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게스트하우스 북멘토 가치동화 49
오드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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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급 미슐랭 아빠와 반인반외(계인) 엄마, 지구식 사랑 표현은 인색하지만 사랑을 위해 지구에 정착한 할머니와 특제약사 고양이와 나, 채애리. 어느 새 단짝이 된 우주아, 왕상진 그리고 지구방문관광객 외계인 손님들이 우당탕탕 얼렁뚱땅 묻는 “어떻게 살고 싶어요?”에 대한 이야기.


동화가 그렇듯 누가 읽든 감동과 교훈이 있기 마련이지만, 『외계인 게스트 하우스』는 존중과 존중에 대한 감수성, 기준까지 아이와 이야기 나누며 점검하기 좋은 책이다. 


아이들은 게스트 하우스의 지하실에 반해서 아파트가 아니라면 우리도 지하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고, 착한 외계인과 나쁜 외계인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나름 고민도 한다. 집이 우주선이라니 우주로 날아가고 남은 반쪽 집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도 재미있다.


평범이라는 건 누구의 기준일까? 다르다는 게 그렇게 위험한 걸까? 다르면 틀린 거고? 우리는 어쩌면 다 인간슈트를 입고 저마다의 우주선이 갈 수 있는 곳을 탐험하듯 살아내는 외계인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착한 외계인일까? 우리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외계인인데 평범해도 되나?


다름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톺아볼 기회로 좋았다. 외계인 이야기로 인권을 이야기 나누어서 좋았다. 사춘기 어린이들의 때로는 파충류 같고 더러는 외계인 같은 모습을 짚어보면서 ‘너를 공감할 수 있는’ 깊은 책이어서 감사하다.


p.154 “지금 뭐라고 했나? 우리가 인간인 줄 아나? 우주 전쟁, 우주 정복 같은 어리석은 걸 꿈꾸게. 우리 행성에서는 부부싸움 이외는 절대로 싸우지도 않는다. 같은 종족끼리 총 쏘고 죽이는 지구인이 더 징그럽다. 이거 왜 이러나? 지구에서는 자기와 다르게 생기면 해코지해서 자기들과 똑같은 인간 슈트를 안 입으면 여행도 할 수 없다. 이 껍데기 입는 거 얼마나 답답한지 아나? 정말 이상한 종족이다. 우리 잘난 아들 얼굴 가리는 이 껍데기는 너네나 입어라. 코딱지만 한 지구 여행하는 거 더럽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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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일파만파독서모임 선정도서를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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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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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물결>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제목이 좋았다. 

마음에 이는 물결은 어떤 결을 지니고 있어야 할까? 동요됨을 말하는 걸까? 설렘을 지니는 걸까? 제목 또한 내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게 하고 있어서 책에 선뜻 손이 갔다. 

어느 누군가는 판타지 문학의 거장이라 하던데 전혀 모르는 작가여서 크게 기대하는 바는 없었다. 이 책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각종 비평지 등에 발표한 글들과, 강연 원고 등을 손보아 새롭게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2005년에는 논픽션 부문에서 로커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개인적인 문제들, 독서, 토론과 의견, 글쓰기에 대하여’의 4개의 큰 목차로 나누어 쓰여 있다. 개인적인 회상부터 다양한 주제의 글쓰기, 논평, 그리고 예술에 대한 통찰 등 다양한 글들이 수록돼 있다. 


‘톨스토이를 너무 존경한 나머지 그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 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60대에 접어든 뒤에는 남을 존경하는 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중략>’   P63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에 등장하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불행하다.’라는 첫 문장에 대해 작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비판을 한다. 그동안 입밖으로 내지 못했던 의문들과 이의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강해지고 성숙되는 포도주와 비슷하다고 하며, 어떤 감정은 순식간에 식초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따라버려야 한다고 한다. 혹은 병 속에서 발효되다가 폭발하면서 유리 파편처럼 사방으로 퍼지는 생각과 감정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훌륭하고 튼튼한 감정은 잘 밀봉해 두면 맛이 더욱 깊고 풍부해진다는 표현이 너무 멋져서 가슴이 일렁이었다..


‘어떤 거울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 세월을 건너뛰어 번쩍 빛을 내는 영혼이 언뜻 보인다. 아름답다.’     P281

부모 자식, 가족, 연인, 친구 등 관계 속에서 맺어진 시간 속에 들어 있는 추억과 함께 한 시간들에 대한 기억은 그 어떤 것보다 빛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는 그런 것들을 보고 그림으로 그리는 이들이 위대한 예술가가 분명하다는 생각에 나또한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상상력이야말로 인류가 소유한 가장 유용한 도구인 것 같다. <중략> 상상력은 생각하는 방식으로서 근본적인 것이고, 우리가 인간이 되어 계속 인간으로 남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상상력은 정신의 도구다.’    P341-342

상상력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문학과 예술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문학과 예술이 삶의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경험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는 말에도 공감이 된다. 창작의 시작은 경험이고 책을 읽는 것은 신비로운 행동이라고 했다.


나는 판타지 장르에 익숙하지 않다. 판타지 문학은 낯설어서 쉽게 접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판타지가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이라는 글쓴이의 글을 읽고 생각을 바꿔 보기로 했다. ‘이야기를 믿어야 이야기의 방향을 알 수 있다.’라는 조언을 든든하게 여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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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
유즈키 아사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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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인데, 뭔가 이상하네 하면서 보니 신사와 숙녀의 자리가 바뀐것.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 관념을 바꾼 제목이 신선하네요. 


작가는 유즈키 아사코인데, 버터라는 책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상도 많이 받았고,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작가라고 합니다. 


출판사는 READ bie인데 처음 들어보네요. 

 

책의장르는 일본 소설인데, 이 책은 일곱가지의 단편들을 모아두었어요. 


이 책의 내용은 Come Come Kan!, 둔치 호텔에서 만나요, 용사 다케루와 마법 나라의 공주, 아기 띠와 불륜 초밥, 서 있으면 시아버지라도 이용해라, 키 작은 아저씨, 아파트 1층은 카페라는 주제로 되어 있는데요. 

제목만 봐도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이 책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고, 여성의 심리와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신인 작가가 되었지만, 작가가 되기에는 부족한 신입에게 대문호의 동상을 말을 걸어옵니다. 과거에 작가로서 명성을 이루고 성공한 작가가 불륜을 저질렀던 호텔에 갔는데 아이둘을 데리고 온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면서 관념을 흔들어 놓습니다. 

불륜 카페에 아기띠를 하고 있는 엄마가 와서 음식을 먹습니다. 이혼하고 친정으로 왔는데 시아버지가 따라와서 함께 살게 됩니다. 키다리 아저씨의 새로운 버전으로 키 작은 아저씨를 만났지만, 동화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당연시 하는 사회적 통념들에 대한 비판을 유쾌하게 표현해서 읽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시트콤을 보듯이 스토리를 읽어가다보니 우린 어느새 책속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불륜 커플 명소인 고급 초밥 레스토랑에 아기 띠를 한 엄마가 나타난다. 드디어 오늘 모유 수유를 끝냈다며 벼르던 술과 초밥을 먹겠다고 하는데……?"

“가리비를 씹고 와인을 삼키는 동작을 반복하는 사이, 홍조 띤 뺨은 더욱 붉어지고 허옇던 입술이 붉게 물들며 그녀의 온몸에 피가 돌면서 푹푹 뿜어내는 열기가 주위에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가게 안의 온도는 확실히 높아졌다. 도조는 얼음처럼 차가운 피노 그리조와 아보카도, 댑싸리 씨, 참치 뱃살을 넣어 만든 캘리포니아롤에 손도 대지 않고 그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P152)

생생한 현장감으로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기대가 되고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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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경계에서
미카이아 존슨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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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받아쓴 서평입니다*


산만한 전개, 너무 많은 등장인물, 개연성 부족과 같은 결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소설은 독자가 끝까지 읽게 하는 훌륭한 힘을 가지고 있다. 평행우주는 최근 10년간의 여러 영화로 인해 소진된 진부한 컨셉이다. 하지만 모든 클리셰는 그 자체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진부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도 하고, 살인이라는 문학에서 이미 많이 쓰인 소재를 가지고도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다. 결국 소설의 대단함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보다도 그걸 활용하는 작가에게 달려있다. 


<세상의 경계에서>는 어떤 기업에 고용되어 지구와 비슷한 평행우주를 탐사하는 주인공 이야기이다. 세계간의 여행은 '현재의 지구와 비슷한 세계'로 한정된다. 그렇기에 평행우주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은 일부 가능성으로 축소되고, 마치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만약에 지금과 다른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일상에서의 상상 정도로 평행우주가 전개된다. 현재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가 다른 우주에서는 형에게 자리를 뺏긴다든가, 성격 포악한 사람이 아주 젠틀한 사람이 되어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유심히 보았던 부분은 주인공의 이중성이다. 생존을 위해 권력자의 정부가 되는 것을 선택하고 그에게 아주 끔찍한 폭력을 당하곤 하지만, 가슴 깊숙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 주인공은 증오와 애정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듯 하다. 극단에 있는 이 두 감정이 교차로 일어나는게 아니라, 애초에 그 둘은 하나였고 사람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상황에 맞는 모습으로 해석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이러한 불완전성, 절박함 등은 나라는 인간 내면의 불완전성, 강박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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