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오렌지를 먹어 본 적이 많지 않았다. 그 애는 나를 지켜본 것만으로도 그 사실을 이해했다. 

나는 사람들이 주로 웅얼거리는 세계에서 자랐다. 말하기는기껏해야 사치였고 아주 흔하게는 경박한 짓이었다. 사람들은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도 웅얼거렸고, 만족을 표하기 위해서도 웅얼거렸고, 웅얼거리려고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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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은 여름날의 아름다운 누비이불처럼 숨막히는 것, 몸에 스치면 쓸리고 계절이 바뀌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졌을 때에나 아쉬운 것이었다.
당시 나는 토냐가 단순한 친구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어머니가 계속 나를 사랑할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나에 관해 모든 것을 말해주었으나 어머니는 그것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_ 강설

그녀의 말 이면에서 체념이나 순교의 흔적을 찾아내려 해보지만 늘 그렇듯이 론다는 자기 진심만 말한다.
"베이브" 내가 말한다. "어머니가 나를 위해 남겨놓은 공간은 둘이 들어갈 만큼 크지 않아."
론다는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는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바깥에서 눈이 우리 데크를 담요처럼 덮는다. 밤새 내리고, 내일도 내릴 것이고, 우리는 다시 눈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다.
_ 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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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든, 그 글의 청중이나 독자가 되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특수하고 한정된 사람들이다. 모든사람에게 호소하거나 심지어는 해명까지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옮긴이 서제인
번역을 하면서 세상이 거기 있다는 걸 확인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거기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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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어느 낮의 시간에 혹은 어느 밤의 시간에 혹은 낮도 밤도 아닌 시간에 박제돼 고정불변의 지리멸렬한 일상을 반복하는 그들 앞에서, 나는 아이처럼 울먹였다. 수년 전 그들을 생생히 만났을 때보다 그들의 인생이 더 깊이 들여다보여서였다. 그들의 슬픔도, 불안도, 고통도......












육, 오, 사...... 무심히 중얼거리던 그녀는 시간이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숫자 일이 영으로, 네모에 가까운 구멍으로 바뀌는 순간 그녀는 들이쉬던 숨을 흡 하고 멈췄다. 도대체 무슨 시간이 남지 않은 것인지 그녀는 생각해내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 모든 시간이 남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 막연히 들었다.
- 그 밤의 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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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바라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평화다.


나는 파도의 리듬, 등과 다리의 맨살에 닿는 햇볕, 머리칼을 흩날리는 바람과 물보라의 위로를 받으며 해변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숨겼다 나타나길 반복하는 도요새처럼. 그러고는 흠뻑 젖은 채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온전히 홀로 보낸 자의 벅찬 마음으로. 밤의 어둠이 한입 베어물기 전의 둥근 보름달처럼 흡족한 마음으로. 서둘러 입술을 갖다대야 할 만큼 넘치도록 가득 찬 잔처럼 충만한 마음으로. 시편에 나오는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구절처럼 귀한 충만함이다. 그러다 느닷없이 두려워진 나는 기도한다. 아무도 가까지 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내가 넘쳐 쏟아질까 두렵습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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