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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이 아니라 분홍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 수상작 ㅣ 고학년 책장
정현혜 지음, 전명진 그림 / 오늘책 / 2022년 9월
평점 :

란이와 학무는 멸망한 가문의 후손이다.
란이는 이제 열두살. 학무는 란이보다 다섯 살 위이다.
란이는 오늘도 배가 고파 삼달이와 함께 산으로 칡과 앵두를 따로 다녔다.
작은 손에 담기도 않는 칡과 앵두를 포기하지 못해 치마를 벗어 그것들을 담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누구보다 가벼웠고 신났다.
오빠에게는 달달한 칡차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치마를 벗은 란이를 보고 어머니는 치마를 입으라고 엄하게 말하셨고
그 이후론 칡과 앵두는 보지 못하였다.
의지만으로 배고픔을 잊을 수 있을까?
양반의 기개는 이런 것일까?
란이는 엄마와 오빠와 같이 먹으려고 앵두도 몇 개 먹지도 못했는데...
란이의 할아버지는 고려의 충신으로 새로운 조선 시대에서는 역적이었다.
그렇게 집안은 쓰려졌다.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장터를 기웃거리는 란이는 분첩을 사는 여인을 보고 자신의 앞 길을 결정하였다.
그 분첩을 염색한 분에게 가서 그 기술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 분은 홍염장이라는 분이였고 조선 팔도 최고의 장인이었다.
란이는 글도 읽고 쓸 줄 알고 여느 아이들과는 달랐다.
그래서 홍염장 어르신의 제자가 되었다.
그 과정은 쉽지 않고 고되고 힘들었다.
하지만 란이는 지혜롭고 똑똑하였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들었다.
란이가 안쓰러웠다.
조선을 위하지 않았다고 배신이라는 낙인을 찍지 말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리를 지켰던 충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랐다.
조선시대를 역사책으로 다 배운 우리에게 이런 역사는 참 슬프게 다가온다.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과 옛것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
그 어느 것도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을 거 같다.
란이는 홍염장 할아버지의 제자답게 잘 성장했고 그 명성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한편 조선에서는 가뭄이 심하게 들어 왕에게 반감을 갖는 백성들이 들어났다.
결국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란이가 염색한 진홍색의 천들도 그 비를 맞게 된다.
그리고 진홍이 아닌 분홍으로 염색한 백 필이 왕에게 전달이 된다.

작가님의 상상으로 진홍이 아닌 분홍색의 관복을 보고 이 책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피를 상징하는 진홍이 아닌 오얏꽃을 닮은 분홍이 오히려 충의 뜻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란이를 통해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충신과 역적의 의미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해 봐야할 거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