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어느 낮의 시간에 혹은 어느 밤의 시간에 혹은 낮도 밤도 아닌 시간에 박제돼 고정불변의 지리멸렬한 일상을 반복하는 그들 앞에서, 나는 아이처럼 울먹였다. 수년 전 그들을 생생히 만났을 때보다 그들의 인생이 더 깊이 들여다보여서였다. 그들의 슬픔도, 불안도, 고통도......

육, 오, 사...... 무심히 중얼거리던 그녀는 시간이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숫자 일이 영으로, 네모에 가까운 구멍으로 바뀌는 순간 그녀는 들이쉬던 숨을 흡 하고 멈췄다. 도대체 무슨 시간이 남지 않은 것인지 그녀는 생각해내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 모든 시간이 남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 막연히 들었다. - 그 밤의 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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