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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를 위하여 - 이우 소설집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르소나를 위하여”라는 제목을 접하고, 본문의 내용이 너무나 궁금해 설렘을 안고 빨리 읽어보고 싶어 서평단에 신청해, 감사한 기회로 서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감각적인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26개국을 홀로 여행했으며 산티아고 순례를 2번이나 했다는 예사롭지 않은 작가의 행보를 통해 소설의 내용이 더욱더 궁금해졌다.
이 작품은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한편을 제목인 “페르소나를 위하여”로 출간되었다.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갈망”이라는 주제를 이끌어내는데, 작가님께서는 퇴고를 수십, 수백 번 하셨겠지만, 필력이 워낙 좋으셔서 독자로서는 단숨에 읽게 되었다.😅
서평을 쓰다 보니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 되어있으니 소설을 읽기 원하시는 분들은 패스 해주셔도 된다😅
첫 장을 장식하는 “잃어버린 고향”에서는 담담하고 처연한 화자의 독백으로 전쟁의 비극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전쟁으로 희생당하는 범위가 비단 이산가족이나 전사, 후유증만이 아니었기에 더욱 애잔했고, 가족을 잃어버린 아이를 뻐꾸기에 빗대어 나타낸 화자의 처지도 현실적으로 생생히 그려져 비통한 아픔을 처절하게 그려냈다. 14년 후, 다시 찾은 그곳에서 막내의 이름을 통해 보여주는 바는 그녀가 마지막까지 그를 가슴속에서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이조차도 모든 원흉은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페르소나를 위하여”는 현대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SNS의 폐해와 끝없는 욕심으로 가득 찬 현실을 반영하여 페르소나를 향한 몸부림치는 주인공 수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다음 작품인 “야생의 사고”에서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명언을 떠올리듯 현실에 적응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어 두 주인공의 간극이 느껴져 흥미로웠다.
“갑오년의 유가”는 과거시험만을 준비하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주인공을 통해 또 다른 갈망을 보여주었는데, 시대적 배경에 동학 농민 운동, 임오군란, 갑오개혁 등이 등장한다.
사실 근현대사를 공부할 때는 대입 준비만을 위했던 터라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소재 또한 참신했으며, 그들의 혼란과 함께 과거를 본 유생들 또한 동학, 서학, 과거 재준비로 나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과거로 인한 자괴감을 가졌던 그는 아내의 비탄한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지 목표를 상실하며 조롱거리로 나락하게 되는데 그의 이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무대는 사라졌지만”에서 묘사된 주기율표와 같은 생활, 각자의 자리가 있다는 부분, “생태교란종”에서 소개된 베스가 화자와 동일시되며 생태 교란종으로 표현되는 등 신선한 비유들이 돋보였다.
마지막 작품인 “회색의 함선”은 예전에 영화화되기도 했었던 군함도를 통해 또 다른 갈망을 보여주었는데, 존엄성을 잃고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일본인들의 평범한 삶을 통해 외려 비참함을 느끼는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어쩌면 앞부분 “잃어버린 고향”의 가족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시대상이 넘나들기에 신박하기도 했고 정말 재미있었다. 작가의 데뷔작이 궁금하며 유명한 화가의 습작과 드로잉도 나중에는 작품으로 남듯 작가가 써 내려간 수많은 습작도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