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돌다 보면 너무 함께이고 또 너무 혼자여서 생각과 내면의 신화조차 이따금 한데로 모인다. 가끔은 똑같은 꿈도 꾼다. 

가끔은 좀 새로운 생각을 하자고 스스로 되뇐다. 궤도에서는 너무 거창하고 오래된 생각만 붙들게 된다. 새로운 생각,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참신한 생각을 하자.
하지만 새로운 생각이란 없다. 그저 새로운 순간에 태어난 오래된 생각일 뿐이다. - P19

어쩌면 모든 존재의 본질이란 위태로이 핀 끝에서 동요하는 것, 살아가면서 조금씩 변두리로 밀려나는 것 아닐까. 그러면서 우리의 어마어마한 하찮음이 속수무책으로 격동하고 들썩이는 평화의 제물임을 깨닫는 것 아닐까.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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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게》의 서문 중에서

우리의 무지나 무책임을 알려주지 못하는 ‘정보‘만 끝없이 쌓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과학의 언어와 시의 언어 둘 다 필요하다. - P66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면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지금 어디에 사는지, 더 찾아가야 할 집이 있다면 어떤 곳인지를 아는 게 아주 중요해요. 나를 지구상의 특정한 맥락 속에서 나의 동족 사이에 위치시키는 거죠.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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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른 뭔가.
틀림없이 인간이고 감정적으로 대단히 이해할 만하지만 정말 다른 뭔가와 접촉했다는 감각이야말로 소설이 해주는 위대한 일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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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은 서로 첫 번째 비밀을 공유했고, 자신들이 바라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사실은 어디로부터 오는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의 모든 생각과 기호 안에 산 자뿐 아니라 죽은 자들이 살고 있고, 산 자와 죽은 자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서독에서 온 소포에 들어 있는 펠리컨 만년필로 쓰든, 네 가지 색을 번갈아 쓸 수 있는 체코제 볼펜으로 쓰든 상관없이 산 자와 죽은 자들이 그들의 글과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 P105

그는 그것을 안다. 카타리나는 아직 그것을 모른다. 그녀 안에서 새로운 시대는 이룩한 것이 아니라, 그저 주어진 것이다. 그녀는 그의 열정을 공유하지만, 그 열정의 어두운 토대와 그가 유년의 폐허로부터 인간으로 서기까지 필요했던 노력은 알지 못한다. 이것이 그녀의 장점일까, 아니면 이것이 그녀가 그와 객관적으로 구별되는 지점일까? - P171

하나가 다른 하나를 교대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물결이 한 사람을어디론가 실어가면, 다른 사람은 밀려나는 것이 아니었던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었던가? 자신과 어떤다른 사람이 함께 개개인의 삶에서만 그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먼지가 처음 모양을 띠는지, 마지막 모양을 띠는지를 측정할 수 있었다.
힘러가 포즈난에서 연설하는 동안 그는 무엇을 했을까? 그의 아버지는, 그의 어머니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믿으면 실제 일어나는 일의배후로는 가지 못한다.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합적으로 생각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관점에서 튕겨져 나와야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감정은 굉장히 조심하지 않으면, 사람의 눈과 모든생각을 서로 달라붙게 하는 접착제였다. 감정을 스스로에게서 분리해 현미경 아래에 놓는 것, 빌어먹을 20세기에 예술의 본질은 진정거기에 있었다. 이 모든 난리가 끝난 뒤에 말이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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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지만 선생님은 운이 좋은 분입니다. 추방당했지만 안전하시잖아요. 서로로부터, 그리고 그 하찮은 탐욕이며 시시한 드라마들로부터는 안전하지 않을지 몰라도, 더 큰 광기로부터는 안전하시죠. 그 광기로부터 안전해질 수만 있다면 전 일평생 기꺼이 추방당해 사는 삶을 택할 겁니다.
- 달의 골짜기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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