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동굴들은 ‘뼈 동굴‘이라고 불린다. 오래전 이 나라에서 멸종한 많은 동물의 뼈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은 ‘순록 동굴‘
인데 실제로는 뼈보다 뿔이 더 많이 나왔다. 1920년대에 이루어진 발굴 작업의 결과 수백 개의 순록뿔이 나왔고 대부분 암컷이었다.
너는 동굴 입구에 앉아 비를 바라보며 빙하기를 생각한다. - P-1

그들 셋은 세상을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했다. 상상력과 용기로 꽃을 그려서 정부에 대항했다. "학생들은 심장이 죽었다고 말했어요." 엘레나가 말했다. - P-1

"우리는 마음이 아파본 뒤에야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잖아요." 우리와 처음 만났을 때 엘레나는 그런 말을 했었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들을 떠올려라. 그들에게 기쁨을 줄 결심을 하라. 그들이 행복하기를 소망하라. 어쩌면 이러한 태도는 티베트 불교 학생도, 회복하는 마약 중독자도, 죽은 듯한 삶을 힘써 떨치고 기쁨을 향해 환생한 사람도 취할 수 있는, 잘 고안된 영적 자세인지도 모른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이비드 스톤 마틴의 멋진 세계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적 없이 천천히 읽을 수 있는 글을 발견하는 것도 인생에서 조금 득을 보는 기분입니다. 만날 날이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을 극복한다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불안과 공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불안을 극복한다는 것은 더 이상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불안은 인간 삶의 필수적인 일부이기 때문이다. 불안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 P-1

역공포 행동은 일종의 과잉 보상이며 과잉 보상은 언제든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역공포 행동이 습관으로 굳은 사람은 갑자기 심한 불안을 경험하곤 하며 때로는 심한 무력감에 휩싸인다. 이럴 때면 과잉 보상도 효과가 없으며 매우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 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 P-1

불안에 대한 방어 행동이 이데올로기로 발전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역공포 보상을 추구하는 사람도 자신의 방어 행동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낸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전혀 두려움을 모르는 정말로 침착한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이상화하면서 다른 모든 사람은 겁쟁이라고 비난한다. - P-1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을 끊임없이 억누르는 대신에 불안을 마주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태도일 것이다. 우리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은 그렇게 확실하지 않다.
위대함에 대한 환상은 버리고 우리가 위태로운 존재임을 받아들이자. 불안해도 놓을 것은 놓고 삶을 포기하지 말자. 평정심은 운명의 충격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정심은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체념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용기이기도 하다. 이런 희망적인 태도는 최악의 것을 고려하면서도 최선의 해결책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들에게 죽음은 작은 대기실 같은 것이어서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디디거나 한 번만 펄쩍 뛰면 방을 가로질러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데 반해, 그에게 죽음은 엄청나게 광활한 공간이라 그곳을 건너가기가 참으로 힘겹기만 했다. 아마도 노인이 너무 쇠약한 탓이리라.
그의 곁에는 아내가 앉아 있다. 오랫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그 사이에 바깥은 다시 어둠이 덮인다. 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어. 마침내 아내의 입에서 이 말이 흘러나온다. - P-1

딸이 이제 조만간 깨닫게 될 사실을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이 죽은 하루가 저문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저녁이 저무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성과 감성과 지성이 결합된 독특한 소설‘이라는 평이 딱 들어맞는다. 작가의 세계관이 투영된 인물도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데 모나에게 주는 선물인 것처럼 쓰여진 덕분에 모나 정도의 나이만 되어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읽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