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올해 산세베리아가 꽃망울을 맺었다.

이 아이와 함께 한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산세베리아도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다. 올 봄, 바쁜 와중에 새 흙을 보충해주고 비료를 뿌려주고 이 주에 한 번이라도 물을 주었더니 이렇게 보답한다.

 

 

 

워낙 꽃을 피우지 않는 아이라, 산세베리아의 꽃을 보면 복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올해 우리 집은 평온하다. 감사한 일이다.

 

 

1.

 

과감하게 금주 일을 다 빼버리고 열흘의 황금 휴가를 얻었다.

텅 빈 시간, 실은 할 일은 너무나 많지만, 그래도 텅 빈 착각이 드는 이 시간에 나는 신나게 소설을 읽는 중이다. 카린 지엔벨의 "마리오네트의 고백"을 읽고, 교고쿠 나쓰히코의 "도불의 연회" 상하권도 읽고, 미미 여사의 "괴수전"도 읽고, 모리 히로시의 "봉인재도"도 읽고 있다. 완전 장르 소설 만세다.

 

교고쿠 나쓰히코는 "우부메의 여름"을 읽고 장광설에 질려서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수 세월이 지나 어떠한 작가인지 까먹고 최신작을 홀랑 샀다가 다시 장광설에 질리면서도 묘한 매력에 다른 작품도 읽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어제 알라딘의 서평을 뒤적거리는데, 잘 아는 알라디너가 이 책의 장광설에 질려 다시는 안 읽는 사람이 많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글을 써서 내 얘기 같아 픽 웃었다. 장광설에 담겨진 인생의 깊이를 느껴봐야겠다고 마음이 흘러가고 있다.

 

지금 나는,

황금 휴가 동안 어느 시리즈 물을 해치울까 생각에 잠겨 있다. 한 번 들면 밤 새어 읽고 정신 못 차릴까 싶어서 미뤄두고 미뤄둔 시리즈 물들, 왕좌의 게임, 파운데이션, 십이국기, 은하영웅전설, 대략 넉넉하게 열 권은 되는 시리즈 물을 읽으면 휴가가 다 지날 터인데, 마음 잡고 못다한 공부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과감하게 핸드폰 게임과 TV 드라마를 끊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가도, 사람이 그렇게 살아서 뭣 하나 싶기도 하다. 인간은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 유희의 존재이기도 하지 않나. 유희를 통해서도 성장하지 않나.

 

 

 

 

 

 

 

 

 

 

2.

 

코알라가 고1이다.

학교 수행 평가로 만든 작품이 예뻐서 허락을 받아 알라딘 서재에 올린다.

 

제목 : 병 안의 소녀 (글, 그림 코알라)

 

 

 

어느 날, 기적적으로 병에는 문이 생겨났습니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소녀는 문을 열고 병 밖으로 나갔습니다.

 

 

 

소녀는 봄을 맞이했습니다.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봄. 새로운 생명이 한 아름 가득한 봄은,

병 밖의 세상에 막 나오기 시작한 소녀를 위한 것 같았습니다.  

 

 

 

또 걸어가,

소녀는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푸릇 푸릇 초록이 가득하며 활기찬 여름은,

이 세상이 즐거워지는 소녀의 마음과 같았습니다.

 

 

또또 걸어가,

소녀는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주황빛으로 쌀쌀해진 가을은, 소녀가 더워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해서 걸어가,

소녀는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하얗게 모두가 조용해진 겨울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위한 쉬는 시간과 같았습니다.

 

 

 

소녀는 이제 병 밖에 있습니다.

병 안의 세계를 나왔고, 소녀는 병 밖의 아름다운 세계를 알았습니다.

소녀는 이제 병 밖에 있습니다.

 

 

 

3.  

 

아직 미숙한 코알라의 작품에서 싱싱함과 활기와 고민을 읽는다. 그리고

성장하고 있는 딸아이를 느낀다. 자신을 보호하고자 병 안에만 숨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딸아이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서 병 밖의 세상을 만나기 바란다.

 

그리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4.

 

산세베리아가 일주일만에 만개했다.

 

 

 

산세베리아 꽃은 우아한 다크 초콜릿 향이다. 그윽한 난초 향도 닮았다. 아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향이 난다. 우리들처럼, 고유하고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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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7-2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의 작품이 훌륭하네요.

선인장류의 꽃은 매우 드물게 펴서 예전에 우리집의 선인장 꽃을 볼 때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6 12:21   좋아요 0 | URL
저희집 선인장도 어떤 녀석은 매년 꽃을 피우는데 어떤 녀석은 사왔던 첫 해만 보고 그 다음에 한 번도 못 봤어요. 제가 생육 조건을 못 맞춰주고 있는 것 같은데, 어렵더군요. 있는 그대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 늘 고민입니다. ^^

코알라는, 공부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열심히 성실하게 자율적으로 하는 예쁜 딸로 자랐네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성적보다 수행 평가 성적이 월등한 점이나 선생님들의 평가가 좋은 점을 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지금은 최상위가 아니지만, 여러모로 대기 만성할 거라고.. 그게 부모로서의 제 목표이기도 합니다.

waxing moon 2016-07-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산세베리아 꽃향기 매우 향기롭죠. ^^

마녀고양이 2016-07-26 12:55   좋아요 1 | URL
꽃향기를 맡아보셨군요, 참 독특한 향기예요..
꽃망울에 맺힌 꿀도 참 맛나구요. ^^

서니데이 2016-07-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그린 일러스트 예뻐요. 학교수행평가로 다양한 것을 하나봐요. 잘 보았습니다.^^

마고님 요즘 정말 더운데, 휴가에 마음에 드는 책도 읽고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

마녀고양이 2016-07-26 14:33   좋아요 1 | URL
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동화책 만들기 가정시간 수행 평가였답니다.
그런데 정작 코알라는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투덜대는군요.
제가 보기에도 딸바보라서 그런가, 예쁘기만 한데.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여름 되셔요~

자목련 2016-07-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세베리아 꽃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귀한 꽃이네요.
거기가 꽃보다 더 귀한 따님의 작품까지. 예쁘고 사랑스럽고 단단한 그림이라고 전해주세요^^*

마녀고양이 2016-07-27 11:08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봤어요. 기쁘더라구요.
그리고 코알라의 그림 칭찬, 꼭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blanca 2016-07-26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일 때의 코알라 모습 기억나는데 벌써 여고생이라니... 게다가 수행평가물은 정말 사랑스럽네요. 아, 정말이지 너무 덥네요. 즐거운 휴가 되시기를 ^^

마녀고양이 2016-07-27 11:0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은 벌써 아이 둘 엄마잖아요.... ㅎㅎㅎㅎㅎ
너무너무 더운데, 지금 비가 쏟아지는군요. 건강 챙기세요.

보슬비 2016-07-26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는 다 좋아요~
산세베리아 꽃도, 황금휴가도 무엇보다 코알라의 그림도~~~ 굿입니다용~~ ^^

마녀고양이 2016-07-27 11:09   좋아요 0 | URL
아유, 굿이라고 말씀해주시니 참 좋네요.
저는 칭찬을 낼름 받아 먹습니다. ㅋㅋ

cyrus 2016-07-2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 양이 벌서 고1이라니... 힝... ㅠㅠ 몇 년 전만 해도 중학생이었는데, 벌써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네요. ^^;;

마녀고양이 2016-07-27 11:09   좋아요 0 | URL
몇 년 전에는 초딩으로 여기 왔던 것 같은데... ㅋㅋ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사이러스님도 곧 30대가 되겠네요. 아!하!하!

cyrus 2016-07-27 16:33   좋아요 0 | URL
8월이 오면 제가 진짜 서른살이 됩니다... ㅠㅠ

2016-07-28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8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8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8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7-2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산세베리아의 꽃과 코알라양의 그림을 보다니~~
횡재로군요^^

마녀고양이 2016-07-27 11:09   좋아요 0 | URL
아유, 책읽는나무님의 댓글이 제겐 더 횡재네요~ ^^

2016-07-27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6-07-2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벌써 고1?
초등학생일 때, 언제 엄마를 덜 찾고 독립적이 되나, 우리 그런 댓글 주고받은 적 있었는데...
그땐 제가 중1이 되면 독립한다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ㅋ

따님이 마고 님을 닮아 재능 있네요. 앞으로도 기대하는 1인이라고 따님께 전해 주세요.
산세베리아와 함께 좋은 시간 가지시길... 흐뭇한 페이퍼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8 14:56   좋아요 0 | URL
넹, 고1.
내내 일하던 엄마로 인해, 한때 너무 엄마를 찾고 붙어있더니
어느 순간 떨어져서 자신의 공간을 주장하네요. 예뻐요.
언니 말씀이 딱 맞지 뭐예요. ^^

흐흐, 저는 그림 전혀 못 그려요. 하지만
기대한다고 하시니 너무 감사해요. 코알라에게 전하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7-2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내가 코알라를 아는게 자랑스러운 그런 그림이네.

코알라 보고싶다~^^

근데 코알라 단발머리야?
나도 단발로 커트할까?

마녀고양이 2016-07-28 16:27   좋아요 0 | URL
자랑스러워해주어 고마와.
코알라에게 물어보니 상당히 심란한 표정을 보여서 이해해 줘, 사춘기잖아.

코알라의 머리 길이는 등과 허리 사이까지 옵니다.
미장원 가기를 엄청 싫어해서, 1 년에 한 번쯤 가려나... ㅠㅠ
(나도 예쁜 옷 입고 꾸미는 딸네미를 갖고 싶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6-07-3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어머나....코알라 너무 사랑스러워요. 글도 그림도 생각도...!!!!
그리고 벌써 고1이라니...그러니까요. 우리 딸이 고2니까...우리 늙는건 생각 안하구요. 애들만 커가는 것 같네요. 딸은...참 예쁘죠?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딸이 있다는건 축복이예요^^
마고님...너무 더운데 잘 지내시죠? 저 자주 올게요~

마녀고양이 2016-07-31 13:02   좋아요 0 | URL
그죠... 아이들 참 잘 크죠.
그만큼 우리의 인연도 오래가는 것 같구요. ^^

아후, 정말 늙는 것 같아요. 이제는 살도 안 빠지고 그냥 나 몰라라, 나는 아줌마다, 싶어지고.... 코알라가 아가씨 티가 나면 그냥 헤벌레 좋을 때다 싶고..

현맘님, 요즘 정말 너무 너무 덥네요. 건강 챙기시고,
자주 온다는 말씀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기분 좋네요.

cyrus 2016-09-1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스트레스 조심하고,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