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 내 인생 꼬이게 만드는 그 사람 대처법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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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조정은 두려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매혹적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품었던 전능성의 환상, 즉 무엇이든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동해도 된다고 믿고 싶은 욕구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심리 조정에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축소해서 생각하든가 극적으로 과장하든가 둘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기에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란 매우 어렵다. 조종당하는 입장이든, 조종하는 입장이든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 게 두렵기도 하다. - 12p

 

가족의 정을 이용한 거짓말, 직장에서의 파워게임, 커플 사이의 예속 관계, 우정을 앞세운 지나친 간섭 등에서 우리는 이미 '지배'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일은 정말 흔하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 13p

 

심리 조종이 정말 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사람들은 타인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정말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폭력적인 행동으로 위협하는 방법부터 논리적이고 지적으로 우월감을 내세우는 방법, 자신이 희생자로 돌변하여 남 탓하는 방법, 지나치게 남을 챙기고 자신을 낮추면서 타인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 등등. 또한 심리 조정이 잘 먹히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리 조종을 하는 다양한 방법과 그 아래 숨은 방어 기제에 대해 알고 싶었서 책을 선택했으나, 이 책은 심리 조종을 하는 사람을 "나쁜 놈"으로 규정하고 피하라,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기 바빠서 깊이가 부족하고 실망스럽다. 단, 심리 조종을 당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 도움이 되겠다.

 

"나는 내 욕구를 책임지기 싫어. (혹은 책임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그러니까 내가 요구하지 않아도 남들이 의무적으로 채워 줘야 해."라는 것이다. 이게 바로 미성숙한 인간의 태도이다. 그는 이외의 다른 방식을 배우지 못했다. 그는 이 방식을 결코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자기가 인정받는 유일한 방식이니, 다른 방식을 제안해 봤자 화만 낼 것이다. - 155p

 

심리 조종을 하는 사람은 그 방법 밖에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소 안쓰럽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자신의 기대를 자녀에게 덧씌우고, 자신도 하지 못했던 것을 자녀가 해내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지적하고 깍아내린다. 

 

이런 경우 이제까지의 경험상 자녀는 두 가지 중 하나의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하나는 잔소리에 대해 아예 귀를 막아서 흘려버리는 습관을 갖게 되어 성장하면서도 멈춰서서 반성하지 않고 흥미거리만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또 하나는 지나치게 자신에게 엄격하여 완벽하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자신을 못마땅해하면서 우울감에 빠진다. 그리고

 

이런 부모는 상담사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녀를 만들어달라, 자신의 편이 되어 자신의 어려움을 알아달라고 하소연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면 분노를 폭발시킨다. 상담사를 조종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럴 때 그 부모가 아직 미성숙하고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어서 그 방법 외에는 다른 삶의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참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번에 상담 하나를 말아먹고, 이 책을 읽는 중이다, 분풀이로. ㅠㅠ

 

심리조종자인지 아는 방법 :

 

그들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주요한 요소들을 기록하라. 그는 관대하다, 그녀는 자기 목숨보다 당신을 더 사랑한다고 한다, 그 남자는 친구도 참 많다,  그녀는 당신이 이루는 그 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녀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늘 자기가 양보한다... 그들이 한 말의 골자를 종이에 다 썼다면 이제부터는 그 옆에 그들의 말이 진실임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실 혹은 그들의 말과 모순되거나 상당한 차이가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어 보자. 그가 관대하다고? 그의 관대함이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났는가? 그 사람을 직접 관찰하면서 관대함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가? - 168p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나타내는 사람을 바라볼 때 늘 혼란스럽고 심란하다. 뭐가 이상하지 하고 자꾸 질문하게 된다면, 나 자신이나 내 주위의 누군가가 언행 불일치를 하면서 올바른 척 정답인 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심리 조종을 당하기 쉬운 사람들 : - 178~179p 요약

 

- 심하기 쉬울 정도로 친절하고 마냥 호의적이다.

- 사랑받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남달리 크다.

- 이상주의적인 성향 : 어떤 이들은 환상을 유지하기를 원하며 세상이 자기가 바라는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친절이 넘치고, 서로 돕고, 능력이 있어서 열심히 하면 다 되는 세상. 그들은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자신의 꿈에 부합하는 겉모습만 보려고 한다.

 

 

윽, 나는 심리 조종을 당하기 쉬운 사람 유형이다. 그래서

20대에는 어떤 놈에게 이백만원이라는 거금을 떼어 먹히기도 했지.... ㅠ

물론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희생자인 척 하면서 나도 심리 조종을 시도해 본 적도 있다만.

 

이 책의 한 유형의 심리 조종만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지나치게 심리 조종자를 매도하며 100페이지면 될 내용을 200페이지로 늘여놓은 느낌 때문에 별 세 개를 주지만, 주위의 누군가로부터 휘둘리는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도움이 될 것이다.

 

꼭 기억하고 싶은 말. 정말 중요한 말. 무엇보다 나 자신을 존중하자 라는 말.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존중받고 싶은 욕구보다 클 때에 골치 아픈 일들이 시작된다. - 185p

 

참고로, 이 책에서 다루는 심리 조종의 유형은

주로 "자기애성 성격장애" 판정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다.

 

심리 조종자는 남의 심리를 조종해서 무슨 이익을 얻을까?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는 그저 케케묵은 생존 본능에 갇혀 있을 뿐이다. 그는 겁먹은 어린 아이, 어른의 무서운 세상에서 길을 잃은 못된 아이다. 또 그는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불안도가 높고 피해망상이 심하며 사람이 단순하다. - 153p

 

심리 조종자는 자신의 미성숙을 책임지고 보호하는 부모 같은 존재를 갈망하기 때문에 과장된 존경과 필연적인 실망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그는 부모를 대체하는 이 존재의 약점과 한계를 발견한 바로 그날부터, 자신을 실망시킨 이 존재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심리 조종은 '위험하고 악의적으로 생각되는 모든 것으로부터 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다. 부적절하고 서툰 대응 방식이지만 그는 다른 방식들을 쓸 줄 모른다. 그가 당신을 조종하는 데 성공한다면 일단 마음은 놓을 수 있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지배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당신을 지배하는 데 실패한다면 당신에게 겁을 먹을 것이다. - 1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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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6-03-07 0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냐.

꼬옥. 와락

마녀고양이 2016-03-07 09:17   좋아요 2 | URL
나두 꼬옥. 와락~

금주에 하늘바람님께 예쁜 일 가득하기를, 지팡이 휘둘러서 마법 휙휙~♡

2016-03-07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7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욱하는 성질 죽이기 - 행복하고 싶으면 분노를 조절하라!
로널드 T.포터 에프론 지음, 전승로 옮김 / 다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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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아침부터 열심히 스트레칭을 했다.

 

겨울 내내 들락날락하는 감기가 다시 들어오면서 골이 지끈거린다. 이렇게 머리가 아플 때는 짜증이 자주 난다. 어제 저녁에도 그랬다. 내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조용하지만 권위를 가지고 따져묻는 내담자의 아버지에게 짜증이 났다. 부모 상담이 늦어져서 자신의 퇴근 시간이 함께 늦어짐을 굳어진 표정으로 어필하는 데스크 직원에게도 짜증이 났다. 이산화탄소 가득한 버스의 퇴근 길, 꽉 막힌 차로 위에서 욕을 하는 운전기사 아저씨와 두통이 점점 심해오는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그 시점에 누군가가 나를 건드렸다면, 틀림없이 욱했을 것이다. 이때 나의 욱하는 심정 아래에는,

 

-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수치심

- 열심히 일하다가 5분 늦었는데 그에 대해 이해받지 못한 억울함

- 다소 외진 집 위치로 인해 늘 겪어야 하는 출퇴근의 어려움으로 지치는 마음과 무력감

 

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스트레칭을 한다, 몸의 컨디션이 나아지면 동일한 상황을 해석하는 데 있어 훨씬 긍적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심정에 대해서도,

 

- 내 의견을 경청하고 의견 차이를 조율하려는 내담자 아버님의 정성

- 매번 5-10분씩 상담 시간을 넘기는 내 스타일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면서 기다리는 직원 마음

- 원하는 직장을 위해서 출퇴근 거리의 어려움을 감수하자는 초기의 내 결심

 

으로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다.

 

 

1.

 

"욱하는 성질 죽이기"는 분노에 관련된 책이다. 더덕더덕 붙인 테그와 별 다섯개로 표현했듯이, 이 책은 글씨가 큼지막한 전문 서적답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씌여졌으면서도 체계적이고 깊이 있으며 실제적인 방향 제시와 전략이 명확하게 되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은 분노를 체크리스트를 첨부하여 다섯가지로 분류하고,

그에 따른 변화 전략을 예제와 함께 첨부한다.

 

 

 

 

2.

 

맹목적 분노를 표출한 사람은 나중에 당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극히 일부분만 기억한다. 마치 뇌가 자신의 행동과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는 회로를 차단한 것처럼 말이다. (.. 중략 ..) 현재로서는 우리 뇌가 극도의 스트레스나 위협을 인지했을 때 나타나는 자기방어의 일환이라는 가설이 가장 지배적이다. 뇌는 살아 남기 위해 필요하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본능적으로 내리는 것이다. - 22p

 

그렇다,

흔히 분노나 슬픔을 억제해야 한다, 적어도 타인 앞에서 표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사회에서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분노는 억울함에 대한 방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기대한 상황과 다를 때 흔히 일어나게 되고, 이는 어떤 측면으로는 정당성을 갖는다. 다만, 무성한 숲도 누군가 자주 다니면 길이 나듯이 뇌도 그렇다, 상황에 비해 분노의 빈도나 크기가 지나치다면 한 번쯤 자신에 대해 살펴보는 편이 좋다. 나 같은 경우에는 초6의 왕따 경험으로 인해 그룹 지어진 뒷담화에 지나치게 예민하여 없는 상황도 있는 것처럼 느끼거나, 작은 상황을 더 크게 인식한다. 또는 성취를 강조하는 성장 환경으로 인해 유능감을 의심받을 때 느끼는 수치심에 매우 취약한 경향을 보인다.

 

정답은 실제로 이들은 큰 위험이 없는데도 자주 자신이 극심한 위험에 처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위험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자신이 시도 때도 없이 비난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세상은 안전과 안락함이 아닌 적개심과 위험 그리고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는 적으로 둘러싸인 위험천만한 곳으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째서 자신이 항상 위험에 처해 있다고 믿게 되었을까? 아마 인생에서 한 번쯤 정말 목숨이 위험했던 적이 있었거나, 어쩌면 실질적인 경험이 없었어도 세상은 나쁜 사람으로 가득하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주입시킨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머리를 약간 다치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의도를 쉽게 오해해서 그럴 수도 있다. - 30p

 

 

3.

 

리뷰는 책에 관련된 얘기만 쓰자고 마음 먹었는데, 나의 리뷰는 늘 산으로 간다.

 

글을 쓰다보니, 인터넷 세상의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쉽게 익명성이 보장되거나 잠수탈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현실보다 더 쉽게 말을 내뱉게 되는 경향이 있고 쉽게 동조의 글을 올리거나 무리화 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의견 표현이 훨씬 자유롭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글을 올리다보니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 같으며 피드백이 늦다. 특히 피드백이 늦다는 점이 중요한데, 얼굴을 마주할 때의 즉각적인 반응이 두려워서 하지 못할 말의 경우 인터넷에서는 반응을 무시할 수 있고 늦게 답변을 받기 때문에 두려움이 감소되어 쉽게 표현하는 듯 하다. 또한 이러한 시간 차이로 인해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왜곡된 해석을 할 때가 종종 있고, 결국 오해를 못 푸는 경우도 많게 된다.

 

그런데 결과는 꽤나 치명적이다. 영화 "소셜포비아"에 잘 표현되었듯이 사이버 공간에서 격렬한 의견 충돌이 그저 의견 대립으로 끝나면 좋은데, 감정 대립으로 치닫게 되면서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공격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위에서 말한 "뇌의 위험 자각 지수"를 엄청나게 높인다. 특히, 인터넷은 실제 생활에서 접하는 숫자보다 훨씬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의견을 받기 때문에 이런 착각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아마........ 실제로 만나면 다들 좋은 사람일테니 그 점도 아쉽다. 

(하지만 사이버 세상의 문제점들을 점점 인식하고 보완하는 점은 다행스럽다. 나만 해도 그렇다.)

 

 

4.

 

욱하는 성질이 주는 대가에 대한 논의 없이는 욱하는 성질에 대해 논할 수 없다. 대가는 의도했든 안 했든 간에 욱하고 성질이 폭발한 것에 대해 주는 상과 같다. 상은 즉각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직접 주는 경우("내가 분노를 떠뜨리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되는구나")와 간접적으로 의도하지 않고 주는 경우(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가 있다. - 69p

 

책에서는

- 돌발성 분노 : 하이드 씨와 같은 무의식

- 잠재적 분노 : 자신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누적

- 생존성 분노 :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

- 체념성 분노 :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거나, 중요한 상황에서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다

- 수치심에서 비롯된 분노 : 창피, 비난, 모욕

-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 : 어릴 때의 유기 불안 (사견으로, 경계선 성격)

 

수치심은 사람을 고립시킨다. 자신을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며 '비호감'이라고 믿는 판에 어떻게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수치심에 따른 분노를 갖고 있는 많은 이가 타인과의 접촉을 꺼린다. 자신은 남과 다르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며 심지어는 경멸의 대상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다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증오하게 되고, 자신을 비주류로 만든 모든 착한 척하는 사람들에게 잠재적 분노를 품게 된다. 그리고 간혹 갑자기 분노가 치밀면 자신을 가장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특정인을 공격한다. 수치심으로 가득한 사람은 기득권 세력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가진 것 없는 세력인 자신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생각되는 조직 전체나 기관을 공격하기도 한다. - 74p

 

늘 사회적 정의를 부르짖는데 가정에서는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거나 포용력이 없거나 폭력적인 사람이라면, 자신 내면의 분노와 성장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고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물론 사회운동가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내면의 이해, 화해 및 용서가 없는 사람인 경우 타협이 어렵고 극단적으로 흐를 수 있음을 가끔 관찰하게 된다. 나 역시 공격받는 자나 약자의 편에 지나치게 마음이 흐르는데, 그래서 공정성을 잃을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생각하면 어느 편이나 자신의 논리와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이해와 관용으로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판사는 아니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5.

 

분노는 수많은 인간 관계 경험이 엮여있는 예민한 문제다.

그리고 워낙 명확한 감정이라서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하다.

 

테그를 붙인 모든 문구를 옮겨 적어볼 야무진 꿈도 꾸었지만

밥 먹고 일도 나가야 해서, 그 마음을 접는다. 담에 해야지, 밑에 길게 붙여야지, 인용글만.

 

 

-----------------------------

 

납득하기 어렵고 잊어버리기 어려운 상실감이 있다. 바로 버림받았다는 느낌이다. 버림받은 기분은 잃어버리지 말았어야 할 것을 잃어버린 기분 같고 누군가 마음대로, 오로지 우리 마음을 상하게 할 목적으로 떠난 느낌 같기도 하다. 버림받았다는 마음에는 "왜 날 떠난거야?" 라는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 75p : 그때 그 선배가 그랬지, 나아쁜~

 

리키의 분노는 지배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리키의 옛 여자친구는 '자꾸 시비를 걸면서' 리키의 지배력을 위협했다. - 81p : 번역 문구가 이상해요~

 

욱하는 성질을 죽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방어를 낮추고 자신에게 아주 솔직해져야 한다. 부인하는 습관을 버려라. 축소시키기는 그만. 자기 합리화는 그만(물론 아버지가 나를 학대했지만 오래전 일이고, 이제 스스로 제 인생을 책임져야죠. 지금의 문제를 가지고 더 이상 과거만 탓하지는 않겠어요.). 무력감과 절망으로 가득 찬 우는 소리는 그만. 미루기는 이제 그만. - 87p

 

사람을 볼 때 단점보다는 장점부터 찾는 편인가?

남이 자신을 돌봐주길 바라기보다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냉담하게 굴거나 비난하기보다 따뜻한 관심을 보이거나 칭찬을 많이 하는 편인가?

삶의 목적을 갖고 사는가 아니면 마지못해 떠밀리듯 살고 있는가?

자신의 가족, 친구 그리고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사는가, 고립되고 소외되었는가?

- 104p : 능동적인 삶을 위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 격분해서 상대방 말을 끊고 그 사람의 결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용서의 첫걸음은 떼었다는 의미이다. 증오를 버릴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화해이다. 화해라 함은 가해자와 다시 관계를 맺는 일이다. 화해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신에게 그 사람과의 관계가 왜 지난번과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가해자가 달라졌다는 증거가 있는가? 상대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졌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게 얼마나 오래갈까? - 132p : 용서는 나를 위해서 필요하지만 화해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할 것 같다....

 

목숨이 심각하게 위험했던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흥분과 안정 사이에 있는 섬세한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목숨이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부신이 코르티솔을 과다 분비하여 해마에 큰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편도가 부신에게 "코르티솔을 더 분비해!"라고 꽥 소리를 지를 때 해마는 "제발 덜 내보내요"라고 간신히 속삭이는 정도 밖에 못하게 된다. 해마는 점차 약해지고 작아져, 심지어는 정상의 1/6 크기로 줄어들 때도 있다. 이 말은 곧 테리 같은 사람들은 영원히 불안정한 상태로 살게 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테리는 겁에 질려 방어적인 태도를 갖고 되며, 언제나 긴장과 걱정 속에서 산다. 테리의 뇌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다른 사람들의 뇌처럼 계속되는 세상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설계된 것이다. - 145p : 유아기에 부모의 폭력적인 싸움을 목격한 사람들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해도 늘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사는 경향을 지닌다. 세상이 불안한 것이다. 촉발 계기가 있으면 이러한 불안이 극대화되어 튀어나오며 과잉 반응을 하는데, 내가 만나는 청소년 몇몇이 이렇다. 너무 속상하다.

 

천천히.

나는 안전해.

위험하지 않아.

진정해.

하느님을 믿자.

생각해.

숨을 크게 쉬자.

오늘은 적 없는 날.

긴장 풀어.

허위 경보는 그만.

너무 예민해지지 말자.

쉽게 가자. - 156p : 안전한 사람들과 어울려라, 자신에게 간단한 말로 되뇌어라.

 

체념성 분노 :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통제력을 잃었을 경우 화가 커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독립성, 자기 결정력, 사생활, 그리고 자제력을 중시하는 성향의 사람들일 경우 특히 그렇다. 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것을 요구한다. 독립적이라는 말은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 나약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면 비참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취급당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 169p => 첫째,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낸다. 둘째, 마음을 비우고 가망 없는 싸움을 접는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 177p

 

집착 : 쉽게 잊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상황이 있다면 이에 대해 생각해보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있는가? 자신이 바라는 것과 이룰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겠는가? 자신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것 중에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가? 현실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특정 인물이 자신이 원하던 모습 그대로 꿈을 이뤄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환상을 버리지 않는 한 현실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인가? - 189p

 

수치심과 분노의 연결 고리를 끊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이다. 쉽지 않겠다. 자기 성격의 자기 공격적인 측면, 즉 자신이 수치스럽다고 하는 말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은 없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수치심과 대면하거나 수치심에서 비롯된 분노를 터뜨릴 위험을 계속 안고 살아야 한다. - 214p

 

나는 쓸모없는 존재다 -> 나는 필요한 존재다

나는 언제나 부족한 존재다 -> 나는 충분하다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다 -> 나는 사랑받고 있으며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나는 외톨이다 -> 나는 속해 있다

나는 죽어 마땅하다 -> 나는 존재한다 - 217p : 나는 태어난 자체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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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6-02-1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찜해요!
내 얘기를 조곤조곤 해주시는 것 같아요. 특히 어느 부분이었다고 말씀드리자면, 음...
ㅎ,,ㅎ;;; (아무튼~)

마녀고양이 2016-02-19 12:3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그래, 싶은 부분이 많아요.
그런 책이 좋은 책이겠죠~

ㅎ,ㅎ, 아무튼... 저도 이 말에 동감을, 저 역시 그래요. ^^

cyrus 2016-02-1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자신이 엉뚱한 상황에 화를 낸 사실이 부끄러워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것 같습니다. 몇 시간 전에 언성을 높이다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뻔뻔하게 말 걸고 웃는 표정을 보면 한 대 치고 싶어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데 그런 거 다 소용없습니다.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6-02-19 12:32   좋아요 0 | URL
속에 화가 많이 찬 사람을 만나셨나봐요. 엉뚱한 부분에서 튀어나오고, 이후 후회하면서 무마하고 싶어하는 듯 하네요. 그런데 나는 억울하게 당한 느낌이 든다면, 정말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내 감정을 무시당한 거잖아요.

맞아요, 가끔 웃는 얼굴에 침도 뱉고 싶을 때가 있어요.
특히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일 때는 더욱요~

짜라투스트라 2016-02-1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강자 보다는 약자의 편을 들어주는 게 더 괜찮은 것 같아요^^ 아 이것도 내가 그런 성향이라 자기정당화 하는 건가^^;;

마녀고양이 2016-02-19 12:33   좋아요 0 | URL
강자에 빌붙는 것보다는 약자 편에 서는 편이 훨씬 낫다는 점에 동의해요.
다만 약자가 반드시 정의거나 올바르지 않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닫기도 해요.

그래도, 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저도 그쪽에 마음이 기운답니다. ㅠㅠ

서니데이 2016-02-1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6-02-22 13:36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한주되세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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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각이 너무 많아요.

성격이 까다롭고 쓸데없는 일로 끙끙 앓는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머리속이 늘 복잡해요. 가끔은 생각을 멈추고 싶어요.

 

나만 다른 별에서 온 사람 같아요.

내가 낄 자리는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 9p

 

 

누군가 "당신은 이런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듣는 것을 질색한다. 당신이 나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나는 그렇게 쉽게 규정지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라는 반발을 하게 된다. 나를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하면 꼭 다른 측면이나 예외 상황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대략 60~70% 선에서 나는 이런 사람인 것 같다 라고 자신과 합의를 보았다.

 

실은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하나의 새로운 생각은 오만가지 새로운 생각을 몰고 온다. 그들은 두뇌 회전이 아주 빠르다. 그렇다 보니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말을 더듬거나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리곤 한다. 언어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복장하고 정묘한 생각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기댈 수 있는 확실성이 무엇보다 간절하다. 머릿속에서 의문이 끝없이 이어지는 탓에 그들의 신념 체계는 흘러내리는 모래만큼이나 불안하기 짝이 없다.  - 10~11p

 

 

중년에 들어선 지금은 생각이 뛰어다니는 속도가 현저히 늦어졌고, 글이나 말로 핵심을 뽑아내어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하고 나니 훨씬 편안해졌지만, 한 때는 그냥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다. 특히 하나의 확고한 신념으로 자기 주장이 센 사람들 앞에서 "그건 아니야" 라고 설득하기가 버거웠다. 이렇게 입을 다물다보니 점점 더 물러서게 되면서 위축된다. 특히, 경청보다는 평가에 유능한 부모님 아래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럴 거라고 생각된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 중에 여럿이, 특히 자신을 실패한 영재라고 표현하는 분들 중에서 유사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실은 절대적 이상주의와 예리한 통찰력 사이에서 번민하는 그들은 자폐증과 반항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11p) 거라는 말에서 고개가 끄덕여 진다.

 

내 얘기네, 내 얘기, 또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

그래서? 그래서? 나는 마음이 다소 바빠진다. 그런데 저자는 내 속을 꿰뚫어보는 듯하다.

 

정신적 과잉 활동의 소유자들이 책을 건성으로 빨리 읽어 버리기 좋아한다는 것을 나도 익히 안다. 이들 대부분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금세 포착하기 때문에 책을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작은 열매들을 그냥 남겨 두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 버리곤 한다. 따라서 나는 경고를 해 두고 싶다. 이 책을 읽다가 다 알았다 싶어 곧장 3부로 뛰어넘으면 책에서 제안한 해결책들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근거가 심히 달릴 것이다. 그래서 중간에 뛰어넘지 말고 이 책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올 것을 권유한다. - 17p

 

 

으아, 이래서 심리학자는 무서워.

뒷장을 휘리릭 살피려던 내 손이 멈칫한다. 우째 알았노. 문득

 

집에 혼자 있을 때의 코알라는 유쾌한 TV 오락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틀어놓는 경향이 있는데, 퇴근한 내가 켜져있던 프로를 보면서 깔깔 대고 코알라는 쇼파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상황이 떠올랐다. 아이가 "엄마, 내가 문득 고개를 들어서 TV를 보면 꼭 저 장면이다. 매번 똑같은 장면만 보게 돼. 신기해." 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아마 핸드폰이나 책을 보다가 TV에서 비명을 지르거나 쾅 소리 등의 큰 소리가 나는 장면만 나오면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들기 때문 아닐까." 라고 말했더니, 코알라가 와- 소름돋아, 그런 것 같네. 라고 한다. 내가 바로 그 코알라 심정이었다.

 

덕분에 나는 책을 차근차근 읽어보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예언처럼 내 머리에는 스믈스믈 의구심이 떠오른다. 일단 내 고민을 읽어주어 이해받은 느낌으로 관심을 확 돋게 해준 점은 90점 이상 줄만하다. 그러나 전개하는 논리 자체의 과학성은 영 빈약하다, 마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나 이후의 대상관계 이론들처럼 경험적으로는 그럴 것 같지만 실험적으로는 증명되지 않은 사실들이다.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이 정신적 과잉 활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부분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신적 과잉 활동 증후군의 사람들은 감정이 너무나 예민하다고 앞에서 스스로 언급하지 않았는가.

 

결국 155p까지 성실하게 읽은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197p의 3단계 해결책으로 건너 뛴다.

음, 새로운 것은 없다. 나를 존중해주자, 나를 사랑하자, 더 이상 나를 타박하지 말자 라는 결론이다. 뭐, 지적 호기심이 충만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용두사미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실은 위의 결론이 가장 좋은 결론이라는 점에서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다만 펄떡펄떡 뛰던 활어가 눈 뒤집고 축축한 생선 시체로 변한 느낌이 있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끝으로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은 문구를 인용하면서

아주아주 오랜만에 써보는 리뷰를 마친다.

 

아스피 자기 긍정 선서문(2001)

 

나는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의 존엄성을 희생하지는 않겠다.

나는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나는 혼자 힘으로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나는 남들에게 존중받고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다.

나의 흥미와 적성에 잘 맞는 직업을 찾을 것이다.

나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한 사람들을 기다려 줄 수 있다.

결코 나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겠다.

나 자신을 내 모습 이대로 받아들이겠다.

 

- 104p

 

 

 


 

 

상당수의 스트레스 상황은 맞서 싸우기도 뭣하고 도망치기도 뭣하다. 그 경우 편도체는 저 혼자 쓸데없이 쇼를 한 셈이다. 이게 바로 '편도체 과열' 현상이다. 반응을 분석하고 다스리는 역할을 하는 대뇌피질의 신경 중추가 경보 체계에 의해 압도당한 것이다. 우리의 뇌는 편도체 과열 현상으로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어 심장박동이 정지하거나 신경계가 코르티솔에 중독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또 다른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회로를 차단하려 한다. 모르핀과 케타민이 그러한 화학물질이다. 이제 편도체는 '정지'에 들어간다. 편도체가 힘을 쓰지 못하게 되면 사람은 갑자기 세상에서 떨어져 나간 느낌, 자신의 감정과 분리되어 붕 떠 있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은 더 이상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거다.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이러한 상태가 '해리'다. 그는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저 방관하게 된다. -48p

 

모르펜과 케타민의 마취 효과로 고립된 편도체는 감정적 충격을 다른 구조, 즉 학습과 기억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해마로 보내지 못한다. 스트레스 상황은 편도체 안에 갇힌 채 남을 것이다.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그 상황을 회상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과거를 되살고 처음에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경험할 것이다. 편도체가 고립되었을 정도로 그것은 분명히 매우 과격하고 폭력적인 감정의 순간이었고, 그런 순간은 갇혀 있다가 그대로 되살아날 수 있다. 이것이 '외상후 스트레스'의 메커니즘이다.  -49p

 

혼동하면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감정이입은 공감이나 연민이라기보다는 감정의 침범에 더 가깝다. 그들은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너무나 급작스럽게 상대의 감정에 푹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 51p

 

자기 생각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생각하는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의 흐름을 조금 늦추고 수많은 갈림길 중에서 자기가 갈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시해보라.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어떻게 훌쩍 넘어가는지 살펴보라. - 77p

 

진짜 자아는 어떻게 되나? 진짜 자아는 기나긴 지하 통로 안쪽 독방에 감금되어 있다. 그 독방까지 가려면 세 개의 문을 지나야 한다. 버림받고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 혼자만의 슬픔, 참다운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는 분노가 그 문들의 이름이다. - 134p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진 거짓 자아에 치러야 할 대가가 바로 완벽주의, 자기감정의 부정, 생뚱맞은 공격 충동, 죄의식이나 수치심 같은 부정적 감정들로 얼룩진 인간관계, 심각한 우울증이다. - 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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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2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잘읽고 가요!^^
별점에 이리 성실하시니..구매하는분껜 도움이 될터..
그런데 ㅡ저 같은 독자가 그 시스템을 흐려놓는 주범이네요.
죄송하게도..전 일단 책으로 묶여나오면 ..5개 ㅡ
그간의 고생을 ㅡ위로와 격려하는 차원 ㅡ에서..
재독과 삼독 이상가면 그때야 좀 제대로 별점을 줍니다.
첨엔 후하죠...ㅎㅎㅎ
죄송합니다 .많이 다시 생각해 봐야겠네요~^^

마녀고양이 2015-12-27 12:39   좋아요 1 | URL
저도 방금 이 책에 테그를 붙인 부분들을 다시 읽어보고, 리뷰의 밑줄 긋기처럼 써 본 이후 별점을 네 개로 변경했답니다. 저는 그장소님의 반대로, 비판적인 경향이 우선 발동하나봐요.... ^^

[그장소] 2015-12-27 13:06   좋아요 1 | URL
비판의식이 나라를 변하게 하는겁니다.좋은거죠.
저는 안일한 주의인 반면..인정에 끌려 주변을 망치기 딱 좋은 지금우리 현실 처럼...마고 님 같은 분들이 많아야 한다고 봅니다!^^
응원 할께요!^^

양철나무꾼 2015-12-27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 자기랑 나랑 얘기를 할때면 완전 대화가 짬뽕공처럼 이리저리 튀어다니는 느낌을 받곤 하지.나도 자기도 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자기는 대화를 나누다가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생기 면 즉시 브레이크를 거는데 그땐 난 딴데로 생각이 널을 뛰어서 딴 얘기를 하고 있었고 말야. 그래도 우리가 여기까지 관계를 이어온걸 보면 말이쥐, 서로가 서로에게 양보하고 배려하고 너그러웠기 때문일거야.
대견하네, 그렇게 그렇게 생각이 자라는 모습을 오픈하는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자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 같이 짬뽕공을 주고 받으며 그렇게 나이들어가자고~^^

양철나무꾼 2015-12-27 18:11   좋아요 1 | URL
이거 칭찬이고 프로포즈임~^^

마녀고양이 2015-12-28 13:42   좋아요 0 | URL
둘 다 튀지, 대화가.... 큭큭. 하나씩 건너뛰고, 생각나는 대로 쫓아가기 바쁘고.
그게 나무꾼의 매력이 아닐까. 자기 말대로 자기는 너무 다양한 면이 많아서 오해받기 딱 좋다니까, 양파처럼 다채로운 그대~

그래, 우리 그렇게 나이들어 가자.
프로포즈랑 칭찬을 따뜻하게 받아들였어~ 쪼옥~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 -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15분 명상
잭 콘필드 지음, 추선희 옮김 / 불광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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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녹음되어 있는 명상 CD를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고, 얇은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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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3-06-10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오랜만이에요, 다정한 마녀님-
서재 타이틀명, 마음에 와 닿는군요.

"오늘도 괜찮았어"

요즘, 평생 듣지 않았던 라디오를 자주 듣게 되었는데, 그 중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가 있어요. 거기에서 장기하는 라디오 클로징 멘트로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겁니다'라는 말을 하죠. 그 클로징 멘트를 듣고 어떤 남자가 펑펑 울었다고 하는 사연도 며칠 전에 들었습니다.
인간은 타인들 앞에서 늘 강해 보이려고 하는 동시에 누군가가 자기를 위로해주길 바라죠.
아마도, 누군가는 마녀님의 서재 타이틀을 보고 위로 받는지도 모르겠어요.
멋진 문구입니다.(웃음)

마녀고양이 2013-06-10 23:28   좋아요 0 | URL
어어.... 엘신님이닷, 와락.
이게 얼마만이예요, 저도 엄청 뜸하지만 엘신님도 뜸하셨죠?

네, 저 타이틀이 어떤 거창한 문구보다 제게 평온함을 주어서 맘에 든답니다.
그러게요.. 강하게 보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실은 진짜 강한게 아닐까 싶어요.

잘 지내시죠? 건강하시죠? 요즘도 여전히 하는 일 잘 되시는거죠? 다시 와락~~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 에이지21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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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페이퍼를 쓰기 시작하여 미루고 또 미루고 쓰지 말까 고민하기를, 30여일. 왜 그리 힘들었지.)

 

0.

 

언제라도 나를 울릴 수 있는 한마디,

가슴 깊이 우러나온, 나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다독이는 한마디,

 

"괜찮아, 괜찮아......"

 

내가 얼마나 잘못을 했더라도,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그 한마디라면, 반성할 수 있어. 버텨낼 수 있어. 살아갈 수 있어.

가끔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존재 자체에 대한 긍정을 얼마나 받고 살아갈까, 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존재 자체를 짓밟히고 욕 먹고 태어나지 말아야 할 놈이라는 시선을 받으며 살아갈까.

 

 

1.

 

대략 내가 심란하기 시작한 것은 한달 전부터였다.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읽는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 첫머리는

그만 나를 울컥하게 했고, 주위 눈치를 보면서 흐를려는 눈물을 꾹꾹 밟느라 용을 써야만 했다.

 

저, 도둑질한 적 있어요... 괜찮아.

저, 원조교제했어요... 괜찮아.

저, 친구 왕따시키고 괴롭힌 적 있어요... 괜찮아.

저, 본드 했어요... 괜찮아.

저, 폭주족이었어요... 괜찮아.

저, 죽으려고 손목 그은적 있어요.. 괜찮아.

저, 공갈한 적 있어요... 괜찮아.

저, 학교에도 안 가고 집에만 처박혀 있었어요... 괜찮아.

 

어제까지의 일은 전부 괜찮단다.

 

"죽어버리고 싶어요."

"죽어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얘들아. 그것만은 절대 안 돼.

 

- 프롤로그

 

나는 이 문구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넘치려 한다. 옮겨적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2.

 

(다들 그렇겠지만) 학교 폭력과 관련된 모든 뉴스가 나는 심란하다.

피해 학생이 자살했다는 뉴스도 그렇고, 가해 학생이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는 뉴스나 구속되었다는 뉴스, 전문가를 모시고 대책에 대해 논의한다던가 토론한다는 프로그램들, 정부 대책 촉구 뉴스나, 대책 발표 뉴스, 피해자 부모의 인터뷰, 선생님이 직무 유기로 구속되었다는 뉴스.

 

거기다 더욱 몸서리쳐지는 것은 "피해자 부모는 뭐했냐." "그런 아이들은 평생 세상에 못 나오게 해야 한다" "똑같이 당하도록 해줘야 한다" "가해자 부모와 가해자 아이의 신상을 공개해라" "피해자 어머니가 가해자 아이를 걱정하다니, 그런 위선이 어디있냐." "당할만하니 당했다" "방관자 역할을 한 선생님은 평생 선생 짓 못하게 해야 한다" 등의 의견 개진을 넘어서 자신의 증오를 쏟아붓는 듯이 보이는 네티즌 댓글들.

 

마치 세상은,

자신의 죄를 누군가에게 뒤집어 씌우고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하고픈 듯이

슬픈 현실의 죄를 몽땅 책임질 희생양를 찾으려고 안달난 듯이 보인다.

 

 

3.

 

현재 우리 사회는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회가 아닐까 싶어진다.

내 속의 공허감을 소멸시킬 수가 없는데, 자기 탓을 하고 싶지 않으니 외부의 문제로 돌리고 싶다. 솔직해질 자신이 없다. 그러니 서로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본다. 누군가 나를 비난한다면 나 역시 같은 강도로, 또는 더 심한 강도로 비난하고 싶다. 사이버 공간 또는 대중 매체는 숨기 좋은 공간이며, 그로 인해 명확한 대상 없는 분노 표출의 강도는 점점 심해진다.

 

운이 좋은 몇 퍼센트의 아이만이 태어날 때부터 행복을 보장받는다.

그들은 풍요롭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라나며, 웃음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성장한다.

그러나 운이 나쁘게도 몇 퍼센트의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어깨에 불행을 짊어진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불행 때문에 괴로워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기적인 어른들에 의해서 불행을 강요받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불량' 이라는 딱지를 붙여주고, 밤거리로 내몰려는 어른들을 나는 용서할 수가 없다. - 103p

 

가해자는 실은 그 이전에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크고,

가해 학생에게 가해를 가한 사람은 어른이었을 가능성이 엄청나게 크다.

 

누군가는 말한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도둑질하면 안 되고 거짓말하면 안 되고 폭력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다 안다" 라고. 그럼 이것은 모르는가, 사랑으로 감싸야 하고, 타인에게 폭언을 해서는 안 되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주어야 한다고, 그것은 어릴적부터 배우지 않았던가. 훌륭한 동화책들이 모두 그런 주제가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인 가해자가 되지 않던가.

 

 

4.

 

나는 충분히 내가 가해자일 수 있는 현실도 인정한다. 또한 내 경험으로 볼 때,

사람이란 존재가 얼마나 쉽게 망가지고 몹쓸 짓을 하며 폐인이 되는가도 함께 인정한다.

 

가해 학생의 잘못을 인정하지 말자는게 아니다. 죄에 대해서는 사회적 기준으로 판결을 받아야 하나, 시선은 따스하게 간직하고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이야기이다. 물론 피해 학생이 가장 안타깝다. 슬프고 속상하다. 나 역시 딸아이가 피해자가 된다면 분노하고 세상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부모는 충분히 그럴 것이다. 그렇다하여 우리 모두가 가해자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면, 이 악순환은 어찌 할 것인가. 나 자신 역시 반드시 어떤 잘못을 하지 않으리라고 또는 과거에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모르고 벌레를 밟아 죽였다 해도, 죄는 죄인것을.

 

잃어버린 애정이 누군가에 의해서 채워질 때까지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짓도, 자해 행위도, 학교에 안 가고 집에만 박혀 있는 것도 그만두기는 어려운 법이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런 행동들을 그만둘 수가 없는 것이다.  - 133p

 

나는 가난이라는 둘레말고도 부모가 없다는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외로움을 견뎌내기 위해 나는 항상 누군가와의 만남을 고대했다. 그리고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나는 항상 사랑을 받기 위해서 사람들의 안색을 살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좋은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고독해졌다. 내가 애를 쓰면 쓸수록, 사람들은 나를 피했다.  - 104p

 

바라지도 않은 고독을 강요받고, 그 고독을 견뎌내기 위한 방법을 모르는 것 뿐이다. - 107p

  

 

5.

 

지인 중 학교 상담 교사인 사람들이 있다.

전문 상담자께 상담 관련 지도 감독을 받는 시간에, 학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지도 감독하는 상담자가 갑자기 말하기를,

 

"학교는 상담 교사를 생활 지도 교사로 착각하는거 같아요.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상담 교사에게 보내죠. 그리고 잘못을 지적하고 생활 지도를 하기 바래요.

하지만 상담 교사가 할 일은 그게 아니예요. 그 아이가 왜 그런 폭력적이거나 부적응적인 행동을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아이가 세계를 바라보는 틀을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며, 그럼에도 이런 행동을 하면 네 손해일 뿐이라는, 정말 그 아이 편을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주는거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두시간의 짧은 시간 내에 아이의 마음을 열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함께 달래고

그런 부적응적인 행동이 장기적으로 볼 때 얼마나 손해로 돌아올지 깨닫게 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리고,

정작 그 상황에서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해해주며 다독여야 하는 사람은

상담 교사가 아닌, 더욱 아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는게 아닐까.

 

그저 "우리 아이는 그럴 아이가 아니예요" 라고 우기던가, 어떻게든 뒷탈없이 무마하려고 뛰어다니거나, "너 왜 그랬어, 엄마 아빠가 다 해주고 이렇게 공부도 다 시키는데 왜 그랬어" 라고 펑펑 울면서 자기 타당화를 하는게 부모의 역할을 아닐거다. 하지만, 부모 역할을 맡은 사람들 역시 자신의 (현실적, 심리적) 아픔에 버거워 휘청대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러면... 이 모든게 누구 탓일까.

 

그러니 "학교 폭력" 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저 가슴 답답하고 심란할 수 밖에.

 

 

6.

 

나는 저자인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님의 독백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나는 많은 어른들과 대적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더러운 어른들이 너무 많다. 소중한 아이들을 낮의 세계에서 쫓아내는 어른들, 소중한 아이들을 어두운 세계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어른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구하고 싶다"고 말만 하는 어른들... 나는 그런 어른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아이들 편이 되어 살아가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어른들의 사회에서 멀어져간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듯이 그들 역시 나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성공보다 실패를 더 자주 경험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른들은 실패를 용서하지 못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괜찮다" 라는 말을 자주 한다.  - 213p

 

 

얼마 전,

초기 암에 걸렸다가 치료 중인 누군가를 보면서 내 자신이 너무 힘들었다.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그것에서 생각나는 지인이 있나요?" 라고 하는데, 문득 재작년 내 친구가 암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 하던 일을 좀 도와달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너무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만두려고 마음 먹던 IT 관련 일이고 새로 학교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결국 거절했었다. 그 친구가 초기 암이라고, 금방 완치된다고 말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내 양심을 다독였는데, 초기 암이라도 그 자체의 막막함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누군가를 보면서 내내 도움을 주지 못 한 친구를 무의식적으로 염두에 두었던거다. 나는 미안함에 그 친구에게 이후로 연락도 하지 못 했다.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그 생각을 하면 어떤 감정이 드는데요." 라고 묻길래, 사정 설명을 하려 했더니 "감정만 이야기해 보세요..." 라고 하신다.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미안했고, 걱정되었고, 슬펐고, 두려웠고........... 음........ 창피했어요."

"..."

"그래요, 창피했어요. 친구는 암에 걸렸다는데, 도움을 주지 못 하고 도망가는 내가 창피했어요. 하지만 다시 IT 일을 하면 내가 죽을거 같았어요. 그때도 미치도록 괴롭고 내 자신이 창피했는데, 그래도 도저히 할 수가 없었어요..." 라는데 내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슈퍼바이저의 눈을 통해서 마음이 훨씬 홀가분해졌다.

그날 나는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전화를 했다.

 

그래,

우리는 자신의 죄책감에 대해서, 자신의 창피한 행동에 대해서, 자신의 두려움에 대해서,

"괜찮다" 라고 다독여줄 누군가가 필요한게 아닐까. 하지만 그게 안 되니

대신 분노와 증오를 터뜨리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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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2-02-0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추천만 꾹.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2-13 12:51   좋아요 0 | URL
^^

2012-02-0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괜찮아,는 사람을 살리는군요.
저에게도 남에게도 괜찮아, 해야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2-02-13 12:54   좋아요 0 | URL
네, 제게도 남에게도
진심어린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는 저였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답니다. ^^

재는재로 2012-02-0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꾹

마녀고양이 2012-02-13 12: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헤르메스 2012-02-0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씨가 언젠가의 글에서 인용했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말이 생각나는군요.
"영화와 상은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상은 필요했습니다. 그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상은 영화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들은 영화를 만들면서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글을 읽을 때 '격려'라는 말이 참 많이 와 닿더군요. 그래서 리뷰를 쓸때도 항상 염두에 둡니다. '흠이 아니라 되도록 격려가 되는 리뷰를 쓰자' 이렇게요. 최근 비키니 논쟁 때도 가장 안타까운 일이 그것이었죠. 어떻게 그들이 감수했고 여전히 하고 있는 그만한 희생이 있고 그들이 행해온 일들이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작은 하자에 불과할 그것을 두고 덮어놓고 단죄부터 하는 것인지... 아무튼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마고님의 글이 지금 일어나는 여러 일들과 겹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는 글을 남기고 싶었어요.

마녀고양이 2012-02-13 13:36   좋아요 0 | URL
격려가 되는 리뷰와 댓글을 쓰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역시 비판도 중요하겠지요, 다만 방법의 문제인거 같습니다.

비키니 논쟁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첫마디를 부드럽게 했다면 좋았을거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부드럽게 받아들였으면 좋았을겁니다. 사실, 자신에게 뼈아픈 경험들을 비추는 말이 더 깊게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비키니 논쟁이 그랬던거 같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논란도 컸던거 같구요.... 덮어놓고 단죄를 시작하는 모습들에서 안타까왔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 격려
이런 것들이 점점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블루데이지 2012-02-0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도 나도 살기 힘든 이세상!
그래도 다독이는 누군가 때문에....힘이나는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예요^^

마녀고양이 2012-02-13 13: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서로에 대한 다독임은 확실히 버티고 헤져나갈 힘을 주는거 같아요.
제가 저번에 엄청나게 받아봐서, 잘 알죠.. ^^

노이에자이트 2012-02-0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그런데 슈퍼바이저 선생님이란 뭔가요?

마녀고양이 2012-02-13 13:44   좋아요 0 | URL
제 답글이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슈퍼바이저는 위의 지도감독 선생님과 동일한 의미예요.
상담한 내용을, 상위 레벨의 상담자에게 지도 감독 및 상의하는거지요.

차트랑 2012-02-0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마음을 무겁게하는 일들이
참 많이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럴 때 일수록 서구의 학문을 향해 달려온
우리들의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

동양의 그것으로 되 돌아와야 할때라고 늘 되뇌이곤하죠.
절실히 말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2-13 13:45   좋아요 0 | URL
서양의 많은 문물이 우리를 자유롭게하고 혜택을 준 것은 확실해요.
하지만 저희가 서양을 추앙하고, 너무 많은 우리 것을 홀대한게 문제라고 저도 가끔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하면 되죠,,, 그렇지 않나요? ^^

숲노래 2012-02-09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두 시간 만에 모든 이야기를 헤아리며 달래 주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한두 시간은 짧지 않은 삶이에요.
이야기를 나누려는 사람은
이 한두 시간을 들여 그만큼 달래고픈 삶이 있는 만큼,
이 삶을 잘 헤아려 주시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마녀고양이 2012-02-13 13:5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된장님 말씀에 너무 위안이 되요.
그렇게 할게요. 한두시간도 사실 짧은 시간은 아니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마립간 2012-02-09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느낌을 그냥 전하면, 제가 초등 6년인 때에 장욱조씨가 부른 '고독나무'라는 가요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 느낌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약간 무뎌졌지요. 지금 <고독의 위로>를 주문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2-02-13 14:01   좋아요 0 | URL
사실 댓글을 본 날,
<고독의 위로>를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그날 외출하면서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면서, 곰곰히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데
고독의 위로에서 나온 분들이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은 확실하지만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저는 평온, 행복, 이런게 중요하니까요.

꽃도둑 2012-02-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맞아요,. 누구나 인정 받고 싶어하고..사랑 받고 싶어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상처투성이인 사람들...
전 이 분을 티비에서 본 적이 있어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몇 해 전인가
그 때도 인상 깊게 남았던 말이.."괜찮아" 였어요. 가르치려 들지않고 그저 묵묵히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거칠고 성난 감정을 어루만지던 것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지요.
섣불리 판단하려 들지않고 그저 따뜻한 위로와 격려,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는 한 마디는 다른 것을 상쇄 시킬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가진 것임을 알았지요.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2-02-13 14:06   좋아요 0 | URL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인간의 욕구를 압축하면, 이 두가지인거 같습니다, 결국.

이 분을 TV에서 보셨군요? 네..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거, 그저 곁에 있어준다는 거,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어준다는거.... 아, 너무 어려운 일인거 같아요. 진정한 격려과 이해, 공감은... 정말이지 코끼리도 춤추게 만들겠지요.

맥거핀 2012-02-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마녀고양이님의 뜻을 조금은 알것도 같아요. 지금은..너무 쉽게 편을 가르고는 하는 것 같아요. 작은 문제에서부터 아주 큰 문제까지. 흔히 말하는 진영논리가 너무 심해요. 내가 어떤 것을 지지하면, 그 어떤 것(의 잘못)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사람을 쉽게 적으로 돌리고 말죠. 위의 문제라면 가해 학생의 인권 혹은 사정, 태도 등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하면 그건 가해학생에 대한 옹호가 되고, 우리 편이 아닌 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참 그런 게, 이 학교 폭력의 문제도 이 사회의 편가르기라는 논리와 권력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고, 다시 그런 편가르기에 의해 골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님이 말씀하신대로 위로와 격려, 그것이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 모두에게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동시에 우리들에도요. 우리는 언제가 되어서야 어느 편에라도 들어가려고 하는 발버둥을 멈추게 될까요.

마녀고양이 2012-02-13 14:09   좋아요 0 | URL
편가르기보다는 저는 흑백 논리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너무나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규정지어버리는거죠. 그렇다고해서, 자신의 확립된 가치관에 의해서 주장하는 것도 아닌 듯 하고, 그때의 분노에 의해서, 그때의 상황에 의해서 흑백으로 나눠버리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모든 판단을 다 하려고 드는게 전 두렵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회색 지대에 있는게 맞지 않을까,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의 의견은 일정 부분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하겠지요.
거기다 자신에게 그런 화살이 돌아왔을 때도 상상해본다면, 글쎄요.. 요즘 공지영 작가를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일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편에 들어서지 않고 홀로서기로 발버둥친다 해도,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감 없이는, 계속 상처를 주고받지 않을까요...

2012-02-15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5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