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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 번뜩이는 지성과 반짝이는 감성으로 나를 포장하자 ㅣ 눈으로 보는 시리즈
히라마쓰 히로시 지음, 박유미 옮김 / 인서트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진 영국 회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일본인들은 기본기가 없는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좋은 기본서를 잘 쓰는 것 같다. 넓은 내용을 얕지만 간단하게 잘 정리하는 기술이 있다. 만약 몇 개의 작품을 깊이 있게 다루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겠지만, 나는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은 책이므로 별 점수 네개를 매긴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 대다수가 개인소장이어서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워터하우스의 그림이 네 점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이 그림들을 실제로 볼 방법은 없겠지 ㅠㅠ), 책 속에서 유일하게 직접 본 그림이 테이트 브리튼의 밀레이의 <오필리아>다. 만약 내가 영국 여행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테이트 브리튼에 있는 작품들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관람했을 것이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훑어보고 갔겠지. 그랬더라면 좀더 풍부한 영국 여행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괜시리 아쉬운 맘이 생긴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 회화의 역사를 서론에 다루고, 본문은 크게 셰익스피어의 비극(1막), 희극(2막), 문제극과 낭만극(3막), 역사극(4막)과 시편으로 나눈 뒤, 속하는 작품의 간단한 줄거리와 함께 작품을 테마로 그려진 화가들의 회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끝 부분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기한 명배우들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미녀 캐릭터들 소개, 그리고 진품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는 여러 점의 셰익스피어 초상화를 소개한다. 본문에서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을 다루는 데다 포커스가 명화에 맞춰져 있다보니 줄거리 소개가 간략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덕분에(?) 뒷내용이 궁금해져 읽고 싶어진 셰익스피어 작품이 많았다:<베로나의 두신사><말괄량이 길들이기><사랑의 헛수고><뜻대로 하세요><템페스트>. 보고 싶다고 손 꼽은 작품 대부분이 희극이다. 대작에는 비극이 많다는데, 그래도 나는 가볍고, 발랄하고, 재치있고, 유쾌한 글들을 더 선호한다.
책을 바탕으로 드라마가 나오고, 영화가 나오고, 그림이 나오고, 노래도 나온다. 나는 삽화가 실린 책들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책 이해도를 높여주는 글의 이미지화를 선호한다.) 이 책에 실린 셰익스피어 명화들도 정말 즐겁게 감상했다.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여행기☞ http://jaera1990.blog.me/220308010151
영국 런던의 미술관 · 박물관 여행기 (1) :: 테이트 브리튼, 영국박물관, VA박물관
영국의 물가는 살인적이지만 저렴하게 여행하실 수 있는 세 가지 팁 1. 마트(세인즈버리, 테스코, 막스앤스펜서)를 애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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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2014년), 사망 400주년(2016년) (……) 셰익스피어가 활약한 시대는 예수회가 주축이 된 반종교개혁에 따라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 회부하는 등 가톨릭이 반격을 가하던 시대였다. 동시에 대항해 시대의 중심 세력이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바뀌고 프로테스탄트 국가인 네덜란드와 영국이 대두되던 시대다. 문화사적으로는 미켈란젤로의 사망으로 르네상스가 막을 내리고 매너리즘 시대를 거쳐 바로크로 옮겨가는 시기였고, 영국에서는 뒤늦게나마 16세기 후반에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때가 바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통치하던 시기(1558-1693년)로 셰익스피어의 생애(1564-1616년)와 일치한다. 뒤늦게 꽃피운 영국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이 된 것은 문학과 연극이었지 결코 회화는 아니었다. (…) 즉 회화에서 후진국이었던 영국은 오랜 기간 외국 화가들의 영향 하에 머물면서 자국 출신의 국민 화가가 등장하는 18세기를 기다려야 했다. (pp.8-9)
미술 후진국이었던 영국에서는 18세기 후반을 넘어서도 여전히 정식 아카데미 탄생은커녕 화가들이 정기적으로 발표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를 우려한 사람이 호가스다. 호가스는 (…) 활발하게 자선사업을 펼치면서 고아원에 그림을 기증하고 동료들에게도 기부를 독려함으로써 고아원이 그림을 모으는 장이 되게 했고, 이곳에서 예술가들의 만찬회도 매년 개최했다. 이것이 모체가 되어 예술가 단체인 '대영제국예술가협회'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훗날 이 조직을 탈퇴한 예쑬가들이 중심이 되어 국왕 조지 3세의 후원을 받아 1768년 로열 아카데미가 설립되었다. 로열 아카데미 초대 회장직에 조슈아 레이놀즈가 선출되었다. 20대 후반에 이탈리아에서 유학했던 그는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고전주의적 회화 양식인 그랜드 매너를 추구하며 초상화 중심의 전통적인 영국 회화와 역사화를 최고로 인정하는 국제적 회화 기준을 영국에 뿌리내리고자 했다. 단적으로 말하면 역사화를 최고 가치로 인정하는 시대에 주목받은 것이 셰익스피어를 주제로 한 회화였던 것이다. (p.11)
낭만주의는 이성보다 감성을 중시하고 고전주의에 대립하는 사조이며 중세 취미와 이국정서를 동경하는 정신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적으로는 과거에 대한 동경이며 공간적으로는 먼 이국에 대한 동경이다. 먼 곳에 대한 동경이 강하면 강할수록 가까이 있는 것을 부정하게 되고, 종국에는 가까운 것에 대한 분노를 감출 수 없게 된다. 즉 당시로서는 가까운 것이 되어버린 르네상스 이후의 고전적 질서에 반기를 들고 먼 중세를 동경하며, 가까운 세계를 혐오하고 이국을 동경한 것이 바로 낭만주의 정신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당시의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먼 이국을 무대로 격정적인 감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낭만주의자들을 열광시킬 수 밖에 없었다. (p.14)
영국에서는 1848년 9월 로열 아카데미 학생들을 중심으로 7명의 젊은이들이 '라파엘 전파 형제단'을 결성하는데 그 중심인물이 밀레이, 헌트, 로제티다. 그들은 조슈아 레이놀즈 이후 교육받은 회화의 기본에 반기를 들었다. 미술 후진국인 영국에 '그랜드 매너'의 전통을 가르치고자 한 레이놀즈의 교육방침이 시대를 넘어 비판받는 쪽으로 몰린 것이다. 라파엘 전파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뜻이 그들은 아카데미가 이상으로 여기는 라파엘의 미술을 비판하고, 라파엘 이전처럼 자연적이고 진실한 표현 양식인 중세 회화를 중요시했다. (p.15)
독일 바에에른의 극작가 제너펠더가 석판화(리소그래프)를 발명한 것은 공교롭게도 들라크루아의 탄생 연도인 1798년이다. 들라크루아는 일찍이 이 기술을 습득해서 17세에 최초의 석판화를 신문에 실었고, (…) 1834년부터 1843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작업한 것이 41쪽 <햄릿> 석판화 연작이다. (pp.36-42)
"최선을 다했음에도 최악의 사태를 맞은 것은 우리가 처음이 아니에요." (코델리아-리어왕, p.63)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그래서 그림에서 날개 달린 큐피드가 소경으로 묘사되는 거지. 사랑하는 마음에는 분별심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한 여름밤의 꿈, p.105)
(월터 하웰 데버럴 - 십이야 제2막 제4장) 중앙에 앉아 있는 올시노 공작은 데버럴 자신을 모델로 해서 그렸고, 하인 페스테는 그의 친구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가 모델이다. 또 왼쪽에 앉은 몸종 세자리오로 분장한 바이올라는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의 모델이자 훗날 로제티의 아내가 된 리지 시달이다. 이 그림은 그녀가 라파엘 전파 화가의 모델이 된 최초의 작품이다. (p.130)
셰익스피어를 주제로 한 회화를 보급하는 데 최고의 공헌을 한 기획은 18세기에 존 보이델이 기획한 '셰익스피어 갤러리'다. (p.133)
요정화의 대표적인 주제 중 하나는 <한 여름밤의 꿈>이나 <템페스트>에 등장하는 요정들의 모습이다. 이 분야의 효시라고 하면 역시 퓌슬리를 빼놓을 수 없다. (…) 다만 요정화가 퓌슬리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그를 화가의 세계로 끌어들인 레이놀즈의 <퍼크>를 비롯해서 많은 화가가 요정화를 주제로 삼았따. 이 책에도 실려 있는 프랜시스 단비와 단니엘 매클라이즈, 조셉 노엘 페이튼 등이 그들이다. (p.177)
리처드 대드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초기부터 <잠든 티타니아>와 <퍼크> 등을 그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을 여행하던 중 심각한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켜 여행을 포기하고 돌아오게 된다. 그는 결국 아버지를 살해하고 해외로 도망가서 파리에서 여행객을 살해하려다가 체포되어 런던의 베들램 로열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그 후에도 정신병원에서 요정화를 그려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다툼> 등 세밀하고 섬세한 터치의 걸작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정신병원 안에서 그린 작품은 인정해주지 않아 요정 화가로서의 명성은 페이튼을 비롯한 다른 화가들에게로 옮겨간다. (pp.178-180)
셜록 홈스로 유명한 코난 도일의 숙부 리처드 도일은 삽화가로도 유명하지만 요정화의 제1인자 (p.180)
"겨우 머리밖에 들어가지 않는 폐하의 왕관 속에는 숱한 아첨꾼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록 그 작은 곳에 앉아 있을 뿐이지만 그들이 끼치는 해독은 이 나라 전체에 미치고 있습니다." (곤트-리처드 2세, 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