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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효과 - 《80/20 법칙》리처드 코치의 새로운 시대 통찰
리처드 코치 & 그렉 록우드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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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낯선 사람 효과. 솔직히 제목만 봐도 내용이 짐작이 가는 책입니다. 아마도 이제는 조금 널리 알려진 효과(?)이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 적어도 한두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지인에게서 생각지 못한 정보나 아이디어를 듣거나, 도움을 받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매일 같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닌 한두 달에 한 번, 혹은 일 년에 한두 번쯤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갖는 가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책 이야기에 앞서 간략하게 이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를 해보면, 먼저 강한 연결(strong link)이 있습니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 또는 거의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 등 각별한 사람들과 맺는 친밀한 관계의 끈을 의미(p.33)합니다. 다음으로 약한 연결(weak link)은 아주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 얼굴 정도 알고 지내는 관계를 의미(p.33)합니다. 그리고 개인이 속한 조직이나 단체와 같은 그룹을 허브라 하고요. 마지막으로 개인과 개인, 혹은 허브와 허브 등의 무수히 많은 ‘약한’ 연결 속에서 중심이 되는 슈퍼커넥터가 있습니다. 즉, 슈퍼커넥터는 누구라도 쉽게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엄청나게 넓은 인맥과 정보로 사람과 사람을, 그리고 허브와 허브를 잇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아웃라이어>의 저자로 잘 알려진 말콤 글래드웰이 제시한 ‘커넥터’라는 개념과 매우 유사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 <티핑포인트>에서 유행과 같은 어떠한 사회적 ‘전염’이 발생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로 ‘커넥터’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몇 단계를 거쳐 그 밖의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티핑포인트> p.51)

 

<말콤 글래드웰은 『티핑포인트』에서 제시한 ‘커넥터’라는 개념은 이 책의 ‘슈퍼커넥터’와 같습니다.>

 

 어쨌든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약한 연결을 통해서 개인은 더욱 성장할 기회를 찾을 수 있으며,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혁신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가난을 구제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고요. 그리고 이러한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과 기업들을 연결해주는 사람이 슈퍼커넥터이고요. 여기서 특별히 약한 연결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강한’ 연결로 구성된 허브(개인이 속한 그룹)에서는 서로 비슷한 생각과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나 아이디어를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약한’ 연결로 구성된 허브 내에서는 우리에게 익숙지 않거나,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죠.

 

 친한 사람들은 우리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주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적 영역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는 ‘밀집된 덩어리와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활동한다. 그러나 그 네트워크에 포함된 구성원들은 모두 그다지 친하지 않은 많은 지인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지인들은 다시 친밀함과 정보를 공유하는 저마다의 밀집된 덩어리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여러분을 지인들과 이어주는 약한 연결은 “단지 피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각각의 밀집된 덩어리들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다리로서 기능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약한 관계가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는 그룹에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하고, 오직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얻는 지엽적이고 개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한 그룹에서 사회적·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그룹으로 정보가 이동하려면 두 그룹을 잇는 다리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그 다리는 강한 연결이 아닌 약한 연결이 맡고 있다. (p.64)

 

 예를 들어, 과거 유럽에서 메디치가문은 화가와 조각가, 그리고 건축가 등 수많은 작가를 피렌체로 모으고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많은 문화적 교류가 일면서 르네상스로 이어졌죠. 이후에 프랑스의 파리가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것 역시 비슷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현대에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고요. 실리콘밸리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IT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한 가지만 더 들어보겠습니다. 저자는 약한 연결이 인류역사에 끼친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로 ‘도시’를 꼽습니다. 다양한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갖은 사람들이 도시에 모이면서 인류문명의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 역시 <도시의 승리>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인적자원’이 도시가 끊임없이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정보와 아이디어의 공유, 그리고 소통에는 약한 연결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요.

 

 그러면 21세기에 가장 폭넓고 다양한 방식으로 약한 연결을 가능케 하는 인터넷에 대해서 저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인터넷은 다른 도시나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그리고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과도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위키노믹스>의 저자 돈 탭스코트 회장 역시 인터넷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무엇이든 자유롭게 만들어내고 다양한 주체 간의 협업이 일상생활의 운영방식이 되는 세계, 협업과 참여를 특징으로 하는 협업 지성(집단지성, 대중의 지혜)의 시대, 이를 ‘위키노믹스’라 했지요.

 

<『위키노믹스』의 저자 돈 탭스코트 회장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한 반면, 이 책의 저자 리처드 코치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다소 과장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 책 <낯선 사람 효과>의 저자 리처드 코치는 조금 다른 주장을 펼칩니다. 인터넷의 영향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인터넷의 영향력이 조금 과장됐다는 것입니다. 언어나 인쇄술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수많은 것들이 창조되는 데 일조했으나, 인터넷은 기존의 것들을 속도와 범위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 데 그쳤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인터넷은 의사소통 방식, 업무 시스템, 정보를 얻고 가공하는 방식, 기존의 다른 매체들을 활용하는 방식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는 탭스코트가 지적한 것처럼 교육, 정부,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어와 인쇄기술의 등장이 인류의 생각과 태도에 미친 정도와 견주어 본다면, 인터넷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p.168)

 

 그러한 변화도 결국 친구나 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비하고, 업무나 여가활동을 위해 협력하는 것과 같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들을 조금 더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만들어준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온라인 기술이 등장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옛날에 하지 않은 것, 또는 원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더 쉽고, 빠르고, 즐겁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 (p.170)

 

 위와 같은 두 주장 가운데 무엇이 더 설득력 있는지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이 세상은 바꾼 것에는 동의합니다만, 인터넷이 인류의 역사에서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는 식의 주장은 조금 과장됐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쨌든 서로의 주장(돈 스탭코트 회장과 이 책의 저자 리처드 코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같은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 사회는 수직적 구조에서 네트워크 구조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개인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폭넓은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협업이 가능해질 것이란 주장입니다.

 

 우리 사회는 수직구조에서 네트워크 구조로 이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최소한의 수직적·형식적 조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약한 연결이 집중되는 다분히 개인적인 형태의 네트워크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하고 폭넓은 약한 연결의 네트워크를 갖춘 사람들이 사회적·개인적·협력적 차원에서 개인의 정보와 아이디어를 새로운 가치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폭넓은 지성을 기반으로 완전하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할 것이다. (p.403)

 

 그리고 이러한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약한 연결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요.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약한 연결’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에 방점을 두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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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S. 덴트 & 로드니 존슨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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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에 접어드니 서점 가에는 미래를 전망하는 도서들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신문과 뉴스에는 2013년의 경제를 예측하는 기사들이 보이고요. 어제도 세계은행(WB)이 올해(2103년) 세계경제가 2.4퍼센트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지난 11일에는 한국은행이 2013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하향 조정했고요. 그러나 이러한 전망과 예측들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각종 예측과 전망이 어김없이 빗나가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정확하지는 못해도 전망치를 계속 수정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방향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망치를 계속 낮춘다는 것은 그만큼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는 것일 테니 말이에요.

 

 이렇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힘든 가운데,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 가능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구통계’입니다. 인구통계는 전쟁이나 중세 유럽의 흑사병처럼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당장 수십만, 수백만의 20대, 30대가 생겨날 수도 없는 것이고요.

 

 이 책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의 저자 해리 덴트와 로드니 존슨은 인구통계와 사람들의 소비를 바탕으로 현재의 경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다릅니다. 그것은 분명하지요. 하지만 그만큼 보편성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사람은 좋아하는 음식부터 음악까지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나 A와 B 두 사람 모두 교육을 받고,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을 할 것이고, 아이를 낳고 집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러한 생활주기와 그에 맞는 사람들의 소비를 통해 경제를 분석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상식만으로도 나이와 생애 단계별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구매할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미니밴은 통상 23세 미혼 남자가 구매할 만한 자동차는 아니다. 대신 어린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미니밴을 구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대용 브랜드 의류는 40대 부부가 자녀에게 사주는 것이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있는 20대나 30대 초반의 부부가 구입하지는 않는다. 아침식사용 시리얼을 가장 많이 사는 시기는 보통 가장의 나이가 30대 후반일 때다. 28~32세 때 아이가 태어났다고 가정한다면 이때 자녀의 나이는 시리얼을 가장 왕성하게 먹는 6~10세가 된다.

 자녀들이 집을 떠나면 가정의 목표가 바뀌게 된다. 더 이상 새로운 가전제품이나 가구, 큰 차, 브랜드 의류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이때부터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머지않아 퇴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65)

 

 이 같은 저자의 주장은 과거 일본이나 현재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쏟아 붓는 양적완화 정책에도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러면 저자는 과연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요? 장기적(수십 년 후)으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적어도 2020년대 초중반까지는 세계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으나 선진국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신흥국들만 고공 행진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이를 저자는 ‘경제의 겨울’이라고 합니다. 물론, 겨울 뒤에는 다시 봄이 찾아오고요.

 

<저자는 세계경제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른바 ‘경제의 겨울’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겨울 뒤에는 다시 이 오고요.>

 

 그러면 저자가 위와 같이 경제를 예측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미국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가장 많이 지출하는 시기는 지났고요. 즉, 미국 소비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장 지출이 많은 시기(40대 중후반)가 지나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은퇴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뒤를 이을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체할 구매력이 없고요.

 

 베이비부머가 지금 원하는 것과 앞으로 하려는 일은 과거와 다르다. 그들의 목표는 더 이상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종류의 경제활동에 의존해서는 결코 경기 부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베이비부머들은 탄생 이후 줄곧 ‘아니요’라는 말을 모르는 것처럼 적극적이고 활기차제 자신들의 욕구를 추구했다. 지나치게 자신들의 욕구 충족에 집중했기 때문에 ‘나 중심 세대(Me generation)’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p.237)

 

 여기에 더해 우리가 알고 있듯이 2000년대에 급증한 미국의 거품과 부채문제도 있고요. 또한, 고용시장과 주택시장 역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으려면 최소 2020년 이후(베이비부머 세대의 다음 세대가 소비시장을 이끌 시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현재 세계경제에서 또 하나의 큰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요? 간단히 말해 저자는 중국을 ‘시한폭탄’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심각한 거품이 형성돼 있다는 것입니다. 생산설비에서부터 부동산, 인프라, 금융까지 모두 말이에요. 여기에 더해 인구구조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중국의 인구구조적인 추세는 대략 2015년에 정점에 도달한 뒤 그 수준에서 정체된 채 유지되다 2025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이 같은 인구구조적인 하강은 유럽과 비슷한 속도이며 미국보다는 확실히 더 빠른 것이다. (p.277)

 

 저자는 앞서 말한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인구구조가 하강하는 시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중국이 앞으로 향후 수십 년간 경제규모 면에서 세계 2위의 자리를 지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계속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은 전세계에 또 다른 형태의 ‘부채 시한폭탄’으로 디플레이션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p.275)>

 

 미국과 중국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의 비중이 큰 신흥국들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요. 여기까지가 저자가 바라본 세계경제의 미래입니다.

 

 솔직히 조금 아쉽습니다. 이는 미국경제의 미래지 세계경제의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를 넘어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 11장 중에서 8장만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미래를 이야기하니 말이에요. 그래서 원제목을 찾아보니 <The Great Crash Ahead>이더군요. 직역하면 ‘앞으로(다가올)의 대충돌’쯤 되나요? 아무튼 ‘세계경제의 미래’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물론, 인구구조와 소비를 통해 경제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예측하는 저자의 접근방식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이를 잘 견뎌내기 위해 개인에게 많은 조언을 합니다. 채권과 부동산, 주식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말에요. 그런데 이렇게 추천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공매도’입니다(다소 ‘공격적인 투자가와 트레이더라면’이라고는 하나). 공매도(空賣渡,short stock selling)는 간단히 말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 주문을 내 (주로)초단기 매매차익을 올리는 기법입니다. 이러한 공매도는 투기성이 짙은데다 시장조작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국가별로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요. 그런데 공매도를 권하다니요.

 

 또한, 기업에는 사람을 최대한 기계로 대체해 인건비를 줄일 것을 권합니다. 경제의 겨울에는 기업이 구직자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기 때문에 고용을 최대한 늦추면 정부로부터 고용에 대한 각종 지원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며, 파산하거나 위기에 처한 경쟁기업의 유능한 인재들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합니다.

 

 물론 경제가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과 개인 모두 살아남기 위해 다소 이기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 책의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관점에서 조언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에게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를 추천하고, 기업에는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고, 고용을 최대한 늦추라는 식의 조언을 하고서는 마지막에 상생과 화합, 그리고 ‘우리’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전지구적인 정치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더 넓고 커진 글로벌 경제를 구축해 노후화하고 있는 선진국과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을 일궈낼 젊은 신흥국 모두가 상생 협력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p.405)

 

 이 버블과 위기에서 당신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돌아보라.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고, 비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비판하지 마라!” 이번 위기에서 자신의 생존과 번영에만 급급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라. 남을 돕는 것을 개인적인 사명으로 여기며 그를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기 사업이라 생각하라. (p.406)

 

 2013년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다신 한 번 미국을 이끌게 되었고, 일본은 새로운 총리가 취임했으며, 중국도 새롭게 시진핑 체제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수출이 아닌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을 일궈내겠다고 발표했고요. 우리나라 역시 새로운 대통령과 새 정부가 출범합니다. 과연 이 책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의 저자의 전망이 얼마나 들어맞을지, 그리고 저자의 주장대로 세계가 흘러갈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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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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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라는 착각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조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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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니 얼마 전부터 중산층을 살리자는 것이 사회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있습니다. 또 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임기 내 중산층의 비중을 70퍼센트까지 끌어 올리겠다 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중산층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 <중산층이라는 착각>의 저자 조준현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중산층의 사전적 의미는 소득 수준이 중간이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의 중산층이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중산층이란 그럴 듯한 집에서 괜찮은 자가용을 굴리고 아이들 교육비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하지 않으며 풍요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계층이다. 당신은 과연 그런 중산층인가? (p.4)

 

 즉 사전적 정의는 수득 수준이 중간이라는 말이지만, 우리가 인식하고 느끼는 중산층의 의미는 적당한 내 집을 보유하고 중형급 혹은 중대형급 자동차를 굴리고, 자녀 교육에 대해 큰 부담을 갖지 않으며, 저축, 재테크 등을 통해 노후 준비를 착실히 해가며, 문화생활도 즐길 줄 아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중산층 역시 그렇고요. 하지만 이는 불가능해 보이고, 앞으로도 힘들 것 같습니다.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죠. 이 역시 이 책 전체에 걸쳐 저자가 주장하는 바입니다.

 

 어제 12월 10일 자 어느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습니다. 빚 때문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런 기사는 최근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자주 보이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하우스푸어니, 깡통 아파트니 말이죠. 그리고 도산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고도 하고요. 이렇게 건축시장이 어려움을 겪다 보니 이와 관련된 산업(예를 들어 가구시장)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그대로 소비자 즉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하고요. 그래서 정부는 양도세 감면이니 DTI 규제 완화니 하며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입니다. 집값이 떨어져 힘든 사람이 많은지 평생 내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해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은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죠.

 

 과연 아파트 값이 떨어져서 가난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파트 값이 떨어져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억 원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다. 많든 적든 그중에는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더 가난할까?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데 값이 떨어져 슬픈 사람들인가, 그런 아파트조차 한 채도 갖지 못한 사람들인가? (p.111)

 

 집값이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위기에 처한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집값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죠. 만약 투자가 투기가 아닌 ‘진정 자신이 살고자 하는 집’으로 주택을 구매했다면 값이 오르고 떨어지는 것이 그리 큰 문제일까요? 어차피 계속 살 집인데 말이에요.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들 역시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빚만 늘어나는 상황도 있다고요. 이에 대해 저자는 일침을 가합니다. 자신의 부담 수준을 고려치 않고 주택을 구매, 그것도 앞으로 주택가격이 오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구매한 사람들은 이미 선량한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말이에요.

 

 또한, 이러한 문제들은 대체로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았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얘기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일을 마치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문제인 것 마냥 정부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요즘 ‘집 가진 죄인’이니 ‘하우스푸어(house poor)’sl 하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아파트를 팔려는 이들이 걱정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사람들의 착각 가운데 하나가 서울의 문제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다. -중략-


 아무튼 말이 나온 김에 도대체 아파트 값이 얼마나 떨어졌는가 살펴보자. 서울의 대표적인 재개발 지역에 속하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30평형 가격이 한때 10억 원을 넘었으나 지금은 9억에 불과하다고 한다. 불과 1년 만에 아파트 값이 1억 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어마어마한 가격 폭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난 2001년 이 아파트의 가격은 3억 원도 안 됐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 아파트의 가격은 불과 1년 만에 1억 원이나 떨어진 것이 아니라, 불과 10년도 안 돼 6억 원 너머 상승한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일까? (p.110~111)

 

 저자는 이처럼 부동산 시장, 정확하게는 내 집 마련처럼 우리를 힘들게 하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 소득불균형 문제, 사회복지 문제, 부동산 문제, 교육·양육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이 어떻게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악화되어 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욱 빠져드는 ‘개미지옥’에 비유하면서 말이에요.

 

<자꾸 무너져내리는 개미지옥처럼 대한민국의 현실 그들의 몸부림을 헛된 것으로 만들고 있다. (p.74)>

 

 이 책은 전체 348페이지에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48페이지 중에서 306페이지가 앞서 말씀드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자료들을 바탕으로 말이에요.(이 책 자체가 하나의 통계집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말이죠.)

 

 그런데 저는 역설적이게도 이런 통계적인 수치보다는 전체적인 방향에 의미를 두고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고요. 그 이유는 통계 수치라는 것이 정확하고 명료해 보이지만, 사실 그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통계 수치에 영향을 준 무수히 많은 요소를 전부 고려하며 이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책에는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2007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금융부채 비율은 3년 만에 10%포인트나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미국은 13%포인트 감소했으며 영국과 일본, 독일 등도 3~12%포인트 감소했다. (p.101)

 

 이를 보면 마치 다른 국가들은 개선되어 가는데 우리나라만 악화됐다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금융위기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가계부채가 13%포인트 감소한 것은 미국 국민의 저축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 부채가 감소했다기보다는 민간부문의 부채 상당 부분을 미국 정부가 흡수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최근까지 빠르게 늘어났고, 현재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는 사실과 경제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통계 수치들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책에는

 

 빚을 갚기 위해서는 저축을 해야 할 텐데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3.9%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인 5%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30%가 넘는 저축률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과 함께 저축 모범국가로 불렸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가계적자가 늘다 보니 저축은커녕 빚이 빚을 내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p.102)

 

 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고요. 그러나 저축률이 줄어든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문화가 바뀌고 저축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것도 사실이나, 저는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저축방식의 변화 말이죠. 과거에는 금리(이자율)가 높아 적금만 열심히 부어도, 어느 정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금리 덕에 전세 물량 역시 안정돼 있었고요. 하지만 이제는 금리가 너무 낮아 적금 같은 저축 수단만으로는 큰돈은커녕 물가 상승을 만회하지도 못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부동산, 주식, 펀드, 연금저축보험 등 다른 수단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간 이유도 있다는 것이죠. 몇 년 전만 해도 각종 서점의 베스트셀러에는 재테크 관련 도서가 넘쳐났었잖아요. 이처럼 낮아진 저축률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통계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칫 이 책의 단점 혹은 부족한 점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책은 348페이지 중에서 306페이지가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이러다 보니 결론 혹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분량이 그만큼 적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내용마저 원론적인, 혹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니 말이에요. 저 역시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정치적인 해결방안과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전체에 걸쳐서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마도, ‘복지와 정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예를 들어 증세에 대한 생각, 보편적 복지에 대한 생각 등),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필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떨어지는 바위를 끊임없이 산 정상으로 올려야 하는 형벌의 시시포스(Sisyphus)처럼, 시시포스의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시시포스의 노동에서 가장 절망적인 것은 무엇일까? 힘들고 괴로운 노동의 가혹함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바로 이 노동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양극화 함정에 빠진 대한민국의 빈곤층에게는 삶 그 자체가 시시포스의 절망이다. 이런 삶에서 언젠가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조차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p.229)

 

<끊임없이 바위를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 타치아노(1488~1576)작. 프라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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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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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8: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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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채승병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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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의 과학>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컨설팅 회사 인바이로셀의 CEO 파코 언더힐이 CCTV를 가지고 소비자의 구매행동을 분석한 책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매장을 둘러볼 때 주로 오른쪽으로 돌게 된다거나, 남성과 여성이 의류매장에서 액세서리를 구매할 때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의류매장에서 옷을 입어본 후에 거울을 보며 그 옷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같이 구매하는 반면, 남성들은 비교적 단순한 행동을 보입니다. 의류를 구매하고 계산하면서 눈에 보이는 액세서리를 같이 계산해 달라고 한다는 것이죠. “음, 이것도 같이 계산해주세요.”라고 말이죠. 저는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CCTV로 소비자의 구매행동을 관찰해 이러한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브래트 피트가 주연해 지난 2011년에 개봉되었던 영화죠. 이 영화의 줄거리는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감독 빌리 빈(브래드 피트)이 선수들의 나이, 사생활, 부상 등이 아닌, 오로지 데이터에만 의존해 팀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기적’을 다루고 있습니다.

 

 <파코 언더힐의 『쇼핑의 과학』,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어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에 대부분의 매장에는 CCTV가 있으며, 기업 역시 이와 같은 데이터를 언제든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메이저리그의 모든 팀과 감독들 역시 선수 관련 데이터는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다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이처럼 데이터는 누가,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와 가치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너무나 많은 것이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와 양이 아닙니다. 이 책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에 따르면 하루에 쏟아지는 데이터의 양이 약 7.5엑사바이트라고 합니다. 이는 보통 1테라바이트의 용량을 가진 컴퓨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750만 대가 필요한 양이며, 보통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2기가바이트 내외의 영화 37억 5천만 편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이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책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데이터들을 관리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엇갈릴 것이라는 주장대로 이죠.

 

<인터넷 공간을 흐르는 다양한 데이터의 규모와 속도. 2011년 기준 (p.29)>

 

 먼저 약간은 생소한 개념인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좁은 의미의) 빅데이터: 보통 수십에서 수천 테라바이트 정도의 거대한 크기를 갖고, 여러 가지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으며, 생성-유통-소비(이용)가 몇 초에서 몇 시간 단위로 일어나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리와 분석이 매우 어려운 데이터 집합을 의미한다. (p.36)

 

 (넓은 의미의) 빅데이터: 기존의 방식으로는 관리와 분석이 매우 어려운 데이터 집합, 그리고 이를 관리·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조직 및 관련 기술까지 포괄하는 용어이다. (p.37)

 

 즉 결코 ‘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책에 따르면 이러한 빅데이터는 크게 세 가지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규모(Volume)입니다. 엄밀한 정의는 없지만, 대략 적게는 수 테라바이트에서 많게는 수 페타바이트(=1,000테라바이트) 정도 크기의 데이터 집합을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둘째, 다양성(Variety)입니다. 이제까지의 데이터는 비교적 형태가 잘 잡혀 있고 관리하기도 쉬웠지만, 이제는 동영상, 음악, 사진, 블로그, SNS, 일반문서 등 데이터 형식이 매우 다양해졌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속도(Velocity)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생성-유통-소비(이용)의 주기가 빨라지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또한 필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빅데이터가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어떠한 요인들이 있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기술 환경의 변화입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같은 저장 매체의 기술은 점차 발달되는 반면, 저장 비용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과 사람, 기계와 기계 간 ‘연결’이 증가되고, 데이터를 관리 및 분석하는 기술이 급격히 진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 경쟁 환경의 변화도 있습니다. 최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자주 들리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는 하드웨어가 모방이 쉽다는 것입니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만 보아도 알 수 있죠. 물론 저마다의 특성이 있지만 크게 보면 사실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하드웨어는 범용화 되기가 쉽기 때문에 경쟁우위의 요소로 기능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소프트웨어 역시 범용화가 용이해질 것이므로 결국, 데이터가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다음으로 빅데이터의 활용에 따라 기업이 얻게 되는 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책에서는 빅데이터는 크게 네 가지의 단계로 기업의 경영혁신을 가능케 한다고 합니다. 먼저 첫 번째 단계는 생산성 향상(3장 새로운 차원의 생산성 향상)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비용절감효과를 가져오고 나아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끈다는 것이죠. 두 번째 단계는 발견에 의한 문제 해결(4장 ‘발견’에 의한 문제 해결)입니다. 기업 활동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하는 단계라고 합니다. 이어서 세 번째 단계는 의사결정 향상(5장 의사결정의 과학화와 자동화)입니다. 시장과 고객에 대한 더욱 정확한 정보를 추출해 의사결정자의 정확한 판단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단계는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 창출(6장 새로운 고객 가치와 비즈니스의 창출)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사업이나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빅데이터에 의한 경영 혁신 단계 (p.97)>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책은 빅데이터의 정의, 환경, 유용성 등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제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빅데이터 역량이 부족한 우리나라(한국) 기업에 대한 전략적 제안도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빅데이터 ‘입문서’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는 ‘사람’과 관련 있습니다. 이 책은 자칫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갖출 경우 거의 자동적으로 타당하고, 합리적이고, 완벽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이 기술과 경영의 측면에서 빅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그렇겠습니다만, 그럼에도 (7장 ‘빅데이터 시대, 한국은 준비되어 있는가?’와 8장 ‘빅데이터 시대,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서 약간의 언급을 제외하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앞서 말씀드린 <머니볼>의 사례를 살펴볼 경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팀에서 감독인 빌리 빈(브래드 피트)의 역할입니다. 빌리 빈 감독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그처럼 기적 같은 성적이 가능했을까요? 만약 제가 감독으로 부임되고 빌리 빈 감독처럼 철저하게 데이터 중심의 운영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확신하건데, 한두 달 내에 퇴임됐을 겁니다. 이처럼 아무리 정확하고 가치 있는 데이터와 분석결과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그에 따른 의사결정은 사람의 몫입니다. 이 책에서도 그와 관련해 이렇게 말하고 있죠.

 

 문제의 성격에 따라 동원되는 지식과 기술도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다. 대체로 전산학 외에 수학, 통계학, 물리학, 인지과학, 경영학 등의 지식과 기술이 많이 쓰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욱 광범위한 공학과 심리학, 언어학, 인류학 등 인문사회과학 지식도 요구된다. (p.72)

 

 앞으로 필요한 인력은 분석된 정보를 비즈니스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술은 물론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하고 있어 기업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이 무엇이며, 이를 빅데이터로부터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p.325)

 

 이 책의 294페이지에서 언급된 이야기 역시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영자들은 인지 스타일 점수가 평균 45.5점으로 세계 평균 41.8점을 상회했다고 합니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적 의사결정 성향이 강한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한국 경영자들의 인지 스타일 점수가 높은 편이라면, 즉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 성향이 강하다면 편견과 같은 심리적 오류 역시 적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경영자 집단은 분석적 성향이 강할수록 심리적 오류를 더 자주 범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 역시 제가 앞서 언급한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통념과는 확연히 다른 이러한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데이터가 현실의 문제점을 편견 없이 판정하는데 이용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미리 자신이 특정한 방향으로 편향된 결론을 내려놓고, 그저 이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데이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데이터는 오류의 교정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오류를 증폭시키는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p.295)

 

 이처럼 똑같은 데이터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데는 기술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경영자 혹은 의사결정자의 역량도 필요합니다. 최근 비즈니스 관련 도서나 자기계발 도서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 속에서 같은 현상을 목격하더라도 누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에 반해, 누구는 그저 ‘개선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에 그친다는 것이죠. 따라서 (“인터넷 이후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외는 것이 빅데이터(Big Data)이다.”라는 ≪네이처(Nature)≫의 글대로 라면) 앞으로 미래를 좌우할 빅데이터를 최대한 가치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및 경영환경의 구축과 그를 판단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의 안목과 통찰력이 함께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사족을 달면 이 책의 22페이지에서는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가 “문명이 시작되면서부터 2003년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데이터가 5엑사바이트 수준”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7.5엑사바이트의 데이터가 쏟아진다는 것에 비하면 무척 적은 양이죠. 그러면 매일같이 쏟아지는 현재의 데이터가 과거의 데이터들보다 질적인 면에서도 월등히 가치 있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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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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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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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두 기사는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한 기사의 내용입니다.

 

 <성공 위해 화장하는 남자들>

 취업과 승진, 사랑 등을 위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화장을 하는 한국 남자들이 많아졌다고 A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이 피부 관리에 지출한 돈이 4억 9천550만 달러(5천574억 원)로 세계 시장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남성 인구가 1천900만 명에 불과한데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이하 생략-

연합뉴스.9월 17일.

 

 <한국 등 亞남성, 피부미용에 돈 많이 써>

 중국과 일본, 한국 남성들이 피부 관리 제품의 아시아 시장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연구단체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5일(현지시각) 언론에 보낸 그루밍(남성의 미용 패션 등 몸단장) 동향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전 세계 남성 피부 관리 제품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피부미용은 세계시장 연 매출 330억 달러(약 36조 6천억 원)의 남성 그루밍 산업에서 고속 성장하는 분야다. -이하 생략-

연합뉴스.10월 6일.

 

 이처럼 소비문화가 나라별,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나 제품을 수용하는데도 차이를 보이고요. 이 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의 저자 황상민 교수는 “한국인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는 무척 크나 그를 받아들이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p.251)”고 합니다. 그런데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단 수용한 뒤에는 좀 달라지는 것 같아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개발하거나 컴퓨터를 개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고요. 또 하나 예를 들자면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나 지금은 거리마다 커피전문점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S사 450여개, C사 810여개, A사 650여개 등 총 1만 2000여개에 이른다고 합니다(총계는 2011년 기준, 각 브랜드별 수는 2012년 기준입니다). 2006년 1254개에서 무려 10배나 증가한 것이죠. 그리고 한국만의 독특한 ‘커피믹스’ 시장도 존재하고요. 이러한 점들이 소비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문화마다 소비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맞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면, 이 책의 주제는 ‘모든 소비자는 다르다’입니다.

 

 가장 민주적이고 변화무쌍한 취향을 가진 복잡한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덕분에 심리학자들이 오랜 연구와 다양한 실험을 거쳐 얻어낸 인간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은 종종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100퍼센트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상황에 따라, 이슈에 따라,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도 기분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는’ 탓이다. 심리학이라는 과학이 엄밀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마음과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p.139)

 

 이는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의 말과 일치합니다. 런던대학교 유니버시티칼리지(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심리학과의 애드리언 펀햄(Adrian Furnham) 교수는 불안할 때, 우울할 때, 화났을 때 소비가 더욱 쉽게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이런데도 여전히 소비자를 성별, 연령, 소득수준 등과 같은 기준으로 구분 짓고, 존재하지도 않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제품’을 찾아 봤자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모든 소비자는 전부 다르다. 따라서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다음 그림에서 흰색원은 아이폰을 구매한, 파란색원은 갤럭시S를 구입한 사람을 나타냅니다.(※ 특정 브랜드명은 책에서 언급한 브랜드명입니다.)

 

 

 통계자료를 보고 아이폰은 주로 젊은 층이, 갤럭시S는 중·장년층이 선호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이는 예를 들어 가정한 것이지 실제와는 다릅니다). 그러나 같은 아이폰, 갤럭시S를 구매하더라도 동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S를 통해서 충족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가 다를 수도, 선택의 이유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죠.

 

 

 똑같이 아이패드를 쓰는 대학생이라고 해도 그들의 동기와 목적, 심리는 다르다. 아이패드를 노트로 사용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전자책을 읽으려고 구매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과시용으로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동일한 대학생 집단이고 동일한 제품(아이패드)을 사용하지만 소비행동은 다르다. 소비행동만 놓고 본다면 이들은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다. (p.90)

 

 따라서 단순히 기존의 설문조사에 기대서 소비자를 구분하고 전략을 세울 것이 아니라 좀 더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죠.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작년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1년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된 꼬꼬면. 꼬꼬면이 등장하고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면서 ‘꼬꼬면 열풍’, ‘하얀 라면 열풍’, ‘빨간 라면 VS. 하얀 라면’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빨간 라면에서 하얀 라면으로 소비자의 기호가 바뀐 것이 아니라 애초에 소비자는 그런 맛을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었고, 그 입맛에 맞는 꼬꼬면이 나왔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에 마케팅 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10대 히트 상품’이 되었고요.

 

 

 올해 들어, 하얀 라면의 인기가 시들었다는 기사가 종종 보도되었습니다. 실제로 꼬꼬면의 경우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올 4월까지 약 75%의 매출이 감소되었다고 합니다(2011년 12월 122억 원, 2012년 1월 86억 원, 2월 58억 원, 3월 54억 원, 4월 30억 원 ). 만약 앞으로 꼬꼬면의 매출이 어느 정도를 기점으로 하락을 멈추고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된다면, 그 숫자가 마케팅 효과 등이 빠진 후에 남은 ‘꼬꼬면이 입맛에 맞는 소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고요.

 

 그러면 소비자의 진정한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마음 MRI 기법’을 제시합니다. 이는 ‘믿음이나 태도, 생각 같은 심리적인 부분이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방법’입니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 반응 패턴이 유사한 사람끼리 묶는다는 것이죠. 5장에서 이야기하는 ‘SK 와이번스 팬’들의 사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천SK팬

 SK 와이번스의 팬이며 인천에 사는 사람들. 하지만 아직은 SK가 잘하니까 인천의 연고팀으로 인정해주는 정도. 마케팅 및 프로모션에 영향을 받으며, 목적지향적이고 경제적인 소비를 하는 집단.

 

 야구 마니아

 ‘야구’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 하지만 야구란 ‘경기를 기록하고 기록지를 보관하는’ 그런 활동이다. 야구장에는 가끔 가며, 실제로 경기를 관람하는 것보다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담긴 다양한 경기 기록을 즐기기 좋아한다. 특정 팀을 응원하거나, 열정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 매형

 가족과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야구장에 간다. 이들에게 야구장은 유원지나 가족 야유회 장소와 다름없다. 이들에게 야구의 승패는 중요치 않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즐거움, 이벤트, 편의시설 등이 매우 중요하다.

 

 장외감독

 이들은 거의 대부분 본인이 감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야구장을 찾는다. 경기장에서는 물론, 시즌이 끝나도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구단에게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진정한 야구 마니아들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경기의 승패를 중요시 여기며, 선수관리 및 전략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옆집 아줌씨

 야구장에 가는 것을 콘서트에 가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 혼자야구장에 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 소위 계꾼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과 같이 ‘구경 가는 기분’으로 야구장을 찾는다. 같이 응원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동조하는 성향이 높다. 야구를 공연, 예술 문화의 장소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열 번째 선수

 말 그대로 ‘열 번째 선수’이다. 그들은 자신이 구단의 일원이 된 것처럼, 마치 선수의 한 사람인 것처럼, 야구장을 찾고 응원한다.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적극적이고 영양가 있는 관객들이다. 지방도 따라 가고 회사·학교도 빠지는, 이른바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마인드다.

 

 위와 같이 여섯 집단으로 SK 와이번스의 팬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누었을 때 각각의 집단에 맞는 마케팅 전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통신요금(6장), 디지털 소비(7장), 럭셔리 상품(8장)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도 이야기하는데요, 결국 소비자는 저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전의 서평에서 <소비 본능>의 개드 사드 교수가 주장하는 ‘보편성’의 중요성에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개별성, 상대성, 차별성을 이야기하는 황상민 교수의 주장에는 반대하냐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한쪽에서는 보편성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개별성, 상대성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서로 대립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개별성과 상대성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밑바탕에는 보편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8장에서는 럭셔리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자급자족형, 격조형, 생활형, 자아표출형, 판타지형, 과시형, 무조건형, 아바타형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8가지 분류에 속한 사람 모두 자신이 더 아름답거나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은 보편성이죠. 따라서 이 책의 주장에도 동의하고, 개드 사드 교수의 주장에도 동의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을 읽었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개드 사드 교수의 <소비 본능>을, <소비 본능>을 읽으신 분들은 이 책도 함께 읽으시면 도움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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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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