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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계속 흥얼거린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뭉클하여

때로는 눈물을 글썽하며.

 

---------------------------------------------------------------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

 

세월호 유가족들과 많은 분들이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노란 리본을 뗐다 붙였다 다시 뗐다 붙였다 하는 동안

꾸준히 손을 놓지 않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힘의 방향이 바뀌자

금방 태도를 바꾸는 간사한 자들을 보면서

정말 반성해야 할 자들은 저들인데 싶고

대한민국의 국민임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의 눈으로 보게 된다.

 

방금 김무성 전대표의 기자 회견을 본다.

"좌파"에게 정권을 뺐기지 않기 위하여

가짜 보수를 몰아내고 진정한 보수를 세우겠다고 하니 기가 차다.

"좌파"라는 일종의 빨간색 프레임을 덧대는 얍삭함에

큰 문제가 없었다면 나라는 사람도 급격한 개혁이나 변혁을 선호하지 않았을

온건한 보수에 가까운 소시민이라고

너희들이 "좌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실은 진짜 보수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싶다.

 

그러니

진짜 "가짜 보수"인 너희들은 물러가라,

책임감도 정의감도 수치심도 없는 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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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13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무성의 기자 회견 내용은 ‘내로남불’입니다. 야당 인사들이 모이면 차기 정권을 노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흠집을 내더니만, 김무성 본인 스스로 정권에 향한 야욕을 드러냈군요.

마녀고양이 2016-12-13 23:44   좋아요 0 | URL
참으로 얍삽합니다.

북극곰 2016-12-1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돼요. 짧은 말에 눈물 날꺼 같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주문처럼 단단하게 다짐하게 됩니다

마녀고양이 2016-12-27 13: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주문처럼 단단하게 다짐합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참 멋진 사람들입니다.
 

0.

 

따스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침 7시 뉴스에서 경비원이 분신 자살한 아파트의 주민 회의에서 직원 관리를 잘못했다는 사유로 용역 업체를 변경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100여명의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에게 해직 통보가 이미 날아갔다는 단신을 들었다. 물론 가슴 아픈 소식이지만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더라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라는 씁쓸함 때문이었다.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아파트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고 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그냥 모른척 했을 것이며, 그 안에는 나도 있었을거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1.

 

그리고 문득 떠오른 단상은,

 

한 달에 교육비로 1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는 집인데

그 집 아이가 부모에게 무엇인가 요청할 때는 반드시 스스로 조건을 걸거나-다음달 용돈을 미리 땡겨쓰거나, 공부를 조금 더 하겠다거나- 아니면 조건까지 달면서 요청하는 자신이 찌질해보여서 몰래 하고 거짓말을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고, 아이는 어쩔 수 없다, 우리 부모는 나의 의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모든 것을 공부와 연결시킨다, 그러니 나는 계속되는 잔소리와 비굴한 요청을 피하기 위해서 부모를 속이게 된다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한 마디를 더 붙이기를 지금은 돈을 벌지 못하니 내내 부모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부모님 노후가 더 길지 않냐, 그때는 내가 용돈을 드리던지 보탬이 되어드릴건데 그때는 거꾸로 부모님이 내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라고 한다.

 

그 부모님은 이런 상상을 해봤을까,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부모의 눈치를 살피면서 사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자신들의 노후에 자식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 상황 말이다.

 

 

2.

 

의사 소통의 부재다,

진정 원하는 것을 서로 말할 수도 없고 알아주려고 하지도 않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상대의 저런 행동 밑에는 어떤 소망과 의도가 있는지 헤아려주지 않는 사회다.

 

이런 부분은 전반적으로 퍼져서

부모 자식 관계, 부부 관계, 회사 동료 관계, 사측과 노조 관계, 정부와 국민 관계, 정부와 국회 관계, 판매자와 구매자와의 관계,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의 관계까지 만연되어 있다.

 

역지사지 易地思之,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봄.

성인의 이 좋은 한자성어는 그저 시험에 나오는 문제로 전락하고 만 것이 아닐까.

 

 

3.

 

기말고사를 앞 둔 코알라가 힘들어한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인데, 누군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보내면 소위 in seoul 대학교도 보내기 힘들거라고 한다. 왜? 하고 되묻는 나에게 전국 상위권 성적의 대부분은 외고, 국제고, 자사고, 자공고 등의 특수 학교에서 나오는잖아.. 라며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말해주는데, 실은 순간적으로 암담했다.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코알라만 봐도 그때의 나보다 영어, 수학, 국어가 월등한데도 등수는 학교 내 상위권 수준인 점도 이해가 가지 않고, 뛰어난 아이들은 한참 에너지 넘치는 그 나이에 어떻게 그리 공부를 하고 있는걸까 하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고, 그렇게 뛰어난 인재들이 많은 나라의 대졸자들 중 상당수가 위축되어 있고 유능감이 떨어지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으며, 더욱이 그렇게 고학력자가 많은 이 나라에 인재형 사고는 왜이리 많은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 코알라도 특목고에 보내야 하나?, 잠시 생각이 멈추지만

책임감이 강하여 동시에 부담감도 많이 받는 아이의 성향도 그렇고, 내가 만난 외고나 국제고 아이들이 치열한 경쟁에 휘청대면서 힘들어하던 모습도 떠올라서 고개가 저어진다.

 

 

 

4.

 

나는 40대 중반이다. 박사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내가 가고자 하는 학교는 경력을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어서 몇 년 후에나 도전 가능하고, 그렇게 받아준다해도 40대 후반, 박사 학위를 이수하면 50대 중반이 될거라는 계산을 하고 나니, 과연 이것으로 내가 얼마나 써먹겠어 싶어졌다.

 

그런데 며칠 전 뉴스에서 러시아인가 어딘가에서 노화를 방지하는 약을 개발해서 인간이 120살까지 살 수 있으며, 2015년에는 시판 예정이라고 한다. 문득, 저 약이 예정대로 시판되지 않더라도 이후 인간이 더 오래 건강하게 살 것은 기정 사실이겠구나 싶어지면서, 내가 앞으로 일 할 날이나 도전할 날이 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 하고 싶은 공부를 천천히라도 해야겠구나... 하는 결론과 함께,

 

다시 코알라 생각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100년은 더 살아갈 우리 딸아이를 위하여 나는 올바른 교육을 하고 있는걸까. 그게 아닌, 마치 분신한 경비원이 있던 아파트의 주민들처럼 안이하고 수동적이며 그저 모른척하는 자세로 현 교육 체계를 따라가고 있을 뿐이 아닐까. 대학을 보내야 하고, 현재 학교에 잘 적응해야 하고, 이미 이러한 마음을 지닌 엄마 밑에서 우리 딸은 어떤 선택권을 지니고 있을까. 내가 만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모에게 말해봤자 라고 생각하고 이미 소통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5.

 

인생이 참으로 길어졌다.

나는 나의 딸 코알라에게 어떤 선택권을 주어야 할지

그리고 과연 우리 딸의 선택권을 존중할만큼 마음을 열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 특목고 가고 좋은 대학 가는 것이 과연

아이가 행복한 길인지, 참으로 모르겠다, 어렵고 어렵고 어렵고.... 답답하다.

그리고 이러한 입시만을 바라보는 교육에 휘말려있는 코알라에게 미안하고 안쓰럽고 짠하다.

 

 

6.

 

유시민님의 "나의 한국 현대사(1959-2014)"를 띄엄띄엄 읽는 중인데,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져서 따스했다. 대학교 들어가서 접했던 "거꾸로 가는 세계사"가 생각나면서 몰랐던 진실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프랑스 정치가 토크빌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 시절 책에서 처음 이 문장을 보았을 때는 늘 옳은 말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중략..) 하지만 그것은 공부와 경험이 아직 부족한 청년의 순진한 낙관론이었다. 토크빌이 전적으로 옳다. '국민의 수준'에는 훌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능력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이승만 정부도 박정희 정부도, 심지어는 전두환 정부조차도 모두 국민 수준을 반영한 정부였다고 생각한다.

 

- 68p, 나의 한국 현대사, 유시민

 

 

이 글귀를 읽으면서 슬펐다, 진심으로 공감되어 더 슬펐다. 그리고

현재의 교육 현실을 볼 때 우리가 더 나은 국민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에 여전히 슬프다.

희망을 가지고 싶다, 요즘은... 정말. 혼자 버텨내는 손석희 앵커의 뉴스와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던 어느 안산의 아버지를 보면 더욱 그런 맘이 든다.

 

 

 

 

 

 

 

 

 

 

 

추신.

(편집하는 중간에 이상한 문자가 들어갔는지 같은 글귀를 세 번이나 반복해서 썼네요.

이번에도 날아가면, 이 페이퍼는 접고 제 맘에만 가지고 있을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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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2-0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둘째와 소통의 단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학원 가기 싫다는 아이를 욱박지르며 가게 했는데 결국 제 눈을 피해 안갔더라구요.
쿨하게 하루 쉬게 하면 좋았을걸.......

경비원의 죽음을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다니....참 비정상적인 사회입니다.

마녀고양이 2014-12-04 15:15   좋아요 0 | URL
저도 코알라와 소통이 요즘 쉽지 않아요.
저랑 똑같이 코알라는 무엇인가 하지 않고 싶으면 말도 못하고 몸이 아프더라구요. 요즘 자주 아파서 학원을 빼먹고 학교도 두어번 결석했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 휘청대는 저를 보고 있더라구요... ^^

네, 비정상적인 사회라고 요즘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까 싶어요.

icaru 2014-12-0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길게 보아야겠죠~ 하고 싶은 공부를 천천히 라도 해야겠구나,,,라는 말씀,, 왠지 막 설레고 떨리네요~ ㅎㅎ

마녀고양이 2014-12-04 15:15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어요...
이카루님도 공부를 계속 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으시구나.... ^^
좋네요, 우리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요.

하늘바람 2014-12-04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수명이
전 그럼 건강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 싶어요
40대에 벌써 다 산것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
저도 제 미래를 더 깊이 고민해야겠어요.

마녀고양이 2014-12-04 20:57   좋아요 0 | URL
음..
40대에 벌써 다 산 것 같은 느낌은 아이 둘 키우느라 너무 힘들어서 그런걸까요?
하늘바람님은 늘 삶을 열심히 사는 분 같아서 그런 점이 좋기도 하고, 때론 짠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어찌 지내시는지...

네, 우리 함께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시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네요.

마립간 2014-12-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7195071

저는 잠정적으로 딸아이 초등학교 1년에 (일단) 영어학원을 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녀고양이 님의 의견을 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4-12-04 21:03   좋아요 0 | URL
글 읽었습니다.

저는 영어 학원에 보내지 않기로 하신 의견이, 아내분과 따님의 의견이 함께 조율된 부분인지 궁금하네요. 아이는 뭐라고 하나요?

사실 저는, 영어를 너무 힘들게 시키기는 싫어서 7세부터 학원을 보내기는 했고, 천천히 너무 부담가지 않고 즐거워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공부시키는게 좋다고 결정했었습니다. 음, 솔직하게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영어로 힘들어하는 딸아이의 또래 친구들을 보자면, 지나친 극성 부리지 않고 천천히 시켜놓은 부분이 중학교 때 편안하기는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하시다니! @@;;;

마립간 2014-12-05 08:11   좋아요 0 | URL
우선 `일단`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초등학교 입학 후 상황을 본 후 보낼 수도 있는 융통성을 남긴 것입니다.^^ 단지 이번 겨울에 학원을 알아보거나 초등하교 입학을 위해 등록하지 않는 것은 결정된 사항입니다.

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내지 않는 것에 안해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보낼 수도 있지만, 반드시 보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30명의 유치원의 아이들 중 2명만 영어 학원을 안 다니는데, 한 아이는 제 딸이고 다른 아이는 엄마가 영어 과외 선생님입니다. 아직까지 아이는 부모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도입니다.

마녀고양이 2014-12-11 16:33   좋아요 0 | URL
저는 부모님이 자녀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계시다고 믿어요.
아이와 내내 갈등을 겪는 부모님조차도 말로 명확하고 조리있게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지, 자신의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맘 속에서는 알고 계시더라구요. 하물며 마립간님은 더욱 잘 아시리라 생각해요, 좋은 아빠시니까요.

2014-12-04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4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4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4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0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 글 속속들이 공감가네요.
저도 언젠가부터 40이 넘었는데 뭘 다시 시작하겠어...하고 절망했었더랬는데, 올해 용기가 조금 생겼어요. 앞으로 정말 120세까지 사는 날이 온다면, 저는 70년 이상을 더 절망해야 한다는 소리네요. 말도 안되죠! 저도 이제껏 했던 것을 밑거름 삼아 뭔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는데 그게 너무 소중해요.

아이 문제는...말씀하신대로 항상 어렵죠.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큰 딸을 보며 정말이지 절망에 절망을 거듭합니다. 저희 아이도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아이인데, 그런 아이를 두고 왜 이 땅의 엄마들은 절망을 할 수 밖에 없을까요. 전 그게 너무 가슴 아파요. 획일화된 사고, 선입견, 그런 것들에 아이들이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엄마부터 이리 흔들리니...

마녀고양이 2014-12-11 16: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땅의 엄마들은 절망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대학을 보내야 할 것 같고, 공부를 시켜야 할 것 같은 이 압박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네요. 이런 마음이 다들 있는 한, 흔들거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ㅠㅠ

현맘님... 지금까지 한 것들을 밑거름 삼아서 하고 싶은게 생기셨다니 참으로 반갑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제게도. ^^

라로 2014-12-0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심리학 수업을 듣는데 정말 너무 재밌어요!! 심리학은 학위를 떠나서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요. 현맘님 말씀대로 70년 이상을 절망하며 산다는 건 정말 끔찍하네요. 저도 요즘 뭔가를 다시 시작하려고 공부를 하긴 하는데 가족이 있으니 그리 쉽지는 않네요. 그런 면에서 마고님 대단해요!!! 계속 화이팅~~~~~

마녀고양이 2014-12-11 16:29   좋아요 0 | URL
나비 언니, 심리학 수업 들으시는군요?
아우... 늘 무엇인가 열심히 하시는 언니를 응원해요.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시고, 부럽도록 따뜻하게 꾸리시는 언니도 멋지구요.

언니두, 화이팅~~~~~~~
 

0.

 

지난주 토요일은 힘든 일이 많은 하루였다. 그런 복잡한 머리를 안고 기분 전환을 위하여 TVN의 '더 지니어스 2'를 본방 사수했다가, 더욱 더러운 기분을 떠안아 주말 내내 스스로에게 승질을 부린다.

 

TVN은 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을 "방송인, 갬블러,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군을 대표하는 도전자가 게임을 통해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숨막히는 심리전을 벌이는 리얼리티 쇼" 라고 소개한다. 시즌 1이 상당히 성공하고 시즌 2가 현재 방영 중이다. 시즌 1의 경우, 제작진이 내놓는 다양한 게임의 우승자가 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상대의 심리를 공략하여 허를 찌르는 두뇌 싸움을 통해서 노력하면서도 창의적이고 기발한 자가 우승하는 리얼리티를 연출하여 매니아 층을 확보했다. 시즌 2에서 제작진은 좀 더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은 기획 의도를 가졌던 듯 하다. 시즌 1의 멋진 활약을 보인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방송 연예인 이상민을 참여시키고, 추가적으로 게임의 황제 임요환, 천재 해커 이두희, 방송연예인 은지원과 노홍철을 참여시킨 부분이 시즌 2의 기대를 증폭시켰다.

 

그런데,

시즌 2가 회를 거듭할수록, 특히 2014년 1월 11일의 6회를 보고 나서

국회나 기업, 학교, 또는 우리 사회 전반에 벌어지고 있는 추악한 현실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조차 구경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되었고, 그런 상황을 타당화하고 두둔하는 제작진의 태도에 구역질을 느끼게 되면서, 주말 내내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은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평점 5.5였던 다음 게시판 평가는 이틀만에 2.9까지 떨어지고, 더지니어스2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분노의 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아고라에는 방송 프로그램 폐지 청원이 올라왔고, 연예 뉴스 탑을 장식하고, 트위터 상에서도 와글와글하다.

 

 

 

 

1.

 

어떤 분은 케이블 TV의 방송 하나에 이런 반응은 과하다 싶을 것이다. 그러나

더 지니어스 2는 고대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와 유사한 지점의 분노를 건드린다.

 

더 지니어스 2의 6회에서 진행된 ‘독점게임’은 개인 플레이어들이 각자 나눠진 신분증을 통해 타 플레이어들과 카드 교환을 진행, 여덟 가지 자원 중 한 가지를 먼저 독점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탁자 위에 잠시 놓아둔 이두희의 신분증을 조유영과 은지원이 게임 끝까지 숨기고 활용함으로써 이두희는 이날 게임에서 완전히 배척되며 꼴찌가 된다. 조유영과 일 대 일로 진행되는 마지막 데쓰매치에서 미안함을 표시하면서 이두희 편이 되어줄 것을 약속한 은지원이 다시 한번 배신함으로써 천재 해커로써 우승의 유망주였던 이두희는 전략 한 번 세워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조유영과 은지원이 카드를 숨긴 사실을 세 명(이상민, 노홍철, 유정현)이 알고 있었는데도 침묵하거나 정당화했고, 이들은 방송 초반부터 소위 연예인 그룹이라는 패거리를 형성하여 공공연하게 세력 형성을 하면서 비연예인인 사람들을 배척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플레이로 지금까지 더 지니어스 시즌2의 탈락자는 아이돌 그룹 리더인 김재경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연예인(수학 강사 남휘종, 바둑기사 이다혜, 마술사 이은결, 변호사 임윤선, 천재 해커 이두희)이었고, 비상한 두뇌와 능력보다는 학벌, 지연 등과 같은 파벌로 인한 세가 성공에 열쇠일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암적인 단면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신분 상승의 유리 천장을 경험하고 좌절하는 측면을 "안녕들 하십니까"와 유사하게 자극하여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킨다.

 

 

2.

 

탈락한 이두희는 "잘못이 있다면 제가 사람을 너무 믿은 잘못이고, 그런데 사람을 너무 믿은 건 잘못이 아니잖아요, 아... 나 울 것 같아 진짜..." 라고 말한다. 그에 대해서 제작진은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으로 배신과 모략을 정당화한다. "배신과 신뢰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누군가에 대한 배신은 곧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두희 씨는 은지원씨를 과신했고, 그것은 은지원씨와 조유영씨의 관계를 간과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연맹과 모략과 배반의 중심에 섰던 이상민은 탈락한 이두희에게 말한다.

"두희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너보다 몇 년을 더 살았던 형으로서 세상은 지금보다 더 험한 게 많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분명 그렇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누군가와의 배신은 누군가에 대한 신뢰와 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건 비단 사회 생활을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 왕따 문제만 봐도 그렇다. 힘센 패거리를 형성하거나 패거리에 아부하고 빌붙는다면 출세도 빠르고 인정도 받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 말을 배신과 모략을 주도한 사람과 그런 암투를 묵인한 시스템이 할 말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비겁함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며, 이런 것들이 비겁하고 슬프고 힘들지만 나는 이렇게 계속 행동할거다 라는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는 패턴을 반복한다면,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동일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돌고 돌아서 모든 이들이 자멸하는 시스템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의란 필요없으며, 올바른 말을 꺼낸 자가 손해보는 세상에서, 설령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도와줄 이가 누가 있겠는가.

 

1박 2일 복불복처럼 "나만 아니면 돼" 라고 외칠 것인가.

과연 그런 세상에 내 아이를 자라게 하고 싶은가.

 

 

3.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라는 느낌이 최근 들어서 점점 강해지고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를 한 영화 "변호인"의 900만 관객 돌파 의미는 "변호인"이 좋은 영화란 의미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대한 위기감의 상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사람이 먼저다" 라는 구호가 너무 그립다. 실제로 전두환 정권이 노무현 변호사를 집회 및 시위에 관련된 위반으로 법정에 세웠을 때 부산 지역 변호사 144명 중 96명이 출석해서 그의 변호를 해주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영화관 앉은 자리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더니 결국 끅끅거리면서 울게 되었다. 그런 내 왼쪽의 남편은 멍하니 영화를 바라보고, 내 오른편의 코알라는 같이 흑흑 울고 있다.

 

 

 

우리의 눈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노력한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사회, 누군가 내 뒤통수를 치지 않을거라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상식과 예의와 배려가 일정 수준으로 지켜지는 사회, 너무나 아프거나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회,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를 짓밟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나는 꿈꾼다.

 

 

 

4.

 

소설 "결괴" 리뷰를 쓰고 있는게 열흘째인데 완성을 못하고 있다. 안 그래도 요즘 머리 속이 끈적끈적하다. 뉴스도 복잡하고 현실도 복잡하고 만나는 이들도 복잡한 지금, 환상 세계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 소설 "나이트 서커스"는 바로 그런 동화같은 이야기다.

 

서커스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예고도 없이 시내의 벽기둥이나 광고판에 전단이 붙지도 않고 지역 신문에 단신이나 광고가 실리지도 않는다. 어제까지는 그 자리에 없었는데 그냥 나타난다.  - 7p

 

책의 첫 문장이다.

내 앞에 이런 기쁨이 순식간에 나타나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꿈꾼다.

 

실리아가 손을 뻗자 마르코는 그 손을 잡고 그녀가 일어서는 걸 도와준다. 처음으로 그의 손이 그녀의 피부에 닿는 순간이다. 즉시 공기 중에 반응이 일어난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방 전체에 물결처럼 번진다. 산뜻하고 경쾌하게, 샹들리에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르코의 피부에 밀려든 느낌은 강렬하면서도 친근하다. 실리아의 손바닥과 마주 닿은 마르코의 손바닥에서 시작된 이 느낌은 더 멀리 더 깊이 퍼져나간다.  - 317p

 

책을 읽으면서 황홀을 지나쳐서 슬픔이 찾아온다.

누군가와 합일의 그 지점, 몸이 붕 뜨고 세상이 장미빛으로 빛나는 그 때, 손바닥 만으로도 누군가와 통할 수 있는 그 느낌, 세상 속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도 이해받을 수 있는 그 순간, 정말 얼마나 행복할까, 다시 한번 나는 꿈꾼다. 그리고...

 

그냥 보기에는 단순히 시계. 하얀 숫자판에 은색 추가 달린 커다란 검은 시계일 뿐이다. 하지만 태엽을 감기 전까지만 그렇다. 시계가 똑딱이기 전까지는 시계추가 끊임없이 고르게 왔다갔다한다. 그런 다음, 그런 다음 달라진다.

(.. 중략 ..) 시계의 숫자판은 더 진한 회색이 되었다 검은색이 되고 숫자가 있던 자리마다 별이 반짝인다. 질서정연하게 움직여 안팎이 뒤바뀌고 팽창된 시계 본체는 이제 전체적으로 미묘한 흰색과 회색을 띠고 있다. 이제는 조각이 아니라 형태와 모양을 지닌다. 완벽하게 조각된 꽃과 행성 그리고 실제로 종이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작은 책. 이제 태엽장치 주위에 몸을 감고 있는 은색 용도 보이고, 비탄에 잠긴 채 왕자를 기다리며 배회하는 조각된 탑 안의 작은 공주도 눈에 들어온다. 초점이 똑딱이는 동안 찻주전자가 찻잔에 차를 따르고 미세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 중략 ..)

자정이 지나면서 다시 한번 시계에서 이 모두가 사라진다. 시계의 숫자판은 밝아지고 구름이 다시 떠다닌다. 공이 하나씩 사라진다. 마침내 저글러도 사라진다. 정오가 되면 더이상 꿈이 아니라 다시 시계가 된다.  - 100~101p 일부 발췌

 

꿈이 아니라 다시 시계가 된다.... 라고, 다시 소리내어 읽어본다.

 

 

 

 

 

 

 

 

 

 

 

 

 

 

5.

 

만나는 아이 중에 일본의 오타쿠와 히키코모리를 합쳐놓은 듯한 아이가 있다.

아이와 영화를 보여주기로 약속해서 만났는데, 얼마 안 있으면 고등학생이 될 이 아이가 굳이 "포켓 몬스터" 애니메이션을 고집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한시간 반동안 영화관에서 유치원생 및 초등학생들과 함께 피카츄를 보았고 만화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하품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귀여운 캐릭터가 가득한 포켓 몬스터를 보는 취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같이 있는 사람의 취향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가 더 큰 어려움이다.

 

그 아이가 악의로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 아이가 현재 교우 관계가 원만하지 않듯이, 앞으로도 교우 관계나 사회적 관계 형성이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는 자리였다. 그리고 이런 상태라면 계속 외롭겠구나, 그래서 더욱 안전하고 상처를 덜 받으며 관계를 쉽게 단절할 수 있고 접촉을 통제할 수 있는 인터넷 세상으로 빠져들겠구나 가늠하게 되는 자리였다.

 

처음부터 히키코모리인 사람은 없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는 부모 밑에서 기질적으로 사회적 민감성이 약한 아이는 어떤 식으로 타인에게 접근하고 친밀해질 수 있는지 스스로 배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아이는 현재,

대인 관계에 있어서 "이기적"인게 아니라 "서투를" 뿐이다.

 

하지만 더 지니어스 시즌 2처럼 능력보다 친목이 더 중요시되고 파벌 밖에 있는 사람을 따시키는 현 사회 분위기라면, 이 아이는 학교나 사회에서도 누군가와 함께 지내고 배려받고 배려하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방법을 몸에 익히기 어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타고난 다른 부분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진짜 히키코모리라는 용어처럼 은둔형 외톨이로써 혼자만의 세상에서 외로워하고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에 대해서 분노하고,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접촉한 세상의 사람들에게 이상하다고 다시 상처받고, 점점 갈등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서 모든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살아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가 사회적 문제 현상이 되었듯이 우리 사회에서도 히키코모리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는 "따뜻한 시선"이다.

 

성인인 나도 때론 환타지 소설로 도망가고 싶은데 어린 너는 오죽하겠니.

 

 

6.

 

어쩌면 더 지니어스 2를 "예능으로"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예인과 더불어 비연예인이 실제 상금을 두고 참여한 프로그램인데다가, "예능을 예능으로" 보기에는 현 사회 그대로 1% 가진 자의 인맥이 99%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모습을 자꾸 연상하게 한다.

 

이상민씨는 이두희씨에게 "몇 년 더 살았던 형"으로써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나도 이상민씨보다 "몇 년 더 산 누나"로써 말하고 싶다.

 

"그렇죠,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욱 돕고 살아야죠. 만일 적극적으로 돕지 못 하겠다면, 적어도 선은 지켜주어야죠. 균형이 무너진 사회, 얼마나 더 호락호락하지 않을까 겁나고 슬프네요."

 

 

추신.

 

배신을 주도했던 조유영씨가 방송 이후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로 밥을 못먹고 있다는 소식을 언뜻 들었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또한 이상민씨의 트위터 사과도 보인다. 양심이 마비된 권력자의 모습에서 누군가를 짓밟는게 쉽다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 가까운 예를 들자면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도 상당한 상처를 받는다. 일단 양심 상의 죄책감과 주위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 않을 뿐더러, 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더욱 상처가 심각해진다. 양심에 구멍 뚫린 권력자들로 인해 마비된 도덕적 가치를 되찾아서, 행동하기 전에 결과를 한 번쯤 이성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아고라 페이퍼 중 어소뷰둘암님의

"더 지니어스 2의 추악한 세상을 거부합니다" 라는 제목이 유독 와닿아서 슬쩍 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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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1-1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155327

저도 웬만하면 TV 방송보고 흥분하지 않는 사람인데, 어제 안해가 무슨일이 있냐고 묻더군요. 지니어스 보고 마음에 안 든다고만 했습니다만. 이두희씨 말이 혹시 내 경우(혹은 내 딸의 경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은결씨의 이야기가 편가르기를 촉발한 자기예언실현 효과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공계나 개인적 능력, 실무 능력보다 문과계에서 인맥을 타고 사람을 지배하는 능력이 사회적 성공을 더 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TV 방송과는 상관없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을 배타함으로써 내적유대를 강화하는 현상은 인간의 역사에 보편적 현상이라서 보편적 정의 없다는 것의 설명으로 제가 자주 인용하는 내용입니다.

마녀고양이 2014-01-13 15:38   좋아요 0 | URL
인간 관계를 맺는 능력도 능력이니만큼 사회적 성공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선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참여할 기회는 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만일 도울 마음이 없었다면, 기회를 박탈했던 사람으로써 도울 마음이 없었다고 한번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인간으로써 도리 아니겠습니까.

여하튼 마음 정말 불편한 방송이었고, 지금까지도 그다지 편해지지 않네요. ㅠ

이은결씨의 이야기가 자기예언실현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선견지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구성원 자체가 패 가르기 딱 맞게 구성되어 있고, 그것은 제작진의 노림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룰 브레이커가 부제니까요. 하지만 룰을 깨는 방식이 창조적이냐 아니면 배신과 모략만 일삼느냐 두가지가 있을 것인데, 이 프로그램은 후자만 연속 행진되더군요.

마립간 2014-01-13 16:10   좋아요 0 | URL
추가로 ; 김가연씨의 의견이 어느 정도 맞을는 모르겠지만,

특히 연예인들은 밉상으로 낙인찍히는 것보다 존재감이 없다는 것에 더 큰 두려움을 느낄지 모릅니다. 제작진의 아름다운 패배와 추악한 승리라는 홍보 문구에 너무 몰입했는지 모르구요. 사실 이 프로그램은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 리얼리티이기 때문에 연예인 출연자들이 존재감을 나타나기 위한 행동이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연기였다면 대중의 미움/관심은 확실히 샀으나 이후의 방송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즌 1의 차민수씨는 오히려 반대의 이미지를 남기고 떠났죠. 사실 차민수씨의 실제 모습과 어느 정도 동일한가 의심을 가졌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작진이 게임의 적절성을 잃었다고 봅니다. 일반인들이 절도를 생각하는 상황에 최소한의 개입을 하거나 데스매치의 경우는 파벌이 작용하지 않는 게임을 선택했어야죠.

마녀고양이 2014-01-13 15:59   좋아요 0 | URL
제 의견이 바로 그겁니다.
개인이 흔들릴 때는 시스템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절도에 개입하거나 데스매치를 능력으로 치룰 수 있도록 하거나... 아마도 제작진이 과도한 욕심을 낸다는 생각이 들고, 균형을 잃어버린 듯 합니다. 덕분에 생각할거리는 많아지네요.

성격 검사 MBTI의 해석 중 재미난 부분이 있는데, 상처입고 열성이 된 F(감성)형은 T(이성)형보다 더 인간 관계에서 무너지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양날의 검과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잘잘라 2014-01-1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통해 처음 알게된 프로그램이지만 글만 읽어도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지 짐작이 되요. 재미있게 보던 1박2일에서 "나만 아니면 되~!"를 외칠 때 정말 소름끼쳤어요. 그나저나 없어진다던 1박2일은 왜 아직도 계속 하는지 원..

마녀고양이 2014-01-15 11:40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나만 아니면 돼" 이 말이 얼마나 싫든지.
그런데 하두 써먹길래 저만 별난가보다 싶었거든요. 이제는 그 말 안 쓰더라구요. 저는 1박2일을 엄청나게 봐서... 없어지면 안 돼염!! 큭큭

착한시경 2014-01-1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오랫만에 뵈어서 반가운 마음에 읽기 전에 댓글부터 남겨요^^ 너무 추운날씨... 어찌 지내셨어요?? 긴 겨울이 어여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예요~

마녀고양이 2014-01-15 11:41   좋아요 0 | URL
오모나... 댓글부터.. 반겨주셔서 넘 감사해요.
저 요즘 조금 바빠져서, 얼마 전만큼 알라딘에 자주 들리진 못하고 있어요.

오늘 창 밖의 햇살은 참으로 화창해요.
하지만 나가면 쌩하겠죠? 아침에 칼날같은 공기더라구요. 저도 봄이 그리워요~ ㅠ

아무개 2014-01-1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프로그램입니다만,
저도 1박2일에 나만아니면 돼~ 할때 부터 안봤어요.
그딴말을 어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들 하는지....

마녀고양이 2014-01-15 11:42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도 그러셨구나....
역시나 저만 그런게 아니었네요. ㅠㅠ. 이런 동질감이라니 좋은걸요.
그러게요, 그런 말을 어쩜 그리 아무렇지도 않게들 하는지...

다크아이즈 2014-01-1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 쓰신다고 얼마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을까, 그 생각이 드네요.
마고님만이 쓸 수 있는 페이퍼. 마고님 진정성이 고대로 전해져옵니다.
이 글 쓰고 기가 빠져 드러누우신 건 아니지요? 대단한 마고님^^*

마녀고양이 2014-01-15 11:43   좋아요 0 | URL
큭큭, 언니, 그렇게 제 페이퍼를 좋게 말씀해주시다니, 세상에, 너무 좋잖아요!
칭찬은요... 역시 고래도 춤추게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제부터 일이 바빠서 맹렬하게 달리는 중이예요.
언니, 서울 왔다가셨담서요? 아유, 저 그날 서울 있어서 갈 수 있었는데
너무 늦게 알았잖아요.... 아쉬워요.. ㅠㅠ

2014-01-14 0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5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6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4-01-1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정말 무서운 세상을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군요.ㅜㅜ

마녀고양이 2014-01-15 11:48   좋아요 0 | URL
요즘은 정말 박정한 세상 반영 같아서 심히 맘이 좋지 않아요.
시즌1은 그렇지 않았는데....

꿈섬님, 잘 지내시고 있으시죠? 올해는 작년보다는 서로 많이 봐야 할건데. ^^

Mephistopheles 2014-01-1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인적이로 이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나대시는 이모씨라는 분 때문에 별로 보고싶은 맘이 없습니다.

거기다 전직 국회의원으로써 거만한 모습을 보이다 최근 꼬리내리고 방송에 나오는 유모씨 때문에 안봅니다.

은모씨야 뭐 말할 필요도 없고요.

마녀고양이 2014-01-15 11:5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싫어요.
국회 의원하기 전에는 그렇게까지 거드름 피우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와, 거드름 작렬이더군요. 거기다 여기서 이미지가 나빠져서 다시 공천도 못 받을거 같은데 거품 좀 빼지 싶은 생각도 들구요....

여하튼 저도 시즌2 이제 손에서 놓습니다.

하늘바람 2014-01-2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런 프로가 있는지도 몰랐네요
무서운 세상이에요

마녀고양이 2014-02-11 19:29   좋아요 0 | URL
흐흐~~ 그렇죠, 무서운 세상이예요
 

 

6.4 지방 선거.

더 좋아하고 더 신뢰하는 사람을 뽑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덜 싫어하고 덜 미심쩍은 사람을 뽑는 나라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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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1-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지방선거가 있었구나,,, 정치에 무관심한 저를 보게 되네요ㅠ.ㅠ 반성~

마녀고양이 2014-01-03 12:34   좋아요 0 | URL
네, 갑자기 새누리당이고 민주당이고 안철수 의원의 신당이고,
6.4 지방선거 용 공약으로 대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잖아요....
솔직하게 꼴사납습니다... ㅠㅠ

페크(pek0501) 2014-01-0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뿐만 아니라 선거에도 관심이 많으신 우리 님...
새해에 웃을 일이 가득하고 소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시길...

마녀고양이 2014-01-03 12:35   좋아요 0 | URL
그죠? 제가 오지랍이 좀 넓은거 같아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아요. 네네,,,, 소원이 꼬옥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페크 언니께서도 웃을 일 많은 2014년 되시기를...

2014-01-0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압축 잘 하신 표현! 훗 그밖의 소소한 소원도 세트로 이루어지시길...ㅎㅎ

마녀고양이 2014-01-04 13:22   좋아요 0 | URL
네에,,, 소소한 소원은 올해 잘 지내기! ^^
섬님도 2014년 건강하고 평온하고 소원 이루시는 한해되셔요.

책을품은삶 2014-01-0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고! 동의 왕입니다요~
그놈의 차악, 차선이 아닌 진짜를!

마녀고양이 2014-01-04 13: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진짜에게 투표하고 싶은 맘, 간절합니다. ^^

2014-01-05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6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6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9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4-01-0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여전히 예전만큼은 자주 못 뵙는 거겠죠?(으앙..) 감기 조심하시고 소원 다 이뤄지시길 응원할게요. 또 뵈요^^

마녀고양이 2014-01-09 11:01   좋아요 0 | URL
아이리님, 오랜만.... ^^
자주 보기 어려운건 아이리님 같던데... 호홋.

아이리님두 올해 원하는 일들 많이 이루고 건강하세요. 진짜루
올해는 자주자주 봐요~ 와락~

세실 2014-01-1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그런 사람이 나왔으면 합니다. 꼭 뽑고 싶은 사람~~~~ ㅎㅎ

마녀고양이 2014-01-16 14:15   좋아요 0 | URL
저도~ ^^

다크아이즈 2014-01-1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습니다.
그보다 더 마고님이 새해 복 많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ㅋ
새해에도 지난해처럼 알찬 마고님의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4-01-16 14:16   좋아요 0 | URL
언니, 답글 늦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쪽~
 

0.

 

성탄절 아침, 나는 청소년 전화 상담 근무 중이었다.

거의 전화가 오지 않는다, 이브날에는 우는 전화가 여러 통 있었고 우리나라 상담센터를 모두 불질러버리고 싶다는 어머니의 전화도 한 통 받았었다. 말 안 듣는 아들 상담으로 애초에 전화했지만, 본인의 태도를 변화시키라는 상담자들의 조언이 '내 편은 한 명도 없다, 다들 남 일이라서 저렇게 말한다' 라고 들렸을 수도 있다. 안 그래도 나도 힘든데 자식도 나를 힘들게 하고 세상도 나를 힘들게 하고, 모두 나보고 잘못했다고 하니, 이런 마음을 몰라주는 세상을 불지르고 싶은 마음도 들겠다 생각되지만, 그보다 아이가 측은하다는 마음이 앞선다. 성인 상담 때는 종종 이런 면이 힘들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심리적 역사가 있음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밑에서 커야하는 자녀 편으로 마음이 기울게 되어버리고, 그러면 그 사람은 상담에서도 여전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을 안고 간다.

 

방금 한 소년이 전화해서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하길래, 나도 "메리 크리스마스예요" 하고 답했다. 그랬더니 전화를 툭 끊는다. 장난 전화다. 중고등학생 정도의 목소리인데 이런 곳에 유치한 장난 전화냐 싶어서 한심하기도 하지만, 이런 공공 전화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장난을 칠 수 밖에 없는 그 아이의 외로움이 안타깝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 첫날, 추석, 설날, 어린이날은 마음이 참으로 복잡하다.

누군가에겐 양지처럼 보이는 음지인 날이다.

 

 

1.

 

대의, 대의, 대의, 대의.

 

현재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런 가혹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 모든 것이 풍요로우며 가난은 추억에 지나지 않게 될 황금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약속은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 - 103p

 

맙소사,

너무나 익숙해보이는 문구인데, 소설의 배경은 1953년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이다.

 

아내는 잠을 깊게 자지 못했다. 그걸로 그녀를 고발할 충분한 이유가 될까? 레오는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고서를 써야 할지도 알고 있었다.

 

편안하게 쉬지 못하고, 꿈을 꾸면서 힘들어하는

제 아내는 분명 어떤 비밀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162p

 

<차일드44>의 한 구절이다.

Fact는 명확한데, 해석은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이다.

2013년 우리 사회도 그렇다.

 

 

2.

 

사회적으로 지켜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거셀 것인가.

그 분들은 남극에서 대나무를 피워내려고 노력하는 분들 같다. 그래서 눈물겹다.

 

영화 '변호인'이 이미 200만의 관람객이 들었다고 들었다. 나도 보러 가고 싶은데 시간을 내지 못하는 중이다. 지난 대선의 박근혜 대통령의 득표수가 15,773,128 표였다고 한다. 트위터에서는 그 득표수를 뛰어넘는 관객수를 보여주자고 주장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 창을 검색하면 나라 안 곳곳이 분열과 갈등의 도가니같다. 좌와 우, 흑과 백, 니 편 아니면 내 편, 많은 것들이 이분화되어서 서로 손톱을 곤두세우고 노려본다. 상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판국이다. 어떤 기사의 댓글에 자신의 의견과 조금만 달라도 당장 '너는 일베지' '너는 종북이지' 하고 낙인을 찍어낸다.

 

어찌 안 그럴 수 있을까.

정부 의견에 따르지 않는 뉴스를 진행한다고 해서 방송 징계를 먹이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특히 정부 의견을 지지하기 위해서 객관적 사실과 동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기사로 도배를 하는 뉴스는 그냥 두면서, 자신들에게 엿 먹이는 기사를 보낸다는 사유로 징계 처리한다면 어떻게 관리 기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또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 고등학생의 부모를 불러서 그 앞에서 아이로 하여금 반성문을 쓰게 하는 학교는 어떤가. 학생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틀렸든 옳든 간에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정도로 고민하고 가치관을 세우고 표현하는 모습이 얼마나 이쁜가 말이다. 그런 자립심을 꾹꾹 눌러버리면서 창의력 운운한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또는 교과서 정보가 틀렸음에도 그 정보에 따라서 수능 시험의 정답 처리가 맞다고 판단하는 판사는 용감하게 옳은 것을 옳다 말하는 고3 여학생의 정의로움을 꺾어버린다. 그 학생의 눈에는 이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비치겠는가. 올바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가.

 

이러하니,

정부 편이 아닌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더욱 독해지게 된다. 그리고

사회는 더욱 분열된다.

 

 

3.

 

소설 차일드44의 알라딘 설명을 인용하자면,

 

52명의 여자와 아이를 살해한 구소련의 실제 연쇄살인범(안드레이 치카틸로)을 모티프로 삼은 이 작품은, 숨 막히는 추리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사건 전개로 수준 높은 스릴러 독자라면 단연 손에 꼽는 작품이다. 또한《차일드 44》는 인류 사상 가장 끔찍한 기근 사태인 ‘우크라이나 대기근’과 같은 역사적 배경과, 인간 본연의 믿음과 진실 추구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톰 롭 스미스의 이 작품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공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의 긴장감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인류사상 최악의 대기근을 겪고 있던 어느 마을, 배고픔에 허덕이던 한 소년이 고양이 사냥을 나갔다 실종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벌거벗은 소년이 기차선로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입속에는 흙이 가득 들어있는 채로. 유능한 국가안보부 요원 레오는 살인 의혹에도 불구하고 상부의 요구에 의해 단순 사고로 마무리 짓는다. 완벽한 국가를 내세우는 소비에트에서는 범죄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러나 충성했던 국가에 의해 한순간 비밀스파이로 몰리게 된 그는 의심의 싹을 키우게 되고, 사고로 끝났던 이 사건에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광활한 소비에트 전역에서 연쇄적으로 발견되는 아이들의 사체들. 레오가 마주하게 될 참혹한 범죄 이면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레오는 44명의 아이를 죽인 살인범을 잡기 위해서, 그리고 결코 범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비에트에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결국 살인범을 잡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에트에는 자기 욕구를 위해 살인하는 살인범이란 존재하지 않아야만 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있다.

 

레오는 상부에 보고한다, 서구 문명에 물든 살인범이라고, 앞으로는 직접적인 전쟁보다는 서구의 간첩 활동을 통한 사회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찰 기구를 상설해야 한다고 말이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 라고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빙빙 돌아서 편법을 쓰게 만드는 사회이다.

 

그리고 이 사회는 2013년이 아닌, 1953년이다.

 

 

4.

 

서로 불신하는 사회다.

그리고 원칙을 지킨다는 명분하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사회다.

 

민주주의 사회인지, 근대 왕조 사회인지, 아니면 공산주의 사회인지 자못 헛갈리는 요즘이다.

 

 

5. 덧붙여서

 

작년부터 간혹 생각하던건데,

글을 잘 쓰는 능력을 지녔거나 영화를 만들만한 능력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전기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존경하거나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그분의 생애에 대한 인간적인 호기심과 연민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할만큼 드라마틱한 삶이다.

 

특히,

공주처럼 자랐지만 남들과 같은 자유가 없이 지냈을 사춘기와 처녀 시절, 예민한 시기에 만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어머님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젊은 시절 퍼스트 레이디로 살았을 때의 책임감과 부담감, 이후 아버님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인한 충격 및 트라우마, 측근에 의해서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을 때 느꼈을 세상에 대한 불신감과 믿을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외로움, 슬픔, 갑자기 주위 사람들이 떠나가는 느낌들, 중심으로 살다가 변방으로 밀려났을 때의 서글픔, 다시 정계 복귀, 그리고 현재 대통령 자리,

 

이런 모든 것들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권력의 속성에 따라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키웠을까. 가장 근처에 있던 사람의 배신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고 의존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현재의 불통은 그냥 원칙이나 고집스러움에서 나오는 것인가 아니면 그분의 트라우마 결과일까. 가장 높은 자리를 추구하고 다시 올라갔을 때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반기를 들고 힘들어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궁금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녀의 불통이 그냥 고집스러움으로 보이지 않고 어딘가 서글프다.

 

박근혜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으로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대단한 여인으로서 생각한다. 아마도 언젠가는 선덕여왕이나 장희빈, 명성왕후 못지않게 영화로써, 소설로써, 드라마로써, 예술로써 표현되지 않을까.

 

민노총 지도부가 믿을 곳은 조계종 밖에 없었다고 하는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여왕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그분은 과연, 국민을 위한 희생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던 그분은 과연, 불신과 불통이라고 힘들어하는 다수의 국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분의 현재 집권 방식에 반대하는 우리는 그녀가 생각하는 국민에서 제외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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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3-12-2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들과 변호인보러 가는 차 안에서 마고님 글 읽었어요~영화관에 가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확 날꺼 같아요...마고님도 저녁시간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3-12-26 13:01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보셨어요... 300만명이 넘어섰던데.
네, 저녁에는 가족들과 보냈어요. 변호인 보러 가고 싶다고 투덜거리면서요. ^^

2013-12-25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6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3-12-2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가정폭력에 관한 번역기획서를 썼어요. 폭력이 힘없는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참 가슴 아팠습니다. 스스로는 왜 벗어나기가 힘든지도 이해하게 됐고요.

인간으로서 측은지심이 일기도 하지만, 그래도 박근혜님의 전기나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아요. 뉴스도 못 보겠는데. ㅠㅠ

고양이님, 잘 지내시죠?
마음 같지 않게 알라딘에서 노는 시간이 너무 많이 줄었어요. ㅠㅠ
그래도 한결같은 분들이 계시니 간만에 와도 좋습니다.
행복한 연말과 새해 만드세요!


마녀고양이 2013-12-26 13:05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와락

으아,,, 가정 폭력 관련 번역 기획서를 쓰셨군요. 차라리 물리적 폭력이면 눈에 띄니까 떼어놓고 다른 곳으로 보내겠는데, 지속적인 언어적 폭력이나 다른 것들을 받는 아이들은 부모 곁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정말 더욱 힘들어요. 그런데 부모도 부모 나름대로 괴로운거죠... ㅠㅠ

저도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전기 영화를 보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평전이라면 관심있어요. 객관적이고 통찰적인 그런 책으로... 자서전 말구요.

북극곰님, 즐거운 연말과 새해 되셔요~

감은빛 2013-12-2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도 일하셨군요.
장난 전화 건 친구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저는 박근혜가 스스로 무언가를 이룬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내막은 잘 모르지만 아버지대에서부터 늘 이용당하고, 조정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녀고양이님께서 한번 해보세요.
글도 잘 쓰시고, 남의 마음도 잘 헤아리시잖아요.

마녀고양이 2013-12-26 13:07   좋아요 0 | URL
네, 아마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겠죠. 안쓰러워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참으로 복잡할 것 같아요. 하지만 대통령으로써, 정말 실망스럽죠. 그리고 화도 나구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쓸 자신 없구요, 누군가 할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저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싶어요. ㅋ

appletreeje 2013-12-2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겐 양지처럼 보이는 음지인 날이다.-라는 말씀이 참으로 와닿습니다..

어렸을 때, '치유 받지 못한 아이'가 여전히 내면에서 떨고 있을 사람들이 어른이
되더라도 자유롭지 못하고 외로운 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 부모의 밑에서 자라는 아이도 또 힘들고 외로울거구요..

<차일드 44>는 여러 분들의 책 소개로 보았지만, 마녀고양이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꼭 보아야 할 책같아요.

오늘도 고양이님의 너무나 좋은 글 덕분에, 또 많은 것을 생각할 시간을 주시네요.^^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3-12-29 20:40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습니다.
애플님, 올해의 마지막에 즐거운 시간들 되시고
새해에는 평온하고 건강하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외로운 아이들, 네, 제 마음 속은 가끔 그렇더군요.
아마도 평생 데리고 가야할 것 같아요.. 저도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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