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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책을 읽을 때는 무엇인가 기대를 갖고 읽게 된다.  나의 경우엔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경우가 많기에 추리소설이라 자처하는 책을 읽을 때는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이 책이 줄 즐거움에 대한 상상을 하며 읽기 시작한다.

 

  책을 읽을 때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까?  조금은 비몽사몽하며 읽었던 책이기에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하는 책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도입부의 설정.  모두가 죽이고 싶어하는 네스터가 냉동고 안에 갇혀 죽음과 싸우는 장면은 좋았지만, 이후부터는 책과 등장인물에 몰입ㅇ르 하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 생각도 하지만.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나오는 이런 류의 책을 접한 건 '보르헤스와 불멸의 오랑우탄' 이후 두 번째였는데, 모두 정통 추리소설로 소개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추리독자가 알고 있는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작품들을 소개하는 느낌이다.  기존의 소설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걸 보면 기존 소설의 패러디를 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잘 접하지 않았던 스페인 문화권의 작품을 읽는 것도 쉽지 않았던 느낌이다.  좋은 책이라는 것에 대해선 불만이 없지만, 뭐든 내 스타일이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앞으로 이런 작품들을 계속 접하며 익숙해질 것인지, 이런 스타일은 내 작품과 잘 맞지 않기에 포기해 버릴지..몇 권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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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피 블랙 캣(Black Cat) 13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문학으로 독자들에게 익숙한 나라는 어디일까?  본고장인 미국, 홈즈의 영국, 그리고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정도가 될 것이다.  이번에 이야기하려고 하는 작품은 그런 나라들과는 좀 떨어져 있는, 적어도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작품이다.  세계지도를 볼 때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나라 '아이슬란드'의 작가가 쓴 작품이니까.

  아이슬란드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건 거의 없다.  축구선수 구드욘센이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보면.  나름 각국의 수도이름을 잘 알고 생각했던 나지만 이곳의 '레이캬비크'는 전혀 익숙하지 않다.  언어도 무엇을 쓰는지 잘 모르겠고, 국기도 노르웨이나 핀란드와 비슷했던가 정도로 알고 있고.  인구 30만의 이 나라에서 베스트셀러로 분류되려면 몇 부 정도가 팔려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추리소설이 몇 만부 팔리는 것도 상당히 힘든 일인데..이곳에서는 1~3천부 정도면 굉장한 베스트 셀러가 되려나..

  내 무식을 드러내려는 건 아니고, 작품 속에서 계속 아이슬란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 나도 내가 아는 아이슬란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본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이런 범죄는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이런 나라에서 나올 수 있는 범죄는 무엇일까..과연 어떤 느낌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에겐 너무나 잘 맞는 작품이다.  유능한 경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심농의 작품과 같은 느낌과 에드 맥베인의 경찰소설이 혼합된 느낌이다.  에를렌두르라는 경감이 중심이 되어 펼치는 사건 수사와 여느 중년 남자 주인공처럼 가정에서는 그닥 좋지 않은 사정, 그리고 불만도 있지만 그를 믿고 따르는 그의 부하들이 펼치는 수사까지. 
 
  마약중독의 딸이 있고, 남들은 다 있는 부인도 오래전에 이혼해서 없는 것을 보면 좀 더 불쌍한 주인공이다.  항상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고, 피곤에 절어있는 모습은 다른 주인공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중후한 모습조차 사라진 모습이고.  작가는 이런 주인공을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인지, 주변에서 이런 주인공과 같은 형사의 모습을 보아왔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역시 자신의 일터에만 오면 강해지는 주인공이다.  60대 노인이 재떨이에 맞아 살해당한 사건을 통해 그의 과거와 주변 모습들을 조사해 나가면서 진상을 밝혀내는데,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는 접근법을 통해 욕을 먹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역시 모두 그를 따르게 되는 전형적인 유능한 경감이기도 하다.

  사건 자체는 'I am HIM' 이라는 한 장의 종이 메시지가 시체 위에 놓여 있긴 했지만, 대단히 복잡하거나 트릭이 따로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다.  작가가 '아이슬란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쓴다'고 말했듯, 현실에서 볼 수 있을만한 있음직한 사건이다.  덕분에 아이슬란드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역시 사람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픔을 가슴 속에 묻어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 자신이 그렇고, 결혼식장에서 도망쳤던 곁가지로 등장했던 사건의 주인공이 그랬고,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피해자들이 그랬다.  아프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꺼내어 해결하는 것이 좋은 것일지, 덮어 두고 쉬쉬하며 지내는 게 좋은 것일지 모르겠다.  작가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목 '저주받은 피' 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명확해지는 제목과 자신의 피가 저주를 받았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 역시.  <Jar City>라는 영어 제목은 작가의 앞으로 작품의 성향을 보여줄 것이기에 일반적인 제목이 될 것 같아 <Tainted Blood>로 바꾼 것도 같다.  아직 다른 작품을 읽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책을 읽기 전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슬픈 소설.  마지막 장면은 나의 무장을 해제시켰고, 어떤 추리소설도 줄 수 없었던 감동을 안겨주었다.'  띠지에 있는 광고가 사실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저 말이 나에게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아 뿌듯하다.  트릭을 통한 머리싸움, 반전이 아닌 여운이 남는 작품을 원한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반전이 내 머리를 누군가 때리는 느낌이라면, 이 작품은 가슴을 송곳으로 후비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난 비슷한 여운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작가의 다음 작품 <무덤의 침묵>을 주문했다.  

  p.s.  The Glass Key Award.  더쉴 해밋의 작품이름인데, 아직 읽어 보지 못하긴 했지만, 이름이 참 멋지다.  발음이 입에 달라붙는 느낌도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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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불멸의 오랑우탄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나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작가에 대한 독자의 예의지만, 어째 이 작품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작가의 이름이 기억하기 힘든 것도 있겠지만, 작품의 제목이 워낙에 강렬하기 때문인 것을 또 하나의 핑계로 대고 싶다.

  제목이 강렬하다는 의미는 '보르헤스' 라는 작가와 추리문학 역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오랑우탄' 이 같이 나와있기 때문일 것이다.  둘의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라면 나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르헤스는 나에게 움베르토 에코와 함께 작품마다 많은 주석이 달려있는 작가라는 것 정도이다.  그의 작품집 <픽션들>의 얇은 두께를 보고 덤벼들었었지만, 지금은 작품의 제목도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행인 건 이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끝없이 갈라지는 두 갈래 길이 있는 정원>만은 그가 쓴 추리문학이라고 해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덕분에 이 작품은 읽기 전에 상당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보르헤스가 등장하니 머리 아픈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에서 보던 것과 같은 지적 유희가 계속 등장한다.  V자를 하고 죽어있는 시체와 거울을 통해서 X를, O를, M을 계속 생각해 내고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온다.  예전에 클럽에서 이야기하던 것처럼 과연 다잉 메시지를 남길 때 그런 것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이 다시 들었다.

  주인공을 보르헤스로 내세우면서 작가는 에드가 앨런 포, 이즈라엘 쟁월등을 언급하며 보르헤스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를 패러디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포의 여러 작품들에 관한 언급을 하고, 국내 리스트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던 쟁월의 '빅보 살인사건'의 결말 마저 언급해 버리고 만다.  언제 읽기 될지 모르는 '빅보 살인사건'의 결말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아 버리는 것에 득과 실에 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이야 여기저기서 결말을 언급하고 있으니...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을 볼 때 다시 한 번 느꼈던 것처럼 패러디는 아는 게 있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암시와 패러디를 전부 느낄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계속 쓸데없는 이야기로 이상한 곳으로 나가다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보르헤스의 모습은 멋진 안락의자 탐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결말이야 대충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책 속에 숨겨져 있는 상징들에 관한 언급을 하는 부분에서 감탄을 하며 읽었고, 이 얇은 책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새로운 재미와 깨달음을 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웃음, 어리둥절, 감탄, 여운을 모두 준 작품이었다.  지식의 부족함에 관한 한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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