네요.친구들을 리드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님의 말씀처럼 친구들이 비열해보여요.요즘 초등생들의 얼굴을 자주 대하다 보니 진실한 친구가 되어줄 것같은 얼굴 모습을 한 아이들이 몇 몇 눈에 들어오는 현상(?..점쟁이같이 말입니다.ㅋ)이 생겨 아이들의 얼굴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코알라는 믿음이 가는 친구의 얼굴형인데 말입니다.분명 그 두 친구 중의 한 친구는 코알라양에게 돌아올 것같아요.누군가가 이간질을 하는 것같아 보여요.
아~ 나의 신기가 분명 맞을꺼에요.
암튼 님과 코알라가 함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해보여요.
힘내세요.^^

블루데이지 2012-10-1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가 슬기롭게 잘 할거라고 믿어요..달여우님!
저도 코알라양의 응원자가 될래요!
토닥토닥^^

2012-10-19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2-11-1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번의 두 마디가 힘있게 와닿습니다!
코알라의 웃는 모습이 참 예뻐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잘 지내시죠? ^^

마녀고양이 2012-11-17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많은 댓글들...
이미 읽었으나 이제사 감사 댓글을 달기도 그래서... 한번에 인사드립니다. 꾸벅~

모두들 편안한 날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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