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복잡한 세상 & 명쾌한 과학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 물리학? 어렵기만 했던 딱딱한 과학이 다 녹아버린 느낌이다. 작은 실험실 안을 벗어나 나의 일상으로 성큼 다가온 이 책. 과학관련 서적 중에 이처럼 편하고 흡입력 있는 책이 있었나 싶다. 편안한 문장과 깨끗한 개념정리로 보는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과학콘서트는 정말이지 과학에 대한 어떤 지식을 준다기 보다 정말 콘서트장에 있는 것 처럼 즐겁게 한 도막 한 도막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내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지금까지 내가 배운 것으로선 감히 상상해 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남과 동시에 교과서를 벗어난 새로운 과학을 접했다.

물리학 이론이 부의 사회적 재분배에 까지 설명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불명확하고 미신적이기까지 한 머피의 법칙까지 물리가 끼어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것이 그 간단명료한 맛깔스런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게 또한 신기했다. 복잡한 도로에서 왜 내 차선만 밀릴까, 비틀즈의 음악은 왜 아름다운가, 빈익빈 부익부의 불평등은 왜 생기나, 토크쇼방청객은 왜 모두 여자일까 등등 그 동안 전혀 과학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지 않았던 놀라운 사실이 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젠 나도 그런 현상에 대해 '아하~ 맞아 맞아'하고 제법 아는 척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그넷에 가서 삼각김밥 두 개를 들고 계산대 줄을 서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커다란 카트에 잔뜩 싣고 계산하는데 난 이 쪼만한 것 때문에 이 긴 줄을 기달려야 하나..하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그럴 때 요리 조리 눈치를 살피며 어느 줄이 젤 빨리 줄어들까 고민고민해서 기껏 딴 줄로 옮기면 아까 섰던 그 줄이 더 빨리 줄어드는 게 다반사다. 속으로 온갖 짜증 다 부리면서 왜 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나 하고 한숨을 쉰다. 하지만 그런 머피의 법칙도 실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임을 [과학 콘서트]를 통해 알고 나서 왠만하면 인내심을 갖고 모든 운 나쁜 일들을 담담하게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잼 발른 토스트가 떨어질 때 하필이면 꼭 잼뭍은 쪾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듯, 내 줄이 안 줄어드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많은 줄이 있을 때 어느 하나가 먼저 줄어드려면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설사 먼저 줄어들더래도 그건 진짜 진짜 운이 좋은, 가끔씩이나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인 것이다. 그러니 줄이 조금 늦게 줄어들더래도 그렇게 더디게 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임을 알고 참을성 있기 기다리는 게 가장 바람직 하다는 걸 안다. 그리고 잼 발른 토스트! 지구의 중력에 알맞게 적당히 어느선을 지키고 있는 우리 사람의 키. 그리고 그 미미한 잼의 무게가 바로 잼 바른 쪽이 바닥으로 향하는 원인이다. '왜 나만 이럴까'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남들도 다 그렇다는 폭넓은 사실을 깨닫고 이왕이면 이 책에서 전해주는 과학적인 원인까지 알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과학 콘서트]야 말로 과학과 자연, 사회와 대중까지 시시각각 넘나드는 만능 지식창고라는 생각이다. 이만큼 광범위하게 게다가 일목요연하게 우리 주변을 과학적으로 뜯어 볼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오랜만에 과학과 함께하는 유익한 체험을 하게 해 준 [과학 콘서트]에 또 한 번 고마움을 느끼며 나 말고도 더 많은 친구들이 이 특별한 책을 많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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