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가토 다이조 지음, 이인애.박은정 옮김 / 고즈윈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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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 욕구라는 것이 있다. 아이가 부모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인정받고 보호받고 싶어 하는 욕구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그래, 그렇게 느낄 수 있었겠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정서적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다. 또한 어리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는 실수에 대해서 "아이니까 못하는 것은 당연해. 괜찮아" 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미숙함을 수용받고 싶은 욕구나. 화가 났을 때 부모에게서 위로받고 싶고, 기대고 싶을 때 자신을 허락해 주었으면 좋겠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한다고 표현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의존 욕구다. 어린 시절의 의존 욕구가 해결되지 않고 결핍된 채 남아 있으면, 이것은 성인이 되어도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이 욕구를 채우려고 든다. - 48p,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by 오은영 

 

 

나를 안타깝게 하는 젊은 부부가 있다. 부부 둘 다 따뜻하고 연약하면서도 따뜻하고 생동감이 있어서 예쁘다. 그들은 서로에게서 자신이 받았던 것과 유사한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를 무의식 중에 알아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열렬히 사랑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지지 기반이 되어 지켜주고 치유시키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두사람의 의도는 늘 빗나간다. 상대의 아픔에서 자신을 보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가 원치 않는 선물을 주면서 기뻐하기를 기대한다. 상대와 함께 하려고 무엇을 시도하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대신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것에 실망하여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지켜왔던 방어 기제가 발동하여 상대를 공격하며 끝을 맺는다. 내적인 결핍이 너무 커서 자신의 행동이 서로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욕구가 먼저 튀어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이 부부는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맺기에는 스스로를 자제할 내적인 힘이 지나치게 부족하여,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점점 포기의 수렁을 빠지고 있다. 오은영 박사님의 저서 '못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에서 '의존 욕구' 라는 설명을 본 순간 내가 고민하던 이런 부분-사랑하는데도 상대를 위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는 심리적 어려움-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처럼 다가왔다. 아마 나 역시 극심하게 겪어왔던 문제이며 여전히 미해결된 부분이 있는 과제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그 부부가 내 마음에 더욱 끌렸을 수도 있다.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절망감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인터넷에서 '유아적 의존 욕구'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관련 도서를 검색하다가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의 뒷표지에는 "원만치 못한 대인관계, 계속해서 생겨나는 불안감은 마음 깊숙한 곳에 억압되어 있는 의존성 때문이다" 라고 적혀있다. 억압되어 있는 의존성, 그러니 스스로 인식하기도 어렵다.

 

말하는 입장에서 보면 특별히 문제될 것도 없는 단순하고 사소한 사실도 듣는 사람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듣는 사람은 그 '단순하고 별 것 아닌 일'을 자신의 가치관을 통해 받아들인다. (중략)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하며 건전한 자존심을 가진 사람은 쉽게 상처 받지 않는다. 그에 비해 자신을 낮게 평가하며 지나치게 예민한 자존심을 가진 사람은 놀랄 만큼 쉽게 상처 받는다. 건전한 자존심을 지닌 사람은 예민한 자존심을 지닌 사람이 얼마나 쉽게 상처를 입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매번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상대가 왜 그토록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 14p

 

어릴 적에 꾸지람을 자주 듣고 자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항상 누군가 자신을 탓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릴 때 도와드리면 칭찬 받고 도와드리지 않으면 잔소리를 듣던 사람은 어른이 된 후에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문득 누군가에게서 비난을 당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자신이 지쳐 있음을 주위에 호소한다. 나무라지 말고 잠시 쉬고 있는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주위의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타인의 선의나 호의를 믿지 못한다. 게다가 자신이 애정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중략) 설령 어른이 되어 주위에서 따뜻한 마음을 접한다 해도 그것을 따뜻한 애정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략) 이들은 자신의 편협한 관점으로 상대를 이해하려 한다.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미 남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는 자신만의 시스템이 굳어져 버린 것이다. (중략)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나중에라도 자신이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접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상기해 두는 것이 좋다. - 16~17p

 

사족 :  아프다, 아프다 라는 말로만 자신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지쳐 있는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든가 부족하게 했다는 말을 들었던 사람들은 특히 신체적으로 아프지 않고서는 정당하게 쉴 수 없는 방법이 없고 늘 긴장 상태로 근육이 굳어있거나 각성 상태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더 많이 써서 자주 아픈 경향을 보인다. 그러니 늘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고 초조하다. 우리 사회가 최선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쩔어 있어서 더하다, 17-19세 아이들에게 3당4락이라는 말이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 정도면 많이 했네, 이 정도면 누구라도 지칠 거야 라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훨씬 쉽게 받아들인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다시 목표를 향해 날아가며 장기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나 역시 잔병치례가 잦고, 아프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데다, 누군가의 비난을 받으면 스스로 피해자 역할로 돌아서면서 상대를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그런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만큼 어릴 때의 마음 습관은 영향이 크다.

 

더욱 근원적인 오해가 있다. 남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특별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착각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의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주위의 기대를 받고 있다는 착각 속에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몹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뿐이다. 그런데도 남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략)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리라는 전제 하에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욱더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 하고 또 그만큼 핑계도 많아진다. - 19p

 

사족 :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고 핑계 대는 사람도 있고, 아예 설명해도 이해해주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달팽이처럼 자신의 집 안으로 철수하는 사람도 있다. 입을 다물어 버리는 거다. 그러니 갈등은 크게 없지만 소통은 차단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심리적인 상처가 더 크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전자는 변명하면 상대가 받아준 경험은 있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면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그 사람이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차갑기 때문도 따뜻하기 때문도 아니며, 이해를 잘해 주기 때문도 이해를 잘해주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인간은 상대의 됨됨이에 관계없이 그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한다. (중략) 소유욕이 강하고 아집 센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한다면 이는 비극이다. 그 사람에게선 영원히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한 목마름을 느끼며 상대에게 매달리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의존심을 극복할 수 없다. 미워해야 할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은 정작 소중히 여겨야 할 상대에게는 차갑게 행동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 22p

 

사족 : 16~17세 이상의 청소년을 만날 때 그 부모가 아무리 해도 변화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아이들에게 그 사랑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부모에게 받아야 했을 사랑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주고, 받아야 했던 것들을 받지 못했음에 함께 애도한다. 그리고 부모와 다른 사람들이 세상에는 반드시 존재함을 알려준다. 마음 아픈 일이다.

 

인간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리광을 부리지 못한다. 버리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한 응석을 부릴 수 없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손이 안 가는 아이나 집안일을 잘 거드는 착한 아이는 늘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거나 보호자의 눈치를 살피고 있을 것이다. 놀고 있을 때나, 일을 거들 때나, 밥을 먹는 순간까지도 말이다. - 23p

 

자신의 내면 욕구를 충족해 가면서 성실하게 사는 사람은 남에게 위축되지 않으며, 이런 사람들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인간적 매력이란 상대에게 그만의 독자성을 느끼게 하며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힘이다. - 26p

 

융의 말처럼 억압받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투사되게 마련이다. 즉 억누른 자신의 욕구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아내려 한다. 실은 자신이 뭔가를 원하면서, 남이 자신에게 바라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마음속으로는 남을 비난하면서도 남에게 비난받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중략) 그 결과 극심한 욕구 불만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불만 때문에 적의를 품기도 하고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중략) 특히 마음에 내재하는 적의를 억누르는 행위는 다른 사람과의 공감대 형성에 지장을 준다. - 28p

 

사족 : 반복적이고 격한 패턴의 부부 싸움은 실은 두 사람 만의 순수한 불만이나 서운함이 아니다. 그 뒤에는 원가족이라는 커다란 짐이 등 뒤에 하나 더 붙어 있다고 보면 더 정확할 때가 많다. 이런 경우의 분노는 순수하게 배우자에 대한 것만이 아닌 어린 시절부터 억눌려 왔던 서운함과 슬픔, 기대, 당연시 여겼던 것들의 폭발이고, 성장 과정과 경험에 따른 서로의 다름을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잠재된 불안로 인한 자기 틀이 강하기 때문이다. 결핍이 많은 사람들은 은연 중에 다른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그 결핍을 채우고 싶어한다. 그 결핍이 채워지지 않으면 내적인 적의가 쌓이고, 적의가 높아질수록 공감 능력을 상실한다.

 

인간관계에서 헌신적일 수 밖에 없는, 우울증 증세가 있는 한 남자가 있다고 하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여자의 헌신적인 행동을 바라고 있기에 소위 말하는 '기둥서방'과 같은 생활을 동경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의식은 이를 경멸한다. 집착증세가 있는 사람이 늘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이런 마음의 갈등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가장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을 의식이 완강히 거부하므로 끊임없이 불안과 긴장에 시달리는 것이다. - 35p

 

상대에게 무언가를 요구해도 되느냐 안 되느냐는 자신의 욕구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폐를 끼쳐도 절대 귀찮아 하지 않으리라고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상대와 자신이 그런 관계에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한다. - 39p

 

생색내기 좋아하는 부모는 아이의 어리광 부리고 싶은 욕구를 지나치게 억압한다. 이들은 아이에게 일일이 감사해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에게 전혀 기댈 수가 없다. 니일의 말처럼 "자신을 좋아하냐고 묻는 어머니는 최악의 어머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나 좋아해?" 라는 말은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거나 기대는 사람이 하는 말이고,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상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상대가 '무엇을' 해 주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상대가 자신의 유아적 의존욕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생색내면서 주는 10마르크보다 기분 좋게 주는 1마르크가 더 좋다."는 괴테의 말처럼 말이다. - 39p

 

상대의 호의를 부끄러워하는 것은 자신이 상대의 호의를 무의식적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지식하고 소극적이며 상대를 어려워하는 성격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다. 그런데 남의 호의를 접하게 되면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던 것인 만큼 그 방어적 성격이 허물어지게 된다. 애써 쌓아 올린 방어벽이 무너질까 봐 남의 호의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 43p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집착성격의 소유자는 피곤해도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왜 불안을 느끼는 걸까. 일손을 놓으면 마음의 공허함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략) 만일 당신이 너무 지쳤는데도 일을 놓지 못하고 편히 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서 자기 본연의 감정을 잃어버렸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일을 놓아도 불안해하지 않는데 자신은 불안해지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하면 된다. - 45p

 

어린 시절 어리광 한 번 부려 보지 못하고 애정에 굶주렸던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무의식 세계(공상)에 지배되고 있다. 그래서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해도 채울 수 없는 욕구를 상상의 세계에서 채우려고 했다. (중략) 이 세상의 중심에서 모든 이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사랑받고 있다는 내용의 공상 속에서, 필자는 자기중심적이고 모든 이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존재이며 그들의 사랑 또한 끝이 없었다. (중략) 이런 식으로 뭔가를 성취해 봤자 자신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 52p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이 사랑으로 충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에 굶주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신기하게도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던 성격이 조금씩 무너졌다.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 것이다. - 59p

 

사족 : 내 스스로를 토닥토닥해주는 마법의 말, "속상하구나, 힘들구나, 애썼구나. 충분해. 토닥토닥."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엿보지 못할 자기만의 세계를 가질 때 비로소 안심하게 되며, 안심할 수 있어야 개인의 능력도 충분히 발휘된다. 안심할 수 있으면 일이나 공부에 대한 집중력도 생긴다. 마음이 불안하면 무아지경에 빠져 뭔가에 몰입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 70p

 

사족 : 친밀한 관계일수록 상대방 마음 안에 숨겨진 방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부모가 사춘기 아이의 일기나 페북을 다 들여다보는 것, 연인의 동선을 일일히 체크하는 것, 부부 사이에 비밀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믿는 것, 실은 신뢰의 부족이고 불안이다. 이럴 때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 거라고 예상하는가, 과연 다 털어놓고 모든 것을 보여줄 것 같은가, 더욱 숨기고 물러서고 감출 것 같은가.

 

유아성이 남아 있는 사람은 '그냥 내버려둬 달라'는 상대의 마음을 용납하지 못한다. 자아가 확립된 어른은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는 것을 못 견뎌 하는데, 이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렇게 걱정해 줬더니...' 하면서 생색을 내고, 상대 일에 더욱 집요하게 관여하려고 한다. 이처럼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은 상대를 잘 이해하지 못하며, 설령 이해한다 해도 자신을 거부하는 상대의 태도를 용납하지 못한다. (중략) 상대에게 간섭하는 일 없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도 어른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 85p 

 

자신의 존재에 죄책감을 느끼며 항상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듯한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은 어린 시절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남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 이를 묵묵히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심한 열등감으로 노이로제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화목한 가정'을 핑계로 무시당하고 상처받으며 자랐을지도 모른다. - 89p

 

당신 마음속에 가까운 사람에 대한 적의가 자리하고 있다면 이를 자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통하는 도덕이나 규범은 때로 마음이 병든 사람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되기도 한다. 비겁한 사람은 도덕이나 규범을 내세워 약한 사람의 심신을 착취한다. 반항을 잠재우는 데 도덕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 98p

 

어린 시절 아이답게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었던 사람은 오히려 어른이 된 후에 노이로제성 요구로 주위 사람들을 괴롭힌다. 한마디로 어리광 부리고 싶은 유아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유아적 의존욕구의 억압은 노이로제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어른이 아이처럼 자신의 유아적 욕구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끄럽고 겸연쩍은 일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표현된다. (중략) 그래서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어른들은 자기 행동을 합리화한다. 가령 업무를 내세워 자신을 합리화하려 든다. - 105p

 

"난 다 같이 가고 싶어. 혼자서는 가기 싫단 말이야." 라고 말하고 싶은데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어 "기껏 데려와 줬더니." 하고 생색을 내기도 하고, 나중에는 "내가 너무 오냐오냐 해 줬군." 하는 말을 하게 된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사실 그의 의존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혼자서는 뭘 해도 재미가 없다. 어린아이나 마찬가지다. 아이가 "엄마, 같이 가요." 하고 조르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107p) '내가 지금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유아적 욕구를 그대로 인정하면 신경증적 요구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113p)

 

"의존성은 또 다른 가면 뒤에 숨는데, 그것이 바로 '과도하게 강박적인 관리'다." 특히 그 대상이 아이일 경우 부모의 보호라든가 책임이라든가 하는 대의명분이 따르며, 그것을 내세워 철저히 관리한다. 비밀 따위는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중략) 이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내면에서 돋아나는 모든 자립의 싹을 죄악시하게 된다. (중략) 이런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은 대개 얼마 못 가 도망치고 말 것이다. 그 엄청난 의심과 질투에 혀를 내두르면서 말이다. 그러나 상대가 부모일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도망쳐 버릴 수도 없오 인사이동 같은 절호의 기회도 없다. 오히려 자식의 의무를 다한다. (중략) 항상 아이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은 깊숙히 숨겨진 의존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늘 애정 표현을 강요한다. - 120p

 

누군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할 때 당신의 결점까지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결점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당신의 싫은 점에 불과하다. 결코 결점 때문에 당신을 싫어하게 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좋아하는 당신'의 싫은 점일 뿐, 그것 때문에 당신에 대한 호의가 바뀌지 않는다. - 139p

 

어머니의 진정한 배려와 자기만족 배려 - 158p

 

우리는 부모에게 억압받았던 감정이 해방되었을 때 이로써 부모에게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부모에 대한 증오를 의식하게 되면 자신이 심리적 이유에 성공했다고 여긴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태도, 남에 대한 자신의 감정,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 등을 바꿀 수 있어야 비로소 심리적으로 독립했다고 말할 수 있다. 진정한 자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3p)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일이다. 호의에 꼭 보답하지 않아도 상대가 나와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믿음을 이끌어 내려면 자기 자신을 멸시하지 않아야 한다. (208p).

 

이 책은 어린 시절에 이루어지는 대인 관계의 영향이 현재의 성격, 대처 방안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양한 부분을 기술한다. 물론 현재의 태도를 '유아적 의존 욕구'로 모두 설명할 수 없지만, 저자인 가토 다이조의 주장은 최근 들어 유아기 애착이 성인 애착(대인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연구 결과와 맥락을 이을 수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우선 자신이 어떤 영향권 안에 있고, 거기서 형성된 대처 방법이 타고난 잠재력이나 기질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진정 효과적인 방법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도움이 된다.

 

그냥 함께 하는 자체로 즐거운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애정을 채우거나 금전적으로 얻거나 지적인 무엇을 배우거나 사회적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가 아닌, 그냥 함께 있는 자체로 즐거운 사람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증한가를 나이 들면서 점점 깨닫는다. 문득 내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반성한다. 열심히 달리느라고 혹시 밀어낸 것은 아닌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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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1-2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내용이네요. 마고님이 아래에 설명을 더해주셔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살짝 아주 살짝 덜 춥습니다.
마고님, 따뜻하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7-11-22 14:17   좋아요 1 | URL
글이 하두 길어서, 그런데도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감기가 기승이네요. 아주, 골골대는 중입니다.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게 좋은 날 되셔요.

북극곰 2017-12-0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서재 들어와서.... 마고님 글 잘 읽었어요. 마고 님이 올려주시는 요전 글만 잘 읽어도 공부가 될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7-12-15 11: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간만에 서재 들어와서 끄적였어요.

글들이 도움되신다고 해주셔서 기쁘네요. 제가 되새기려고 올린 글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