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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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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두 기사는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한 기사의 내용입니다.

 

 <성공 위해 화장하는 남자들>

 취업과 승진, 사랑 등을 위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화장을 하는 한국 남자들이 많아졌다고 A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이 피부 관리에 지출한 돈이 4억 9천550만 달러(5천574억 원)로 세계 시장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남성 인구가 1천900만 명에 불과한데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하 생략-

연합뉴스.9월 17일.

 

 <한국 등 亞남성, 피부미용에 돈 많이 써>

 중국과 일본, 한국 남성들이 피부 관리 제품의 아시아 시장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연구단체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5일(현지시각) 언론에 보낸 그루밍(남성의 미용 패션 등 몸단장) 동향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전 세계 남성 피부 관리 제품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피부미용은 세계시장 연 매출 330억 달러(약 36조 6천억 원)의 남성 그루밍 산업에서 고속 성장하는 분야다. -이하 생략-

연합뉴스.10월 6일.

 

 이처럼 소비문화가 나라별,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나 제품을 수용하는데도 차이를 보이고요. 이 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의 저자 황상민 교수는 “한국인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는 무척 크나 그를 받아들이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p.251)”고 합니다. 그런데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단 수용한 뒤에는 좀 달라지는 것 같아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개발하거나 컴퓨터를 개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고요. 또 하나 예를 들자면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나 지금은 거리마다 커피전문점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S사 450여개, C사 810여개, A사 650여개 등 총 1만 2000여개에 이른다고 합니다(총계는 2011년 기준, 각 브랜드별 수는 2012년 기준입니다). 2006년 1254개에서 무려 10배나 증가한 것이죠. 그리고 한국만의 독특한 ‘커피믹스’ 시장도 존재하고요. 이러한 점들이 소비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문화마다 소비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맞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면, 이 책의 주제는 ‘모든 소비자는 다르다’입니다.

 

 가장 민주적이고 변화무쌍한 취향을 가진 복잡한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덕분에 심리학자들이 오랜 연구와 다양한 실험을 거쳐 얻어낸 인간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은 종종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100퍼센트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상황에 따라, 이슈에 따라,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도 기분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는’ 탓이다. 심리학이라는 과학이 엄밀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마음과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p.139)

 

 이는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의 말과 일치합니다. 런던대학교 유니버시티칼리지(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심리학과의 애드리언 펀햄(Adrian Furnham) 교수는 불안할 때, 우울할 때, 화났을 때 소비가 더욱 쉽게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이런데도 여전히 소비자를 성별, 연령, 소득수준 등과 같은 기준으로 구분 짓고, 존재하지도 않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제품’을 찾아 봤자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모든 소비자는 전부 다르다. 따라서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다음 그림에서 흰색원은 아이폰을 구매한, 파란색원은 갤럭시S를 구입한 사람을 나타냅니다.(※ 특정 브랜드명은 책에서 언급한 브랜드명입니다.)

 

 

 통계자료를 보고 아이폰은 주로 젊은 층이, 갤럭시S는 중·장년층이 선호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이는 예를 들어 가정한 것이지 실제와는 다릅니다). 그러나 같은 아이폰, 갤럭시S를 구매하더라도 동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S를 통해서 충족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가 다를 수도, 선택의 이유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죠.

 

 

 똑같이 아이패드를 쓰는 대학생이라고 해도 그들의 동기와 목적, 심리는 다르다. 아이패드를 노트로 사용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전자책을 읽으려고 구매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과시용으로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동일한 대학생 집단이고 동일한 제품(아이패드)을 사용하지만 소비행동은 다르다. 소비행동만 놓고 본다면 이들은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다. (p.90)

 

 따라서 단순히 기존의 설문조사에 기대서 소비자를 구분하고 전략을 세울 것이 아니라 좀 더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죠.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작년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1년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된 꼬꼬면. 꼬꼬면이 등장하고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면서 ‘꼬꼬면 열풍’, ‘하얀 라면 열풍’, ‘빨간 라면 VS. 하얀 라면’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빨간 라면에서 하얀 라면으로 소비자의 기호가 바뀐 것이 아니라 애초에 소비자는 그런 맛을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었고, 그 입맛에 맞는 꼬꼬면이 나왔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에 마케팅 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10대 히트 상품’이 되었고요.

 

 

 올해 들어, 하얀 라면의 인기가 시들었다는 기사가 종종 보도되었습니다. 실제로 꼬꼬면의 경우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올 4월까지 약 75%의 매출이 감소되었다고 합니다(2011년 12월 122억 원, 2012년 1월 86억 원, 2월 58억 원, 3월 54억 원, 4월 30억 원 ). 만약 앞으로 꼬꼬면의 매출이 어느 정도를 기점으로 하락을 멈추고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된다면, 그 숫자가 마케팅 효과 등이 빠진 후에 남은 ‘꼬꼬면이 입맛에 맞는 소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고요.

 

 그러면 소비자의 진정한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마음 MRI 기법’을 제시합니다. 이는 ‘믿음이나 태도, 생각 같은 심리적인 부분이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방법’입니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 반응 패턴이 유사한 사람끼리 묶는다는 것이죠. 5장에서 이야기하는 ‘SK 와이번스 팬’들의 사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천SK팬

 SK 와이번스의 팬이며 인천에 사는 사람들. 하지만 아직은 SK가 잘하니까 인천의 연고팀으로 인정해주는 정도. 마케팅 및 프로모션에 영향을 받으며, 목적지향적이고 경제적인 소비를 하는 집단.

 

 야구 마니아

 ‘야구’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 하지만 야구란 ‘경기를 기록하고 기록지를 보관하는’ 그런 활동이다. 야구장에는 가끔 가며, 실제로 경기를 관람하는 것보다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담긴 다양한 경기 기록을 즐기기 좋아한다. 특정 팀을 응원하거나, 열정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 매형

 가족과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야구장에 간다. 이들에게 야구장은 유원지나 가족 야유회 장소와 다름없다. 이들에게 야구의 승패는 중요치 않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즐거움, 이벤트, 편의시설 등이 매우 중요하다.

 

 장외감독

 이들은 거의 대부분 본인이 감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야구장을 찾는다. 경기장에서는 물론, 시즌이 끝나도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구단에게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진정한 야구 마니아들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경기의 승패를 중요시 여기며, 선수관리 및 전략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옆집 아줌씨

 야구장에 가는 것을 콘서트에 가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 혼자야구장에 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 소위 계꾼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과 같이 ‘구경 가는 기분’으로 야구장을 찾는다. 같이 응원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동조하는 성향이 높다. 야구를 공연, 예술 문화의 장소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열 번째 선수

 말 그대로 ‘열 번째 선수’이다. 그들은 자신이 구단의 일원이 된 것처럼, 마치 선수의 한 사람인 것처럼, 야구장을 찾고 응원한다.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적극적이고 영양가 있는 관객들이다. 지방도 따라 가고 회사·학교도 빠지는, 이른바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마인드다.

 

 위와 같이 여섯 집단으로 SK 와이번스의 팬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누었을 때 각각의 집단에 맞는 마케팅 전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통신요금(6장), 디지털 소비(7장), 럭셔리 상품(8장)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도 이야기하는데요, 결국 소비자는 저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전의 서평에서 <소비 본능>의 개드 사드 교수가 주장하는 ‘보편성’의 중요성에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개별성, 상대성, 차별성을 이야기하는 황상민 교수의 주장에는 반대하냐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한쪽에서는 보편성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개별성, 상대성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서로 대립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개별성과 상대성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밑바탕에는 보편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8장에서는 럭셔리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자급자족형, 격조형, 생활형, 자아표출형, 판타지형, 과시형, 무조건형, 아바타형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8가지 분류에 속한 사람 모두 자신이 더 아름답거나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은 보편성이죠. 따라서 이 책의 주장에도 동의하고, 개드 사드 교수의 주장에도 동의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을 읽었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개드 사드 교수의 <소비 본능>을, <소비 본능>을 읽으신 분들은 이 책도 함께 읽으시면 도움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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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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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Plex 0과 1로 세상을 바꾸는 구글, 그 모든 이야기 - 스티븐 레비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 저는 아주 가끔 아마존에 접속해서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책에 주목하는지, 그리고 어떤 책을 즐겨 읽는지 살펴보곤 합니다. 그런데 2011년에는 한 권의 책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즈니스 도서로 상당히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와 있던 책이었죠. 바로 <In The Plex 0과 1로 세상을 바꾸는 구글, 그 모든 이야기(원제: In The Plex: How Google Thinks, Works, and Shapes Our Lives)>

라는 책이었습니다. <구글드>, <구글노믹스>, <두 얼굴의 구글> 등 이미 구글에 관련된 좋은 책들이 많은 가운데 다시 구글에 관한 도서가 굉장히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전의 구글관련 도서들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그리고 가장 구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이야기가 관심을 끕니다.

 

미생 - 윤태호

 

 저는 웹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작품이 너무 많다는 이유도 있고, 인쇄물이 아니면 읽기 힘들어하는 저의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지인의 계속된 추천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떤 블로거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길을 걷다가 길을 잃어버린 ‘장그래’가 다시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걸어 나가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라.’, ‘저런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와 같은 상황별 처세술의 개념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주인공 ‘장그래’가 직장에서 인턴이 되고, 계약직이 되고, 조금씩 인정받아 가는 과정과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에서 ‘살아남은 자, 살아가는 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기대됩니다.

 

천재의 탄생 - 앤드루 로빈슨

 

사람들에게 천재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고, 질투의 대상입니다. 얼마 전 한국인 ‘김웅용’씨의 IQ(intelligence quotient, 아이큐)가 210이라는 데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러자 한 방송사에서는 김웅용씨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방영하기도 했었죠. 이처럼 천재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천재의 탄생>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천재들, 레오나르도 다빈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버지니아 울프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천재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와 함께 가족관계, 교육, 성격, 노력 기간 등을 통해서 어떻게 천재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의 내용처럼 천재는 타고나기보다는 환경과 장기간에 걸친 노력으로 ‘탄생’한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간단하게 이 책이 읽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천재’에 대한 동경심과 질투심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명의 대가 - 제프리 삭스

 

요즘처럼 우리나라와 외국과의 관계를 깊이 고민해볼 시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은 점점 더 커지고, 오랫동안 우방국이었던 미국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수출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의 경제침체 소식은 점점 더 어두운 전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세계 패권을 쥐고 있던 미국이 좀처럼 예전의 힘을 되찾지 못하는 이유를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명의 대가>의 저자 제프리 삭스 교수는 뿌리 깊은 도덕적 위기에서 비롯된 사회 전반의 붕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미국의 현실을 경제, 정치, 사회, 심리의 네 가지 차원에서 깊숙이 파고들어 현재의 위기가 수십 년에 걸쳐 쌓인 위기임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좋은 도서가 될 것 같습니다.

 

thinking tool box - 최윤식

 

 창조력, 창의성을 다루고 있는 책들은 몇 권정도 읽어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책들을 읽고 저의 ‘창의성’이 나아졌나 하면 솔직히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자기계발서로 창의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성, 창조성, 통찰력과 같은 단어들, 그리고 이를 다루고 있는 책들은 마약과 같아서 쉽게 유혹에 빠지고 맙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그만큼 너무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 은 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사물과 현상을 관찰하는 방법을 통찰력으로 이끌어 가고, 통찰력을 혁신과 창조력으로 가져가는 것이죠. “‘창조성은 규칙과 습관의 산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서 통찰력 넘치는 사람들의 생각하는 기술을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따라 배울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책의 소개 글처럼 이 책을 읽으면 저도 배울 수 있을까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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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6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6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에는 동네 작은 서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도 그렇고요. 헌책방이나 서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아, 이제는 한두 곳 정도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점뿐만이 아니라 출판사들도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작년 2011년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나쓰메 소세키,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음』을 출간한 출판사가 문을 닫고, 김훈 선생님의 『칼의 노래』 등을 출간한 출판사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온라인 서점을 방문할 때면, 관심도서의 ‘구매’ 버튼이 사라지진 않았는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반 룬의 예술사』 옆에 있던 구매 버튼이 사라졌더군요.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던 와중에 지난 23일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종종 보는 프로그램인데요, 그 방송에서 <책이 아픕니다>라는 제목으로 책과 출판사, 그리고 많은 사람의 이야기들을 보여주더라고요. 출판시장은 전보다 어려워졌지만 그럼에도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열심인 분들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는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안 되는데.’라는 생각만 맴돌았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해서 그러는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더군요.

 

  

 

 

 

 

 

 

 

 

 

 

 

 

 

 

 

<생각의 역사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시리즈>

 

 그리고 어느 한 출판사의 편집자님이 돈을 위해서 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참 진심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니 책을 읽고 그 책에 별점을 매겨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책을,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담은 책을 저의 한없이 부족한 지식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의 평가는 한 명의 아주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주관적인 평가라 해도 많은 사람의 주관적인 평가가 모이게 되면 객관적인 평가처럼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앞으로는 서평을 남기는 일이 조금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성격에 조금 평범하지 않은 탓에 방송을 보고, 방송에 비친 책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이외에도 정말 수없이 많은 책이 나왔지만, 전부 정리하기는 어렵더군요.

 

 

 

 

 

 

 

 

 

 

 

 

 

 

 

 다음에는 이 책들 중에서 한 권을 읽어볼까 합니다. 제 눈에는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라서 그런지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나 헨드리크 빌렘 반 룬의 『반 룬의 예술사』가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반 룬의 예술사』는 판매가 되지 않고 있는 게 큰일이지만요.

 

 지난 8월에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조사·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1년 평균 독서량은 약 15(14.8)권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 초 한 리서치 기업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6%가 지난해 ‘한 달 평균 1권 이상 책을 읽었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는 ‘1권 이하이거나 전혀 읽지 않았다(2%)’고 답했고요. 올해는 ‘독서의 해’이니 1년 평균 독서량이 30권 정도가 되면 어떨까요? 그러면 한 달 평균으로 2권이 조금 넘는군요. 그러려면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책을 권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겠네요. 우선은 ‘책’이라는 단어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제 주위 사람에게 먼저 권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사람이 읽을 필요도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무척 유명한 어느 작가도 종종 그런 말을 하셨고요. 그분들의 말씀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책으로’ 저에게 글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이고, 제가 계산을 할 수 있는 것도 선생님께서 ‘책으로’ 저에게 수학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지식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가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좋은 책을 만드시는 모든 분에게 힘내시라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그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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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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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와! 좋네.

여자: 왜? 저 차가 그렇게 좋은 차야?

남자: 저 차가 말이지……

여자: 흐음, 그것보다 이 구두 정말 예쁘지 않아?

남자: 음…….

 

 이런 이야기는 우리 흔히 생각하는 남녀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여성들도 자동차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으며, 남성들도 구두에 높은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보편적으로 자동차에 대해서 여성들보다는 남성이, 구두에 대해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죠.

 

 잠깐 또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언론에서는 종종 저명한 학자나 연구원들이 나오셔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릴 만큼 단백질이 풍부하며, 심장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항암효과도 뛰어나다’ 같은 이야기 말이에요. 그런데 길거리에 나가보면 콩 요리 전문점보다는 생고기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이 훨씬 많지요. 그리고 우리는 야식으로 콩 요리보다는 치킨이나 피자 등을 먹고요.

 

<콩이 건강에 그렇게 좋다는데, 거리에는 왜 생고기 전문점이 더 많을까요?>

 

 컨커디어대학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교수로 재직 중인 개드 사드는 <소비 본능>에서 이러한 물음에 답변을 제시합니다. ‘진화심리학’을 통해서 말이죠. 진화심리학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진화심리학은 다윈 이론에 기초하여 인간 행동의 진화적, 생리적 근원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최신 사조이다. 진화심리학의 선조로는 여전히 흥미롭고 활발한 인간행태학, 인간행동생태학, 사회생물학, 진화인류학 등이 있다. (p.21)

 

 그리고 사전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진화심리학(進化心理學, evolutionary psychology, EP)은 동물의 심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은 신경계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는 모두 적용할 수 있지만, 주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즉 간단히 말하자면,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에 두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려는 학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소비관련 행동들도 자연스레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요.

 

 저자는 생존, 번식, 혈연선택, 호혜적 이타성 이 네 가지를 인간의 소비활동에 있어서 핵심적인 진화의 동인으로 꼽습니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말한다면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이라고 할 수 있고요.

 

 진화심리학은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상의 이점을 추구하는 절차인 자연 선택성 선택이라는 이중의 진화적 힘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p.22)

 

 그러면 이러한 진화심리학의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이라는 두 가지 진화적 힘을 가지고 제가 이 글의 서두에서 말씀드린 두 가지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 나가는지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먼저, 자동차와 구두에 관련된 남녀의 차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자동차에 더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성 선택’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입니다. 여성은 생존의 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안정감을 느끼고 끌리는데, 때문에 남성은 고급 자동차나 저택을 통해서 자신의 지위와 능력을 알리고 여성을 유혹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공작의 꼬리처럼 말이에요.

 

 유전자를 전달하려면 생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번식’해야 한다. 성 선택은 짝짓기 영역에서 이점을 제공하는 속성과 행동들의 진화로 이어지는 절차이다. 예를 들어 공작의 크고 아름다운 꼬리는 생존의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니라,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진화했다. 마찬가지로 숫양의 뿔도 생존과 연관이 없다. 숫양들은 서로 싸워서 암컷을 차지할 승자를 가리는 데 뿔을 사용한다. 이렇듯 다른 유성생식 종의 경우처럼 성 선택은 인간이 성적 이형 종(외관상 성별이 구분 가능한 종)이라는 사실로 드러나듯이 인간의 진화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남성과 여성은 많은 육체적,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속성이 다르다. (p.85)

 

 반대로 여성은 자신이 아름답고 건강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구두(하이힐)에 큰 관심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피부, 풍성한 머릿결처럼 미(美)적으로 아름다운 요소들은 실제로 건강의 지표로 인식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성은 유전적 번식을 위해 보다 아름답고 건강한 여성을 선호하게 되고, 여성은 자신의 신체적인 매력을 돋보이거나 감출 수 있는 물품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는 당연히 ‘생존’의 문제와 연관이 있습니다. 인간은 오래전 수렵생활을 할 당시, 날씨나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을 것입니다. 겨울보다는 여름이 식량을 구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고, 장마나 가뭄에도 큰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런 식량 확보의 불확실성 때문에 인간은 고칼로리 식품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즉 먹을 수 있을 때 충분히, 최대한 섭취하자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고칼로리 식품을 포식하는 행동은 수많은 종의 적응 전략이다. 칼로리의 희소성과 불확실성은 모든 동물들이 직면한 두 가지 핵심적인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진화사적 관점에서 오랜 기간 동안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음식들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간은 칼로리의 희소성과 불확실성에 따른 진화적 압력에 지속적으로 직면했다. 이런 상황은 이른바 절약 유전자형(thrifty genotype)의 개발로 이어졌다. 우리는 심각한 기근에 대비하는 진화적 적응으로서 음식이 풍부할 때 지방은 신속하게 저장하는 생리적 능력과 그에 연계된 행동들을 타고났다. (p.52)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저자는 인간의 다양한 소비생활에 대한 설명을 해 나갑니다. 솔직히 진화론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저로서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보다는 설득당하는 것이 훨씬 쉬웠습니다. 다만, 인간의 행동이 유전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사회적 구성주의자(social constructivist)들의 주장처럼 인간의 마음은 백지 상태이며, 이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美)에 대한 기준은 문화와 미디어 등에 대한 영향이 크고, 아이들의 지적능력은 교육환경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이야기들이죠.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상대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독일 사람과 미국 사람,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용하는 언어가 제가끔 다릅니다(상대성). 하지만 모든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하지요(보편성). 즉 미에 대한 기준이나 소비생활, 습관 등이 문화마다 다를 수는 있으나 그 밑바탕에는 보편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적 힘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힘은 인간의 유전적, 진화적 힘에 기초한다는 것이죠. 다만, 지금까지 많은 분야 특히 마케팅 분야 등에서는 차별적인 것들만 유의미한 것으로 간주하고 보편적인 것은 무시해왔기 때문에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케팅 학자들은 지역적 접근법을 강력하게 지지해 왔다. 그들의 입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파악하는 일에 학문적인 초점을 맞춘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문화 간 차이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인식론적 편향을 초래한다. 현상이 보편적이라면, 즉 집단 간 차이가 없다면 마케팅 학자들은 이를 의미 없는 영향(즉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발견)으로 간주한다. (p.223)

 

 최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무척 화제더군요. 미국을 비롯한 해외 곳곳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와 춤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코믹성이라는 차별적 요소도 있다면, 우리나라의 노래임에도 해외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보편성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싸이(PSY)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중에서>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들은 대체로 설득력을 갖지만, 앞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호혜적 이타주의’에 관한 부분인데요, 저자가 주장하는 인간의 이타성은 일종의 계약 이타주의(binding altruism)인 셈입니다. 즉 미래의 보답을 기대하며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종종 다른 나라 사람, 그리고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2001년 일본에서 한 취객(일본인)을 구하려다 고인이 된 故 이수현 씨처럼 말이에요. 이는 인간에게 가장 큰 본능인 ‘생존’이 담보될 수 없는 상황에서 평생 다시는 만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한 이타성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는 호혜적 이타주의로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지 제 눈에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그리고 저는 설사 위와 같은 상황도 호혜적 이타주의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해도, 이타성에 대해서는 한 통신사의 광고처럼 ‘사람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향한다.’라는 말을 더 믿고 싶네요.

 

<SK Telecom의 ‘사람을 향합니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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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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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2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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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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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실험을 합니다. 결과를 도출합니다. 그것을 독자에게 쉽게 설명합니다. 다시, 다른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실험을 합니다. 결과를 도출하고 설명합니다. 위 과정을 반복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행동경제학 도서들은 대부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댄 애리얼리 역시 마찬가지죠. 이런 방식으로 전개되는 책들의 장점은 우선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개별적인 이야기들 위주로 설명되다보니 각 파트별로 틈틈이 읽어도 큰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뜻밖의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와 이론들은 오랫동안 기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커다란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지 않기 때문에 부분적인 내용들만 기억에 남기 쉽습니다(대부분의 책들도 그렇습니다만). 그래서 처음 접하는 몇 권의 책은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나 계속해서 읽다보면 ‘비슷한 내용인데,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죠.

 

 저 역시 댄 애리얼리의 첫 작인 <상식 밖의 경제학>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음 책인 <경제 심리학>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정수준 이상의 인센티브는 오히려 업무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높은 인센티브의 함정), 사람들은 자신이 큰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대체로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다(이케아 효과, 소유효과).’ 처럼 개별적인 이야기로 쉽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이쯤하고,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엮어 나가는(다소 어렵더라도) 책을 써주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책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그런 저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행동경제학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부정행위와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엮어낸 것이죠.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경제학 영역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상식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날 베커(게리 베커Gary Becker ; 시카고 대학 경제학자, 노벨상 수상자)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주차할 공간마저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딱지를 떼일 각오로 불법주차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그는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사고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봤고, 자신이 내린 결정이 순전히 편익(주차 공간을 찾아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것)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비용(적발돼 벌금을 내는 것)을 분석한 결과임을 깨달았다. 베커는 또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행동의 선악 여부에 대한 고려는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자기 행동이 낳을 결과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 전부였다.

 ‘합리적 범죄의 단순 모델(Simple Model of Rational Crime, SMORC)’은 이렇게 해서 탄생됐다. (p.14)

 

 즉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비용과 편익만을 고려해 편익이 큰 쪽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도덕적인 측면은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고요. 도둑질을 예로 들 경우, 처벌의 강도와 붙잡힐 가능성을 더한 것(비용)이 도둑질을 통해 얻는 금전적인 이익(편익)보다 적을 때 우리는 도둑질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댄 애리얼리의 주장은 다릅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듯 사람들은 부정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돈의 규모나 부정행위를 할 경우 발각될 확률과 특정한 요인들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오히려 도덕적 규범의 상기자, 돈이라는 실체의 구체성과 추상성 정도, 이익충돌, 정신적 고갈, 짝퉁 상품 소지, 허위 실적(학력) 상기자(예를 들면 가짜 졸업장), 창의성, 다른 사람의 부정행위 목격, 팀원들에 대한 배려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합니다.

 

 

<부정행위를 형성하는 요인 (p.307)>

 

 위와 같은 저장의 주장은 결국 책의 제목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이익을 취하고는 싶지만,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착한’ 사람으로 남아있길 원하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동기에 따라 부정행위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적인 동기에 따라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멋지고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길 바란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고, 다시 말해 케이크를 온전하게 갖고 있는 동시에 먹어치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의 곳곳에서 설명한 퍼지요인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유연한 추론과 자기합리화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그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주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사람들은 케이크를(케이크의 아주 작은 부분을) 먹는 동시에 케이크를 계속 보유할 수 있다. 이는 부정행위에 따른 열매를 거둬들이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p.297)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큰 문제로 이어집니다. 다시 한 번 도둑질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극소수의 사람들(범죄자)이 최대치의 금액을 훔치는 것보다는 대다수(거의 모든) 사람들의 아주 사소한 도둑질이 훨씬 크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저지르는 사소한 부정행위들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자신과 사람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기 쉬운지 파악하여 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최근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고 여러 가지 대책들을 마련하겠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이 같은 방식은 크게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부정행위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붙잡힐 가능성과 처벌강도, 그리고 사적인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예를 들면 정신적 고갈이나 도덕적 규범의 상기 등) 요인들에 의해서 저질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예방하기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순찰을 강화하거나 CCTV 설치하거나 말이죠. 그런데 CCTV와 관련해 한번 생각해볼 것은 CCTV의 위치입니다. 대부분의 CCTV는 높은 곳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범인을 찾거나 붙잡을 가능성을 높이는 데 가깝게 쓰이죠. 저자에 따르면 이는 개선의 필요가 있습니다. 감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시받고 있다는 것을 사람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CCTV의 위치를 조정하거나 CCTV가 있다는 표시를 눈에 띄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카메라의 시야 확보나 카메라 파손 위험, 사생활 침해 등과 같은 것이 문제될 수는 있지만, 최소한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하다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CCTV 녹화 중’ 같은 것도 있잖아요.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창의성(7장에 해당)’에 관한 내용입니다. 요즘 기업이나 국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창의적 인재죠. 사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전 세계 70억 인구가 모두 창의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업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직업도 많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법원의 판사가 판결을 창의적으로 내리면 안 되잖아요? 어쨌든 많은 곳에서 원하는 창의적인 인재가 사실은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와 선택을 합리화하는 데 창의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거짓말을 자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을 MRI로 뇌를 촬영한 결과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은 전두엽에 정상인보다 백질(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을 22~26퍼센트나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백질을 더 많이 갖고 있음으로 해서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은 서로 다른 기억들과 생각들 사이의 연관성을 더 많이 조작해낼 수 있다. 보다 많은 이 연결성 및 연상 능력(다시 말해 회백질에 저장된 연상 세계에 대한 접근 능력)이야말로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이 스스로의 부정직함을 더 잘 합리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비밀 요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저지르는 부도덕한 행위가 실제로 나쁜 행위가 아닐 수 있다는 온갖 그럴듯한 이야기를 조작해 스스로를 설득한다. (p.217)

 

 이 이야기대로라면 기업이든지 국가든지, 창의적 인재를 원하기 전에 이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창의적이지만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피카소(피카소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가 필요한지, 창의적이진 않지만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낮은 피노키오(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니 아무래도 가능성이 좀 낮겠죠?^^)가 필요한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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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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